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눈이의 사랑
이순원 지음 / 해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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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책의 주인공부터 알고 가야 한다. 붉은머리 오목눈이... 흔히 뱁새라고 불리운다는 작은 새. 주로 한국이나 중국, 미얀마등에서 살며 참새와 비슷하지만 벼이삭보다는 풀씨나 곤충류를 먹고 산다. 키 작은 나무에 지푸라기와 죽은 잡목의 나무 껍질등을 거미줄로 연결해서 둥지를 만든다. 붉은머리 오목눈이의 둥지는 비바람에도 끄떡없을 정도로 튼튼하다. 보통은 푸른 색의 알을 낳고 뻐꾸기와 누룩뱀이 천적이다. 그런데 뻐꾸기가 천적이라고? 왜?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잘 알다시피 뻐꾸기는 탁란으로 유명하다.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아서 그 새로 하여금 자기의 알을 부화시켜 키우게 한다. 그런데 그 뻐꾸기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대부분 붉은머리 오목눈이라고 하니 천적이라 할 만 하다. 뻐꾸기의 탁란은 자연다큐에도 자주 등장한다. 하루나 이틀 먼저 부화하여 자신 가까이에 있는 알이나 나중에 태어난 다른 새끼들을 모두 둥지 밖으로 밀어내는 장면을 보면서 볼 때마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는거지? 했었다. 그런 모든 과정이 자연의 순리라는 걸 왜 생각하지 못했던 것일까? 모든 것의 불행은 순리를 거스를 때 찾아온다. 자연의 법칙 또한 그렇다. 자연은 모든 것이 순리대로 흐른다. 아프면 스스로 치유해가면서. 너무 빠르면 잠시 늦추기도 하면서. 그러나 인간은 어떤가. 엄청난 자연속에서 아주 작은 점 하나만도 못한 존재이면서 하늘 아래 저만 잘난 줄 알고 사는 게 인간이다. 昨今에 이르러 빈번하게 일어나는 자연재해만 봐도 이제는 우리의 삶도 느슨해 질 필요가 있음을 알아야 함에도 전혀 변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작가는 말한다. 속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다고. 빠르게 가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제대로 가고 있는지 한번쯤은 살펴봐야 한다고.

 

오목눈이 육분이는 세번이나 뻐꾸기의 새끼를 키워냈다. 제 새끼를 밀어내는 뻐꾸기 새끼를 바라보면서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를 알지 못했다. 육분이의 이름은 원래 육분의다. 육분의는 별자리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배의 위치를 판단하기 위해 천체와 수평선 사이의 각도를 측정하는 기기라는 걸 나는 이 책을 보고서야 알게 되었다. 눈치가 빠르다면 육분의라는 이름이 뭘 말하고 있는지 미리 짐작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온갖 정성을 다해 키웠던 새끼 앵두가 뻐꾸기어미를 따라 가버리고 난 후 많은 생각에 잠기게 된 육분이는 마침내 길을 떠나기로 한다. 앵두가 그립기도 했지만 묻고 싶은 게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고난을 겪어내며 마침내 머나먼 아프리카에서 앵두를 만났으나 육분이는 아무것도 묻지 않은 채 다시 발길을 재촉한다. 떠나왔던 곳으로 돌아가기 위해. 왜 그랬을까? 이쯤에서 말해두자면 뻐꾸기는 철새다. 5월초에 찾아와 탁란을 하고 새끼가 자라 날 수 있게 되면 제 새끼를 불러내 8월초에 다시 떠난다. 뻐꾹뻐꾹하며 우는 게 수컷이고 암컷은 삐이삐이하는 소리를 낸다.

 

어른에게 들려주는 동화, 라는 말은 이미 시작부터 내 마음을 가득 채운다. 寓話는 내가 좋아하는 장르이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 장르이기도 하다. 어른이 되면서 잃어버린 童心을 한자락이라도 찾았으면 하는 마음에. 그러면 빡빡한 삶의 바퀴가 조금은 부드러워지지 않을까 싶어서. 오래전에 읽었던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이 떠오르기도 한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더 멋진 삶을 위해 평범함을 거부했던 갈매기 조나단의 모험을 그린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모험만을 그리고 있지는 않다. 책장을 넘기기 시작하면 이 세상 모든 생명의 어머니께 이 글을 바칩니다, 라는 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 책이 뻐꾸기새끼를 제 새끼인줄 알고 키워낸 오목눈이 엄마새의 이야기인 까닭이다. 그러나 오목눈이 엄마새의 여정을 통해 작가의 안타까움이 담긴 또하나의 이야기를 읽게 된다. 아니 세 편의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붉은머리오목눈이라는 새와 뻐꾸기의 삶에 대한 것이 그 첫번째이고, 세번이나 얽힌 뻐꾸기와의 묘한 인연에 대한 오목눈이의 철학적인 성찰이 두번째이며, 어디로 가야하는지 모른 채 바쁘게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작가의 메세지가 세번째 이야기이다. 책띠에서 보이는 말이 따갑게 눈에 들어온다. 의미없는 비교 속에서 갈 길을 잃은 사람들에게 작고 고독한 오목눈이가 전하는 삶의 아름다운 가치. "문제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야".... 책띠조차도 소중하게 느껴지는 책이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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