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읽는 일제강점실록 한 권으로 읽는 실록 시리즈 9
박영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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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대중화의 기수 박영규 저자의 22년간의 노고가 드디어 완성되었습니다. 200만 독자를 사로잡은 역사 분야 최고 베스트셀러 '한 권으로 읽는 실록 시리즈' 완결판 <한 권으로 읽는 일제강점실록>.

 

『밀정』, 『동주』, 『박열』, 『군함도』 등 일제강점 시대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진 만큼 1870년대부터 1940년대까지 10년 단위로 정리해 일제강점 시대를 한 권의 책으로 섭렵할 수 있어 역사 초심자에게 딱 알맞은 책입니다.

 

그동안 일제강점 시대를 독립운동사 중심만으로 접했다면, 이 책은 관점을 넓혔습니다. 광복 72주년을 맞아 수치와 고난의 역사로만 기억됐던 일제강점 시대를 '지배와 저항'의 이분법적 논리에서 벗어나 정치, 경제, 문화 전반적으로 담은 책입니다.

 

 

 

박영규 저자는 우리가 생각하는 일제강점 시대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법으로 접근합니다. 35년간 통한과 고통의 세월을 겪으며 무력감과 불안, 원망 혹은 망각하게 된 일제강점기 역사.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벗어나 스스로를 격려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역사를 잘 알아야 합니다.

 

빼앗겼다, 저항했다, 되찾았다 개념을 넘어서야 합니다. 그 시대를 지배했던 총독, 일본인, 친일 관료와 친일 세력, 정책의 영향, 문화와 문물, 대표 사건과 인물, 민초들의 삶 그리고 세계사 흐름까지 총체적으로 다룬 <일제강점실록>은 일제강점 시대를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책입니다.

 

을사늑약, 한일병합조약 등 국권 수탈 시기의 각종 조약 전문을 보는 건 사실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그저 이름만 알던 수준을 벗어나 일제의 대한제국 국권 강탈 과정과 배경, 채결된 조약 내용을 제대로 접할 수 있습니다.

 

 

 

국권 수탈기에는 신문명의 물결이 몰려오기도 했습니다. 철도, 전기, 전화, 수도 등이 일상 속으로 파고듭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1910년대 식민지 작업기에 본격적으로 이뤄질 경제 침탈 전초 작업이었지만요.

 

식민지 작업기에는 한국인의 사고, 가치관을 통제하고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일본화 작업을 합니다. 한국인의 황국신민화 작업은 조선 교육령을 통해 박차를 가합니다. 결국 학교에서 한국어를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이 시기에 민족운동의 분수령이 된 삼일운동이 있었습니다. 영화 『택시 운전사』에서도 기자 덕분에 광주 사건이 널리 알려진 것처럼, 일제강점기 만행 중 하나인 제암리 학살 사건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제암리 학살 사건은 일본 헌병대가 얼마나 무자비하게 삼일운동을 진압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는군요. 당시 캐나다 선교사의 사진 덕분에 일본의 만행이 세계에 폭로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1920년대에는 아나키스트 중심의 무장 독립단체 의열단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흑도회로 활동한 '박열'도 언급하네요.

 

 

 

1930년대는 전쟁광이 된 일제와 총독부의 민족말살정책이 본격화한 시기입니다. 우리가 알아야 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사건들도 무척 많았습니다. 독립군도 폭도도 아닌 제주 해녀들의 경찰 주재소 습격 사건도 있었고요.

 

영화 『박열』에서 나왔듯 간토 대지진 사태를 반체제 세력 척결로 이용해 일본인 자경단까지 결성되어 한국인의 엄청난 피해를 낸 간토 대학살 사건과 내막은 다르지만, 한국인과 중국인 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는 걸 이번에 알게 되었습니다. 천문학적인 재산 피해와 인명 피해를 입은 중국인들. 원래 중국과 일본 문제였지만 일본의 허위 정보를 바탕으로 한 오보 때문에 한국인이 중국인을 상대로 학살극을 벌이게 된 완바오산 사건이 있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종결과 일제의 패망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마지막 발악은 고스란히 우리의 고통으로 돌아왔습니다. 일제의 징병제와 함께 여성들까지 전쟁 인력으로 사용하며 가난과 노동력 착취 등 암흑의 세월을 보냈습니다.

 

암흑기에도 신학문을 익힌 문인들이 한국 문학 발전을 이뤄냈고, '최초'라는 수식어가 넘쳐나던 시대를 맞이했습니다. 억압과 통제 속에서 변모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짚어줍니다. 한편 중일전쟁의 원인 중 하나가 될 정도로 엄청난 파급효과를 입힌 이봉창 의거, 한국 독립운동사의 뼈아픈 사건인 자유시참변 등 독립운동사의 이모저모를 다루는 건 말할 것도 없고요.

 

대한제국의 몰락에서 대한민국의 독립까지 한 권으로 읽는 일제강점실록. 베스트셀러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에 이어 고려, 고구려, 백제, 신라, 대한민국에 이어 마지막 일제강점실록까지. 일곱 권의 실록 시리즈는 초심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는 않게. 한국사를 폭넓게 바라보며 접근할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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