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철학자 - 그곳에서 만난 제일 쉬운 철학 강의
애덤 플레처 & 루카스 N. P. 에거 지음, 강희진 옮김 / 제3의공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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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서 철학을 읽는다?

아주 원초적인 일을 행하는 곳에서 인간 본성에 대한 원초적인 질문과 답을 얻는다니 어쩌면 통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보통의 책보다 폭이 좁은 판형과 좌우여백이 아주 적은 편집이라 처음엔 손에 가질 않았다.

읽다보니 이해가 간다. 이 책은 화장실에서 읽는 책이므로.

 

평생 화장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1년 7개월정도 된다고 한다. 그 중 변기위에 앉아 있는 시간만 해도 92일이나!

하루 10~20분, 무언가를 비워냄과 동시에 새로운 지식을 조금이라도 채우고 나오라는 취지의 책이다.

이것을 화장실 대학이라 명명하고 95개의 각 꼭지 이름을 응강이라고 했다.

처음엔 의아했으나 응가와 강의의 합성어라는 말에 피식 웃음이 나온다.


철학을 굉장히 유머러스하게, 현실적으로 와닿게 설명한다.

일반인과 철학자의 질문에서 답변에 이르는 길의 차이 등 순간순간 웃음코드가 숨어있다.


1. 인식론: 우리가 세상에 대해 알아낼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어떤 지식들을 잘 포장하면 사람들을 속이면서 돈을 벌 수 있을까?)

2. 형이상학: 세상은 도대체 왜 존재하는 것일까, 그리고 세상은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을까?

(왜 우리가 나눠 먹을 파이가 이렇게 작은 거지?)

3. 윤리학: 어떤 해동이 올바른 것일까? 좋은 사람이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내가 나쁜 놈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하면 감추고 살아갈 수 있을까?)

4. 미학: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저 잘생긴 남자 혹은 저 예쁜 여자와 침대로 뛰어들 수 있을까?)

(p. 17)





기본 편집은 철학이론에 대한 사례중심의 설명과 업적, 어록, 일화 등 철학자 소개,

그리고 한컷 이미지로 나타낸 그 철학자의 화장실을 통해 본문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철학자를 엿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따분하고 어려운 철학분야임에도 읽는 내내 지루하지 않다는 것이 이 책의 큰 장점이다.


 



- 정치가들의 90%는 나머지 10%의 정치가들이 나쁜 평판을 받게 하기 위해 애쓴다. - 플라톤 (p. 49)


- 우리가 반복적으로 하는 행동이 우리를 형성한다.

그러므로 위대함으 하나의 행동이 아니라 습관이다. - 아리스토텔레스 (p. 69)


 

특히 지금 상황과 딱 맞는 플라톤의 어록과 외계인에 의한 납치보다 더 거짓에 가까운 선거공약이 있는 걸 보고는 혼자 킬킬거렸다.

만화책도 아닌데 말이다.

읽다 보면 화장실에서의 본연의 일보다 책에 빠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다리저림이나 변비에 주의하시라.


그렇다고 가볍게 읽을 책도 아니다.

소크라테스적 반어법으로 상대방을 제압하는 대화기술, 뮌히하우젠 트릴레마 이론을 통한 논리적 추론방법,

진실과 지식, 지혜의 차이, 선택과 편견 등에 대한 내용들은 흥미로웠으며

다양한 도표와 그림, 적절한 예는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잘 다뤄지지 않는 여성철학자들에 관한 이야기들까지 일일이 열거하기엔 꽤 많은 내용들이 담겨 있다.

(아~ 표현력의 부족함이여! ㅠ.ㅠ)


쉽고 재미있게 읽었다지만 생각보다 그렇다고 책장이 쉽게 넘어가지는 않는다.

생각과 이해를 반복하며 읽어야 해서 한번에 여러 응강을 읽다보면 두뇌회로가 꼬일것 같았기 때문이다.

화장실에서 비우고 나올때 인풋한 내용들도 함께 비워냈을지 아닐지는 마지막에 확인할 수 있다.

마치 중간고사나 기말고사처럼.  물론 객관식이라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반 이상 맞추면 합격증명서도 자체발급할 수 있다.

나는, 재수강을 해야겠다.



 

덴마크의 철학자 죄렌 키에르케고르의 말이 옳았을지도 모르겠다.
케이르케고르는 "결혼하라, 당신은 후회할 것이다. 결혼을 하지 말아라, 그래도 당신은 후회할 것이다.
......어리석은 세상을 비웃어라, 당신은 후회하게 될 것이다. 어리석은 세상을 보며 눈물을 흘려도 당신은 후회하게 될 것이다.
......목을 매달아도 매달지 않아도 당신은 후회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철학의 핵심이다"라고 말했다.
이미 구체적인 결정을 내린 이후의 후회는 별 소용이 없다.
다만, 어떤 결정을 내리기까지의 확신과 사고의 흐름을 검토해볼 수 있을 뿐이다.

(p.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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