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모를 것이다 - 그토록 보잘것없는 순간들을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정태규 지음, 김덕기 그림 / 마음서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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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일은 고마운 일이다.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꺼내어 이야기해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나 고통과 어려움 속의 지난 삶들을 말이다. 드러내놓고 싶은 것들만 있지 감추고 싶은 것들을 용기 내어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소설가이자 전직 교사인 정태규는 루게릭병으로 7년째 투병 중이다. 정태규는 <당신은 모를 것이다>를 통해 자신의 삶에 순응하며 그가 거쳐온 인생 이야기와 앞으로 다가올 이야기를 풀어간다. 


"마지막 하나 남은 김밥을 삼켰다. 난 이제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나의 삶은 계속될 것이다. 단지 이전과는 다른 질서 속에서 살게 되는 것일 뿐"-47쪽 중


그가 남긴 맑고 맑은 이야기가 책 속 가득하다. 그가 쓴 단편 소설도 한 묶음으로 들어가 있다. 자연에 대해서, 사람에 대해서 소소하게 바라는 것들은 어찌 보면 우리가 언제나 마음만 먹으면 되는 일이다. 그런 일을 할 수 있을 때 하지 못하고 있는데 어떤 이는 그토록 간절히 바라는 일이다. 건강했던 삶이 어느 순간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을 때 그 절망감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직접 겪어보지 않고서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오늘도 아파트 광장에서 스모그로 뿌옇게 된 도시의 밤 하늘을 올려다보며 사람들이 모두 다 별을 바라보는 여유를 가졌으면, 그리하여 저 무한한 우주를 느끼고 겸손을 배워 저 우주처럼 넓은 가슴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부질 없이 가져본다."-229쪽 중


스모그 낀 하늘을 보며 투덜거렸지, 여유를 가질 틈이 있었나. 전투적인 삶을 살아가면서 하늘을 바라보는 일이 얼마나 될까. 그렇지만 저자 정태규는 우리의 삶이 좀 더 여유로워지길 바란다. 자신의 글과 소설이 세상 사람들에게 영혼의 힘이 되길 바라고 아름다운 힘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겠다고 다짐한다. 


"내 삶의 앞에 지난한 투병의 길이 놓여 있음을 안다. 나는 그 길을 담담하게 걸어갈 생각이다. 생각해보면 지금까지의 삶은 함박꽃밭의 한바탕 축제였는지도 모른다. 축제 후엔 고된 노동이 기다리고 있음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수고로움이 삶의 또 다른 가치를 만드는 것처럼, 내 투병의 삶도 가치 있어지기를 바란다."-272쪽 중


새 한 마리가 되고 싶다는 그의 소원, 어떻게 그의 소원이 이루어지길 바라야 할지 아니면 그냥 미완으로 남겨두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에게 새는 어떤 의미일까.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저 새가 되고 싶다는 것은... 오늘 내게 주어진 삶에 대해 조금 더 감사한 마음을 갖게 하고, 함께 살아가는 이웃에게 한 번 더 따뜻한 미소를 던져주고 싶은 이야기들은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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