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8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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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콜럼바인]과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라는 책을 읽으면서 미국의 대표적인 고등학교 총기사건인 콜롬바인 고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 책들을 읽으면서 파악한 것은 대략 다음과 같다. 사건의 주범인 에릭이라는 인물은 168명의 사상자와 수많은 부상자를 낸 오클라호마시티 참사의 범인인 멕베이를 모델로 삼아 맥베이 보다 더 유명해져서 신문에 나고 싶다는 열망으로 사건을 준비했고, 이 과정에서 우울증으로 자살을 준비하던 딜런을 끌어들여 범죄를 모의했다. 원래는 식당에 폭탄을 터트려 천 명 가까운 희생자를 내려고 준비했으나, 폭탄이 불발하여 훨씬 적은 희생자를 내었다는 것이다. 아직 인격이 덜 형성된 고등학생이란 나이에 이들의 왜곡된 자의식이나 타인에 대한 피해 의식 등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하는 사건이었다.

미나토 가나에의 [고백]이라는 소설을 읽으며 비록 픽션이지만, 다시금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소설에서도 마치 에릭과 딜런과 같은 슈야와 나오키라는 두 명의 청소년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만의 황당한 이유로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다.

소설은 유코라는 중학교 1학년 여선생님의 1학기 종업식 인사로 시작된다. 학생들에게 덤덤하게 한 학기 동안 수고했다고 말하고, 자신은 오늘을 마지막으로 7년 동안의 교직을 관둔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이유를 언급하며 1달 전에 사고로 죽은 자신의 딸 이야기한다. 그리고 곧 충격적인 말이 나온다. 학교 수영장에서 사고로 죽은 것으로 알려진 딸이 실제로는 자신의 반 두 명에게 살해를 당했다는 것이다. 유코는 그들의 신변을 보호한다며 그들을 A와 B라고 부른다. 유코는 일본의 소년범의 형사처벌 면제와 학생을 보호해야 하는 교사의 사명으로 인해 범인들을 형사고발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어쩌면 형사고발이 처벌은 없고, 범죄자만을 유명하게 만들어, 오히려 그들의 욕구만을 만족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대신 반성하라는 의미에서 자신만의 처벌을 남겨두고 떠났다고 고백한다. 그런데 그 처벌이라는 것이 너무 끔찍한 형벌이다. 소설의 초반부는 이렇게 유코의 고백으로 일단락되는데, 읽는 내내 충격과 반전이 거듭되면서 거의 숨도 쉬지 못하고 읽게 된다. 독자를 자신의 소설로 빨아들이는 작가의 흡입력에 깜짝 놀랄 지경이다.

이 정도 되니 오히려 소설의 초반에 모든 긴장감을 쏟아부었으니 후반부에는 무슨 이야기가 진행될까 읽는 나 자신이 작가를 염려할 지경이 되었다. 그러나 그런 염려도 잠시, 작가는 다시금 충격과 반전을 쉴 틈 없이 이어간다. 소설은 유코 선생님의 독백, 유코 선생님의 독백 이후 반에서 벌어진 일을 반장이었던 미즈키가 유코 선생님에게 보낸 편지 내용,  B라는 이니셜로 불렸던 나오키와 나오키의 어머니의 독백,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A라는 이니셜로 불렸던 슈야라는 아이의 독백이 이어진다. 소설의 전체적인 내용은 유코가 던져 놓은 폭탄이 어떻게 파괴력 있게 작동하는지와 함께 유코의 딸이 미나미를 살해한 슈아와 나오키의 범행 동기 등이 언급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일본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청소년 문제와 학교 문제가 언급된다. 소년범의 문제, 가정파괴, 은둔형 외톨이, 학교에서의 폭력과 왕따 문제, 학교에서의 선생님의 권한 문제 등이 계속 언급된다. 그 과정에서 유코, 미즈키, 나오키, 슈아, 나오키의 어머니까지 어떻게 자기만의 시각으로 외부 세계를 인식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리고 그렇게 자기만의 시각으로 외부 세계를 인식이 가져온 끔찍한 결과도 언급된다.  

소설은 충분히 나오키와 슈아가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설득력 있게 이야기한다. 부모님의 왜곡된 학업 의식이나 경쟁의식, 또는 소외감, 사랑과 관심을 받고 싶다는 자신만의 감정 등을 마치 범죄 사건의 원인을 분석하듯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럼에도 소설을 읽으면서 이들에게 대한 동정 의식이 전혀 들지 않는다. 아마 이것이 작가의 의도였을 것이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사건의 원인을 이야기하면서도, 그런 원인들이 얼마나 어리석고 자기중심적인 생각에서 생긴 것인지를 계속 암시한다.

현대에는 청소년 범죄나 끔찍한 사건들이 벌어지면, 범죄자들이 왜 그런 범죄를 저질렀는지에 대해 방대한 분석을 한다. 범죄자의 불우한 가정환경, 힘들었던 청소년 시절, 사회의 모순 등을 보도하며 그들이 그런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작가는 유코 선생님의 입을 빌려 결국 사건의 원인은 사건을 일으킨 범죄자이며, 그 범죄자는 처벌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유코 선생님의 초월적인 심판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미나토 가나에는 청소년과 학교가 중심이 되는 여러 개의 소설을 발표하고, 학교와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사회문제 등을 언급한다. 작가의 치밀한 심리묘사와 충격적인 반전으로 인해 관심을 가지고 읽고 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고백]은 아직 읽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새롭게 개정판이 출간되면서 드디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읽으면서 충격과 반전을 거듭해서 책을 읽을 덥은 후에도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였다. 왜 이 책이 미나토 가나에의 대표작이라고 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소설을 읽는 내내 미나토 가나에라는 작가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가 있었다. 계속해서 이 작가의 작품을 관심을 가지고 읽고 싶은 마음이 든다. 아직 미나토 가나에라는 작가의 소설을 읽지 않았다면 이 소설을 먼저 읽기를 권한다. 충분히 독자를 사로잡을 만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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