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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 아직 ‘신비’라 말할 수 없는

 

 

그토록 목마른 까닭에

메마른 가지 하나

어느 귀퉁이에 툭 하고

떨어져 버린다

 

 

-내내 썩어지기를 기도하며

목 놓아 울은 슬픔들로

물을 주었습니다

그리곤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단지, 푸르른 넝쿨에

파묻혀 감추어진

가지 끝 위로

어느 새가 내려앉았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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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여백

 

 

어디서 그 많은 먼지들이

그대의 방구석에 쌓여있는지

그대는 알지 못합니다.

어떻게 그 해묵은 먼지들이

그대의 문지방 사이사이

보이지 않는 구석 틈새로

짙게 자리를 잡아갔는지

그대는 알지 못합니다.

어쩌면 그대의 그 수많았던

바람의 조각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노라고

그대는 줄곧 믿어 왔겠지만

차마 치우지 못한 그대의 미련들이

그렇게 깊숙한 곳에 숨겨져

반짝거리고 있는 것인지도

그대는 알지 못합니다.

언젠가, 그대는 그대의 우울한 독백처럼

이곳을 깨끗이 떠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그대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이곳 그대의 방에 머물며

모든 흔적들을 지워갈 것입니다.

그러나 그때도 그대가 남긴

마지막 미련 몇 가닥만큼은

아직 이곳에 뒤엉켜 뒹굴고 있음을

그대는 끝내 알지 못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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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이유

 

 

작고 귀찮은 모기 하나가

주위를 윙윙 거리며

나를 좀먹으려 하고 있었다.

그저 살아있기에

살아있으려고만 했던 나에게

모기는 분노를 가져다주었고

그 잔혹한 지겨움에 발버둥 치며

불을 켰다.

 

 

아귀에 꽉 들어찬 이글거리는 힘들이

샘솟고 있었다.

강렬한 스피드와 무게가

에너지를 발산하였고

모기는 이 내 피를 다 흘려내도록

압사 당하였다.

시간은 정지한 듯

적막 속에 멍한 존재의 망각이

불을 껐다.

 

 

숨어있던 모든 모기들이

여기저기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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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위한 기도

 

 

한 영혼의

가엾이 흔들리는 자태를

한없이 바라만 보았다.

 

 

손 끝 하나

닿은 떨림에

휘청거리며 견디는

그의 가녀린 발 끝 저림을

머리 자올 하나

가만히 흔들림을

견딜 수 없어 소스라치고 마는

그의 시린 등 뒤를

다가설 수 없었기에

그저 한없이 바라만 보았다.

 

 

바라보았음에

그저 한없이 바라보았음에

단 한 밤 너를 지켜내기를

기도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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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1-01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촛불...인듯..!
멋진 시입니다.
눈앞에
있는듯 느껴지니 말예요.

몽원 2015-01-11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종의 추억팔이 같은 읊조림인데.. 촛불로 승화시켜 주시니 감사합니다.^^ 꾸벅~
 

 

 

 

달팽이

 

 

아직 한 번도 날개를

펴 보지 못한 나비,

시린 한 겨울 지켜주던

허물을 벗으려

힘겹게 얼굴을 내밀고

발을 내밀고

버둥버둥 날개를 펴려다 그만

단단히 굳어버린 허물에 갇혀

하늘 꿈 버리고서

바닥을 기기 시작한다.

꿈틀꿈틀 느릿느릿..

그래도 지렁이처럼

느물느물해 질 순 없어

행여 닿으면

단단한 허물 안으로 숨어

산산이 부서지는 꿈, 꿔보지만

아무도 모르고 아모도 몰라

하늘빛 그리움으로 길게

목을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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