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명상 카툰
배종훈 글.그림 / 담앤북스 / 201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좋아하는 글귀중에 이런게 있다. 사랑하라, 지금 이순간과 지금 내 곁에 머물러 있는 사람을! 남을 먼저 사랑하기에 앞서 자신을 더 먼저 사랑하라는 말을 오래도록 가슴에 품고 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을 그렇게 사랑하고 있다고 나는 여전히 자신있게 말하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늘 불만이고 늘 투정이다. 누가 그렇게하라고 시킨 것도 아닌데 말이다. 생각은 늘 한다. 그 모든 것이 나로부터 비롯되어지는 것임을. 욕심이 너무 많은 까닭이기도 하겠지만 아마도 누구나 나처럼 착각하며 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이런 정도를 욕심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하는 그런 것...  바로 그런 마음을 버리지 못한 채 이렇게 지천명의 나이를 받아들었다. 뒤돌아보아 후회없는 삶을 살아야한다고 말은 하지만 그 뒤돌아보는 수고마저도 하지 말라고 한다. 그것조차도 버려야만 한다고.

 

해야 할 일은 하기 싫어 힘들고 안될 일은 하고 싶어 괴로우니 삶이 곧 수행이라는 그 말씀이 참 깊다. 우리가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행동을 한번 눈감아 주거나 봐주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고, 느끼고, 인정하는 것이라는 말씀을 다시 새긴다. 그러나 어쩌랴 거기까지인걸.... 책장을 넘기다가 바로 이거다 싶은 장면을 눈앞에 두고 박장대소를 하고 말았다. 모두 벗고 모두 내려놓으라 하지만 아직 숨이 붙어 있기에 그러지 못하겠다는 그 말이 어쩌면 그리도 참진리로 다가오던지! 내려놓음에 얽매이는 것부터가 이미 나 자신에게 올가미를 씌웠음을 인정해야만 했다는 말이다. 그렇구나, 우리는 알지 못하는 사이에 스스로를 어딘가에 가둬두고 사는구나 싶었다. 무소유를 이야기할 수록 더 많이 갖고 싶은 인간의 욕심을 어찌 탓하랴! 마음의 주인의 되라는 말이 어찌 틀린 말일까만 내 것인데도 내 뜻대로 할 수 없는 게 마음이다보니 숨이 붙어있는 한은 끝까지 싸워야 할 것이 바로 그 진리로구나 싶었던 거다. 어리석게도.

이제 또 새로운 계절이다. 새롭다는 건 뭔가가 다시 시작되어진다는 의미도 포함되리라. 몇해 전부터 계절이 바뀌면 옷장을 활짝 열어 지난 일이년간 한번도 꺼내입지 않은 옷을 정리하기 시작했었다. 그리 많지도 않은 옷인데 한번도 꺼내입지 않은 옷이 있었다는 게 처음엔 신기했다. 한해한해 정리를 하면서 알았다. 때마다 마음조절을 하지 못하고 충동을 이기지 못했다는 것을. 그러나 그렇다고해도 그 옷을 버리지 못한 채 또 한해를 묵힌다. 이제는 그 묵힘의 시간이 어느정도 짧아져가고 있지만 마음조절은 여전히 버겁기만 하다. 이런 류의 책을 읽으면 잊지않고 찾아와주는 한마디가 있다. 어쩌다 눈에 띄는 네잎크로버의 행운만을 찾지말고 늘 곁에 머물러주는 세잎크로버의 행복을 갖는 것이 훨씬 더 빠른 길이라는 말. 가까이에 있는 것부터 사랑할 줄 아는 마음. 그래서 바로 이순간은, 내 곁에 머물러 나를 있게 해주는 사람들은 모두 소중할 수 밖에 없으니....

먼 옛날 어느 마을에 현자가 살았다. 하루는 동네 아이 대여섯명이 빵한조각을 들고 찾아와 골고루 나눠주기를 청했다. 현자가 아이들에게 물었다. "인간의 뜻대로 나눠줄까? 신의 뜻대로 나눠줄까?" 아이들이 대답했다. "신의 뜻대로 나눠주세요!"  대답을 들은 현자는 말없이 아이들에게 빵을 나누어주기 시작했다. 어떤 아이에게는 아주 조금, 어떤 아이에게는 조금, 어떤 아이에게는 많이, 어떤 아이에게는 단 한조각도 나누어주지 않았다. 빵을 받은 아이들이 현자를 바라보았다. "바로 이것이 신의 뜻이란다!"  얼마전에 들은 이야기 한토막이다. 정해놓은 것은 인간의 틀일 뿐이다. 그러니 그것으로부터 조금씩 멀어질 수 있는 연습을 한다면 그것도 괜찮은 일일듯 싶다. 법정스님께서도 말씀하셨듯이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은 그리 많지 않을테니까. 이 책의 산뜻한 표지만큼 내게도 산뜻한 계절이 찾아오기를.... /아이비생각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배종훈 2014-03-15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명상카툰 작가 배종훈입니다. 너무 멋진 서평을 남겨 주셨네요. 감사 인사 드리러 왔습니다.^^ 혹시 페이스북을 이용하신다면 페이스북에서 친구에게 되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행복하세요.

아이비 2014-03-15 16:21   좋아요 0 | URL
카툰을 좋아하는데 그 작가님의 흔적을 보니 행복해지네요 ^^*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그 말씀들이 마음에 와닿는 경우가 많아서 자주 접하려고 노력중이랍니다. 좋은 책을 만나게 해 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