길게 쓸 이야기도 아니고, 자랑도 아니라서, 자기 전에 푸념 한마디 적고 간다.


대체 이놈의 종이책을 계속 안지도 버리지도 못하겠다.

며칠 뒤면 회사 기숙사에서 오피스텔로 이사를 한다.

그런데 뭔놈의 책이 이리 많은지.

읽은 놈이라면 추려서 팔거나 본가에 보관할텐데

뭐든 문제는 안 읽어서 얼굴만 익숙한 친구들이다.

1년 전에도 정말 공들여 구분해 팔 책 기부할 책 다 내쳐서

겨우 200권 정도만 남겼다. (고통에 피를 토하는 작업이었다)

막상 짐을 옮기려니 이놈들이 뭐가 이리 무거운지,

여행 캐리어에 40권 정도 넣고 들어봤더니 오호 통재라, 손목이 빠질 것 같다.

전체 책의 절반을 차지하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은

고민 끝에 여자친구 집에 보관하기로 했다.

민음사 리퍼브전에서 산 책들이라 어디다 팔 수도 없다.

읽기는 읽고 싶은데 어디다 둘 데가 없으니 울며 겨자먹기로 남에게 보관.

그렇다면 남은 책은?

작년 말부터 올해까지 산 책은 다 읽는다는 생각으로,

이놈들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 팔아버릴까도 생각한다.

(고백하자면, 2012년에 사놓고 아직도 안 읽은 책이 있다. 책을 대하는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전자책으로 새로운 시작을 하자.

가벼워, 부피도 적어, 어디서든 읽을 수 있어.

하지만 몇 년 째 익숙해지지 않은 전자책으로 책을 읽을 생각하지 속이 터진다.

그렇다고 무거운 덩어리를 계속 끌어안을 수는 없고.

1년 계약이라 1년 뒤면 또 방을 옮겨야 하는 신세에

많은 책은 사치라는 생각이 든다.


근데 있잖아, 아마 오피스텔로 나가서 책장 하나 들이면

이것부터 살 것 같다.

어차피 돈은 회사에서 복지포인트로 주니까, 딱이다.

책장이 부족하면 침대에 또 쌓아두겠지.







150권... 찬란한 펭귄클래식 표지의 향연이여...!

게다가 단권으로 사는 것에 반값이다.

민음사 세계문학도, 열린책들도, 문학동네도, 다 가지게 되는구나...

그렇다면 창비만 구하면 되겠군! (으응?)

전자책이 다 좋은데 개성이 없고 무엇보다 내 허세를 채우기에는 부족하다.


오늘도 고민에 끙끙대며 꼬박꼬박 책을 읽는다.

한 시 반에는 자야지.

내일은 일찍 출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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