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 내가 쓴 글, 내가 다듬는 법
김정선 지음 / 유유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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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덕의 우리말 바로 쓰기> 이후로 4년 만에 보는 교정에 관한 책이다. 그동안 읽은 글쓰기 책이 기본에 바탕하거나 특정 장르의 기술을 말했다면,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는 글쓰기 기술을 알려준다. 다만, 이 책은 초벌이 아닌 재벌을 위한 책이다. 다 쓴 글을 하나하나 공들여 교정하는 작업을 다루기 때문이다.

저자는 20여 년 동안 교정일을 보면서 수많은 글을 고쳐왔다. 유유 출판사에서 책을 세 권 냈는데, 첫 작인 <동사의 맛>으로 차차 유명세를 타더니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는 출판사의 대표작이 되었다고 한다. 시립 도서관에 갈 때마다 항상 대출 중일 정도다.

책은 두 개의 내용으로 진행된다. 첫 번째는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라는 메일이 오면서 시작한다. 보낸 이는 ‘이 책의 저자 김정선’이 교정 작업을 한 책의 저자인 함인주다. 함인주는 문장을 다듬어주어 고맙고 혹시 그 기준이 무엇인지 알려줄 수 있는지를 묻는다. 여러 통의 메일이 오고 가면서 교정자와 작가는 올바른 문장은 무엇인지 의견을 나눈다.

두 번째는 교정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는 흔히 잘못 쓰이는 문장의 예시를 들면서 문장을 어떻게 고치는지 보여준다. 목차의 첫 교정은 ‘적의를 보이는 것들’이다. 문장에 끼인 ‘적, 의, 것, 들’을 빼고서도 충분히 글이 자연스러운지 여러 예문을 말한다. 뒤이어 ‘있다’, ‘-에 대한’, ‘보이는’, ‘로부터’, 잘못 쓰이는 사동형 피동형 동사, 무분별하게 등장하는 지시 대명사 등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쓰는 단어를 콕 집어 거침없이 고친다.

읽는 이마다 흥미를 느끼는 부분이 다르겠지만 나는 실질적으로 교정 기술을 보여주는 부분이 더 좋았다. 서로 주고받는 메일과 저자 개인의 이야기는 그 안에 함축적인 ‘무언가’를 담은 것이 분명했지만 통찰력이 부족한 나로서는 그것을 읽어내지 못했다. 반면에 저자가 말하는 교정의 예시는 내 글쓰기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에 더 절절히 다가왔다. 예전에 이런 부류의 책을 읽었다면 예문은 다 뛰어넘고 교정 기술만 봤을 테지만 이번에는 예문 하나하나를 저자와 함께 고쳐가며 그의 지식을 흡수하려고 노력했다.

글쓰기에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지는 이라면 글을 깔끔하고 간결하게 쓰기 위해 여러 노력을 했을 것이다. 사실 ‘적의를 보이는 것들’ 정도는 난이도가 낮은 편이다. 앞서 언급한 ‘있다’와 과도한 피동형, 한국어에 그다지 필요 없는 복수형(들)도 마찬가지다. 조금 깊게 들어가면 주격 조사 ‘이, 가’와 보조사 ‘은, 는’, ‘에’와’에는’, ‘에’와 ‘에게’를 구분하여 사용해 문장의 분위기가 어떻게 바뀌는지 보여준다.

그렇다고 이 책이 문장을 무조건 고치고 간략하게 바꾸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심지어 외국어에서 빌려 온 듯한 문구도 우리말 표현을 풍성하게 해준다면 괜찮다고 말한다. 다만 귀찮고 편하다는 이유로 고민 없이 머리에 박힌 습관의 언어로 글을 쓰지 말자고 한다. 지적으로 보이는 문장이어도 표현을 더 정확히 하려고 고민하지 않는 것은 게으름을 그대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아예 쓰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습관처럼 반복해서 사용하는 일은 피해야겠다.

문법책처럼 난해하지 않고 예시의 수준도 적당하다. 글쓰기를 좋아하고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이에게 안성맞춤인 책이다. 가볍게 읽을 요량으로 전자책으로 읽었는데 종이책을 다시 주문해야겠다. 옆에 두고 시간 날 때마다 들춰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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