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이야기 - 세계의 과거.현재.미래가 만나는 제7의 대륙
사이먼 윈체스터 지음, 김한슬기 옮김 / 21세기북스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호놀룰루 국제공항에서 이륙해 괌으로 가는 유나이티드항공 154편. 끝없이 이어지는 바다를 날아가며 9,600킬로미터를 여행하는 장면을 묘사한 프롤로그에서부터 호기심이 가득해집니다.

 

세계의 과거, 현재, 미래가 만나는 제7의 대륙 태평양. 그곳에서 벌어진 20세기 중대 사건 열 개는 1억 6,525만 제곱킬로미터에 이르는 대자연 속의 인류 역사를 극적으로 잘 보여주는 사건들입니다. 저널리스트 사이먼 윈체스터 저자는 6개 대륙을 합쳐도 태평양의 면적이 더 넓을 정도인 그곳이 그저 빈 바다가 아니라는 것을 <태평양 이야기>에서 보여줍니다.

 

 

 

'현대'라는 구분은 무슨 기준으로 할까요. 1950년 1월 이전의 대기는 방사화학물질에 오염되지 않았습니다. 1950년 이후 수많은 원자폭탄 폭발 실험이 생성해낸 방사 원소로 대기 오염이 감지된 순간, 즉 자연이 방사능 피폭으로 오염된 순간부터 과학계에서는 '현대'라 부른다고 합니다.

 

슬픈 역사의 시작은 태평양의 비키니섬이었습니다. 핵무기 개발 실험을 행할 수 있을 만한 비어 있는 장소는 태평양뿐. 하지만 그곳엔 몇 세대를 걸쳐 살아오던 원주민들이 있었습니다. 태평양의 섬들은 뜬금없는 모험가들의 '발견'에 의해 식민지화되었고, 결국 핵실험 장소로 이용되기까지 합니다. 12년 동안 23번의 원자폭탄이 터진 태평양 원자폭탄 실험에 깃든 아픈 사연들을 첫 번째 사건으로 올리며 추한 역사의 단면을 보여줍니다. 

 

 

 

조금은 밝은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태평양의 전유물 파도타기 역사에 위대한 업적을 남긴 영웅들을 소개하며 서핑의 역사를 들려줍니다. 서핑이 대중화되는데 큰 영향을 끼친 영화 <기젯>은 뉴욕타임스 비평가의 호평 덕분이라고 합니다. 폴리네시아 문화 스포츠 서핑이 왜 이토록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지는 미국 관점이 크긴 합니다. 서핑 정신을 담아 경영한 파타고니아의 기업 경영 방식은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애플 같은 기업들에게 영감을 줬기 때문입니다.

 

 

 

<태평양 이야기>가 흥미롭게 읽힐 수 있었던 건 우리와 밀접한 관련 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어서이기도 했어요. 판문점은 물론 북한도 몇 차례 방문한 저자는 남한에서 북한까지 반도 횡단을 시도하려 한 전적까지 있을 정도로 모험심이 대단한 사람이더군요.

 

태평양에서 북한이 차지하는 군사적 위치, 38선 탄생의 비화도 들려줍니다. 38선은 아프리카를 나눌 때처럼 참 어이없게 만들어졌습니다. 지도상에서 샌프란시스코에서 서울까지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선을 손가락으로 죽 그려 보인 찰스 본스틸. 별생각 없이 선 하나 그은 것이 이렇게 되었습니다.

 

 

 

태평양에서 일어나는 기후 이변도 중요하게 다룹니다. 오스트레일리아 역사상 가장 끔찍한 자연재해인 태풍 트레이시처럼 파괴력 가진 태풍의 발생 빈도가 증가하는 근본 원인은 지구온난화입니다.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은 자연의 보고라 불리는 그레이트배리어리프 산호의 탈색, 태평양의 거대한 쓰레기 섬으로 인한 조류 생태계 위험, 해수면 상승으로 사라질 위험에 처한 작은 섬나라들 등 그 영향이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입니다. 

 

 

 

일본이 최초의 트랜지스터라디오를 발명한 사건은 세계무역 중심이 이동하는 큰 변화를 일으켰고, 영국의 퀸엘리자베스호 침몰 사건은 제국의 몰락을 의미하는 사건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중국의 영역 확장으로 태평양 정세가 술렁입니다. 중국의 야심은 20세기 폭발한 화산 중 두 번째로 강력했던 필리핀 피나투보산 화산 폭발로 미군 기지 두 군데가 초토화되면서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동아시아에서의 미군 군사력이 약화되어 취약한 시기에 중국이 모습을 드러낸 겁니다. 태평양의 수많은 산호초와 무인도에 중국 막사가 지어지며 중국의 실효적 지배를 주장하는 실태를 보고합니다.

 

누군가는 아름다운 남태평양 섬들에게서 문학적 영감을, 누군가에겐 차지해야 할 힘의 원천으로 인류 역사상 온갖 사건들이 등장한 그곳, 태평양의 비밀을 들려준 <태평양 이야기>. 수많은 사연이 가득한 태평양의 과거와 현재를 통해 태평양이 가진 중요성을 짚어보며 정치경제학적, 지질학적, 기상학적 등에서 잠재된 역할이 무궁무진하다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