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아줌마들의 사이트'에서, 누군가 그런 걸 물어봤다. 언제 아줌마가 다 됐다고 느끼세요? 대답은 그랬다. 세일에 환장할 때, 몸매가 푹푹 퍼질 때, 지하철에서 자리를 찾아 두리번거릴 때... 그러니까, 뻔한 '아줌마'에 대한 답변이었다. 나는 경비 아저씨가 뒤에서 아줌마라고 부르자 뒤돌아봤을 때라든가, 음식물 쓰레기를 걱정할 때... 를 떠올렸다. 역시나 나도 그냥 뻔한 '아줌마'에 대한 생각이었다. 그런데, 누가 이런 답변을 달아놨다.
나를 둘러싸고 있던 얼음이 녹는 것을 느낄때요.
자존심 때문에 이익을 훼손하지 않고, 어르신들에게 싹싹할 때
아줌마라서 다행이라고 느낍니다.
나는 그 말을 적어놨다. 요새 나는 책보다 세상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학교가 아닌 사람에게서 더 풍부한 지혜를 얻는다.
얼마 전 서점에 나가서 이 책을 사왔다. 나는 모든 책을 거의 알라딘에서만 산다. 그것도 5만원어치씩 끊어서 산다(왜 그러는지는 선수끼리니까 다 알 것이다) 아마도 알라딘에서는 이 책을 무료배송해 줄 것이다. 나는 편하게 집에서 책을 받고, 적립금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왜 그랬냐면, 내가 좋아하는 어떤 아줌마가 들려준 이야기 때문이다(요새 그 사이트에 푹 빠졌다) 어떤 물건을 하나 살 때, 가격이 얼마나 싼가를 살피기 보다는 그 물건이 내게 올 때까지의 에너지가 얼마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그게 옳은 소비라고. 그렇게 생각하면, 이 책을 주문하고- 출고하고- 택배 아저씨가 우리집까지 달려오시고- 하는 일련의 과정들보다는, 내가 사서 가방에 담아오는 게 훨씬 절약된다. 얼마의 적립금보다 그게 더 가치롭다. 알라딘에서는 별로 좋아할 발상이 아니겠지만... 저는 여전히 당신의 충성 고객이며 영원한 노예니까 가끔은 봐주세요...뿌잉뿌잉;
요즘 이런 책들을 읽고 있다.
올해는 미처 몰랐던 것,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 신경쓰지 못한 부분들에 마음을 쓰기로 했다. 평소 읽지 않던 책도 읽는다. 요새 나의 화두는 환경, 절약, 소비, 그런 것들이다.
살림을 하면서 가장 놀란 건 내가 쓰레기 제조기라는 사실이었다. 우리 아파트는 일주일에 한번 분리수거를 하는데, 한주만 넘겨도 쓰레기통이 차고 넘친다. 가장 끔찍한 건 비닐 쓰레기가 어마무지하다는 거다. 꽉 차고, 꽉 차서, 막 기어나온다. 이걸 어떡하지? 내가 이렇게 살아도 될까, 정말?
'노임팩트맨' 은, 뉴욕 한복판에서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고 살아남기 1년 프로젝트를 실행한 한 사람의 이야기다. 심지어 그는 쓰레기를 만들지도 않는다.
...인생은 보잘 것 없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우리는 모두 그저 '사랑스러운 손님'일 뿐이다. 이렇게 값진 인생인데, 대수롭지 않은 것에 인생을- 그리고 우리 별의 자원을- 낭비하는 성향이 우리에게 공통적으로 내재되어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나는 대단한 신념이 있지도 않고, 야무진 사람도 못되며, 사실 큰 자신도 없다. 하지만 이미 너무 많은 쓰레기를 만들었고 만들면서 살고 있다는 걸 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이대로 살아도 되는지를 고민하는 중이다. 요새 나는 덜렁대는 신랑에게 불 끄고 수도꼭지 잠그라는 잔소리가 폭풍 늘었고, 보일러와 전기 스윗치를 딱딱 내리고, 집에서도 내복을 입으며, 종이 한장을 쓸 때마다 심사숙고한다. 내가 이런다고 별로 달라지진 않겠지만,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
그렇게 사 온 김숨의 책은 침대맡에 두고 밤마다 조금씩 읽어나간다. 손이 시리니까 따뜻한 차를 타서, 절약형 스탠드를 켜고, 두꺼운 솜이불 안에서. 그러면 내가 사는 별이 얼마나 좋은 곳인가를 새삼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 별이 더 오래 존재했으면 좋겠다고 기원한다. 내 아이가, 우리의 아이들이, 나보다 더 많이 살아야 하는 곳이니까.
언제 아줌마가 되었다고 느끼세요? 라고 누가 물으면, 전에는 미처 몰랐거나 알려고 하지 않은 세상의 어떤 연약한 부분들을 짚고 넘어갈 때라고 답하겠다.
나는 근사한 아줌마가 되고 싶다. 이게 내 새로운 새해 목표다. 오늘이 5일이니까 작심삼일은 넘겼다. 최소한의 소비, 최대한의 절제. 이 별에 사랑스러운 손님으로 찾아와 있는 동안만큼은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지. 절대로 내가 플라타너스 한 그루 정도의 가치는 못하겠지만, 그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