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상식에 딴지걸다 - 지적인 사람은 절대 참을 수 없는, 황당하고 뻔뻔한 역사의 착각
안드레아 배럼 지음, 장은재 옮김 / 라의눈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로마의 원형경기장인 콜로세움에서 기독교도들이 사자에게 던져졌다는 건 거짓말이다. 왜냐고? 네로 황제가 기독교를 박해 할 당시에는 원형격기장을 짓는 중이었다! 16세기의 교황 피우스 5세가 성물을 갖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콜로세움의 모래를 가져가라고 했는데 그때부터 사람들에게 콜로세움과 순교자라는 이미지가 연결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바이런이란 시인에 의해 스파르타인들은 유명해졌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테르모필레 전투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스파르타, 테스피에, 테베, 미케네 사람들까지 포함해 6천~7천명의 사람들이 전투에 임했다. 300이란 숫자는 그저 시인의 상징적인 숫자에 불과했을 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말위에 올라 동네를 한바퀴 돌아야했던 여인 고디바. 마을 사람들을 세금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 주기 위해 그토록이나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냈는데 속을 들여다보니 그렇지도 않았다. 당시의 상황으로 볼 때 그녀의 남편 레오프릭 백작에게는 세금을 철폐할 권한이 없었다고 한다. 거기에 맞춰 'Peeping Tom'이란 말까지 생겨났다. 그녀의 알몸을 훔쳐본 톰이란 남자의 눈이 멀었다는 이야기로 '엿보는 사람'을 의미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이 역시 한 장의 그림때문에 생겨난 웃지 못할 이야기에 불과하다. 인디언 처녀 포카혼타스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탐험가 존 스미스와 사랑에 빠지지 않았다. 그저 음식이나 선물, 혹은 중요한 메세지를 주고 받는 일의 중개인 역할을 했을 뿐이었다. 실제로 1614년 포카혼타스는 기독교로 개종하면서 이름을 레베카로 바꿨고 영국계 존 롤프와 결혼했다. 그것뿐일까? 그저 평범했던 무희 마르가레타. 그녀는 어쩌다가 이중간첩의 누명을 쓰고 총살형을 당해야 했을까? 네덜란드에서 태어났던 그녀는 프랑스 파리에서 마타하리라는 예명으로 춤을 추었을 뿐이었다! 그녀가 비밀요원이었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하는데, 아무런 증거가 없었다고 하는데, 그녀는 왜 죽어야만 했을까? 평온한 모습으로 죽어갔다던 그녀의 이야기는 왜, 어떻게, 누가 만들어낸 것일까? 우리가 지금까지 천사라는 별칭으로 불러주는 나이팅게일 역시 전장속을 누비며 간호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녀는 단지 병원괸라자였을 뿐이었다. 피부가 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간호사로 채용되지 못했으나 자비를 털어 크림 반도로 향했던 여인이 있었다. 크림전쟁에서 나이팅게일보다 더 뜨거운 열정으로 전선에서 헌신했던 메리 시콜이란 간호사였는데 우리는 어째서 이 여인의 이름은 기억하지 않는 것일까?

 

스코틀랜드에서 남자들이 입는 치마 모양의 전통의상인 킬트. 클랜 타탄 무늬가 고대로부터 전승되어 왔다는 이야기는 진실이 아니다. 오래전에 읽었던 <만들어진 전통>이란 책속에서도 이미 밝힌 바가 있는 이야기다. 그만큼 우리 주변에는 만들어진 이야기가 너무나도 많이 존재한다. 누군가가, 필요에 의해서, 혹은 당시의 시대적인 상황때문에... 등등의 이유로 이야기는 만들어진다. 이미 있었던 이야기가 다시 각색되어지거나, 편집되어져 새롭게 태어나기도 하고, 부풀려지거나 왜곡되어지기도 한다. 진실은 그 이야기의 뒷면에 숨겨진채로. 조작과 의도에 의해 숨겨진 진실이 서글플 뿐이다. 사람의 뇌는 신기하게도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려하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하고,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 한다. 이미 믿었던 것에 대한 오류를 수정하는 데에는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린다. 더구나 거기에 자신에게 이로운 어떤 의미가 담겨져 있다면 어쩌면 그 오류가 수정될거라는 기대는 버리는 게 더 현명한 일일지도 모른다. 숱한 세상의 거짓말을 바로잡는다고 해서 세상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저자의 말에 크게 공감한다. 그러나 저자의 말처럼 바로잡을 수는 없어도 우리가 무엇을 잘못 알고 살아가는지, 왜 그런 착각을 해야 했는지 그 진실만큼은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사실 이렇게 상식에 딴지 거는 책은 많다. 그럼에도 이런 책을 환영하게 되는 것은 바로 그 이유때문이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는 알아야 한다는 것, 그 이면에 감춰진 것이 무엇이었는지는 분명하게 밝혀져야만 하는 것들... 궁금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 책을 펼쳐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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