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당신들 베어타운 3부작 2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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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으면서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작가라는 옮긴이의 말에 공감하게 된다. 프레드릭 배크만은 스웨덴 출신으로 <오베라는 남자>를 쓴 작가다. 나는 아직 읽지 못했기에 그 작가가 궁금했다. 전작 <베어타운>을 먼저 읽는 게 순서겠지만 책을 읽다보니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베라는 남자>라는 작품때문에 호기심이 있었고 그런 이유로 이 책에 대한 기대감도 높았다. 그런데 이 책 한 권을 다 읽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나는 당신의 소설을 읽고 싶었던거지 그렇게 깊고 따분한 심리학 강의를 듣고 싶었던 건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 걸 참느라 애썼다. 그리고 나는 알았다. 책을 덮고나서. 그가 왜 그토록이나 많은 말을 하고 싶어했는지를.

 

우리편이 아니면 남의 편이 아니라 적이 되어버리는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우리와 당신들>이라는 책의 제목이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다. 벤이는 성정체성에 문제가 있고, 비다르는 충동을 억제하지 못한다. 마야는 성폭행을 당했고 마야의 친구 아나는 술주정뱅이 아버지를 두었으며 마야의 동생 레오는 열두살이지만 누나의 일로 폭력에 눈을 뜨게 된다. 하지만 벤이는 최고의 하키팀 공격수이며 비다르는 타고난 골키퍼다. 하키팀 감독인 아버지를 두었지만 마야는 하키보다 기타를 더 좋아하고 아나는 아버지를 사랑한다. 또한 마야와 레오는 부모를 이해하려 애쓰고 있다. 베어타운은 그런 곳이다. 무엇하나 특별할 것도 없는 아주 지독히도 평범한 곳. 하지만 어딘들 문제없는 곳이 있겠는가. 중요한 것은 그 문제의 해결점을 어떻게 찾는가이다. 그리고 삶은, 세상은 그런 우리에게 하나의 희생양을 요구한다. 뭔가를 느끼게 해주기 위해서. 혹은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하는가를 알려주기 위해서.

 

불행하게 백 살까지 사는 거랑 행복하게 딱 일년 살고 죽는 거...(-70쪽) 둘 중 당신은 어느쪽을 택하겠는가? 라고 묻는다면 나는 당연히 후자쪽을 택할 것이다. 나만 그런 건 아닐 것이다. 많은 사람이 아마도 후자쪽을 택하지 않을까 싶다. 베어타운의 중심이 되고 있던 하키팀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그 문제를 계기로 마을사람들은 두 편으로 갈라지게 된다. 선택 뒤의 불편함은 말로 다 할 수가 없다. 그리고 묻는다. 당신은 어느쪽이냐고. 하지만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다. 문제가 무엇이고 그 문제에 대한 답이 무엇인지를. 그럼에도 그들은 자신의 선택이 옳은 것이라 믿고 싶어한다. 오히려 그 문제를 덮지않은 사람을 원망하면서. 작가는 묻고 있다. 당신은 당신이 살고 있는 공동체에 대해 얼만큼의 신뢰와 관심을 갖고 있느냐고.

 

우리가 저지르는 끔찍한 잘못은 대부분 틀렸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데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뒤로 물러날수록 실수는 더 커지고 결과는 더 끔찍해지며 자존심에 더 엄청난 금이 가기 때문이다. (-31쪽) 이 문장은 책을 읽는 내내 가슴 밑바닥에 웅크리고 있었다. 작가는 하나의 사건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많은 일에 대한 사람들의 심리적 갈등을 상당히 깊이 들여다보고 있다. 그러나 어느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다. 누구나 그렇게 선택할 수 있고 누구나 그렇게 믿고 싶어할 수 있다고. 이 세상에서는 불공평한 게 공평한 것보다 훨씬 자연스러운 현상이지... (-438쪽) 라고 말하면서. 그리고는 또 이렇게 말한다. 자기자신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고.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이라고 인정할 때, 잘못을 진심으로 인정할 때 꼬인 것들은 풀리게 마련이다. /아이비생각

심연을 들여다보면 심연도 나를 들여다본다. (-니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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