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역사를 만들다 - 예술이 보여주는 역사의 위대한 순간들 전원경의 예술 3부작
전원경 지음 / 시공아트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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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이익은 바로 '치유와 자유'에 있을 것이다.삶에는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슬픔과 고통이 분명히 있다.우리의 생명은 유한하고 그 유한한 삶에서 우리는 소중한 이를 잃거나 타인에 의해 고통을 받으며,때로는 가장 가까운 가족이나 벗이 주는 배신감으로 번민한다.뛰어난 예술 작품은 바로 그러한 우리의 마음을 고요히 안아 주며 감동을 통해 슬픔에서 벗어나 삶의 기쁨으로 접근하도록 도와준다." 《20세기 초의 예술 : 1913년,위대한 마지막 1년》 p591∼592

 

 나는 문화생활을 제대로 못하는 편이지만 관심과 애정은 풍선보다 더 부풀어 있다.고작 책을 읽고 서평을 올리는 일이 문화생활의 편린이고 전부다.독서라는 것도 주어진 시간 가운데 최대한의 노력 투자를 하는 편인데 내 자신의 고독과 불안의 정서를 조금이나마 달래 주고 일종의 '휴식처'로 자인하고 있다.나아가 독서라는 행위를 떠나 더 폭넓은 인생의 향연을 누리고자 하는 마음이 없지 않다.그것은 독서의 행위에서 고독과 불안을 나름 불식시킬 수 있었듯 음악과 미술과 같은 예술 영역에서는 해당 예술가의 삶의 족적과 한 시기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알아차리게 된다.

 

 예술가들의 삶은 순수한 예술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소리없이 기구한 세월을 살아왔을 것이다.때로는 당대의 사상과 이념에 억눌려 세상에 소리를 칠 수가 없어 붓터치로 대신했을 것으로 생각도 든다.지금이야 예술의 사조가 분방하고 다양해져 뭐라 꼬집어 말하기가 어렵지만 지난 역사 속에선 예술가들의 삶이 시대의 이념과 사상과 맞물리기도 하고,어긋난 형태로 발현되었던 경우도 부지기수다.음악,미술과 같은 예술가들의 삶을 통해 역사는 어떻게 흘러왔는가를 되짚어 보는 시간은 예술을 사랑하는 내게는 유의미하기만 하다.

 

 음악,미술과 같은 대중예술과 관련한 공연,전시회,도서,음반,영화 등은 간접적인 체험을 얼마든지 할 수가 있다.조금만 관심을 예술쪽으로 돌려 메마른 감성과 영혼을 촉촉히 적셔 주어야 건조한 삶의 성장동력이 되지 않을까 한다.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음악가의 음반을 취향에 맞게 청취하고,미적 감각을 넓히기 위해서는 직접 전시회 등을 찾아 다니면서 그 세계에 대한 안목을 넓혀 나가야 한다.나아가,공연,영화 등도 다양하게 체험하되 자신의 색깔에 맞는 것들을 찾아 전문가적인 지식과 안목을 쌓아 나가는 것이 의미있는 시간이 될 것으로 본다.모든 것이 그러하듯 예술의 세계 역시 먼저 작품에 대해 눈으로 읽고 이해하고 감상하는 과정을 반복해 나가야 한다.그것은 작품의 탄생 배경이나 작품의 주제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예술 세계에 대해 일천(一淺)한 내게 예술이 만든 역사의 세계를 접할 수 있게 되어 매우 다행스러웠다.현대인 거의가 돈과 물질,출세지향주의에 매몰되어 있고,사회 구성원의 양극화,소득의 불균형 현상이 증가 추세에 있는 만큼 개개인의 감성과 영혼은 더욱 메말라 있지 않을까 한다.머나 먼 기원전의 에술 세계에서 21세기 현대 사회에 이르는 예술 세계는 천양지차의 간극을 뚜렷이 보이고 있다.왕과 황제의 이념과 사상이 바로 예술 세계에 이입되었던 어두웠던 시대에서 르네상스 시기,산업화 혁명을 거치면서 예술 세계(음악,미술)는 각종 사조의 탄생을 보여 왔다.음악,미술이라는 거대 영역 속에도 또 다른 유파,사조가 파생되어 복잡다단하기만 하다.

 

 전원경 저자에 의해 쓰여진 《예술,역사를 만들다》고대 이집트부터 제2차 세계대전까지 연대기 순으로 배열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예술은 역사를 만들었든 역사가 예술을 만들었든 이 도서 속에는 다양한 예술 작품들이 소개되고 있다.건축물,조각품,회화,(불후의)음반 등을 간접 체험하면서 놀라움과 탄성을 금치 못한다.두뇌와 손,영감,창조력 등이 배합되어 탄생했을 각종 예술 작품들은 말그대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녹슬지 않도록 잘 다듬어 멋진 마감을 했으리라.예술의 역사도 탄탄대로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직전 즉 천재들의 폭발적인 활동을 보였던 1913년까지의 예술 세계는 조화롭고 이성적이면서 대담한 예술가들의 성취를 맛볼 수가 없게 되었다.세계 1,2차 세계대전이라는 대전쟁은 예술의 방향을 바꿔 놓고 말았다.예술가 개인의 관념과 철학이 중시되던 가운데 양차 전쟁을 치르면서 예술 세계는 파괴적 내지 부조리한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예술이 대중을 떠난 자리에는 재즈,영화,뮤지컬,텔레비전과 같은 대중예술이 깊이 침투하고 있다.또한 이제는 하나의 사조나 양식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게 되어 버렸다.게다가 현대 사회의 불안과 위기감이 반영된 작품들은 미와 조화를 찾기가 어려운 분위기다.결국 예술과 대중이 유리되어 가는 것이 현대 예술의 모순된 양상으로 보인다.

 

 시대별,사조별,양식별 예술 작품들을 일목요연하고 세세하게 22가지의 이야기를 들려 주고 있다.고대 그리스.로마 예술 세계와 이집트,그리고 서구 유럽의 작품들을 시대별,사조별,양식별로 잘 정리해 놓았다.또 하나 이번 도서를 기회로 서양사의 커다란 갈래를 학습할 수 있었던 점을 빼놓을 수 없다.예술 작품 하나 하나가 이보다 더 정밀하고 섬세할 수는 없다는 것을 격감동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음악,미술이라는 예술이 역사를 창출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가 없다.예술 세계와 관련한 정치,종교,철학,사회상,예술가의 내면 심리 등도 간과할 수 없다.역사학자 자크 바전이 말한 것처럼 "예술 작품은 당대 정신의 모자이크"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가슴에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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