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만들기교실에 가고 레스를 읽기로한다.
예전에 나는 책에 메모나 접기등을 거침없이 하는 편이었는데, 알라딘에 중고판매가 시작되고부턴 팔 책은 조심스럽게 읽는다.

레스는 첫세장을 읽고 모퉁이를 접었다.
그렇다 나는 모처럼 간직하고 싶은 이야기를 만났다.
예전에 페미니즘의 도전을 여러번 읽었는데 그때마다 줄친부위가 달라 나중에 보니 거의 전체가 쳐진 적이 기억났다. 그렇다 나는 지금 이책에 온갖 문장들이 옮겨적고 싶다.

여러 장면 속에 나를 보며 감탄 감탄 중에
아 이런 아이를 데리러 가야할 시간이군.
인생.


예전에, 레스가 이십대였던 어느 날에 그와 이야기를 나누던 어느 시인이 화분에 담배를 눌러 끄며 말했다. ˝넌 껍질이 없는 사람 같아.˝ 시인이 그딴 소리를 했다. 대중 앞에서 자기 살가죽을 뒤집어 까는 게 직업인 사람이, 그가, 키가 크고 젊고 희망이 가득한 아서 레스가 껍질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실이었다. ˝넌 에지를 키워야 돼.˝ 예전에는 오랜 라이벌 카를로스가 계속해서 그 말을 해댔지만 레스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다. 못되게 굴라는 건가? 아니, 그 말은 보호책을 갖추라는, 세상에 맞서는 갑옷을 입으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사람이 에지를 ‘키울‘ 수가 있나? 유머감각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듯이 말이다. (중략)
뭐든 간에 레스는 전혀 배우지 못했다. 그가 사십대쯤에 해낼 수 있었던 일은 껍질이 무른 게의 투명한 등딱지와 비슷한 자기 감각을 어느 정도 길러내는 것 뿐이었다. -12쪽

뜨뜻미지근한 평론이나 무심한 모욕은 더 이상 그에게 상처를 줄 수 없었지만 실연은, 진짜 진정한 실연은 그의 얇은 가죽을 뚫고 예전과 똑같은 색조의 피를 낼 수 있었다. 아주 많은 것들- 철학, 급진주의, 기타 여러 패스트푸드 -이 지겨워지는 중년에 실연만은 어쩌면 그다지도 계속 따끔할 수 있을까? 그건 아마 레스가 계속 실연의 새로운 원천을 발견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바보 같은 어린 시절의 두려움도 그가 회피했을 뿐 사라진 건 아니었다 -12~13쪽

그들이, 그들 중 여러 명이 괜찮을지도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괜찮았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사랑에 빠져봤다면 ‘괜찮은‘ 사람과는 살 수 없다. 그건 혼자 사는 것보다 못하다.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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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4-20 17: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책 살까말까 망설이던 중이었는데 사겠습니다!

무해한모리군 2019-04-22 12:28   좋아요 0 | URL
재밌게 읽으셔야 될텐데. 글이 재치있어요. 영어로 읽어보고 싶어요.

테레사 2019-05-24 1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읽는 중...ㅎㅎ 노년의 삶이 어떤지 궁금해서...이제 노년을 걱정해야 할 나이라...세상 살 날이 얼마 안 남았다는게..어쩌면 좋은 일인지도, 기쁜 일인지도..

무해한모리군 2019-05-24 16:45   좋아요 0 | URL
저는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들이 더 많다는게 때로 너무 아득하게 느껴져요. 거울속에 나이들어가는 제가 때로 낯설고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