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표 쉐이코 카세트 - 내맘대로 노래 듣기
류인숙 지음, 신대기 사진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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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타임머신을 찾을 필요가 없다. 바로 이런 책이 타임머신일테니... 세대간의 갈등이라는 말이 있다. 같은 세대끼리의 공감대가 큰 것은 어쩔 수 없는 진리다. 그러니 어쩌면 그 세대갈등이라는 것도 당연지사일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서로 다르게 보지 않고 틀린 것으로 생각하기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것처럼 여겨지는 것일게다. 그런 세대갈등을 녹일 수 있는 것중의 하나가 노래가 아닐까한다.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도 사랑받는 노래가 많은 까닭이다. 그만큼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에 느껴지는 정서는 그다지 많이 변하지 않는다는 말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인간의 속성중에서 공통점으로 작용되어지는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책장을 펼쳐 읽는 순간부터 나를 따라왔던 게 하나있다. '情"... 우리에게는 너무도 필요한 정서지만 애써 외면하려하는 것... 변화는 인간의 편리를 위한 도구일뿐이다. 세월이 흐를수록 어쩌면 우리는 지독한 이 문명의 이기에서 벗어나고자 애를 쓰지 않을까? 그렇기에 지금도 힐링이니 치유니 하는 말들이 세상을 떠돌며 우리에게 다가오려 애쓰는 것일게다.

 

눈물이 날만큼 반가웠다. 지금도 내 MP3에는  이 책속에 등장하는 노래가 대부분 저장되어 있다. 60년대에 태어나 70년대를 살았던 세대라면 아마도 모두가 즐겨듣던 노래가 아닐까 싶다. 뚜아에무아, 논두렁밭두렁, 해바라기, 배따라기, 정태준 박은옥의 노래는 죽여줬다. 가요뿐일까? 팝송도 끝내줬다. The House Of Rising Sun, Epitaph, The Rose, One More Cup Of Coffee, For The Good Time, The End Of The World, Don't Forget To Remember, Sailing 과 같은 노래들은 그때도 흠뻑 빠졌었지만 지금 들어도 여전히 좋다. TV가 그리 흔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그랬는지 그때는 라디오 듣는 재미로 살았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독수리표 쉐이코 카세트는 우리집에도 있었다. 라디오 겸용이라 좋았다. 지금은 흔치 않은 음악다방도 그때는 많았었다. DJ에게 미쳐서 음악다방을 하루도 빼지않고 출근도장 찍으며 가슴앓이를 했던 친구도 있었다. 이정희의 '그대생각'은 첫사랑의 아픔을 생각나게 하고, 정미조의 '개여울'은 지금도 내가 가장 좋아하고 즐겨부르는 노래중의 하나다. 그 때는 또 왜 그렇게 가요제가 많았었는지... 대학가요제와 강변가요제를 통해 나왔던 노래들은 지금 들어도 가슴이 뭉클해진다.

 

지난했던 세월이었다. 무슨 젊은이의 특권이라도 되는양 그렇게 학생들은 끝도없이 데모를 했었다. 그런 까닭에 민중가요가 한창 불려졌다. 며칠전에 TV를 통해 노래프로를 함께 보던 아들녀석이 금지곡이나 노동가요에 대해 물었던 적이 있었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 불렀던 '사계'와 '그날이 오면',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와 같은 노래를 들려주면서 노래속에 실린 당시의 상황과 배경을 설명해주니 그제야 고개를 끄덕거린다. 그만큼 아픔도 많았지만 어쩌면 아픔만큼이나 희망도 노래할 수 있었던 시절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그 지난했던 세월을 고스란히 담아놓고는 이런 노래들이 있어 치유할 수 있었다고 말하는 지은이의 마음이 크게 전해지는 건 아마도 같은 시대를 살았던 때문이리라 한다.

 

지난 시절을 노래와 함께 들려주는 지은이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벙어리창문이 있던 그 방'을 읽다보니, 없이 살던 시절의 달동네로 대표적이었던 봉천동의 이미지가 싫어 동명을 바꾸고자 했다는 말이 떠올랐다. 결과가 어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딱히 그렇게까지야...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봉천동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던 나는 그다지 부끄럽지 않은데 왜 그럴까 싶어서다. 단지 생각차이일 뿐일까? 문득, 세대간에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길도 그 생각의 차이를 조금이나마 줄이고자 노력하는 게 아닐까 싶어진다. 지난 세월이 있어 지금의 세월은 존재한다. 아픔이 있어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노래를 통해 지나왔던 발자취를 더듬어 보았던 시간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하지만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라 한다면 솔직하게 말해 그러고 싶진 않다. 그래서 가끔은 이런 책이 고마울 때가 있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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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창 편집자 2013-04-12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잘 봤습니다. 삶창 페이스북 페이지로 좀 모셔갈게요. 삶창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samchangface)으로 놀러오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