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멈추는 법
매트 헤이그 지음, 최필원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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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처럼 늙지 않는다면, 남보다 더 많은 미래가 존재한다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묻는 소설이 있습니다. 삶과 죽음, 시간과 세계에 관한 철학적인 물음을 담은 로맨스 판타지 소설 <시간을 멈추는 법>. 베네딕트 컴버배치 주연으로 영화화되는 원작소설이어서 주인공의 모습을 상상하기 좋았어요. 

 

수 세기를 살아온 톰은 439살입니다. 끊임없이 노화해 가는 중이지만 그 속도가 남들보다 아주 많이 느립니다. 시간의 속도가 일반인과 다르다 보니 할 수 있는 게 많을 것 같지만, 톰에게는 축복이 아닌 저주의 병일뿐입니다.

 

몇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얼굴 때문에 어머니는 마녀로 몰려 억울한 죽음을, 아내는 쓸쓸하게 홀로 병마와 싸우다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증세를 보인다는 딸은 행방불명이 되었습니다. 

 

상대가 누구이든 마음을 열어 주지 못하는 톰. 매번 적당한 시기에 도망자처럼 다른 신원으로 바꿔 살아왔습니다. 쉴 새 없이 허물을 벗어 내지만 과거의 삶은 사라지지 않은 채 겹겹이 쌓여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늙지 않는 이들이 톰 말고도 세상 곳곳에 꽤 있다는 겁니다. 앨버트로스 소사이어티라는 모임은 이들을 결속시키고 보호한다는 명목하게 만들어졌습니다. 톰도 이제 그곳 소속이 되어 움직입니다. 사라진 딸의 행방을 알려면 그곳의 도움을 얻는 게 나을 테니까요.

 

8년마다 새 인생을 사는 톰은 이번에 아내와의 추억과 아픔이 있는 런던으로 되돌아왔습니다. 아내의 죽음 이후 모든 것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없었던 톰에게 새로운 인연이 찾아오는데...

 

시간이 나만 비껴가면서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먼저 지켜보는 것. 한두 번도 아니고 수 세기에 걸쳐 그렇다면 정말 저주로밖에 여길 수 없게 될 것 같아요.

 

하루살이 인간들에 비해 엄청난 수명을 자랑하지만 진정으로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 낙이 없고 허무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톰은 새로 찾아온 사랑, 오랜 친구와의 재회 등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을 변하게 할 사건들을 겪습니다. 감정은 계산이 안 된다는 것을 오랜 세월을 고통스럽게 보낸 후에야 깨닫게 됩니다.

 

수 세기를 살다 보니... 셰익스피어, 스콧 피츠제럴드, 찰리 채플린 등 유명인과의 인연도 꽤 재미있네요. 인생, 불멸, 자유의지와 같은 철학적인 이야기를 로맨스 판타지로 풀어낸 <시간을 멈추는 법>. 스토리의 디테일한 면은 조금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청소년 소설로도 강추하고 싶어요. 게다가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연기할 톰,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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