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혁명 - 실천하는 시민을 위한 정치철학 이야기
신봉수 지음 / 나무발전소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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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정치는 더 이상 정치일 수 없다.

 

썩어빠진 정치를 겪다 보니 정치=권력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 같아요. 권력을 잡기 위해 경쟁하는 것만 보게 되니 정치는 결국 승자를 위한 게임으로 전락합니다. 권력정치는 인간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부도덕한 행위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습니다. 다들 느끼다시피 권력을 먹고 자란 정치가 스스로 권력을 포기하는 일도 없습니다. 위대한 철학자들도 해결할 수 없었던 정치권력. 소크라테스는 독배를 마셔야 했고, 공자는 정당하지 못한 왕에게 복종해 신하가 되려 했습니다. 저자는 권위 없는 권력의 시대가 낳은 결과라고 말합니다. 

 

정당하지 못한 정치권력에 대항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시대가 왔습니다. 정치권위에 대한 생각이 싹튼 겁니다. 플라톤의 철인 정치, 맹자의 왕도정치처럼 정치권위를 정치권력과 구분하기 시작합니다. 권위라는 용어는 로마시대 처음 등장했습니다. 권위주의라는 용어 때문에 정치권위라는 용어도 부정적 의미의 권력과 동일시하는 오해를 받습니다. 로마의 신은 인간들 속에서 권력이 아니라 권위를 가졌던 것처럼 권위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해야 합니다. 현대에 이르러 권력과 권위의 구분이 안되니 우리 헌법 제1조 제2항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문구로 썼다고 하는군요. 

 

 

 

정치권위는 혁명을 통해 국민이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도 탄생했습니다. 하지만 폭력적 혁명 역시 한계는 있었죠. 정치권위가 사라지면 나타나는 극단적 현상인 전체주의가 생겨난 겁니다. 히틀러, 스탈린, 마오쩌둥처럼 강제로 복종하게 한 시기입니다.현대에 이르러서는 법적 권위에 기대어 강제에 의존한 자유민주주의와 법적권위의 탈을 쓰고 권위로 위장한 권위주의 현상으로 결국 정치권력에 의존하는 우리의 정치 모습으로 변질했습니다.

 

 

 

정치권위는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걸까요. 정당한 정치권위는 어떻게 찾을 수 있을지. 실종된 정치권위를 되살리려면 어떤 해법이 필요한지 궁금해집니다.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전통과 세속 권력의 맛에 빠진 종교의 상실이 권위까지도 사라지게 했다고 합니다. 혁명을 통해 도덕과 법이 그 자리를 대신했지만 권위를 찾지는 못했기에 군주제, 전체주의가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권위의 기능을 권력과 마찬가지로 지배와 복종으로 이해했기 때문입니다.

 

한나 아렌트의 입장은 서구 역사에서 그 원인과 해결법을 찾은 서구적 시각이라면, 동아시아의 정치권위 상실은 또 원인이 다르더군요. 도덕과 도덕정치를 강조한 유교의 작동은 훌륭했지만 서구에서 수입된 '현대'가 들어오면서 충돌이 생기며 문제가 된 겁니다. 

 

 

 

 

저자는 새로운 정치권위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당성과 정당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정당한 정치권위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국민들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참여하여 자발적으로 복종할 때입니다. 이런 환경을 만들기 위해 불합리하고 부도덕한 제도적 습관을 바꿔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요소가 적극적 자유입니다. 외부 간섭으로부터 개인 재산과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소극적 자유라면, 적극적 자유는 스스로 주체가 되어 공동체 활동에 참여하는 것으로 정치적 평등을 뜻합니다.

 

도덕적 근거에 따른 정당성. 그리고 적극적 자유가 보장된 상태에서 이루어진 합리적 숙고와 도덕적 판단에 따른 자발적 복종의 정당화. 정당성과 정당화로 정치권위를 되살려야 하지만, 문제는 정치권위의 부활을 막는 것들이 현 체제에서 상당히 많다는 거죠. 권력 좇는 자본과 정당처럼요. 정당화의 수단인 법을 통해 법치로 포장하기도 하고요. 법이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가 정치체제에 따르기에 법도 정당화된 폭력이라 부를 정도입니다.

 

 

 

그래서 <정치혁명>이란 제목이 더욱 와 닿습니다. 제도적 습관을 바꾸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역사를 보면 결국 변할 수 있다는 희망도 함께 있으니까요. 정치권력은 여러 이유를 핑계로 지배 수단을 마련하는 데 몰두합니다. 자격이 아닌 능력으로 지배를 유지하고자 하기에 우리는 적극적 자유로 실종된 정치권위를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해법 자체보다는 문제의식을 제기하는 데 집중한 책입니다. 정치철학에 문외한 저는 이 책 읽으면서 놀랄 노자에 몇 번이고 빠졌어요. 동서양 철학자들의 사상과 역사적 사건을 통해 본 정치철학 이야기는 생각 외로 흥미롭더라고요.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이런 책으로 고등학교 수업하면 좋겠다 싶을 정도입니다.

 

정치철학 책 <정치혁명>, 처음엔 익숙하지 않은 용어 때문에 진도는 느릴 수 있지만, 지금 이 시대를 만든 역사를 살펴보듯 찬찬히 정독해볼만 책입니다. 부제 '실천하는 시민을 위한 정치철학 이야기'처럼 현실정치를 똑바로 바라보는 데 필요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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