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병의 비밀 - 초등4~중3 학부모와 교사를 위한 '요즘 사춘기' 설명서
김현수 지음 / 덴스토리(Denstory)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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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정신과 전문의 김현수 선생님이 쓰신 책. 사춘기 아이들이 겪는 어려움, 그들의 진심을 부모들에게 들려준다. '헛똑똑이 부모들', 정말 자녀들에게 잘 하고 있는게 맞나요? 뜨끔하다. 총 7장,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강의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춘기, 중학생이 되면 아이들은 변모하는 신체, 내면의 변화들로 위축됩니다. 본인이 본인에게 낯설게 되는 거지요. 그런 위축과 어색함, 낯섦에 대해 아이들의 방어기제는 침묵, 반항 등 다양합니다. 이런 방어의 갑옷을 풀기 위해 필요한 것은 격려입니다." (pp69-70)

술술 읽힌다. 다 내 얘기, 내 주변 얘기라. 서로 싸우다 니가 미쳤나 내가 미쳤나 보자면서 병원을 찾아온 부자 이야기, 병원에 상담와서는 선생님께 본인이 선정한 야동 베스트 50선을 권하던 학생 이야기에 빵 터졌다.

중2병이란 말은 1999년 일본 라디오 프로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한다. (이런 깨알 정보까지.) 중2병 체크리스트도 수록되어 있다. 중2병 증상은 아이들이 자의식을 발달시키는 과정 + 불안과 외로움을 감추기 위한 허세 비슷한 거다. 사람들과 부대낄 기회가 줄어든 요즘 아이들은 따뜻한 관계를 더 많이 필요로 하지만, 집에서는 부모의 잔소리에 숨이 막히고 학교에서는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 때문에 주눅이 들어 존재감을 잃어버린다.

부모는 아이를 잘 안다고 잘 키우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이와 정서적 관계를 맺고 있는지, 아이 이야기를 듣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어떤 대화를 하고 있는가? 격려하고, 응원하고, 노력하면 더 좋아질 거라는 자신감을 주어야 한다. 강요와 금지는 역효과다. '무엇을 말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말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금지하면 더 하고 이해하면 조절한다. " (p133) 금지냐, 이해냐가 중2병의 본질 중 한 단면이라 한다.

"아이는 애정을 자라지 규칙으로 자라지 않는다는 것, 금기에 의해 도덕성이 육성되지 않는다는 것, 아이가 지킬 수 있는 약속을 하라는 것" (p146) 을 기억하자.

부모도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 뭔지, 뭐가 동기가 될 수 있는지. 이제 세상이 변했다. 요즘 사람들은 부장님이 '수고했어. 밥사줄게' 라고 하면 안 고마워하고, '수고했어. 빨리 퇴근하자' 이래야지 고마워한다. 아이들은 우리와 20-30년 차이 나는 완전히 다른 세대다. 아래는 세대 차이를 정리한 표다.

 

 

 

 『중2병의 비밀』 중, p169

이제 부모와 자식 사이에 '존중의 거리'를 둘 시간이다. 불만 많고 퉁명스러워진 아이에게 섭섭함을 느끼는가? 자의식과 비평적 눈이 띄이면서 사춘기 아이는 부모에 대한 환상을 깨고 다른 모델을 찾아 움직인다. 부모에게 도덕의 잣대를 들이대는 건 부모에게 싸우자는게 아니라 자신과 싸우고 있는 것이다.

아이는 지금 어른이 되는 중이다. 과잉 보호는 아이의 성장을 막는다. "아이를 혼자 있게 두지 않고 아이의 기분도 지정해 주고 아이의 마음도 좌지우지하려는 부모"(p188)가 되지 말자. 좋은 코치로 바뀌어 격려와 응원을 하는 부모가 현명한 부모다. 단, 항상 아이를 주시하고 보호해야 함을 잊지 말자. 예를 들어 인터넷 게임, 팬덤 같은 것에 빠져 있으면 외로운 것임을 알아차리자. 아이들이 허전한 마음을 달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교우 관계를 존중하고, 단짝 친구가 필요함을 기억하자. 미국 정신과 의사 설리번은 학교 때의 친구 관계가 모든 친구 관계의 원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 했다. 단짝 관계는 "타인의 눈을 통해 스스로를 보고", "진실한 친밀감을 경험하는 최초의 기회를 부여한다." (p199)

성교육과 사춘기의 뇌에 관해서도 설명한다. 요즘은 마음만 먹으면 성적 자극을 너무나 쉽게 접할 수 있다. 실제로 한국은 성적으로 자유로운 국가다. 성인 외도율, 청소년 음란물 시청률도 높고 성폭력, 성범죄도 증가 추세라 한다. 자극을 잘 다루는 훈련이 필요하다.

빨라진 성적 관심과 경험을 아이들이 잘 해석하고 정리 정돈할 수 있도록 돕자. 그러려면 어른들이 성적 충동을 해소할 다양한 신체/예술 활동, 데이트 교육 등을 이끌어야 한다. 아이들이 욕구를 관리하고 불안을 줄이도록 도와주자.

청소년기 아이들의 불안정함은 생리적인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청소년기에는 일시적으로 시냅스가 대폭 늘어나면서 뇌 속 뉴런 연결망이 폭주했다가 줄어든다. 이 과정에서 청소년기부터 성인 초기까지 신경망 가지치기가 일어나니 한 분야에 몰두하기보다는 다양한 분야를 접하는게 좋다. 청소년기 초기에는 도파민이 일시적으로 감소해 도파민 분비를 촉진시키는 위험, 공격, 보상 행동을 하게 된다.

이 시기엔 전두엽이 미숙해 정보 가공, 판단 양이 부족하다. 특정 정보나 위협에 해마와 편도체가 전두엽보다 더 먼저 반응해 생각 없이 즉각 반응하는 행동이 나오기도 한다. 남아들은 테스토스테론 증가로 위험 행동 공격 행동이 늘어나고, 여아들은 옥시토신 증가로 관계 지향 행동이 늘어난다. 조절과 판단, 기분에 작용하는 세로토닌 분비는 남아들이 조금 적다. 남아들은 여아들보다 멍때리는 시간도 더 길다고 한다.

★「 강연자의 조언 - 중2병은 잘못된 사회를 향한 아이들의 메시지입니다 」( p230) 의 내용은 올해 나온 저자의 책 『요즘 아이들 마음고생의 비밀』에서 더 상세히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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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삐삐와 닐스의 나라를 걷다 - 문화와 역사가 함께하는 스웨덴 열두 도시 이야기
나승위 글.사진 / 파피에(딱정벌레)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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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달 말 <책으로 떠나는 세계여행> 독서모임에서 스웨덴에 관한 책을 읽는다. 나는『스웨덴, 삐삐와 닐스의 나라를 걷다 』를 골랐다. 남편, 아들 셋과 스웨덴 말뫼에서 거주중인 나승위 님의 여행기다. 스웨덴 국민 동화 <닐스의 신기한 여행> 내용을 따라 열 두 도시를 다녔다. 이 동화는 청소년에게 스웨덴 지리와 풍습을 알려주기 위해 쓴 것으로 저자 셀마 라겔뢰프는 출간 3년 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고 한다.

 

 

   장소마다 특색, 관련된 사건, 역사, 인물을 꼼꼼히 설명해 가이드와 함께 스웨덴을 여행하는 기분이 들어 즐거웠다. 책 중후반에 내가 궁금했던 내용과 수도 스톡홀름 부분이 나와 뒤로 갈수록 재미있었다. 스웨덴이 궁금하시거나, 여행을 앞두고 계시거나, <닐스의 신기한 여행>을 읽어보신 분들께 추천!

 

 

    평소 궁금했던 스웨덴 부의 원천, 알게 된 역사적 사실과 인물, 관심있게 본 곳 등 책에서 알게 된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했다.

 

 

스웨덴 부의 원천이었던 철과 구리

 

 

 

# 엥겔스베리 제철공장

   중세부터 채굴 시작, 17-19세기 이 지역 양질의 철 덕분에 스웨덴이 유럽 내 강국으로 부상. 그러나 19세기 중반 스웨덴에 베세머 법이라는 제철제강법이 들어오면서 전통 방식 제철공장이 쇠락. 1993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전통 방식 유산과 시설이 보존되어 있다.제철공장이 가동되던 시절 산성비와 광산 지역 오염물질 배출로 호수가 오염되는 등 피해가 컸는데, 이 때문에 스웨덴은 1967년 세계 최초로 독립된 환경 행정조직인 환경부를 설립했다고 한다.

 

 

# 팔룬 구리 광산

17세기 중반 팔룬 구리 광산 생산량은 전 세계의 70%를 차지했다. "당시 이 구리들은 전 유럽 지역에 골고루 퍼져 나가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의 반짝이는 지붕으로 얹히거나 화려한 교회나 귀족들의 성을 장식하는데 쓰였다. 그리고 스페인은 동전을 은에서 구리로 바꾸었다. 이렇게 얻은 수입은 스웨덴이 30년 전쟁에 진출할 수 있는 돈줄이 되었고, 이 30년 전쟁에서 전쟁 영웅 구스타브 2세 아돌프 대왕의 대활약으로 스웨덴은 유럽 주요 강대국의 반열에 올라섰다. (pp206-207)"

 

 

이 곳은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을 집어 삼키고 지금은 관광객들의 감탄을 유발하는 유적지로(209)" 남아있다. 광산 폐기물 때문에 스페인 환경부가 1992-2007년까지 환경 복구를 위한 팔룬 프로젝트 가동시켰고 지금도 후속 조치에 노력중이다. 스웨덴 목조 가옥이 붉은색인 이유는 팔룬산 구리에서 채취한 붉은색 페인트를 사용했기 때문인데, 수백 년 전의 가옥도 페인트 속 황산 덕분에 보존될 수 있었다 한다.

 

 

# 양차대전의 중립국

   스웨덴은 1814년 노르웨이와 짧은 전쟁 이후 정치적으로 중립을 선언해 지난 200년간 전쟁을 겪지 않았다. 1, 2차 세계대전에서 이웃 나라들이 피 터지게 전쟁을 치르던 중에도 철저히 몸을 사렸다. 히틀러가 득세하던 당시 사회민주당 당수이자 수상이었던 페르 알빈 한손은 정치적 중립을 선언했으면서도 히틀러의 군대가 노르웨이와 핀란드를 다닐 수 있도록 길을 내어주었다고 한다. 또한 군수물자가 될 줄 알면서도 독일과 무역협정을 맺고 철광석을 팔았으니, 이쯤되면 중립이라 말하기 어렵지만 덕분에 스웨덴 국민들은 전쟁을 피할 수 있었다.

"한 자료에 따르면 스웨덴이 독일에 철광석을 팔지 않았더라면 전쟁이 2년은 일찍 끝났을 것이라 추정했고, 당시 연합국의 임무 중에는 스웨덴의 광산 폭파가 들어 있었다고 한다.(261-262)" 그러던 스웨덴은 1943년 독일군이 소련군에 패배하자 연합국 노선을 취했다. 기회주의적 태도라 비난받을만 하다. 그러나 페르 알빈 한손은 스웨덴 국민들을 지켰기에 국부로 추앙받고 있다.

 

 

역사

 

 

# 칼마르 동맹(1397-1523)

덴마크 마르그레테 여왕(1353-1412)이 만든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삼국 연합 체제 동맹. 그녀는 덴마크 왕의 딸이었지만 스웨덴에서 교육받고 노르웨이 왕실로 시집을 갔다 한다. 스웨덴이 내분되었을 때 스웨덴 왕을 쫓아내고 스칸디나비아 군주가 되었다.

 

 

# 6월 6일 국경일

스웨덴 건국의 왕이라 불리는 구스타브 바사(1496-1560)왕이 1523년 6월 6일에 스웨덴 왕으로 정식 선출된 것을 기념하는 날. 이날 이후 스웨덴은 외세에 점령당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칼마르 동맹기간 100년 내내 시국이 어수선했는데, 동맹국 중 권력을 접은 덴마크 왕 크리스티안 2세가 스톡홀름을 점령하고 스웨덴 왕실 숙청을 단행했다. 이 때 살아남아 스웨덴 독립을 주도한 귀족 구스타브 에릭손이 훗날 구스타브 바사왕이 된다. 그는 국교를 루터교로 바꿔 교회 재산을 몰수하고 자신을 신격화하여 강력한 중앙집권제를 실시했다. 그의 행적은 오랫동안 미화되다가 1950년대 들어서는 포악하고 신뢰할 수 없는 인물로 비판받고 있다 한다.

 

 

# 북유럽 7년 전쟁(1563-1570)

지금이야 스웨덴과 덴마크가 서로의 땅 위에 유럽에서 가장 길다는 다리까지 놓고 우정을 과시하지만, 과거 두 나라 사이에는 잔인한 전쟁이 끊이지 않았고 한다.

 

 

# 유럽 강국이 된 스웨덴

17세기 초 구스타브 2세 아돌프 대왕은 유럽 30년 전쟁에 참전하여 눈부신 전술 전략으로 승승장구하며 변방의 스웨덴을 일약 유럽 강국 반열에 올려놓았다. 17세기 말에는 당시 왕이었던 칼 11세가 발트해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칼스크로나에 거대한 해군 기지를 세우는데, 획기적인 도시 계획 사업을 추진한 덕분에 그 때의 해군 기지와 모든 주변 시설이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올라 있다고 한다. 칼 11세는 적국 덴마크 공주와 결혼해 평생 아내만을 사랑한 낭만적인 사람이었고 소박한 성품에 냉철한 이성을 지닌 왕이었다. 500크로나 지폐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도시

 

 

# 스코네

스웨덴 최남부, 닐스의 고향. 스웨덴과 덴마크가 오랜 세월 쟁탈전을 벌였던 비옥한 땅으로 전략적 요충지, 무역 중심지이기도 하다. 원래 덴마크 땅이었지만 14세기 그웨덴 왕 마그누스 에릭손(1316-1374)이 거금을 주고 샀다. 스코네와 주변 지역은 이후에도 숱한 분쟁이 있었만 1658년부터 스웨덴에 귀속된다. 1990년대 말에는 덴마크와 스웨덴 사이 외레순 해협에 다리가 놓여 스코네와 덴마크 동부 셸란드는 같은 생활권이 되었다.

 

 

#욀란드 섬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섬인 욀란드에는 표토가 얇고 황량해보이는 '알바르'라는 초원이 펼쳐져 있다. 독특한 환경에 적응해 온 이 곳 사람들은 여전히 수백 년 전 방식으로 농사를 짓고 젖소를 키운다고 한다. 욀란드는 희귀식물 서식지이기도 한데, 식물학자 칼 폰 린네의 이름을 딴 '스테이션 린네'라는 연구소가 2008년 설립되어 욀란드의 독특한 생태를 연구, 보존 중이라 한다.

 

 

# 비스뷔 시

우리나라의 제주도 쯤 되는 고틀란드 섬의 주도(主都), 과거 화려한 무역도시였고 덴마크 땅이기도 했으며 중세 건물이 그대로 남아 있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 지리상 12-14세기 발트해 한자동맹 중심 도시이자 가장 중요한 무역 거점이었다. 이 곳 18세기 목조 건축들에 아직도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일본 애니메이션 <마녀 배달부 키키>에 나오는 도시를 둘러싼 성벽은 비스뷔 성벽을 모방한 것이라고.

 

 

매년 27번째 주, 대략 7월 초에 비스뷔의 알메달렌공원에서 '정치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1968년 올로프 팔메 전 총리가 여름휴가를 보내러 고틀란드에 왔다가 떠나는 길에 즉흥 비공식 연설을 했는데, 이를 계기로 연설과 토론 행사가 매년 열리면서 스웨덴에서 가장 큰 정치행사로 자리잡았다. 8일간 수백 개의 모임에서 토론이 벌어지고, 기간 중 매일 오후 8시 각 정당 대표들이 연설을 하는데 전국에 생중계된다.

 

 

# 스톡홀름

우플란드의 스톡홀름은14개의 섬에 펼쳐진 도시다. 스웨덴은 1814년 노르웨이와 짧은 전쟁 이후 중립을 선언해 양차세계대전을 피했고 옛 모습 그대로 도시 원형을 간직할 수 있었다. 20세기 초 북유럽에는 민족주의와 계몽주의가 결합된 '내셔널 로만 양식'이 유행했다. "대체로 자국의 우월함을 강조하고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되었으며 역사를 자랑스럽게 여겼다. 표현 방식에는 낭만주의적 기법이 사용되어 역사와 신화를 소재로, 신비스럽고 상징적이며 풍부한 상상력이 동원되었다.(p222)"

 

 

스톡홀름에서 꼭 볼 봐야 할 곳은 세계최초의 야외 민속박물관인 스칸센과 국립인종생물학연구소다. 국립인종생물학연구소는 1921년 스웨덴 의회가 설립 승인한 우생학연구소, 지금은 의학유전학연구소로 사용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사회복지국가 스웨덴이 독일보다도 먼저 우생학 연구에 앞장섰던 과거가 있다니. 지금과는 사뭇 다른 스웨덴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 스웨덴 이민박물관

삐삐마을, 유리왕국과 더불어 스몰란드의 대표적인 명소.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미국으로 떠난 이민자들의 기록이 보관되어 있다. 1865년부터 몇 년간 이어진 흉년에 사람들은 이민길에 나섰고, 시카고에만 15만명 이상 정착했다. '왕도 없고 성직자도 없는' 미국은 기회의 땅이었다. 빌헬름 모베리의 <이민자들>은 스웨덴 이민사를 묘사한 소설로 스웨덴 현대 문학의 고전이라 한다.

 

 

# 타베리

타베리 산의 철광석이 유명. "16세기까지 산발적으로 채취되다가 17세기 초에 스웨덴을 유럽 내 열강의 반열에 오르게 한, 일명 '북방의 사자'라 불린 구스타브 2세 아돌프 대왕 시절 채굴 규모가 커졌다. (p153") 실은 2차 세계대전과 그 이후 15년간 채굴된 철광석의 양이 지난 300년간 채굴량보다 더 많다고 한다. 대부분 독일로 수출되어 히틀러의 군수물자로 사용되었다.

 

 

인물

 

 

# 칼 폰 린네

스웨덴 식물학자.

 

 

# 성냥왕 이바르 크뤼예르

스웨덴에서 발명된 안전성냥은 세계박람회에 출품된 후 특허를 받고 1857년 본격 생산된다. 이후 성냥 산업이 크게 발전하여 이바르 크뤼에르가 세계 최대 규모 성냥공장인 '스웨덴 성냥회사'세워 세계 금융시장을 좌지우지하다 대공황 때 파산했다.

 

 

# 스웨덴의 녹두장군 엥겔브렉트 엥겔브렉트손

칼마르 동맹 시절 덴마크 왕의 폭거에 저항해 엥겔브렉트의 주도로 농민 광부 반란이 일어났는데 실패로 돌아갔다. 스웨덴 역사책에 기록된 최초의 논민 반란 지도자, 위대한 영웅으로 스웨덴 곳곳에서 그의 동상과 기념비를 볼 수 있다.

 

 

# 셀마 라겔뢰프

"전설과 신화를 바탕으로 전개되는 환상적인 허구"를 주로 썼다. "정치적으로도 목소리를 높인 사회활동가였다.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된 1939년, 소련이 핀란드를 침공했을 때 80살의 노작가 셀마는 자신이 받은 노벨상 메달을 핀란드 정부에 보내 자유를 위해 투쟁하는 핀란드인을 재정적으로 돕고자 했다. 이에 핀란드 정부는 크게 감동을 받았고, 후에 셀마의 메달을 되돌려 주었다. (P.298)" "스웨덴 20크로나 지폐 앞면에는 스웨덴이 사랑한 국민작가 셀마 라겔뢰프가, 뒷면에는 『닐스의 신기한 여행』 주인공인 거의 등에 탄 닐스와 글리밍후스 성이 그려져 있다.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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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어떻게 세상의 중심이 되었는가 - 김대식의 로마 제국 특강
김대식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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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영원히 전 세계를 지배할 것만 같았던 로마가 어떻게 쇠락을 길을 가게 되었는지를 추적함으로써 현재 전 세계가 당면한 시대적 위기를 극복할 방법을 찾으려 하는 것이다.

『그들은 어떻게 세상의 중심이 되었는가 』,  p.199   

 

 

김대식 교수의 신간이 나왔다. 『그들은 어떻게 세상의 중심이 되었는가 』, 뇌과학자의 로마 제국 특강이라니 호기심이 생긴다. 『김대식의 빅퀘스천』이나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등 전작을 읽어본 독자라면 김대식 교수가 역사책을 출간했다는 것에 그리 놀라지 않을 수도 있다. 오히려 예상했을지도.

 

 

책은 1부 기원, 2부 멸망, 3부 복원, 4부 유산으로 구성된다. 1부에서부터 3부까지는 서구 역사를 쭉 훑는다. 1만여 년 전 레반트 지역에서 인류는 농경을 시작했다. 문명은 메소포타미아, 크레타, 미노스, 이집트, 미케네로 이동한다. 그리스를 거쳐 대제국 로마의 시대가 이어지다가, 로마 멸망 후 중세를 지나 15세기 르네상스를 맞은 유럽으로 점프. 저자는 역사의 흐름은 이어가되 필요한 핵심 사건만을 추려내었다. 4부에서는 멸망한 로마 제국에서 21세기 세계를 읽어내는 저자 특유의 통찰을 보여준다.

 

 

작은 마을에 불과했던 로마가 제국이 된 비결은 시스템, 무기, 전술이었다 한다. 개방적인 사고로 무기를 고안했고, 전술을 유연하게 구사했으며, 긴 기간의 전쟁에도 버틸 수 있는 사회 인프라를 갖추었기 때문이었다는 것. 이탈리아를 장악하니 카르타고와 그리스라는 강적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상대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해 유연하게 대처하며 주변을 정복해 나갔다.

 

 

해상국가 카르타고를 상대로 해전에서는 이길 수 없다는 걸 간파한 로마는 상대의 배에 다리를 연결하는 ‘코르부스’를 만들어 해전을 육지전 개념으로 바꿔버렸다. 그리스 군대의 핵심이 대형을 갖춘 질서정연함임을 파악하고는 질서를 파괴하기 위한 무기 ‘플룸바타’를 고안했다. 플룸바타가 꽂힌 그리스 군사들의 방패는 땅에 떨어졌고 그리스 군대는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더불어 로마는 정비된 도로를 통해 무기와 식량을 공급했고. 부상당한 군인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 환경을 갖추고 있었다. 인프라는 로마인들뿐 아니라 정복한 민족을 지배하는데도 활용되어 정복지에 로마식 하수도나 목욕탕, 학교 등의 인프라를 제공했다고 한다. 이런 힘을 바탕으로 2-3세기 로마는 전 유럽, 중동, 북아프리카를 포괄하는 제국을 건설한다.

 

 

그렇다면 영원할 것 같던 로마 제국이 몰락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많은 역사학자들이 공통적으로 세 가지 원인을 꼽는다고 한다. 후계자 임명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혼란을 불렀고, 불평등과 빈부격차로 중산층이 붕괴되고  내부 사회 시스템이 무너져졌다. 여기에 덧붙여 저자는 성공가도만을 달리던 로마가 제국을 통치하기 위해 로마 제국과 적국 영토 사이에 대리전을 치를 완충국을 만들었던 것을 문제로 본다. 로마 사정을 잘 알던 고트족 같은 완충국이 제국 말기 로마로 들어와 반란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사실 로마 제국은 제국이었기에 처음부터 멸망의 씨앗을 안고 있었다. 당시의 기술과 군사력은 제국 경계를 지키기에 역부족이었기 때문이다. 로마가 팽창하면서 군인들은 장기 출장을 나가야 했다. 가장이 없는 가족들은 귀족인 세넥스에게 빚을 지고 생계를 유지하다 결국 노예가 됐다. 게다가 정복지에서도 수백만 명의 노예가 들어오는 상황에서 로마 중산층들은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어졌다. “공화정 마지막 시기에 이르러 로마의 실업률은 70~80퍼센트에 육박할 정도였다. 단순한 노동은 모두 노예의 차지고, 고차원적인 일은 교육을 훨씬 많이 받은 세넥스의 후손만이 할 수 있으니 중산층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이들을 보호할 사회 보장 제도 또한 전혀 없었다. 로마 공화정에 상상을 초월할 수준의 불평등이 생기기 시작했다. (p.121)

 

 

이후 정치적 내란으로 로마 제국은 막을 내린다. 불평등이 심해지면서 정치는 오늘날의 진보·보수당과 유사한 포풀라레스·옵티마테스로 양분되어 다투었다. 로마는 왕 대신 ‘아우구스투스’라는 말을 만들어 공화국인 척했지만 결국 세습 왕조로 변질되어 황제 시대가 열렸다. 아우렐리우스가 아들을 황제로 삼으면서 능력 있는 사람을 후계자로 삼던 로마의 전통이 무너지고, 로마는 대혼란에 접어든다. 6개월이 멀다 하고 황제가 계속 바뀌었고 직업 군인들에게 급여를 지급하지 못해 반란이 끊이지 않아 100년간의 내전이 시작됐다. 디오클레타이누스가 해결책으로 동서 로마 분할과 네 명의 황제가 통치하는 테트라키를 시행하지만 결국 서로마는 멸망한다.

 

 

이어지는 중세는 암흑기였다. 멸망기 로마 시민들이 절망과 우울에 빠져가엾은 로마인들을 영원히 위로할 하나님의 세상에서만(p.218)” 진정한 화려함이 가능하다고 믿게 되면서, 개인의 자유가 중심이던 그리스 로마 문명이 사라지고, 신의 믿음이 중심이 된 중세가 시작되었다는 해석이 흥미로웠다.

 

 

로마가 남긴 유산을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미술작품을 택해 르네상스 시기 사회·문화의 변화를 살핀다. 개인과 실용의 조화를 이루어 발전한 국가의 예로는 네덜란드를 제시했다. "천 년 중세 암흑기를 지나온 유럽에 미래에 대한 믿음과 신용을 바탕으로 자본의 효율적인 시스템을 심어주었고, 이로써 유럽의 기나긴 중세기가 마감되도록(p.280)" 이끈 나라가 바로 네덜란드고, 그 시스템을 영국이 받아 19세기 세계 패권권국이 되었다 한다.

 

 

마지막 4부에서 저자는 질문을 던지고 로마에서 답을 찾는다. “미래에 등장할 제국은 과연 어떠한 이데올로기를 기반으로, 어떠한 방식으로 전 세계의 패권을 거머쥐게 될까? (p.281)" 영원한 제국은 없다. 로마, 영국, 미국에 이은 다음 주자는 중국일까? 21세기 미국의 위기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심화되는 불평등과 극우의 부상은? 자유민주주의는 과연 지속될 것인가? 민주주의란 제도도 사피엔스 전체 역사로 보면 고작 수십수백 년간 지속된 제도일 뿐이다. 저자는 우리에게 영원한 것은 없으며 사회가 언제나 발전하지만은 않는다고 경고한다.

 

 

개인적으로 김대식 교수의 글을 좋아한다. 과학, 역사, 문학, 철학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그의 글은 간결하여 속도감 있게 잘 읽힌다. 사고의 흐름에 따라 전개되어 여기저기 점프하는 기분, 마치 저자의 머릿속에 들어가 있는 듯한 기분이다. 이 책에서 그는 로마의 흥망을 중심으로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들려준 후 인간의 어리석음을 경고하고 미래에 대한 우려를 표한다. 장대한 로마사를 어떻게 한 권에 담았을지,  21세기가 당면한 문제에 대해 로마사에서 어떤 답을 발견할 수 있을지 궁금하신 분들께 권한다.

 

 

민주주의는 인간의 본능과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다: 이기적 유전자는 나와 다른 외모, 성향, 믿음을 가진 이들을 멸종시켜야 한다고 명령하지만, 민주주의는 나와 다른 이들의 권리를 내가 함께 지켜줘야만 가능하다. p.7

 

 

(...) 영원할 것만 같았던 로마 제국도 사라졌다면, 역시 변함없이 발전하고 영원할 것만 같은 우리들의 세상 역시 언젠가 사라지지 않을까? 인류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의 기술과 부를 노리기에 '영원한'이라는 단어를 서슴없이 사용하는, 휴브리스로 가득한 21세기의 우리가 로마를 이해해야 하는 이유다. p.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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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도시 기행 1 - 아테네, 로마, 이스탄불, 파리 편 유럽 도시 기행 1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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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한 지 5년 만에 출간되었다는 유시민 작가님의 『유럽 도시 기행 1』. 아테네, 로마, 이스탄불, 파리 편이다. 언제 이렇게 다녀오신 걸까. 저자의 전작 『국가란 무엇인가』 나 『역사의 역사』 를 읽던 비장한 마음을 내려놓고, 이번 책은 편안히 읽어 내려갔다.

 

 

새로운 것을 배우려면 도시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한다. (...) 도시의 건축물과 공간은 그것을 만든 사람의 생각과 감정과 욕망, 그들이 처해 있었던 환경에 관한 정보를 담고 있다.

p.7, 서문 중

 

 

낯선 도시를 여행하는 작가님의 방식, 나도 따르고 싶다.

 

 

- 각 도시 4박 5일 일정 중 첫 이틀은 '기본 사양'에 해당하는 곳을 다닌다.

- (비잔틴 공국이나, 소크라테스 고향처럼) 그 도시에만 있는 것을 본다.

- 반드시 가보고 싶은 곳 몇 군데만.

- 성당이나 교회는 대표적인 곳 하나만 자세히 보고 나머지는 대충 흘려보낸다. (p.184)

- 약탈 문화재는 눈여겨보지 않는다 등등

 

 

도시를 떠나며 작별 인사를 건네는 각 장의 마지막이 인상적이다.

 

아테네 - "어제의 미소년이 세상의 모진 풍파를 겪은 끝에 주름진 얼굴을 가진 철학자가 되었다고 할까." (p.87)

로마 - "전성기를 다 보내고 은퇴한 사업가" (p.165)

파리 - '내가 아무 소식을 전하지 않아도 개의치 않고 자기 색깔대로 씩씩하게 잘 살아갈 친구" (p.323)

 

 

『유럽 도시 기행 2』는 빈, 프라하, 부다페스트, 드레스덴이라 한다. 벌써 다음 권이 기다려진다. 아래는 기억하고 싶은 부분.

 

 

 


 

 

아테네

 

 

"아테네는 괜찮은 동네에 있는 역사 전문 서점이라고 할 수 있다. 크지 않아서 비교적 짧은 시간에 둘러볼 수 있고, 주변의 특색 있는 카페와 '가성비' 좋은 식당들에서 자잘한 즐거움을 맛볼 수도 있다." (p.20)

 

 

"아테네의 건축물과 공간은 역사의 공백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고대 유적 이외의 볼만한 모든 건축물과 공간은 모두 그리스왕국 수립 이후 생긴 것이다. 로마제국 붕괴와 그리스왕국 수립 사이의 1천500년 세월은 도시에 거의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 (pp.58-60)

 

 

아크로폴리스에 올라 파르테논 신전을 본다. 민회를 열었던 아고라와 프닉스 언덕을 지나면 번화한 상업 중심지인 플라카 지구다. 박물관과 살라미스섬도 들른다. 저자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은 소피스트들의 활동 무대이자 시민들이 상거래를 하던 곳, 플라카였다. 플라카의 골목을 걸으며 저자는 소크라테스와 민주주의를 생각한다. "개인주의와 상대주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는 지속 가능한 민주정의 불가결한 조건인데, 호모 사피엔스는 21세기에도 여전히 그 조건을 완비하지 못했다. 어찌 아테네 시민을 욕하겠는가." (p.72)

 

 

로마

 

 

"로마는 무엇이 특별한가? 우선 예술적 기술적 수준이 높고 규모가 큰 고대 유적이 유럽의 어떤 도시도 따라오지 못할 만큼 많다. 둘째, 세상에 하나뿐인 바티칸 교황청 덕분에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의 걸출한 건축물과 예술품을 품고 있다. 셋째, 19세기 후반 출현한 이탈리아 국가 수립의 역사를 들여다볼 기회를 제공한다."(p.93)

 

 

로마 테르미니역 광장에서부터 고대와 중세 유물들은 존재감을 뽐낸다. 콜로세오를 본 후 콘스탄티누스 개선문을 지나 팔라키노 언덕에 오르니 2천 년 전 황제가 건설했던 제국의 형태가 그려진다. 콜로세오의 아치와 판테온의 돔은 로마 제국 건축 기술의 상징이다. 에마누엘레 2세 기념관에서는 이탈리아 건국 역사와 이탈리아 통일 전쟁의 영웅이었던 가리발디를 본다. 세상에 하나뿐인 교황청의 영토, 바티칸의 박물관과 대성당은 필수 코스다.

 

 

이스탄불

 

 

"인구를 기준으로 볼 경우, 이스탄불은 유럽 도시 중에서 가장 크고 세계에서도 5위권에 든다. 하지만 역사와 문화는 뉴욕, 베를린, 파리, 베이징보다 훨씬 깊고 넓다." (p.171)

 

 

처음 이스탄불에 온 여행자들이 대개 가장 먼저 찾는 하기아 소피아(오스만식 표기로는 아야소피아) 박물관. 최초의 하기아 소피아는 로마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지었고, 지금의 건축물은 비잔틴제국의 유스티니아누스 황제가 완공한 것이다.

 

 

오래된 만큼 산전수전 다 겪은 곳이다. 최초의 고난은 십자군 전쟁 때였다. 정교회에 반감이 있었던 기독교인들이 1203년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해 하기아 소피아를 약탈, 파괴했다. 최대 위기는 1453년 오스만투르크의 공격을 받았을 때다. 오스만투르크의 술탄 메메트 2세는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했지만 하기아 소피아를 파괴하지 않고, 대신 '아야소피아 자미' 즉 이슬람 사원으로 개조했다. 아야소피아는 그렇게 종교적 정치적으로 500년간 유지되다가, 터키공화국의 무스타파 케말(아타튀르크) 대통령에 의해 박물관으로 바뀐다.

 

 

터키공화국의 첫 대통령이었던 아타튀르크(투르크의 아버지라는 뜻, 본인이 지은 성이라 한다)를 저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인류 문명사에서 배교 대상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모순적인 인물이다. 탁월한 군사 지도자인 동시에 만만치 않은 내공을 가진 지식인이었으며, 공화주의자였지만 강력한 독재를 했다. 쿠르드족의 반란을 무자비하게 진압하고, 주모자들을 냉혹하게 처형했으며, 질서 유지를 명분으로 야당을 해산하기도 했다. 직책은 공화국의 대통령이었지만 행동은 군주에 가까웠으며, 민족주의를 내세우면서도 터키공화국을 서구에 접근시켰다." (p.210)

 

 

아타튀르크가 터키를 '터키화'하는 과정에서 다문화, 다종교, 다민족을 포용했던 이스탄불이 단색의 도시로 바뀌어 버린 것을 저자는 안타까워한다. '터키식 커피'를 마시며, 이건 '오스만식 커피'라 하는 게 맞다면서, 다음 방문 때는 터키 민족주의에 가려져 보지 못한 비잔틴과 오스만의 유산을 보겠다 한다.

 

 

파리

 

 

프랑스는 영국과 백년전쟁을 치르며 국민국가로서 정체성을 갖게 된 비교적 젊은 나라다. 파리 역시 젊은 도시로, 6세기 초 프랑크 왕국의 수도였고 13세기 말쯤 도시의 기본 구조가 자리를 잡았다. 오늘날 파리의 방사형 도시 구조를 만든 것은 흥미롭게도 나폴레옹의 조카인 나폴레옹 3세라고 한다. 그는 집권 기간 동안 오스만 남작을 기용해 파리와 마르세유 등 프랑스의 대도시를 대대적으로 개조했다. 대로, 광장, 교차로, 상하수도를 만들고, 주택을 새로 짓고, 철도와 관청, 공연장을 만들었다 한다.

 

 

저자는 전제 군주의 과시욕과 폭력성을 드러내는 루브르나 베르사유보다는 에펠탑에 초점을 맞춘다. 에펠탑이 파리의 상징이 된 과정, 프랑스공화국의 정치체제, 파리 시민들의 정신세계와 문화적 감각을 '문명의 최고봉'이라 평가한다. 만약 '지구촌의 문화수도'를 뽑는다면, 단연 파리를 선택할 것이라 한다.

 

 

"오스만의 건축 규제는 1884년 폐지되었지만, 건축주가 제멋대로 건물을 짓는 행위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사회 분위기는 지금까지 남아 있다. (...) 몽파르나스 타워나 신도시 라 데팡스의 초현대식 건물들은 파리에 덧붙여졌을 뿐, 이미 존재하고 있는 거리와 건물을 대체한 게 아니다. 파리는 여전히 오스만이 만든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다. " (p.280)

 

 

"루브르를 지배하는 것은 작품의 아름다움과 예술과의 열정이 아니라 인간의 탐욕과 권력의 횡포, 집단적 허영심이다. (...) 중세와 근대의 예술작품 중에는 왕가의 수집품이 적지 않고 남의 나라 고대 유물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약탈해 온 게 대부분이다. (...) 루브르는 파르테논의 대리석을 보유한 대영박물관과 비슷한 문화재 포로수용소였다. " (pp.260-261)

 

 

"베르사유 궁전 안내서는 건축 과정의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궁전과 정원을 만든 과정과 방법을 알면 그곳에서 미학적 쾌감을 느끼는 것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리라. 베르사유 궁전은 모든 면에서 전제군주제의 폭력적 본성을 증언한다. "(p.285)

 

 

"그러나 에펠탑은 그렇지 않다. 에펠탑은 정부가 공개적인 절차를 통해 디자인을 확정했고 시민들의 응원 덕분에 생명을 유지해 온 예술품이다. "(p.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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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 마음고생의 비밀 - 더 힘들어하고 더 많이 포기하고 더 안 하려고 하는
김현수 지음 / 해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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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 김현수 선생님은 요즘 아이들 특성을 가감없이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아이들이 마음고생에서 벗어나기를, 사회가 변화하기를 바라는 선생님의 진심이 느껴졌다. 의사선생님이 환자들 이야기에 사회학적 고찰을 덧붙였다는 데에서 김승섭 선생님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이 떠오르기도 했다. 『아픔이 길이 되려면』 의 청소년 정신 건강편이랄까.

 

저자는 아이들이 힘들어하고 아파하고 괴로워하는 문제들을 들으며 마음이 아팠다고, 어른으로서 정말 미안하다는 반성문으로 책을 시작한다. 마지막엔 아이들이 "희망을 갖고 이 땅에 정착해서 새로운 사회발전의 모델을 함께 만들어가는 전환이 있기를"(p.260) 바란다고 썼다. 결국, 답은 북유럽식 교육이나 복지 같은 쪽에 있는 건가. "여러 대안에 대한 갈증이 있는 분들에게 이론에 기반한 더 좋은 글을 전해드릴 수 없어 안타깝"다는 얘기가 이어졌다. 이런 책을 출간해 주신 것만 해도 참 감사한 일인데.

 

아이들 세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며 펼쳐 읽었다. 예나 지금이나 위기 청소년들은 있었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이 옛날과 다른 점은, 먹고 사는데 문제가 없는 풍족한 아이들이 “이번 생은 망했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는 것. 그리고 이 단계를 넘어서면 극도의 무기력에 빠져 아무 것도 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

 

 

아이들을 종교처럼 떠받드는 요즘 부모들에게 저자는 조언한다. 자녀에게 지나치게 몰두하거나 자녀와 자신을 동일시하지 말고, 아이들을 건강하게 독립시키고 부모는 자기 주체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고. 아이들의 고생에 공감하라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연대하라고.

 


아이들과 만나 이해하고자 할 때 알아두어야 할 다섯 가지 호소 (pp.192~200)

1. 마음 둘 곳이 없어요! - 아이들 인간관계의 폭이 좁아졌다

2. 내일은 과연 오늘보다 더 나을까요? - 우리 시대상이 아이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3. 그냥 학년에 맞게 공부하면 안 되나요? - 학습 노동은 학대 수준이다

4. 다 포기하고 싶어요 - 주위의 시선과 평판, 부담, 피곤함으로 포기가 빨라졌다

5. 우리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요! - 노력에 대한 회의론이 대두되는 시대

6. 외로워요. 애정결핍이랍니다! - '극핵가족' 시대 아이들은 더 외롭다

 


...생존이 목표였던 조부모 세대와 부모 세대와는 다르게 요즘 아이들은 소속, 인정, 의미가 더 큰 승인체제입니다. p.136

 

 

본인 자신의 노력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는 비극적 인식이 아이들에게 꿈을 갖기보다 이미 성공한 부모 세대에 의존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자꾸 키워가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p.147

 

 

여행 속에서 만나는 호의적인 타인들, 여행을 떠나 온 청소년이나 청년들을 격려해 주는 어른들, 그런 어른들과 여행과 인생에 관하여 나눈 대화들이 경험과 지식, 삶의 속을 채우는 일 중 하나가 됩니다.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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