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이란 무엇인가 - 우리 시대 공정성에 대한 모든 궁극적 질문의 해답
벤 펜턴 지음, 박정은 옮김 / 아이콤마(주)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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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평한 운동장은 물론 문자 그대로의 뜻이 아니다. 경기가 공정해지려면 양 팀이 같은 규칙과 조건에서 뛰어야 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축구나 하키, 헐링, 라크로스와 같은 경기에서 전반전이 끝나고 두 팀이 자리를 바꾼다는 규칙이 있으면 운동장이 평평한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조건이 아니라 규칙이다. -212~213쪽 책을 읽는 내내 떠오르던 두가지 이야기가 있다. 하나는 '기울어진 운동장'이고, 하나는 '마시멜로 효과'에 관한 이야기다. 마시멜로를 앞에 두고 먹지 않고 기다릴 줄 알았던 아이들이 기다리지 못하고 먹어버린 아이들에 비해 성인이 되어서 좀 더 나은 삶을 살았다는 마시멜로 효과는 나중에 많은 오류가 있었다는 게 증명되었다. 같은 환경, 같은 조건에서 시작된 실험이 아니었던 것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은 애초부터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는 상황을 비유하는 말이다. 이미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까닭에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이길 수 없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우리의 삶은 평평한 운동장이 아니라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시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공정을 이야기 할까? 공정할 수 없는 사회에 살면서 공정을 말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공정하다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니 '공평하고 올바르다' 라는 뜻이라고 나온다. 그 밖에도 일반 사회의 公論에 따라 정한다는 뜻도 있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라고 말하는 사회에 살고 있으면서 평등과 공정을 말한다는 것부터가 어찌보면 억지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기울어진 운동장위에 살면서 능력주의를 실천할 수는 있는 것일까? 갈수록 경쟁과 분열이 심해지는 昨今의 현실속에서 우리는 과연 다른 사람들에게 양보를 하고 그들과 발을 맞춰 걸어갈 수는 있는가 묻고 싶은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공정함이라는 의미는 모든 조건, 모든 환경, 모든 규칙이 같은 상황에 놓여있음을 뜻한다. 과연 그러한가? 마음은 순수한 공산주의자지만 머리는 계몽된 자본주의자(-96쪽)라는 말이 시선을 끄는 끄는 이유다.

'신문 없이 정부를 가질지, 아니면 정부 없이 신문을 가질지 결정해야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 토머스 제퍼슨' -284쪽 이 책에서는 공정성이라는 말의 의미를 설명하기 위해서 아주 오래전의 시대부터 훓터본다. 공정성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본능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여러 방면에서 공정성을 찾는다. 개인적으로는 언론의 공정성을 다룬 부분이 상당히 흥미롭게 다가왔다. 현시대의 언론은 공정성을 잃어버린지 오래인 듯 하다. '사회에서 언론의 기능은 알리는 것이지만, 사회에서 언론의 역할은 돈을 버는 것이다' 라는 미국의 기자 AJ리블링의 말이 그것을 증명한다.

공정성은 합의에 이르는 절차고 과정이며, 세상 사람들과 거래하는 것이다. 우리는 공정성이라는 개념이 우리 본성의 너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기 때문에 신뢰를 잃을 수 없다. 따라서 공정성이 실패한 것처럼 보일 때 절차를 탓한다.-374쪽 그렇다면 법은 공정할까? 공정해야만 한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그러나 태어날때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법의 공정성을 바라보면 너무 멀리 있는 느낌이다. 저자는 공정성이 추구하게 한 균형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두 가지를 제시한다. 첫 번째는 집단의 사회적 행위와 시장 주도자본주의 행위의 협력과 경쟁의 본질을 갈기갈기 찢고 모든 것을 파괴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무엇이 공정하고 공정하지 않은지 타고난 감각을 이용해서 이 마지막, 디지털, 혁명이 시작될 때 향하던 곳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그렇게 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권이 없다고 한다면 옳기만을 위한 노력을 멈추자. 그리고 즉시 힘차게 공정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하자.-376쪽 결론적으로 말하면 서로 협력하고 균형을 이루고자 노력해야 한다는 말일 터다. 권리만 주장하는 게 아니라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일 터다. 서로를 비난하는 것을 이제는 멈추자는 말일 터다. 이 말을 하기 위해 그토록 먼 길을 돌고 돌았는가? 책의 뒷편에 이런 말이 써 있다. 우리 시대에 가장 널리 논의되었지만 가장 잘 이해되지 않은 개념 중 하나인 공정성에 대해 매우 설득력 있고 확실한 지침을 제공한다고. 공정성이라는 말이 이토록이나 어려운 말이었나? 잘 모르겠다. 읽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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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파괴 - 군중에서 공중으로
윤동준 지음 / 파람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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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에 출생한 새천년둥이라는 말에 저자의 이력을 살펴보았다. 어린 시절에는 최우수학생상을 받을 정도로 공부를 잘했지만 미국 고등학교 2학년 때 부모의 사업이 어려워져 자퇴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많은 고민끝에 한국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했다. 그 후 3년동안 수백 권의 책을 읽으며 독학했다. 자퇴생 출신으로는 드물게 미국 명문 리버럴 아츠 칼리지에 4년 학비 전액 장학생으로 선발되었다. 현재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하며 로스쿨을 준비 중이다...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인생의 편린을 겪은 듯 하다. 한국으로 돌아와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해야만 했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저자를 책속에 파묻히게 만든 어떤 시련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세상과 인간에 대한 관심을 위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탐구한다는 것은 그만큼의 아픔이 존재한다는 의미도 될 것이다. 스물세 살... 젊은이의 철학이 담긴 책.

희망이 없는 세대, 불확실한 미래, 행복을 잃어버리고 재미와 쾌락을 추구하는 시대... 요즘의 대한민국 젊은 세대를 표현하는 말이다. 그들은 왜 희망이 없을까? 그들은 왜 미래에 대한 확실성이 없을까? 그들은 왜 행복의 의미를 알지 못할까? 이런 질문은 기성세대들에게 해야 한다. 물론 사회는 모든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고 또 변화한다. 그러나 재미와 쾌락만을 추구한다는 것은 분명 옳지 못한 방향이 분명하다. 누구의 잘못이라고 할 것도 없이, 누구의 책임이라고 할 것도 없이 우리 모두의 책임인 것이다. 사회적인 것보다는 개인의 것만을 우선 순위에 두었던 시간들이 이제 역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사회와 세상 사람들의 마음속에 잠재된 낡은 가치들, 곧 우상의 파괴를 요구한다... 우상파괴라는 말을 가볍게 생각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솔직하게 말해 이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너무 가볍게 생각했었음을 고백한다. 우리는 누구나 이미 있었던 것들을 배우면서 성장한다. 이미 있었던 것들에 대하여 누군가는 순응하며 누군가는 저항하기도 한다. 개인적인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대한민국의 교육은 변해야만 하는 막다른 골목에 서 있다. 정해진 답을 요구하는 시대가 아니라는 말이다. 있었던 것들만을 가르치고 있었던 대답만을 요구하는 교육이 作今의 젊은세대에게 생각하는 방법을 빼앗아가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말하고 있다. 변화만이 멈추지 않게 만든다고. 고인 물은 썩는다. 이 책에서도 말하고 있지만 이미 많은 석학들에 의해 고정된 관념들이 얼마나 많은 오류를 낳고 있는지 우리에게 알려지고 있다. 지금은 아이에게 위인전을 읽히고 세계문학을 읽혀야만 하는 시대가 아닌 것이다. 영웅에 대한 맹종은 순응적인 아이의 태도를 유지시켜 인간을 질문 없는 답에 길들여지도록 만듭니다. 정해진 답, 예컨대 지시와 지도를 통해 받아들인 것들을 사람들은 결코 진정한 열정을 갖고 수행하지 않습니다. 단지 정확하게 기계적으로만 이행할 뿐인 것들은 본성에 항상 이질적인 것으로 남게 됩니다.-38쪽

과학 철학자 칼 포퍼의 말대로 추상적인 선을 실현하려고 하지 말고 구체적인 악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111쪽에서 말하고 있는 추상적인 선과 구체적인 악이라는 말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作今의 우리는 어떤 선을 추구하고 어떤 악을 지양하는가. 우리는 지금 자신과 다른 의견은 일단 배척하고보는 시대에 살고 있다. 말로는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적용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평범한 사람들의 침묵이 가장 무서운 것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말이 의미심장하게 들리는 이유다. 또한 사사로운 이익만을 앞세우는 자본주의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자본은 지루함을 달래기 위한 완벽한 놀이를 제공할 수는 있지만, 인간의 근원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을 마련해주지 못합니다. -71쪽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는 병행할 수 있는 것일까? 능력주의를 실천해야 한다고 하지만 우리에게 과연 진정한 능력주의를 실천할 수 있는 힘이 있기는 한 것일까? 태어날 때부터 이미 우리는 평등함을 잃는다. 그런 세상에서 평등함을 강조한다는 자체가 어쩌면 어불성설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는 대로 말하지 않고, 살아온 대로 말하겠다” 저자의 마지막 말이다. 결연함이 느껴지는 저자의 다짐이다.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아는대로 말하며 살아왔는지, 살아온대로 말하며 살아왔는지. 23세의 젊은이 앞에서 부끄러움이 느껴진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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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완성 JLPT 합격해VOCA N1 - 단어 쪽지 시험 PDF + 원어민 MP3 15일 완성 JLPT 합격해VOCA
시원스쿨어학연구소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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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외국어가 다 어렵겠지만 접근하기는 쉬워도 배울수록 어렵게 느껴지는 게 일본어가 아닌가 싶다. 일본어는 무엇보다도 한자를 많이 알면 유리하다. 우리말과 어순이 같다는 것도 하나의 장점이 될 것이다. 주변을 살펴보면 일본어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이 많이 보여서 한번 도전해 볼까 라는 생각이 들어 선택하게 된 책이다. 책이라고까지 하기엔 좀 그렇고 일종의 단어장이다. 학창시절 손바닥안에 쏙 들어오는 단어장 하나쯤은 누구나에게 필수였다. 심지어는 자신이 공부한 것을 작은 글씨로 써서 단어장을 만들어 가지고 다니며 외우던 친구도 있었다. 단어를 많이 알고 있다면 아무래도 회화를 하기에 편할 것이다.

스스로 하루 하루 체크하며 공부할 수 있도록 30일 완성 학습 플랜을 계획하고 있으니 거기에 맞게 공부하면 좋을 듯 하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作心三日만 되지 않는다면 좋겠지만 말이다. 일본어 시험은 N5 ~ N1까지다. 단계를 올라갈수록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 책에 실린 단어들을 살펴보면서 쉽지 않다는 걸 바로 깨닫게 된다. N1이 가장 높은 단계이니 일반적인 단어보다는 심화된 단어를 보여주고 있다. 보통은 ご心配しないでください (걱정하지 마세요)라는 문장에서 걱정은 心配しんぱい라는 말로 표현하는데 이 책에서는 気掛かり만 보여주고 있다. 일부러, 고의로 라는 표현도 わざと라는 말보다 故意に 라는 한자식 표현만 보여준다. 역시 한자를 많이 알아야 한다는 걸 실감한다.

단어를 외우면서 찾기 쉽도록 일본어를 먼저 보여주는 코너와 한국어를 먼저 보여주는 코너를 만들어주었다. 잘 모른다면 한국어를 먼저 찾아서 공부하라는 배려일 것이다. 외국어는 일단 단어를 많이 외워야 한다는 걸 또한번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단어를 외웠다면 3분 퀴즈 챌린지를 통해 자신이 제대로 외웠는지 체크해 볼 수 있다. 가장 출제 빈도가 높은 어휘 750개를 다루고 있다고 하니 작지만 알찬 내용을 담았다는 말일 터다. 『15일 완성 JLPT 합격해 VOCA N1』 이라는 책의 제목처럼 정말 15일만에 완성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것은 자신이 할 나름이다. 15일간 매일 50개의 단어를 외운다는 게 쉽진 않겠지만 10개씩만이라도 꾸준하게 공부해 본다면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일일이 사전을 찾지 않아도 되니 일단 편하다. 그렇다고는 해도 그 한자의 음과 훈은 찾아봐야 한다. 그래야 그 단어에 대한 이해가 쉽다. 한자의 음과 훈을 제대로 아는 것도 일본어를 공부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는 까닭이다. もう少し一生懸命やってみよう。確実にいい結果があるはずだ。/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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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스강의 작은 서점
프리다 쉬베크 지음, 심연희 옮김 / 열림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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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 이모는 태어나서 한번도 본 적이 없는 내게 왜 유산을 물려주었을까? 게다가 서점이라니. 스웨덴에 살고 있는 샬로테는 궁금함보다는 어서 빨리 그것을 처분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런던을 향해 떠났다. 일년 전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은 샬로테에게 정신과 의사는 많은 사람을 만나라고 말했었지만 동정 어린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익숙해지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런 사람들이 런던에는 없을테니 잠시 떠나있는 것도 괜찮을거라는 생각도 함께였다. 런던에 도착한 샬로테는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서점 내부의 모습에 마음을 빼앗겨버렸다. 낡아서 삐그덕거리는 소리조차 그녀의 마음속을 비집고 들어왔다. 이 낯선 상황들을 빨리 정리하고 지금까지의 생활로 아무일 없었다는 듯 돌아가고 싶었지만 샬로테는 생각을 바꾸기로 한다. 하지만 곧 서점이 파산 직전 상태라는 것을 알게 된다. 변호사가 전해준 재정상황은 심각했고 은행으로부터 이모가 많은 빚을 졌다는 전화를 받기까지 한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서점을 빨리 매각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서점을 사랑하는 마르티니크와 샘의 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한번쯤은 이 서점을 위해 최선을 다해보고 싶다는 욕심을 갖게 된다. 사라 이모가 살던 2층에 여장을 푼 샬로테는 이모의 집을 정리하다가 엄마의 편지를 발견하게 되고 이모와 엄마가 왜 한번도 왕래를 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자신의 아버지는 누구인지 궁금했던 점들에 대한 단서를 하나씩 발견한다. 낡은 상자 안에 들어있던 편지들을 읽으면서 샬로테는 생각한다. 어쩌면 비밀을 풀어보라는 뜻으로 자신에게 이 건물을 남긴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그리하여 샬로테는 서점을 지키기로 다짐한다.

책의 제목을 보면서 서점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소소한 풍경을 그렸을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서점은 그저 이야기의 배경일 뿐이었다는 걸 알게 된다. 그 서점에서 가족처럼 지내는 마르크니크와 샘, 윌리엄과 고양이 테니슨은 일에만 파묻혀 살던 샬로테에게 따스한 마음을 전해준다. 이야기는 그들의 소소한 일상을 담고 있지만 그 안에는 희망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열정이 숨겨져 있다. 첫 만남부터 꽤나 멋진 이미지로 다가왔던 윌리엄과 샬로테는 또다른 사랑에 빠지고, 정리되지 못한 지저분함에 날을 세우며 살아가던 샬로테에게 고양이 테니슨은 푸근함을 선사한다. 서점의 2층에서 보이는 그림 같은 템스강 풍경은 샬로테의 마음을 열기에 충분했다. 파산 직전의 서점을 그들은 살려낼 수 있을까? 엄마와 이모의 옛이야기는 안타까움으로 다가온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소설이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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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
송길영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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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부럽다' 옛날의 구호들이다. 그러더니 반세기도 안지나 이제는 인구가 적어서 문제란다. 사실 핵가족이란 말이 처음 등장했을 때 그렇게까지 크게 와닿는 느낌은 없었다. 그럴수도 있지 싶었다. 맞벌이 부부가 늘고, 결혼을 했으나 아이를 낳지 않는 '딩크족'이 흔해졌다. 그런 세상이라고 느끼고 있음에도 이 '핵개인'이라는 말이 안고 있는 느낌은 왠지 두렵다. '家'는 있고 '族'이 없는 시대라고 저자는 말한다. 오래 생각할 필요도 없이 바로 공감하게 되는 말이다. 저자가 말하고 있는 '핵개인'의 정의는 이렇다. 세상의 눈높이에 맞추지 않고 스스로 기준을 세워나가는 존재들. 그들이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한다. 그 새로운 규칙들이 무엇일까? 그 규칙들 앞에서 기존세대들은 과연 잘 버텨낼 수 있을지 염려스럽기도 하다. 세대간의 갈등이 이미 사회문제로 대두되었기 때문이다.

'핵개인'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정해진 국가나 국적보다는 자신이 살아갈 도시를 더욱 중요하게 여긴다. 조직과 시스템에 적응하고 순응하기보다 자기 자신의 소속감으로 살아가는 까닭에 자신의 의지와 어긋나는 상황에 대해 권위적이라는 의미를 부여한다. 그리하여 생겨난 것이 아마도 '꼰대'라는 말일 것이다. 그 '꼰대'라는 말 속에 숨긴 것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가히 권위적이라 하고도 남음이 있어 보인다. '나 때는 말이야~', '내가 해봐서 아는데~' 뭐 이런 따위의 말들은 기성세대의 입에서나 들을 수 있는 까닭이다. 거기에 더 보태 AI의 출연은 기성세대를 더욱 주눅들게 했다. 이제 사회의 변화를 인정하고 배우지 않으면 버텨낼 수 없는 세상이 된 것이다. 핵개인은 그러한 세상에서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담금질해야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것이 인류에게 축복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인류를 향한 또 하나의 재앙이 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핵개인의 시대에서는 부모와 자식간에 일방적인 희생을 하지 않는다. 스스로 자신을 돌보는 사회가 핵개인의 시대인 것이다. 또한 핵개인은 직장인이 되기 보다 직업인이 되기를 원한다. 한 직장에 얽매여 자신을 희생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족 같은 직장'이라는 말은 그야말로 구시대의 유물로 취급한다. 거기에는 이미 말했던 AI의 놀라운 발전이 한몫했다. 일인 미디어, 일인 출판사, 구독자보다 작가가 더 많은 시대를 이끌어 가는 것이 핵개인인 것이다. 철저하게 '혼자만의 삶'이라는 틀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들은 다양성을 추구한다. 자신과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일상을 함께 하고 다양한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럼에도 마음의 허허로움을 채우지 못하는 듯 보여지는 까닭은 무엇인가? 아직까지는 과도기여서? 어쩌면 저자의 생각이 너무 앞서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고.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며 살 필요는 없어 보인다는 말이다. 이 책에서 서술하고 있는 것은 이미 변하기 시작한 사회의 흐름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더 인간적인 삶을 꿈꾼다면 어떨까 싶은 안타까움이 일기도 한다. 사회의 흐름은 우리가 만드는 것이다. 옳고 그름을 누군가가 정해서는 안된다. 이미 누군가가 정해놓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에 익숙해져버린 것은 아닌지 묻고 싶어진다. 슬픈 현실이다. 아직 생겨나지 않은 태풍을 미리 만들어 예보할 필요까지야...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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