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하는 세계사 - 12개 나라 여권이 포착한 결정적 순간들
이청훈 지음 / 웨일북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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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은 그 나라가 걸어 온 시간을 압축해 담고 있다... 책 띠에서 보여주는 말이다. 여행을 준비하면서도, 비행기를 타러 가면서도 여권을 유심히 본 적이 없다. 그냥 하나의 통과의례에서 필요한 도구였을 뿐이다. 그런데 이 여권에 관심을 두고 세심히 살펴보게 되어 책까지 낼 수 있었다는 사실이 내게는 참 호기롭게 보였다. 도대체 이 여권에 뭐가 있다는거야? 새삼스럽게 여권을 꺼내들고 들춰보았다. 그리고 알았다. 내 여권에 어떤 그림이 인쇄되어있는지. 해외여행을 하면서 이렇게 세세하게 여권을 들여다보는 사람이 있을까? 저자 이청훈은 출입국 관리 공무원으로 20여 년 동안 일했다고 한다. 그 시간동안 많은 나라의 여권을 들여다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알게 되었을 것이다. 여권속에 들어있는 그 나라만의 역사를.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면서 조금은 진부하게까지 느껴졌다는 게 솔직한 말일 것이다. 말만 바꿨지 그동안 숱하게 보아왔던 세계사와 뭐가 다를까 싶어서.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이 나오기까지 저자의 마음이 어땠을까 생각하니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생겼다. 그만큼 재미있게 보았다는 것이다. 이 작은, 단 몇 쪽에 불과한 여권안에 이렇게나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었다니.

 

'도깨비'라는 드라마로 다시 보게 된 캐나다부터 고대문명의 발상지인 인도까지 모두 12개국의 여권을 소개하고 있다. 사실 캐나다 비행기에 그려진 것이 단풍잎이라는 것도 드라마를 통해서 알았다. 단풍잎이 캐나다의 고유성을 상징하는 오래된 소재라는 건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더 알고 싶어서 찾아보니 18세기부터 축복받아온 자연과 환경을 상징하면서 캐나다 자체를 상징하는 국가적 문양이라고 한다. 실험 결과 바람에 날릴 때 가장 선명하게 보이는 모양이라서 채택되었다는 말이 보여서 살풋 웃음이 나기도 했지만. 가장 시선을 끌었던 나라는 일본과 뉴질랜드, 인도였다. 일본의 우키요에는 자포니즘이란 말을 생성할 정도로 유럽에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친 문화중의 하나였다. 그러니 우키요에에 대한 일본의 자부심이 여권에 표현되었을 것이다. 고사리를 국가의 상징 문양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뉴질랜드의 역사도 흥미로웠다. 그야말로 고사리 예찬론이 아닐 수가 없다. 고사리는 잎의 앞뒷면 색깔이 달라 옛날 마오리족 전사들은 고사리를 이정표 삼아 전진했고 또 돌아왔다고 한다. 고사리의 앞면은 초록색이지만 뒷면은 은색으로 일종의 야광 물질 역할을 한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뉴질랜드는 우리가 알고 있는 마오리족의 후손이다. 국기의 디자인으로 고사리 무늬를 채택할 것인가를 두고 국민투표를 할 정도였다고 하니 그들에게는 고사리가 주는 의미가 상당히 큰 모양이다. 캐나다 국기도 원래는 유니언 잭이 들어가 있었지만 1964년 의회 투표를 거쳐 지금의 단풍잎 국기로 바꿨다는 걸 보면 그 나라의 문화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죽기 전에 한번은 가고 싶은 나라 인도. 인도는 내게 그런 나라다. 인도의 국가 문양이 이채롭게 눈에 들어온다. 동서남북을 바라보고 있는 네마리의 사자상, 그 아래 힌두어로 쓰여져 있는 '진리만이 승리한다' 라는 하나의 문구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듯 보여진다. 인도는 사실 힌두교의 나라다. 그럼에도 우리에게는 불교의 나라로 알려져 있다. 불교는 흔히 포용의 종교라고도 하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불교는 종교가 아니라 철학이다. 그런 위대한 사상을 배출할 수 있었던 나라에 가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쉬운대로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인도영화나 한번 보면서 그 아쉬움을 달래봐야지, 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사의 한 단면쯤 되지 않을까 싶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새롭게 다가온다. 바라보는 시선이 남달랐던 까닭이었을 것이다. 짧지만 강렬한 느낌을 남겨준 책이다. 더 많은 나라가 소개되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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