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어떻게 예술이 되는가 작가수업 2
김형수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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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창작에 관한 이야기예요. 창작의 비밀을 풀어내고 있는데, 작가수업 1탄 <삶은 언제 예술이 되는가>의 다음 질문인 그렇다면 어떻게 라는 방법론을 이번 책 <삶은 어떻게 예술이 되는가>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글쓰기에 관한 큰 주제에서 작가라는 대상을 지정하고 있지만, 일반인들에게 도움되는 내용이 많아 읽고 나서 무척 만족스러웠던 책이었어요.


 

<삶은 어떻게 예술이 되는가>는 글쓰기의 실제에서 사용되는 마술 같은 비법을 알려주는데, 그 비법이 단순히 글쓰기의 기술적인 면을 다루는 게 아니라 하나의 글이 탄생하기까지 바탕이 되는 '삶'을 중심으로 합니다.


작가란 글쓰기의 내적 저항과 싸우는 것이 일상화된 존재여서 신념과 분열의 경계에서 머물기도 합니다. 작가들에게서 불안증이 흔히 나타나는 사례는 최근에 읽은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 반비> 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었는데요, 그만큼 글쓰기의 어려움 때문에 나타나는 내적 저항과 천부적 재능 때문에 나타나는 신경과민은 떼려야 뗄 수 없나 봅니다.


“ 삶이 문학의 주석이고 문학이 삶의 주석이다. ”​ - 러시아 평론가 벨린스키


그러다 보니 먼저 가치관의 중요성부터 이야기합니다. 이게 늘 몸에 지녀야 할 창작자의 기본자세거든요. 창작에 임하는 가치관을 정비하지 않으면 시작부터 꽝이란 말이죠. 글 쓰는 자신을 창작의 주체로 인정해 자신을 공인으로 생각해야 하고,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 창작의 과정을 풍요롭게 하며, 빛이 아닌 어둠 속에 있어야 아픔, 어둠, 슬픔이 꿈과 빛과 기쁨의 가치를 알게 하고, 잃는 만큼 얻는다는 것을 늘 기억해야 한다고 합니다.


“ 삶으로 지불하지 않은 사람은 글로 없을 게 없어요. ” - p43


 


가치관을 정비했으면 이제 본격적으로 창작 출발에서 완료까지에 해당하는 구상과 집필에 관한 이야기를 합니다. 김형수 저자는 창작을 연애부터 출산까지의 과정으로 비유하는데, 흔히 작품을 만든다는 말보다 작품을 낳는다고 하듯 잉태에서 출산까지의 과정이 작가에게는 상상력이 무르익어 작품이 쏟아져 나오는 시점이라고 합니다.


 

“ 훌륭한 상상력은 막연한 공상이 아니라 구체적 현실에 기초한 상상력을 통해서 나온다. ” - p69



 

 


첫 문장의 중요성도 언급하는데요.

보통 첫 문장은 신이 내린다고도 하고, 작가는 마지막에 첫 문장을 쓴다는 말로 첫 문장의 가치를 드러내지요. 조정래 작가의 <태백산맥 전10권 창작보고> 에 언급된 말이나, <토지> 박경리 작가의 메모에 관한 이야기를 인용하며, 모든 것이 머릿속에 정리되어 담겨 있다는 것이 바로 '작가는 마지막에 첫 문장을 쓴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그 과정이 잉태에서 출산까지의 과정입니다. 충분한 잉태 과정을 거쳐 실타래처럼 얽힌 것 중 첫 문장을 찾아내면 줄지어 나오게 된다고 해요. 


 


집필 과정에서는 막심 고리키의 <나의 문학수업>을 언급하며, 표현의 순차성을 다룹니다.

느낌의 순서를 잘 살리라는 의미인데 글 쓰는 사람들이 제일 많이 필요로 하는 훈련이라고 해요. 필사보다 더 뛰어난 것은 이야기를 감칠맛 나게 하는 사람의 말을 녹음해 글로 적어보는 연습이 참 좋다고 하네요. 실감 나게 재현하는 언어의 성찬을 맛보려면 먼저 느낀 것에서 나중에 느낀 것으로 문장을 쌓아가는 요령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이걸 몇 가지 사례와 함께 언급하는데 독자로서 책을 읽다 흔히 말하는... 실감 난 묘사, 술술 읽힌다고 느끼는 그 부분인 것 같아요.

 


잘못된 표현과 바른 표현을 비교해보니 그동안 특별히 인지하지 못했던 부분이었구나 싶었어요.

정말 큰 영향력을 나타내는 문제인데도 말이죠.


삶의 새로운 측면을 밝혀내지 않은 소설은 아무리 새로운 의상을 걸쳐도 낡은 소설인 것이고, 새로운 세상과 사회관계 속에서 새롭게 발견된 성격, 행동양상을 드러낸 글은 새로운 소설이라는 얘기에요. ” - p152

창작 실제에 필요한 기술도 물론 다루고 있습니다.

긴 안목에서 필요한 기술적 문제와 눈앞에 맞닥뜨린 요령론 수준의 문제들까지 두루두루. 이런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버무려지면 우리는 이 작품이 잘 쓰인 소설, 시라고 느끼는 거죠.


읽는 입장에서 바라봐야 할 부분도 콕 짚어주고 있어 책을 읽으면서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도 이참에 정리되더라고요. 항상 작품 전체의 맥락을 놓치지 않는 습관을 들여야 하는데 암호해독 하듯 분석하려 들지는 말라고 해요. 각자의 다른 경험으로 작가가 하는 말을 못 알아먹는 경우도 있긴 하고요 ㅎㅎ 이런 경우엔 자칫 별 볼일 없는, 이해 잘 안 되는 작품이라고 섣부른 평가를 하기 쉬워집니다.


작가수업 <삶은 어떻게 예술이 되는가>에서 말하는 것을 지키면 평소 쓰던 작품보다 두어 단계 높은 작품이 나올 거라고 자신하네요. 독자로서도 한 단계 높은 수준의 독자가 되겠지요. 이 책에서 말하는 작품이란 결국, 삶을 표현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어떻게 표현하느냐를 여러 사례와 함께 알려주고 있어 어렵지 않게 읽은 책이네요. 글쓰기 책 찾으시는 분이라면 저는 이 책도 권하고 싶어요. 느낌 오는 책~! 3탄도 예고하고 있어요. 작가는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떤 존재인지 작가관에 관한 문제를 다룬 작가수업 3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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