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맛있을까 - 옥스퍼드 심리학자 찰스 스펜스의 세상에서 가장 놀라운 음식의 과학
찰스 스펜스 지음, 윤신영 옮김 / 어크로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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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소리가 맛에 영향을 미친다는 소닉 칩 연구로 이그노벨상 영양학 부문 수상한 옥스퍼드 심리학자 찰스 스펜스.

 

 

과자 포장재는 왜 바스락거리며 시끄러울까, 기내식은 왜 맛이 없을까, 파란 고기와 생선은 왜 혐오스러운 반응을 불러일으킬까, 맛있는 식사를 하려면 먼저 주문해야할까 나중에 주문해야할까 등 어이없는 연구들이 많아 보이지만 음식에 정통한 감각심리학자의 연구는 실생활에 응용할 수 있는 많은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있었고 이미 활용하고 있는 식음료 산업, 셰프들이 많았습니다. 

 

 

 

 

맛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총망라한 책 <왜 맛있을까>. 원제 Gastrophysics(가스트로피직스)는 미식학과 물리학의 합성어로 인지과학, 뇌과학, 심리학, 디자인, 마케팅 등을 융합해 창안한 새로운 지식 분야를 의미합니다.

 

 

가스트로피직스를 연구하는 가스트로피지스트들은 음식 감각을 과학적으로 설명합니다. 음식의 반응은 혀와 코보다 뇌와 장기의 대화라고 합니다. 한마디로 음식은 혀가 아니라 뇌가 맛보는 것!

 

 

 

 

찰스 스펜스 저자도 깜짝 놀란 한국의 먹방. 지금까지 접한 가장 이상하고 핫한 트렌드로 소개했습니다. 먹방은 혼밥시대에 그저 위안 요소가 되는 것을 넘어 시청자의 정신적 소모가 꽤 크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가상의 유혹에 저항하기 위한 정신 소모, 체질량지수 증가, 배고픔 증대 등 장기적으로는 건강하지 못한 식습관이라고 짚어줍니다.

 

 

혼밥과 관련해서 식사의 사회적 행위라는 의미를 끌어내기도 합니다. 혼자 밖에서 밥을 먹어도 아무렇지 않은 분위기가 된 요즘. 하지만 식사를 사회적 행위로 바라본다면, 에어비앤비 숙박 개념처럼 현지인과 식사하는 식사 공유 앱이 왜 생겼는지 이해할 수 있겠네요.

 

 

먹방 사례처럼 음식은 혀로 맛보는 미각과 냄새를 맡는 후각 외에도 시각, 청각의 영향을 받습니다. SNS에 음식 사진을 올리면서 시각적 매력의 중요성은 더 높아졌습니다. 음식의 색깔과 모양, 플레이팅의 미학 등이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

 

 

 

 

바삭 소리가 큰 감자칩이 더 맛있는 이유처럼 소리가 맛에 영향을 미치는 연구 결과도 흥미롭습니다. 프랑스 아코디언 음악을 틀면 프랑스 와인 판매량이 높아지고, 독일 맥줏집 음악을 틀면 독일 와인 판매량이 늘듯 배경 음악에 따라 판매량이 달라질 만큼 놀라운 결과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촉각도 맛에 영향을 줍니다. 핑거푸드는 손으로 먹어야지 식기를 사용하면 오히려 그 맛이 안 나는 것 같죠. 신기한 점은 식기의 무게까지도 음식 맛에 영향을 미친다는 거였어요.

 

 

 

 

이렇듯 음식의 맛은 식사하는 환경에 따라 식사 경험에 영향을 줍니다. 음악, 조명, 향기, 의자 느낌 등 주변 환경 모든 것이 말이지요. 같은 음식을 먹어도 어디에서 누구와 먹는지, 기분 상태에 따라 먹는 즐거움이 달라진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메커니즘을 이토록 세세하게 짚어준 책은 처음이었습니다.

 

 

가스트로피직스를 이용하면 미식의 경험을 풍부하게 할 수 있지 않겠어요? 은근슬쩍 개입하면서 선택을 유도하는 넛지가 음식에 이용되는 겁니다. 맛 경험을 조절하고 강화해줄 다양한 요인들을 이용해 기억에 남을 만큼 자극적이지만 지나치게 압도적이지는 않은 경험을 선사하는 가스트로피직스 세계 매력적이네요.

 

 

다중 감각 요소를 이용한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1930년대 정신 나간 아이디어를 많이 실천한 이탈리아 미래파가 선구자였습니다. 그들은 너무 앞서나갔지만 이제는 다중 감각 요소를 통제해 가장 맛있는 식사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미래의 식탁은 어떤 분위기일까요. 소리 양념으로 더 맛있게 느끼도록 하고, VR과 AR 기술을 적용한 식사 경험도 생길 테지요. 하지만 디지털 기술은 혼밥 사례보다도 더 사회적 교류를 방해할지도 모릅니다.

 

 

입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이토록 복잡하다니. 음식을 먹으며 즐거워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보게 한 책입니다. 흔히 하는 말이 생각납니다. 먹고살기 힘들다, 다 먹고살려고 하는 일인데...처럼 우리 삶에서 결코 소홀하게 대할 수 없는 '먹는' 행위. 어떻게 먹어야 '잘' 먹는 것인지 식사의 사회적 행위에 관한 의미를 짚어볼 수 있었던 시간이 되었습니다.

 

 

요리 그 자체가 좋아서라기보다는 식사 경험이 좋아야 맛있다는 것. 맛에 대한 기억은 실제 맛과 같지 않을뿐더러 맛, 향, 풍미의 구별조차 지각하는 방식의 차이일 뿐이었습니다. 감정을 바꿈으로써 맛을 다르게 느낄 수도 있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알려준 책 <왜 맛있을까>. 입안과 마음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면  언제나 성공적인 식사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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