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만했던 작년과 다르게 살아보자는 다짐을 한 지 한 달이 지났다. 그동안 나는 어떻게 변했을까. 공부를 하고자 공부법과 자기계발 관련된 책을, 깊이 있는 독서를 하고자 독서법에 관련된 책을, 글쓰기를 하고자 글쓰기와 서평쓰기에 관련된 책을 읽었다. 행동하지 않고 계속 계획만 세웠다. 호기롭게 목표를 외쳤으나 막상 앞으로 다가가자 막막하기만 했다.

그래도, 큰 행동은 하지 못했지만 습관을 소소하게 바꾸는 중이다.

1. 먼저, 모 커뮤니티 어플을 삭제했다. 틈만 나면 인기글 게시판이나 자유게시판을 새로고침했다. 새 글이 올라오지 않았나, 요새 인터넷 분위기가 어떤가, 재밌는 유머나 유익한 정보가 없나, 자제하지 못하고 시간을 꽤나 투자했다. 눈 감고 과감하게 어플을 삭제했다. (아이디까지 삭제하기에는 용기가 없었다) 최신 정보를 얻지 못해 트렌드에 뒤쳐질 것 같았는데 예상 외로 타격이 없었다. 세상 소식에 조금 뒤쳐지기는 하지만 그리 손해본 일은 아니었다.

2. 다음으로 네이버와 다음 웹툰 앱을 지웠다. 시간은 많이 차지하지 않지만 매일 자정만 지나면 새로운 내용을 보려고 득달같이 핸드폰을 쳐다봤다. 하루에 다섯에서 일곱 개의 웹툰을 보고나면 자기 전 할 일을 다 마무리한 느낌이었다. 작은 활력소 역할을 하던 웹툰이었지만 하루를 시작하고 끝내는 시간에 쓰잘데기없이 시간을 버린다는 생각이 들어서 앱 삭제라는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금단증상이 있을줄 알았건만 아무 것도 없었다. 앱을 삭제하고서 시간을 얼마나 쪼개서 ‘버렸는가’를 처절히 느꼈다. 워낙 재밌게 보던 작품이 있어서 일주일 뒤에 앱을 다시 설치했다. 이제 웹툰을 챙겨보는 습관이 아예 사라져 며칠을 안 봐도 정신이 아무렇지 않다. 오늘도 나흘치가 밀린 상황인데 전혀 초조하지 않다. 보면 보고 안 보면 안 보고, 이런 느낌.

3. 일기도 매일 쓴다. 1월 초까지는 그날 있었던 일을 의식의 흐름으로 쭉 내려썼다. 그런 방식으로 일기를 쓰니 하루를 정리하는 느낌은 강했지만 뭔가 변화를 느끼지 못했다. 일기의 목적이 오늘의 나를 발판으로 한 발자국 더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단순한 기록은 크게 의미가 없었다. 그러던 중 브런치 글을 보고 좋은 양식을 발견했다. 몇 가지를 더하고 고쳤는데 기본 골자는 비슷하다.

1. 좋았던 일. 잘한 일. 특별한 일.
2. 안 좋았던 일. 반성하는 일.
3. 간단한 책 소감
4. 내일의 다짐

긍정과 부정(반성)을 함께 생각해서 내일의 내가 어떤 다짐으로 살아갈지 말한다. 이게 바로 헤겔이 말한 정반합인가요?(개드립) 그날 읽은 책에 대해 간단히 쓰는 칸도 만들었다. 짧지만 하루를 돌아보는 데 아주 유용한 양식이다.

4.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건강이다. 저번달까지 한약을 잔뜩 먹고 식단조절을 잘해 10키로가 쏙 빠지더니 이제 답보상태다. 입에 한약을 안 댄지도 오래됐고 식단은 개뿔, 밀가루 음식이 나오든 짜고 매운 국물 요리가 나오든 일단 다 먹는다. 밥 양은 줄였지만 반찬 등이 그대로여서 아무 효과가 없는 것 같다. 미용이 아니라 건강을 위해 다이어트를 해야 했다. 식단만 쳐다보는 것보다 운동이 함께여야 의미가 있지 않을까.
전에 하던 크로스핏은, 이제와서 하기에 너무 거칠고 힘든 운동이다. 권투는 맞는 게 무섭다. 농구 동호회에 들어가 활동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역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건 귀찮단 말이지. 결국 회사 체육관에서 가볍게 뛰기로 했다. 오늘 15분 동안 겨우 2km를 달려놓고 무릎과 발목이 아프다고 징징대니 기분이 안 좋다. 운동도 오랫동안 안했고 체중도 한참 불어서 무리하지 않고 하루에 1km씩이라도 달리자고 마음먹었다.

5. 아, 진짜 마지막. 핸드폰 시계를 10분 앞당겼다. 워낙 늦게늦게를 몸에 달고 사는 게으름뱅이라 시계로 뇌를 속이려는 속임수를 썼다. 간단한 속임수라서 침대에서 알람을 들을 때면 시간을 10분 당긴 걸 알고 10분만 더…를 외친다. 실제로 10분 여유는 생기니까. 10분이 주는 여유가 될지, 아니면 게으름이 될지 알 수 없다. 겨우 사흘 됐지만 슬슬 적응이 된다. 퇴근 시간이 10분 늦어지는 기분이 드는 걸 빼면 말이다.

6. 더 좋은 나, 더 나은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끝없는 고민이 진짜 자기계발이 아닐까 생각한다. 단지 할일 체크리스트를 비우기 위한 일이 아닌 실천을 함으로써 오늘의 나는 어제보다 한 발 더 나아간다. 이런 내가 조금은 좋아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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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2-18 16: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를 읽으면서 책장에 꽂힌 책들을 전부 다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점점 나이가 들수록 책 읽고 글 쓰는 시간이 부족해질 겁니다.

양손잡이 2017-02-18 19:25   좋아요 0 | URL
저는 그게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제게 책이란 삶의 이정표와 자기계발인 동시에 허영심이기도 하거든요...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마음대로 안 되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