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 -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했던 순간에도
정희재 지음 / 갤리온 / 201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2010년 출간된 『도시에서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개정판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

 

"당신, 참 애썼다."로 시작하는 문장이 압권입니다. 사실 저는 서문에 나온 이 문장이 좋아 오히려 본문이 안 읽히는 부작용이 생길 정도였어요. 전체적으로 조곤조곤 말하는듯한 문체가 평온한 분위기를 만듭니다.

 

기억의 단편을 이야기하는 에세이여서 순서대로 읽기보다는 목차 보며 마음 끌리는 부분부터 읽었어요. 그러다 보니 그렇게 골라 읽은 소제목들이 바로 내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이구나 싶더라고요.

 

'왜 당신은 늘 괜찮다고 말하나요, 사람 때문에 마음이 다칠 때, 삶의 불친절에 대처하는 법, 한순간의 느낌에 속지 않기를, 난 네가 약한 모습을 보일 때도 참 좋더라, 삶이란 이토록 심플한 것, 살아 보니 행복은 하루 벌어 하루 사는 것, 단순하고 가볍게 너무 애쓰지 말고'...

 

 

 

괜찮아요, 됐어요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면 첫 편부터 공감할 겁니다. 괜찮다며 버티다가 어느 순간 허물어질 수밖에 없을 때 어떤 방식으로 견뎌 낼까를 생각해 본 일은 없었습니다. 타인의 연민을 거부하게 하는 실체에 대한 작가의 물음에 생각이 많아졌어요. 상대의 호의를 받아들이는 연습, 잘 받는 사람이 잘 줄 수도 있다는 조언을 작가 역시 들은 경험이 있기에 "괜찮아요"라며 거절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남달랐을 것 같습니다.

 

삶의 불친절에 대처하는 법 이야기에서는 감사의 두 단계에 관한 글이 인상 깊었습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서야 자신의 행복을 깨닫는 것을 넘어 어떤 비교 대상 없이도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 지극히 행복한 존재임을 자각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감사라는 것을요.

 

 

 

에세이는 작가의 이야기에 공감을 얼마큼 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극과 극인 것 같아요. 당시엔 별로였던 것도 세월이 흐른 후 공감하게 되는 이야기도 있고. 작가의 경험과 내 경험의 공통분모가 많을수록 책에 대한 애착도 커지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 하고픈 말은 무엇일까. '감사'라는 단어를 꼽겠어요. 이런 일 저런 일 겪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에게 감사하게 되고 자신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는 것. 감사할 일이 전혀 없어 보이는 상황 속에서도 정희재 작가는 감사의 한끝을 붙잡고 있더라고요.

 

그녀의 말을 한번 더 되뇌어봅니다.

 

당신, 참 애썼다.
사느라, 살아 내느라, 여기까지 오느라 애썼다.
부디 당신의 가장 행복한 시절이 아직 오지 않았기를 두 손 모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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