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에이미와 이저벨>을 읽기 전.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세계관은 셜리 폴스, 크로스비, 뉴욕 이렇게 세 곳에서 펼쳐진다. 이 중 뉴욕을 제외한 두 도시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고향인 메인 주에 있는 가상 도시다. (구글 지도에서 크로스비 나만 찾아본 거 아니죠?!) 


올리브 키터리지가 크로스비에 살고 루시 바턴은 셜리 폴스 출신이지만 뉴욕에 산다. 셜리 폴스와 크로스비는 (가상이지만) 둘 다 메인 주에 있어서 셜리 폴스에 사는 사람들 중 크로스비로 이사 가서 사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예를 들어 밥 버지스처럼. 셜리폴스 >뉴욕 > 크로스비. 그리고 크로스비로 들어가는 순간 크게든 작게든 올리브 키터리지와 엮인다. 그러다 보니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등장인물들은 기본적으로 루시 바턴 아니면 올리브 키터리지의 주변인물들이다. 


따라서, 이렇게 루시 바턴의 이야기를 따라가거나,










이렇게 올리브 키터리지를 따라가면 된다. 물론 순서 상관 없이 그냥 읽어도 무관하겠지만 그래도. <에이미와 이저벨>을 아직 읽지 않아서 위치를 잘 모르겠는데, 이저벨이 <다시, 올리브>에서 올리브 키터리지가 실버타운에서 사귄 친구인 것을 감안해 <다시, 올리브> 이전에 읽으면 좋을 것 같다. 게다가 <다시, 올리브>가 작가의 가장 최신작인 만큼 <버지스 형제>나 <에이미와 이저벨>의 속편 같은 단편들이 나온다. 









흠... 그런데 쓰고 보니 그냥 작가가 쓴 순서대로 읽으면 될 것 같은 생각도 드네요. 아무튼 <다시, 올리브>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모든 소설들의 끝에 읽는 것을 추천. 나 순서 강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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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3-21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미 <다시, 올리브>를 읽어버린.... ㅠ.ㅠ 구글지도에서 크로스비가 어딘지 찾아 헤맨 사람 저요 하고 번쩍 손듭니다. 반가워서요. 크로스비가 없어서 슬퍼하면서 그 주변 비슷해보이는 곳을 다 샅샅히 뒤졌다지요. ㅎㅎ
이미 읽은 올리브 말고 나머지 작품들은 순서대로 읽어보겠습니다. ^^

Joule 2022-03-21 14:41   좋아요 0 | URL
그런데 또 거꾸로 읽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아요. 스타워즈처럼요. 스타워즈도 (제대로 본 적은 없지만) 풀어야 할 이야기 어느 정도 풀고 나서는 막 과거로 회귀하잖아요. 프리퀄이라고. 그런 식으로 거꾸로 읽는 재미도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저 모든 이야기들 중에서 <다시, 올리브>의 ‘엄마 없는 아이‘를 정말 좋아해요!

<다시, 올리브> 읽고 나서, <버지스 형제>나 <에이미와 이저벨>을 읽으면 이야기가 연결되어서 재미있을
것 같아요. 아... 그 전에 이런 내력이 있었구나 하면서.

하지만 <루시 바턴> 하고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확실히 순서를 지켜야 재미있을 것 같고요.
 

지금 근무하고 있는 부서는 업무가 비교적 할랑한 편이어서 시간이 비는 틈틈이 책을 읽을 수 있다. 손님들이 요구하는 업무는 단순하고 그 업무를 처리하고 나면 빈 시간이 제법 난다. 그렇게 5권짜리 <레미제라블>을 읽었고, 벽돌 규격이지만 술술 읽히는 월터 아이작슨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읽었고, 읽었고 읽었다.


지금은 오랫동안 읽고 싶었으나 발번역 때문에 미루고 있다 새로 번역된 <생각에 관한 생각>과 친애하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Oh, William>을 읽고 있다. <오, 윌리엄>은 카피라이트가 2021인 걸로 보아 아직 번역되지 않은 듯하여 부득이 영어 원서를 붙잡고 있다. <버지스 형제>처럼 <내 이름은 루시 바턴>의 세계관에 속한 책이다. 화자가 루시이고, 루시의 첫 번째 남편 윌리엄에 대한 이야기. 따라서 윌리엄을 읽으려면 루시 바턴을 먼저 읽는 게 순서에 맞고 자연스럽다.


아침에 조금 일찍 출근 준비가 끝나 가까이 놓여 있던 <오, 윌리엄>을 펼쳐 들었다가 아니나다를까 순식간에 빨려들어가서 회사에까지 들고와버리는 바람에 나는 지금 딜레마에 빠졌다. 비는 내리고 마침 손님은 적어서 책을 읽으려는데, 뭘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 <생각에 관한 생각>도 읽고 싶고, <오,윌리엄>도 읽고 싶고, 동시에 둘 다 읽고 싶다. 어쩌지. 


한쪽 주장만 들은 참가자는 양쪽 주장을 다 들은 참가자보다 판단에 더 확신을 가졌다. 이런 확신은 이용 가능한 정보로 자기가 직접 구성한 이야기가 논리적으로 일관되다고 느낄 때 나온다. 그럴듯한 이야기를 지어낼 때 중요한 것은 정보의 일관성이지, 정보의 완성도가 아니다. ... 증거의 양이나 질은 주관적 확신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내 믿음에 대한 확신은 대개 눈에 보이는 정보가 아주 적을지라도 그것으로 얼마나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느냐에 달렸다.   



 

Grief is such a--oh, it is such a solitary thing; this is the terror of it, I think. It is like sliding down the outside of a really long glass building while nobody sees you. 

슬픔은 너무나 혼자만의 일이다. 그래서 두려운 것 같다. 아무도 못 보는 사이에 높은 빌딩 유리창 밖으로 나 혼자 미끄러져 떨어지는 것처럼.

   

 


이럴 때 필요한 게 원칙. 생각에 관한 생각은 회사(에서 읽기로 한) 책이고 윌리엄은 집(에서 읽어야지 마음먹은) 책이니까, 지금은 일단 생각 생각을 읽는 게 맞다. 고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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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2-04-10 0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시에 둘 다 읽고 싶은데 어쩌지. 너무나 행복한 고민♡ <오, 윌리엄>은 Joule님께서 얼른 번역해주셔야 평민(저입니다;)이 은총을 누리겠는데요ㅜㅜ
 

어제는 너무 슬퍼서 너무 슬플 것 같은 영화를 보았다. 노웨어 스페셜. 그런데 예상보다 더 슬퍼서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심지어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하며 영화 장면을 떠올리기만 했는데도 눈물이 뚝뚝 콧물이 줄줄 흘렀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죽음을 앞둔 미혼부가 어린 아들을 맡길 가정을 찾는다. 그런데 아빠도 아들도 울고 부둥켜 안거나 뭐 그런 신파적인 장면은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가 더 슬프다. 막 가슴이 미어진다. 죽음에 관한 매우 훌륭한 영화 <스틸 라이프> 그 감독 작품이라던데,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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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2-04-10 0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그렇게 슬프셨던걸까요.Joule님ㅠㅠ 영화는, 줄거리만으로도 너무 슬프네요. 저는 못 볼 것 같아요. 언젠가부터 감정이입되는게 너무 힘들어서 영화를 잘 못 보게 되었어요ㅜㅜ;;;

Joule 2022-04-10 11:02   좋아요 0 | URL
사실 저 엄청 잘 울어요. 저 어렸을 때 별명이 울보(그것도 엄마가 지어준). 저희 엄마가 말하길. 저 년은 욕만 해도 운다고 ㅋㅋㅋ
특히 죽음은 저의 눈물 버튼이라서 누가 죽을 것 같으면 울어요.

너무 슬프니까 달밤 님은 보지 마요. 울면 힘들잖아요.
 

"어떡하면 좋지, 밥? 나는 이제 가족이 없어."

"형은 가족이 있어." 밥이 말했다. "형을 미워하는 아내가 있잖아. 형한테 잔뜩 화가 난 자식들도 있고. 형을 돌아버리게 만드는 동생들도 있고. 머저리같이 굴었지만 지금은 그렇게 머저리가 아닌 조카도 있고. 그런 게 가족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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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3-11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저 대화 역시 스트라우트여사!
갑자기 버지스 형제를 빨리 읽어야겟다는 생각이 확 드는 강렬한 밑줄입니다. ^^

Joule 2022-03-14 13:38   좋아요 0 | URL
바람돌이 님도 스트라우트 중독자시군요.
 
어서 오세요, 고양이 식당에
이용한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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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의 고양이 책은 이것만 읽으면 된다. 다른 책은 구성이 좀... 별로. 아는 사람들에게 가벼운 마음으로 선물하고 싶은 책. 고양이와 친해지려면 오랜 시간에 걸쳐 맛있는 것을 많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같이 시간을 보내야(빈둥거려야) 한다. 한 마디로 백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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