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당신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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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으면서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작가라는 옮긴이의 말에 공감하게 된다. 프레드릭 배크만은 스웨덴 출신으로 <오베라는 남자>를 쓴 작가다. 나는 아직 읽지 못했기에 그 작가가 궁금했다. 전작 <베어타운>을 먼저 읽는 게 순서겠지만 책을 읽다보니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베라는 남자>라는 작품때문에 호기심이 있었고 그런 이유로 이 책에 대한 기대감도 높았다. 그런데 이 책 한 권을 다 읽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나는 당신의 소설을 읽고 싶었던거지 그렇게 깊고 따분한 심리학 강의를 듣고 싶었던 건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 걸 참느라 애썼다. 그리고 나는 알았다. 책을 덮고나서. 그가 왜 그토록이나 많은 말을 하고 싶어했는지를.

 

우리편이 아니면 남의 편이 아니라 적이 되어버리는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우리와 당신들>이라는 책의 제목이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다. 벤이는 성정체성에 문제가 있고, 비다르는 충동을 억제하지 못한다. 마야는 성폭행을 당했고 마야의 친구 아나는 술주정뱅이 아버지를 두었으며 마야의 동생 레오는 열두살이지만 누나의 일로 폭력에 눈을 뜨게 된다. 하지만 벤이는 최고의 하키팀 공격수이며 비다르는 타고난 골키퍼다. 하키팀 감독인 아버지를 두었지만 마야는 하키보다 기타를 더 좋아하고 아나는 아버지를 사랑한다. 또한 마야와 레오는 부모를 이해하려 애쓰고 있다. 베어타운은 그런 곳이다. 무엇하나 특별할 것도 없는 아주 지독히도 평범한 곳. 하지만 어딘들 문제없는 곳이 있겠는가. 중요한 것은 그 문제의 해결점을 어떻게 찾는가이다. 그리고 삶은, 세상은 그런 우리에게 하나의 희생양을 요구한다. 뭔가를 느끼게 해주기 위해서. 혹은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하는가를 알려주기 위해서.

 

불행하게 백 살까지 사는 거랑 행복하게 딱 일년 살고 죽는 거...(-70쪽) 둘 중 당신은 어느쪽을 택하겠는가? 라고 묻는다면 나는 당연히 후자쪽을 택할 것이다. 나만 그런 건 아닐 것이다. 많은 사람이 아마도 후자쪽을 택하지 않을까 싶다. 베어타운의 중심이 되고 있던 하키팀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그 문제를 계기로 마을사람들은 두 편으로 갈라지게 된다. 선택 뒤의 불편함은 말로 다 할 수가 없다. 그리고 묻는다. 당신은 어느쪽이냐고. 하지만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다. 문제가 무엇이고 그 문제에 대한 답이 무엇인지를. 그럼에도 그들은 자신의 선택이 옳은 것이라 믿고 싶어한다. 오히려 그 문제를 덮지않은 사람을 원망하면서. 작가는 묻고 있다. 당신은 당신이 살고 있는 공동체에 대해 얼만큼의 신뢰와 관심을 갖고 있느냐고.

 

우리가 저지르는 끔찍한 잘못은 대부분 틀렸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데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뒤로 물러날수록 실수는 더 커지고 결과는 더 끔찍해지며 자존심에 더 엄청난 금이 가기 때문이다. (-31쪽) 이 문장은 책을 읽는 내내 가슴 밑바닥에 웅크리고 있었다. 작가는 하나의 사건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많은 일에 대한 사람들의 심리적 갈등을 상당히 깊이 들여다보고 있다. 그러나 어느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다. 누구나 그렇게 선택할 수 있고 누구나 그렇게 믿고 싶어할 수 있다고. 이 세상에서는 불공평한 게 공평한 것보다 훨씬 자연스러운 현상이지... (-438쪽) 라고 말하면서. 그리고는 또 이렇게 말한다. 자기자신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고.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이라고 인정할 때, 잘못을 진심으로 인정할 때 꼬인 것들은 풀리게 마련이다. /아이비생각

심연을 들여다보면 심연도 나를 들여다본다. (-니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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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플 때 읽으면 위험한 집밥의 역사 - 맛깔나는 동서양 음식문화의 대향연
신재근 지음 / 책들의정원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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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자>라는 영화가 있었다. 주인공이 수퍼돼지다. 느닷없이 왠 수퍼돼지?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 수퍼돼지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 우리의 육식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함이었다. 끝도없는 인간의 탐식은 유전자변형을 불러왔고 그 양을 늘리기 위해 '수퍼'라는 수식어를 앞에 단 음식물의 재료들이 만들어지게 된다. 인간의 3대 욕구중 하나가 식욕이라고는 하나 먹을 것에 대한 욕심은 너무 과한 듯 하다. 요즘의 대중매체를 보면 누가 더 맛있는 걸 먹는지 보여줘야만 한다는 듯 먹거리를 찾아 헤매고 다닌다. 그러고는 누가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나 경쟁하듯이 먹어댄다. 얼마전부터 '집밥'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집밥'이라 함은 가족을 위해 엄마가 지어주시던 그 일상적인 한끼를 말한다. 한마디로 '정'에 굶주린 현대인들의 감성적인 면을 건드리고 있다는 말도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스턴트 식품의 끝모를 행렬은 정말이지 대단하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은 충분히 시선을 끌 만했다. 우리가 자주 먹는 것에 대해 한번쯤은 짚어보는 것도 괜찮은 일이 아닐까?

 

저자 신재근은 현재 조리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서양요리를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는 그의 이력을 살펴보니 1994년 셰프의 길에 들어서서 그랜드 앰배서더, 호주 코즈모폴리턴, 임피리얼팰리스호텔 등에서 근무하였다고 나온다. 사실 나는 먹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즐겨 먹기 보다는 그냥 한 끼를 때우면 된다는 식이다. 그렇다고 편식을 하지는 않는다. 많이 먹는 편도 아니고 육식보다는 채식을 선호한다. 먹방이니 맛집이니 하는 말에는 솔직히 관심도 없다. 음식은 그야말로 각자의 취향이라고 생각하는 까닭에 어디의 뭐가 맛있다고 하더라, 라는 말에도 그다지 솔깃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쩌다 들어가 본 식당에서 정말 입맛에 맛는 음식을 먹었다면 다음에 다시 찾아가기도 하니 먹는 걸 아주 싫어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이 책에 대한 엄청난 기대감이 있었기에 책을 펼치기 전 약간의 설레임이 있었다. 우리가 먹는 음식에 대한 유래나 역사를 얼만큼의 깊이로 알려줄까?

 

우리의 밥상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김치에 대한 이야기부터 놀라기 시작했다. 고추가루가 들어오기 전에는 빨간색 맨드라미꽃으로 꽃물을 우려 김치를 물들였다고 전해진다는 말은 정말 이채롭게 다가왔다. 항아리와 기후에 따라 김치가 영향을 받는다는 건 알았지만 버드나무를 이용한 통나무 김칫독을 옹기 대용으로 사용하였다는 사실은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일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동아시아 대부분의 나라에서 개고기가 일반적으로 소비되었다는데 개고기를 먹는다고 야만스럽다는 말까지 들어야했던 건 조금 억울해 보인다. 현재까지도 세계에서 가장 개고기를 많이 소비하는 나라는 중국이며, 개고기를 먹으면 행운이 찾아온다는 속설이 있는 베트남이 그 다음이라고 한다. 일본 역시 개고기를 즐겨 먹었다는데 왜 우리만 야만스럽다는 말을 들었던 건지. 푸아그라가 뭔지는 모르겠으나 거위의 간을 보다 비대하게 만들기 위해서 강제로 사료를 주입하여 5~10배정도 부은 지방간을 만들어낸다는 말에는 경악했다. 사실 거위의 간뿐만은 아니다. 우리의 먹거리를 위해 혹은 옷을 만들기 위해 학대를 당하는 동물이 얼마나 많은가 말이다. 이제 우리의 먹거리에 대해 한번쯤은 다시 생각해야 할 단계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우리의 먹거리를 위해 지구를 살릴 수 있는 산림지역이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는 건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의 말미에서도 차세대 먹거리를 대체할 만한 것을 다루고 있다. 인간의 탐욕스러움으로 인해 멸종되어가는 동식물의 개체수는 정말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니 새삼스럽게 그 문제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다. 그럼에도 이 책을 통해 우리가 흔하게 먹고 있는 음식에 대한 유래나 역사를 알 수 있어서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우리가 좋아하고 즐겨먹는 돈가츠나 카레, 소세지나 피자, 햄버거나 핫도그등에 관한 유래 또는 역사를 알고 먹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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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하는 세계사 - 12개 나라 여권이 포착한 결정적 순간들
이청훈 지음 / 웨일북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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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은 그 나라가 걸어 온 시간을 압축해 담고 있다... 책 띠에서 보여주는 말이다. 여행을 준비하면서도, 비행기를 타러 가면서도 여권을 유심히 본 적이 없다. 그냥 하나의 통과의례에서 필요한 도구였을 뿐이다. 그런데 이 여권에 관심을 두고 세심히 살펴보게 되어 책까지 낼 수 있었다는 사실이 내게는 참 호기롭게 보였다. 도대체 이 여권에 뭐가 있다는거야? 새삼스럽게 여권을 꺼내들고 들춰보았다. 그리고 알았다. 내 여권에 어떤 그림이 인쇄되어있는지. 해외여행을 하면서 이렇게 세세하게 여권을 들여다보는 사람이 있을까? 저자 이청훈은 출입국 관리 공무원으로 20여 년 동안 일했다고 한다. 그 시간동안 많은 나라의 여권을 들여다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알게 되었을 것이다. 여권속에 들어있는 그 나라만의 역사를.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면서 조금은 진부하게까지 느껴졌다는 게 솔직한 말일 것이다. 말만 바꿨지 그동안 숱하게 보아왔던 세계사와 뭐가 다를까 싶어서.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이 나오기까지 저자의 마음이 어땠을까 생각하니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생겼다. 그만큼 재미있게 보았다는 것이다. 이 작은, 단 몇 쪽에 불과한 여권안에 이렇게나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었다니.

 

'도깨비'라는 드라마로 다시 보게 된 캐나다부터 고대문명의 발상지인 인도까지 모두 12개국의 여권을 소개하고 있다. 사실 캐나다 비행기에 그려진 것이 단풍잎이라는 것도 드라마를 통해서 알았다. 단풍잎이 캐나다의 고유성을 상징하는 오래된 소재라는 건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더 알고 싶어서 찾아보니 18세기부터 축복받아온 자연과 환경을 상징하면서 캐나다 자체를 상징하는 국가적 문양이라고 한다. 실험 결과 바람에 날릴 때 가장 선명하게 보이는 모양이라서 채택되었다는 말이 보여서 살풋 웃음이 나기도 했지만. 가장 시선을 끌었던 나라는 일본과 뉴질랜드, 인도였다. 일본의 우키요에는 자포니즘이란 말을 생성할 정도로 유럽에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친 문화중의 하나였다. 그러니 우키요에에 대한 일본의 자부심이 여권에 표현되었을 것이다. 고사리를 국가의 상징 문양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뉴질랜드의 역사도 흥미로웠다. 그야말로 고사리 예찬론이 아닐 수가 없다. 고사리는 잎의 앞뒷면 색깔이 달라 옛날 마오리족 전사들은 고사리를 이정표 삼아 전진했고 또 돌아왔다고 한다. 고사리의 앞면은 초록색이지만 뒷면은 은색으로 일종의 야광 물질 역할을 한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뉴질랜드는 우리가 알고 있는 마오리족의 후손이다. 국기의 디자인으로 고사리 무늬를 채택할 것인가를 두고 국민투표를 할 정도였다고 하니 그들에게는 고사리가 주는 의미가 상당히 큰 모양이다. 캐나다 국기도 원래는 유니언 잭이 들어가 있었지만 1964년 의회 투표를 거쳐 지금의 단풍잎 국기로 바꿨다는 걸 보면 그 나라의 문화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죽기 전에 한번은 가고 싶은 나라 인도. 인도는 내게 그런 나라다. 인도의 국가 문양이 이채롭게 눈에 들어온다. 동서남북을 바라보고 있는 네마리의 사자상, 그 아래 힌두어로 쓰여져 있는 '진리만이 승리한다' 라는 하나의 문구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듯 보여진다. 인도는 사실 힌두교의 나라다. 그럼에도 우리에게는 불교의 나라로 알려져 있다. 불교는 흔히 포용의 종교라고도 하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불교는 종교가 아니라 철학이다. 그런 위대한 사상을 배출할 수 있었던 나라에 가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쉬운대로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인도영화나 한번 보면서 그 아쉬움을 달래봐야지, 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사의 한 단면쯤 되지 않을까 싶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새롭게 다가온다. 바라보는 시선이 남달랐던 까닭이었을 것이다. 짧지만 강렬한 느낌을 남겨준 책이다. 더 많은 나라가 소개되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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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롭게 쓸데없게 - 츤데레 작가의 본격 추억 보정 에세이
임성순 지음 / 행북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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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었다. 정말 그런 때가 있었다. 작가는 그걸 추억팔이라고 했다. 추억을 글로 써서 책으로 냈으니 결국 추억팔이라는 말일 터다. 그럼에도 나에게만큼은 썩 괜찮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가끔 되새김질하던 그 때의 기억을 작가가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내게 팔았던 탓이다. 어렸을 때 자주 보았던 만화를 떠올려보니 슬그머니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어찌된 일인지 요즘은 옛 것에 사람들이 심취되는 듯 하다. 뭐 그렇다고 조선시대나 그 이전의 옛 것을 말하는 건 아니다. 겨우 몇 십년 전의 이야기들이다. 머리가 네모지게 생겼던 녀석의 말썽을 그렸지만 그 노래만큼이나 다시 생각해보면 웃지못할 우리의 이야기였던 <검정고무신>은 지금 보아도 웃음이 절로 난다. 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면 나는 이미 테레비 앞에 앉아 <은하철도 999>를 보고 있었다. 구석기시대 사람처럼 생겼던 귀여운 포비를 보기 위해 <미래소년 코난>을 즐겨보았고, 유난히 무서웠던 만화 <요괴인간>도, <황금박쥐>나 <우주소년 아톰>도 엄청 재미있게 봤다. 기운 센 천하장사 <마징가Z> 보다는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없던 힘도 생겨나는 <짱가>나 <전자인간 337>을 더 좋아했고, 돔의 천정이 열리며 날아오르는 <태권V>의 매력에 푹 빠졌었다. <캔디>를 보겠다며 동생녀석과 매번 싸우기도 했었다.

 

그 때는 또 TV보다 라디오가 훨씬 더 인기 있었다. 동양방송의 라디오 드라마를 들으며 울다가 웃다가 했던 많은 밤.. 여자성우로는 송도영이 단연 톱이었고, 배한성과 양지운이 당시의 인기 성우였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나눕시다 명랑하게 일년은 삼백육십오일 ♬ 이 노래로 시작하던 아차부인 재치부인이란 드라마를 재미있게 들었었는데... <밤을 잊은 그대에게>나 <별이 빛나는 밤에>, <2시의 데이트 김기덕입니다>와 같은 음악프로의 인기를 어찌 말로 다 할 수 있을까? 노래를 듣고 싶다고 정성스럽게 엽서를 보냈던 사람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오죽했으면 예쁜 엽서 전시회까지 열었을까? 멜라니 사프카의 The saddist thing, 조앤 글래스콕의 The Centaur 는 지금도 좋아하는 노래지만 들을 때마다 가슴을 저미는 듯한 느낌은 여전하다. 사이먼&가펑클의 노래를 들으며 감상에 젖었던 때가 엊그제 같다.

 

지금은 없어져버린 많은 극장들. 대한극장이 아마 안경쓰고 보는 영화를 맨처음 시도했을 것이다. 스카라극장, 명보극장, 국보극장, 서울극장, 허리우드극장... 단성사와 피카디리는 피맛골이 사라지면서 색이 바랬다. 종로의 추억을 책처럼 간직하고 있었던 장소들이 사라졌다는 건 우리의 문화가, 우리 삶의 흔적이 사라졌다는 말도 될 것이다. 지금이나 되니 그나마 지나간 것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이다. 책을 읽다보니 마치 문화의 흐름을 보는 것 같다. 어느 한 단면만으로 문화의 흐름이라고까지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여러방면으로 추억을 팔고 있는 걸 보면 시대의 흐름이나 변천사가 느껴진다. 임성순이란 작가의 책을 많이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막힘없이 읽혔던 기억을 갖고 있다. 할 말은 하고 본다,는 식의 문장들이 꽤나 이채롭게 다가온다. 보통은 책날개에 저자의 약력을 쓰는데 그 작은 지면에서조차 너무 솔직해서 탈, 인듯한 말이 보여 피식 웃고 말았다. - 내가 책을 구매하는 데 저자 약력이 영향을 준 적은 별로 없었다. 따라서 왜 이곳에 저자 약력을 적는지 잘 모르겠다. 뭐, 사실 나도 그렇다. 책을 구매할 때 저자의 약력에 그다지 구애를 받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나도 작가처럼 특별하게 좋아하는 가수나 배우, 작가는 없다. 노래가 좋고 극의 흐름이 좋고 글이 좋을 뿐이다. - 이 글은 대체로 무해하다. 그리고 이런 글들이 그렇듯 대체로 별 쓸모도 없다. 그럼에도 나름 재미는 있다. 원래 그렇지 않은가? 몸에 좋지 않은 게 맛있고, 쓸데없는 게 재밌다. 뭐, 그렇다고해서 그렇게까지 쓸데없는 건 아닌 듯 하다. 그리고 당신의 말처럼 재미있다. 지나간 것이라고해서 모두 재미있는 건 아니다. 잉여인간이라는 말이 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이 빈둥빈둥 놀고 있는 인간을 말하는 것이라 하는데 이 책의 제목은 잉여롭게와 쓸데없게라는 말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다.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잉여라는 말은 상황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까닭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끝자락에 태어난 나로써는 작가의 추억을 살 수 있어 잠시나마 즐거웠다.

 

자신이 특별하지 않다는 걸 인정하면 삶이 편해진다. 낙관, 자기 계발, 외향성의 신봉자들은 이런 삶이 향상성 없는 실패한 삶이라 말한다. 그리고 늘 성공을 외친다. 그러나 더 나은 것을 하려는 동기가 꼭 성공하기 위한 욕망일 필요는 없다. (-227쪽)

취향만으로 한 인간을 정의할 수는 없다. 취향을 끌고와 타인의 감수성을 재단하는 것은 취향의 수용소로 그들을 쫒아냈던 오지라퍼들과 같은 방식으로 타인을 대하는 문화적 파시즘일 뿐이다. 쓸데없는 것들의 훌륭한 점 중 하나는 굳이 우열을 가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분명 예술적 수준과 미학적 완성도의 차이는 있다. 하지만 반드시 더 뛰어난 것을 택할 이유도, 그것을 택했다고 해서 더 나은 인간이 되는 것도 아니다. 한정식을 싫어하고 국밥을 좋아한다고 해서 더 못한 인간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238쪽)

이런 글의 정석이라면 여기서 이 유배자들에게 희망과 위로의 말을 하나쯤 해야겠지만, 그냥 끝낼 것이다. 섣부른 위로조차 오지랖일 뿐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239쪽)

그냥 그렇게 끝내주어서 내심 감사했다. 저런 글을 썼다고해서 꼰대기질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찾아오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하고 싶은 말을 돌려 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더 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적어도 지금처럼 겉과 속이 다른 삶을 살아가는 시대에는 말이다. 작가는 1976년생으로 2010년 소설<컨설턴트>로 세계문학상을 받으며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작품으로는 <극해>, <오히려 다정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문근영은 위험해> 등이 있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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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후지마루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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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급 300엔, 시간 외 수당은 없어. 교통비도 없는데 아무때나 불러내. 게다가 유령같은 '死者'를 저세상으로 보낸다는 상식밖의 일을 시켜. 이런 아르바이트라면 너는 추천하겠니? 하지만 나는 추천하고 싶어... 그런 아르바이트를 선뜻 받아들인 주인공 사쿠라가 만나서 듣게 될 '死者'들의 사연있는 이야기가 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시급 300엔이라면 우리돈으로 3000원정도다. 하루에 4시간을 일한다고 치면 일당 12000원. 지금같이 최저임금을 논하는 세상에서는 그야말로 명함도 못내밀 것이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아르바이트를 받아들이고 또한 추천하고 있다. 뭘까? 숨겨둔 의미가. 궁금하긴 하지만 어쩐지 뜬금없다. 죽은 자를 저세상으로 보낸다는 게. 죽었는데 다시 죽어? 가끔 우리는 이승과 저승사이의 중간계에 대해 말하곤 한다. 환상처럼. 그런 중간계를 다룬 영화를 오래전에 본 기억 있다. <사랑과 영혼>이라는 영화다. 그 영화의 원제가 Ghost , 즉 유령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죽게 된 남자가 혼자 남겨진 연인에게 위험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리기 위해 영매를 이용한다는 내용이었지만 우리는 그 남자의 사랑에 매료되었었다. 유령이었던 그 남자는 자신의 연인을 지켜내고서야 저세상으로 가는 계단을 오른다. 얼마전 웹툰을 통해 죽은자의 세계에 대한 신화적인 요소들을 아주 흥미롭게 본 적이 있었다. 영화화되어 크게 인기를 얻기도 했지만. 세상에 핑게없는 무덤이 없다는 속담도 있듯이 저마다 각각의 사연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그들은 무슨 미련이 남아 저세상으로 가지 못했을까? 유령으로 남은 자들을 도와 그들의 한을 풀 수 있게 해주는 사쿠라와 하나모리는 그 일을 하는 동안 자신들의 가슴속에 품고 있었던 원망을 풀게 된다. 결국 타인의 삶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는 말이다. 반전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된 사쿠라에게 하나모리는 이렇게 말한다. 너는 기억못하겠지만 너의 기억속에 남고 싶다고. 단 6개월이었던 아르바이트 기간이 끝나고 삼년 후, 사쿠라는 기이한 현상을 겪게 된다. 그걸 보고 이성친구는 이렇게 말한다. "경험한 적 없는데 경험한 것처럼 느끼는 게 기시감, 경험했는데 처음 경험하는 것처럼 느끼는 게 미시감. 네가 느낀 건 그건 일종의 미시감이겠지. 잊어버렸을 뿐 머릿속 한구석에는 기억이 남아 있으니까 그렇게 느끼는 거야. (-351쪽) 사쿠라의 아르바이트는 현실이었을까? 리는 언제나 어딘가에 갇혀 있다. 보이지 않는 뭔가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에 의해. (-175쪽) 그게 운명이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따지고 보면 우리의 현재는 과거이자 미래이다. 현재를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모든 것의 흐름이 달라질 것이기에. 죽었으나 자신의 삶에 미련이 남아서 끝내 저세상으로 가지 못했던 死者들의 소원을 들어줌으로써 여러가지 삶의 형태와 부딪히게 되는 사쿠라의 모습을 보면서 結者解之라는 고사성어가 떠오른다. 그렇게까지 거창하게 말하지 않더라도 누군가의 기억속에 남는다는 건,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건, 행복한 일일까?

 

라이트 노블이란 말은 익히 들어보았지만 그런 형식의 책을 읽어보지는 않았다. 소설을 읽고 있는데 만화를 읽는 것처럼 왠지 전체적으로 껄끄러운 느낌이 들었다. 만화도 아니고 소설도 아닌 상태, 그야말로 이 소설의 내용처럼 중간쯤되는 형식이랄까? 책을 읽는 사람마다의 취향이 다를 뿐이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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