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세계명작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하비에르 사발라 그림, 이현우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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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 사랑은,
'끝은 아직 멀고도 멀었다는 것을, 그리고 가장 복잡하고 힘겨운 일이 이제 막 시작되고 있다는 것을.'

사랑은 아직 멀었고, 이제 시작된 순간에만 존재한다.
사랑은 끝이 끝으로 보이고, 시작이 마무리되는 순간 소멸한다.
사랑은 복잡함의 힘겨움이 깃털처럼 가벼울 때 춤을 추고, 평온의 햇살이 당연한 아침에 소멸된다.

아니, 다시 결론을 말하자.
사랑은, 끊임없이 시작되고 끝까지 지연된다. 그 시공에 두 손 잡고 긴 입맞춤을 나눌 연인들에게만 사랑은 빛을 내린다.

남자와 여자는 사랑을 구하지 않았다. 삶을 피했고, 피한 삶도 해결하지 못해 삶의 언저리에서 주저 내렸다. 서로가 탐한 것은 사랑이 아니라, 같이 허물어지는 그 무엇.
그리고, 급격한 무너짐의 끝을 받아낼 수 없는 그들은 각자의 삶에서 버티듯 천천히 무너진다.

사랑은 그 각자를 다시 호출한다.

서로에 대한 사랑이 뭉치면, 그러면 어쩌면 시작의 문이 열리고, 쏟아지는 짐승의 이빨들을 이겨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마, 이겨내진 못하리라.
결국, 한쪽의 소멸이 반쪽의 추억함으로 남으리라.
(그러나, 호출된 사랑이 그들을 지켜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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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웨이 부인 세계문학의 숲 23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태동 옮김 / 시공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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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자유와 큰 자유의 차이 아닐까 싶다. 클라리사의 자유는 작은 자유다. 온전하고 안전한 삶에서도 작은 자유를 갈구한다. 꽃, 산책, 아이, 그리고 추억의 남자. 이 모든 것이 모아지는 파티. 그는 작은 자유가 흔들리는 두려움에 싸여있다. 든든한 남편이지만 같이 잠들지 못하고, 사랑했던 남자이지만, 자신을 타박한다. 오지 않을 사람들이 파티에 오고, 그 공간으로 죽음이 공격적으로 침투한다. 작은 자유를 갈구하는 클라리사에게 미세한 떨림은 감지되고 거기에 억지로의 행복을 찾는다.
큰 자유는 파동이 크다. 꺾여진 사랑은 피터를 멀리 던져버렸고, 많은 여인들 속에서 작은 자유를 갈구하지만 허락되지 않는다. 칼을 붙잡고 울어내는 사내는 결국 사랑은 다시 거기 있음을 깨닫는다. 아니, 그는 끝까지 큰 자유로 현실을 거부하고, 그 사랑을 견디어내고 그곳에 있게 한다.
전쟁은 죽음의 장소이며, 작은 것들은 무시된다. 여기선 죽음도 작은 것이다. 그러나 그 속에 있는 인간은 무엇이 큰 것인지 알아낼 수 없다. 거대한 전쟁의 그릇에 갇힌 그들은 절대적으로 중요한 자유와 죽음이 얼마나 사소해지는지를 지켜보거나, 보는 순간 소멸된다.
큰 억압의 출구는 없다. 최소한의 저항도 허락되지 않는다. 스스로 소멸시킬 수 있는단 한 장의 사직서만 그 앞에 있을 뿐이다.
큰 자유는 미세함을 견디지 못한다. 큰 자유는 작은 떨림 속으로 들어갈 수 없다. 갑각류의 삶이지만, 스스로 그걸 깰 수 없다. 사랑도 그걸 깰 수 없다. 깨어지는 순간, 사라진다, 그의 삶.
작은 자유는 큰 자유의 그 무엇을 동경하지만, 동경은 두려움이다. 언제든 삶으로 침투해서 분쇄해버릴 것 같은. 작은 자유는 지켜내는 것이 버겁다. 하지만, 그 버거움만이 살아있음을, 살아가려 하고 있음을 위로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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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귀 가죽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3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이철의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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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아닌사랑에는 2백쪽넘게 해야할 고백이 있으나,
사랑이여야할 사랑의순간은 20여쪽으로 충분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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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웨이 부인 (시공사)


. 말의 힘을 믿는 자는 온기로 전해지는 침묵을 해독할 수 있을까. 온기 없는 침묵은 표식으로 받아들이겠지만.
. `고독이라는 존엄`(174)는 빈 곳이다. 그 공간을 가능케 하는 기둥과 벽이 사랑이다.
. `격리되고 소외된`(176) 삶에선 결코 `격리되고 소외된 기분을 향유할 수 없다.
. `사랑이란 뭐죠?`(177)....이유없이...수고를 자처하는 거죠.
. `베풂`(177)은 뭐죠?....끊임없이 존재를 의식하고, 따로 있음의 헛되고 안타까움을 풀어주는 거죠.
. 이 소설은 요약 불가다. 모든 줄이 인생을 뿜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 사랑의 반대가 뭐죠? 연민을 느끼며 자신의 우월성을 자위하는 것.
. 사랑과 종교의 공통점은? `전향`과 `비전향`의 지독한 투쟁, 또는 포기.
. ˝문제는 육체야.˝ (187)... 아니 구원은 육체에서만 시작될 수 있어.
. 어쩌면 `내 힘으로 세상을 살아나가고`(192) 있는 사람들이 가장 불행할지 모른다. 하여, 모든 사람은 불행으로 잉여를 뒤흔든다. 흔들리는 잉여에서 무언가가 흘러나온다. 무엇인가.
. 사랑받는다는 습관의 지루함이여. 아름답다는 것의 지독한 구속이여.
. `음악에는 의식이 없었다.`(201) 음악은 인간이 호흡하는 제2의 공기이다.
. `실제 사물들은 너무나 자극적이어서(206)`.... 그것이 보이는 그대로 있음이 확증되는 순간의 나락.
. `죽고 싶지 않았다. 삶은 좋은 것이었다. 태양도 따사로웠다. 단지 인간이 성가실 뿐이었다.(216)`....죽은 자들을 보고 듣는 날들이 이제 종언을 고한다, 따스한 날에.
. `사실 잡담이야말로 우리 영혼의 솔직한 모습이 아니겠는가?(233)`...사랑이야말로 잡담으로 쌓이는 것 아니겠는가. 영혼의 살랑거림이 잡담이란 거품으로 흐르는 것 아니겠는가.
. `댈러웨이 부인은 자기가 직접가서(7)` `나도 가야겠어요. 피터가 말했다. (285)
. 거기 있기 때문이다. (285)
. 삶은 오고감의 파동이지만 사랑은 있음의 확고한 떨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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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 책과 혁명에 관한 닷새 밤의 기록
사사키 아타루 지음, 송태욱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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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멍청해진다는 것은 잃어간다는 것이다. 잃어가는 것에서 무언가를 찾아 잊을 수 있다.
. 아버지의 부재가 어머니의 존재를 증명할 수 없다. 어머니는 없다. 여인이 있을 뿐.
. 읽는다는 것이 나를 구원할 수 없다. 구원의 문까지는 인도할 것이다.
. 쓰는 자를 죽일 수 있지만, 읽는 자들을 절멸시킬 수 없다.
. 읽는 자들은 읽기 위해 태어난 자를 억압한다. 태어날 이들은 억압의 중력과 싸운다, 읽는 것으로.
. 문학이라는 어느 영토로 진입하려는 것은, 구원과 벗겨짐과 잠기는 것과 반복의 춤사위로 가려는 열망 때문이다. 아니,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 나쁜 피로 물든 기도자의 심장을 꺼내 씻어줄 구원의 손길은 무엇인가, 책인가.
. 끝났다는 것은 멈춤이 아니라 사라짐이다. 멈춘다는 것은 응축한다는 것이다. 생성한다는 것.
. 꿈은 내일을 살짝 앞으로 당기는 것이다. 슬쩍 당겨서는 꿈쩍 않는 것이다.
. 작고 작고 웅크리고 미세해져야 씨앗이 될 수 있다. 소멸의 직전까지 응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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