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토요일은 별일이 없으면 영화를 보는 날이다.
영화관엘 가지 않으면 구워온 CD를 이용해서 가족이 모여앉아 우리나라영화나 아이들의 만화영화를 보여주곤 한다. 이번주에는 어린시절의 추억을 곱씹어 보기위해 "아이스께끼"를 봤다. 영화가 끝난 후에는 자주 가는 단골집에서 대구뽈찜으로 외식을 했다. 모처럼만에 가족과 어울려서 재미있는 한주를 보낸 것 같아 왠지 뿌듯한 주말이었던 것 같다.
이 영화에는 내가 어릴 때 보고, 겪었던 일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어서 더욱 좋았다.
그래서 더 흥미롭고 재미있게 볼 수 있었고, 영화가 끝난 후 각종 물건이라든가 용어에 궁금해 하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옛날 어린 시절에 있었던 일들을 가미해 가면서 이야기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아이스께~~~끼!
사랑마당에서 들려 오는 아이스께끼 장수의 구수한 목청에 대청마루에서 아이들과 놀다가 아님 공부를 한답시고 앉았다가 검정고무신을 끌고, 집안 곳곳을 뒤져 찌그러진 양재기, 냄비 또는 비료포대(그때는 요새 우편물 포장지로 쓰이는 포장지가 재질)를 찾아서 아이스께끼를 사먹던 일들이 고스란히 생각났다.
멀쩡한 양재기를 찌그러뜨리고, 닭모이 주는 그릇이나 어쩌다가 고추 딸 때 쓰려고 광(곳간) 깊숙이 간직한 비닐로 된 비료포대를 훔치다 시피(?)하여 아이스께끼로 바꿔 먹고는 저녁에 어른들께 멀쩡한 것을 갔다가 팔았다고 뒤지게 혼나던 일들이 이젠 아련한 추억거리가 되고 영화의 소재가 되어 다시 돌아올 줄이야!
아이스께끼 장사가 동네를 한판 돌고 나가면 리어카에 온갖 고물들로 가득했고, 언덕길을 혼자 올라갈 수 없어서 그것을 지키고 있다고 밀어주면 고맙다고, 아이스께끼통(얼음으로 채워서 아이스께끼를 녹지 않게 함)을 열어 다 녹아 가는 것을 공짜로 얻어먹고는 즐거워 했었던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절로 나온다. 그때는 왜 그리 돈도 없었는 지..........
이 영화에는 아이스께끼 외에 세발 자동차라든지 집에서 머슴아저씨가 소나무로 바퀴를 만들고 송판쪼가리를 대고, 앞에 세끼를 꼬아 줄로 끌 수 있도록 한 구루마(요즘 유모차 ?), 소달구지 그리고 검정고무신, 어릴 때 그렇게 먹고 싶어했던 삶은 달걀, 기계충으로 인해 머리가 조금씩 빵구 난 국민학생들의 헤어스타일 등. 어릴 때의 물건들을 고스란히 옮겨 놓았고, 또 그곳에 친구들이 있었다.
스토리야 어떻든 간에 눈물샘을 적당히 자극하고, 사람 살아가는 요소를 가미시켜 놓음으로써 관객들과 영화 속의 배경에 동화되어 호흡할 수 있으면 성공한 영화가 아닐 까 한다. 이 영화가 바로 그런 영화인 듯 하다. 60년대 후반을 유아기로 보내고 70년대를 아동기로 보낸 나에게 있어서는 더 할 나위없이 공감가는 것이 많은 영화였다.
그리고, 우리아이들에게 아빠의 어린 시절을 말로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적인 상황과 거리, 물건, 그 때 아이들의 모습, 놀이문화 등을 시각적으로 확인시켜 주면서 이야기 할 수 있어서 더 없이 좋았던 영화였다.
여기에 오랜만에(처음인가) 영화에 출연한 예쁜 마음씨의 신애라와 능청스럽게 연기를 잘 하는 박지빈군! 어쩌면 그렇게 전라도 사투리를 실감나게 할 수 있을 까?
아빠(아부지-이재룡 특별출연분, 정말 엔딩부분에서만 잠깐 나옴)없이 자라면서 아빠가 서울에 있는 것을 알고 서울차비를 마련하기 위해 엄마 몰래 아이스께끼통을 들고 장사를 하는 국민학교 3학년 영래(박지빈 분)와 억척스럽게 화장품 외판원을 하면서 미혼모로 아들을 키우고 아들을 통해 위안을 받으며 동 시대를 꿋꿋하게 살 수 밖에 없는 영래엄마(신애라 분)! 이런 가운데 벌어지는 에피소드는 관객들의 눈물샘과 애환 그리고 웃음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던 영화였다.
"아이스 께에~~~~끼!"
"서울말은 배우기 쉽당게!"
"어찌하믄 되는 디?"
긍게 끝에다가 ~니 자만 붙이면 되야"
"밥 묵어능가?" 대신에 "밥 묵었니?"
"하하하 일클롬 혀면 서울말이 된당 게로"
"아이스께끼 겁나게 재미있어븡게 마니마니들 보시요잉!
알 것 째라!
아따 으째 대답이 읍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