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l version="1.0" encoding="utf-8"?><?xml-stylesheet href="http://blog.aladin.co.kr/blog/rss/rssUserXSL.aspx" type="text/xsl" media="screen"?><rss version="2.0"><channel><title>너의 의미 (아이리시스 서재) &gt; 2009-2011</title><link>http://blog.aladin.co.kr/irisis83/category/21463372</link><language>ko-kr</language><description>생각하는 어린이</description><copyright /><generator>Aladdin RSS(Alss) v0.9</generator><lastBuildDate>Sat, 11 Feb 2012 23:23:42 +0900</lastBuildDate><image><title>아이리시스</title><url>http://image.aladdin.co.kr/Community/myface/pt_739771186721211.jpg</url><link>http://blog.aladin.co.kr/irisis83/category/21463372</link><width>100</width><height>100</height><description>아이리시스</description></image><item><author>아이리시스</author><category>2009-2011</category><title>주머니 속 상실의 돌멩이 - [래빗 홀 - Rabbit Hole]</title><link>http://blog.aladin.co.kr/irisis83/5309895</link><pubDate>Tue, 27 Dec 2011 20:4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irisis83/530989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M232435895&TPaperId=5309895"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1403/1/coveroff/m23243589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M232435895&TPaperId=530989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래빗 홀 - Rabbit Hole</a><br/> / 영화 / 0001년 01월<br/></td></tr></table><br/>몇 년 사이에 조카가 넷이나 생.겼.다. 그 전까지는 하나도 없었다. 사촌들이 다 고만고만한 또래에다가 결혼도 최근 몇 년 사이에 했고, 하나씩 해치우기 시작하는, 이제 우리 집안은 시작이었다. 그런데 결혼이 진행되기 시작하자, 조카가 생기기까지는 금방이었다. 결혼식과 조카까지는 정말로 얼마 걸리지 않아 내심 놀랍기까지 했다. 내가 두려워하는, 또는 짐스러워하는,&nbsp;결혼을 하면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등식이 성립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었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냥 생긴 것이다. 사촌 조카들을 살면서 몇 번이나 보게 될지, 걔네들에게 이모나&nbsp;고모라는 호칭으로 몇 번이나 불리게 될지 모른다. 아이들이 귀엽고 소중하다는 것을 알지만 교과서로만 배웠다. 아무리 귀여워봐야 내&nbsp;아이는 아.니.다.&nbsp;내가 낳지&nbsp;않았다. 그건 아마 내 동생이 결혼하여 친조카가&nbsp;태어나&nbsp;나를 고모라고 불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가 낳지 않았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결혼해야 철이 들거나 인간이 된다는 말은 거기에서 나왔을 것 같다. 아기 보면 귀엽고 예쁜 거 나도 알지만 내가 만들고 내 안에서 나온 아이와는 다를 것 같다. 누구보다 이해와 공감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nbsp;내가 낳지 않은 아이다. 그 아이가 다친다 해서&nbsp;내 생살이 찢어지는 것처럼 아프지는 않을 것이고, 그 아이가 없어진대도 차라리 내가 죽어버렸으면 싶지는 않을 것이다. 짐작컨대, 내 아이가 생긴다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나는 내 아이가 없으니까 모르는 것이다. 니콜 키드먼의 기분 같은 것.&nbsp;같은 슬픔을 겪은 니콜 키드먼의 남편 기분 같은 것. 그러니까 베카와 하위가 아들을 잃은 기분 같은 것, 예를 들어, 슬픔, 절망감, 자괴감, 죄책감 같은 걸 나는 아직 모르는 것이다. 안다고 말할 수는 있으나 내 슬픔은 아니라는 것. 그것은 간혹 꽤 답답한 기분이 된다. 난 종종 엄마,아빠의 죽음으로 그 문제를 치환해보기도 하지만, 역시, 아직은 알 수가 없다. 내가 낳지 않.았.다. 이런 나는 결혼해 입양을 생각해본 적도 있다. 이런 나니까, 거리두기를 잘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건방질 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장담할 수가 없는 걸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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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알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알 수 없는 것. 모르는 마음이 얼마나 알고 싶은 마음이 되는지, 이건 공부도 아니고 책으로도 배울 수 없어서 어쩌면 모르고 살 수도 있는 것. 그래서 나는 모성애나 부성애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스토리에 심히 감정이입을 하지 못하는 면이 없지 않다. 나도 여자고, 가정적인 사람인데, 아예 모르지는 않겠지만 시어머니께 아이 맡겨놓고 바깥 일 하면서 아이가 조금 넘어지거나 데었다고 팔짝팔짝 뛰거나 동동 거리면서 시어머니에게로 모든 탓을 돌려버리는 아이 엄마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러면 자기가 키우든가. 그래서 말인데, 엄마는 자기 아이가 소중한 만큼 타인에게도 너그러워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자기 아이가 그토록 소중한데 어째서 다른 아이에게는 친절하지 못하는가. 먹이사슬의 관계에서 가장 공감해야 할 사람들이 그렇지 못할 때 나는&nbsp;분노를 넘어 짜증스럽다가 어쩔 때는 슬픔을 느꼈다.&nbsp;다른 아이에게 처할 수 있는 일이면, 자기 아이도 처할 수 있다. 내 아이에게 생길 수 있는 일이면 다른 아이에게도 생길 수 있고, 자기&nbsp;아이를 용서할 수 있으면 다른 아이도 용서할 수 있다. 안될 일이란 게 세상에 없다. 여기까지는 사족. 나는 요즘 영화가 아니라 영화 보는 나에게 몰입하느라 한껏 들떠있다. 영화가 궁금하면 리뷰가 아니라 영화를 보시라. 리뷰에는 영화 이상의 내가 담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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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 키드먼의 히스테릭한 연기에&nbsp;물이 올랐다. 아름다운 그녀는 최근 몇 년간 정말로 아름답게 나이 먹어가는 본보기를 보여주는 것 같다. 파란 눈의 여자가 이토록 아름답다는 것을 좋아하는 헐리우드 배우 니콜 키드먼과 나오미 왓츠에 의해 느껴가는 나날, 베카로 분한 그녀가 남편과 함께 아이 잃은 부부들의 슬픔을 나누고 공감하며 치유하는 모임에 나갔을 때 느끼는 다 부질 없다는 감정도, 남편 하위가 그곳에서 어떻게든 부부 사이를 회복하고, 아들 잃은 심정을 다스려 아내와 잘 살아보려는 행동도 모두 이해가 되었다. 슬픔을 다스리는 방식은 각자 다를 수밖에 없다. 둘이 함께 낳아 사랑을 주며 키웠어도, 아빠와 엄마의 애정의 깊이가 다르다. 이상한 일이지만 애정이&nbsp;달라서가 아니라, 내면을 다스리는 슬픔과 치유의 작동 매커니즘이 달라서 생기는 일인 것 같다. 아들과 함께했던 비디오 영상을 보며 밤마다 눈물짓는 남편과 동생이 낳은 아이에게라도 아들의 옷을 입혀 아들을 느끼고 싶은 아내. 자신에게로 향하는 모든 애정과 소통의 끈을 거부하고 혼자만의 세상으로 숨어버리는 아내와 그런 아내를 세상 속으로 끄집어내기 위해 애쓰는 남편이 있다. 비교적 일상 속에서 이들은 행복한 듯 보인다. 그래, 슬픔이 어떤 사람 안에 온전히 농도 100%로 존재할 수는 없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되는 것도 어쩌면 착각. 차례로 찾아오는 낮과 밤을 차례로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 오면, 그땐 절망의 나락으로 치닺는다. 슬픔이 바닥을 칠 때까지 자신을 내버려둘 수밖에 없는 것. 그것을 꺼내주는 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만의 몫. 물론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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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부부가 위안을 찾은 방법은 아쉽게도 바깥을 통해서였다. 슬픔을 다스리는 방법이 달랐던 두 사람이 비슷한 사람을 만남으로서 치유가 시작된 것이다. 자신들과 같은 슬픔에 빠진 사람들 그룹에서도 꼼짝 않던 이들을 움직이게 한 건 하느님도 아니고 신도 아니고 사람이었다. 실수를 되새기고, 남아있는 원인을 원망해보고, 행복을 밀어내고, 안락함을 추방해도, 궁지에서 인간은 동아줄을 붙잡아 버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견뎌야 하기에.&nbsp;일상 와중에 문득문득&nbsp;찾아드는 아들의 흔적을 간직해야 옳을지, 그 반대일지 우리는 알 수가 없다. 누군가의 슬픔은 이해나 공감과는 별개로, 오롯이 내 것일 수가 없는 것이 진리다. 집을 팔고, 옷을 버리는 일처럼, 간직하거나 내버리는 것은 슬픔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소중한 사람을 잃었을 때 울음의 강도로 슬픔을 판단하는 것과 하등 다를 바 없는. 베카는 자기 엄마의 같은 슬픔에도 깊이 공감하지 못한다. 어느 순간이든 자기 상처가 제일 크다고 재단해버린다. 그 틈에 눌린 주변 사람들은 그녀의 안에 한 발자국도 들어갈 수 없겠지. 언젠가 구멍이 생길 때까지. 누군가를 잃은 자리를 또다른 것이 대신한다는 말을 나는 믿을 수 없다. 내 슬픔이 당신 것이라는 것도. 세상에 일어나는 많은 것들 중 오로지, 오롯이, 감당해야 할 몫이 있다면 그것이 슬픔이라고 생각한다. 슬픔의 나락에 있을 때에는 누군가가 내 슬픔에 공감한다 해도 가식으로만 보인 적이 많았다. 공감이 진심인 줄 알면서도 슬픔은 반으로 줄어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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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와 화해, 소통과 공감을 말하는 모든 이야기들이 보편적으로는 위로와 치유의 힘을 강조하지만 단 한 번도, 스스로의 치유보다 타인의 배려가 나았던 적이 없었다. 결국 길어올리는 슬픔의 주어는 나였다. 내 몫이었다. 바깥을 돌아보았다. 세상이 내 편일 때도 그렇지 않을 때도, 다 주고 싶은 적도 하나도&nbsp;갖기&nbsp;싫은 적도 있었다. 베카와 하위를 이해한다. 정확히 말하면 그들의 슬픔을 이해한다기보다, 그들이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 이유에 대해 이해한다. 하느님이 죽은 사람을 살릴 수 없듯, 냉소와 무관심으로 자위하면서 잊혀져가기를 기다린다. 그저, 기다릴 뿐이다. 아들과 관련된 흔적들, 집과 개, 옷을 버리려는 아내와 아들의 흔적을 고스란히 두고 그리워하며 일상을 찾기를 원하는 남편. 천사가 된 아들은 어느 것을 더 좋아할까. 감히 부모의 불행과 몰락을 바라겠는가. 정답은 하나지만, 때로 그 정답을 찾아가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려운 일들. 그래서 신은 몰두와 열정과 망각을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잊기 쉬운 가장 좋은 방법은 몰두와 망각 뿐이다. 그래서, 서로가 서로의 곁을 떠나고 바꾸고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자위한다. 가정이 깨어지는 것을 아이는 더군다나 바라지 않을 것이므로. 부모들은 그것을 안다. 같은 그룹에 있던 개리로 인해 깨어지는 가정을 보고만 하위는 다시 베카에게로 돌아와 그녀를 감싸안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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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위태위태한 가정이 아들의 죽음으로 결합되는 것도 봤고, 이혼만 보류했지 10년째 따로 살며 딸을 결혼시키는 것도 봤다. 그때마다 의아했던 건 의외로 단단해 보이는 가정도 들여다보면 흠이 있기 마련이고, 작은 흠만으로도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베카의 아픔을 겪었던 베카의 어머니가 말한다. 절대로 괜.찮.아.지.지.않.는.다.고. 하지만 괜찮다고. 주머니 속에 무거운 돌멩이 하나를 넣고 걸어가는 것 같은 인생이지만 그것이 없어진 아들 대신이라고 생각하면 그마저 소중하다고. 아파본 사람만이 해줄 수 있는 충고였다. 깨지거나 합쳐지거나, 둘 중 하나를 할 수밖에 없는 부부 사이. 영원히 하나란 없는 가깝고도 먼 친구. 동반자. 그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어떻게 지리한 시간들을 견뎌나갈지는 아직도 미지수지만, 마음먹기에 따라 세상이 달라진다는 것은 명백하다. 용서하고 내려놓을 것인가, 미워하며 지고 갈 것인가. 평행이론이 이런 식으로 씌여 위안을 줄지는 몰랐지만, 그래, 내가 하필 조금 슬픈 역할을 맡았다고 생각하면, 조금 위안이 되려나. 그리워하는 것보다 있을 때 지켜주는 것이 영원히 더 나은 일이라는 건 분명하지만, 돌멩이, 그런 돌멩이라면 어떻게든&nbsp;견딜 수밖에. 아들이 부모의 몰락을 바랄 일은 절대로 없을테니까. 부모의 행복, 그것이 자식의 행복이니까. 언제, 어느 순간이든 그것만 기억한다면 아이 잃은 부모가 불행해질 일은 없지 않을까. 시간을 들여 보고싶은 영화는 아니었는데, 누구나 돌멩이 하나쯤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잡았다 놓았다 한다는 것을 알고나니 세상이 조금만 슬퍼졌다. 구성도,연출도,스토리도 지극히 평범 또 보통인데, 마지막 장면, 손 꼭 잡은 부부가 왜 이렇게 부럽기만 한지. 스포일러가 되지만 어쩔 수가 없겠다. 그들이 서로에게 돌아가서 정말 기뻤다.]]></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1403/1/cover150/m232435895_1.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M232435895</link></image></item><item><author>아이리시스</author><category>2009-2011</category><title>그곳에 그와 그녀가 있.었.다. - [퍼펙트 센스 - Perfect Sense]</title><link>http://blog.aladin.co.kr/irisis83/5307603</link><pubDate>Tue, 27 Dec 2011 00:4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irisis83/530760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M532435891&TPaperId=5307603"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1350/85/coveroff/m532435891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M532435891&TPaperId=530760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퍼펙트 센스 - Perfect Sense</a><br/> / 영화 / 0001년 01월<br/></td></tr></table><br/>그날 새벽부터 일어나 집을 나선 동네 기운은 상쾌하고도 청명했다. 게스트 하우스 앞에 플라타너스(였으면 좋겠지만)로 느껴지는 나무들이 줄지어 새파랗긴 했으나 한겨울이었다. 호수가 있었고, 벤치가 있었다. 어렵게 눈을 비비며 나왔는데 여권을 놓고 온 친구가 다시 숙소로 돌아갔다 올 때까지 새벽 공기를 맡으며 호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벤치에 앉아서. 중앙역으로 가서 기차를 타고 목적지로 향했는데, 지도가 필수였다. 그곳은 암스테르담, 우리는 네덜란드어를 몰랐다. 네덜란드어란 게 존재하는 지에도 별반 관심이 없었을테니, 어떤 언어였대도 몰랐을 것이다. 역이름이 큼지막하게 씌어 있어도 한눈에 박혀 들어오지 않아, 아무도 없는 텅 빈 기차 안에서도 숨을 죽였다. 뿌연 창밖으로 암스테르담의 마트와 운하와 자전거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글자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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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그림찾기 능력은 탁월했다. 친구와 반대 방향으로 앉아 고독을 씹으며 혹은 깔깔 거리며 목적지 역을 눈에 심고 한눈을 팔지 않았다. 코스를 세었던가. 온 감각을 세워 긴장했더니 어렵지 않게 목적지에 내릴 수 있었다. 지금도 그때 탔던 기차의 최종역이 어디인지 모르고, 앞으로도 모를 것이다. 서울을 떠난 기차의 끝이 빤하듯, 암스테르담 지리에 훤한 누군가에 의해 금새 찾을 수 있는 정답이지만 그럴 필요도 없을 것이다. 찾아봐야 내겐 낯선 곳, 낯선 세상, 알 수 없는 영역일 뿐일테니, 다 부질없는 일일 터였다. 그곳을 기억하게 하는 건 진하디 진한, 한국에서는 맡아보지 못한 코코아 향이었다. 초코향일 수도, 코코아향일 수도, 둘 모두일 수도 있다. 달콤함이 진하면 써지는 거라고 그때 생각했었다. 이정표도 표지판도 우리의 목적지를 가리키고 있을 만큼 관광객들이 왕왕 찾아오는 유명지여서 찾기가 어렵지 않았다. 기차에서 내려 걷는 길에는 화려하진 않지만 소소한 들풀들과 까르르 웃으며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인근 학교 학생들, 마침 개폐중인 다리, 동화 같은 풍경, 돌아가는 풍차를 볼 수 있었다. 상상의 나래로 우리는 들어가는 중이었다. 잔세스칸스. 그곳은 이제 몇 개 남지 않은 풍차마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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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차마을하면 어린 시절 본 [플란다스의 개] 밖에 떠올릴 수가 없었다. 치즈도 우유도 풍차마을 하면 자동으로 연상되는 네덜란드 풍경에 들어있긴 했지만 풍차마을이 꽤 여러 개 있음에도, 잔세스칸스였던 이유는 하필이면 그곳이 여행책자 안에 소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알고 있었다. [플란다스의 개] 속 파트라슈와 할아버지 그리고 네로가 살던 풍차마을은 벨기에라는 걸. 그래도 많은 여행객들이 이 만화를 떠올리며 잔세스칸스에 온다는 것을 나는 알고도 있었다. 벨기에의 플란다스 지방에 있는 풍차마을이라 플란다스의 개라는 제목을 가진 것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풍차마을 잔세스칸스는 반 고흐 뮤지엄 때문에 암스테르담에 기어코 들러야 한다고 우겼던 나의 또다른 소망이었다. 친구는 두말않고 따라나서 주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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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세스칸스의 코코아향. 잔세스칸스로 가는 길의 코코아향이 당시의 풍경과 함께 먼저 떠오르면, 그때 이곳저곳에 눈길을 멈추며 길을 걷던 나와 친구를&nbsp;잊을 수 없다. 우리가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 어떻게 헤매었는지, 무슨 꿈을&nbsp;이야기했는지까지 생생하고 또렷하게 떠오르는 것. 후각이란 기억을 동반하는 것, 이라고 이 영화가 얘기하기 전에도 나는 알 것 같았다. 후각을 잃으면 추억과 기억을 모두 잃는다는 것을.&nbsp;사람들이&nbsp;후각을 잃기 시작했을 때 비로소 두려웠다, 마구 돌이켜 그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마이클과 수잔도 피해자지만 영화 속에서 그들의 존재는 극히 미미하다. 모두를 주인공으로 만들 수 없기에 어쩔 수 없이 대표자를 만들 수밖에 없었던 것. 마이클은 레스토랑의 생선요리 전문 쉐프, 수잔은 전염병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다. 레스토랑 맞은 편에 수잔이 살고 그들은 자주 부딪치며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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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후각, 다음에는 미각, 다음에는 청각, 다음에는 시각. 인간의 감각이 오감이라면 단 하나 빼고는 모두 잃은 셈. 원인 모를 감각 상실 앞에 인류는 속수무책, 발을 동동 구를 뿐이다. 잠복기는 점점 짧아지고 사람들은 감각 하나를 잃을 때마다 슬퍼할 겨를도 없이 적응하려 애쓴다. 결과는 있지만 원인이 없기에 슬픔조차 사치일 지도 모른다. 이유가 없어 되돌려놓지 못한다. 적응할 만 하면 다음 감각을 잃는다. 짐승의 생살을 뜯고, 간장을 마시고, 남은 음식들은 모두 뒹군다. 거리는 고함과 혼란으로 마비되었다. 아직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이들은 가만히 앉아 기다리는 수밖에 없고, 어김없이 그들도 전염된다. 모든 거리, 모든 나라, 모든 세상, 모든 인류가 냄새를 못 맡고, 음식 맛을 알지 못하고, 소리를 못 듣고, 앞을 볼 수가 없다. 그 중에서도 가장 비극은 사랑하는 사람의&nbsp;냄새를 맡을 수 없고,&nbsp;목소리를 들을 수 없고,&nbsp;서로를 보고 듣고 느낄 수 없는 것. 여자가 남자를 불러도 남자는 듣지 못한다. 남자가 여자에게 사랑한다 말해도 여자는 그 모습을 볼 수 없다.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맛을 느낄 수 없고, 따라서 모든 냄새를 잃어가는 동안 추억도 잊혀진다. 다른 감각. 후각, 미각, 청각, 시각을 잃은 이들에게 마지막 남은 하나의 감각으로, 혹은 네 감각이 사라진 자리를 메우는 또 다른 감각으로 그들은 서로가 서로를 인지하고 느끼고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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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그가 그녀의 곁으로 가고, 그녀가 그를 미친 듯이 찾아 헤맨다. 서로를 알 수 없지만, 느낄 수는 있다. 내가 없는 세상에는 당신도 없고, 당신이 없는 세상에는 내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같이 있기 때문이다. 잃으면 채울 수 있고, 채우다 보면 잃어버리기도 한다. 완벽하고 완전한 것이란 세상에 없는 것처럼 살자. 질긴 삶, 말할 수 있는 것보다 말할 수 없는 것이 훨씬 많은 게 생의 신비로움일 것 같다. 그가 그녀에게 니가 가진 건 눈과 입과 가슴과 성기 밖에, 니가 할 수 있는 건 고작 티비 보는 것과 섹스 밖에 없지 않냐고, 저기 가서 업으려 다리를 벌리거나 꺼져버리라고 소리 지를 때, 세상의 침묵과 어둠을 보았다. 고독이 아름다운 것, 이라고 누가 말했었나. 고독은 아름답지 않다. 정적. 그것은 끔찍하고 지독하다. 가버려, 사랑해, 그것은 온전히 동일한 마음이었다, 적어도 영혼이 빠져나간 그에게는. 어쨌거나 나는, 온전하게 당신을 느낄 수 있다. 다행인 건 그것 뿐이다. ]]></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1350/85/cover150/m532435891_1.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M532435891</link></image></item><item><author>아이리시스</author><category>2009-2011</category><title>내 안에 살지 말아요. - [내가 사는 피부 - The skin I live in]</title><link>http://blog.aladin.co.kr/irisis83/5302095</link><pubDate>Sat, 24 Dec 2011 16:3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irisis83/530209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M322435680&TPaperId=5302095"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864/17/coveroff/m32243568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M322435680&TPaperId=530209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내가 사는 피부 - The skin I live in</a><br/> / 영화 / 0001년 01월<br/></td></tr></table><br/>알모도바르 감독의 열렬한 팬이고, 그로 인해 알지 못하는 스페인에 대해 우호적이며, 그를 알기에 이 영화는 지나치게 실험적일 거란 우려를 떨칠 수 없었다. 영화 [페이스 오프]를 오래 전에 학습했다면 예상 가능한 일이 벌어질 것. 감독의 역량에&nbsp;비추어 볼 때&nbsp;충격적 혹은&nbsp;자극적 장면이 있을 수 있지만 시도 자체가 신선한 반면, 스토리는 빈약할 가능성이 있을 것. 내가 다른 건 몰라도 텍스트 파악 능력 하나는 지나치게 뛰어나다. 시리즈는 첫 회, 영화는 초반 10분, 어쩔땐 포스트와 시놉만으로도 핵심을 꿰뚫을 수 있다. 타인에게 적용 불가능하지만 내게는 안성맞춤인 분별력이다. 그때그때 갈증에 화답하는 무언가를 취사선택하는 데에 스스로도 놀랄 만큼 대견한 능력을 지닌 나는 솔직히 큰 기대가 없었다. 기대가 없으면 실망도 없는 법. 겉모습의 변화가 인간의 본성을 바꿀 수 있는가. 당연히, 없다. 영화 [비밀애]에서는 윤진서가 쌍둥이란 걸 몰랐던, 사랑한 남자와 그 남자의 형(동생)을&nbsp;동일시 하여&nbsp;두 남자 모두를 파국으로 몰고가던데,&nbsp;행여 착각할까봐 말하는데, 밝히자면 이 영화는 본성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것은 한 남자의 복수와 집착에 관한 이야기다. 다시 말하면, 한 남자의 복수와 집착이 불러온 비극에 대한 이야기다.&nb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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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눈치 빠른 관객에게는 너무 뻔하다. 시종일관 긴장되지만, 스토리텔링도 가능한 내게는 일찌감치 결말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고등학교 때 사진부는 학예제&nbsp;기간에 그 해 휴일마다 각자 또는 모여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오래된 필카로 조리개와 피사체 조절을 해가며 찍은 각자의 사진을 걸었다. 새까만 천으로 교실 전체를 도배하고 단체 액자에 통과된 사진들을 넣고 보기좋게 배열해 걸어놓는다. 밤 늦게까지 꾸미고 또 달아서 블링블링하게 보이도록 애를 썼다. 감시 다니는 선생님들이 껄껄 웃으며, 공부를 그토록 골몰히 했으면 서울대 갔겠다, 하실 때까지. 그러나 우리의 꿈은 서울대가 아니었다. 파노라마. 사진필름과 폴라로이드 즉석사진이 사진부 기념선물이었는데, 그런 파노라마 말이다. 한 장씩 뜯어내도 이어붙이면 그건 분명 우리 필름이었다. 기억에 잊히지 않는, 우리만의 것. 일상에 주렁주렁 매달린 추억. 내 사진에는 무궁화꽃도 있었고, 시골집 마당에 말려놓은 대추를 그러모으는 외할아버지가 있었다. 학예제가 끝나면 뒤풀이를 갖고 집으로 돌아가서 잠에 빠져들었다. 다시 학교에 오면 모든 것들이 조용히 제자리를 찾는다. 특별함 뒤의 일상은 그 전의 것과 성질이나 질량이 조금은 다르다. 그것들이 그 시절을 견디게 했었다. 착각이었나. 정성들여 붙였던 천을 모두 뜯어내면 이전의 숨통 막히는 교실이 돌아오는 것이다. 다시 입시전쟁. 잠시 딴 길로 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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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피부]가 다루는 소재가 아무리 신선하다 해도 내게 이 텍스트는 충분히 예상가능하고, 너무도 뻔하게 막을 내려버린다. 반전은 경악할 만큼 짜릿하지 않았고, 전율은 제작자의 의도만큼만 일어났다. 아쉬운 영화다.&nbsp;우라질, 눈치 빠른 관객, 나. 하지만, 당신도 눈치 빠를 필요는 없다. 그는 자동차 화재사고로 아내를 잃었다. 사고에서 살아남은 아내는 거울 보기도 힘들만큼의 화상을 입었고 어느 날 창문 밖으로 떨어졌다. 딸은 다른 이유로 엄마와 같은 방법으로 아빠의 곁을 떠났다. 아내와 딸을 한꺼번에 잃은 그에게 필요한 것은 예의 아내와 딸. 그의 사투가 아내와 딸을 찾기 위해 시작되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그가 아내와 딸을 비로소 찾았다는 것. 그러나 방법이 잘못 되었다는 것. 인간은 종종 어떤 일을 하기 위해 방법과 절차의 기로에 선다. 그의 선택은 비교적 간단했는데, 그것이 엄청난 비극적 결말을 불러온다. 돌이켜보면 비극은 이미 예고된 일인데 관객은 놀랍게도 그 순간, 윤리선택을 강요당한다. 너라면, 당신이라면, 그러지 않았을까. 관객은 대답이 없다. "선택의 문제이지 이치의 문제, 나아가 윤리의 문제는 아니지 않을까" 라고 말하는 나는 감히 질문의 화살을 당신에게 돌린다. 영리하다. 감독이 영리하니 덩달아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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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인 줄 알면서 계속 걷는 길이 있다. 세상의 모든 드라마는 그렇게 탄생한다. 나라면 가지 않을 길, 그들은 기어이 간다. 부딪치고 깨지고 울고 아파하면서, 오해의 지난한 시간을 견딘 후, 끝내 희극이 되기도 하더라. 하지만 비극으로 시작된 길은 어렵다. 그저께 TV에서 [동행]이라는 현장르포를 보면서 가난은 되물림 되지만, 가난을 대하는 태도는 사람마다 다를테니, 같은 가난이라도(같은 어려움이라도) 걷는 방향은 각자 다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TV 속 엄마는 알콜 의존증 보다 약간 나은 상태였다. 스무살 아들부터 공부하고 싶어하는 딸, 지체 장애로 시설에 있는 아들, 열 살의 귀여운 딸까지 네 자매를 감당해야&nbsp;할, 남편을 보낸 엄마였는데, 엄마가 엄마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니 대학은 엄두도 못 내고 공장에 취직해 밤낮없이 일하는 큰 아들은 물론, 한창 어리광 부리며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야 할 막내 딸에게도 엄청난 짐이 되고 있었다. 하지만 큰 딸은 매일 밤 술을 찾는 엄마를 보며 엄마가 없으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눈물 지었다. 나로서는 엄마가 없어야 아이들의 짐이 덜어질 것 같았다. [내가 사는 피부]를 보며 떠올린 건 하나의 잣대로 무언가를 재단하는 것은 나쁘다는 것과 과학윤리는 실효성을 넘어 검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학의 발전이 생명윤리를 짓밟는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누구에게나 쉽게 정답을 강요할 수 없는 것이 현실적 과제다. 영화 [네버 렛 미 고]는 둘의 가치충돌을 근본적으로 묻는 영화지만 멜로로 풀어내면서 충격을 완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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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는 아내, 권위와 주도권은 딸에게 통한다. 지독히 불편하지만 그것을 한 사람에게 투영하면 끝은 비극이다. 남자는 모든 것을 창조하고 싶어했기에 아무 것도 이룰 수가 없었다. 분노의 끝이 자멸이라면 분노를 멈추는 것이 낫다. 단순한 과정의 진리를 몰라서 많은 사람들이 분노로 파멸하는 것은 아닐 테지만 지나치게 극화된 분노는 타당성과 인내심을 잃는다. 내 안에서 [내가 사는 피부]가 좇는 지점이 뻔하게 느껴졌던 것도&nbsp;많은 이야기들이 분노와 복수의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 하나. 부재하는 것을 대신할 수 있는 실재의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는 자체가 비교적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아직은. 그래서 충격적이지만 슬프다. 아내와&nbsp;딸을 잃고&nbsp;절망하는 그의 모습에 나를 동일시할 수가 없었다. 그것 뿐이다. 그게 이해됐다면 이 영화를 다 이해했겠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있어서는 안될 일. 그래서 내가 하는 말. 제발 부탁인데, 내가 아닌 것들은 부디, 내 안에 살지 말아요, 제발. 나는 정말로 일주일만 지나면 한 살 더 먹는다. 내가 아닌 것들은 나가, 얼른 나가버려. 난 내 편만 가지런히 모아 줄세워서 같이 다음 세월로 건너가게. 일주일 시간준다, 얼른 나가버려.]]></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864/17/cover150/m322435680_1.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M322435680</link></image></item><item><author>아이리시스</author><category>2009-2011</category><title>내가 당신에게로 가도 괜찮겠습니까 - [희랍어 시간]</title><link>http://blog.aladin.co.kr/irisis83/5265551</link><pubDate>Thu, 08 Dec 2011 17:3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irisis83/526555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16518&TPaperId=5265551"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1384/91/coveroff/895461651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16518&TPaperId=526555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희랍어 시간</a><br/>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1월<br/></td></tr></table><br/>난 늘 보이지 않게 흔들렸다. 시간을 죽이는 일이 어렵다는 걸 모르지 않았고 새처럼 날기 위해 그보다 몇 배 갈고 닦으며 움츠려야 한다는 사실이 낯설지 않았다. 모든 것을 알았다, 모든 것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에 대해서, 사랑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희랍어 시간]에 일어난 두 남녀의 부딪침, 상처와 트라우마, 그리고 사랑. 이런 것들에 이르기까지의 지난한 자기탐색. 시간 속에 뭉뚱그려 새롭게 피워내는 티끌만한 무엇.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오래도록 소설의 틈바구니에서 길을 잃었다. 언젠가 말간 손으로 바흐와 슈베르트를 연주하던 나와 콩쿨에 나갔을 때 객석 대신 옥상에서 한 송이 꽃을 들고 기다려주던 오빠. 가장 예쁘지 않았지만 가장 예쁜 줄 알았던 아홉 살에 세상에서 제일 잘 보이고 싶었던 이는 그 뿐이었음을, 그가 아직 남자이기 이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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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헤어졌었지. 잠시 살던 다세대 주택에서 잘 지어진 새 아파트로 이사오면서? 이사온 후 오빠를 만났던가, 그렇지 않았던가. 동네 아이들 모두 모아놓고 생일파티를 할 때면 생일선물로 문구세트를 사주던, 좋아하지만 좋아한다고 말하지 않은 채 잘보이려 애썼던 사람. 그러니까 내가 열한 살, 그가 열두 살 즈음 본 게 우리의 마지막이었다. 소식은 간혹 들었어도, 대면할 일은 없어서 내가 그런 것처럼, 그도 간혹 나를 생각하는지, 정확히 말하면 내 아홉 살 즈음과 피아노 콩쿨 후의 장미꽃 한 송이를 내밀던 작은 손의 저를&nbsp;기억하는지 묻고 싶었다. 아마 시간 속에 흩어진 추억 속에서 내가 붙잡고 싶은 건 시간일까. 그랬을 지도 모른다. 그와 그녀의 희랍어 시간처럼, 그와 그녀의 버티듯 흘러내려간 삶처럼, 그와 그녀의 하룻밤처럼, 그와 그녀가 서로를 향해 한걸음 내딪던 순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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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행간 사이에 묻어나던 그 또는 그녀의 사연을 되새기고 있다. 사랑이란 것은, 그렇게 부르는 것이 맞다면, 어쩌면 내 모든 것을 까뒤집어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과거의 경험, 아픔, 시간, 실수, 기쁨, 슬픔, 어려움, 오만, 편견, 시기, 질투를 포함한, 포개지는 모든 것들을 공유하는 것은 아닐까. 현재의&nbsp;남자에게 과거의 남자에 대해 말하지 말라는 명언 아닌 명언은 인간의 나태함을 부분적으로 잘 알고 공감한 사람들의 입에서 공통된 언어로 나온 말이다. 서글픔 만큼 울림도 큰 소리. 과거에 어떤 사랑을 얼만큼 했든, 미래에 만나는&nbsp;남자는 내 모든 과거를 끌어안아 추억으로 공유해주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내내 품었다. 나는 나일 뿐, 누군가의 나였다고 해서 그게 내가 아닌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나도 그를 그렇게 보듬을 것이고, 그것을 사랑이라 부를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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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시간. 사랑을 시간이라고 정의내리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다. [희랍어 시간] 속 남녀의 희랍어 시간을 사랑으로 뭉개버릴 수가 없어서, 사랑은 단지 시간이 아니라 앞뒤 문맥, 상황, 추억까지를 포함하기 때문에. 여자는 말을 하지 않고 남자는 지독히도 시력이 나쁘다. 둘이 영영, 어쩌면 아무 것으로도 서로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릴 수도 있다, 세속적으로는. 침묵과 빛이 만나는 이야기라고 작가는 썼다. 서로가 서로를 알지 못하는 두 존재가 영공 속에서 부딪치는 이야기로 나는 읽는다. 나를 털어놓고 너를 듣는다는 것은, 너를 털어놓고 나를 듣는 것만큼 중요한 얘기. 남자와 여자의 개인적인 것이 만나는 지점보다, 혼자만 자신의 것을 터지기 직전까지 안고 가는 순간이, 바로 그 순간이 미칠 듯 만져졌다. 잡히지 않는 것에 안달내지 않는 그들의 많은 것이 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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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랑거리며 당신에게 다가가지 않더라도, 사랑해달라고 매달리지 않더라도, 존재가 존재를 알아본다면 그것은 기척이 아니라 기적이 아니겠는가. 꽃씨처럼 훌훌 날아가 앉고 싶은 곳에 살포시 내려앉아 뿌리내리면 그것이 탄생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끝없이 추락하는 [희랍어 시간]의 남자와 여자를 구해준 것은 불행히도 내가 아니다. 지독히 침잠하는, 어둠 속으로 떠밀리는, 당신의 이유가 무엇이냐고 끝내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은 행간과 행간, 문장과 문장 사이로 비집고 밀려들어오는 추억 때문이다. 내 추억. 궁극적으로는 내 기억. 모든 기억을 추억이라 부르고 싶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행복해지기도, 아쉬워지기도, 아련해지기도 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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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 날이 오면 나도 그때에 소리 없이, 빛 없이, 언어 없이, 몸짓도 없이, 사랑을. 허락없이 사랑을 가르쳐도 괜찮겠습니까. 내 마음대로 당신을 기억해도 괜찮겠습니까. 그때는 시간을 드릴게요. 나의 모든 시간을 내어 드릴게요. 우리, 온전한 만남을 기약할 수도 있을 거예요. 아직은 미안합니다. 나는 나입니다. 여전히 나일 것입니다. 그러나 내 속에 당신이 있을 거예요. 내가 온전히 당신이 될 수는 없지만, 사랑의 시간은 내가 당신이 되는 것이나 당신이 내가 되는 것에 놓이지는 않을 거예요. 나는 언제나 당신 속에, 당신은 언제나 내 속에, 우린 그렇게 어느 한 순간도 빼놓지 않고 서로에게 얽혀있을 테니까요.
&nbsp;
두려웠어요.
 
두렵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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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음을 터뜨리고 싶었어요.
울음을 터뜨리고 싶지 않았어요.
&nbsp;
내 몸에서 완전히 떨어져나가기 전에,
당신은 나에게 천천히 입맞추었지요.
&nbsp;
이마에.
눈썹에.
두 눈꺼풀에.
&nbsp;
마치 시간이 나에게 입맞추는 것 같았어요.
입술과 입술이 만날 때마다 막막한 어둠이 고였어요.
영원히 흔적을 지우는 눈처럼 정적이 쌓였어요.
무릎까지, 허리까지, 얼굴까지 묵묵히 차올랐어요. (pp.189-190)
&nb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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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기다려 달라고 한다. 언어로 심장을 느끼게 할 수가 없어서. 당신은 기다리겠다고 말한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에게 희랍어를 가르치고 배우듯, 각자 살아가던 그들이 희랍어 시간에 하나로 만나듯, 우리 또한 어느 순간은 하나가 될 거라고 안주하고 있었다. 마모된 감정은 남자의 두 세계로 쪼개어져버린 정체의 자아와 미쳐서 아이를 키울 수 없다는 판결을 받아든 여자의 자아와 만나 더 너덜너덜해졌지만 새로운 세상으로 날아올랐다. 혼자서는 아무 것도 아닌 것. '이해'라는 하나만으로도 빛날 정도로 반짝이는 삶. 
&nbsp;
또르르 흐르는 눈물 방울 하나를 억지로 나뭇잎 위에 올려놓는다. 똑, 하고 소리나며 떨어질 때까지. 적어도 물방울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마르는 것이 아니라 떨어질 것이다. 내 것들이 또는 내가 당신에게 그러하듯이.&nbsp;당신도 나에게 그러길 바라지만, 어렵다면 반드시 나를 거쳐가라고, 당신의 아픔도. 왜 배우는지 모르는 희랍어를 붙잡고 씨름하던 여자와 어째서 가르치는지 알지 못하던 남자의&nbsp;앞으로의 만남이 자꾸만 나를 덮치는 듯 해서 얼른 책을 치워버렸다. 어렵다, 닿는 것. 어쩌면 한 번도 그러질 못했을 거란 생각 때문에 고통스럽다. 언어로는 아무 것도 전달하지 못한다던 말은 맞았다. 아, 그렇다면 지금 내가 당신에게 전달하려는 뭉클한&nbsp;이것을 당신은 알고 있겠지. 어떤 면에서 당신은 나보다 훨씬 많이 나를 알고 있는 사람이므로.&nbsp;&nbsp;]]></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1384/91/cover150/8954616518_1.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16518</link></image></item><item><author>아이리시스</author><category>2009-2011</category><title>나는 너의 미래다. - [닥치고 정치 - 김어준의 명랑시민정치교본]</title><link>http://blog.aladin.co.kr/irisis83/5260910</link><pubDate>Tue, 06 Dec 2011 18:5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irisis83/526091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1848685&TPaperId=5260910"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1321/46/coveroff/897184868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1848685&TPaperId=526091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닥치고 정치 - 김어준의 명랑시민정치교본</a><br/>김어준 지음, 지승호 엮음 / 푸른숲 / 2011년 10월<br/></td></tr></table><br/>산과 들 그리고 밭으로 둘러싸인 빨강지붕의 파란대문 집에서의 어느 여름 밤, 뜨거운 더위에 우리 시중 드느라(끼니 비롯 간식 그리고 밭일, 집안일)&#160;피곤한 엄마는 곯아떨어지시고 동생과 나는 아빠 곁에 딱 달라붙어, 떨어져 지내던&#160;얼마간 못 나눴던 이런저런 얘기들로 도란도란 웃음꽃을 피웠다. 어느새 동이&#160;터오고, 누군가는 꾸벅꾸벅 졸고 그러면서도 다 듣고, 무슨 얘기 하는지도 모르는채 대꾸하다 나중에는 누가 먼저 잤는지, 누가 안자고 있었는지 기억도 못할 만큼 오랫동안 왁자지껄하게. 그런 시간이 참 오랜만이라 당시에도 지금도 따뜻하고 포근한 기억이다. 2박 3일간 먹기는 또 얼마나 먹었는지. 아빠랑은 시내에 있는 은행갔다 돌아오는 길에&#160;물놀이하는 사람들 구경도 하고 눈물 흘리는 비석 구경도 하고 쭈쭈바도 사먹었다. 도중 어떤 커플과 만났는데 아빠는 우리 손 꼭 잡고 들어갈 걸 그랬다, 그러고 나는 푸하하,&#160;우리 불륜인 줄 알라고? 아빠 다시, 바로 그거지. 돌아갔더니 엄마는 뭐하다 이제 왔냐, 우리는 데이트, 라고 대답하는 그런 여름이었다. 중요하다.&#160;아빠에게 딸은 나 하나다. 둘도 셋도 넷도 아닌 단 하나, 그게 나. 이런 나.&#160;&#160;
그 밤에 아빠가 이런 얘길 했던 것 같다. "다음 대통령은 하나를 끝까지 밀고갈 수 있는 독재자지만 바른 독재자 같은&#160;사람이 되어야 할텐데." 우린 그 날 이런저런 온갖 이야기로 시간을 보냈지만 기억에 남는 건&#160; 이것. 아빠는 못 배우고 공부 많이 안했어도 기술 하나면 먹고 살 수 있었는데, 너네는 이만큼 공부하고도 더 해야 되고 그러고도&#160;먹고살기 쉽지 않은 이 세상이 미안하다고도 하셨다. 아빠의 잘못이 아니지만 그건 아빠의 진심이었다. 모든 아버지들의 진심이자 울컥함. 우리가 그렇다면 아빠의 시대는 대단히 합리적이고 정의로웠나 하면 것도 아니다. 조금 어리석어(순진하여) 집을 살 수 있는 돈으로도 전세를 살았는데(저축이 미래를 위할 거란 생각으로) 사실 그 돈으로 전세가 아니라 집을 샀었다면 80년대 발전기에 집값이 몇 십 배, 몇 백 배로 뛰어올랐을 거란 얘기. 가까운 곳에 그렇게 벌어 떵떵거리는 사람이 있으면 간혹 억울함이 훅 받칠 만도 하다.&#160;한 순간의 정보없음과 순진함과 어리석음이 인생 전체를 뒤흔들었다니, 돈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다지만 겪어보고 지껄이는 순진한 비명인가. '삼성'은&#160;절대 있다가 없지 않더라.&#160;&#160;&#160;
굉장한 나꼼수 애청자인데 책은 좀 늦었지만 이제 시작이다. 팩트는 변하지 않고 숨기려는 자들의 비열함만 더해질 뿐이니 독서는 언제든 가치가 있다. 그날 밤 아빠가 해주신 경험담이나 세상사가 김어준이 들려주는 이야기와 하등 다를 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정치'는 아니고 '정치를 바라보는 또는 생각하는 또는 느끼는 나'를 아무 것에 구애받지 않고 편히 말해도 되겠다는 용기가 생긴다. 온갖 이론으로 점철된 수준높은 언어나 글들로 논해졌던 정치의 영역. 본질(내용)이 아닌 곁가지(언어와 방식)에 기죽어 말하고 싶어도 하지 못했던 것들을 꺼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말로 하는 것과 글로 쓰는 것은 책임의 깊이가 달랐다. 하지만 이제 아니다. 정치의 싸움이란 것은 어차피 누군가의 생각을 바꿀 수 없는 일이다. 논리로도 통하지 않는 고집스러움이 버티고 있어 세대간의 갈등이 생기지 않던가. 설사 한쪽의 말이 모두 옳더라도(그런 게 있지도 않겠지만) 보수가 진보로, 진보가 보수로 돌아서서 투표하는 법이 그다지 없다. 선거의 총력전은 표가 확실한 나같은 사람이 아니라 이도저도 아닌 중도파를 잡겠다는 목표 아니던가.&#160;&#160;&#160;&#160;
내가 무언가를 말할 수 있다면 모두 총수의 덕이다. 내가 말하는 것이 정치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정치가 아닌 것도 아니다. 가계가 쪼들리는 것, 떳떳한 사람보다 비열한 사람이 많은 것, 흐르긴 하는데 고인 물 위로는 절대 떨어지지 않는 자본의 티끌과 흔적들. 이처럼&#160;먹고 입고 자고 듣고 보고 느끼는 것&#160;모두는 사소하지만 생활 정치의 영역에 이미 들어섰고, 그래서 어려운 이론이나 논리가 아니라도 서민들 역시 정치에 대해 논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어 고맙다. 겁먹지 않아도 되고 비하하지 않아도 된다. 생각과 논리가 달라도 그것 역시 다를 만 하니까 다른 것. 달라야 하니까 다른 것. 역사가 요구한다는 거창한 표현 없이도 모두가 정치의 영역으로 편입하는 일이 가능하다. 김어준이 그렇게 말했고&#160;나 역시 동의한다. 계란으로 바위를 깰 수 없다면 적어도 여러 개의 계란으로 바위를 더럽히기라도 해야 한다. 모두를 바꿀 수 없으면 하나를 먼저 물고 늘어져야 한다. 그게 정치에 대한 관심이고 선거다.&#160;&#160;&#160;
일반인은 모든 것을 알 필요가 없다. 하지만 정치인은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 이제 정치인을 심판하는 자리에 있는 일반인에게 모든 것을 넘어선 모든 것을 볼 줄 알아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160;뭔가 잘못된 듯한데 정확한 기원과 본질을 모르는 사람에게 독서는 가장 편리하고도 유익한 수단이다. 더군다나 쉽다. 쉬워서 수준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어려운 것을 쉽게 설명하는 것이야말로 제일 어렵다. 이렇게 간편하게 구별할 수도 있었나 싶게 보수와 진보의 정의에서 시작. 이념으로 내 편 네 편 나누는 것은 이미 아무 의미 없지만 총수는 이념으로 나눈 것이 아니다. 더군다나 본인의 정치성향을 정확히 알고자 하는 욕구는 누구에게나 내재된 법이라서 유익하다. 내꺼 뺏기기도 싫고 타인과 나누면서 살고도 싶으면 어디에 속하는지, 어떤 무학의 통찰로 이해해야 하는지, 둘 중 어느 것이 나에게 우선하는지 테스트라도 할 기회를 얻었으면 했지만 그런 건 없었다. 적어도&#160;남의 것을 억지로 뺏어 취하는 것에는 관심 없다는 것 정도가 나로 판명났다. 돈이 마음이고 마음이 돈인 세상이 심어놓은 환상의 자본을 나는 아직 갖지 못했기에 그런 것인가.&#160;

예를 들어 북유럽 국가들이 누리는 높은 수준의 복지와 그걸 가능하게 한 사회민주주의는 분명 양육과 학습의 결과물이야. 그런데 그러한 양육과 학습이 좌의 기질을 가진 사람들이 유독 북유럽에서만 더 많이 태어나게 만든 건 아니라고. 그게 아니라 우의 기질을 타고난 사람들조차 둔감해질 정도로 생존의 공포가 약화되는 안정적인 사회 시스템을 만들어낸 거지.&#160; <br />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 같은 시스템에선 나이 먹어 우에서 좌로 가는 사람은 많지 않아도 좌에서 우로 가는 사람은 많은 거라고 봐. 시대 상황이나 학습의 결과로 우의 기질을 타고난 이들이 좌의 이념 체계를 머리로는 받아들일 수 있거든. 특히 정치적, 경제적 약자인 젊은 시절에는 더욱. 그런데 그렇게 살다가 가진 것이 점점 많아져서 지킬 것이 늘어나면 타고난 우의 기질이 드러나는 거지. (p.49)&#160;&#160;

BBK의 사건전말, 삼성을 주축으로 한 재벌들의 기득권 지키기 노력 비롯 거대 비자금 비리와 상속세 없이 상속하는 법과 정경유착의 고리에 가카께서 가까이 다가가 계신 것. 옳고그름을 논하겠다는 게 아니라 팩트가 이만큼이란 사실은 그들에게나 그들의 후손에게&#160;나라의 미래를 맡겼을 때 대다수의 국민이 잘먹고 잘살기는 불가능한 것으로 읽힌다. 현 정권에 이토록 분노하는 건 힘없는 대다수가 이미&#160;그 고리를 읽어냈기 때문이고 정치와 선거가 삶과 동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기도 하다.&#160;가진 게 없으면 무서운 것도 없고 잃을 것도 없다던데, 무서운 것 없고 잃을 것 없는 마음을 빼앗는 것이 현 정권이다. 소송으로 점철된 서민정치. 무력이 아니라 밥그릇을 뺏는 것으로 굴복시키는 정치. 알면서도 왜 그들에게 나라의 밥그릇 아니 우리의 밥그릇을 맡겼는가. 가진 것을 잃기 싫어 기득권 유지를 고수하는 이들이 보수라면 어째서 지역감정은 사라지지 않는 것이며 가장 밑바닥의 서민조차 보수를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이 책은 알려주지 않았다. 강남좌파의 그것보다 더 궁금한 사실을 나는 알 수 없었다.&#160;
보수 지도층 상황과 진보 차기 주자들에 대한 분석은 설득력 있다. 영남 몰표 파란당 텃밭에서 꿋꿋이 야당을 찍어주시는 부모님을 두고 첫 투표를 하러 갔을 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이게 엄청난 행운이라는 걸 안다. 부모님과 같은 후보를 찍고 개표 때 함께 지켜보며 애태우는 집안의 풍경은 살갑다. 엄마, 아빠, 누나, 파란당이 아니라 노란당이 되어야 좋은 거 맞지? 내게도 투표권이 없던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낮을 곳을 볼 줄 안 대통령의 탄생 때 열여섯의 동생은 아무 것도 모른 채&#160;그런 질문을 던지며 어른이 되었다.(근데 그거 어른되고도 마찬가지-_- 통 정치에 관심없는 인간으로 성장한 남자인간, 그래도 최소한 있으니 대다수보다 많이 낫지, 20대 투표율이 아무리 늘었어도 결국 절반도 안되니까) 나는 딱히 총수의 분석에 토를 달만큼의 의견이 없기도 했지만 주로 평소 생각과 다르지 않아 더 통쾌하게 읽을 수 있었던 20대 여자사람이다.&#160;&#160;&#160;
사람마다 다를 것이고 총수의 말마따나 이념, 논리부터 시작해서 실체없는 감성의 영역까지 사실상 왜 그 사람이어야만 하는지의 이유가 셀 수 있는 숫자만으로도 부족하다는 것까지&#160;명쾌하게 풀어준다. 그래, 나는 그냥 당신이 죽도록 싫었어. 에서 그나마 이젠 이건 그래도 당신이니까 이렇게 했겠네. 해줄 준비가 됐는데 도무지 기회를 안주시는 대단한 가카. 이론적으로야 선과 악의 경계를 모르는 인간은 드물다. 다만 그것이 본인의 이해관계의 축과 만났을 때 경계의 기준이 발동되기 시작하고, 그로인해 나 또는 타인에게 좀 더 유리한 포지션을 취하는 것이 옳다고 프로그래밍화 할뿐. 대부분의 인간들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대부분의 인간인가. 단 하나뿐인 인간이지. 실패한 선택을 하고도 손모가지를 안 긋고 멀쩡히 살아숨쉬는 유권자들의 소망은 정치인들만은 그러지 말았으면 하는&#160;바람 아니겠는가.&#160;
연애는 내가 가장 마음대로 하고 싶은데, 가장 뜻대로 안 되는 상대와 만나는 거거든. 거기에 어떻게 대처하느냐를 통해 자기가 누군지가 드러나지. 그걸 받아들이느냐 못 받아들이느냐는 별개의 문제지만. 그러면서 자신의 하이와 로를 경험하고 바닥과 경계를 확인하게 되지. 그 경계를 이어 붙이면 바로 자신의 실체지.&#160;<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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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런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어 하는 자기가 아니라, 실제 있는 그대로의 자기와 만나는 거지. 자기 대면이지. 그렇게 더 이상 자기기만을 할 수 없는 임계를 지나야 사람은 비로소 성장하지. 합리화의 극복할 수 없는 임계점. (중략)&#160;<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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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겪는 무수한 일상과 삶의 갈등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자기 바닥을 확인하는 과정, 그건 자신이 구체적으로 어떤 인간인지 받아들이고 하나의 독립적 인격체가 되어가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절차지. 그리고 그런 과정을 겪고 나서야 자신만의 균형 감각을 획득하는 거다. 내가 대통령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한, 삶의 균형 감각. 이런 말 하면 사람이 꼭 겪어야만 알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반론할 수 있어. 아니다, 겪어도 모를 순 있다. 하지만 겪지 않은 건 아는 게 아니라 아는 척이다. (pp.267-268)
젊음이 내세울 수 있는 게 열정이라면 나이가 들수록 좋은 건 살아가면서 습득한 경험과 혜안으로 인간과 사회의 구조적인 면을 명확히 설정하고 볼&#160;수 있다는&#160;점이다. 이 세상에 나서 좀 더 시간을 더 보내고 덜 보내고의 차이가 육신의 새로움과 낡음 뿐이라고는 생각 않는다. 나이들면 저절로 알아진다는 대답을 해본 적 없는가. 정작 쓸데없는 지식은 넣으려 기를 쓰면서 진짜배기 알짜지식을 귀찮다거나 애매하다는 이유로 회피해버리는 부모는 여전히 많다. 다른 건 몰라도 사회의 부조리는 나이를 먹으면 먹을 수록 곧고 깊고&#160;뚜렷하고 투명하게 드러나보인다. 대처방법 또한 자동적으로 습득된다. 거의 본능적인 생존지식이 보수고 그래도 이성을 가져보려 발버둥치는 게 진보라는 얘기는 어느 정도 맞는 말 같다.&#160;&#160;&#160;
보수도 옳을 때가 있었을 것이다. 그들이 그른 건 보수이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공감능력의 문제일 지도 모른다.&#160;더군다나 그건 설명도 안되고 고칠 수도 없는 일. 현재의 대한민국에는 현재의 위기를 타파할 권력이 부존재한다.&#160;현 권력보다 그 사실이 더 두렵다.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것이 문제라면 해결자를 뽑아야 하는 게 아니라 그나마 투명한 미래를 보여줄 것 같은 사람을 뽑아야 한다. 진보든 보수든 그런 건 남의 이야기다. 투명한 길을 함께 걸어갈 사람이 필요하다. 그래도 항상 좋지만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늘 잊는 것 같다. 모든 것이 어떠한 경우에도 불구하고 항상, 늘 좋은 수만은 없다는 것. 그래서 가차없고 용서도 없고 분노와 비판만 있다. 떠밀기 위해 함께 물속으로 가라앉아야 한다는 것을 잊는다. 정치는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160;&#160;
정치를 이해하려면 결국 인간을 이해해야 하고 인간을 이해하려면 단일 학문으로는 안 된다. 인간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팩트와 가치와 논리와 감성과 무의식과 맥락과 그가 속한 상황과 그 상황을 지배하는 프레임과 그로 인한 이해득실과 그 이해득실에 따른 공포와 욕망. 그 모두를 동시에 같은 크기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통섭해야 한다. (p.292)&#160;&#160;
내가 불의의 사고로 비명에 가지만 않는다면 적어도 살아온 시간보다 더 오랜 날들을 이 세상에 발붙이고 살아야 한다. 20대를 보내는 내가 웅녀가 아닌 이상 30대를 보내는 사람보다 부조리에 노출된 시간이 적은 것은 명백하다. 농도는 다를 수 있으나 그건 개인차나 경험치의 양으로 봐야 할 것이다. 구조적으로 보지 못하는 것이 나만의 알량한 지식 탓이라고 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취업률이나 등록금, 결혼문제, 양육문제 같은 것으로 세상을 투여할 생각은 없다. 그건 사회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나의 문제일 수도 있다. 하나를&#160;알아서 열을 아는&#160;당신을 가르칠 수도 없을 것이다. 다만 안다. 누군가의 미래가 나의 현재이듯, 나의 미래가 누군가의 현재가 될 거란&#160;사실을.&#160;&#160;&#160;
가카가 잊고 계신&#160;건 이 뿐만이 아니다.&#160;참으로 진단 안나오는 총체적 난국이다. 가카는 이 명백한 사실을 자꾸 모르신다. 가카의 국가에는 가카만 산다. 나도 있는데. 가카의 국가에는 돈과 이득만이 들러리 선다. 나 같은 건 안중에 없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없다. 부존재. 나는 정말로 이 세상에 부존재하는가. 어차피 이런 꼴의 국가가 되었다. 닥치고 투표나 잘하면서 옆집에 학대 당하거나 쓸쓸하거나 억울한 남녀노소 없는지, 내가 도움이 될 수 있거나 도움의 발끝에 미칠 수 있다면, 그렇지 않더라도, 소리나 비명 한 번쯤 지르면서 살아야겠다. 참을 건 참고 말할 건 말하고 분노할 건 분노하고 싸울 건 싸워서 이 모든 상황들을 이겨야겠다. 아니 잊어야겠다.]]></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1321/46/cover150/8971848685_1.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1848685</link></image></item><item><author>아이리시스</author><category>2009-2011</category><title>꽃으로 기억될 당신에게 - [모르는 여인들]</title><link>http://blog.aladin.co.kr/irisis83/5249997</link><pubDate>Thu, 01 Dec 2011 16:5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irisis83/524999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16631&TPaperId=5249997"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1391/52/coveroff/8954616631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16631&TPaperId=524999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모르는 여인들</a><br/>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1월<br/></td></tr></table><br/>첫 번째와 두 번째가 뻔.하.다.고. 느꼈다. 그녀니까 기대가 없다면 거짓말. 아무리 부정해도 그녀의 소설을 내가 좋아했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변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이렇게 또 내게 책을 들게 하니까. 세 번째와 네 번째는 괜찮을까.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는 어떨까. 그러다 비로소&#160;일곱까지 왔다. 마지막이 표제작이었다. 중간에 갈등이 없었던 건 아니다. 건조해졌다. 느끼는 내가 그럴 수 있고, 그녀의 문체는 변하지 않았을 수 있다. 요즈음 나는 아무 것도 확신할 수가 없다. 관대함을 표방한 우유부단은 &#160;매력이 없다는 걸 모르지 않는다. 어줍잖은 선함보다는 차라리 악함이 낫다. 적어도 솔직하니까. 나는 지금&#160;둘다 놓칠까 전전긍긍.&#160;어느새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하고 싶은 것, 하기 싫은 것 모두에 민폐를 끼치는 중이지만, 다만 아련함이 있었다. 내 몸이 다 성장하기 전에 읽은 오래된 소설집에는 환상과 비일상이&#160;가득했던 것&#160;같은데, 그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거나&#160;꿈길을 거닌 적도 있는데,&#160;여기에는 없잖아. 실망보다는 세월이 만져졌다. 내친김에&#160;끝까지,&#160;마지막 페이지 전에는 일어서지 말자. 종종 내 독서에는&#160;타협과 협상이&#160;없다.&#160;&#160;&#160;

서른이 되기 전에 나는 서른이 지난 사람들은 무슨 재미로 살까? 생각했다. 그렇다고 채와 함께 지냈던 이십대가 즐겁기만 했다는 얘긴 아니다. 나는 채가 내 곁에 있었던 이십대를 사랑하지 않는다. 행복하다고 여겼던 적이 별로 없다. 매일매일이 막연했고 불안했고 때로는 절망스러웠다. 그래서 채를 거기에 두고 도망쳤던 것일까. 아침에 눈을 뜨기 싫어 밤에 아예 잠을 자지 않은 날도 많았다. 어렸을 때 인간의 나이는 서른까지라고 써놓았던 책을 읽은 기억이 난다. (p.254)&#160;

여기저기 삶의 헛헛함이 덕지덕지 묻어난다. 작품마다 페이지마다. 어쩌다 눈을 감으면 인물들이&#160;박차고 나올 것만&#160;같다. 우리들 뭐 하나 다를 게 없군요. 내가 당신을 읽듯 당신이 나를 읽는다면, 우린 다를 게 없다는 걸 알게 될 거예요. 말해 무엇하나. 그조차 공허한 울림으로 퍼질 것을. 닿지 못한 공기는 되려 서리가 되어 시린 눈에 맺힐 것을. 따뜻하게 그리려는 이야기를 차갑고 건조하게 읽는 나는&#160;어딘가&#160;비뚤어진 곰인형같다. 강아지 다섯 마리를 마당에 풀어둔 터라 택배가 와도 우편이 와도 아빠는 대문을 열 수가 없었다. 낮은 대문 위로 손을 번쩍 올려야 택배 기사나 우체부가 건네주는 것을 받을 수 있었다. 미안합니다. 강아지가 있어서요. 자꾸 나가려 해서 문을 열 수가 없네요. 나가서 돌아오지 못한 한 마리가 눈에 밟혀 나머지 다섯 마리마저 잃을까&#160;두려워 자꾸 문을 건다. 나도 아빠도. 친구를 잃은 녀석들은&#160;반드시 나가려는 의지가&#160;없는데. 하필이면 그 아이일 필요가 없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어도 반드시 그 아이여야만 했던 건 아니었다. 아픈 이유는 이어지는 일상과 드문드문 떠오르는 생각들 때문이다.&#160;결국 우리를 힘들 게 하는 것은 부재하거나 힘들거나 윽박지르거나 싸워서가 아니라 어느 순간 일상으로 솟구치듯 떠오르는 기억이 아프기&#160;때문이라는 게 한낱 소설 따위로 명확해지다니,&#160;어쩐지 비참한 기분이었다. 아직 덜 배운 것이 남았다는 사실이 낯설었다.&#160;&#160;&#160;

나는 늘 어제보다는 오늘이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60년대보다는 70년대가 나았고 80년대보다는 90년대가 나았고, 그리고 지금이 낫다고. 개인적으로도 이십대보다는 삼십대가 좋았고 삼십대보다는 사십대가 된 지금이 나쁘지 않다. 이유는 단 하나다. 연애감정에서 멀어졌다는 것. 그토록 막연하고 불안하고 죽을 것 같은 고통스런 감정들이 모두 다 연애감정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었으련만 마음이 연애감정에서 멀어지자 자유로워졌다. 쓸쓸한 자유. (p.231)&#160;

문을 활짝 열어젖히기는 내게도 두려운 일이었다. 한데&#160;당신은 내가 가진 걸 빼앗겠다고 한다.&#160;나 호락호락하지&#160;않아요. 미처 말하기도 전에 간혹 뺏기고 싶은 상대를 만날 때가 있다. 상대가 나를 어떤 식으로&#160;생각하는지는 상관없다. 취재를 하고 언론공부를 하고 기사를 쓰고 지역 신문사의 대학신문팀에서 레이아웃, 학보를 발행하고 발송하면서&#160;먹던&#160;점심의 자장면 맛은 오래도록 추억으로 남았다고. 울고불고 했던&#160;나쁜 기억의 찌꺼기는 이미&#160;다 사라졌다고. 그때 당신은 왜 그랬었냐고 물을 수 없을 것이다. 당신의 신부가 예뻤냐고 묻기 전에 그때의&#160;내가&#160;어떠했냐고 묻고 싶은 충동을 참지 못할 것 같다. 갚지 못한&#160;빚을 평생 짐으로 안고 가야 했던 남자와 반대편에서 거꾸로 달려오는 헤드라이트를 피하지 못해 풀숲에 처박힌 남자,&#160;너와는 더이상 새롭지 않다는 연인의 말을 들어야 했던 여자와 프랑크푸르트에서 돌아오지 못하는 여자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이야기들을 감당할 수는 있어도 의문이 침묵으로 치환될 수는 없을 것이다.&#160;동질의 것이 아니라고 누군가 일갈했다. 
아내를 잊지 못해 아내와 살던 집의 마당에 화분을 키우던 남자가 그곳을 벗어나기 위해&#160;꽃과 나무를 훼손해버린 자괴감과 남편에게 아픈 모습을 보이기 싫어 멀리멀리 도망가버린 아내를 이해할 수 없어 20년 전 자신을 보고 도망쳤던 첫사랑을 찾아가 그때 왜 도망쳤냐고 묻는 남자의 깨달음과 세상의 모든 고양이들을 집에 들였던 어떤 여자의 공허함을 감히 이해한다고 하지 못한다. 누군가의 삶이 누군가에게 온전히 이해를 바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신 이야기를 할 수는 있다. 달이 환하고 별이 반짝이는 그런 밤 아니 어둠 속에 머리나 어깨를 나란히 한 채 또는 평상에 나란히 앉거나 누워 산들바람과 꽃과 나무의 소곤거림을 들으며 이야기를 할 수는 있을 것이다. 어느 밤, 핫바와 우동, 어묵을 먹겠다고 고속도로를 달리던 우리와 한밤 중에 카트가 터질 만큼 장을 봐서 빈 집에 가서 밤새도록 고기를 굽고 맥주를 마시다 일어나 해장으로 라면을 끓여먹던 우리는 그렇게 탄생했다. 추운 밤에 커플끼리 거리를 달려 바닷가 앞에 차를 대고 조개구이를 먹던 일, 다 먹고 비틀비틀 방파제를 걷던 일. 우리의 이야기와 시간이 칵테일처럼 뒤섞이고 흔들려야 가능했던 모든 것들.&#160;거기 우리가 있고 풍경이 있다.

목련나무에 새가 날아앉아 출렁거리는 것 같아 목련나무 쪽을 쳐다보았으나 무성한 잎새가 여름 밤하늘을 향해 시원하게 뻗어 있을 뿐 거기엔 아무것도 없었다. 여름 밤하늘엔 별들이 가득 떠 있고 산들바람을 타고 마당의 치자향이 은은히 코끝에 맡아졌다. 오래전에 헤어진 사람을 우연히 만나 날이 새도록 얘기를 하고 싶은 그런 밤이었다. (p.73)&#160;

하지만 이제는 이야기해줄 수가 없다.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는 우리가 아니게 되었다. 그 공기, 웃음, 친밀감, 온도가 예전의 것들이 아니게 되었다. 모두 알고 있다. 어쩌면 바로 이 사실이 우리를 그립게 하는 지도 모른다. 치자향이나 아카시아향, 하늘하늘 흔들리는 가을의 코스모스를 알고 있다. 할아버지의 투박한 손이 시동을 걸기 시작하면 경운기의 뒷자석은 나를 포함한 꼬마들 모두의 차지가 되었다. 올라타면 터덜터덜, 덜덜거리며 논길, 밭길, 들판을 달린다.&#160;청량한 산을 뒤로한 맑은 냇물이 흐르고, 봄이면 개나리와 진달래가, 가을이면 대추나무와 모과나무 그리고 코스모스가 우리들 옆으로 지나쳐갔다. 과거에서 끄집어 내지 않고서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말이 아니라 글로 전한다. 행동이 아니라 뜻으로 전한다. 어느새 추억이 글과 말로만 읽힌다. 서른 후의 삶을 상상할 수 없다던 어떤 이의 절규처럼. 아무리 잡으려 해도 빠져나가는 고운 모래처럼, 당신처럼 자꾸만 모든 것을 놓쳐버린다.
달을 스치고 지나가는 저 밤구름에 대해서, 어딘가 물이&#160;많은 곳으로 흘러가고 있을 것 같은 저 느릿한 달의 움직임에&#160;대해서. (p.115)&#160;
말하기 어렵더라도 지금 말해야 하는 이야기다. 아련히 지나가버린 이야기지만 꺼내야 하는 이야기다. 씌어진지 오래된 일곱 편의 소설은 무지개빛으로 하늘 가까이에 떠 있다. 나를 불러내주세요. 모두 꽃처럼 나무처럼 단정하고 소중한 존재이지 않았나요. 행여 잃어버리더라도 슬퍼마세요. 시절은 시절을, 시간은 시간을, 아쉬움은 아쉬움을, 하지 못한 고백은 하지 못한 고백을, 해주고 싶은 말은 해주고 싶은 말을 불러오지 않겠습니까. 사실은 사라져버린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나에게는. 당신이 아무리 잊어도 나만은 기억하고 있겠습니다. 설사 당신이 나를 거쳐 가더라도 혹은 갔더라도.&#160;기억하는 것이 고통이라면 빠른시일의 망각도 능력일 것이다. 오래 기억될 이야기, 얼른 잊어야 할 이야기, 기억할 필요가 없는 이야기, 잊지 말아야 할 이야기. 모든 것들을 작가는 꺼냈다. 감당은 독자의 몫. 책을 덮을 즈음 딱 한 가지가 궁금했다. 나에 대한 당신의 기억. ]]></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1391/52/cover150/8954616631_1.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16631</link></image></item><item><author>아이리시스</author><category>2009-2011</category><title>내가 당신의 행복이 되어줄게요. - [바그다드 카페 UE (무삭제 확장판) - [할인행사]]</title><link>http://blog.aladin.co.kr/irisis83/5247274</link><pubDate>Wed, 30 Nov 2011 14:5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irisis83/524727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9062800262&TPaperId=5247274"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51/32/coveroff/342243026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9062800262&TPaperId=524727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바그다드 카페 UE (무삭제 확장판) - [할인행사]</a><br/>퍼시 애들론 감독, 마리안느 제게 브레히트 외 출연 / 에이나인미디어 / 2004년 09월<br/></td></tr></table><br/>가지 말라고 붙잡지도 못하던 내게 언니는&#160;"기어이 너를 두고 가는 나는 십 리도 못 가서 발병날 거다" 라는 메일을 보내왔다. 내 나이 스물한 살이었다. 그렇게 언니는 떠나버렸다. 가버렸다. 애인의 이별통보였음 에잇, 까짓, 하면서 침이나 퉤, 뱉어줬을 상황이었다. 나는 다 잃었다. 쓸쓸해졌다. 언니가 있던 날에도 외롭고 뻔하긴 했을 것이다. 언니가 가버린 후 달라진 것은 실제로 많지 않았다. 언니의 빈자리가 그리 크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그래, 원래 난 언니 없이도 씩씩했는데 아가야- 하며 이뻐해준 언니가 곁에 있어 분명 더 행복하기도 했겠지만,&#160;나약하게도&#160;어째서 다시 씩씩해지지 못하는 거지, 바보같이. 그런 생각도 간혹 했을 것이다. 모든 것을 잊었다 여겼지만 사실 아무 것도 잊혀진 것이 없었다. 아무 것도. 결단코. 그리고 나는 쓴다.&#160;
빈 자리. 대학에 들어가 처음으로 좋아한 선배와는 아무 일, 정말로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았는데(대의적으로는 많은 일이 있었지만), 그래서 좋아하는 게 이런 건지 확인해야 하는&#160;첫사랑이 시작되지도 못했는데(친구들은 말리느라 정신이 없었고)&#160;의도치 않게 배신을 거듭하던 친구 몇과의 전쟁이 끝나자마자 날 기다리던 게 맘 시린 이별, 언니와의 이런 이별이라니 당혹스러웠다. 지리멸렬한 일상이 이어지던 바그다드 카페에서 짜증만 용솟음치던 여자가 보석같은 시간을&#160;선사해주었던 그녀를 떠나보내야 했을&#160;때 이런 마음이었을까. 어쩌면 선물이었다. 다시 꿈을 써봐. &lt;바그다드 카페&gt;는 내내 너무 좋았던 시절, 어째서 좋은지 모르는 시절, 그때의 나와 언니를 떠올리게 했다.&#160;언니가 가르쳐준 &lt;모나리자 스마일&gt;과 &lt;엘리자베스 타운&gt; 만큼이나 이 영화가 좋아졌다. 90분 러닝타임 내내 소중한&#160;한 때가&#160;별처럼 반짝거리는 저 너머로 간다.&#160;&#160;&#160;
언니와는 훗날 만났다. 언니는 학교를 떠났지 날 떠난 건 아니었으니까. 반말이 존대말로 바뀔 만큼 긴 시간이었고, 스무살 내가 스물 대여섯, 일곱, 여덟, 아홉 만큼 커버리고 언니도 그만큼 더 어른에서 어른이 됐지만, 중간중간 언니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완전한 이별은 아니었다. 디지털 세상에서는 완전한 이별이란 없는 것 아닌가. 훗날, 내가 꾸린 첫 번째 여행의 기대를&#160;이해하고 "네 꿈을 응원해" 라고 말해주던 언니. 생애 처음 받은 커플링에 대해 가장 먼저 "축하해" 라고 말하던 언니.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돼요? 하는 나름 심각한 질문에 귀찮아 하지않고 쿨하게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던 언니. 내 첫 책이 나왔을 때도 소리소문없이 또 한 번 내 휘황찬란한 꿈을 응원하던 언니. 한 번도 언니를 가져본 적이 없던 나는 언니가 시행착오를 통해 습득한 알짜배기 소소한 마음들을&#160;종종 전수 받았고, 나름대로&#160;잘 가고 있다고 믿었다. 누군가에게 나도 언니 같은 사람이 되어야겠다. 그렇게 언니 하나.&#160;
하나를 잃으면 다음 것이&#160;와서 빈 자리를 대신한다.&#160;아리랑 가사를 남기고 떠난 언니가&#160;가고 나에게는&#160;다시 언니가 생겼다. 하늘이 언니 대신 또다른 언니를 보내준 걸까. 그것도 한꺼번에 둘이나. 우린 삼총사가 되었다. 예나 지금이나 언니가 있어 좋은 점은 비벼댈 언덕이 있는 것. 나보다 먼저 온몸으로 부딪친 언니를 통해 배우므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것. 물질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언니를 통해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을 알아갔다. 한 번도 언니가 필요하지 않았는데(언제나 내 꿈을 응원하는 다정한 오빠가 있었으면 했다) 언니가 있어도 나쁘지 않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와의 관계, 세상과의 부딪침, 우정과 사랑의 상관관계, 사랑의 성공담과 실패담, 어린 환상이 진짜 현실이 되는 과도기와 경계 같은 것들까지, 오빠는 가르쳐줄 수 없는 것까지&#160;언니를 통해 배울 수 있었으니 내게 언니가 있는 건, 그것도 하나, 둘, 셋이나 있는 건(심지어 꼬맹이였던 스무살 시절부터 나를 아는 피섞이지 않은) 축복 아닌가. 두 명의 언니와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많은 이야기와 추억으로 보냈으니 내 성장은 이할쯤 언니들의 덕일지도.&#160;
조바심은 되도록 내려놓고 살면 좋다. 다른 것들은 별로 많이 갖고 있지&#160;않은데 늘 조바심이 많아서 날 보던 그는 간혹 불안해했다. 이 영화는 그의 손을 꼭 잡고 보는 것이 옳았다. 이십 대, 나를 뒤흔들던 많은 영화들이 대부분 그러했던 것처럼. 혼자 바그다드 카페에 가려 애를 태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량하고 삭막하고 부스럭거리는 황금빛의 모래먼지가 좋았다. 어둑어둑 해가 질 때면 선홍빛 세상이 온 공기를 휩싸는 낯선 풍경을 미칠듯 갖고 싶었다. 모든 것들이 내가 가질 수 없는 것이라 좋았다. 어설픈 간판에 불이 들어오는 바그다드 카페와 주유소와 모텔, 어디에나 있을 듯 하면서 어디에도 없는 곳. 오래 그리워질 것이다. 가지지 못하는 것을 욕심내는 사람은 얼마나 추한가.&#160;지나가버린 것에 추억이 남는 거라면 아직 오지 않은 것에는 무엇이 남는가.&#160;&#160;&#160;
창문을 활짝 열고 힘차게 달리다보면 바그다드 카페와 만날 것이다. 모든 것을 이해한다, 모든 것을. 당신도 알 수 있을 것이다. 행복은 아주 작은 곳에서 뭉개구름처럼 피어오르는 것. 당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라면 나는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만으로 당신을 웃게 하는 일. 마술을 부려 사람들을 마법의 세계로 인도하는 일. 여기서는 불가능했던 모든 것이 가능해진다. 바그다드 카페에 가면&#160;커피와 웃음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정다운 친구가 기다리고, 황홀한 마술이&#160;손짓하고, 하늘색 행복이 춤을 춘다.&#160;거기에 당신과 내가 있다. 이런 안성맞춤을 나는 여지껏 본 적이 없었다. 어린 날에는 느껴지지 않던 것까지 보았다. 당신은 나의 모든 것. 당신과 나의 약속은 한 때의 아련한 추억. 바그다드 카페가 그런 것처럼 당신으로 인해 나의 모든 것이, 나로 인해&#160;당신의 모든 것이&#160;가능해졌으면 좋겠다. 이건 크고도 작은, 귀여운 희망사항. 당신을 위한 나의 모든 것. ]]></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51/32/cover150/3422430265_1.jpg</url><link>http://dvd.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9062800262</link></image></item><item><author>아이리시스</author><category>2009-2011</category><title>아마도 폐허에는 - [코렐리의 만돌린 - 할인행사]</title><link>http://blog.aladin.co.kr/irisis83/5239396</link><pubDate>Sun, 27 Nov 2011 01:1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irisis83/523939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325201985X&TPaperId=5239396"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41/35/coveroff/927749340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325201985X&TPaperId=523939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코렐리의 만돌린 - 할인행사</a><br/>존 매든 감독, 니콜라스 케이지 (Nicolas Cage)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04년 07월<br/></td></tr></table><br/>﻿땅이 울렁거렸다. 광활한 대지는 삼켰던 것들을 모조리 토해내고 있었다. 겨우 전쟁이 지나간 곳에 평화가 찾아오기 무섭게 다시 이 땅을 흔들어댔다. 마치 신의 목소리라도 들은냥 그렇게 모든 것들이 무너졌다. 그와 그녀가 만나기로 한 땅은 폐허로 남았다.&#160;남아있던 여자는 뒤돌아섰다. 다시 일어서서 제 집을 지어야 했다. 그리움, 후회, 애틋함, 아쉬움 같은 감정은 멋모를 때의 것으로 치부하고 잊으려 했다, 아니 묻으려 했다. 묻었다고 믿었다. 그런데 어느날, 뒤돌아서니 그가 돌아왔다. 그가, 생사조차 알 수 없던 그가 돌아왔다.&#160;코렐리는 거짓말처럼 펠라기아의 곁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와 그녀는 전쟁도 지나가고 지진도 지나간 이 섬에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라고 끝맺으면 좋겠지만, 이미 내 손을 떠난 일이다.&#160;
대체 섬은 어째서 이토록 아름다울까. 온종일 생각했다. 독일 연합군이 된 이탈리아군은 변방의 섬에서 적군의 명목 대신&#160;보호국으로서 그리스를 지켜주길 원하지만 전쟁의 상황이란 녹록치 않은 현실 뿐이다. 처음에 펠라기아에게는 만데라스라는 정혼자가 있었다. 전쟁이 나면서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고 그가 없는 섬에서 다친 사람들을 돌보며 100통도 넘는 편지를 보내지만 답장을 받지 못한다. 사랑은 힘이 없고 현실은 힘이 세다.&#160;만데라스가 없는 동안 만난 이탈리아 대위 코렐리는&#160;전쟁통에 만돌린을 연주하거나 해변에서 병사들과 함께 여자를 끼고 즐긴다. 펠라기아의 눈에는 비정상적 상황 천지다. 전쟁의 상황에서는 어떠한 경우에도&#160;서로에게 총과 칼을 겨누어야 할까. 코렐리는 옳았다. 펠라기아의 눈에 무모하게만 보이던 코렐리가 점점 남자로 느껴지기 시작한 것. 둘은 처음으로 서로의 몸을 껴안던 날 더없는 행복을 느낀다.&#160;&#160;
전쟁이 잦아들고 승리의 소식을 안고서 펠라기아의 정혼자 만데라스가 돌아온다. 그녀가 보낸 편지를 한껏 안고 돌아와 그녀의 추궁에, 난 읽고 쓰는 법을 배우지 않았어, 라고 대답하는 그는 처음에는 펠라기아가 다시 돌아올 줄로 믿지만 나중에는 코렐리를 살리고 둘의 사랑을 이뤄주는데에 큰 공헌을 한다. 읽고 쓰는 법 대신 멋진 남자의 뒷모습으로 펠라기아에 대한 사랑을 보여준 만데라스는 섬의 모닥불과 함께&#160;연주되던 만돌린의 음악보다 훨씬 시리고 멋졌다. 모두를 취하게 한 연주만큼이나 아름다운 사랑.
살기 위해 섬을 떠났지만 오랫동안 서로의 가슴에 남아있던 코렐리와 펠라기아의 사랑은 그가 보낸 만돌린의 음반 속 곡들처럼 아름답고 아련하게 울려퍼졌다. 전쟁 중의 사랑. 극한의 사랑 이야기는 이보다 훨씬 자극적이고 애틋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훈훈함은 코렐리가 연주하는 만돌린의 은은한 선율에서 찾을 수 있는 건지도 모른다. 섬은 다시 섬이고, 그곳에서 다시 그들이 살아갈 것이다. 폐허를 딪고 일어선 희망처럼, 다시 찾아온 사랑처럼, 죽지 않고 살아남은 축복처럼 그렇게. 모든 것에 이유가 있듯,&#160;그들이 살아남은 데에도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160;&#160;&#160;
&#160;
]]></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41/35/cover150/9277493402_1.jpg</url><link>http://dvd.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325201985X</link></image></item><item><author>아이리시스</author><category>2009-2011</category><title>밀크티, 달콤 쌉싸름한 맛 - [콜미 프린세스]</title><link>http://blog.aladin.co.kr/irisis83/5214516</link><pubDate>Tue, 15 Nov 2011 21:5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irisis83/521451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0933500&TPaperId=5214516"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1367/44/coveroff/895093350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0933500&TPaperId=521451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콜미 프린세스</a><br/>사라 블레델 지음, 구세희 옮김 / 21세기북스(북이십일) / 2011년 11월<br/></td></tr></table><br/>저마다의 칼집에&#160;칼을 숨겨두고&#160;서로를 향해 겨누고 서서 누구 칼이 더 단단하고 뜨거운가 따지고 재는 짓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랑이란 것은. 어째서, 몸, 생각, 얼굴, 숨소리 같은 것이 포개져야만 가능한 것이라 단정하는가.&#160;감히 단정할 수 있을까. 실체가 잡히지 않는 사랑의 순간을 경험해봤고, 때로&#160;나쁘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것만이 더욱 확실해지는 순간이 있었다. 예감이나 직관만으로 통하는 세계가 있었다. 모르는 것이 옳을 때가 있었다. "왜 나를 사랑해?" 라는 질문의 답을 구걸했지만 얻지 못하리란 걸 알고도 있었다. 그래서 지금, 모든 것을 안다.&#160;&#160;<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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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속에 구겨넣은 문드러진 '사랑'이란 것의 실체는 '관계'다. 관계는 보이지 않는다. 나는 타인으로만 증명된다. 어제 내가 너와 불꽃같은&#160;밤을 나눠가졌다해서, 오늘 아침 벌거벗은 몸으로 같은 침대에서 깨어났다 해서 너와 내가 하나가 되지 않는다는 걸 모르지 않는다. 절정의 순간에 하나였지 않느냐고 묻고 싶다면, 그래, 그랬던 적이 있었다.&#160;어느 '지점'이지 '진행'은 아니다. 너를 사랑한다. 하지만 매순간 사랑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의미에서 세상의 모든 사랑은 단절이다. 계절, 관계, 존재 자체가 간혹 그러하다.&#160;&#160;<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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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적으로 실존. 그것은 나의 문제다. 나는 여기 있고 너는 거기 있는 것.&#160;내가 여기 있을 테니 너더러 거기 있으라고 말한 것은 내가 아니다. 현상은 현상. 궁극적으로 인간은 창작의 동물. 결국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이 내 결론. 내게는 불가능하고 너에게는 가능한 일. [콜미 프린세스]에서 벌어지는 일은 오로지&#160;나의 문제다, 너의 문제가 아니라. 또는 너의 문제다, 나의 문제가 아니라.&#1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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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컴퓨터 스크린만으로 상대를 가늠하기는 매우 어렵다. 온라인으로라면 글로 자신을 표현하는 데 능숙한 사람에게 빠져들기 매우 쉽다. 그러나 그를 직접 만나면 사람 자체가 아니라 그의 글과 사랑에 빠졌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전문가들이 관심이 생기면 최대한 빨리 사이버 공간이 아닌 곳에서 만나라고 권하는 것이 바로 그 때문이다. (pp.136-137)&#1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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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세상과 오프라인 세상을 무대 위와 무대 대기실로 대치시키기엔 세상이 너무 좁고 밝아져 버렸다. 이메일로만 속삭이던 두 남녀가 레스토랑에서 만나 함께 식사하고 밤을 보내기로 한 날, 얼마든지 낭만적일 수 있다. 영화 [접속]이 그랬고 한때 유행하던 번개팅이 그랬다. 온라인이&#160;꿈이고 오프라인이 현실이라며 서로를 향한 기대와 애정을 숨기지 못해 내일의 만남을 고대하며 밤을 설치던 날들. 열여섯에서 열일곱 즈음 그런 만남이&#160;성행할 때&#160;나는 어렸고 나쁜 일을 당할 수 있다는 경우같은 건&#160;생각하지 않고 움직였다. 두려움 보다 호기심이 한창이던 나이. 그것이 가능하게 한 모든 일들은&#160;이제&#160;추억이 되어버렸다.&#160;&#160;<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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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대를 풍미할 줄로 알았던 것들이 당연함으로 자리잡으며 덴마크에서는 이 소설이 나왔다. 데이트 중, 더군다나 잠자리까지 합의한 상태라면 강간과 합의에 의한 섹스 사이의 경계를 어떻게 구분지어야 하는지. 데이트 중이기만 하면 '바란 일'이나 '합의한 일'이 되기&#160;때문에 강간이라 부르기 애매한 것일까. 피해자가 피해자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 의지를 조절하지 못하는 것. 헷갈리는 현실이 단지 소설 속의 일만은 아닐 것.&#160;&#160;&#160;&#1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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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통이 심해서 그만하라고 했는데도 계속한다면 그때부터 합의한 섹스가 폭력으로 바뀐 거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하지 않나?"&#160;<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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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게 그렇게 단순하지 않죠."&#160;&#160;<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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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략)&#160;&#160;<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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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온라인 데이트가 유행하기 시작한 이후 강간의 정의는 크게 바뀌었다. 남녀가 섹스를 하기 위해 만나는 경우가 점점 많아졌지만 언제 중단할지, 얼마나 거칠게 할지는 당연히 협의하지 않는다. 그런 경우 성폭력이 발생했다는 것을 증명하기는 매우 어려울 수 있다. (pp.270-271)&#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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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렇다면 섹스를 하되 무엇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160;미리 합의하는 게 어떨..( '') -_-;;<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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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의 발로가 아니라 욕정의 감각으로 벌어지는 섹스는 애초 방법의 합의가 불가능할 터. 직접 옷을 벗거나 그(녀)에 의해 옷이 벗겨지는&#160;순간에는 황홀한 잠자리로 시작하다가&#160;잠시 후 방법에 대한 합의를 하지 않은 채 가학피학성 취향이 있는 남자에 의해 여자의 손발이 묶이거나 맞는 순간 강간으로 돌변하는&#160;것. 순간포착. 아.. 어느 순간에 남자를 용서해야 하지?&#160;욕정에 불타 또는 그(녀)를 너무 사랑하여 상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버리는 것을 모두 다 강간이라 불러야 한다면, 이 세상에 사랑을 나누는&#160;행위 자체가 죄악인 건 아닐지.&#160;&#160;<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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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 여자도&#160;같은 취향이라면? 소설이 하고 싶은 말이 온라인 데이트에서 벌어질 수 있는 성범죄라면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내린 결론이다.&#160;범죄소설로서 범인도출을 위해 끌고가는 일련의 범행묘사와 피해자 신문을 비롯한 수사과정은 나쁘지 않다. 문제는 지금 이 소설이 내게 어쩌다 한 번 있을지 모르는 무서운 사실로 인해 진실하게 활동하는 온라인 친구들을 하나하나 의심해보게 한다는 사실이다. 이건 좀, 아니 많이, 심각한 문제다. 내가 어디까지 노출되었을까는 결국 내가 판 무덤이라도 그렇다고 모두를 믿지 말아야 겠다는 결론으로 잦아들면 삭막해지고 그 무덤에&#160;빠져 죽기는 싫은 것. 아무래도 내가 들어가려고 판 무덤은 아니지 않..을..까.. 아무리 조심해도 노리고 계획되어진 일 앞에서는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160;<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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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만 보면 남자는 본인이 인지하지 못한 채 반복적 범행을 저질렀다. 매번 인터넷에서 이메일로 여자를 만났고, 실제 만남에서 섹스를 시도했다. 피해자들이 피해를 주장하더라도 자발적 성관계의 시작을 강간으로 입증해야 할&#160;책임이 남는다. 반대로 남자가 억울한 경우가&#160;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남자가 실수였다고 주장하므로 그저 독특한 성적취향이 불러온 비극이었던 것. 죄는 누구에게 어떻게 물을 것인가. 인터넷 성범죄는 어떻게 예방할 것인가. 어느새 온라인은 오프라인의 대체 세상이 되었다. 가상의 세계에서 삶을 꾸려가며 인연을 맺는 것. 오늘날 더없이 일상적이다. 익명성이 주는 긴밀하고 친숙한 우정을 무시하지 못한다. 나는 나쁘지 않다. 당신도 그렇겠지.&#160;우리는 괜찮을 거야. 그러면서도 어딘가 얹혀있는 불안감. 달콤 쌉싸름한 맛의 세상. 다시 한 번 다짐. 여기서 들은 말을 저기로 옮기지 않기. 함부로 비난하지 않기. 이건 실생활에서도 해당되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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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형사 루이세 얘기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까먹었다. 중요한 게 나라서 그녀를 잊었다. 그녀가 진정하기 위해 마시는 설탕과 우유를 듬뿍 넣은 차. 그건 밀크티였을까. 지난 겨울은 유자차, 지지난 겨울은 핫초코, 지지지난 겨울은 설탕과 우유를 듬뿍 넣은 녹차라떼와 밀크티를 폭풍흡입했다. 올해도 겨울은 온다. 무서운 현실 말고 따뜻한 이야기 앞에 다정한 사람이 되어야지 다짐하는 겨울이 오고 있다. 달콤 쌉싸름한 밀크티를 올해도 벗 삼아야 겠다. 세상이 밀크티의 맛이라면 나 역시 호응하리라. 나 호응 하나는 참 잘하니까.]]></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1367/44/cover150/8950933500_1.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0933500</link></image></item><item><author>아이리시스</author><category>2009-2011</category><title>부서지는 여자의 삶 - [피고인 - [할인행사]]</title><link>http://blog.aladin.co.kr/irisis83/5203849</link><pubDate>Thu, 10 Nov 2011 21:2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irisis83/520384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9192646050&TPaperId=5203849"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50/51/coveroff/919264605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9192646050&TPaperId=520384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피고인 - [할인행사]</a><br/>조나단 캐플란 감독, 조디 포스터 외 출연 / 파라마운트 / 2007년 04월<br/></td></tr></table><br/>충격적인 집단강간씬을 포스터는 무려 스물 일곱살에 찍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도 하고 있기 힘든 포즈로, 가장 예쁜 나이에, 가장 눈부신 나이에 입은 상처는 본인이 상대에게 어떠한 상처를 얼만큼 줬는지도 모르는 인간들에게 징역형을 내린다 해서 회복될 일이 아니었다. 몸에 생긴 상처가 아물 때에도 희미한 흉터를 남긴다. 하물며 마음에 찍힌 낙인 같은 상처는 그녀를 황폐하게 만들 것이다.&#160;올바른 사랑과 믿음을 가질 수 있을 때까지 우리가 세심히 돌봐야 한다. 나는 여자다. 누구보다 그녀를 알 수 있고 이해해야 하는 여자.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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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검사로 배정된 캐서린조차 처음에는 사라가 입은 피해를 마주보지 않는다. 그녀는 애인과 동거중인데다 종종 마약과 술에 쩔어있고, 야한 옷차림으로 다니며 사내들을 유혹한다는 이유였다. 사라가 입은 강간은 명백했으나 그녀에게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고 캐서린조차 믿어의심치 않는다. 증거는 없고, 피해는 입증할 수 없어 답답하던 즈음, 포기하고 무너지는 사라를 찾아간 캐서린은 다시 한 번 사라를 돕기로 한다. 그녀를 강간한 이들과 형량협상을 끝마친 뒤지만, 집단강간인만큼 강간을 부추기고 방조한 이들의 죄를 밝히면 다시 한 번 강간범들의 형량 또한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160;
한 번 당한 상처도 아픈데 소금 뿌리는 것마냥 증언대에 서서 자신의 피해를 고스란히 증명해야 하는 현실이 애달프다. 이것 또한 분노다.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이 세상에서 아직도 남자로 인해 여자가 피해입을 수 있는 분야들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160;사회의 여성차별이라든지, 강간이라든지, 폭행이라든지. 남자들은 모른다. 본인들을 세상에 낳아준 것도 여자라는 걸. 김영하의 [오빠가 돌아왔다]의 표제작도&#160;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집안에서 힘이 가장 센 오빠가 아빠 위에 존재하지만&#160;엄마 밑에 존재하므로 집안 서열은 그렇게 잡힌다. 이건 거의 본능적이다. 본디 여자는 남자에게 힘으로 밀리는 존재이기 때문에&#160;생기는 일련의 피해들. 남자와 여자가 존재하는 한 인류가 멸종할 때까지 끝나지 않을&#160;여성 피해 사건들. 그 반대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160;<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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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는 오랜 시간&#160;술집의 온갖 남자가 박수치며 부추기고 희롱하며 지켜보는 데에서 술집 안 게임대 위에 강제로 눕혀진 채 손과 발이 결박된 채로 강간을 당했다. 울부짖으며 소리쳤지만 어느 누구 하나 그녀를 도와주는 이 없다. 그녀의 피해 사실을 신고한&#160;학생 또한 경악해하면서도 정작 말릴 엄두를 내지는 못한다. 술집에서 서빙하던 사라의 친구도&#160;구석에서 집단적으로 이뤄지는 폭행 장면을 보고는 도망치듯 떠나버린다. 남자들의 집단광기는 무서웠다. 그들에게 강간은 성욕을 채우려는 욕심이기보다 여자를 정복하려는 게임이었다. 서로에게 보여주기 위해 자신의 무기를 아무렇게나&#160;꺼내보이며 자랑하는 저질스런 게임이었다.&#160;&#160;&#160;
사라의 분노 앞에 당당할 자 없다. 나라면, 그 자리에서&#160;당당히 그러지 말라고 할 수 있었을까. 그럴 거라는 확신도 그 반대의 확신도 없다. 나도 두려웠을 것이다. 나도 사라만큼 짧은 스커트를 입고 술에 취한 채로 남자들 앞에서 가슴과 엉덩이를 흔들어대는 여자라면, 어쩌면 위험하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강간을 당해도 마땅하다는 뜻은 아니다. 포스터는 신들린 것처럼 연기했다. 특히 캐서린이 강간범들과 형량협상을 해주고 돌아왔을 때, 그녀를 향해 내뱉는&#160;사라의 분노와 실망, 깨진&#160;신뢰를 표현할 때 탁월했다. 포스터는 고작 스물일곱 살이었는데. 그녀가 부러워질 만큼 뛰어난 연기였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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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피고인&gt;은 1988년에 만들어졌고 여성에 대한 집단강간의 법정영화로 분류되지만 충격적인 강간씬을 빼고나면 포스터의 연기를 감상하는 게 다다. 일직선으로 가는 스토리에다 지극히 뻔한 법정영화라 임팩트가 부족하다.&#160;짧고 임팩트 있게 쓰자면, 여자는 언제나 자신의 삶을 강하고 풍부하고 보호받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 그건 권리이자 의무이고, 스스로를 지켜야 하는 건 스스로에 대한 책임감 그리고 자신의 소중함 때문이어야 한다. 단 한 번, 사라의 삶이 부서진 건 맞지만&#160;다시 얼마든지 빛날 수 있는 이유다. 그녀는 잘못한 것이 하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맞서 싸우려는 용기를 냈고, 맞서 싸워 이겼다.&#160;&#160;&#160;
]]></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50/51/cover150/9192646050_1.jpg</url><link>http://dvd.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9192646050</link></image></item><item><author>아이리시스</author><category>2009-2011</category><title>그냥 당신과 파리를 걷고 싶어요. - [미드나잇 인 파리 - Midnight in Paris]</title><link>http://blog.aladin.co.kr/irisis83/5185419</link><pubDate>Wed, 02 Nov 2011 21:2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irisis83/518541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M342435790&TPaperId=5185419"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1152/70/coveroff/m34243579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M342435790&TPaperId=518541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미드나잇 인 파리 - Midnight in Paris</a><br/> / 영화 / 0001년 01월<br/></td></tr></table><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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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가 존재하는데 세상의 어디든 딴 데 살겠다는 건 늘 내겐 이상한 것이었다. 파블로와 마티스와의 저녁식사. 파블로는 위대한 미술가였지만 마티스는 위대한 화가였다. 파리는 여름이다. 자기 연인을 마주하고 앉는 건 어떠했던가. '막심'에서 그 최고 시간대에 방금 만난 미국 작가와 사랑에 빠졌다. 이름은 '질 펜더'. 말로 듣던 순간의 마법이 내게 벌어졌다. 피카소와 헤밍웨이 둘 다 날 사랑함을 안다. 하지만 뭐든, 설명이 안 된다. 설명이 안 되는 이유로 마음으로는 '질'에게 끌린다. 아마 그가 순수하고 격식없기 때문에. 슬픈 인생이 늘 그렇듯 그는 '이네즈'란 여자와 결혼할 예정이다. 난 꿈을 꾸었다. 그가 와서 내게 작은 선물로 귀걸이를 주고 같이 자는 꿈을. (아드리아나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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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로 여행 온 소설가 지망생 '질 펜더' 그러니까 '길'은 여느 때처럼 파리의 길을 걷다 한 노점상에서 아드리아나의 책을 발견한다. 프랑스어를 해석하기 위해 며칠 전 만났던 뮤지엄 큐레이터를 찾아가고, 그녀는 친절하게 벤치에 앉아 그에게 책을 읽어준다. 파블로와 헤밍웨이 둘 모두에게 깊은 사랑을 받던, 최고 예술가들의 뮤즈였던 그녀가 사실은&#160;그를 사랑하고 있었음이&#160;밝혀지는 순간이다. 그 사실을 '길'이 알게 된 순간이기도 하고.&#160;&#160;&#160;
이네즈와의 결혼을 앞두고 그녀의 부모님과 함께 파리로 여행 온 그에게 파리는 가이드를 앞세워 손을 마주 잡고 나들이 다녀야 할 곳이 아니다. 이네즈의 친구 커플을 만나 넷이 베르사유나 미술관에 갔을 때도 길은 폴의 그림해석에 반기를 들고, 이네즈가 가고 싶다는 장소, 파티, 약속 모두를 거절하려 열심이다. 마지못해 따라 나설 때도 있지만 그에게 메뉴얼식 틀에 박힌 파리관광은 별 매력이 없다. 와인시음으로 잔뜩 취한 걸음을 하고 이네즈가 가자는 댄스파티를 거절한 후 혼자 걷던 길은 어느 거리에서 자정을 맞이한다. 미드나잇 인 파리. 그만의 파리가 시작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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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세계에 있는 거요. 별 이상한 거 없소." (달리)&#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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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처럼 생긴 자동차 한 대가 '길'의 앞에 멈춘다. 그더러 얼른 올라타라고 부축이는 일련의 사람들. 여러 사람의 환대에 무슨 영문인 지도 모른 채 올라탄 그가 도착한 곳은 장 콕토가 주최한 파티. 먼저 말을 걸어온 사람은 젤다. 그녀는 스콧 (피츠제럴드)가 미친듯이 끌려들어가고 있는 중의 매력적인 여자다. 자유롭고 거침없고 아름답다. 스콧을 통해 헤밍웨이를 만나고, '향수 가게에서 일하는 남자(옛 것과 추억의 물건이 있는 곳)'에 관한 자신의 소설을 이야기하며 평가를 부탁한다. 헤밍웨이는 단박에 거절하며 이렇게 덧붙인다.&#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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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게 나쁘면 나쁜 글이 싫으니까, 그게 좋으면 질투가 나 더 싫소. 딴 작가의 의견은 필요없는 거요. 작가들은 경쟁을 하오." (헤밍웨이)&#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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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주제가 아니라고 자책하듯 늘어놓는 길에게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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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편없는 주제는 없소. 스토리가 진실하고, 산문체가 깔끔하고 솔직하고, 억압받으며 용기와 품위를 단언하면." (헤밍웨이)&#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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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는 마침내 거트루드 스타인을 소개할테니 그녀에게 읽혀보라며 데려간다. 그곳에서 그녀와 한 초상화를 놓고 언쟁하던 파블로와 파블로가 그린 초상화의 모델이자 애인이자 아름다운 여인인 아드리아나를 만나게 된다. 그녀는 코코샤넬의 패션을 배우고, 짙은 검은 눈의 홀린듯한 유태계 이탈리아 화가에게 이끌려 파리에 왔다고 했다. 여기 머문 시간을 아름다운 6개월이라고도 했다.&#1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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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파티장'으로 시간여행을 한 다음날 길은 이네즈를 데리고 거기에 가기로 마음 먹는다. 같은 거리에 나가 오랜 시간 기다렸지만 자동차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네즈는 투덜대며 집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참 사랑스럽고 지혜롭다. 길과 이네즈는 많이 다르지만 바로 그 다름이 그들을 하나로 묶어준다. 예쁜 커플이다. 길의 제안에 이네즈가, 이네즈의 제안에 길이 자꾸 태클 건 이야기만 했기 때문에 행여 하는 노파심에 털어놓는다. 이네즈가 돌아간 직후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가 퍼지고 그때 어김없이 자동차가 나타난다. 길은 자정에만 나타나는 자동차, 자신의 환상적 여행이 자정의 시간열차를 타는 것임을 깨닫는다. 그는 매일밤 바로 그 거리에 나가서 자정을 기다린다. 어김없이 자동차가 오면 거기에 올라타서 자기 소설을 평가해주는 거트루드 스타인을 만난다. 달리와 엘리엇, 헤밍웨이와 파블로, 운명의 뮤즈 아드리아나를 만난다.&#160;&#160;

이네즈 친구 커플, 이네즈 부모님과 미술관, 식당, 파티에 가지만 길의 온 신경은 다른 시간에 가 있다. 환상처럼 펼쳐지던 마법 같은 순간의 시간여행이 현실성을 획득한 것은 이 세계의 길이 파리의 노점상에서 아드리아나의 책을 발견한 순간이다. 늘 가족모임과 이네즈의 계획에서 빠져나가는 길을 이상하게 여기고 미행을 붙이는 장인, 아드리아나의 마음을 확인하자마자 이네즈에게 선물했던 보석을 훔쳐 그녀에게로 가려는 길, 들통날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보석을 제자리에 넣고, 아드리아나를 위한 보석을 새로 산다. 가장 황홀한 순간, 이 영화는 파리를 통해 사랑을 말한다. 과거를 통해 현재를 말한다. 지금 누구를 사랑하고 있어요?&#160;당신은 어떤 책을 쓰고 있나요?&#160;언제가 가장 행복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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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린 다 죽음을 두려워하고 우주 속 우리 자리에 질문해요. 예술가의 임무는 절망에 굴복하지 않고 존재의 공허함에 대한 해독제를 찾는 거예요." (거트루드 스타인)&#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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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다시 아드리아나를 만난 길은 그녀와 함께 또다른 시간여행을 떠난다. 이번에는 마차를 타고. 다시 도착한 '막심'에서 아드리아나와 처음 만났을 때 그녀가 얘기했던 '아름다운 시대'를 만난다. 1871-1914년의 서유럽 평화번영시기. 길과 아드리아나는 '아름다운 시대'에서 로트렉, 고갱, 드가를 만나고 고갱은 이렇게 말한다.&#160;&#1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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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세대는 텅비고 상상력이 없어요. 살았다면 차라리 르네상스 시대가 낫죠." (고갱)&#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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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드리아나는 이 '아름다운 시대'가&#160;'황금 시대'라고 믿어버린다. 급기야&#160;본인의 현재로 돌아가지 않겠다고도. 자신이 온 1920년대를 '현재'라서 지루하다는 아드리아나와, 그녀가 '황금 시대'라 믿는 지금보다 르네상스 시대가 더 낫다는&#160;'아름다운 시대' 예술가들. 마침내 길은&#160;깨닫는다.&#160;&#1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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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게 작가들의 문제죠. 당신들은 말이 그득해요. 하지만 난 감정에 충실해요. 그래서 난 파리에 남아 살래요. 가장 아름다운 때에." (아드리아나)&#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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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리아나와 길의 논쟁이 바로 소설과 글을 쓰는 내내 길이 직면해왔던, 맞닥뜨렸던 실존과 환상의 문제였다. 길은 비로소 아드리아나와 자기가 다르다는 것, 자기가 원해온 것, 원하지 않는 것에 대해 알아차린다. 자신의 어리석음과 과거 또는 미래를 향한 갈망은 환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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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정말 가치있는 걸 쓰고 싶다면 내 환상은 없애야죠. 내가 과거에 행복했겠다는 건, 그건 환상인거죠. (길)&#1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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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과 아드리아나는 작별한다. 각자 자신들이 살고 싶은 시대에 살 자유가 있기&#160;때문에. 현재로 돌아간 길은 이네사에게 파리에 계속 머물겠다&#160;선언하고 이네사와 파국을 맞는다. 파리의 자정에 강변을 새로운 느낌으로 걷던 그는 콜 포터의 앨범을 팔던 가브리엘과&#160;만난다. 그리고 파리의 빗속을 가볍게 걷는다.&#160;영화는 끝나지만 두 사람의 뒷모습과 파리의 역사는 새로 시작될 것 같다.&#160;&#160;
파리의 빗속은 눈부시게 예쁘고, 파리에 울리는 자정의 종소리는 눈물겹도록 아름답다. 누군가와 길을 걷는다는 것만으로도 거리의 걸음마다 빛이 분출하는 것 같다. 내가 좋아한 것이 파리였는지, 예술가들이었는지, 소설인지, 그림인지, 현재인지 모를만큼 모든 것이 이 세계에 녹아있다. 파리가 더 예쁜 게 낮인지 밤인지 나 역시 모른다. 오래 전 아저씨는 파리가 짧은 시간 여행하기에는 아름다운 곳이지만 오랜 시간을 살기에는 그다지 감동을 느낄 수 없는 도시라고 했었다. 프랑스에는 워낙 예쁜 도시가 많아서 휴가철이면 정작 파리에는 사람들이 거의 남지 않는다는 말도 들었다. 서울보다 훨씬 작고 좁은 도시라는 것도 안다. 아기자기하고 오밀조밀해서 오늘날에도 수많은 예술가들의 낙원이라는 것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파리는 그냥 파리다. 홀린 듯한&#160;이 기분은 뭘까. 여전히 남아있는 여운을 어떻게 떨칠까.&#160;&#160;
나는 그냥 당신과 파리를 걷고 싶을 뿐이었다.&#160;사소한 것들이 가끔 큰 틀에서 어긋난다던 길의 이네사와의 관계 고백은 나와 당신에게도 해당되는 말. 파리는 슬픈 눈으로, 아름다운 불빛으로, 따스한 웃음소리로, 축축한 공중전화박스로, 쌀쌀하고 어두운 벤치와 수없이 많은 와인상점으로 기억될 뿐이다. 여전히 그립고 낯선 곳.&#1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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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예술가들을 따라 가보고 싶었다. 소설가와 예술가 그리고 음악. 하지만 금새 마음이 변했다. 예술가보다, 파리보다, 나와 현재가 더 소중함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내가 있는 이 곳이 파리는 아니지만, 1920년대도 아니고, 1890년대(아름다운 시대)도 아니고, 르네상스 시대도 아니지만, 바로 이 곳, 여기가 나의 황금 시대다.&#160;&#160;
]]></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1152/70/cover150/m342435790_1.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M342435790</link></image></item><item><author>아이리시스</author><category>2009-2011</category><title>파괴되는 사랑의 흔적들 - [사자와의 이틀 밤]</title><link>http://blog.aladin.co.kr/irisis83/5155211</link><pubDate>Thu, 20 Oct 2011 02:4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irisis83/515521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01127598&TPaperId=5155211"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1300/15/coveroff/890112759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01127598&TPaperId=515521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사자와의 이틀 밤</a><br/>문지혁 지음 / 노블마인 / 2011년 09월<br/></td></tr></table><br/>표지도 블링하고 내용도 어느정도 몽환적이고(띠지문구처럼 제대로는 아니고) 제목조차 아련한 아기자기한 소설집과는 상관없는&#160;얘기지만, 드라마 스페셜 &lt;딸기 아이스크림&gt;은 3년 된 커플의 일상을 조각내어 보여준다. 3주년 기념일. 여자는 오늘도 어김없이 늦는 남자를 기다리며 그가 부탁한 화장품 세트를 평소 그가 쓰던 걸로 어렵지 않게 고른다. 그러고도 시간이 남아 서점에서 이것저것 책을 들춰본다. 여자의 표정은 읽히지 않는다. 밖으로 나왔을 때 남자가 달려온다. 늘 하던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화장품을 건네주면서도 무표정하던 여자는 화가 섞이지 않은 고요한 목소리로 마침내 남자에게 이별을 통보한다. 우리 그만 만나.&#160;&#160;<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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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년 기념일에 반드시 해야 할 말은 아니었을테고, 날 잡아 해야 할 말도 아니었을테지만, 여자의 표정에서 오래 생각하고 결심해온 말이란 걸 눈치챌 수 있었다. 남자는 몇 번이나 묻는다. 진짜? 정말? 괜찮겠어? 다시 한 번 묻는다. 진짜 우리 끝내? 남자의 애틋한 목소리에 체념이 묻어나올 때까지 확인은 계속된다. 여자는 뒤돌아보지 않는다. 여자의 결심은 이미 끝나있었으니까. 점심시간이 지나고 있었기에 남자는&#160;나중에 다시 얘기하자면 여자를 다독이려 한다. 끝끝내 붙잡을 수 없는&#160;여자의 매서운&#160;뿌리침에 못내 회사를 향하는 버스에 올라탄다. 늘 타던 번호. 여자는 돌아서서 걷고 있다. 눈물은 흐르지 않는다. 다만 그와의 첫만남을 회상할 뿐이다. 그날의 대타 소개팅. 좋아하는 게 뭐예요? 묻는 남자에게 딸기 아이스크림이요. 하고 말했던 순간을.&#160;그렇게 시작되었던 그 남자와의 연애를 그리고 흔적을.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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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여자를 만나러 올 때면 늘 딸기 아이스크림을 샀다. 초코와 바닐라도 있는데 어째서 딸기냐는 질문에도 대답할 수 없을만큼 여자는 딸기 아이스크림이 좋았다. 남자와 여자는 같은 사무실에 근무했다. 남자도 말단 직원이라 더 후에 들어간 여자와 비밀연애를 할 수밖에 없었다. 연애초, 남자는&#160;여자에게 딸기 아이스크림을 먹게&#160;하기 위해&#160;사무실 전체 사람들에게 아이스크림을 돌렸다. 제일 마지막 차례였던 여자는 선택권이 없어 남아있는 맛을 먹을 수밖에 없었지만 남자의 세심함을 알았다. 모든 연애의 시작과 끝이 그렇듯 남자와 여자도 다를 바 없었다. 그와의 연애를 오늘 여자가 끝낸 것이다. 오래 걷던 여자는 편의점에 들어갔다. TV에 잡히는 버스사고. 어느 다리를 건너다 추락한 버스번호는 방금 헤어진 남자가 탔던 바로 그 번호였다.&#160;
여자는 버스사고 상황실로 곧장 달려가 남자의 이름을 찾지만 실종자가 워낙 많은 탓에 확인할 수 없다는 말과 실종자 명단에 접수해달라는 말만 듣는다. 이후 여자의 기다림. 남자의 생사를 알 수 없는, 남자가 사고버스에 탔는지조차 알 수 없는 시간들은 지옥과도 같다. 꿋꿋하게 남자의 원룸과 자신의 회사를 오가던 여자는 추억 속에서 남자가 했던 말을 생각한다. 너랑 헤어지면 난 절에 들어갈 거야. 왜? 못보는데 그래도 보고 싶으면 찾아가게 될 거잖아. 차라리 못 나오는 절에 들어가서 아예 만날 수 없게 하는 게 낫지. 여자는 남자가 절에 갔을 지도 모른다는 일련의 희망을 품는다.&#160;&#160;

어디에도 그는 없다. 여자가 어디에 있든 찾아내던 남자는 이제 사라져버렸다. 그러자 어느 순간부터 남자에게서 문자가 오기 시작한다. 자취없이 사라진 남자의 문자. 여자는 다시 남자를 찾아헤맨다. 그가 죽었다는 공식적 뉴스를 보기 전까지. 남자의 문자는 전산착오. 여자는 바로 그 문자 때문에, 남자가 마지막으로 남긴 음성 때문에 다시 살아간다. 남자는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여자에게 남긴 말은 앞도 없고 뒤도 없는 간결한 한 마디였다. 원망도 미움도 간곡도 없었다. 여자는 남자가 자신을 계속 살게 하기 위해 그랬다고, 형체 없는&#160;휴대폰에서 수신된 문자가&#160;전산착오로 도착한 것 또한 남자의 마지막 배려였다고 생각한다. 남자의 원룸 비밀번호를 뒤늦게 알아채고 그의 방으로 들어간 여자는 남자가 준비한 3주년 기념파티 케익과 풍선의 망가짐을 보면서 목놓아 운다. 어쨌든 그의 배려는 그녀를 살게 할 것이다.&#160;다만 딸기 아이스크림을 다시는 먹지 못할 것 같다는 여자의 고백이 보는 이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160;<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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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랑 이야기. 현실적이면서도 당혹스러운 오늘날의 이야기. 그날의 드라마 스페셜과 동일한 향기가 난다. 모든 것은 꿈이 아니었다. 사실이고 현실이며 너를 갖고 싶던 욕망이자 세상을 향한 도발이었다. 현실들이 별처럼 늘 빛나지는 않을 것이나 때때로 빛나기는 할 것이다. 그런 빛이 당신을 비추는 날이 있을 것이다.&#160;어쩌면 &lt;딸기 아이스크림&gt;과 [사자와의 이틀 밤]은 전혀 상관없을지도 모르지만 연결점은 분명히 있다. 흔적과 기억에 관한 얘기라는 것.<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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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와의 이틀 밤]은 소설이라기 보다 영상에 가까운 느낌의 몽환이 묻어난다. 빈틈보다 보여주는 게 더 많은 서사다. 시종일관 간결하지만 애틋한 문체다. 문장 자체가 뛰어나지는 않지만 '말하는 방식' 보다는 '이야기'에 오히려 초점이 가 있다. 한국문단에서 좋아하는&#160;형식은 아닐테지만 관념과 이미지, 문체만을 중시하는 단편에 오히려&#160;신선함을&#160;부여하는 느낌이다. 장르문학을 쓰던 작가의 이력에서 오는 가벼운 느낌. 표제작 &lt;사자와의 이틀 밤&gt;이 가장 몽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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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막의 밤, 모래 위에 누운 집시 여인 곁으로 사자가 다가간다. 여인 옆에는 만돌린과 물병이 놓여 있고, 사자는 검푸른 하늘에 뜬 하얀달 밑에서 여인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녀의 냄새를 맡으려는 걸까, 아니면 잡아먹으려는 걸까? 고요한 사막의 밤, 여인은 꼬리가 높게 올라간 사자 곁에서 잠을 잔다. 나는 그림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느낀다. 바람이 불 때마다 사자의 갈기는 하늘하늘 흔들리고, 집시&#160;여인은 평온한 숨을 내쉬며 꿈을 꾸고, 사자는 그녀의 머릿결에서 나는 향취를 맡는다. 사자와 집시 여인을 향해 한 걸음씩 움직일 때마다 아무것도 신지 않은 내 발가락 사이로 사막의 모래가 쏟아져 들어왔다가 스르르 빠져나가기를 반복한다. 모래는 물결처럼 곱고 달빛은 가늘어 따뜻하다. 마침내 그들에게 다다랐을 때, 나는 만돌린을 들어 잠자는 여인과 외로운 사자를 위한 노래를 연주하기 시작한다.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영원처럼 계속될 어떤 노래를. (p.31)&#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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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안녕 일일곱&gt;은 스물 일곱 고시생이자 과외선생님인 남자와 열 살 어린 여자아이의 사랑과 이별. 남자는 어느날 예고도 없이 여자아이를 떠난다. 놀랍도록 슬프고 가볍게. 하지만 여자아이에게는 길고 묵직한 상흔을 남긴 채로. 여자아이는 그와의 추억을 하나씩 떠올린다. 그는 어째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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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하자면 그는 줄 타는 남자 같은 사람이었다. 마음속의 두려움이 커질수록, 지상에 발을 붙인 사람들에게서 멀어질수록, 더 크게 웃고 더 자신있게 말하곤 했다. 나는 남자의 줄타기가 놀랍고 짜릿하기보단 불안하고 걱정스러웠다. 그의 줄타기 역시 그랬다. (p.45)&#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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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시간부터 매달 한 번씩, 그와 나는 프로필을 작성했다. 처음에는 자신의 것을, 그다음에는 서로의 것을, 나중에는 상대방을 주인공으로 한 긴 소설을 써서 주었다.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이런 걸로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당연히 아니지. 그럼 왜 넣었어요? 일단은 틀에 갇혀보고, 그다음엔 틀로 잡히지 않는 나머지 부분을 찾아가보는 거야. (p.4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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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스페이스맨&gt;은 최초의 우주인으로 뽑힌 본명 '우주인'의 이야기다. 우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 엄마의 목소리. 일그러진 출생의 비밀. '우주인'이 아니라 '안주인'인 나의 확인. 우주선 발사 실패. 되돌아온 일상. 얻은 것 하나 없는 상황에서도 얻은 것이 있었다. 엄마의 목소리. 엄마의 사랑.&#1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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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 사람들이 모두 한 가지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한다면 얼마나 숨이 막힐까? 지구 위에는 68억 5,361만 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고, 따라서 사랑의 개수도 68억 5,361만 개일 수밖에 없는 거다. (p.9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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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마이 퍼니 밸런타인&gt;은 스물 다섯 살 남자와 스물 두 살 여자의 연애담. 어떻게 하면 여자를 침대에 눕힐 수 있나 고민하는 남자와 어떻게 하면 갖고 싶은 것을 남자에게서 좀 더 뜯어낼 수 있나를 고민하는 남녀의 숨겨진 속마음을 잘 풀어낸다. 그들은 결국 쫑난다. 서로가 서로에게 갖고 싶은 것을 결국 가졌을까. 본인의 욕망을 왜 타인에게서 찾으려 하나.&#160;<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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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온 더 댄스 플로어&gt;는 한때 DDR 댄스로 온 지역을 휩쓸며 스폰서까지 두었던 남자의 세상 적응기다. 그는 과거를 찾으려 당시 함께 했던 이들에게 하나하나 연락을 하지만 모두 다른 인생을 살고 있음에 괜한 소외감을 느낀다. 오히려 정신 차리라는 말만 들은 그는 길을 걷다 맨홀 뚜껑 위에서 혼자 만의 영광스런 DDR 댄스를 시작한다. 아, 세월은 이리도 속절하게 가버리는가. 어린날의 꿈과 영광의 흔적을 찾아가는 길을 표현했다.&#160;<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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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운다. 뉴욕으로 유학 와 있는 남자는 갑작스런 아내의 울음에 당황하면서도 이내 아내가 강간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불안하게 이어지는 시간 중에 자살한 아내의 흔적을 찾아가기 시작하는 한 남자의 추적을 그린&#160;&lt;흔적의 도시&gt;는 아내의 페이스북에서 찾아낸 H라는 남자로 인해 강간 대신 외도로 상황이 반전된다. 우리는 가장 가까운 사람을 얼만큼 알고 있을까를 묻는 게 아닐까.&#160;하물며 남자의 합리화는 여기에까지.&#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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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그래서 처음부터 아내는 자신의 자리를 크게 만들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사라짐으로써 생겨난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어쨌든 성욕 외에 내가 아내 없이 충족하지 못하는 욕구는 없었다. 부딪치거나 맞춰가야 하는, 짜증나서 소소하고 소소해서 짜증나는 일들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p.171)&#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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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를 찾기 위해 센트럴 파크를 뒤지던 남자에게 누군가 말한다.&#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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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인의 고통에 대한 호기심.. 그건 과연 얼마나 정당할까요? (p.186)&#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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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기. 2011년도판 [비포 선셋]이 있다. &lt;그랜드 센트럴의 연인&gt;은 뉴욕에서 남편과의 지루한 결혼생활을 보내던 여자가 10년전 유럽여행 갔을 때 만났던 남자와의 약속을 떠올리며 시작한다. 한편 약속을 잊지 않았지만 어제일 수도 있고 올해일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뉴욕에 온 한 남자가 있다. 두 사람의 미래는 자유다. 그들은 서로의 약속을 기억하고 있을까.&#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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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일 나에 대한 당신의 감정이 진실하고 정직하다면, 내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 거예요. 내가 미인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그러면 난 아마 당신이 단지 그 이유 때문에 나를 좋아한다는 느낌을 떨치기 힘들 테지요. 나는 이런 종류의 사랑을 혐오합니다. 또 내가 평범하게 생겼다고 해봅시다. 내 외모가 이럴 가능성이 더 크다는 걸 당신도 잘 알고 있겠지요. 그러면 난 당신이 단지 외롭고 대화 상대가 필요하기 때문에 내게 계속 편지를 쓴다고 생각하게 되겠지요. 그러니 안 됩니다. 당신이 뉴욕에 온다면 언제든지 날 만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그때 결정을 내리면 됩니다. 우리 둘 다 거기서 끝을 낼지, 아니면 만남을 계속 이어갈지를요. 기억하세요. 어느 것을 선택하든지, 그것은 우리 자유입니다. (pp.213-214)&#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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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골목길&gt;은 추적하는 사랑을 그린다. 메마른 삶에 뛰어들어 그동안&#160;남자를 좋아해왔다고 말하는 여자. 기억나지 않는 과거를 따라 남자는 그녀를&#160;애정 혹은 거절해야만 한다. 남자는 1000만원 고료 소설쓰기를 시작하는 중이다. 서로 좇고 좇기는 일련의 관계들. 사랑은 언제나 가벼운 쪽이 승리자가 된다.&#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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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0;
            고백이란 대단히 이중적이다. 사랑이라는 이데올로기에서 고백이 의미하는 것은 사랑의 시작이거나 사랑의 종말이다. 받아들여질 경우는 사랑의 출발점이지만, 거부당하거나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하면 하지 않는 것만 못하기 때문이다. 고백의 결과가 후자일 수 있다는 것은, 아직도 고백되지 못한 수많은 짝사랑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반증한다. 그들이 고백하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사랑의 시작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자신들의 사랑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 다시 말해 사랑의 종말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pp.232-233)&#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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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시작되는 걸까. 사랑하고 싶기에 사랑하는 걸까.&#1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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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0;
            사랑이란 지나가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것. 발견되기 전까지는 묻혀 있는 것. 돌이켜 보면 난 이제까지 만났던 세 사람의 윤정을 모두 사랑했다. 김윤정의 유치함, 박윤정의 여드름, 그리고 강윤정의 무관심. 사랑한 사람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나는 사람이 바로 사랑했던 사람인 것이다. (p.245)&#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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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는 그들의 이름을&#160;사랑한 것인가, 아니면 이름 뒤의 존재를 사랑한 것인가? (p.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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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각각 도발적이고 우리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소설집은 시시때때로 질문을 던진다. 그래도 사랑할 것인가.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당신의 길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지금 어떤 길을 걸어가고 있는가. 혹은 어떤 길을 걸어왔는가. 등등. 주로 뉴욕이 배경이고 간혹 우리의 집착스런 욕망을 불러내기도 한다. 유혹적이지는 않았으나 숨어있는 골목길로 향하는 길을 내주었다. 글이 길어 많은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닐텐데. 늘 요점이 없는 건 내 단점이다. 소설은 죄가 없다. 나는 지금 달콤한 샤베트 아이스크림이 간절하다. 겨울 데이트로 고속도로 휙휙 달려 휴게소에서 어묵과 핫바를 사먹는 건 늘 부드럽고 달콤한&#160;추억이다. 휘핑크림이 올려진 달콤한 빵도 좋겠다.]]></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1300/15/cover150/8901127598_1.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01127598</link></image></item><item><author>아이리시스</author><category>2009-2011</category><title>별종, 선택, 특별함, 개성을 지닌 새로운 계급의 출현 - [이상한 놈들이 온다 - 대중의 죽음, 별★종의 탄생]</title><link>http://blog.aladin.co.kr/irisis83/5154835</link><pubDate>Wed, 19 Oct 2011 22:4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irisis83/515483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0933373&TPaperId=5154835"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1322/24/coveroff/895093337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0933373&TPaperId=515483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이상한 놈들이 온다 - 대중의 죽음, 별★종의 탄생</a><br/>세스 고딘 지음, 최지아 옮김 / 21세기북스(북이십일) / 2011년 09월<br/></td></tr></table><br/>얇은 책인데 유익하게 공감하며 나는 어떤 사람이었으며,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더 성장할 가능성에 대해 고민해보게 되었다. 고민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이지 이 거창한 고민이 내 생활영역으로 침투했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럴 깜냥이 못된다. 별종이라니, 나는 내가 별종은커녕 개성 있다거나 특별하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간혹 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찰나를 내 생각이라고 우길 수는 없다.&#160;<br />
<br />
&lt;이상한 놈들이 온다&gt;는 우선 대중, 정상, 별종, 부자 네 단계를 나누고, 이제 대중의 시대는 갔으니 대중을 위한, 향한, 이용하는 마케팅은 지양되어야 하며, 하더라도 별 의미를 갖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우리 각자 대중이라는 인식을 버리고 별종에 속함을 인지할 때 순응대신 선택을 할 수 있고, 선택하는 대중이 새로운 시장을 가져올 것이라는 것. 다음은 네 가지 계급을 정의하는 작가의 말.&#1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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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중'은 우리를 효율적으로 만들어 주었다. 대중 마케팅과 대량 생산, 사회 규범의 대중적 순응은 지금까지 우리를 규정해 온 개념들이다. 대중이란 구분되어 있지 않고, 접근이 쉬우며, 순응과 생존을 추구하는 대다수를 의미한다.&#160;<br />
            <br />
            '정상'은 중간에 위치한 사람들을 말하며, 대중의 결정적 특징을 설명해 준다. 정상의 개념은 때와 장소에 따라 달라진다. 채식주의자는 캔자스에서는 비정상이지만 뭄바이에서는 정상이다. 여기서는 정상이더라도 저쪽에서는 정상이 아닐 수 있다. 정상을 찾아내 확장시키는 일은 대중을 상대하는 사람에게는 필수적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마케터들은 정상을 단지 통계적 기준이 아니라 도덕적 기준이자 문화적 기준으로 삼았다.&#160;<br />
            <br />
            '별종'은 정상이 아닌, 이상한 사람들이다. 외모나 신체적 특성이 태어날 때부터 평범하지 않은 경우도 있겠지만, 스스로 원해서 별종이 되었을 수도 있다. 원래부터 다른 것은 당신의 선택이 아니며, 그것은 이 책에서 다루고자 하는 내용도 아니다. 한편 자신의 선택에 의한 별종은 대중문화와 '정상'에 관한 체크리스트에 반한다. 내가 관심있는 건 바로 이러한 종류의 별종이다. 스스로 원해서 대중에 순응하기를 거부한 사람들, 인생의 일부분에서만이라도 그렇게 하기로 선택한 사람들 말이다.&#160;&#160;<br />
            <br />
            '부자'는 자신이 선택한 삶을 살아갈 만한 능력이 되는 사람들, 단순한 생존 그 이상을 할 수 있는 자원을 지닌 사람들을 설명하는 단어이다. 부자라고 해서 개인 전용 비행기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다만 부자는 충분한 식나과 음식과 건강이 있고, 물건과 아이디어가 거래되는 시장과 교류하고 접근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가 있다. 스와미(힌두교 종교지도자를 일컫는 말)는 부자이다. 그에게 멋진 집이나 멋진 자동차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그가 부자인 이유는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며, 그의 부족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무엇을 구매할지에 관한 선택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관한 선택 말이다.&#160;(pp.8-10)&#1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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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이 죽고 별종이 탄생하는데 왜 아직도 마케터들은 별종이 아니라 대중을 향해 구애하고 있는가. 지난 50년 동안 대중의 동경과 니즈를 대량으로 충족해주면서 이뤄온 기업에게 이제 대중은 죽었다,며 소리치는 세스 고딘의 목소리가 거짓된 우려처럼 들리지 않는다. '내가 피우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 남자는 남자도 아니지'라고 노래하는 롤링스톤스의 가사는 더이상 마케터들의 이론이 될 수 없다. 정상이 아닌 사람들을 배제하는 것. 오랫동안 애써온 방법 또한 앞으로는 힘을 가질 수 없을 것이다. 결과는 간단하다. 대중은 몰락하고 있다. 그들을 잡기 위해 '별종'을 '대중'으로 만들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160;&#1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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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이 증폭시킨 가장 큰 문화적 변화는 우리 자신이 문화에 미치는 영향력의 증가이다. 비디오를 만들거나 아이디어를 퍼뜨리거나 생각이나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쉬워졌다. 생각이나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은 당신의 창조물에 자극을 받고 다시 당신에게 새로운 자극을 선사한다. 기존 문화 위에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지고 그 위로 계속해서 새로운 문화층이 생성되는 것이다. (p.46)&#1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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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대중은 크고 거대한 사회의 중심이자 핵심이었으나 이제 대중은 맞춤식과 선택을 원한다. 맞춤 교육, 맞춤 신발, 맞춤 옷, 맞춤 싱크대, 맞춤 방송 등. 인터넷 세상은 대중 각자의 개성을 불러일으키게 하여 새로운 개성을 가진 '별종'이 모일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 '별종'이 '대중'이 되는 지점이 중요하다. 더이상 '대중'이라는 속에 이미 '별종'이 되어버린 이들을 몰아넣을 수가 없다. 그렇다면 '별종'은 누구인가.&#160;이 문제는&#160;생필품, 식료품, 자동차, 싱크대처럼 물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과거에는 소비하지 않더라도 살아가는데에 큰 영향이 없던 취미 즉, 영화, 책, 그림, 음악을 비롯해서 TV 오락, 드라마, 여행 등의 서비스와 문화에까지 큰 손을 뻗친다.&#1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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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시장은 이제 더 이상 마케터의 맹목성에 장단을 맞출 수 없다. 사람들이 소통을 선택하면 그들이 권력을 얻게 된다. 그들의 선택은 그들의 몫이지, 마케터의 몫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당신한테서 물건을 구입하기를 바란다면, 당신은 먼저 나의 튀는 개성을 인정하고 존중해 주어야 한다. (p.74)&#1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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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식품점 근처에 살지 않아도 생식 다이어트를 할 수 있고, 인도에 살지 않아도 조로아스터 교인이 될 수 있으며, 인근에 정치운동가가 없어도 정당을 후원할 수 있다.&#160;&#160;<br />
            <br />
            접근 요소의 하나였던 물리적 접근의 용이성을 배제하고 나면, 별종을 가로막는 유리한 장벽은 바로 '선택'이다. (p.88)&#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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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아이들 교육을 어떻게 시키고 있는가. '대중'으로 양성하기 위해 '별종'을 선생님으로 붙이고 있지는 않은가. 대한민국 부모들 중에 이 아이러니를 벗어날 자 몇 없을 것 같다. 내 아이를 옆집 아이처럼 만들기 위해 아웃라이어 교육을 시키려는 것. 이해불가능한 아이러니다. 모든 것의 변화는 눈에 띄게 투명한데, 이제껏 기업의 '별종'에 대한 파악은 거의 무관심 또는 이하취급을 받았다. 대중의 몰락과 별종을 만드는 법, 대중의 버리기까지 촉구하는&#160;명백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이 쉬워보이는 주장이 자리잡기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먼저 교육에 적용할 경우.&#1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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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쉽지 않은 이유는 별종은 가공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160;별종을 한 번에 한 명씩 혹은 집단별로 상대해야 한다면 수많은 학생들을 한꺼번에 교육하는 일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고분고분 단련시킬 수 없기 때문이며, 교육 사업에 적합한 가공 위주의 공장식 사고방식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160;<br />
            <br />
            그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160;<br />
            <br />
            하지만 우리가 가장 많은 돈을 누구에게 지불하는지, 누구를 고용하고 싶어 하는지, 누구를 칭찬하고 따르고 모방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 그들은 모두 아웃라이어로 성장한 사람들, 즉 별종들이다. (pp.119-120)&#1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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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위 투표자 정리'라는 이론이 있다. 각 정당은 선거캠프 때 분명히 특유의 색깔을 갖고 있으며, 서로 다른 정책을 내세우지만 정작 현실을 반영한 정책집행을 할 때에는 결국 극단적 목표가 아닌 중간 성향의 안전한 정책만으로&#160;어정쩡한&#160;집행을 하려하기 때문에&#160;여,야당의 차이가 미미해진다는 것이다. 우린 이런 성향으로 살고 있지는 않은가. 종모양 그래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우리 아이를 올려놓고 싶은가.&#160;단언하건대, 앞으로 종모양 그래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존재하는 이들이 세상의 별이 되는 법은 없을 것이다.&#160;<br />
<br />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정상'으로 회귀하려는 욕망은 너무나 큰 것이라 '별종'으로 도처에 존재하는 이들의 힘이 밀집되기 어렵다. 누구나 '정상'이 되고 싶어하며, '정상'이 '대중'이 되는 것이 기본적으로는 옳다. 이력서 취미란에 '노래하기와 춤추기'를 써넣도록 강요하는 사회는 은연중에 '별종'을 원하는 것일까. 스펙이 다가 아니라고 말하는 기업 인사과장의 '정상'이 아니라 '별종'을 원해요, 라는 대사는 진실한가. 이것은 방종이다. 책임을 전가시키는 책임이다.&#1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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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도적으로 다른 사람과 대립하게 만들어 자신이 원하는 대중을 만들어 내는 것은 위험한 방종이다. 그러한 전술은 필연적으로 거듭 사용되면서 집단의 분열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p.131)&#1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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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를 좇을 때에도 '범죄유발'은 불법이지만 '기회제공'은 정당하다. 고 이론서는 서술한다.&#160;하지만 일선에서 일해본 적 있는가. 정말 중요하고 복잡한 사건일 수록 두 가지 방법의 차이는 미미하다. 하물며 자신이 원하는 대중을 만들어 내는 것. 이야말로 기업의 최대목표이겠지만 이것은 위험하다. 과거의 대중을 만들어내는 방식으로는 글로벌 기업 마케터들이 이득을 창출할 수 없고, 행여 아직은 괜찮더라도 오래 갈 수 없을 것이다. '별종'은 예측이 불가능하다. 미래는 예측할 수 없는 영역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세스 고딘은 심지어 '별종'들은 틀 안에 있지도&#160;않을 뿐더러&#160;광고도, 선전도, 대대적인 프로모션도 필요 없다고 말한다.&#160;&#1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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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문화에 일어난 이 하나의 변화가 창의력과 혁신과 예술의 거대한 분출구를 열어젖혔다. (p.146)&#160;&#160;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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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0;
            
        
    


앞으로의 시장은 틈새시장도, 이전의 어떤 이론으로도 통과하지 못할 것이다. 달라져야 한다. '별종'을 연구하는 일에 그 답이 있다. '별종', '선택', '특별함', '개성'이 미래 시장을 공략하는 비밀의 열쇠다. 우린 어떤 기업인 혹은 소비자가 되어야 할 것인가. '선택'권은 과연 누가 쥐고 있을까. '나'를 '별종'으로 키워 '소통'하면서 '정상'으로 전환시킨 후 힘을 가진 '대중'이 되는 것. 이 시대에 허락된 가장 좋은 해답이다. ]]></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1322/24/cover150/8950933373_1.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0933373</link></image></item><item><author>아이리시스</author><category>2009-2011</category><title>끝나지 않은 이야기, 아마도 사랑은 아니었겠죠. - [섬]</title><link>http://blog.aladin.co.kr/irisis83/5146003</link><pubDate>Sun, 16 Oct 2011 00:4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irisis83/514600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02858&TPaperId=5146003"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7/74/coveroff/8937402858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02858&TPaperId=514600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섬</a><br/>장 그르니에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1993년 07월<br/></td></tr></table><br/>언젠가, 섬은 한 장의 사진이었다. 환하게 웃는 흑백사진 속 배경, 거기에 섬이 있었다. 비록 모니터상이었지만 매료되는 건 순간이었다. 섬은 이 세상이면서 동시에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신비로운 공간. 그때부터 여자는 아무도 모르게 마음 속에 섬을 간직했다. 어디에 존재하는&#160;줄도 모르면서. 섬이 왜 좋은지, 섬에 가두고 싶은 것이 뭔지도 모르면서,&#160;제 안에서&#160;서서히 무너지던&#160;것들이&#160;어떤 감정인지도 모르면서.&#160;그에게 도착을 전할 때,&#160;당연한 그의 자연스런 인사에&#160;상처받던 날처럼 하염없이 서러워졌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여자는 남자에게 다시는 연락하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었다. 여자는 말했다. 아저씨는 나로 인해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그냥&#160;원래 행복한 사람 같아요. 내가 해줄 게 별로 없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행복해요. 남자는 대답이 없었다. 대답을 듣는&#160;대신 여자는 수화기를 내려놓고, 메신저를 끄고나서 섬을 품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섬이 있다.&#160;어느 시인이&#160;노래했다. 그러니까 섬은, 하물며 '섬'일까. 여자는 종종 생각한다. 여기도 저기도 아닌, 어느 낯선 곳, 섬은 그 이상이하도 아니란 것을.&#160;&#160;
뒤에서 남자가 갑자기 안았을 때 여자는 놀라지 않았다. 베르사유에 다녀온 날이었다. 갑자기 내린 비에 하루종일 젖었다 말랐다 했던 것 같다. 이후 여자는 그를 생각하면 섬이 떠올랐다. 섬 같은 사람. 화이트 초콜릿처럼&#160;달콤한 목소리를 가진 남자.&#160;첫인상. 그후로도&#160;오랫동안 여자는 남자와의 첫만남 따위를 회상하지는 않았다. 회상될만큼의 이야기가 없었다. 멈춰진 시간, 정지된 화면, 희미한 이미지. 말이 통하지 않는 파리의 작은 지하철역. 드물게 해가 쨍쨍하던 겨울날 오전 아니 오후. 그보다 더 낡은 공중전화. 몇 개의 나라를 거치느라 늘어날 대로 늘어난 짐이 든 노랑 캐리어. 베네치아에서 산 가면. 로마의 과일, 음료, 호두. 기다리던 시간.&#160;설렜던 감정.&#160;퐁네프 다리. 콩코르드 광장,,
아저씨, 나 비행기 놓쳤어요. 여자는 당황한 목소리로 낮에 떠나온 남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남자와 여자는 정확히 열 한살 차이였다. 열한살. 남자가 스무살 때&#160;여자는 아홉 살이었고, 여자가 스물 아홉이면 남자는 마흔이 될 터였다. 그래도 띠동갑은 아니네. 이름모를 네덜란드산 맥주를 마시던 남자가&#160;희미한 미소로 말했다.&#160;하루종일 파리시내를 헤매느라 샤를 드 골 공항에서 길을 잃었던 여자에게 수화기 너머 목소리는 구원이었다. 늦었는데 돌아올 수 있겠어? 어서 와서&#160;자.&#160;밥은 먹었어? 비행기는&#160;연착되고 있었지만 보딩자체가 늦었던 승객을 배려해주지는 않았다. 같은 처지의 일본여자가 말을 걸었다. 어디로 갈 거야? 나는 돌아갈 곳이 있어. 여자는 말한다. 늦은밤, 남자는 라면을 끓였고, 탁자 위에 맥주를&#160;한가득 꺼내놓았다. 대체 비행기를 왜 놓친 거야? 어디 갔었던 거야? 나도&#160;모르겠어요. 지도가.. 지도가.. 여자는 울지는 않았다.&#160;&#160;
남자의 목을 잡고 매달린 건 여자였다. 왜&#160;울어. 남자가 말했다. 잘 있어요, 아저씨. 우리 부산 아가씨, 울지말고 뚝. 언제 서울에 올 거예요? 데려다줄게. 남자가 마지막으로 한 말은 올 때보다 가방이 더 무거워졌어. 한국에 도착하면 전화해. 였다. 하지 않았다면 좋았을 전화. 놓고 돌아와야 옳았을 미련. 다시 섬. 그때 여자는 혼자 섬에 갔다. 시차와 국제전화, 쓸쓸함, 그런 것들을 버리려고 간 것은 아니었다. 기다려요? 남자는 아니, 하고 대답했다. 나직하고 쓸쓸한 목소리란 걸 여자는 알아챌 수 있었다. 언니는 왜 떠났어요? 춤을 추고 싶어했어. 연극배우였거든. 애기도 있잖아요. 한국에서 부모님이 키우고 있어. 아, 네..&#160;
기다려요?&#160;&#160;
아니.&#160;&#160;&#160;
그의 진심을 이제와 내가 알 수는 없다. 그건 그때의 욕망이고 열정이었을 뿐. 여전히, 과거형.

가장 못한 것이 오직 다르다는 이유로 널리 쓰일 수도 있다. 가장 좋은 것도 없고 가장 못한 것도 없다. 이때에 좋은 것이 있고 저때에 좋은 것이 있다. 이 세상에는 완전한 것이란 없음을 나도 잘 알지만 이 세상에 일단 발을 들여놓기만 하면, 이 세상 속에 일단 얼굴을 내밀기로 작정만 하면, 우리는 더할 수 없을 만큼 기묘한 악마의 유혹을 받게 된다. 목숨이 붙어 있는데 왜 안 살아? 왜 제일 좋은 걸 안 골라? 하고 귀에다 속살거리는 악마 말이다. 이렇게 되면 곧 뜀박질을 하고 여행을 떠나고.. 그러나 &lt;이제 막&gt; 욕망이 만족되려고 하는 순간이란 얼마나 아름다운 순간인가. (p.32)&#160;

저 투명한 하늘의 기억. 내가 그를 기억하는 것만큼 그가 나를 기억해주리란 보장이 없어 슬펐다. 지금은 아니지만.

말없이 어떤 풍경을 고즈넉이 바라보고만 있어도 욕망은 입을 다물어버리게 된다. 문득 공(空)의 자리에 충만이 들어앉는다. 내가 지나온 삶을 돌이켜보면 그것은 다만 저 절묘한 순간들에 이르기 위한 노력이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그렇게 하기로 굳게 마음 먹은 것은 저 투명한 하늘의 기억 때문이었을까? (p.33)&#160;

&#160;나는 그냥 나. 

나는 저 꽃이에요. 저 하늘이에요. 또 저 의자예요. 나는 그 폐허였고 그 바람, 그 열기였어요. 가장한 모습의 나를 알아보지 못하시나요? 당신은 자신이 인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를 고양이라고 여기는 거예요. (p.43)&#160;

&#160;나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 그게 사랑은 아니었을 거란 걸 나도, 당신도, 그때도, 지금도, 잘 알고 있듯.
사실 언제나 똑같은 내용이긴 하지요. 그렇지만 사랑하는 마음을 나타내려고 할 때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말 이외에 다른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사랑은 마음속에서 모든 순간들과 모든 존재들을 하나로 합쳐주는 것입니다. (p.64)
&#160;같은 공간, 같은 시간, 같은 공기를 그저 공유하고 있었을 뿐이지요.

그는 우리들에게 지극히 드물게 작용되는 범우주적인 사랑의 법칙에 복종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의 존재를 사로잡아 그의 겉모습을 다듬고 형상을 굳혀놓았던 그 법칙 말이다. 전에 그는 태양이 뜨겁고 밤이 싸늘하다고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 그는 이 세상 어디에서나 화해한다. 모든 것에서 그는 영접받고 축복받을 것이다. 저를 맞아들이는 장소의 형태와 결합하여 차츰차츰 그 형태와 분간할 수 없도록 하나가 되어버릴 것이다. 완강한 저항이 철저한 복종으로 변했다가 어떤 새로운 생존 속에서 다시 반항으로 소생할 것이니 이 소용돌이와 평화의 교차가 우주적인 삶을 구성한다. (pp.72-73)&#160;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의 양면을 모두 보고싶어하는 것이 인간.

달은 우리에게 늘 똑같은 한 쪽만 보여준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의 삶 또한 그러하다. 그들의 삶의 가려진 쪽에 대해서 우리는 짐작으로밖에 알지 못하는데 정작 단 하나 중요한 것은 그쪽이다. (p.90)&#160;

&#160;추억은 추억. 추억은 힘이 없어요. 추억은 한 순간의 강렬한 희열일 뿐이죠. 
가장 달콤한 쾌락과 가장 생생한 기쁨을 맛보았던 시기라고 해서 가장 추억에 남거나 가장 감동적인 것은 아니다. 그 짧은 황홀과 정열의 순간들은 그것이 아무리 강렬한 것이라 할지라도-아니 바로 그 강렬함 때문에-인생 행로의 여기저기에 드문드문 찍힌 점들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순간들은 너무나 드물고 너무나 빨리 지나가는 것이어서 어떤 상태를 이루지 못한다. 내 마음속에 그리움을 자아내는 행복은 덧없는 순간들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단순하고 항구적인 어떤 상태이다. 그 상태는 그 자체로서는 강렬한 것이 전혀 없지만 시간이 갈수록 매력이 점점 더 커져서 마침내는 그 속에서 극도의 희열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그런 상태인 것이다. (p.101)&#160;
여행을 해서 무엇하겠는가? 사랑을 해서 무엇하겠는가? 괴로워해서 무엇하겠는가? 잔혹하게 그리워하면 무엇하겠는가?

여행을 해서 무엇하겠는가? 산을 넘으면 또 산이요 들을 지나면 또 들이요 사막을 건너면 또 사막이다. 결국 절대로 끝이 없을 터이고 나는 끝내 나의 둘시네를 찾지 못하고 말 것이다. 그러니 누군가 말했듯이 이 짤막한 공간 속에 긴 희망을 가두어두자. (pp.175-176)

하지만, 여전히 여행을 할 겁니다. 추억이 밥먹여주지는 않으니까. 추억을 가둘 수는 없고, 추억 속에서 열망을 훔칠 수는 없으니까. 태양과 바다와 꽃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나 나에게는 섬이 될 것 같다.&#160;몇 번의 악수,&#160;몇 번의 포옹, 몇 번의 키스, 몇 번의 눈물, 몇 번의 그리움. 그런 것들이 모조리 몇 번의 '착각'일 뿐이었을까. 나는 아직도 여전히 모르겠다. ]]></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7/74/cover150/8937402858_2.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02858</link></image></item><item><author>아이리시스</author><category>2009-2011</category><title>우리가 나침반이 되자. - [직설 - 한국 사회의 위선을 향해 씹고, 뱉고, 쏘다!]</title><link>http://blog.aladin.co.kr/irisis83/5139387</link><pubDate>Wed, 12 Oct 2011 20:3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irisis83/513938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4314919&TPaperId=5139387"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1297/77/coveroff/898431491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4314919&TPaperId=513938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직설 - 한국 사회의 위선을 향해 씹고, 뱉고, 쏘다!</a><br/>한홍구.서해성.고경태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08월<br/></td></tr></table><br/>한홍구, 서해성. &lt;대한민국사&gt;야 몇 번 장바구니에 넣었다 뺐다 한 책이지만 저자는 몰랐다. 종이신문을 거의 안 읽고, 시사지를 구독한 적도 없어서 상당히 무지하다.&#160;또래에 비해 정치,경제,사회에 관심이 없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160;비판이란 미명 아래 비난만 난무하는 난타수준의 글들을 굳이 지면으로 보고픈 생각도 없다. 전체그림을 볼 수는 있지만 대안이 되기는 할까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굳이 책으로 묶여 나왔으면 신문기사, 책 이상의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누군가의 의식을 바꾸는 일이라든지, 주제를 두고 누군가와 토론해본다든지 하는 개인적인 일일지라도.&#160;이 사회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을 좀 더 만회해야겠다. 암만 그래도 어차피 내가 갈 길은 그들과&#160;따로 있겠지만.( '')&#160;&#160;
읽으면 읽을 수록 나만의 생각이 없어지고 타인의 생각만이 깊숙한 곳까지 스민다. 역사가 시간의 연장선이기는 하나, 1년 이상&#160;지난 상황에서 말해진 것들을 이제서야 읽는 일이 꽉 채워진다 말하기 어렵다. 정치가 그렇고, 국회에서 만드는 법이 그렇고, 예산안이 그렇다. 하루가 달리 변하고 뒤집힌다. 가예산, 본예산 이리저리 재는 기간만 봐도 1년이 후딱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동시대를 말하기가 지난 시대를 말하기보다 훨씬 어렵다는 해명에 동기부여한 후에야 그나마 유익하게 읽혔다. 이 책은 한겨레의 [직설] 코너 대담집이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160;지식인,문화인,언론인,기업인,정치인들을&#160;모시고 각 분야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묻고 들었다. 무엇을 써야하나. 결국 내가 쓰는 만큼이 딱 내가 아는 것, 생각하는 것, 느끼는 것의 수준일 것이다.&#160;&#160;
며칠전 40자평에 급한대로 이렇게 썼다. &lt;공정사회,노동자,교육,실업,4대강,한미FTA,구제역,복지투쟁,보수대혁신,좌파집권플랜&gt;. 현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이데올로기가 모두 들었다. 지금은 이것들이 현 한국을 이끌어간다. 이 순간에도 무수히 많은 이해관계와 득실을 따지는 일들이&#160;난무할 것이다. BIFF나 올림픽,월드컵 예선보다는 살아가는 일과 가까운 일이고, 가까워야 하는 일이다. 젊은 세대여, 느그들이 알아서 하시오. 라는 식의&#160;고은 시인. 정작 본인은 상 같은 데에 관심도 없다는데 우리만 앞서 달려 그를 수상작가에 부쳤다가 말았다가 한 건 아닌지. 그가 과거에 감옥에서 했다는 생각.&#160;&#160;
여기는 문화.&#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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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못 썼어. 괴테는 편지만으로도 전집이야. 빅토르 위고는 만년필도 거부하고 깃털 펜으로 거대한 기록을 남겼어. 현대문학 100년인데, 시 30편 담은 시집 내고 죽은 이도 교과서에 나오잖아. 일찍들 죽었어. 임화는 마흔다섯, 김소월은 서른둘, 윤동주는 스물여덟. 윤동주는 소년시야. 오늘날 살아 있다면 지적될 게 많아요. 워낙 우리에게 절박성이 있는 걸 썼지. 시가 이쁘지. 순결성도 있고. 이런 누적된 문학사 속에서 나한테 요구하는 건 이들의 결핍을 메우라는 거야. 현대문학 100년에서 내가 50년 동안 계속 썼잖아. 술도 그때 먹다 만 걸 내가 더 먹고.&#160;
            나중에 다 의미가 없더라고. "그냥 쏴라!" 다른 건 도식적이거나 누가 해먹은 모델이더라고. 감옥이 철창신세라는데 거기 특별사동은 철창도 없어. 김재규가 있던 7방인데 똥간 하나 있고 책도 없고 뭐.. 그때 막 도스토옙스키가 생각나더라고. 죽을 상황에 놓이니 몇 분 만에 과거가 정리돼서 파노라마처럼 왔다는. 그러면서 나도 과거가 오더군. 현재가 없으니까 과거가 와서 현재를 담당하더라고. (pp.44-45)&#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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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젊은이들에게 한 말씀. 하는 질문에 백기완 선생은 이렇게 대답하고 나는 퍽 부끄러웠다. 젊은이도 아니고 젊은이가 아닌 것도 아니고, 정체모를 귀신이 되어버린 듯한 기분.&#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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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두환이가 한창 까불 때야. 양주별산대놀이에 멍석말이란 게 있어. 머슴이 매 맞아 죽었거든. 썩은 멍석에 버린 거야. 들개가 와서 팔다리 뜯어 가고, 말똥가리도 살점을 빼앗아 가고 뼈만 남아. 날이 추워서 도토리나무가 쩡 하고 얼어 터져. 뼈다귀만 남은 해골바가지는 그 소리가 죽은 자기를 또 내려치는 걸로 알거든. 꿈틀하더니 일어나서 몽둥이를 뺏어 때려 부수고 자기 염원의 세계를 형상화하더라 이거지. 그걸 '인간'이라고 해. 마지막 남은 저항심. 그게 인간의 생명이야. 계급의 질이라 이거야.(중략) (pp.68-69)&#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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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나가수 김건모 재도전 발언으로 네티즌의 뭇매를 맞던 시점의 김제동은,&#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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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당 행사라면 안 갔겠죠. 현 대통령 취임식 사회 보고 전임 대통령 장례 사회를 본 경우는 없을 거예요. 미국 하버드 대학에 특강 갔을 때 외국인 학생이 "당신은 취임식 사회잔데 그 대통령이 죽었냐?"고 물어요. 다른 대통령이라고 했더니 쇼킹하다고 하더군요. 노제 때 사회를 보러 가다가 문든 든 생각은 '지금은 슬퍼해야 하는 게 본질'이라는 거였어요.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까 고민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지더라고요. (p.76)&#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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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제가 잘못한 거죠! 라고 몇 십 번을 중얼거리고, 곧이어 서해성은 이렇게 말한다.&#1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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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해자들이 죄의식을 쉽게 벗어나는 방법은 미안한 놈을 재빠르게 공격하는 거예요. 노 전 대통령을 지금도 공격하는 자들의 심리죠. (p.76)&#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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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lt;부당거래&gt; 개봉을 앞둔 류승완 감독은 민감한 부분을 비껴가며 본인의 생각을 피력했다. 물론 영화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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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로는 부딪치는 걸 싫어해요. 우리 영화에서 폭력이 강하게 와 닿기 시작한 게 김대중, 노무현 정부와 관계가 있다고 봐요. 표현의 자유가 본격적으로 왔잖아요. 한국 폭력 영화 수위가 세다고 하지만 미국보단 못하죠. 미국 영화는 윤리적 고민이 없죠. 한국 영화 보면서 불편한 건 윤리적 고민을 동반하기 때문이에요. &lt;쉬리&gt;에서 북한 사람을 인간으로 그려내는데 람보가 베트콩 쓸어버리는 거랑 다르죠. &lt;복수는 나의 것&gt;을 보면 서로 폭력을 저지르는데 조금씩 다 이해가 가죠. (p.102)&#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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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정치.&#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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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신당 3년. 민노당까지 하면 8년이죠. 자임한 게 '삐끼' 노릇이에요. 운동권이 무겁잖아요. 진중권이 붙어 있으면 날라리 분위기가 나면서 덜하죠. 사실 대중적으로 활동하면서 당에 이름을 내걸긴 부담스러워요. 지지자가 딱 정해지니까. 가령 내가 MB랑 싸울 땐 막 지지하다가도 유시민을 씹으면 확 돌아서죠.&#160;
            서구에선 그런 거에 똘레랑스가 있죠. 서로 친해질 때도 어떤 부분은 접고 넘어가야 하는데 우린 공동체 성향이 너무 강하죠. 정치적 견해가 같지 않으면 부부 생활, 부자 관계, 교우 관계가 불가능해. (p.113)&#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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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은 본인의 지점을 잘 아는 지식인(범주에서)이다. 다만 옳은 말이라 해서 어떤 상황에서든 지지받는 것이 아니란 점과, 말과 분노만으로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은 중요하다. 옳은 말이든, 수준 높은 발언이든, 해놓고 뒤에서 킥킥대며 혼자 만족하는 것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도 없을 뿐더러, 사회에 영향을 미치기도 어렵다. 마흔살이 스무살보다 아는 게 많고, 어떤 지점에서 나아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지, 어느 누가 더 나아서는 아니지 않나. 그 반대가 문제지.&#160;&#160;
어떤 지점에서 나는, 굉장히 올바른 결론의 지점에 가닿았다. 종종 어떻게 이런 것까지 알지, 읽지, 쓰지, 했던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 나보다 많이 살고, 많이 보고, 많이 느낀 사람이라는 것. 어둠 속에 숨고 싶을 때 가끔 위로가 되는 사실이다. 그러니 반대라면 그들은 전혀, 내게 자신의 지식을 과시할 필요가 없어진다. 나는 나보다 당신이 더 많이 알고 있는 것이 때로 당연하게 생각된다. 항상 그렇다는 건 아니고( '') 
40대는 20대를 모르고, 20대는 40대를 알 수 없다. 서로가 서로가 아니기 때문에. 그게 본질이다. 비교를 이딴 식으로 하면 다섯 살짜리와 팔씨름 해서 이겼다고 좋아하는 어른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요즘 사회에서는 종종 그런 식의 비교가 보인다.(이건 진중권 발언이나 칼럼과는 전혀 상관없는 문득 떠오른 내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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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 백수를 당연시하는 사회가 돼버렸어요. 연속극에서 백수가 등장해도 웬걸 자연스럽고. 이 사회가 청년 실업에 대해 숫제 무감각해지고 말았어요.&#160;
            -서울대 사회대 교수들이 하는 말이, 20년 전에는 학생들이 세상을 뒤엎는 꿈을 꿨는데 지금은 공사 가는 게 꿈이래요. 신이 내린 직장. 개별 회사로서야 공부도 잘하고 스펙도 쌓고 봉사도 많이 하고 얼굴까지 예쁜 사람을 뽑는 게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우리 사회 전체가 그로 인해 치러야 할 비용은 어마어마한 거죠. (p.165)&#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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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 사회문제를 하나씩 짚어본다. 다음은 환경재단 대표 최열과의 대화다. 짧게도, 길게도 정말 크게 문제일 듯한 4대강 사업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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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깐 보는 데는 무진장 좋거든."&#160;&#160;
            거기가 함정이죠. 조감도의 나라. 그게 자칫하면 오감도가 되죠.&#160;&#160;
            -다음 총선, 대선 때 가장 나쁜 상태 사진과 조경한 걸 비교해 보여주면서 "봐라 이렇게 좋아지지 않았느냐" 하고 정권 재창출로 가는 거죠.&#160;&#160;
            -시장 이명박하고 가까웠다가 지금은 얻어맞고 있는 처지인데, 겪어보니 무엇이 시장 이명박을 대통령 이명박과 다르게 만들었는지. 
            내각이나 참모진이란 게 결국 대통령의 얼굴이에요. 이번 개각도 같아요. 국방부 장관이 국방을 저버리고, 환경부 장관이 환경을 저버리고. 서울시 때는 그런 거까지 몰랐죠. 중앙정부나 권력을 운영하기에는 맞지 않는 거죠. (p.213)&#160;
            -잘못되었을 때 바로잡을 비용까지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토목공산데.&#160;
            옛날에 라인 강도 다 토목으로 했어요. 다시 복원하는 데 열배 이상 들고 있잖아요. 비가 온다고 할 땐 보의 물을 다 빼야 하고, 갈수기엔 채워놔야 하고. 보가 16갠데, 이걸 다 열어놓으면 병목 현상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일단 완공되면 계속 그대로 간다고만 생각하는데. 물이 소통 안 되면 최악이 경우 보를 폭파해야 하는 일이 생길 수 있고, 그때 이명박도 같이 '폭파'되는 거예요.&#160;
            -빚을 내더라도 만기 상환이 내 임기 때 안 돌아온다는 거죠. 그럴 때는 국민들이 다 뒤집어쓰잖아요.&#160;
            IMF 때도 잘못된 정책 결정이 법률로 처벌받지 않았어요. 4대강 역시 같은 생각인 거죠. (중략) 정말 기가 막히게도 환경 운동이 업자들 돈 벌게 하는 결과를 만들어주기도 했어요. 4대강도 복구하게 되면 또 토목업자들이 원상 회복 공사를 하는 거죠. (pp.213-215)&#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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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통일,외교.&#160;
전 통일부장관 이종석. 지난 정권과 비교해도, 현 정권을 봐도, 미래 정권에도 기대되는 통일 정책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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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평도 포격도 지난 정권 탓이라고들 하는데요.&#160;
            -잘못을 인정하십니까?&#160;
            "잘되면 내 덕, 못되면 조상 탓"이란 말, 그건 혈통이라도 같으니 그렇지. 3년 전 취임하면서 "난 이 혈통 필요 없다"고 햇볕정책 침몰시켜놓고 햇볕 탓을 하면 안 되죠. (p.221)&#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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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략)비핵화를 중심으로 한 한반도 평화를 이뤄낼 핵심 틀로서 6자 회담 전망은 어떤가요?&#160;
            미국의 목표가 정말 북한 비핵화인지, 비확산인지가 불분명해졌어요. 이거 정말 위험한 거예요. 연평도가 터졌다고 북핵 위기가 가시기는커녕 더 고조돼 있단 말입니다. 남북 사이 재래식 전투가 벌어지는 동안에도 저농축 우라늄에서 보듯 북은 지속적으로 핵 능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간다는 겁니다. 6자 회담을 걷어차면 언제 다시 북핵을 다룰 거냐는 거죠. (p.229)&#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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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은 정책.
피자를 공격하는 바퀴벌레. 그는 나우콤 의장 문용식이다.&#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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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다 정 부회장하고 트위트질을 하게 됐나요. 트친은 아닐테고요.&#160;
            누가 리트위트한 걸 우연히 봤어요. 경제 신문에 신세계 복리후생에 관한 기사가 났다고 자랑했다더라고. 그래서 "주변 상권은 다 붕괴시키면서 회사 직원 복지만 챙기면 되는 거냐구여?" 라고 가볍게 잽을 날렸죠.&#160;
            -정부회장이 조국 교수와 '피자 논쟁'을 할 땐 가만히 있다가 왜 뒤늦게 '욱' 했어요?&#160;
            SSM(기업형 슈퍼마켓)이 민감한 때에 자기들 복리후생&#160;자랑만 하고 있으니까.&#160;
            -이마트에서 피자 파는 게 뭐가 잘못이죠?&#160;
            한국 최고 유통기업이면 글로벌하게 경쟁해 비전과 전략을 찾아야지 피자 팔아 얼마나 벌겠다고.. 유럽 마트에서는 술도 못 팔게 해요. 영세 상인 보호하려고.&#160;
            -"그게 '베니스의 상인법'이지. 미국은 생필품 파는 월마트하고 식료품 파는 세이프웨이에서 파는 물건 종류가 달라요. 한국은 그게 한 건물 안에 있어. 근데 이게 하나 들어서면 구멍가게 몇 개가 문을 닫느냐는 거죠. 요즘은 일부러 동네 구멍가게해서 물건을 사요.&#160;&#160;
            신세계 같은 대기업이라면 서민과 더불어 사는 상생과 사회적 책임을 고민해가면서 경영을 해야죠. 윤리 경영이란 게 뇌물 안 받고,&#160;그런 소극적인 의미가 아니에요.&#160;&#160;
            -비정규직 80퍼센트는 '우리 직원들' 문제가 아니다라는 거지. 여기서 '우리'란 용역이나 파견직 빼고 정규직만을 지칭한 거죠.&#160;&#160;
            -피자 논쟁을 대하면서 노동법 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기존 노동법이 공장제 체계의 산물이라면, 이미 유통과 서비스 분야가 너무 커졌잖아. 이제 이쪽으로 이동해야 해요. 노동법의 질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거죠. (pp.235-238)&#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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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이해영이 말하는 한미 FTA.&#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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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바마가 다음에 또 해먹어야 하는데 외교적으로 한 일이 없어요. 이란과 북한도 나름대로 큰 건수였는데 다 놓쳤고.&#160;
            -한미 FTA가 오바마에서 왜 그토록 중요했던 거죠?&#160;
            경제적으로 그동안 우리가 '글로벌 호구'였는데 이번 일로 '글로벌 민폐 국가'로 전락했어요. 미국이 통상에서 다른 나라를 압박하는 데 한국이 모델이 돼버린 거죠. 오바마 안보팀에서 동아시아에서 새력 균형을 복원해야 한다는 4개년 방위보고서를 낸 직후에 천안함 사건 터졌고 이어서 연평도.. 그 와중에 김종훈 본부장을 미국에 불러서 결재시킨 거죠.&#160;
            정상적인 경우라면 이런 국면에서 협상하지 않죠. 절대! 거래란 타이밍이 절반은 먹고 들어가는 건데. 불려가 백지 수표에 사인하고 돌아와서는 '이익의 균형'을 맞췄다!&#160;(p.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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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우희종과 나누는 동물 대학살에 관한 안타까움은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가장 비인간적인 태세인 것 같다. 동물은 죄가 없고,&#160;나치와 아우수비츠를 그토록 나쁘게 보는 인간들,&#160;자신이 선하다 믿는 인간들이 하는 일도 별반 다르지 않은&#160;일 투성이다.&#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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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동물 대학살 사태를 보면서 드는 생각인데요,&#160;대지에는 생명 파괴의 4대강, 거실에는 진실 파괴의 미디어 4대강, 땅 밑에는 피의 4대강이 흐르고 있다! 4대강 개발의 끔찍한 확장이죠. 지금 3대 4대강이 흐르고 있는데 하나만 더 추가하면 균형잡힌 4대 4대강이 흐르게 된다는 거죠. 구제역 사태로 수의사들이 겪고 있는 트라우마에 대해 말해보죠.&#160;
            -지금 수의사들이 마치 731부대나 아우슈비츠에 근무하던 의사들처럼 자기들이 배운 지식과 전문성으로 생명을 죽이는 일에 동원되고 있어요.&#160;
            분노가 일죠. 예전에 수의학(4년제)은 축산 농가의 생산성 보조 역할로서 동물 치료 수준이었죠. 10년 전부터 의학(6년제)으로서 세분화된 전공 분야를 갖추게 됐어요. 이번에 예방 접종을 지원하지 않은 것도 10년 전 대처 방식을 거의 그대로 적용한 거예요. 방역 정책 입안자들은 수의사가 질병 전문가이긴 해도 축산 보조자라는 개념이 박혀 있어요.&#160;&#160;
            부끄럽지만 수의사들의 책임 또한 커요. 전문가로서 의견을 제시하기보다는 정부의 눈치만 봐온 거죠. 서울대 수의학과에서 구제역 현장에 학생들을 투입하겠다고 했는데, 아마도 전시 효과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은 수의사들이 살처분에 동참해서 죽일 때가 아니거든요.&#160;&#160;
            (중략)&#160;&#160;
            철새가 조류인플루엔자를 옮겨 온다는 말도 가정치로 존재할 뿐이죠. 이번 구제역이 왜 발생했는지조차 잘 모릅니다. 처음엔 베트탐 여행을 한 축산 농민에게서 나왔다고 했죠.&#160;
            조사해본 결과 베트남형 유전자형이 안 나오니까 정부 토론회에서 이주노동자에게 화살을 돌렸어요. 사회적으로 가장 약자를 타깃으로 삼아서 주원인이라고 하는 건, 정부 태만을 변명하고 덮고자 하는 무자비한 마녀사냥이죠. (pp.348-35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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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하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이자 KBS PD 이강택과의 미디어법과 종편, 언론노조에 대한 이야기.&#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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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언론노조, 시민사회단체, 야당, 시청자. 2단계는 방송시작 전부터 총선 전까지 3불 운동을 펼치는 겁니다. 첫째, 불참여.(중략) 둘째, 불시청.(중략) 셋째, 불매.(중략) 3단계는 총선 뒤 의회 권력의 변화를 이용해야죠. 민방에 주어진 특혜를 환수,폐지하는 입법안을 제출하고 국민청원운동을 벌여 대선 전에 힘을 못 쓰게 해야 해요. 청문회를 열어 허가 문제도 따져야죠. (p.375)&#1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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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전 대통령들에 대한 이야기.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국민의 정부 시절 DJ의 복심이었다가 참여정부 5년&#160;중 4년을 복역했다. 그는 전 대통령 두 분을 보내며 그분들 안에 머물 것이 아니라 그들의 정신을 이어받아야 한다고 말했다.&#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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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가시기 전에 정계 원로나 시민사회 어른들을 불러서, "내일모레 아흔인 병든 나도 하는데 왜 가만있느냐, 피를 토하듯 외치며 싸우라"고 독려하셨고, 그러면 다들 싸우겠노라 하고 물러갔죠. 조금 지나면 대통령님이 "요즘 그 사람 뭐 하느냐"고 내게 묻죠. "외국에 골프 치러 갔다." 그럴 때마다 낙담하셨죠. 막상 돌아가실 때가 되니까 얼굴이 아주 평화로우시더라고요. 남아 있는 우리를 믿으신 거겠죠. (p.459)&#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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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마지막으로 노무현재단 이사장 문재인.&#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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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노동자 김진숙이 쓴 노 대통령 추도사에 나오는 대목입니다.&#160;
            "당신의 시대에 가장 많은 노동자가 잘렸고, 가장 많은 노동자들이 구속됐고. 가장 많은 노동자가 비정규직이 됐고, 가장 많은 노동자가 죽었다."&#160;
            -아까 진보 진영에 준비된 사람이 부족하다고 하셨는데, 왜 파업을 지지하다 구속된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고 대한민국에서 노동 사건을 제일 많이 변호한 문재인이 왕수석이 되었는데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한때 김진숙의 변호사가 노무현이었지요.&#160;
            진보개혁 진영 역량은 생각보다 크지 않습니다. 정권을 담당한 어떤 그룹만의 힘으로 개혁을 할 수 없어요. 정권과 시민사회 사이에 거버넌스(협치)가 필요합니다. 서로 당기고 밀어주고 요구하고 받아들이고. 가령 잘할 것 같던 교육 문제도 전교조와 힘을 모으지 못했어요. 나이스(NEIS,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등으로 등을 들렸고, 노동 문제는 개혁 진영 내부 헤게모니 싸움이 있었죠.&#160;(pp.495-497)&#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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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간 별 :) 노무현, 김대중, 리영희.&#1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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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몸으로 시대 양심을 살던 세 사람은 그 퇴행을 꾸짖다가 한날한시인 듯 떠나갔다. 이제 누가 그 페달을 돌릴 것인가. 누가 다시 새를 부를 것인가. 누가 진실과 정의가 와서 앉을 의자를 새로 만들 것인가.&#160;&#160;&#160;
            자석이 가리키는 방향(자북)으로만 가면 진짜 극점에 도달할 수 없다. 지도에 나온 표시(도북)대로만 따라가면 참된 정의에 발 디딜 수 없다. 스스로 나침반이 되어 행동과 실천으로 수정해나가야만 거기(진북) 이를 수 있다는 걸 세 사람은 증거한다. 제 가슴에 나침반이 아직 없거나 벌써 망가졌다면, 오늘 나침반 하나씩을 품에 들이자. 우리가 나침반이 되자. -서해성 (p.499)&#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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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보니 정말로 옮기기만 했다. 따라가기만 한다. 헤게모니, 이데올로기, 정당, 좌파, 이런 걸 떠나 다시금 정권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대한민국 20대로서(투표는 20대 지난 후에 ㅠㅠ) 꼭 읽어야 할 책이었다. 언급한 부분 외에도 담배 정책, 부동산 정책, 지자체 정책, 여당 의원 몇을 통한&#160;현 정권 이야기, 복지 정책&#160;등 다수를 빼먹었다. 개인적으로는 다 쓸 수 없어서 빼고, 다가오지 않아서&#160;빼고, 마음에 들지 않아서 뺐다. 덜 중요하거나 옳지 않아서 뺀 건 아니다. 하지만 책에는 고루 담겼다. 다른 의견도 담겼고, 분명한 방향성도 지향한다. 정권을 갈아치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대한민국이 바르게 나아가는 법과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방향을 설정하는 것일 테다. 정치가 부패하고 사회가 부조리해도 결국&#160;나침반을 만드는 역할, 나침반을 구하는 역할, 나침반이 되는 역할은 우리(국민)가 해야 한다. 리뷰를 쓸 수가 없었다. 이 책에는 리뷰가 필요 없다. 
p.s. 참! 저 보여주려고 열심히 타이핑했으니, 요만큼이라도 읽어보는 게 좋을 거예요. 협박성 회유. 하하하.&#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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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1297/77/cover150/8984314919_1.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4314919</link></image></item><item><author>아이리시스</author><category>2009-2011</category><title>우주와 공간, 탄생과 소멸, 아버지와 아들, 이 모든 것들의 철학적 고찰  - [트리 오브 라이프 - The Tree Of Life]</title><link>http://blog.aladin.co.kr/irisis83/5139009</link><pubDate>Wed, 12 Oct 2011 17:2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irisis83/513900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M232435680&TPaperId=5139009"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864/17/coveroff/m23243568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M232435680&TPaperId=513900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트리 오브 라이프 - The Tree Of Life</a><br/> / 영화 / 0001년 01월<br/></td></tr></table><br/>&#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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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 내가 존재한 것은 아니다. 아빠와 엄마는 결혼 8개월 만에&#160;날 낳았지만&#160;난 정상적인 혼인관계에서 잉태된&#160;허니문 베이비였다. 10월의 어느날이 예정일이었으나 그보다 앞서 나온 건&#160;누가 말한 것처럼 엄마 몸이 약해서거나, 초산이어서, 또는 내가 빨리 나오고 싶어해서는 아니었다. 결단코 나는 이 세상에 더 빨리 나오고 싶었던 적이 없다. 내가 나올 시점을 정할 수 있었다면 나는 아마 태어나기를 포기하는 쪽을 택했을&#160;것이다. 주어지는 삶은 고통스럽고, 살아가는 일은 그보다 더 어렵고 힘드므로. 나는 아마도 그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생명의 나무, 번역 제목으로 &lt;트리 오브 라이프&gt;는 바로 그 지점, 나도 없고 당신도 없는 절대적 시점, 나는 없고 내가 잉태되지도 않은 바로 그 생명의 태초부터 시작한다. 시작줄기를 알 수 없는 폭포수와 원인을 알 수 없을 만큼 깊은 곳에서 서서히 이루어져온 화산폭발로 우주의 기원, 인간의 태초를 보여준다. 애초에 말하는 영화가 아니다. 보여주는 영화다. 색감의 미학과 친절하지 않은 내러티브, 간혹 들어차는 생략과 여백의 아름다움까지 철저하게 계산된 영화다.&#160;&#160;
느끼지 못할 뿐이지 영화는 분명히 드러냈다. 가야할 길을 명확하게 알고 걸어가는, 본인이 어느 지점에 얹힐지를 아는 영화다.&#160;인간은 어디로부터 왔으며, 어디로 갈 것인가. 왜 왔으며,&#160;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또는 언제부터 해왔는가. 시점에 관한 영화지만, 우주와 지구, 미래와 현재, 생과 사, 현실과 초월 등 이 모든 것들을 짚어내는 영화이면서도 동시에 어느 것도 불명확하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시작부터 기이하고 갸우뚱한 초현실학적 화면으로 장면장면을 지루하게 이어져가던 영화가&#160;어느새 아주 조심스럽게 우리의 존재이유를 묻는다. 
성인 잭(숀펜)은 아버지의 전화를 받은 후 기억나는 어린시절과 기억나지 않는 어린시절을 동시에 떠올려 기억의 맨 처음으로 가는 타임머신을 탄다. 보는 우리도 동시에 올라탄다. 거기에 의식 강하고 가부장적인 아버지 오브라이언(브래드 피트)과 상냥하고 다정한 어머니가 있다. 보통의 가정, 보통의 부모. 보통의 시대. 잭은 본래 자신이 있던 곳에서 죽을 힘을 다해 헤엄쳐 그들의 첫 아이로 잉태된다. 문을 열어서, 넘지 못할 산을 오르고, 건너지 못할 강을 건너서, 우주의 무한한 공간을 헤쳐 하필이면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될 사람에게로 온다. 그들의 자식이 된다. 이후 평범한 부모는 행복과 사랑으로 잭을 낳아 기른다. 노래를 불러주고, 안아주고, 키스하며, 나긋한 목소리로 귀에 속삭인다. 사랑스러운 아이야, 무럭무럭 자라라. 마치 나무가 커가는 것처럼 그도 자라난다. 쌔근쌔근, 아장아장, 뚜벅뚜벅. 동생이 생기고, 동생에게 빼앗긴 사랑을 샘내고, 동생을 주도하여 온 동네를 뛰어다닌다.&#160;
아버지는 엄격하다. 그는 그가 아는 모든 것에 한해, 그가 보고 듣고 느낀 것 모두를 아들들에게 가르친다. 식사예절, 싸우는 방법, 상대를 제압하는 능력, 공놀이, 잡초뽑기, 나무 기르기, 말대꾸하지 않는 법. 아버지는 자신의 시행착오를 아들에게 물려주기 싫어 선택한 방법이지만 잭에게 이 모든 것들은 살아가는 데에 자신감을 잃게 하고, 반항기만 길러주는, 욕망을 누르기만 해야 하는 엄청난 감옥이 된다. 어느새&#160;어린 잭에게 아버지란 존재는 익숙하고 편안하지 않은, 능가해야 하고 짓밟고 싶은 반항해야 하는 존재가 된다. 어느날 그가 직장을 잃고 그 커다란 날개를 꺾어버리기 전까지.&#160;&#160;
영화는 줄곧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아들이 커가고 아버지가 늙어가는 동안 갓 심은 작은 나무도 함께 커간다. 뿌리를 내리고 커다란 심지를 박고 무성한 잎을 뻗어내며 치렁치렁 그늘을 내어줄 때까지 나무는 자란다. 생명도 자란다. 아들은 자라고 아버지는 늙어간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잭은 아들의 역할을 벗어나본 적이 없다. 내내 불안정하지만 한편으로 누구보다 더 순수하고 정 많은 아이로 자란다. 대부분의 이 세상 아들들이 그런 것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존재가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에는 몰랐으나 자신이 아버지가 되었을 때 그는 이해한다. 그리고&#160;아버지를&#160;누구보다 사랑하는 단 한 명의 아들이 된다. 아버지가 그랬고, 아버지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160;&#160;
우주와 생명의 빈 공간에 계신 것은 역시 하느님, 신이다. 신은 모든 것을 주관하고, 아버지와 자식을 내려주며, 생명에 물과 사랑을 주어, 무럭무럭 크게 한다. 생명의 탄생은 나무의 생명과 같은 것.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주제는 '생명'이다. 아무도 의미없이, 이유없이, 노력없이, 이 세상에 온 사람은 없다. 모두 의미있고, 이유있고, 노력에 의하여 이 세상에 오는 것이다. 태어남과 동시에 아니,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잉태되기 전부터도 우리는 모두 예정되어 있던 생명이다. 하나하나 모두 소중한 존재들이다, 우리는. 비어있는 공간과 여백의 미를 우리의 상상과 생명의 존귀함으로 직접 채워야 한다. 그래서 난해하고 모호하고 신비로울 수 있다. 신비로움이란 감정은 애초 숭고함과 난해함 사이에 있다. 생명의 귀함을 각자 한 번씩 생각해야 하지만 영화가 주는 메시지보다 더 좋은 건 역시 작품의 아름다움과 낯섬을 경험하게 하는, 드라마를 SF로 승화시킨 감독이 빚어낸 영상, 즉 촬영기법에 있다.&#160;&#160;
p.s.몇 년 안 본 사이 브래드 피트 참 많이 아저씨가 됐구나. 여전히 멋있지만, 그 멋짐도 숀펜의 카리스마에 눌리고, 아역배우의 뛰어난 기와 눈빛에 눌려서, 말이 권위적 아버지지 전혀 권위적이지 않게 느껴졌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대사없는 초반 30분과 후반 10분인데, 바로 이 부분 때문에 영화 평점을 바닥까지 내리고픈 관객들이 많은 걸로 볼 때, 이 영화는 상업영화 범주에는 절대 들어가서는 안 될 것 같고, 2011년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임을&#160;기억해야 할 듯.&#160;]]></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864/17/cover150/m232435680_1.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M232435680</link></image></item><item><author>아이리시스</author><category>2009-2011</category><title>평원의 태양 아래 피어난 들장미 - [천 명의 백인 신부]</title><link>http://blog.aladin.co.kr/irisis83/5104526</link><pubDate>Tue, 27 Sep 2011 02:1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irisis83/510452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5616082&TPaperId=5104526"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1244/82/coveroff/895561608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5616082&TPaperId=510452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천 명의 백인 신부</a><br/>짐 퍼커스 지음, 고정아 옮김 / 바다출판사 / 2011년 07월<br/></td></tr></table><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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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사람들도 아무 잘못 없었어. 작년에 헨리 대위와 버펄로 사냥꾼들은 새파 강가의 남부 샤이엔 족을 급습해서 천막촌을 태우고 그 주민을 남김없이 죽였지. 갓난아기를 갓 불에 던지고. 군은 원하는 짓은 어떤 짓이나 다 해. 신병들을 갓 뽑아다가 겨울에 알지 못하는 적을 상대로 싸우면서 고초를 겪게 해봐. 겁에 질린 자들은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어. 특히 명령이 떨어지면."&#160;<br />
            <br />
            "인디언들이 죽이는 사람도 죄 없는 사람들이야. 결론은 늘 그렇지만 이 나라에는 인디언과 백인이 함께 살 수 없다는 거야. 한 가지 확실한 건 백인들은 물러가지 않은 거라는 거.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인디언들은 이 싸움을 이길 수 없다는 거지." (pp.445-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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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빠져나오자, 내가 딪고 서 있는 땅이 한없이 초라하게만 보인다. 비정성시(非情城市). 여기는 오색찬란한 슬픔이 깃든 비정하지만 성스러운 대한민국이고,&#160;다녀온 곳은 1800년대 후반의 인디언 본거지다. 인간은 본디 질기디 질겨&#160;풀 한포기 나지 않는 땅에도 기어이 뿌리 내리고 만다 했었나. 이미 결론 내어진&#160;싸움을 두고&#160;오래 애를 태웠더니 먹먹해져 가슴을 쓸어내린다. 마음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를 때 언제였는지,&#160;어느새 휑하다. 뚫린 구멍으로 바람이 차고 나간다. 좋아하지 않는 서부 영화 한 편이 간절해진다. 그럼에도 시간은 흐르고, 계절이 바뀌고, 세대가 교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160;&#160;&#160;&#160;
불온한 대평원의 쨍쨍한 태양 아래 보송보송한 발바닥으로 하염없이 치달린 것마냥 피곤하다.&#160;모두 처연한 꿈결처럼 아련하다. 가만히 인물을 하나씩 입으로 불러내본다. 아, 이런 삶도 있었지. 표면적으로는&#160;아메리칸 인디언&#160;멸망사, 속은&#160;한때 거대했던 미국 역사를 아우르는 들장미 같고 들풀 같은 백인 여자들과 강인하고 올곧던 샤이엔 족의 찬란한 일대기. 오랫동안 영광스럽게도 읽었다. 참 먼&#160;길을 걸어왔다. 저절로 고개 숙여질 만큼 앙상하고도 힘찬 길을. 그들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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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름달 아래 미친 듯이 휘몰아친 우리 모습은 얼마나 요란했을까. 왈츠와 지그와 폴카, 그리고 예쁜 프랑스 처녀 마리 블랑슈의 캉캉까지, 어떤 춤으로 시작했건 상관없었어. 모든 동작이 점점 빨라져서 마침내 색깔과 동작과 소리가 하나로 뒤엉켜 버렸으니까. 사람들은 번식기 새들 같았어. 깃털을 일으키고, 수컷은 가슴을 부풀리고, 암컷은 뒤집힌 엉덩이를 공중으로 쳐드는. 우리는 앞뒤로 왔다갔다 하고 또 빙글빙글 돌면서 춤을 추었어. 음악 속에는 뇌조의 북 치는 듯한 울음이 들리고 지구의 규칙적인 박동이 울렸으며, 노래 속에는 천둥, 바람, 비의 소리가 들렸지. 이건 대지의 춤이었어. 하늘의 신들은 자기 창조물들을 보며 아주 즐거웠을 거야.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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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엔의&#160;'온화한 주술'&#160;족장 리틀 울프는 워싱턴에서 열린&#160;미국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세상을 뒤흔들 만한 제안을&#160;내놓는다.&#160;천 명의 백인 신부를 선물로 주면 말 천 마리를 주겠다는 것.&#160;철저한 모계사회이던&#160;샤이엔 족은&#160;백인 사회와의 결합을 위해 본인에게 가장&#160;합리적인 방법을 제안한 것이다. 한 마디로 정략결혼. 당황하던 미 행정부의 어이없음도 잠시, 놀랍게도 제안은 받아들여진다.&#160;행정부는 이름하여 '인디언 신부 계획'의 물밑 작전을 시작하며 자원자가 부족할 경우 감옥, 감화원, 채무 감옥, 정신병원의 여자들에게 완전한 사면과 무조건 석방을 약속하며 채우기로 한다. 속셈은 단 하나. 여자들이 인디언족의 삶을 완전히 교화시켜 놓는 것. 리틀 울프의 제안이 있은 지 불과 6개월, 네브래스카 준주에 위치한 캠프 로빈슨으로 떠나는 기차에는 시카고 북쪽의 한 정신병원에 수용되어 있던 메이 도드가 친구 마사와 함께 타고 있다.&#160;&#160;&#1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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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메이의 일기로 진행된다. 인디언들을 만나러 가는 길, 만난 이후, 샤이엔의 여자로 사는 삶, 그 이후. 비교적 담담하고 못견디게 자세하여 종종 목이 메일 지경이다. 대자연을 이토록 생생하게 복원한 것도, 저마다의 캐릭터와 얽힌 사연을 이다지도 매끄럽게 연결시킬 줄 아는 작가는 이미 넘버 원. 제안은 역사적 사실이지만 제안을 수용한 것은 허구이기에 흥미로울 수밖에 없는 이야기다.&#160;&#160;
메이는 시카고 대부호의 딸이지만 별볼 일 없는 남자와 사랑을 나누고 아이를 낳았다는 이유로 '도덕성 상실'이란 진단을 받고 가족들에 의해 정신병원에 수용된 후 지옥같은 삶을 살았다. 다시 아이들을 만나 자유를 되찾을 수 있는 길이란 인디언 신부 계획 뿐이라는 생각으로 지원한다. 불의에 침묵하지 않고, 해야 할 말을 참지 않으며, 때에 따라 지혜롭고 영리한 백인 여자 메이는 이 거대한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파견된 부대의 존 버커 대위와 사랑에 빠진다. 인디언에게로 인도되는 바로 그 짧은 순간에도 사랑은 싹텄고, 첫날밤은 치뤄졌고, 일생일대 선택의 기로에 서야 했지만 결코 약혼녀 있는 독실한 가톨릭교 대위를 곤란하게는 하지 않았다. 메이는 존을 사랑하는 만큼 자유를 사랑했고 그래서 그의 곁을 떠나 백인 신부의 길을 계속 간다. 마침내 샤이엔 족과 조우했을 때에 메이는 첫 눈에 리틀 울프의 세 번째 부인으로 낙점된다. 프라이버시라고는 전혀 없는 부족 생활, 가족 공간 틈에서 탄탄한 근육에 말수가 적은 진중한 남자 리틀 울프와의 접촉을 간절히 기다리던 차, 백인 여자 메이에게 꿈같고 보석같은 시간이 찾아온다.&#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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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깊은 잠에 빠져서 아주 이상한 꿈을 꾸었어. 아니면 꿈같은 일이 일어났어. 꿈이었을 거야. 남편이 나와 함께 천막에 있었으니까. 그는 아직도 소리 없이 춤을 추고 있었어. 모카신을 신은 발이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부드럽게 오르락내리락 했고, 모닥불을 돌며 조롱박 딸랑이를 흔들었는데 그것도 소리가 나지 않았어. 남편은 그렇게 혼령처럼 춤을 추며 내가 누워 자는 곳을 빙글빙글 돌았어. 나는 점점 몸이 달아올랐어. 그의 춤을 보니 배 속이 짜릿해지고 가랑이 사이에서 욕망이 간지럽게 끓어올랐어. 꿈에서 나는 앞가리개 천 밑에서 그의 남성이 뱀처럼 부풀어 오르는 걸 보았어. 그는 춤을 추었고 담요에 배를 대고 엎드린 나는 그 자리에서 폭발해 버릴 것처럼 얕은 숨을 쉬었어. 내가 그에게 다가가려고 했지만 그는 비켜나서 내 뒤로 오더니 이제 벌거벗은 내 엉덩이에 깃털을 댄 듯 나를 간지럽혀서 나는 더욱더 흥분했어. 그런 뒤 나는 엎드린 채 엉덩이를 들어올려 나를 바쳤고, 간질거림이 거세어지자 다시 담요에 납작 엎드렸어. 몸속을 채우고 싶은 열망이 고통스러울 만큼 커졌지. 하지만 그는 계속 내 뒤에서 소리&#160;없이 발을 들었다 내렸다 하며 가볍게 춤을 추었어. 꿈 속에서 내 목에서 어떤 소리가 났어. 다른 사람이 내는 것 같은 소리, 내가 들어 본&#160;적 없는 소리였고 나는 엉덩이를 더 높이 올려서 천천히 돌렸어. 그건 자연 현상이었어. 다시 깃털이 다가오더니 마침내 살과 살이 가볍게 닿았고, 이빨이 목을 가볍게 물었어. 따뜻하고 건조한 뱀이 엉덩이에 내려와서 다리 사이에 놓인 채 박동치다가 내 다리를 벌리고 내 몸을 열더니 천천히 고통 없이 들어왔다가 물러났고 다시 들어왔다가 물러나서 나는 그것을 영원히 잡아 삼켜 버릴 듯 몸을 뒤로 밀었어. 그런 뒤 그것이 내 안으로 깊숙이 들어왔고, 나는 목에서 다시 이상한 소리가 나면서 몸이 덜그럭거렸고, 더 이상 독립적인 의식을 가진 개체가 아니라 무언가 더 오래고 원시적이고 진실한 것의 일부가 되었어. 동물처럼, 이라고 존 버크는 말했지. 그 말뜻을 알았어. 동물 같았어.&#160;&#160;
            거기서 꿈은 끝났고 새벽에 깨어 보니 머릿속에 다른 기억은 전혀 없지만 나는 여전히 담요에 엎드려 있고, 여전히 사슴 가죽 혼례복 차림이었지. 나는 그것이 꿈, 내가 경험한 적 없는 에로틱한 꿈이라는 걸 알아. 하지만 마술처럼 내 안에 아기가 자라나고 있다는 것도 알겠어. (pp.200-201)&#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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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 남자든 백인 여자든 흑인 여자든 상관없이 결합은 진정 아름다운 것.&#160;꿈결 같은 기억처럼 몸안에 남아있는 느낌.&#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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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개인 사회의 규칙. 여자와 남자의 역할 분리. 남녀차별.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수없이 많은 것들 사이에서 메이는 아주 쉽고 빠르게 인내하고 변화시킨다. 메이 뿐 아니라 백인 신부 계획에 참여한 수많은 여자들 역시, 시행착오와 부딪침 속에서 깊은 평화와 만족감을 느끼며 샤이엔 족의 삶에 적응하려 애쓴다. 이들의 삶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오리엔탈리즘이라는 부조리한 단어 하나로 이들을 묶어둘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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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얼마나 기이할 정도로 행운아인가.'&#160;
            그렇다, 미개인 사회의 그 모든 낯섦과 고난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새 세상은 오늘 아침 말할 수 없이 달콤해 보였다. 나는 원주민들이 대지와 전원에 묻혀 사는, 교묘하고도 완벽한 방법에 감탄했다. 그들은 봄풀처럼 이 평원 정경의 일부인 것 같다. 그림의 뗄 수 없는 일부로 여기 속해 있다고 느끼지 않을 수 없다. (p.21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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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사랑. 그들을 가까워지게 하고 한 가족으로 묶는 끈은 단 두 가지 뿐이었다. 진심으로 두 가지만 있으면 되었다.&#1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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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리틀 울프에 대한 나의 감정이 존 버크에 대한 감정과 같다고 말할 수는 없다. 존 버크와의 일은 내가 평생 겪어 본 적 없는 열정, 지성과 육체, 몸과 마음, 영혼의 결합이었다. 나는 세 번의 사랑으로 벌써 세 번의 인생을 산 것 같은 느낌이다. 첫 사랑 해리 에임스와 나눈 불꽃같은 육체적 사랑은 정신병원 독방 생활의&#160;어둠 속에 꺼져 버렸다. 그런 뒤 별똥별처럼 환상적인 새 사랑이 그것을 다시 점화시키고 지나갔다. 그렇다, 해리 에임스가 내 여성성을 끌어낸 예측 불허의 밝은 불꽃이었다면, 존 버크는 강렬하게 타오른 나의 별똥별이었다. 그리고 이 남자 리틀 울프는 내게 온기와 안전을 주는 오두막 모닥불이다. 그는 나의 남편이고 나는 그의 착하고 충실한 아내가 될 것이다. 나는 그의 아이들을 낳을 것이다. (p.223)&#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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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남과 여, 어른과 아이, 어머니와 아이, 친구와 친구. 모든 관계들이 아름답지만 사랑이 제일이다. 사랑으로 못할 일은 아무 것도 없다. 메이는 따뜻한 마음과 충실한 의지와 끊임없는 노력으로 모두를 진정시킬 줄 아는 능력이 있다. 백인 여자와 인디언 남자의 오붓한 동거는 샤이엔 족에게 꽤 낭만적으로 보였다. 이때까지는. 마시는 알코올. 술. 술이 들어오기 전날까지는. 술만 마시면 미쳐버린다 했다. 신도 주술사도 어쩔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다 했다. 버펄로를 잡기 위해 늑대를 죽일 수 있는 약을 놓던 샤이엔 족이 되려 약을 먹고 죽음의 위기에 처하자 그들이 알아차리는 사실과도 같다. 샤이엔 족을 샤이엔 답게 살지 못하게 하는 것은 늑대가 아니라 술, 백인 사회 또는 문명 사회가 유통시킨 바로 그 문명의 알코올이었음을. 늑대는 샤이엔 족을 위협하는 존재가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 그들은 당장 늑대잡는 약 사용을 중단한다. 그들에 의하면 자연은 어떠한 경우에도 위대한 것이다. 
백인과 흑인의 사이만큼이나 백인과 샤이엔 족의 사이 역시 멀었지만.&#1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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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할 놈의 술만 빼면, 아이들이 살기 좋은 곳이야. 처음에 이 사람들한테 납치당했을 때는 죽을 만큼 괴로웠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내 본래 인종은 거의 잊었어. 꼭 동화 속을 사는 것 같았지. 그리고 그 동화를 깨뜨리는 건 백인의 세계야. 어젯밤에 그런 일이 일어난 거지. 내 경우는 샌드 크릭에서 그랬고."&#160;(중략)&#160;
            "여기 생활이 그렇게 좋았다면 왜 백인 세상으로 돌아갔니, 거티?"&#160;(중략)&#160;
            "하지만 내가 백인이라는 사실을 완전히 극복할 수 없기도 했어. 그건 어떻게 할 수가 없었지." (p.276)&#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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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속 세계를 깨뜨리는 건 역시 백인의 세계. 그건 분명한 말이기도 했다. 미국 지질학자들이 인디언들의 땅인 블랙 힐스의 금광에 대한 희망적인 보고를 가지고 돌아오면서 채굴꾼들은 모여들기 시작했고, 대중들의 인디언 몰아내기 요구가 먹혀 들어갔다. 백인 개척민들의 안전을 위해 블랙 힐스에서 인디언들을 몰아내는 것. 그 작전은 은밀하고도 어김없이 진행된다. 마치 본래 자신들의 땅인 듯. 약속도, 대화도, 설득도 없는 상태에서 무작위 또는 마구잡이 식으로. 인디언 보호구역으로 이주시키려는 존 버크 대위와 반항하는 메이의 다툼은 이미 이 소설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예감하게 하지만&#160;그럼에도 기대했다. 인디언들의 일상적 터전과 소소한 행복이 유지 되기를. 순진한 바람은 소설 속에서조차 오래 가지 못했고,&#160;그들은 내가 아는 한 가장&#160;비참하고 어이없는 방식으로 도망하거나 배반하거나 죽어갔다.&#1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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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들의 자식들은 살아남아 미래를 바꾸어 나갈 것이다. 화해를 청할 것이고, 소통을 원할 것이고, 수용하는 법과 거래하는 법을 배울 것이다. 메이의 일기는 반 세기 동안 오래된 빛에 갇혀 있었다. 메이의 딸이 아들을 낳고, 아들이 또 아이를 낳을 때까지. 그녀가 증조 할머니라고 불릴 때까지. 메이는 내가 아는 한 가장 용기있고 당차고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백인 여자는 우둔하고 잘난 척만 하면서 남자 밝히고 쇼핑중독자일 거라는 편견을 단번에 날려주는 오래된 신 백인여자라고 해도 좋겠다.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 어울리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장소에 적응하고, 보지 못하고 겪지 못한 생활문화에 살며시 내려앉는 것. 더불어 후회와 원망조차 하지 않는 것. 그녀는 예뻤다. 총명하고 똑똑하고 지혜로웠다. 지금 내 인생에서 그녀보다 지혜로운 사람은 생각나지 않는다. 이미 그녀가 알고 있었던 것처럼 앞으로의 나 또한 변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160;&#160;&#1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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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오늘 아침 차가운 바람 속을 달리면서 이들에 대한 나의 충성은 내 가슴속에서 뛰는 심장에 의해 봉인되었다는 것을, 내가 아무리 원했다 해도 내가 변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p.379)&#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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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맞다.&#160;심장 속에 봉인되어 있는 각인 같은 것이다. 변화라는 것은 웬만하면 자발적, 순종적, 점진적인 게&#160;낫다. 모두 안고 갈 수 있어야 하고,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160;그녀에 의하면 의지여야 하고, 나에 의하면&#160;'그렇게 되어버리는 행위'여야 한다. 즉, 녹아들어감 또는 흡수. 흡수라는 단어 참 좋다. 튀지 않는 사람이라는 말도&#160;마음에 든다. 인디언들의 세계는 내게조차 정말로 동화 속 같았다. 대평원을 질주하는 기분과 한없이 바다 속으로 침잠하는 기운이 동시에 들곤 했다. 광활한 땅에 자신들만의&#160;뿌리를 세우고 싶었던 인디언들에게 평화를 선물하노니 부디 편히 잠드소서. &lt;천 명의 백인 신부&gt;는 촌스럽고 칙칙한 표지에 비해 정말로 흡인력 높은 한 편의 서사극이다. 대장정의.&#160;아련한.&#160;
]]></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1244/82/cover150/8955616082_1.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5616082</link></image></item><item><author>아이리시스</author><category>2009-2011</category><title>그래도 나는 이렇게 살아있잖아요. - [고의는 아니지만 - 구병모 소설]</title><link>http://blog.aladin.co.kr/irisis83/5091013</link><pubDate>Tue, 20 Sep 2011 22:3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irisis83/509101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707578X&TPaperId=5091013"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1261/49/coveroff/895707578x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707578X&TPaperId=509101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고의는 아니지만 - 구병모 소설</a><br/>구병모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07월<br/></td></tr></table><br/>어린날들, 한결같이 정면돌파는 어리석은 짓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실제로 그런 날이 많았다. 그런 날이 없지 않았던 것도 아니었다. [고의는 아니지만]을 읽으면서는&#160;정면돌파하며 살아가는&#160;삶이 훨씬&#160;덜 상처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하게도. 소설집의 모든 작품은 관념적이다. 모든 단편은 감동 대신 관념을 택하니까. 감동 대신 돋보기를 선물 받았다. 삶의 밑바닥과 나의 바닥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아주 투명하고 도수 좋은 그런.&#160;&#160;&#160;
&#160;
소설가 구병모를 모른다. &lt;위저드 베이커리&gt;와 &lt;아가미&gt;는 별로 읽고싶은 책이 아니었다. 어느 순간부터 한국작품이 시시해졌다. 그리우면 &lt;광장&gt;, &lt;무정&gt;, &lt;무진기행&gt;, &lt;천변풍경&gt; 같은 것들을 읽으면 됐다. 아련함과 묵직함 같은 감동을 채우기엔 원만했다. 최고니까. 모자란 양념은 뉴스를 틀면 볼 수 있었다. 또 다른 이야기는 드라마로 채웠다. 나는 한국적 텍스트는 필요 없었다. 그것들을 던져줄 매체들은 온 데 널려 있었다. 그래서 쓸 수 없을 것 같았다. 장편을 하나도 모르는 작가의 소설집은 읽기 어려운 만큼 쓰기도 벅차다. 진하고 쓴&#160;커피를 마시는 기분. 그런데 탁하기까지 한 커피를 내려다보고 이걸 왜 마시고 있을까, 되묻는 기분. 심지어 내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알기 어려운 늪에 끝도 없이 내려 꽂히는 기분. 현실을 지독하게 직시하는, 그러면서 살아있다는 사실을 잊지도 못하게 하는. 알레고리로 가득 찬 모순덩어리 소설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책을 놓지 말아야 했는데 자꾸만 덮었기에 그다지 좋아지지 않았다.&#160;&#160;
날씨가 서늘해져서 따뜻한 이야기를 읽고 싶었다. 차가운 소주 대신&#160;뜨거운 우유를&#160;마시고 싶었다. 바람이 차가워지면 유난히 더 차지는 내 손을 잡아줄 이야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여름에 받은 소설을 가을 문턱에서 읽어야 하다니, 이건 정말 고의가 아닌가. 갸우뚱 :)&#160;
&#160;&#160;
어쨌든 이토록 지독하게 덜컥, 만나지 않았더라도 나는 장편을 읽어볼텐데. 선입견과 편견. 나는 그것들이 나의 온몸 구석구석을 얼마만큼 은밀한 곳까지 갉아댈지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지금 하려는 일이 두렵다. 그녀가 아무리 고의는 아니라 해도 이 모든 것이 고의적으로 느껴진다. 그녀가 이겼다. 중간에서 책을 덮었다. 읽은 곳까지만 쓰자. 하면서 쓰는 글이다. 독특하지만 그래서 찌릿하면서 섬뜩하지만 그게 좋지는 않다. 이런 식으로 만나지 않았으면 좋았을걸. 춥고 힘든데 더 춥고 힘든 이야기를 던져 주면 어떡하나. 소설은 정말 계절선택을 잘할 일이다. 다시 한 번 생각한다. 끝까지 읽을 수 없는 건 절대로 내 탓이라고.&#160;&#160;
&#160;
비유가 사라진 도시를 은유적으로 그리는 &lt;마치 ...같은 이야기&gt;는 내가 본중 가장 환상적이면서도 가상적인 공간을 만들어낸다. 황석영의 &lt;삼포가는 날&gt;이나 김상옥의 &lt;무진기행&gt;과도 유사하게 시작한다. 오래전에 떠나온 도시로 돌아가는 길목의 주인공들. 주인공이 새로운 곳으로 간다는 점에서 닮았다. 돌아올 곳이 없다는 점에서도 닮았고, 행여 돌아가더라도 이전과 같을 수 없다는 점에서도 닮았다. 하지만 두 작품이 미묘하면서도 커다란 차이가 있듯 &lt;마치 ...같은 이야기&gt;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주인공이 가려는 곳은 바로 비유법이 금지된 도시. 오래전에 시인도 떠나고, 친구도 떠나고, 모든 것이 떠났던 그곳에 돌아가려는 남자는 도시에 진입하기 직전 진입로의&#160;술집에 들어간다. 저마다 이야기꽃을 피우며 시시껄렁한 잡담을 나누고 있던 손님들. 한 남자가 그에게 묻는다.&#160;&#160;
"당신도 같은 걸 마시고 있으니 말해봐요. 이게 무슨 맛입니까?"&#160;<br />
<br />
"맛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저는 그저 색이 고와서..."&#160;<br />
<br />
"그러면 색에 대한 당신의 감상을 들려주세요."&#160;<br />
<br />
"어, 글쎄요. 굳이 말씀드리자면, 그래요, 여기 잔 속에서 얼음이 흔들리면서 저희들끼리 부딪치고 있지 않습니까. 그 모습이나 색이 이제 막 세공을 마치고 최초의 불빛을 반사시키는 토파즈와도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pp.13-14)&#160;&#160;<br />

&#160;
하루의 대부분을 진실로만 살 수 있을까. 비유법이 금지된 도시는 예전의 화려함 대신 텅빈 고독을 씹으며 여전히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나를 설명하기 위해 동원되어야 할 모든 것이 사라진 도시. 그곳은 비유 뿐만 아니라 소통조차 사라진 도시다. 마치 유령처럼 또는 화석처럼 또는 박힌 돌멩이처럼 여전히 그곳에 있어야 할 도시. 언어 없는 곳에 사람 없고 사람 없는 곳에 관계가 있을 수 없다. 관계 없는 곳에 소통이 있을 수 없다. 그래서 모든 것이 없다. 박힌 돌멩이는 누군가 빼어내서 먼 곳으로 차버리면 그만이다. 살아가는 공간의 지독한 알레고리화, 끔찍한 현실성을 획득한다.&#160;&#160;&#160;

시인은, 꼭 자신이 시인이라서가 아니라 비유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사람들이 더 많이 쓰는 비유가 있고 거의 안 쓰는 비유가 있을 수는 있지만 비유 자체가 사라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가 아는 한에서 판단하자면 살아가면서 하게 되는 모든 말 가운데 비유가 아닌 것을 찾기가 더 힘들 터였다. 아무리 명확한 수지 타산을 맞추기 위한 언어를 주고받을 때라도 '시간은 금'이었으며 제한된 시간 내게 감각을 총동원하여 '반짝거린다고 모두가 금은 아니'라는 사실을 예리하게 판단해야 했다. 그런데 주인의 말에 따르자면 아주 시쳇말에 가까운 예를 들더라도 이 도시 사람들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났습니다'를 그날의 감정이나 날씨에 따라 '하늘이 울고 땅이 무너졌습니다' 따위로 바꿔 말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p.17)&#160;&#160;&#160;

&#160;
&#160;
&lt;타자의 탄생&gt;은 도로 구멍에 빠져 두 팔만 움직일 수 있는 남자의 외로운 생존기다. 아무도, 누구도 그를 구하러 오지 않는다. 심지어 아내 조차도 더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이혼을 통보한다. 경찰서, 소방서 및 공공기관들은 남자가 살았는지 죽었는지를 검사하러 온다. 생존과정의 온갖 더러운 분비물과 씻지 못해 나는 악취까지. 출퇴근, 등하교 하는 너나할 것 없는 사람들은 남자가 어서 죽기만을 바란다. 그는 눈뜨고 있지만 세상은 그를 살아있는 걸로 취급하지 않는다. 호흡 곤란, 영양 실조, 그 어떤 병명으로 죽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상황에서 방송사는 취재를 온다. 리포터가 항균 부직포를 씌운 마이크를 내밀며 남자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했을 때, 남자는 상반신과 하반신, 목과 팔, 허리와 다리 등이 이미 부패하여 떨어져 나갈 듯한 고통으로 인해 삶과 죽음의 문턱을 번갈아 오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말했다.&#160;&#160;&#160;

나는 억울합니다, 여러분 가운데 누구라도 내가 될 수 있습니다, 이제 범인을 잡는 걸 기대하지는 않고 새삼스레 여기서 나오게 되리라는 희망도 없으며, 우리는 어떤 경우든 남한테 특별히 잘하지도 잘못하지도 않음으로써 자신의 선의를 믿는 데에 익숙해 있으니, 당신들이 나를 돌아볼 적에 두 눈에 혐오감을 조금만 덜 담아주었으면 좋겠다고, 여러 가지 할 말은 많았지만 그는 지금 단 한 마디로 응축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도록. 그건 자신과 같은 원인 불명의 희생자가 다시 나와서는&#160;안 된다는 인류애적 사고에서 나온 게 아니라 그저 이 순간이 자기에게 있어서 마지막 방송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것도 어디까지나 임의로 편집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의 이야기지만.&#160;
구멍은 어디에나 있어요. (pp.76-77)&#160;

내가 당할 수 있는 일은 언제든지 당신도 당할 수 있고, 나와 당신은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알고난 뒤에 하는 대응은 너무 보잘 것 없고 늦을 지 모르니.&#160;&#160;&#1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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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작 &lt;고의는 아니지만&gt;은 더 심각하다. 처음에 유치원 교사 F는 성실하면서도 공정하고 공평하게 아이들을 잘 다독이고 달랠 줄 아는 보기 드문 칭찬받아 마땅한 교사다. 아이들은 두 종류다. 준비물을 챙겨주는 부모가 있는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 유치원에서 아이들은 늘 두 반이 된다. 준비물을 챙겨온 아이와 준비물을 챙겨오지 않은 아이로 나뉜. 블랙리스트는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매번 물감을 쥐어주며 마음대로 뿌리기를 시킬 수도 없는 상황. 아이들 개개인의 사정을 두루살피며 최선을 다해온 F는 드디어 폭발한다.&#160;&#160;&#160;<br />


이거라도 안 하면 뭘 하겠다는 거야? 아니 뭘 할 수 있다는 거야? 이게 우스워 보이니? 너희가 평소에 준비해오라는 거 제때 착착 맞춰서 해왔으면 누가 뭐라니? 하다하다 안 되니까 이렇게라도 하는 거잖아! 엉덩이 두드리는 춤 따위 추기 싫으면! 너희들 말하는 대로 예쁜 옷 입고 살랑거리고 싶으면! 납부를 해야 할 거 아니야! 이것들아!&#160;&#160;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고, 가져오라는 거 가져오고, 말 좀 들어먹어! 그렇게 말 안 듣는 사람들 나중에 뭐가 되는지 알아? 너희도 커서 너희들 엄마 아빠처럼 저런 일 하면서 살고 싶어?&#160;
순간 공기의 흔들림조차 멎은 듯한 정적이 흘렀다. 네덜란드 팀 아이들은 단지 그녀의 격앙된 목소리에 긴장하여 동작 그만 상태로 들어갔을 뿐이나 철조망 너머에 있던 인부들이 서로 다른 종류의 일에 임하다가 다 같이 굳은 듯 멈춘 것은 그녀의 말을 토씨 하나 놓치지 않고 들었음을 뜻했다. 원주민 팀 아이들은 그녀의 얼굴에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후회의 빛과 그것을 감추기 위해 얼버무리는 모습을 보았다. (pp.102-103)&#160;


누가 F에게 돌을 던지리. 공든 탑이 무너지는 걸 알고 고해성사까지&#160;해가며 일상을 영위하려던 F는 퇴근길 주택가에서 살이 찍혀 죽는다. 누가 그녀의 살해범에게 돌을 던지리.&#160;&#160;
&#160;
더이상 읽지 않았다. 아니 못 읽었다. 내 머리는 깡통도 아니고 포크도 아니고 장미도 아니고 구두도 아니고 바나나도 아닌데 어디론가 하염없이 낙하하고 있다.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160;폭풍&#160;상상력이 끔찍한 현실과 맞물려 작품으로 씌였을 때 이건 더이상 현실도 아니고 현실이 아닌 것도 아니다.&#160;&lt;어떤 자장가&gt;에서는 삶의 고단함에 질식한 엄마가 울며 보채는 갓난아이를 세탁기에 넣고 작동시켜 버리는 장면이 나온다. 세상에. 덜 읽기를 잘 했어. 잘 했다고 지금도 토닥토닥 해주고 싶은 심정.&#1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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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지나가는데도 나는&#160;문득 날씬해지고픈 충동이 들기 시작했고, 그래서 다이어트를 해야겠다 하는 중인데, 만 하루만에 크래커를 접시 가득 부어놓고 집어먹자마자 삼키지 못해 꾸역꾸역. 이 책은 그런 이야기다. 헐.&#160;&#160;&#160;
&#1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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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1261/49/cover150/895707578x_1.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707578X</link></image></item><item><author>아이리시스</author><category>2009-2011</category><title>정답 틀렸습니다, 출판사님. - [2012 脈 합격특강 영어 적중모의고사 100회 (문제집2권 + 해설집1권 + OMR 답안지) - 7급.9급 공무원 / 경찰직 공무원 시험 대비]</title><link>http://blog.aladin.co.kr/irisis83/5037588</link><pubDate>Tue, 30 Aug 2011 15:1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irisis83/503758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3812489&TPaperId=5037588"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1282/41/coveroff/8993812489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3812489&TPaperId=503758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2012 脈 합격특강 영어 적중모의고사 100회 (문제집2권 + 해설집1권 + OMR 답안지) - 7급.9급 공무원 / 경찰직 공무원 시험 대비</a><br/>CNT 고시연구원 엮음 / 월드플러스 / 2011년 08월<br/></td></tr></table><br/>갈 길이&#160;한창인데, 당장 100점이 나와도 시험이 한참 남은 시점에선 별 의미없는 과목이 영어라 해서(들쑥날쑥 나처럼 성적 좋지 않은 애 얘기)&#160;더도 덜도 말고 하루에 하나씩만 더 맞아서 안정권으로 점수를 올릴 수 있으면&#160;성공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했다. 오늘의 백 점 보다 중요한 것은&#160;어제보다 오늘 하나 더 맞히는 것!
어떤 공부든 이론 마스터 없이 문제만 풀고 매긴다고 느는 건 아닐 터.&#160;문법, 어휘, 독해를 시간별로 분배해서 모르는 것과 아는 것을 정확히 나누고 암기할 것은 당일 완벽암기하고 넘어가기로 한 건&#160;더불어 설정한 목표.&#160;&#160;
&#160;
오늘 4회를 공부했다.(산 지 엊그제 같은데!)&#160;&#160;
아침식사&#160;전 하기로 한&#160;계획은 수정되었다. 토익 영어듣기는 오전에 일어나 들으면 좋다던데 이건 아니다. 비몽사몽한 상태에서는&#160;특히 영어문제를 푸는 게&#160;효율적이지 않은 방법이라고&#160;예전에&#160;들었던 수업의 영어강사가 말했다. 마음 앞세워 풀었다가 반타작 하면, 실력일 경우 발전이 없겠고(대충대충 풀고 넘어가려 할테니), 실수일 경우 작은 허점 하나가&#160;엄청난 자신감 상실로 이어져 점점 하기 싫어진다고.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할 수는 있어도 좋아하려는 노력 없이 잘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160;&#160;&#160;
백만 번 공감했다.
나는 영어를 결코 싫어하지는&#160;않지만 시험만 보면 성적이 나오지 않는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시간에도 쫓기고, 대충 풀고 넘어가기도 하고, 전체적인 문장구조를 볼 줄 아는 능력과 추론능력 부족이라고 짐작함)&#1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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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이 좀&#160;쎄지만&#160;기대 잔뜩하며(달라질 나를)&#160;샀다.&#160;&#160;
그런데,&#160;
급하게 만들었나 봐. 두껍고 무겁고 판본도 커서 문제집 두 권과 해설집 한 권으로 3등분 해놓은 건 좋은데 해설집에 오타 천지. 그것도 정답란 오타는 어쩔 거야. 문제집에 정답오타가 이 정도면 리콜 수준 아닌가?&#160;&#160;
첫 날 점수 매기고 완전 기절할 뻔 했잖아. 기출문제,예상문제 이리저리 뒤섞은 것 같은데 문제출처도 없고, 정답 외움식 방지하려고 보기번호를 이리저리 바꾼 건 좋은데 회당 스무 개 중 다섯 개 이상이&#160;잘못된 정답이니 어쩌지?&#160;본문 해석은 잘 되어 있지만 정답 해설은 간혹 모자라고. 해설을 읽고 정답을 수정하는데 큰 무리는 없으니(사실 완전 귀찮음) 나 같은 착한 수험생은 싸울 시간도 없고 에너지도 부족하니 대충 넘어가야 한다.ㅠㅠ&#160;&#160;
답 맞춰보기가 목표는 아닌&#160;난 그저,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미한, 깔끔하고 예술적이지 못한 문제집을 원망하며 지금도 역시 독해 중.&#160;
&#160;
편집자를 원망해야 하나, 출판사를 원망해야 하나. CNT 고시연구원 지음. 이란 것은? 혹시 컴퓨터 문제은행이야?ㅠㅠ]]></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1282/41/cover150/8993812489_2.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3812489</link></image></item><item><author>아이리시스</author><category>2009-2011</category><title>우리, 살아가요. 사는 것처럼. - [스틸 라이프]</title><link>http://blog.aladin.co.kr/irisis83/5023653</link><pubDate>Wed, 24 Aug 2011 20:0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irisis83/502365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6655708&TPaperId=5023653"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1199/80/coveroff/899665570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6655708&TPaperId=502365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스틸 라이프</a><br/>루이즈 페니 지음, 박웅희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1년 06월<br/></td></tr></table><br/>아빠의 마을은 고요하고 따스했다. 터미널에서 아빠의 오토바이(스쿠터는 아니다. 자동차에 대해&#160;도통 몰라서 스쿠터와 오토바이의 차이를 모르겠지만 차도 있는데 굳이 오토바이에 셋이 구겨져 타는 이유도 모르겠다. 무서운데ㅠㅠ) 뒤에 올라타고 산고개 하나를 넘으면(좀 길고 구불구불하다)&#160;아주 작은 마을에 들어서는데, 우물가 옆 샛길로 조금만 올라가면 빨간 지붕의 파란 대문집이 나온다. 오토바이로 산길을 넘는 일이 그렇게 신나는 일인지 몰랐었다. 모두들 왜 그렇게 타지 말라는 오토바이를 타다 죽어가는지 이해가 될 것도 같았다. 양동이&#160;포함(가보기도 전에 양동이는 사라졌지만)&#160;여섯 마리의 애기들이 대문을 들어서기도 전에 마중 나오고, 앞집은 옛집인데 오래도록&#160;비어있어 들풀이 허리까지 자랐다. 덕분에 풀벌레들도 많다.&#160;&#160;
뒷집에는 아주아주 마음씨 좋고 인자하신&#160;할아버지,할머니와 소가 산다. 할아버지,할머니의 뒷집도 비었지만 거긴 주인이 종종 와서 정리하는 것 같다. 아빠는 마을의 외딴 집을 선호했지만&#160;당시 주어진 돈으로 그렇게 되진 않았다. 부동산에 나와있는 농가주택은 가격이 낮다 싶으면 리모델링을 해야 했고, 가격이 높은 매물은&#160;차라리 그 돈으로 원하는 장소에 새 집을 짓는 게 나을 정도였다. 갈 수 있는 동네의 부동산을 모조리 훑었지만 이미 오를 만큼 오른 시골집 가격은 상상을 초월했다. 허물어져 금방 스러져갈 듯한 집이라도 집은 집이었다. 어쨌든&#160;아빠는 잠시 쉬어갈 집으로 빨간 지붕의 파란 대문집을 택했고, 전원주택을 향한 꿈은 시작되었다.&#1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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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캐나다 퀘백 주의 작은 외딴 마을 스리 파인스가 그런 곳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나는 시골에 친가와 외가를 모두 두고있어,&#160;시골마을과 동떨어지지 않은 인생을 산 도시사람이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160;평생 몇백 번 왔다갔다 했을 친가와 외가가 떠오르지는 않았다. 친가와 외가는 도시사람인 내게 제2의 고향 같은 곳이라 전혀 낯설지 않기 때문이다.&#160;&#160;
새로 이사한 아빠의 마을 할머니 몇몇은 친절하고 따스했으며, 옆집에는 베트남 여자와 결혼했었지만 정신이상 증세로 부모와 아이에게 폭력을 행사하다,&#160;부인은 제 나라로 도망치고 할아버지가 아들의 아이를 키우며 다른 곳에 산다는 30대 후반의 남자가 혼자 산다. 대화 나누면 멀쩡해 보이는데 멀쩡하지가 않단다. 자식을 안되게 여긴 아버지가 집, 밭, 논을 어느 정도 물려주고 다른 곳으로 가셨다는데 남자는 온전치 못해 밭과 논을 하염없이 놀리다보니 잡초와 풀이 키만큼 자라있다. 이 동네 땅값이 다른 곳에 비해 비쌌으면 비쌌지 농가치고 싼 게 아니라서 아빠가 안타까워 하실 정도다. 집에 있으면 아침,저녁으로 헛소리와 욕을 해댄다. 궁시렁궁시렁. 아빠가 이사온 첫날, 뒷집 할머니는 동네 토박이고 정신이 온전치 못하니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라 하셨다. 어느새 아빠뿐 아니라 엄마와 동생과 나까지 그렇게 되었다. 그럼, 세상은 더불어 살아가는 곳이니까.&#160;&#160;
지금은 아빠가 계시고, 훗날 양동이가 빨간 지붕과 파란 대문집을 나섰다 실종됐다는 사실을 기억할 때만 빼면 인생에서 별 의미없는 집일지도 모르겠다. [스틸 라이프] 속에 등장하는 스리 파인스를 만나면서 아빠의 마을이 자꾸만 생각났다.&#160;고요하고 조용하고 쓸쓸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정답고 왁자지껄하기도 한 마을이. 이 소설은 들여다보기의 지존이다. 조각퍼즐을 맞춰가는 생생한 방식은 마을을 두렵게 느끼기 보다는 마을 사람이 되어 진실을 파헤치고 싶은 충동에 다가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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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들은 바에 의하면 마을에는 언제부턴가 토박이보다 외지인이 많아졌다고 한다. 양동이를 찾을 때 작은 마을을 모두 훑다시피 했는데 비어있는 집이 훨씬 많았다. 번듯하게 지어놓은 전원주택은 어김없이 사람이 없거나 진돗개 한 마리가 지켰다. 외지인 중에서도 더 외지인이랄 수 있는&#160;내 눈엔 그 광경이 스리 파인스와 겹쳐 보인다. 알고 싶고, 캐묻고 싶고, 녹아들고 싶고, 상관하고 싶다.&#160;&#160;
이처럼 짙은 낙엽향과&#160;달콤한 빵 냄새가 코끝을 간질이는 평온한 마을 스리 파인스에서 가장 다정하고 친절한 심성을 지닌 제인 할머니가 숲에서 죽은 채로 발견된다. 가마슈 경감은 사건해결을 위해 후배형사 보부아르와 니콜을 데리고 마을로 온다. 사인을 가늠할 수 없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마을 사람들을 신문하지만 진실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마을 사람들은 누구나에게&#160;선량했던 제인이 살해당한 사실을&#160;인정할 수&#160;없어 혼란스럽다.&#160;빛이 들지 않아 마약류 열매가 재배되고, 야생동물 사냥꾼들이 소리소문 없이 드나들기도 하는 스리 파인스에서 누군가 죽었다면, 그건 실수로&#160;쏜 사냥용 활이나 총에 맞는 것뿐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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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깊은 갈색 눈에 그녀의 적갈색 점이 있는 갈색 손에 머물렀다. 정원에서 오랜 시간 일을 해서 거칠고 햇볕에 탄 손. 손가락에는 반지도 없었고, 반지를 낀 흔적도 없었다. 그는 갓 죽은 사람의 손을 볼 때면 언제나 아픔을 느꼈다. 그 손이 잡았을 온갖 사물과 사람들이 상상이 되는 것이다. 음식, 얼굴들, 문손잡이들, 기쁨이나 슬픔을 표하기 위해 취했을 온갖 손짓. 그리고 마지막 손짓은 틀림없이 자신을 죽인 그 타격을 막기 위한 것이었으리라. 가장 가슴을 아프게 하는 건 자기 눈을 가리는 흰머리를 무심결에 쓸어내 본 적이 없을 젊은이들의 손이었다. (p.54)&#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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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둘러싼 신비롭고 쓸쓸한 공기는 의도되었다.&#160;죽음을&#160;두고 분노 대신&#160;애처로움을 쓰는 것 또한 작가의 필력이다.&#160;화가 부부 클라라와 피터, 피터의 친한 친구 벤, 심상찮은 분위기를 풍기는 크로프트 가족 등 마을 사람들의 도움이 절대적이면서도 범인이 마을 안에 있을 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그럼에도 진실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160;&#160;
노련미와 세련미를 두루 갖춘 가마슈 경감은 진실에 다가서기 위해 조심스럽게 마을로 녹아드는 방법을 선택한다. 수사의 기본적 핵심인 신문과 마을회의를 통해 사람들의 표정과 반응과 행동을 살핀다. 오랜 관찰은 마침내 숨겨져 있던 사실을 하나둘씩 끄집어낸다. 마침 제인은 미술 전시회에 그림 한 점을 출품할 예정이었고, 그림은 심사위원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렇지만 오랫동안 그림을 그리면서도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던 제인의 의중과, 집안에 사람을 초대하더라도 일정공간 이상은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는 점이 미스터리로 남는다. 이어 집문제로 관계가 소원해졌다는 조카의 태도와 벤의 어머니이자 오랫동안 병상에 있다 세상을 떠난 티머 해들리의 죽음도 의문스럽기는 마찬가지.&#1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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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안고 있는 문제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어른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삶을 헤쳐 나가지 못하는 그들에게 온갖 변명거리를 제공해주잖아요?"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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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알기로는 스리 파인스 사람들은 선한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저 사슴길은 우리 가운데 누군가 곪고 있음을 뜻해요. 제인을 쏜 사람은 자기가 사람을 겨누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그걸 사냥 사고로 보이게 하고 싶어했어요. 사슴이 지나가길 기다리다 제인을 실수로 쏜 것인 양. 그런데 문제는 활을 쏘려면 아주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는 겁니다. 자기가 겨누고 있는 대상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요." (pp.224-225)&#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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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사람들은 각자 최대한 자신의 비밀과 싸운다. 들키기 싫은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으나 그것들 중 단서로 집어낼 만 한 게 거의 불확실하다는 사실이 문제다. 정황에 의해 살인사건으로 밝혀진 제인의 죽음이 고요한 마을을 순식간에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는 지도 모른다. 수사는 다시 원점에서, 제인의 집으로 돌아간다. 그녀는 어째서 집을 숨겨야 했을까. 왜 그림을 이제서야 보여주려고 했을까. 집과 그림. 제인이 추수감사절 박람회 날에 그렸다는 그림 &lt;박람의 날&gt;로 시선을 옮기자 쓸만한 단서들이 우루루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그림은 아주아주 평범하면서도 특별하다. 마을 사람들 중 가장 먼저 클라라가 그림의 비밀을 눈치챈다. 위험을 감수하면서 싸워온 진실을 향한 열망은 안타깝기 그지 없다. 살인의 방식과 이유가 궁금한 거라면 이 소설을 읽지 않아도 좋다. 그보다 덜 자극적이면서도 내밀한 그림 한 편을 영상처럼 감상하는 방법으론 안성맞춤이다.&#160;&#160;<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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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은 내가 맞추는 게 아니다. 마을 사람들이 퍼즐이 되어 각자 있어야 할 곳에 있어주는 것. 그게 바로 열쇠다. 제인이 죽어간 이유. 제인이 죽은 이유. 제인을 죽인 이유는 사소하다. 범인에게는 필사적이었지만 당사자로서는 아주 미묘한 이유에 불과했을 것이다. 어쩌면 자신이 죽는 이유를 알지 못했을 수도 있다. 범인은 진실을 가리고 싶었다. 그래서 한 일이 오히려 또렷하게 진실을 엿보여주는 꼴이 되었다. 진실을 뒤집으면 거짓이 될 수도 있고, 거짓을 뒤집어도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 마치 하트 퀸 카드처럼.&#1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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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것도요. 어쩌면 제가 바뀌었겠죠. 그게 가능할까요? 제인의 하트 퀸 카드 트릭처럼 그림도 변하는 게 가능할까요? 사실 저도 작품이 끝난 날 밤에 보면 그게 위대한 작품 같아 보이지만 다음 날 아침에 보면 쓰레기 같거든요. 작품은 그대로인데 제가 변한 거죠. 어쩌면 제인의 죽음 때문에 제가 너무 변해서 전에 이 그림에서 보았던 뭔가를 지금은 보지 못하는 거겠죠. (pp.401-402)&#160;<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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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작품이 가르친 건 살인과 광기, 탐욕과 도덕 같은 것이 아니라 인내와 관찰이다. 1000피스짜리 그림퍼즐을 맞추는 데에 드는 노력과 시간을 인내와 관찰이라는 이름으로 잘 포장하면 꽤 그럴싸한 작품이 된다. 겪어본 사람만 아는 고통이 따를 것이고, 패배를 맛볼 수도 있듯이. 가마슈 경감이 가르친 것 또한, 마을 사람들이 자신들의 삶을 한사코 숨기려 한 것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모두 드러내 보인&#160;것이&#160;중요한 것을&#160;감추어줄 수도 있고, 숨기려고 애쓰다 결국&#160;숨기려 한 것만 들통나는 경우도 있지만, 결국은 인내와 관찰 앞에 모두 무너진다는 것. 하지만 사람들은 나아가려고만 하지&#160;인내와 관찰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결말을 향해 치닫는 건 영화에서나 멋지면&#160;그만이다. 실제 삶은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것 이상이다.&#1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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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 한 가지 인성 유형에 대해 설명하시지 않았습니까? '정체된' 삶을 사는 사람들 말이죠. 기억나십니까?"&#160;<br />
            <br />
            "예, 기억나요. 성장하지 않는, 발전하지&#160;않는 사람들,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는 사람들이죠. 좀체 나아지지 않는 사람들."&#160;&#160;<br />
            <br />
            "예, 바로 그거였습니다." 가마슈가 말했다.&#160;&#160;&#160;
            "그들은 자기 인생이 진행되기를 기다리고만 있습니다. 누군가 그들을 구원해 주길 기다려요. 치유해 주길 기다리지요. 스스로는 아무 것도 하지 않습니다. "&#160;(p.445)&#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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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해야겠다. 여름과 잘 이별하고 다가올 가을을 잘 맞이하는 일이라도 해야겠다. '정체된' 사람이 되지 않으려고 우린 이다지도 힘겹게 움직이는 것일까. 신나게 칠하던 그림을 완성한 후 붓을 내려놓으니 시원함보다 허탈감이 먼저 든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올때면 언제나 쓸쓸해진다. 이 소설처럼. 제인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녀로 인해 이 모든 것을 배웠으니 감사하다고 해야 할까.&#1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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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1199/80/cover150/8996655708_1.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6655708</link></image></item><item><author>아이리시스</author><category>2009-2011</category><title>슬픈 살인의 노래 - [인어의 노래]</title><link>http://blog.aladin.co.kr/irisis83/5019724</link><pubDate>Tue, 23 Aug 2011 11:2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irisis83/501972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25543168&TPaperId=5019724"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1202/7/coveroff/892554316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25543168&TPaperId=501972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인어의 노래</a><br/>발 맥더미드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06월<br/></td></tr></table><br/>
"그럼요. 그녀의 동기는 살인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사랑하고 싶은 것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들은 그녀를 배신해서 죽이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정말 원한 건 자신을 사랑해 줄 남자, 같이 살 수 있는 남자라고 자기 자신에게 계속 말했죠." (p.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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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람을 고통스럽게 죽이는 이유에 관해 생각해봤다. 아, 일단 '고통스럽게'는 빼고 말하자면,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이유'가 남는다. 엄청난 장르소설과 범죄시리즈, 공포,호러,스릴러 영화의 단골 소재가 바로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방법과 이유'에 관한 것인데 이 원초적이고 신랄한 이유를 내가 과연 대답할 수 있을까. 할 수도 없고 그러기도 싫다. 그래서 스릴러 소설을 읽는 지도 모르겠다.
계획적인 살인은 보통 단계를 거친다. 인격적 존중을 받지 못한 아이가 자라면서 그 사실이 트라우마가 되고, 상처로 인한 결핍이 타인에 대한 반항이나 광기로 나타나고, 그로인해 당한 만큼 갚아주자는 생각이 깊숙이 자리하고, 마침내 타인에게 고통을 주면서 죽인 다음 그 행위가 타당하다고 자인하는 것. 그쯤이면 대충 사이코패스의 살인사건 하나가 발생하는데에 큰 무리가 없다. 문제는 비정상적인 행위를 추측,해결,단죄하기 위해 범인을 잡으러 뛰어다니는 형사뿐 아니라 온갖 분야의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야 할만큼 연쇄 살인범의 수법이 교묘하고 잔인해진다는 것이다.
이미 [Wire in the Blood]라는 시리즈로 인기리에 방영되기도 했던 토니 힐 시리즈는 분야의 수많은 전문가들 중 범죄양상에 대한&#160;철저한 분석으로&#160;범인의 심리상태에 가까이 다가가는 방법을 통해&#160;사건을 추리해서 범인을 잡는데에 일조하는 프로파일러가 주인공이다. 토니는 남자, 동맹자인 형사 캐롤은 여자. 물론 기존 스토리가 보여주는 로맨스를 살짝이라도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두고 있다.&#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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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읽고 또 읽었다. 경찰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감이 오지 않았다. 속에서 분노가 이글거렸다. 소화불량처럼 배가 따끔따끔하게 뭉쳤다. 뭔가 사악하고 극적인 일을, 저들에게 자기들이 얼마나 잘못 생각하고 있는지 알려 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p.391)&#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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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들의 천국이라 할 수 있는 몇 군데 장소에서 잔인하게 고문당한 끔찍한 모습의 사체가&#160;차례로 발견되면서 토니는 사건해결을 위한 특수팀으로 발령받는다. 그는 끔찍한 사건특징들을 통해 연쇄살인범으로 추정하고 캐롤과 함께 수사를 시작한다. 둘의 동맹자적 관계가 아마도 범죄의 단서를 찾고 또 연쇄살인범을 찾아내는 중요한 소통점일 것이다. 제 아무리 잘난 전문가라도 혼자서는 비정상적인 범인의 동선을 파악하기 힘들다. 함께 일하며 그들은 서로의 필요성과 각자 할 일들을 잘 분담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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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때로 우리 프로파일러는 사물을 다르게 봅니다. 그리고 그 신선한 시각이 모든 다름을 만들어 내지요. 죽은 사람은 말을 합니다. 우리 프로파일러에게 말을 하는 죽은 사람들은 경찰들에게 말을 하는 사람들과 다른 사람들입니다." (p.22)&#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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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과 저 둘 다, 함께 있으면, 우린 해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함께 있어야 합니다. 제가 프로파일링에 처음 직접적으로 입문한 건은 연쇄방화범이었습니다. 대여섯 건의 대형 화재 끝에 전 그가 어떻게 범행을 저지르는지, 왜 저지르는지, 그의 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게 됐지요. 그라는 미치광이를 정확히 알게 됐지만, 그에게 이름을 붙인다든지 얼굴을 떠올릴 수가 없었습니다. 한동안 답답해서 미칠 것 같았죠. 그러나 저는 그 일을 하는 것이 제 임무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건 당신이 할 일이었던 겁니다. 제가 할 일은 올바른 방향으로 당신을 이끌어주기만 하면 되는 겁니다." (p.98)&#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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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으로 뛰는 경찰들과 토니의 프로파일에도 불구하고&#160;끔찍한 사체는 다시 발견되고, 토니와 캐롤은 각자의 역할과 직업적 고통에 대해 대화를 나누며 점점 가까워진다. 서로에 대한 호감이 바탕에 깔린 직업적 동맹관계다.&#160;작업중 토니의 방에 함께 있을 때 걸려온 정체불명의 여자 전화만 아니었다면 그들은&#160;서로에게 충분히 빠져들 수도 있었을 것이다. 적어도 캐롤은 그에게 충분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 토니의 비밀은&#160;어쩔 수 없이 캐롤을 밀어내지만 그 또한 캐롤과 다르지 않은 마음이다. 각자의 처지를 잘 이해하고 직업적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누구보다 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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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둘 다 그렇죠. 최고의 도둑을 잡는 형사는 악당의 머릿속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라잖아요. 제가 일을 잘 하려면 나쁜 놈처럼 생각해야 한다는 얘기죠. 그렇다고 그들이 하는 짓을 하고 싶다는 뜻은 아니예요." (p.276)&#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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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으로 흘러드는 끔찍한 연쇄살인 사건에 당국은 비상이 걸리고, 토니의 프로파일에도 불구하고 사건이 점점 미궁으로 빠질때즈음,&#160;토니가 사라진다. 캐롤은 불길한 낌새를 눈치채고 사건파일을 들여다보며 더 큰 그림을 그려낸다. 토니의 방에서 비로소 단서를 발견한 그녀가 그곳에 도착했을 때 토니는 엄청난 상황에 처해있었다.&#160;&#160;
게이들이 모이는 장소에 버려졌던,&#160;자신이 게이라는 걸 밝히기 싫었던 이들의 사체는 범인에 대한 충분한 단서였음에도 웬만한 프로파일에는 잘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토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엉뚱한 사람을 범인으로 가두자, 그 사실을 언론으로 접한 살인마는 자신의 범죄행각이 모욕 받았다고 생각해 오랫동안 토니를 노려온 것으로 판명난다. 자신 또한 끔찍한 고문을 당했을 지도 모르는&#160;희생자가 될 뻔했지만, 프로파일의 핵심이자 자신의 장기인 차분한 대화를 통해 범인 핸디 앤디를 무장해제 시킨다.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살아돌아온 그는 핸디 앤디에 대한 마지막 프로파일과 진실에 대한 해명을 준비한다.&#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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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그게 아니에요. 제가 이 시포드 출신의 크리스토퍼 소프를 압니다. 여기 오기 전 시포드에서 성범죄과 소속이었잖아요. 기억나세요? 이 매춘 두 건 다 제가 체포했습니다. 크리스토퍼 소프는 당시 성전환 수술을 한창 하던 중이었어요. 젖꼭지랑 이런 게 다 있었고, 수술을 마저 받기 위해서 돈을 모으려고 하고 있었어요. 매춘할 때 이름이 뭐였는지 아세요? 경위님, 크리스토퍼 소프는 안젤리카 소프랑 결혼한 게 아닙니다. 그가 바로 안젤리카 소프예요." (p.444)&#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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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벌어진 사건을 두고, 한 인간의 머릿속에 들어가 그가 어떤 생각으로 왜 이런 일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차곡차곡 따라가보는 일로서 범인을 잡아들이고 죽은 자의 비밀을 풀어내는 것은 분명&#160;매력적인 일이다. 토니는 자신의 트라우마와 직업적 지식을 잘 활용해 사건을 푼 셈이고, 연쇄 살인범의 목표물을 그 분야에서 가장 전문적인 프로파일러로 설정한 점은 긴장과 두려움을 높여주는 장치가 되었다. 토니 힐 시리즈는 연쇄 살인범의 잔인한 고문일지를 빼고는 이 작품을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범죄현장이 생생하다. 독자는 경찰과 프로파일러를 따라 좇아가는 한편, 불행한 연쇄 살인범의 범행현장을 목격하듯이 그의 독백을 통해&#160;찬찬히 읽을 수 있다.&#160;&#160;
인간은 누구나 두려움을 가지고 있기에 언젠가 끔찍한 경험을 당한 기억이 드문드문 나겠지만 토니는 이 일로 인해 자신의 트라우마에서 한층 벗어났다고 생각할 것이다. 때로 있을 수 없는 일이 있어야 하는 일을 만들기도 한다. 토니가 당한 납치는 아무리 전문적인 사람이라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하지는 않다는 인간의 불완전성을 깨닫게 한다. 핸디 앤디의 끔찍한 고문전략과 범죄일기는 어떤 이유로든 용서받을 수 없다. 행여 그가 이 모든 사건들을 한 번쯤 경험해본 피해자였다 해도. 그렇더라도 이 작품의 출발점은 사랑과 존재다. 사랑으로 존재를 인정받지 못한 한 인간의 광기와 분노가 발생하는 지점은 결국 결핍이고, 그에 대한 가장 큰 영향력은 사람과 사람의 소통에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얼마나 듣기 좋은 말인가.&#1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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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날 원했고, 이제 날 가졌어." (p.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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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1202/7/cover150/8925543168_1.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25543168</link></image></item><item><author>아이리시스</author><category>2009-2011</category><title>소설 속에 너무도 많은 걸 적었네 - [비스트]</title><link>http://blog.aladin.co.kr/irisis83/5011549</link><pubDate>Fri, 19 Aug 2011 21:3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irisis83/501154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2762789&TPaperId=5011549"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1269/45/coveroff/895276278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2762789&TPaperId=501154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비스트</a><br/>안데슈 루슬룬드.버리에 헬스트럼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11년 08월<br/></td></tr></table><br/>배우가 아니지만 만약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미카엘라 역을 지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프레드리크보다 열여섯 살 어린 스물넷의 유치원 교사 역. 유치원 교사를 잘 소화할 자신은 없지만 '열여섯 살 어린'을 어쩌면 잘 소화할 수 있을&#160;지도 모른다. 내 예감에 나는 '열여섯 살' 많은 아저씨를 사랑하는 역할을 매혹적으로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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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레드리크는 등을 돌려 창가에서 멀어졌다. 미카엘라는 알몸으로 침대에 잠들어 있다. 언제나처럼 발에만 담요와 시트를 감은 채로. 미카엘라의 나이는 겨우 스물넷, 한창 나이다. 미카엘라는 그에게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심어주고 바라볼 때마다 흥분하게 만들지만, 동시에 자신이 늙었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여자였다. 특히 음악이나 책, 혹은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면 어느 순간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곤 했다. 둘 중 하나가 어느 음악가의 음악, 어느 작가의 글, 혹은 어느 배우의 연기에 대한 말을 꺼내면 신세대와 구세대의 취향이 극명하게 갈렸다. 열여섯 살 차이면 좋아하는 기타 연주나 영화 대사가 똑같을 순 없는 법. 옛 취향은 시간이 흐르면 사라지고, 결국은 다른 것들로 대체되기 마련이다. (p.58)&#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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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내가 미카엘라였다면, 나는 프레드리크의 몰락을 막을 수 있는 여자였을까. 허무하게 딸을 잃어버린 그의 마음을 진정시키고, 그의 곁을 지키며 평생 분노로부터 그를 보호할 수 있었을까. 아니다. 겁많고 보호받고 싶고 투정부리고 싶은 내가 딸 가진 남자를 사랑할 리도 없지만 만약 그랬다 하더라도 분명 도망쳤을 것이다. 프레드리크를 사랑으로 지켜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겠지만 무서울 것이다. 그런데 어쩌다 미카엘라가 되었을까, 나는. 그녀에게 나를 대입해 이 책을 끝까지 읽어나갔을까. 그리고 슬퍼했을까. 어쩌면 그가 없는 세상을 나는 아주 잘 살아낼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그라는 사람은 없었다는 듯.&#160;&#160;
어쨌거나 프레드리크의 슬픔은 겪지도 않은 누군가가 감히 짐작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엽총으로 룬드의 머리통과 허벅지를 관통시켜 저 세상으로 보낸 후 그는 눈깜짝할 새 국민영웅이 된다. 그가 바란 영광은 아니지만 그 영광은 폭탄처럼 파괴력이 큰 것이다. 자, 이 소설 [비스트]는 바로 그 파괴력에 관한 이야기다.
&#160;&#160;
경찰들이 아니라 피해자인 마리의 아빠 프레드리크가 범죄자 룬드를 먼저 발견한 건 비극의 징조였다. 룬드는 절대 프레드리크의 눈에 띄지 말았어야 한다. 아니, 꼬리도 밟히지 말았어야 했다. 그랬다면 미카엘라는 프레드리크를 잃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처음부터 교도관들이 이동중 룬드를 잃어버리지만 않았더라도 그가 새로운 피해자를&#160;만들었을 리 없다. 교도관과 경찰이 최선을 다했다하나, 성폭행범에 있어 최선은 결과의 최선만을 말해야 한다. 이미 경험상 우리 모두 알고 있는 일이다. 범인을 놓치고 피해자 앞에 최선을 다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1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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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제에 관한 거야. 그런 거라고. 강간범들은 그런 식으로 행동하거든. 그 녀석들을 흥분시키는 건 자신이 상황을 통제한다는 생각이야. 룬드는 비정상적으로 극단적인 경우지. 하지만 똑같아. 이렇게 돌멩이 늘어놓는 것도. 질서, 구조, 통제."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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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마리는 죽었다. &#160;



    
        
            
            &#160;
            &#160;
        
        
            &#160;
            아이는 없다.&#160;<br />
            <br />
            마리는 이 세상에 없다.&#160;<br />
            <br />
            그의 딸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p.244)&#160;
            &#160;
        
        
            &#160;
            &#160;
            
        
    



&#160;
분석,프로파일,잡담,농담 등 모든 사실 앞에 결국 아이를 잃었을 때 그들에게 면죄부란 존재하지 않는다.&#160;&#160;



    
        
            
            &#160;
            &#160;
        
        
            &#160;
            "마리는 이 세상에 없어요. 보지도, 듣지도, 느끼지도 못합니다. 영원히 말이지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요. 무슨 말인지 아시겠어요?" (p.368)&#160;<br />
            
            &#160;
        
        
            &#160;
            &#160;
            
        
    


&#160;
일반인들에게 마리의 아버지 프레드리크는 영웅이지만,&#160;


    
        
            
            &#160;
            &#160;
        
        
            &#160;
            "두려워서 저러는 겁니다. 성폭행범, 변태들이 두려워서. 그래서 증오심에 불타오르는 거라고요. 그러니 피해아동의 아버지가 그 변태를 죽이는 순간 영웅이 된 거지요. 저 사람들에겐 당연한 논리예요. 자신들이 했으면 하는 일을 대신해주었으니까요. 행동으로 옮길 엄두조차 나지 않는 그런 일을요." (p.388)&#160;&#160;&#160;&#160;
            &#160;
        
        
            &#160;
            &#160;
            
        
    


&#160;<br />
판사와 검사 비롯 법집행자들의 입장에선 그저 입신양명을 실현할 단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160;&#160;&#160;&#160;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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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세상은 프레드리크를 재판대에 세워야만 한다. 그게 세상이 미리 정해놓은 룰이다. 머리통이 날아간 범인의 호주머니에서 그가 숨어있던 어린이집에 다니던 희생자가 될 뻔한 또다른 아이의 사진이 발견 되었지만 어쨌거나 세상 앞에 그에 대한 단벌은 실현되어야 한다. 법치주의의 병폐이자 사회 원동력이란 이름의 딜레마.&#160;&#160;&#160;
뿐만 아니라, 프레드리크는 이미 살아갈 의욕과 의미를 모두 잃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의는 정의고 법은 법. 검사의 항소심에 의해 10년 선고를 받은 프레드리크는 성범죄자들이 우글거리는 특별감호실과 그 외 마약사범이나 절도범들을 수용하는 일반감호실이 양분되어 있는 교도소로 배정받게 된다. 희망이라는 작은 알맹이 하나 없이, 미카엘라와의 흔한 포옹 한 번 없이.&#160;&#160;&#1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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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한 방법으로 딸을 잃은&#160;아빠에게 무슨 위로를 해줄 수 있겠는가. [비스트]가 건드리는 주제가 범죄자의 위악과 피해자의 고통을 한 걸음 뛰어넘고 있는 마당에 굳이 말하지 않아도 전해질 슬픔에 대해 길게 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미 미카엘라가 되어 프레드리크를 힘껏 위로하고 사랑하고 공감했으니 감히 그의 행복을 바랄 수도 그러지 않을 수도 없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본 재판정에서의 그의 마지막 눈빛은 내가 그가 아니고 나인 것마저 미안할 지경으로 만들었다. 다섯살 딸을 잃는다는 건 그런 거였으니까. 얼마나 두려움에 떨었는지, 얼마나 아파했는지, 정신을 잃고서도 아빠를 부르며 울었는지 알 수 없었으니까. 나는 비로소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을 상상하며 울었다. 나는 그를 사랑하고 그에게 안기고 싶어하는 여자 미카엘라니까.&#160;&#160;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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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리크의 마지막을 당신에게 얘기해야 할까. 프레드리크의 마지막 모습을 나는 아마도 기억할 수 없겠다. 그는 모진 운명에 맞서다 그 모진 운명에&#160;걸려 넘어졌다. 그러니 내가 마지막으로 본 건 재판정에서 나에게 보내던 애처롭고도 삶을 버린 듯한 눈빛. 단지 그것뿐.&#160;&#160;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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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했다. 그의 분노와 고통을.&#160;&#160;&#160;&#160;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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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알량한 법 아래 희생되는 2차&#160;피해자가 없기를. 애초 틀에 맞춘 체제나 제도 자체에 결함이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볼 수 있기를.&#160;인간행위 전부를 법이라는 심판대 아래서 심판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마저 없다면? 그야말로 범죄는 운명의 장난 없이는 볼 수 없는 것이다. 범죄의 파장은 어마하며 원인 없는 결과가 없다. 성범죄자의 절반 이상이 그또한 성범죄 피해자였다는 통계를 본다면. 하지만&#160;무조건 옹호나 비난도 어렵다. 죗값을 치르는 것은 필연이지만 그것만이 전부도 아니다. 인간이기 때문이다.&#160;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뫼비우스의 띠. 범죄와 법의 잣대의 딜레마. 오랫동안 우리 곁에 상주해온 이 미스터리를 우리는 어떻게 풀 수 있을까. 물음조차 너무 버겁게만 느껴진다.&#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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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1269/45/cover150/8952762789_1.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2762789</link></image></item><item><author>아이리시스</author><category>2009-2011</category><title>아무도 온전하지 않다, 이 세상에서는. -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title><link>http://blog.aladin.co.kr/irisis83/4891118</link><pubDate>Fri, 01 Jul 2011 20:1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irisis83/489111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8660945&TPaperId=4891118"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1176/53/coveroff/8958660945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8660945&TPaperId=489111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낯익은 타인들의 도시</a><br/>최인호 지음 / 여백 / 2011년 05월<br/></td></tr></table><br/>공포도 아니고 스릴러도 아닌데 등골이 서늘하고 작은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라는 나를 발견한다. 누구세요? 다가오지 마세요. 찌를 거예요. 퍽. 했는데 정신 차렸더니 내가 나를 찌른 형상의 필름이 오래도록 계속된다. 아무도 없는 밤에 만나는 거울 속의 나처럼 낯섦과 낯익음의 반복이 끝없이 이어지는 듯하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는&#160;비교적 주제가 뚜렷한, 한 방향으로만 달리는 기차같다. 돌아나올 수 없는 미로 속에서 헤매는 순간순간이 몽롱함과 모호함의 지존이다. 수식어를 이 따위로 붙일 생각은 없었지만 [읽고 있을 때보다 읽고나서 더 두려운] 소설임이 분명하다. 새벽에 키보드를 두드리다 말을 잇지 못해 조용히 잠이 든 내가 과연 나였을까? 이쯤하면 알 수 있겠지. 모르는 사람에게도 전달 되겠지. 맞다. 우리의 현실은 모두 공포다.&#160;&#160;
이야기는 남자 K가 토요일 아침 잠에서 깨는 데에서 시작한다. 절대 맨몸으로 자는 법 없는 남자가 알몸으로 침대에서 깬 자신을 발견한 것. 뿐만 아니다. 매일 쓰던 스킨이 다른 제품으로 바뀌어 있질 않나, 심지어 아내의 얼굴과 딸의 얼굴, 딸이 키우는 강아지조차 낯설게만 느껴진다. 어쨌거나 토요일이다. 출근은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남자는 오늘 처제의 결혼식을 앞두고 있다. 결혼식장에는 지금껏 돌아가신 걸로 알았던 장인이 떡하니 앉아 있고, 어젯밤의 기억이 한 시간 반 정도 사라져 있다. 휴일을 앞두고 친구 H와 만나 진탕 한 잔 했던 게 문제였다. H에게 전화해 무슨 일인지 알아보려면 휴대폰이 있어야 하는데 휴대폰조차 잃어버렸다. 불가사의한 일 투성이였다. 아내가 아내 같지 않고 타인의 카섹스 장면에서 아내의 얼굴이 어른거리고 휴대폰을 주웠다며 돌려주러 나온 대머리 남자에게서 낯익은 향기가 느껴지는 일련의 하루. 어제 내가 모르는 일이 생겼던 것일까. 남자는 아내와 딸을 결혼식 뒤풀이에 남겨두고 혼자 빠져나와 친구를 만나러 간다. H는 의사다.&#1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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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째서 실제의 아내는 가짜처럼 느껴지고 통화를 한 아내의 목소리는 진짜로 느껴지는 걸까. 이런 이중성이 자네의 고민이 아닐까. 자네는 가족을 제외한 모든 풍경, 인물, 사물들에 대해서는 분명한 분별력을 갖고 있어. 마릴린 먼로를 알고 있고, 이순신을 알고 있어. 그런데 가장 가까워야 할 아내를 비롯한 가족과 거리에서 만난 몇몇의&#160;특별한 사람은 가짜고, 가상현실이라고 느끼고 있지. 혹시 지금 나도 가짜라고 느껴져." (pp.144-145)&#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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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문장에 물음표가 사라져 있다. K의 고민에 친구 H는 이어 말한다.&#1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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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네의 망상은 매우 특이해. 일찍이 인도 출생의 세계적인 뇌연구가인 찬드란이란 사람이 카프그라 증후군에 대해서 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는데, 그 환자는 자네보다 훨씬 증상이 심각해서 자기의 아버지, 어머니가 모두 가짜고 자기를 속이고 있다는 극심한 망상에 빠져 있었지. 이런 특이한 증세는 찬드란이 논문으로 발표한 후 유명해졌지만 실제로는 아주 극소수에게만 일어나는 희귀병이니 자네의 망상과는 종류가 다르다고 말할 수 있지. 그런데 한 가지 다시 묻겠는데, 자네 혹시 어젯밤 가벼운 교통사고나 어딘가에 부딪쳐서 머리에 충격을 받은 거 아냐."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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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딸, 자신과 스킨, 자명종 울림소리, 휴대폰을 주운 남자, 죽은 줄로 알았던 장인, 그리고 공기. 평소와 달리 낯설게만 느껴지던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들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지 궁금하고 혼란스런 남자는 자신의 휴대폰을 주웠다는 대머리 남자가 말한 휴대폰을 처음 주운 장소로 탐험을 시작한다. 잃어버린 어젯밤 기억을 찾을 수 있을까,를 기대하면서.&#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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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지도 못하고, 본 적도 없는, 체온을 느낄 겨를도 없는, 대화를 나눌 기회조차 없었던 남자들은 생면부지의 여자와 입을 맞추고, 포옹을 하고, 귓가에 속삭인다. 나는 너를 사랑해. 그것은 하소연이자, 애원이자, 절규이자, 비명이며, 타는 갈증이자, 목마름이며, 결핍이자, 상처이며, 통곡이자, 소리 없는 아우성이다. 그것은 사람들이 낯익은 물에 빠져 죽기 직전의 익사 상태에 이르렀을 떄 심폐기능을 소생시키는 인공호흡과 같은 것이다. 낯익을 사람들이 거식증에 걸려 영양결핍으로 죽어갈 때 식도 속에 관을 집어넣고 액체로 된 유동식을 흘려 넣어 영양분을 공급하는 구명호스와 같은 것이다. 그것은 관계이며, 소통이며, 억압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며, 탈출이며, 존재의 증명이며, 해방이자 자유이며, 한편으로는 어둠이며, 죄악이며, 자해이며, 허무이며, 절망이며, 폭력이며, 파괴이자 자살행위인 것이다. (pp.159-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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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기억을 찾으려 헤매던 남자는 정체모를 남자의 전화를 받고나서 성인방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달의 요정 세일러문을 코스프레한 예쁜 여자를 만난다. 위 문장을 이해할 수&#160;있다면, 소설 전체를 이해할 수 있는 것과 같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유없이 성인방이 등장했을 리 없고, 오늘날 성인방의 역할론에 대해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그곳은 굉장히 낯익은 이 도시의 단면이기도 하니까.&#160;애초&#160;목적이 있어&#160;들어간 곳이 아니므로 달의 요정 세일러문과 남자 사이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160;성인방을 나온 남자는 또다시 오래 전에 헤어진 누이를 찾기 위해 전 매형을 찾아가기로 한다. 전 매형과 누이를 차례로 대면한 후, 누이를 향해 느낀 욕정을&#160;참회하기 위해 신부를 찾아간 남자가 마지막으로 대면한 것은 바로 K2&#160;자신이었다. 어젯밤 자신의 끊긴 행적을 찾아 나서&#160;3일간 돌아돌아&#160;찾은 것이 본인인 셈. K2는 K와 같으며 또한 같지 않았다. K는 혼란을 느낀다.&#160;
아내는 돌아온 K를 나무랐다. 딸과 강아지는 반가워 어쩔 줄을 몰랐다. 아내 말에 의하면 자신이 한 달만에 돌아온 거라고 했다. K는 드디어 돌아온 것이다. 자신을 찾은 것이다. 낯선 아침을 시작으로 낯선 자신의 모든 것을 샅샅이 훑다 비로소 낯익은 자신으로 돌아온 것이다. 참 오래, 많이도 돌고 돌아서. 아내는 반가워했다. 그것만으로도 K는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원래의 자신이라는 걸.&#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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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인저의 말이 사실이라면 아내는 한 달 이상 K를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동안의 별거로 보류했던 부부간의 성적 욕구를 채우기 위해 강제로 성폭행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K는 레인저의 아내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비록 성적 행위로 표현되고는 있지만, 부부간의 인연은 우표와 같아서 처음에는 혀끝의 침만으로도 잘 붙지만 시간이 지나면 접착제를 따로 발라야만 봉투에 붙일 수 있듯이, 이렇게라도 성행위를 해야만 부부간의 접착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재확인하는 행위였기 때문이다. 결국 K와 아내는 서로 육체적 물물교환을 나누고 있는 것이며, 날마다 수금을 하는 고리대금업자의 외상 장부에 일수 도장을 찍는 재계약 행위를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160;
            그러나 지난 이틀 동안 K가 아파트의 또 다른 아내에게서 느꼈던 냉동된 시체와 같은 차가움, 해부실의 시체를 시간하는 변태성욕자 같은 섬뜩함, 세일러문처럼 살아 있는 인간의 피부가 아니라 실리콘으로 모조한 말랑말랑한 인조피부의 감각, 무화과 잎으로 엮어 가린 사타구니 속에 매달린 K의 위축된 성기와는 달리 세탁소 아내의 몸은 따뜻하였고, 친밀하였으며, 익숙하였다.&#160;(pp.35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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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정말로 돌아온 것일까. 이 낯섦을 향한 여행이 다시 시작되지는 않을까. 누구세요? 나도 모르겠어요. 그렇게 말할 날들이 오는 건 아닐까. 언젠가 남편이, 아내가, 엄마가, 아버지가, 옆집 아저씨가, 옆집 아줌마가, 온통 한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을까. 세상에 비밀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내가 존재할 뿐. 그것도 내가 나라는 것을 증명할 수 없는 내가 존재하는 것일뿐.&#160;
그런 의미에서 [달의 요정 세일러문]의&#160;가사는 절묘하다. 이런 가사였다.&#160;&#1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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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안해 솔직하지 못한 내가&#160;<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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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이 순간이 꿈이라면&#160;<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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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며시 너에게로 다가가&#160;<br />
            <br />
            모든 걸 고백할 텐데.&#160;<br />
            <br />
            전화도 할 수 없는 밤이 오면&#160;<br />
            <br />
            자꾸만 설레이는 내 마음&#160;<br />
            <br />
            동화 속 마법의 세계로&#160;<br />
            <br />
            손짓하는 저 달빛&#160;<br />
            <br />
            밤하늘 저 멀리서 빛나고 있는&#160;<br />
            <br />
            꿈결 같은 우리의 사랑.&#160;<br />
            <br />
            세일러문의 목소리는 의외로 맑고 청아하였다. 야밤에 창문 밖에서 부르는 세레나데와 같은 sweetheart의 mood를 띠고 있었다. 세일러문의 노래 소리는 이어졌다.&#160;<br />
            <br />
            수없이 많은 별들 중에서&#160;<br />
            <br />
            당신을 만날 수 있는 건&#160;<br />
            <br />
            결코 우연이라 할 수 없어.&#160;<br />
            <br />
            기적의 세일러문.&#160;(p.267)&#160;&#160;
            다정히 감싸오는 저 달빛은&#160;<br />
            <br />
            나를 보는 당신의 눈빛&#160;<br />
            <br />
            수없이 많은 별들 중에서&#160;<br />
            <br />
            당신을 만날 수 있는 건&#160;<br />
            <br />
            결코 우연이라 할 수 없어.&#160;<br />
            <br />
            기적의 세일러문. (p.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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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구처럼 보여요?&#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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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1176/53/cover150/8958660945_2.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8660945</link></image></item><item><author>아이리시스</author><category>2009-2011</category><title>지금 이 순간부터 시간아 멈춰라 - [한밤의 궁전]</title><link>http://blog.aladin.co.kr/irisis83/4794951</link><pubDate>Tue, 17 May 2011 18:0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irisis83/479495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2215427&TPaperId=4794951"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887/23/coveroff/895221542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2215427&TPaperId=479495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한밤의 궁전</a><br/>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김수진 옮김 / 살림 / 2011년 02월<br/></td></tr></table><br/>[한밤의 궁전]이라 이름붙인 일곱 소년, 소녀들의 열여섯살 아지트. [돈키호테]의 작가 이후 최고의 팬층을 지녔다는 스페인 작가 사폰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인도 캘커타가 이야기의 배경이다.&#1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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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네 안에서 살아갈 거다, 쉬어. 너의 머릿속에서, 너의 영혼 속에서, 네 몸 안에서." 자와할이 대답했다. "내일 아침 동이 트기 전에 네 입술은 나의 입술이 되어 있을 것이고, 네 두 눈은 내가 보는 것을 보게 될 거야. 내일이면 넌 불사신이 되어 있을 거다, 쉬어. 아마도 더 바랄 게 없을걸?"&#160;(중략)
            "널 사랑하니까, 쉬어... 너도 이런 말 들어봤을 거다. 사람들은 늘 가장 사랑하는 것을 죽이고 산다는 것을 말이야." (p.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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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고자 했지만&#160;그걸 막는&#160;단단한 벽에 부딪쳐 꿈을 이루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한 남자가 이루지 못한 꿈과 자신으로 인해 희생당한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이기지 못하고 증오와 복수의 화신이 되어 돌아온다. 16년의 기다림 그리고 누군가가 끝내주지 않으면 번지는 불길처럼 더욱 자라날 세상을 지배하고자 하는 오욕.&#160;&#160;
이런 남자를 막기 위해 선 건 하필 16년 전 그의 꿈 때문에 희생당한 아내의 뱃속에 있었던 쌍둥이 벤과 쉬어다. 당시 대영제국 식민지배의 가혹함이 뿌리속까지 뻗쳤던 도시 캘커타에 철도와 기차를 놓아서 그들의 꿈에 다가가고 싶었던 남자는 꿈이 좌절되고 가족들마저&#160;철저히 흩어져 죽임 당하자 다시금 세상에 돌아와 자신의 정복 아래 이 도시를 바꿀 수 있다는 꿈을 현실화 시키려 하지만 그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필요로 하는 사람이 그토록 지키고 싶었던 자신의 아이들이란&#160;비극적 결말과 마주한다.&#1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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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극과 불운이 깃든 장소들은 유령 이야기나 귀신 이야기의 보고가 되기 마련이다. 캘커타는 그 검은 도시 곳곳에 수 없이 많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그 누구도 믿으려 들지는 않지만, 세대에서 세대를 거슬러 내려가면서 마치 그것만이 유일한 역사적 사실인 것처럼 끝없이 이어지고 또 이어지는 이야기들 말이다. 흔히들 캘커타 사람들에게는 기이한 지혜가 내재되어 있어서, 보이지 않는 그들의 얼과 늘 감춰져 있어서 결코 내뱉지 못한 저주의 말들 속에 진정한 캘커타의 이야기들이 씌어 있음을 알게 된다고들 한다.&#160;&#160;<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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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순간에 라하와즈 찬드라 차테르기의 갈 길을 밝게 비춰 준 것도, 스스로 자신이 내뱉은 저주의 말들이 만들어 낸 미로 속으로 속절없이 추락해 버리고 말았음을 깨닫게 한 것도 어쩌면 바로 그 '지혜'였는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그는 과거의 상처를 끝없이 되살리는 형벌에 처해진 영혼만이 느낄 수 있는 깊고 깊은 고독 속에서, 자신이 파괴하고자 했으나 동시에 아직은 자신의 손으로 살려 낼 수 있는 생명들의 가치를 절실히 깨닫게 된 것 같다. '불사!' 안에서 타오르는 자신의 분노의 불꽃을 영원히 잠재우려는 아들 벤의 얼굴에서 그가 과연 무엇을 보았는지는 알 수 없다. 아마도 광기 속에서도 잠시나마 '그랜트 하우스' 시절 이래로 온갖 냉혈한들이 그에게서 탈취해 간 사려를 되찾을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p.에필로그)<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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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선과 악이 얼마나 덧없는 지를 보여주었다.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된다는, 또 그 반대라는 우스갯소리는 아마도 철학적 사고에서 나왔거나 경험한 누군가가 진정을 담아 내뱉은 말인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의 절대적인 친절이란 거, 사랑이란 거 없을 지도 모른다. 타인을 사랑한다고 믿지만 어쩌면 지독하게 자신만을 사랑하는 존재가 인간이라는 말처럼. 살아가는 게 두렵다는 생각보다는 지루하다는 생각이 많이 했다. 지루하게 살 바엔 죽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했다. 어쩜 지루할까. 왜 지루한가.&#160;내 속에 뭐가 들었는지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는 주제에.&#160;&#160;&#160;&#160;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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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주 그런 생각을 한다. 누군가의 무엇을 빼앗아오는 꿈.&#160;&#160;
때로는 냉정함도 분노도 광기마저도&#160;빼앗고&#160;싶은 사람이 있기 마련이고, 아주 가끔은 필요해서가 아니라 상대의 불행을 위해 빼앗고 싶은 것들도 존재한다. 그럴 수 없기에 인간세상이지, 그럴 수 있다면 아마 모두가 영혼이거나 죽은 상태여야 할 것이다. 우정이나 사랑이 도움줄 순 있지만 우정이나 사랑이 해결할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벤과 쉬어의 상처는 앞으로도 쭉 둘만의 것이어야 할 지도 모른다. 사람에겐 자기가 견뎌야 할 딱 그만큼의 과제가 주어지고 그걸 해나가는 것이 사는 일인 것처럼. 사는 건 역시 일이다.&#160;&#160;<br />
&#160; <br />
매일 타인과의 관계에 허덕이고 세상의 기대에 부응하려 발버둥치면서 너나할 것 없이 지쳐가는 걸 보며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라는 걸 다시금 실감한다. 아는 게 많아지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고, 세상을 다각도에서 볼 줄 알게 되면 기준은 모르겠지만 좀 더 나은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어느 정도는 맞고 어느 정도는 틀린 말이다. 나를 모르면서 타인을 알겠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고, 나를 사랑하지도 못하면서 타인에게 죽도록 사랑한다 소리치는 게 의미있는 일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늘 앞만보고 살아가는 존재가 인간이기도 하지만 오늘은 정말 딱 지금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 시침과 분침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겁에 질려 죽을 것 같다. ]]></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887/23/cover150/8952215427_1.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2215427</link></image></item><item><author>아이리시스</author><category>2009-2011</category><title>누가 날개 잃은 새이고 누가 새가 아닌지 - [7년의 밤]</title><link>http://blog.aladin.co.kr/irisis83/4790882</link><pubDate>Mon, 16 May 2011 01:2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irisis83/479088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6604991&TPaperId=4790882"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988/67/coveroff/8956604991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6604991&TPaperId=479088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7년의 밤</a><br/>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03월<br/></td></tr></table><br/>세령아, 우선 날 언니라고 불러줄래? 아니다. 이모라고 해야겠다. 언니가 말이야, 네가 생각한 것보다 나이를 많이 먹었거든. 언제부터? 몰라. 그렇게 됐어. 그리고 정말 미안해. 어느 밤 너를 그냥 못본&#160;채로 길을&#160;지나친 것,&#160;단 한 번도 네 말을 처음부터 끝까지&#160;들어주지 못한 것, 아프고 외롭고 무서웠을 텐데 네가 영리하고 예쁘다는 이유로 늘 혼자 둔 것, 네게는 어니만 있으면 될 거라 치고&#160;언제나 같이 하고 싶어했던 인형놀이 한 번 함께 못해준 것도 다 미안해. 그래, 다 미안해. 왜 이제야 미안할까, 신경질나게.&#160;무서웠지?&#160;네게는 그날 밤이 아니라 그 전후의 시간들이 더 지옥같았을 거야. 세상의 빛을 본 후 아빠라는 사람과 엄마라는 사람을 알게 된 후부터 내내 겁에 질려야 했을 거야. 약하고 여린 엄만 널 지켜주지 못했고, 아빠라는 사람은 세상에 저만 아는 이기적이고 무서운 사람이었으니 결과적으로 엄마든 아빠든 너에게 별반&#160;다르지 않은 무능하고&#160;두려운 존재일 뿐이었을 거야.&#160;그런&#160;너에게 미안해하면서도 언니가 줄곧 맘에 담고 있는 그 아이도 그랬어.&#160;열세살 때 이미 아빠와 엄마를 모두 잃었다는 점에서 너와&#160;같았어.&#160;추적추적 비내리는 어둠 속 도로로 두려움에 떨던&#160;발길로 뛰쳐나오다 일이 벌어졌을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를 부르며 정신을 놓던&#160;네 목을 누른 건, 그래서&#160;너와 세상 사이에 다리를 놓아버린 건 분명 다른 사람이었어. 하지만 너를 죽인 건 그 사람보다 더 악한 네 아빠였다고 언니는 생각해.&#160;누가 더 원망스럽냐고 묻지는 않을게. 네가 그런 아빠를 가졌다고 동정하는 것도 아니야. 언니가 바라는 건 다만, 이제 사람들을 용서해. 이제 그만 너를 아프게 만든 이 세상 모든 어른들을 용서해. 그리고 좋은 곳으로 나비처럼 날아가길 바랄게. 부디, 세상에 둘도없는 행복한 꼬마숙녀가 되기를. 그래서 우리 먼훗날 다시 만나게 된다면 언니는 절대로 널&#160;작고 힘없고 여린 꼬마라는 이유로 아프게 하진 않을게. 언젠가 이런 언니가 조금 용서가 되면 그때&#160;언니에게로 놀러오지 않을래? 소설 속 누구보다도 네가 가장 보고 싶어. 그땐 언니가 가진 것 중에 가장 깜찍하고 사랑스러운 립스틱을 발라줄게. 이제 말해봐. 누가 가장 보고 싶어? 언니? 엄마? 참, 엄마는 당분간 너를 보러 갈 수가 없을 것 같대. 언제나 반짝반짝 빛났던 세령이가 죄책감과 미안함에 결코 보러갈 수 없는 엄마를, 엄마라 불렸지만 세령이보다 훨씬 어리석었고, 세령이보다 무척 겁이 많았던, 세령이보다 엄청 비겁했던 엄마를, 이제 그만 용서한다고 말해주라. 비오는 밤엔 네가 생각날 것 같아. 세령이와 세령이의 꿈과 세령이의 맑은 눈빛과 세령이의 빛나는 웃음이 떠오를 것 같아. 차라리 비가 와도 좋겠지. 비내리는 날 세령이가 돌아온 거라고 믿을게. 그러면 어른인 언니로서는 세령이가 여기서보다는 좀 더 잘 지내고 있다고 그렇게 믿을 수 있으니 그건 아마도 좋은 일일거야.<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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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세령이의 행복을 비는 아이리시스 언니가&#160;&#160;&#160;
사람들이 이 소설을 놓고 하는 이야기들은 드디어 한국형 사회스릴러가 하나 탄생했으니 일본이나 할리우드 추리물이나 스릴러물과 비교해 어느 점이 낫고 또 그렇지 않은지 실컷 까보자는 심산인 듯한데, 난 일본 추리소설이나 할리우드 스릴러의 플롯을 잘 알지도 못할 뿐더러 플롯이 잘 짜였고 아니고 그게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인지한 사실은 작품이 일본이나 할리우드 출신일 때는 좀 더 자극적인 과정과 결말을 기대하며 설렁설렁 재미로 읽기 쉽지만 탄생물이 우리 것일 때, 그런 안일하고 흥미로운 생각은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상하다. 나도 웬만큼 자극적인 것엔 꿈틀하지도 않고, 또 많은 것들을 그렇게 볼 자신이 있을 뿐더러 실제로도 그렇다. 그런데 세령과 서원이 내 어린 동생, 조카, 딸이나 아들이라 생각하니 이건 소설이 아니라 내 주위에서 일어난 커다란 비극이었다. 나도 놀랄 정도로, 나도 이해되지 않을 정도로 아프고&#160;먹먹한 꿈같은 현실이었다. 한쪽에선 아동학대로 꽃피워보지도 못한 꿈들이 죽어가고, 한쪽에선&#160;제자식이 최고라고 따귀 한 대 맞으면 쪼르르 학교로 달려와 선생님 싸대기를 올려부치니 대체 어느 장단에다 춤을 춰야 할지 알 수가 없는 현실 말이다. 그래서 소설은 소설이 아니라 사실이었고, 사실이 진실이었고, 진실이 곧 현실이었다.&#160;&#160;
나는 헷갈렸지만 이게 소설의 의미만은 아닐 거란 걸 알았다.&#160;아무도 어쩌지 못할 세상의 쳇바퀴였다. 그래서&#160;하늘에 있는 세령이에게 편지 한 통을 꼭 보내고 싶었다. 네가 그렇게 된 건 네 탓이 아니라 못나고 못되쳐먹은 꼼수투성이 어른들 탓이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싶었다. 서원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고스란히 피해를 당한 건 그 아인데(죽은 세령을 빼고) 대체 그 아이가 잘못한 게 뭐가 있나. 자신을 끔찍하게 위하는 아빠 밑에서 그리고 생활력 강한 엄마 품에서 한껏 어리광부리며 자랐지만 티끌 하나 없이&#160;맑고 투명하기만 한 아이였다. 하지만 지난 7년은 물론 앞으로도 그 아이는 아마 평생을 응어리진 한을 자신도 모르게 가슴 속에 품고 살아가야 하는 숙명을 타고났기도 하다.&#160;아빠의 실수가 주는 내림의 댓가라기에 너무도 지독하고 서글픈 상처다. 그래서 더이상 생각하기 싫은 남의 인생이기도 하다. 소설 속에서 현수와 은주는 끔찍한 자식사랑을 보여주는 것과는 반대로 늘 싸우거나 윽박지르거나 하면서 행복하지 않은 부부의 모습을 보이는데, 다들 그렇듯 그들에게도 설레는 처음은 있었다. 동생 영주의 소개팅 대타로 나가게 된 은주. 덩치는 큰 주제에 한없이 수줍은 남자 현수. 몇 번째 만남에서 동생 영주까지 합석한 자리에서 둘의 시작, 영화 &lt;열아홉번째 남자&gt;.&#1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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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영혼을 믿고, 남자의 거시기, 여자의 엉덩이, 뚝 떨어지는 커브볼, 강한 근성, 고급 스카치, 방종으로 가득 찬 수잔 손탁의 소설들, 오스왈드의 단독범행, 인공 잔디와 지명 타자 법안도 수정되어야 한다고 믿지. 유효 타구 면적과 달콤하고 소프트한 포르노..."&#160;&#160;<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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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주는 얼굴이 벌게지는 걸 느꼈다. 이게 돌았지, 싶었다. 똥을 바를 데가 없어서 언니 얼굴에다 바르나. 그것도 팀 로빈스 앞에서. 현수의 반응은 달랐다. 얼굴에 감돌던 긴장이 사라지고 예의 소년 같은 미소가 퍼졌다. 토실토실한 입술에서 상상도 못한 말이 흘러나왔다.&#160;&#160;<br />
            <br />
            "크리스마스 선물은 이브가 아니라 아침에 풀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나는 길고 느리고 깊고 부드럽고 촉촉한 키스를 사흘 내내 할 수 있다고 믿지."&#160;(pp.209-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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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시작은 있다. 행복할 시작, 새로이 할 시작, 꿈을 꾸는 시작. 기분좋은 시작이 있으면 오지 말아야 할 끝도 있는 법. 그래서 서원에게 이런 끔찍한 아픔이 닥쳤나. 아버지가 죽어서라도 나를 지키고 싶어했다는 사실을 알고도 동요않는, 스무살이 되기도 전에 이미 마음을 감추는 법을 먼저 알아버린 가엾은 아이가 이 소설에 나온다. 세령은 죽어서 가엾은 아이지만 서원은 살아있어 가엾은 아이다. 아마 그 아이에게서 어떤 착잡함을 본다면 그건 세령에 대한 죄책감에서, 세상에 대해 무관심했던 본인에 대한 패배감에서 나오는 감정일 것이다. 소설에는 두 아버지가 나온다. 딸의 죽음을 파헤쳐 복수하려는 아버지와&#160;죽어서라도 아들을 지키고픈 아버지. 두 아버지는 언뜻 같아 보이지만&#160;전혀 다른 아버지다. 누군가를 죽이면 나쁜 사람이고 그렇지 않으면 좋은 사람일까. 그 이분법적인 상식이 얼마나 덧없는지 또한 알게 해주는 배려깊은 소설이다. 분노가 아니라 용서를 말해야 할 시점에 도리어 복수를 꿈꾸게 하고, 복수를 꿈꿔야 할 대상에게 관용을 베풀고 싶어지는 진실이다.&#160;&#160;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160;몰랐다. 복수든 배려든 용서든 하나만 할 수 있으면 쉬울 텐데 세상에 쉬운 것은 없었다. 서원은 또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승환은 왜 서원 곁에서 그저 마음 좋은 아저씨로 남을 수 있었나. 서원의 엄마는 악마 같은 오영제에게 너무 쉽게 죽임을 당하지 않았나. 이것들은 스포일러가 되지 않을 것이다. 소설은 다만 소설일 따름이지만 스포일러는 마음 속에 응어리졌다 사라지는&#160;온갖가지 마음들 속에 있을 것이다. 그래서 과감히 썼다. 누가 가해자이며 누가 피해자인지 가늠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일테고 그렇지 못하면 이 책을 구해 읽어내려가면 그뿐이다. 세상을 살면서&#160;전혀 의도치 않게도 누군가의 인생을 가로챌 수 있고, 사소한 잘못으로도 인생의 밑바닥까지 떨어질 수 있다.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지만&#160;지금부터 쓰려는 구절은 정말이지 절절했다. 아빠 얼굴이 자꾸 생각나 도로 밀다가 다시 읽다가 다시 밀었지만 결국 옮겨 놓는다. 저작권법 위반으로 잡혀들어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소설이 추리소설이라 믿어서 이게 스포일러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말이다. 내게 이 구절은 이 시대 자식을 끔찍히 사랑하는 아버지들의 아름답고 절박한 목소리일 뿐이니까.&#160;&#160;&#160;&#1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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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젠 너도 알았을 거다. 세령호에서 내가 뭘 쓰고 있었는지. 그때 내가 팀장님을 설득해서 자수를 하게 했다면 어땠을까, 아니면 신고를 하든가. 그랬다면 그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야. 그런데 난 기다렸어. 기다려달라는 말이 자수를 결심할 시간을 달라는 뜻이 아니라는 거 눈치챘으면서도, 나 자신한테 한사코 그렇다고 우긴 거야. 당시에는 내가 왜 그랬는지 몰랐다. 그날 밤, 경찰서에서 사건진술을 하던 중에 깨달았지. 담당형사가 답을 말해주더라. 당신, 소설 결말을 알고 싶었구먼. 충격이 컸다. 형사 말 때문이 아니라, 그게 진실이라서.&#160;&#160;
            블루 오브 증후군(Blue Orb Syndrome)이라는 게 있어. 바다에서 일어나는 광장공포증이지. 깊고, 넓은 해저에 나 홀로 있다는 인식이 엄습하면, 공포에 사로잡힌 나머지 의식이 핀 포인트가 되는 거야. 감압은 말할 것도 없고 숨을 뱉는 일까지 잊어버려. 그 일이 내게 남긴 게 그거다. 뭔가를 쓰려고 노트북을 켜면 내 앞에는 워드화면 대신 블루 오브가 열리는 거다. 길을 찾으려 들면 들수록 넓어지고 깊어지며 광활해지는 공간. 나는 그 어둡고 푸른 우주에서 미아가 되곤 했어. 대필을 시작한 건 그 때문이야. 누군가 던져주는 얘깃거리를 정리하면 되는 일이니까. 동네 근린공원을 달리는 것처럼 편안했어. 길을 잃을 염려도 없고, 아직 글을 쓰고 있다는 안도감을 얻을 수 있고, 밥벌이까지 했으니, 나름 성공한 셈이지. 이게 본래 내 그릇이라고 인정하지 못하는 게 괴롭긴 했지만. 소설 한 편 내고 소설가 인생이 끝장났다는 생각이 들면 정말 미칠 것 같았거든.&#160;&#160;
            그럴 때마다 네 이야기를 썼어. 미아가 되지 않고 쓸 수 있는 유일한 내 글이었지. 오늘 무슨 책을 읽었는지, 어떤 의견을 내놨는지, 무얼 먹었는지, 무얼 좋아하는지, 무얼 싫어하는지, 삐쳤을 때와 화났을 때와 난감할 때의 행동이 어떻게 다른지, 다이빙 실력이 얼만큼 늘었는지, 이번엔 얼마 만에 학교를 옮겼는지. 매달 말일이면, 그걸 팀장님에게 보냈다. 답장을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pp.50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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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은 반응이 없었다. 내가 알기로 사랑을 듬뿍 받는 쪽은 언제나 말이 없다. 그는 그래도 자신을 이렇게 쫓기듯 도망치며 살게 만든 아버지가 하염없이 원망스럽다. 그게 당연한 것이다. 그는 이제 고작 스물 남짓인데, 열세살 때부터 이런 식으로 살아온 것이다. 아버지를 사랑하는 것과 이해하는 것은 다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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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넌 아니기를 바란 거야." (p.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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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식으로 말하자면 살아있는 피해자 서원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참 다행이다. 내게는 아직도 날 영원히 지켜줄 아빠가 있다는 게. 서원에게도 승환 아저씨가 있을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그가 잘 견디며 살아가기를 응원할 뿐이다. 더이상 그의 날개가 꺾이지 않길 기도할 뿐이다. 누가 피해자가 됐든 비록 가해자의 편에 선 그지만, 아무 잘못 없는 그에게도 한 번쯤 기회를 주어야 하지 않을까. 제대로된 삶을 선사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그게 공평할 것 같다. 위험하지만 아름다운 세상이 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지금의 나로서는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가 없다. ]]></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988/67/cover150/8956604991_2.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6604991</link></image></item><item><author>아이리시스</author><category>2009-2011</category><title>이유라면 이유일 수 있지만 - [달과 게 - 2011년 나오키상 수상작]</title><link>http://blog.aladin.co.kr/irisis83/4789782</link><pubDate>Sun, 15 May 2011 16:4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irisis83/478978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833190&TPaperId=4789782"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1119/76/coveroff/893783319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833190&TPaperId=478978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달과 게 - 2011년 나오키상 수상작</a><br/>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03월<br/></td></tr></table><br/>부활의 [Lonely Night]을 한창 돌려듣던 얼마전까지 자꾸 머리속에서 꼬물거리던 한구절을 제목으로 정하고 글을 시작한다. 읽어야 할 이유가 하나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걸. 마지막 장을 덮을 때 그 생각을 했다. 나를 확 사로잡을 장면이 하나쯤 나올듯 싶었는데 그렇지가 않아 대실망이었다. 읽는내내 꾸벅꾸벅 졸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 사실 이런 성장소설은 일본정서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것이다. 어린시절의 불장난과 트라우마, 부모를 향한 조그만 불만과 분노, 친구들을 통한 해결과 애착이 가는 대상 등등. 로맨틱 코미디 다음으로 우리나라가 제일 좋아하고 또 잘 만드는 것들이다. 대상물이 책일 때 평소 비판덩어리인 나는 대부분 불만없이 받아들인다. 스스로도 어이없게 재미는 없지만 그건 그냥 내 탓일거야 해버리는 것이다. 책읽기를 무기삼는 여자의 허세라고 해도 좋고, 그만큼 책을 사랑한다고 봐도 좋다. 시간을 꽤 들여야 소비할 수 있는 책 한 권을 단지 재미로만 일희일비 논할 수 없다는 게&#160;평소 지론이다. 하다못해 지루한 책을 끝까지 읽어내는 내게서 적어도 끈기와 인내는 발견할 수 있으니 정말이지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삶이 비교적 짜증스럽고 거북했던 시기에 이 소설은 기존에 기대한 달이라는 소재가 주는 환상성도 전무했고, 게라는 소재가 주는 상징성도 너무나 모호해서 무언가에 쫓기듯 탐미하며 읽어내리던 내게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었다. 한 가지 교훈이라면 모든 일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는 대사 정도. 할아버지 쇼조가 손자 신이치와 손자의 여자친구(그냥 친구일 뿐) 나루미에게 읊조리듯 나직하게 내뱉은 말에서 한톨의 위로를 얻었다면 호들갑일까.&#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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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일에는 반드시 이유라는 것이 있다. 세상일 전부에 분명히 이유가 있어. 내 다리가 잘린 것도, 그때 그 녀석을 제대로 찾지도 않고 도망쳤기 때문이야. 제일 먼저 도망쳤기 때문이지. 뭐든지 결국은 말이다..." (p.189)&#1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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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뜨는 밤 친구와 둘이 하던 소라게 놀이는 아버지의 죽음을 트라우마로 안고 사는 신이치나 아버지에게 이유없는 학대를 당하는 하루야에게 서로를 향한 묵언의 위로이자 배려였을 것이다. 두 남자아이 사이에 나루미라는 한 여자아이가 끼어들지 않았다면 그들은 그럭저럭 평화로운 사춘기를 보냈을 지도 모른다. 예나 지금이나 신비로운 남자와 여자의 사이, 관계, 그리고 굴곡. 어릴 때나 자란 후에나 그건 꽤 재미있는 사건들을 물어온다. 말없는 위로가 서로를 향한 유일한 마음이었을 순수한 소년들이 한 소녀를 사이에 두고서 드디어 미묘한 신경전과 떨림, 우정의 균열 그런 것들을 배우게 된 것이다. 소년과 소녀의 감성은 남자와 여자의 그것보다 훨씬 섬세하고 올곧다. 그래서 재미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난 이미 어른인데 엄마의 새로운 연애에 대해 속끓이고, 아버지의 폭력에 대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소년들 사이에서 어떤 존재인지도 모르고 자꾸만 그 사이로 끼어드는 소녀의 무심함이 어느땐 예쁘기도 하겠지만 지금의 내겐 무료했다. 소년과 소녀는 예뻤지만 이제는 다 큰 여자인 나로서는 공감할 수 없었던 상황.&#160;&#160;&#1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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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가에 둘러싸여 간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이제 곧 자신은 나갈 수 없어진다는 감각만이 신이치의 가슴속에서 1초마다 강해져 갔다. 어디에서 나갈 수 없어지느냐고 물어도 여기라고밖에 대답할 수 없다. 그리고 여기는 자신이 지금까지 전혀 모르고 지냈던, 시간과 감정 그리고 모든 것이 애매한 새로운 장소였다. 머무르기 아주 편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수면에 흩어진 정어리 냄새를 들이마셔도, 물론 역하다는 느낌은 들지만 싫지는 않았다. 이 기분은 초등학생이 되고 나서 처음으로 맞이한 겨울에, 감기에 걸려 열이 심하게 났을 때와 아주 비슷했다. 엄마가 거실에 깔아준 이부자리 속에다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 몸을 누이고 히미하게 벌린 눈꺼풀 사이로 하얀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을 때, 세상의 모든 일이 자신에게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듯이 느껴졌고 싫은 일도 귀찮은 일도 전부 자신과는 관계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는 나른해서 어찌할 도리도 없는데, 어째서인지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달리거나 날거나 뛰어오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지금까지 보내왔던 그 어떤 순간보다도 빨리, 높이, 힘차게. (p.323)&#1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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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아이가 소녀가 되고 남자아이가 소년이 될 때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그 시기 세계는 오래도록 어른들을 중심으로만 돌아서 자기네들이 얼마나 예쁜지, 얼마나 자라고 있는지도 모른 채 그 시기들을 무작정 견디는 것밖에는 주어진 하루가 없다. 막상 여자나 남자로 자라나도 별 수 없다는 걸 깨닫기까지 많은 시간을 그렇게 보내야 한다는 것이 삶의 본질이 아닐까. 어린 아이였을 때는 좀 더 크면, 어른이 되었을 때는 좀 더 시간이 흐르면, 그러다 끝맺음 하는 게 인생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일 때, 어른들이 주입하는 삶의 방식에 너무 자신을 매어놓지 않기를, 그들의 삶은 그들의 것일뿐, 자신을 평생 지배하는 것일 수 없음을 꼭 가르치고 싶다. 이유라면 이유일 수 있지만 이유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이 예쁜 아이들이 더욱 예쁘게 커갈 수 있는 길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들을 빠짐없이 겪어야 하는 것을 성장통이라고 부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1119/76/cover150/8937833190_1.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833190</link></image></item><item><author>아이리시스</author><category>2009-2011</category><title>과학혁명은 멋지지만, 내겐 너무 어려운 - [과학혁명 - 유럽의 지식과 야망, 1500~1700]</title><link>http://blog.aladin.co.kr/irisis83/4576033</link><pubDate>Tue, 01 Mar 2011 00:1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irisis83/457603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4620100&TPaperId=4576033"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869/69/coveroff/896462010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4620100&TPaperId=457603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과학혁명 - 유럽의 지식과 야망, 1500~1700</a><br/>피터 디어 지음, 정원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11년 01월<br/></td></tr></table><br/>르네상스가 시작되고 얼마 후, 대부분의 분야가 문화라는 통합점을 필두로 정립되어 가던 16세기에서 17세기를 훗날 학자들은 '과학 혁명'의 시기라고 불렀다. 대부분의 학설이 그렇듯 바로 그 '과학 혁명'을 인정하는 자와 인정하지 않는 자들의 부류가 나뉘긴 했어도, 그 시기 과학이 다른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만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했다. 문화와 예술이 다른 분야를 감싸며 발전하는 르네상스가 그랬듯 과학 또한 유럽의 갖가지 물결들을 통해 통합되었는데 바로 이 시기의 과학은 이론적으로나 학문적으로도, 또 실체적으로도 엄청난 발전과 대립을 불렀다. 과학 혁명 이전에는 모든 것이 신과 종교로 귀결되던 시대였으니 과학이라 해도 실험과 경험에 근거하기 보다는 단순이론이나 설명에 의존했기에 논의나 다툼을 별반 부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13세기 이후 이탈리아 등에 세워진 대학과 인쇄술의 발달은 새로운 것에 대한 갈증을 추구하고 무언가를 만들어 내고자 했던 이들의 빛이었다. 이때부터 아리스토텔레스와 스콜라 철학의&#160;개념정립과 정리는 과학 혁명의 시작이 되었고, 과학 혁명이라 부를 수 있는 대대적 변화가 이뤄진 것이다. 과학 혁명이 학문상 정립된 용어인지는 모르지만 번역자 또한 한국어로 이렇게 옮길 수밖에 없었음을 필력하니 제목으로서, 과학의 발전과정에 있어서도 꽤 중요한 용어임이 분명하다.&#160;
많은 것이 부존재하던 시대의 의견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무분별하고 다양했다. 우리가 익히 알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철학을 깨어나오는 과정은 철저하고 놀라웠다. 언급되는 많은 철학자와 수학자, 과학자를 논외로 하고도 관념 속에 머무르는 철학으로서의 과학(아리스토텔레스의 '삼단논법' 같은 것)을 실증적인 경험과 객관적 연구로 탈바꿈시키는 여러 방면의 이론들은 그야말로 혁명일 수밖에 없었다. 다양한 사례를 들고&#160;있었지만 과학과 철학이 뒤엉킨 탓에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던 건 내 얕은 지식 탓이라고 해도, 읽어내는데 기본적인 과학과 철학 지식이 필요한 책이었기에 흘러내린 부분이 꽤&#160;되는 점이 아쉽다. 그러고보면 모든 분야의 초기지식은 언제나 철학이었다. 고대나 중세에는 전부였던 철학이 현대로 오면서 점점 뒤로 물러나는 후퇴 학문이 됐는데 모든 것의 뿌리가 철학이라면 어째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고민이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철학은 쓸모없는 학문이고 과학은 실천적 학문이라면, 이처럼 그 뿌리를&#160;철학에 두고 있음을 알게 되는 학문들을 어떻게 기초부터 설명할 수 있을까. 어쩌면&#160;오늘날 과학자를 만들어 내는 건 실험적 경험과 자연철학이 반반씩 섞인 통합적 지식일 것이다.&#160;&#160;
오늘날 통신의 발달을 그럼 과학 혁명으로 설명할 수&#160;있을까. 이론적으로&#160;정립된 꼬리를 물고 늘어져 발달해온 경험과 실험으로 표출된 시대가 과학 혁명의 시대라면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과학에의 새로운 연구성과들은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16세기에서 17세기까지의 과학 혁명이 단지 과학의 발전만은 아니었듯, 모든 분야가 서로 유기적 관계를 가지고 맞물려 발전해야 한다는 대전제의 명제만을 얻게 된다. 내겐 어려웠지만, 그래서 유익했다. 과학 혁명 뒤에&#160;관념적 사유나 철학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자체도 그렇지만, 우리가 익히 알던 이론들을 뒤엎으면서&#160;새로운 학자의 연구결과가 나올 때 그때 한걸음 발전하는 거란 이론이 언제나 자기네들 밥그릇 싸움이라고 생각했던 날들을 잊게 해준 것 같다. 오늘날 과학은 단지 과학이 아니라 생활과 밀접히 관련된 행위 자체로 인식된다. 과학의 발전이 곧 인류의 미래를 저당잡고 있기 때문이다. 실천적 과학으로 나아가게 된 과학 혁명의 여러 시기들을 경험하게 해준 것에 고마움을, 과학을 바라보는 시각에 좀 더 유연함을 가르쳐준 것에 감사함을 보탠다.&#160;&#160;]]></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869/69/cover150/8964620100_1.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4620100</link></image></item><item><author>아이리시스</author><category>2009-2011</category><title>되풀이 되는 권력, 다시 묻는 역사 - [동물농장]</title><link>http://blog.aladin.co.kr/irisis83/4574675</link><pubDate>Mon, 28 Feb 2011 18:1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irisis83/457467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6005X&TPaperId=4574675"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4/6/coveroff/893746005x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6005X&TPaperId=457467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동물농장</a><br/>조지 오웰 지음, 도정일 옮김 / 민음사 / 1998년 08월<br/></td></tr></table><br/>잊을만 하면 한 번씩 나도 모르게 자동검색하는 민음사판 세계문학전집 판매량 중 &lt;동물농장&gt;이&#160;오랫동안 상위권에 있는 게 뭔가 모르게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다시 생각해보니 읽어보지 않은 몇 작품 정도와 영국출신 작가 정도 지식으로 한결같이 조지 오웰의 작품을 거부해온 타당한 이유가 없었다.&#160;얼마 전 출간된 그의 산문집 &lt;나는 왜 쓰는가&gt;를 읽기 전에는 생각해보지도 않았을 뿐더러&#160;생각해볼 생각조차 못했다. 읽다 제쳐 둔 이유는 대충 읽어내릴까 두려워서고, 그로인해 그의 주요 작품 넷에 무한한 관심과 애정이 샘솟게 되었다. 그때부터 &lt;동물농장&gt;, &lt;1984&gt;, &lt;버마 시절&gt;, &lt;카탈로니아 찬가&gt;는 내게 한 작품의 연장선으로 인식되었다. 그리고 &lt;동물농장&gt;은 뻔하디 뻔하지만 기승전결과 적당히 열린 결말, 우화를 빙자한 풍자소설로 제격인 그야말로 딱 때맞춤 소설이었다. 하나 유의할 점은 독재권력은 물론이고 그 후환이나 비슷한 상처 하나 몸소 겪어보지 않은 내가 얼마만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나 하는 것이었는데, 때로 러시아 혁명이나 1,2차 세계대전을 잘 알지 못하는 얕은 지식에의 죄의식에도 영향을 미쳐 자꾸 미적거리며 멈칫하게 되었다. 나를 신뢰할 수 없었다.&#160;&#160;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 한들, 내가 읽는 책은 딱 내가 아는 것까지만 보인다. 서둘러 욕심낼 필요도, 굳이 다른 지식이 선행되어야 할 의무도 없었기에 비로소 눈에 들어온 그에 대한 기대를 믿어보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괜한 걱정이었다. 시대를 뛰어넘어 꾸준히 되풀이 되는 유명세는 괜한 것이 아니었다. 마침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는 독재권력에 대한 민중의 투쟁과 더불어 이 작품이 현실성을 초월하여 거의 르포 수준으로 읽힌 것은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좋은 경험이었다. 집단의 광기는 무서운 것이지만 오래 군림해 온 독재권력에 맞서려면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지도자를 통해 뜻을 모으고 힘을 집결하는 일련의 과정 말이다. 거기엔&#160;수직적이 아닌 수평적 지도자가 반드시 필요하다.&#160;존즈네 동물농장의 동물들이 돼지 나폴레옹을 중심으로 단결한 것은 옳았다. 약간의 희생이 있었지만 성공할 수 있었다. 성공 후, 남아있는 집단은 다시금 지도자를 필요로 한다. 그때&#160;모든 동물들이 착각한 건 나폴레옹이&#160;혁명을 시작할 때처럼 여전히 수평적 지도자로 남아줄 거라는 믿음이다. 미안하지만 그런&#160;건 없다. 권력은&#160;휘두를 수 있을 때 휘두르는 것이지, 군림하지 않는 권력이란 건 있을 수가 없다. 동물들이 간과한 건 그 뿐만 아니었다.&#160;&#160;
제때 대항할 수 있었음에도 점차 나폴레옹이 만들어 가는 새로운 권력 구도에 나름대로 적응하고 복종했다는 사실이다. 제대로 반기를 든 동물은 하나도 없었다. 나폴레옹이 자신의 종족과 핏줄로 예전 주인인 인간 존즈와 똑같아지는 걸 방관하거나 따랐다는 사실이다. 방관이나 냉소는 힘이 없다. 개중에는 복서처럼 길들여져서 실컷 복종하다 희생되는 이도 존재했다. 아직 동물농장의 주인이 인간이었을 때 그에게 결탁한 또다른 돼지 스노볼의 최후는 이 작품에서 읽을 수 있는 유일한 통쾌함이다. 나폴레옹을 필두로 돼지와 개들이 점령해가는 동물농장의 공기를 보니 스멀스멀 열이 올랐다. 심지어 돼지가 걷기 시작했을 때 나는 주변에 마치 돼지가 주인인 동물농장이 존재하는&#160;듯 느껴졌다. 조지 오웰의 시대와 더불어 시대적 배경이 읽히지만 잘 모르는 데까진 언급 않겠고, 다만 아쉬운 건 결말이다. 되풀이 되는 동물농장의 결말과 되풀이 되는 우리 역사의 결말. 아무도 예측할 수 없지만 실제로 모두 다 예측 가능한 결말. 우리가 우리보다 하등하다 생각하는 모든 것에 저지르는 사소한 잘못들까지 오버랩 되며 문득 내게는 죄가 없는 지를 돌아보게 된다.&#160;&#160;
어째서 청소년기의 필독서인지 알겠다. 어쩌면 &lt;동물농장&gt;을 읽고 어른이나 친구와 대화해본 아이는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더라도 씩씩하게 이겨낼 수 있는 잠재력을 1% 정도는 가질 수&#160;있지 않았을까 하는 희망이 드는 걸. 내가 다 보호해 줄게 하는 약속보다 난 100%&#160;보호해 준다는 약속 할 수 없으니 나머지는 알아서 해, 라고 교육 받은 아이가 좀 더 씩씩하지 않을까 싶은 걸. 나&#160;또한 좀 더 어릴 때 이 얇고도 뻔한 작품을 먼저 읽었다면 불의에 맞서야 한다는 뻔한 선입관 보다 분노와 울분을 가질 줄 아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배우고, 그것이 어떤 힘든 순간을 나게 하는 원동력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길을 찾는 것은&#160;나이나 세대를 떠나 무척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니까.&#160;]]></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4/6/cover150/893746005x_1.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6005X</link></image></item><item><author>아이리시스</author><category>2009-2011</category><title>우리 모두의 파라다이스 핫도그 - [바보들의 결탁 - 퓰리처상 수상작]</title><link>http://blog.aladin.co.kr/irisis83/4572581</link><pubDate>Mon, 28 Feb 2011 02:3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irisis83/457258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6018929&TPaperId=4572581"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843/3/coveroff/899601892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6018929&TPaperId=457258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바보들의 결탁 - 퓰리처상 수상작</a><br/>존 케네디 툴 지음, 김선형 옮김 / 도마뱀출판사 / 2010년 12월<br/></td></tr></table><br/>태어난 건 의지가 아니었고, 살아야 하기에 사는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는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게 현실이었다. 어제는 이렇게 하는 게 옳다더니 오늘은 저렇게 해야 한다고 했다. 내 안에는 욕심이 없는데, 그걸 불어넣는 건 늘 바깥의 무언가였다. 정체모를 압박에 종종 숨막혔지만 패배자가 되지 않으려면 무언가를 해야 했다. 죽을 수는 없었다. 무언가를 하기만 하면 괜찮을 줄 알았다.&#160;하기만 하면&#160;될 줄 알았는데 살다보니 반드시 무언가가 되기도 해야 했다. 그래야 대접을 받고, 대접받는 게 성공이며, 성공해야 잘 사는 거라는 걸 자연스럽게 학습했기 때문이다. 더 먼 훗날 내가 생각하는 성공은 선택받은 사람에게나 주어지는 행운이란 걸 알았고, 나는 바보였다는 걸 깨달았다. 주인공 이그네이셔스도 알았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칭찬을, 어떻게 하면 비난을 듣는지를. 학벌이라면 누구에게도 뒤질 리 없고, 읽고 쓰는 수준에 있어 천재적 소양을 자랑하는 그가 몰랐을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괴짜로 불리는 바보가 되었다.&#160;어째서? 똑같은 세상에&#160;사는데&#160;어느 누가 어떤 근거로&#160;누군가를 '바보'라 부를 수 있나. 그럼&#160;누가 '바보'고 또 누가 '바보'가 아닌가. 그것만으로도 이미 머리가 지끈거렸는데 이 우스꽝스럽고 독특한 소설을 읽어내려면 이그네이셔스에게 빙의해야 했다. 코드 안 맞는 미국식 유머에 오롯이 녹아들 순 없어도 그가&#160;어떻게 제도권에 반기를 들고 있는지,&#160;궁극적으로 그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하지만 세상이&#160;어째서 바뀌지 않을 수밖에 없는지&#160;알았기에 설령 깔깔거리게 만드는 장면을 만난다 해도 시원하게 웃어제끼지 못했다. 이그네이셔스를 포함한 '바보'들의 삶은 우리네 그리고 내 삶이기도 했기에. 내게 이 소설은 웃고 나면 허무감이, 허무감과 동시에 비애가 찾아드는,&#160;웃음과 눈물의 궁극적 지점에 살포시 얹혀있는 작품이었다.&#160;
1960년대 초, 뉴올리언스. 옮긴이에 의하면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비극과 재즈의&#160;도시로 알려졌고, 미국의 그 어떤 도시와도 다른 특유의 매혹적이면서도 불길한 문화와 분위기를 풍기는 곳. 심지어 번역으로 불가능한 사투리성 억양까지 가지고 있다는&#160;등장인물들의 -흑인 공장노동자들과 동성애자들, 흑인 부랑자와 스트리퍼- 대화를 듣자면 남일 같지 않아 읽기를 멈추게 된다. 뻔히 알지만 반드시 눈으로 확인하고 싶지 않은 어떤 일들처럼 여겨져 다시 책을 미뤄놓게 되는데, 한동안 멀리하여도 그 도피로 인한 자괴감이 상실되지 않기에 가슴이 답답해져 다시 읽곤&#160;했다.&#160;'파라다이스 핫도그' 노점상이 없었더라면 난 이 이야기를 그저 그들의 이야기라 치부하고 던져버릴 수 있었을까. 꿈꾸고 싶어 싸워온 내 20대에게 덜 미안할 수 있을만큼의 뻔뻔함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차라리 외면하고 바보처럼 주어진 생을 사는 것이 행복이란 걸 쭉 믿을 수 있었을까. 만약 '파라다이스 핫도그' 노점상에서 이그네이셔스가 먹고 튀려 한 노릇하고 뜨끈하고 굵직한 핫도그를 하나만 먹을 수 있었다면 덜 쓸쓸했을까. 어쨌든 그 마음은 이 책을 계속 읽도록 부추겼고, 알지 못하는 시대의 뉴올리언스를 떠올리는데 큰 영감을&#160;주었다.&#160;여기 나오는 다양한 인간군상은 미국이기에 가능하지만 우리 또한 별반 다르지 않았다. 밑바닥 삶이라 불러도 좋을 이들이 이뤄낸 단 한 번의 결탁은 그저 작은 소동으로 마무리 되지만 희망을 갖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작은 소동이 큰 회오리 바람이 될 수 있는 날이 반드시 올 거라는.&#160;&#160;
세상이&#160;규정한 평균에서 좀 다르다 해서 괴짜로 규정짓는 우리네&#160;사고방식에 반기를 든다. 아마도 평균을 규정짓는 기준이 꽤, 엄청, 대단히 많이 틀려처먹었으리란 생각. 옆집 따라 영어학원, 앞집&#160;따라 미술학원, 뒷집 따라 대기업을 부르짖는 우리네 현실이 우리가 바보가 되지 않기 위한 평균치 기준잣대란 말일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럴 리도 없다. 우리가 말하는 '바보'는 그저 만들어놓은 현실에 규격화되지 못하는 인간을 지칭하는 수준 떨어지는 언어에 지나지 않을 지도. 뚱뚱하고 제멋대로고, 예의도 없을 뿐더러 자기 어머니께도 막 대하는 막무가내 이그네이셔스지만 미워할 수만도 없었다. 어머니를 막 대하면 안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 없을텐데 정작 주변을 둘러보면 어머니를 정중하게 대하고 효도하는 자식이 더 괴짜같이 느껴진다. 이 무슨 뼛속 깊이 틀어진 뻔뻔한 인간들의 되도안한 입놀림이란 말인가. 이제는 조금 알겠다.&#160;어느 시대든 세상을 바꾸어온 것은&#160;한 명의 괴짜 아니, 소수의 바보들이었다.&#160;물론 여기서 바보가 무기인 걸 아는&#160;이들이 흉내내는 바보는 당연히 제외되어야 한다. 어느새 바보가 무기가 되기도 하는 세상에 산다.&#160;모두가 무언가를 바꾸고 싶어하는&#160;듯 보이지만 정작 현실은 반대다. 바보 아닌 이들은 변하는 것도, 포기하는 것도, 그렇다고 더 가질 기회도 모조리 포기한다. 갖든 갖지 않든 대놓고 달려들 수 있는 이들 역시 가진 것 없는, 잃을 것 없는 바보들이다. '바보'들의 '결탁'은 그래서 의미있는 것이다.&#160;
의외로 세상을 바꾸는 것은 아주 작고 사소한 변화들이다. 작고 사소한 것이 얼마나&#160;반복적으로 지속되어야 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그네이셔스처럼 변하지 않을 줄 알면서 하는&#160;바보와 대부분의 우리처럼 바라만 보는 바보는 같은 바보지만 꽤 다를&#160;것이다.&#160;뻔뻔하고 극악무도한 이그네이셔스에게 점점 동화되어 가면서 느낀 생각인데, 순간순간 그래도 나보다 그가 낫다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구원도 재앙을 일으킬 만한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나 주어지는 능력 같다. 일을 저지르는 것도&#160;해결할 능력 만큼이나 값진 것이다. 아무 것도 못하고 그저 해야 하는데만 외치는 사람에 비하면. 비가 내리고, 지상의 먼지를 쓸어간다. 세상에 바보들이 많아지면, 바보 아닌 사람이 오히려 바보들 속에 흡수될 수 있다. 그것이 순리고 진실이다.&#160;한계라면 우린 소설 속 이그네이셔스가 죽어도 될 수 없다는 것 뿐. 지상에 발딪고 사는 누구도 자신이 속한 공동체 즉 체제 안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건 앞서 말한 자신감과 능력, 순리 같은 것과는 다른 문제이기도 하다. 소설을 읽고 그 주인공이 맘에 든다 해서 따라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더군다나 이그네이셔스의 시대는 1960년대, 배경은 미국 뉴올리언스다. 그런데 그게 우리가 조금이나마 위안삼고 도피할 만한 근거가 될까, 과연.&#160;&#160;
p.s. 멋진 코믹 풍자로 사회비평에 성공했다는 평을 들으며, 자살한 아들 대신 노력한 어머니 덕으로 우여곡절 끝에 출간될 수 있었던 작품 같은데 이토록 대단한 평가라면 아쉬울 만 하다. 어째서 천재는 늘 일찍 보내고 늦게 발견되는 걸까. ]]></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843/3/cover150/8996018929_1.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6018929</link></image></item><item><author>아이리시스</author><category>2009-2011</category><title>피와 눈물, 오류로 얼룩진 한국 현대사 - [국가범죄 - State Crimes]</title><link>http://blog.aladin.co.kr/irisis83/4570759</link><pubDate>Sun, 27 Feb 2011 16:3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irisis83/457075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2151330&TPaperId=4570759"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803/58/coveroff/8992151330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2151330&TPaperId=457075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국가범죄 - State Crimes</a><br/>이재승 지음 / 앨피 / 2010년 11월<br/></td></tr></table><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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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를 위해 낮은 곳을 응시하는 자라면 독일 작가 브레히트의 뮤즈를 알 것이다.&#160;
            "콤럼버스가 미국을 발견한 해는?"
            이 질문은 1943년 브레히트가 망명지 미국에서 쓴 &lt;민주적 판사&gt;라는 시에 나오는 것이다. 이민자들의 시민권 인정 사건을 담당한 판사가 이민자에게 "수정헌법 제8조가 무엇이냐?"고 묻자, 이민자는 "1492"라고 답변했다. 결과는 기각이었다. 3개월 후 "남북전쟁에서 승리한 장군은 누구인가?"라는 판사의 물음에 대해서도 그 이민자는 "1492"로 답변한다. 또 기각이었다. 다시 3개월 후 "미국 대통령은 몇 년마다 뽑는가?"라고 물었지만, 답변은 역시 "1492"였다. 이후 판사는 그 이민자가 식당에서 하루 종일 일하느라 영어를 배울 시간이 없다는 사정을 알게 되었다. 그 노동자가 네 번째로 법원을 찾았을 때, 판사는 이렇게 물었다. "콜럼버스가 미국을 발견한 해는?" 마침내 노동자는 시민권을 얻게 되었다.&#160;브레히트, 김광규 옮김, &lt;살아남은 자의 슬픔&gt;, 한마당, 1998, 119쪽. (pp.324~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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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은 물론이고 소재의 두께와 무게에 지레 겁먹고 오랫동안 안보이는 곳에 방치해둔 게 부끄러웠다. 비록 책에서만 대했어도, 피와 눈물로 얼룩진&#160;현대사 앞에 희생된 자들이&#160;수천수만인데 희생정신을 기리기는커녕 제대로 알지도 못한 사건들이 한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160;가슴이 먹먹해지는 아픔은 논외로 하고도 신났던 건 이 모든 사건들에 일체감을 느껴서이고, 앞으로 국가범죄 청산에 귀기울일 줄 아는 힘과 지식을 교양으로 얻어서이다. 국가범죄의 개념부터 배상방법, 청산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수많은 논의거리들을 세심하게 풀어놓는 이 책이 재밌는 건&#160;국내외를 넘나들고 현대사에 그치지 않는 풍부한 사례 덕분이기도 한데,&#160;그보다 더 좋은 건 인류 최대의&#160;학살&#160;홀로코스트부터 킬링필드까지 또&#160;유럽과 미국, 제3세계들의 국가범죄 청산결과를 법조문과 판결문으로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국가범죄는 기본적으로 권력의 힘을 휘두르는 데서 시작이고 타국도 그렇지만&#160;한순간도 피바람이&#160;멈춘 지점이 없었던 지난 우리 현대사를 보면 그 앞에서 중립을 지키고&#160;통합과 화해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어려워 보인다.&#160;&#160;
권력의 미명 아래 이유없는&#160;학살이 자행됐던 1980년&#160;광주사태는 훗날 정권이 바뀐 후&#160;재판대에 올라 사형선고를 받은 장본인이 바로 그 정권 아래에서 민족의 화합을 빌미로 사면되면서 일사부재리 원칙이나&#160;형벌불소급 등으로 다시 죄를 묻지 못하게 되면서 허무감을 안겼다. 권력을 아우르는 법이 이토록 허술하면서 희생자는 있으나 가해자는 없는 기상천외한 현상이 초래된 바, 이제 더이상&#160;이 죄를 어디에서&#160;누구에게 물어야 할지 조차 미미한 상황이다. 이것이&#160;그들이 말한 화해고 통합일까? 캄보디아의 크메르루주나 루마니아의 차우셰스쿠처럼 어마어마하지 않았다 해도&#160;민간인 학살이나 독재로&#160;자신의 배를 불려온 죄를 죄가 아니라 할 순 없는 것. 당시 자국민 3분의 1을 학살하고 망명다니던 크메르루주는&#160;그의 정권을 조용히 묵인하던 미국의 도움으로 연명하다 인도주의적 도움을 주러 온 베트남군에 처형되었고, 차우셰스쿠는 재판대에 올라 사형을 선고받고 국민들이 보는 앞에서 처형당했다. 한때 국가 수장이었다 해서 무조건 사면권을 행사해야 할 의무는 어디에도 없다.&#160;이름부르기 싫은 그 또한&#160;국민들이 택한 지도자가 아니었고, 국가범죄 청산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반드시 죄를 물어야 했다. 
돌이켜보면, 한국 현대사는 늘 이런 식으로 연명해온 게 아닌가 생각된다. 반대 목소리를 없애야 유지되는 권력이었으므로 하등 이상할 것도 없는 바지만, 그렇다면 법의&#160;미명 하 억울하게 처형된 수많은 억울한 목소리를 어떻게 달래야&#160;할까.&#160;사람을 죽인 사람은 무조건 죽여야 한다는 극과극의 대립을 조장하는 의견은 오늘날 별반&#160;도움이 되지 않는다. 재미로 강간,살인을 저지르는 죽어서도 못갚을 죄를 저지르는 인간들이 분명 있지만, 국가범죄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실익없는 이데올로기속에서 아무런 죄없이&#160;빨갱이로 몰려 그 자리에서 처형당한 이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명예재판과 국가배상이 속속들이 이뤄지고 있다. 정작 주인공은 없는데 남은 사람들끼리만 주고 받는 희한한 청산이다. 그래서&#160;정치범에 한해&#160;최고형이 사형이 아니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 있다. 현재 우리도 겪었고, 겪고 있고, 이제 잘 아는 일이다.&#160;&#160;
국제사회에 또 한번&#160;훗날 청산해야 할, 끔찍한 학살로 기록될&#160;입으로 내뱉지 못할 국가범죄가 저질러지고 있다. 북한 말고 아직도 지구상에 이렇게 분노하는 국민을 가진 독재정권이 또 있었나 싶다. 그들의 성공을 빌지만 그들의 안전이 더 걱정된다. 안전하게 이룰 수 있는 혁명이란 어디에도 없다는 걸 잘 알면서. 타인의 목숨을 하나 빼앗은 이에게서 그의 목숨을 빼앗으면&#160;모든 것이 정당해질까. 그럼 두 명 죽인 이에게는 두 개의 목숨이 있어야 공평할 것이다. 하지만&#160;그런 걸로 과거는 청산되지 않는다.&#160;피해자와 가해자가&#160;사라져도 그로 인한 2차적, 3차적 피해는 고스란히 남아 가족들과 세상을 괴롭힌다. 대대적으로 처리해야 할 국가범죄에는 여전히 고작 한 번씩 분노할 뿐인 친일파 문제가 있다. 현 대기업들은 친일행각으로 기반을 다지고, 노동자들을 이용해 돈을 벌어먹고, 누군가의&#160;목숨을 담보로 그들의 배를 불려간다는 매커니즘을 모르는 이는 별로 없다. 교과서에나 등장하는 유명 친일파들의 자손들에게 친일재산몰수판결을 내려도 뜻대로 되지 않을 판에&#160;동종 재판은 늘 각하 판결을 받는다. 50년에서 100년도 더 전에 있던 일을 지금에 와서 해결하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하다. 해결한다한들 시원해지는 건 아무 것도 없다.&#160;
웃는 얼굴로 군에 보낸 건장한 아들들은 죽었다 하면 자살이고, 그것도 다 본인 탓이란다.&#160;세상 어떤 종류의 자살도 본인 탓에서만 원인을 찾을 수는 없다. 이상한 세상이다. 결과는 있는데 원인은 없고, 희생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다.&#160;모든 것의 중심이 되는 그 법의 잣대는 절대 법을 만들면 안되는 인간들이&#160;경단 만들듯 주물러 후딱 만들어내고, 모자랄 경우 온갖 권력과 더러운 돈을 이용해 갈아치우거나 메웠다. 그렇게 무고한 사람들을 다치게 하거나 죽였다.&#160;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은 지시만 했다. 직접 피를 묻히기도 했겠지만 대외적으로 보통 지시받은 사람들이 그 일을 했다. 나치에서나 광주사태에서도 그랬다. 상부에서 내려온 학살명령을&#160;거부한 양심적인 이들은 모두 구타나 살인으로 그 생명을 다했다. 법치주의지만 법치주의가 아닌 사회는 차라리 법이 없는 사회보다 더 극악무도하다.&#160;국가나 정부의 존재가&#160;인간의 자유를 가로막는다고 주장했던 칸트의 말도 일리있다. 국제적으로 인도범죄에 관한 법이 꽤 만들어져 실행중이지만 국제법으로 규율하는 범위는 미약하다. 대등한 국가들 사이를 보편적인 법으로 서로 규율하는 것은 허락되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의 안전과 평화를 책임지는&#160;유엔이 버젓이 존재하지만 사실상 권고나 의견제시, 조율 정도밖에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160;이집트는 물론이고 리비아,&#160;터지지 않았지만 곳곳에서 일어나는 반정부 시위에 대항한 독재자의 학살을 사실상 지켜만 보고 있는&#160;것이 국제기구이고, 이 와중에도 자신들에게 돌아올&#160;득실을 계산하는 것이 국가인 것을 누굴 탓할까.&#160;
다 의미없다. 제주도 4,3사건, 광주사태, 위안부 등의 국가범죄는 거의 30년에서 50년이 지난 일들이다. 좀 더&#160;신속하게 청산하려는 노력이 없는 한 우린 또다시 미해결 상태로 이들을 보내야 한다.&#160;사건해결에 가장 중요한 것이 증인인데 산증인이 사라지는 현실을 눈앞에 두고도 선뜻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160;않는 정부와 사법부는 왜일까. 독일이 통일하면서 나치청산을 위해 희생자들 앞에 고개숙여 사과한 것처럼, 공소시효나 소급효 등을 계산하지 말고 솔직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할 수는 없을까. 정작 매듭을 꼰 사람들이 나서 풀지 않는다면 이 모든 것들의 청산은 의미가 없다.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일본이 제안한 연금제도 같은 것들은 어느 축에 끼워야 할지 난감하다. 이미 최고령이 된 분들에게 아방궁을 선물한다 한들 그게 무슨 보상이 될까. 배상은 물론 중요하다. 어느 시대 누구의 잘못이든 원상회복이 불가능하다면 물질적으로라도 배상해야 한다. 하지만 독재권력자의 잘못을 국민들의 피땀으로 이뤄진 세금으로 배상한다는 것은 억울하기 이를데 없다. 그것만이 옳은 일인지 모르겠다. 국가유공자에게 주는 취업특혜를 특별히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국가불신에 대한 불안감은 국가유공자 선정이 공평하게 이뤄졌는지를 신뢰할 수 없는 데까지 영향을 미친다.&#160;
할 수 있는 한 빠르고 신속하게 또 정확하게 국가범죄에 대한 조사를 단행해야 한다. 미해결 상태로 희생자들이 또 한 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기 전에, 누군가는 책임지고 용서를 빌어야 한다. 죄를 묻고 벌을 내리고 보상을 하는 일련의 과정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당연한 것들 위에 여전히 정의란 살아있고, 언젠가는 꼭 밝혀진다는 믿음을 뿌리내려야 한다. 그것이 국가발전의 길이다. 하나의 선례가 쌓이면 그 위에 또 다른 선례가 덮어질 것이다. 그럼 바른 뿌리를 바탕으로 다음 번에는 더 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거란 게 희망이다. 우리는 여전히 살지만 이 삶은 영원한 것이 아닐 뿐더러 한 인간이 나고 사라짐에 있어 맺고 끊어야 할 일은 반드시 있다고 믿기에. 범죄는 이미 발생한 이상, 범죄 이전의 삶은 결코 없다. 물질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피해는 이미 커다랗게 남아 피해자를 괴롭히기 때문이다. 영화 &lt;밀양&gt;의 원작인 이청준의 &lt;벌레 이야기&gt;에는 자기사면을 하는 가해자가 나온다. 사면이란 건 타인이 하는 것이지 자신이 하는 것에는 의미 없다는 저자의 말처럼, 정말 뻔뻔하고 어이없는 행태에 헛웃음만 나왔다. 자기사면은 지양되어야 하지만 사면 자체의 의미는 퇴색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사면 자체가 범죄청산이라고 믿어서는 곤란하다. 현 대통령도 어이없는 사면을 이미 한 건 행사했다. 분노하는 시민보다 그럴 줄 알았다는 시민이 더 많은 걸 보면 아직 멀었다. 오류로 얼룩진 현대사를 바로잡아 나갈 주인공은 역시 국민들의 자유로운 소통과 단결된 힘이다. 그것보다 더 큰 권력은 여지껏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803/58/cover150/8992151330_2.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2151330</link></image></item></channel></rs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