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공 속에는 호랑이가 산다 문학동네 동시집 35
곽해룡 지음, 강태연 그림 / 문학동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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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를 참 좋아한다.
함축적인 의미의 글들을 읽고 있노라면
어찌 이리도 간결하게 표현했는데
그 의미가 몇백줄의 글보다 더 가슴에 와닿을까 하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곽해룡시인은 어린시절 숨겨뒀던 그 마음을 어루만지는 시를 쓰셨다.
그래서 다른 시인들은 곽해룡의 시에서 젖냄새가 난다고 했는데
읽어보니 정말 어린시절 나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들이 많았다
그때의 그 느낌이 고스란히 시 속에 스며들어있었다.

 

 

티 없이 맑고 모자람이 없어 보이지만 자신의 아픔이 아픔인지조차 모르면서 성장하는 아이들,

그리고 자신의 감정은 무시당하고 어른들의 표현을 강요 받고 큰 어른들에게 바친다는 곽해룡시인의 말은

책을 끝까지 읽고 나서 더 가슴에 남게되었다..

 

 

 

시를 읽어내려가며 참 너무 마음에 든 시가 몇개 있어서 몇번이고 읽었다.


 

 

 

첫번째로 빈집..

어릴적 엄마가 맞벌이로 할머니가 집에 와계셨는데 할머니 마저도 농사철이 되셔서 시골로 내려가시면

우리는 빈집에 남게 되었다. 항상 엄마, 할머니가 계실땐 몰랐지만,

할머니가 안계셔서 맘껏놀수 있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학교를 마치고 집에 들어서면

불꺼진 집안에선 냉한 뭔가가 느껴졌다.

아침에 분명 엄마에게 인사하고 나갔던 포근했던 집인데..

이상하리만치 낯설은 공간...불도 켜지않고 가방만 두고 나가 놀기도 일쑤였다..

 

그때의 그 느낌이 그대로 느껴졌다..

대문열쇠를 목에 걸고 다니며.. 아무도 없는 그 집에 가야하는 그 마음..

그 당시에도 나는 그 감정이 어떠한 것인지는 잘 정의 할 수 없었지만..

좋지 않았다는 느낌은 받았나 보다.. 이 글을 읽는 순간 그때의 기억이 생생해졌으니 말이다..

그냥 비어 있는 그 집을 보며 울고 싶었지만..애써 외면하고 참았을 지도 모른 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번째 전학

 

이시를 읽으면서도.. 참 마음이 아팠다..

우리는 요즘 세상에 쉽게 이사를 간다..

예전에는 터를 한번 잡으면 10년이고 20년이고 그 터에서 쭉 살아왔다.

나도 그랬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내가 살아보니 전세기간에 맞춰..2년마다 이사를 해야한다..

아이들은 어리다고 아이의 생각은 생각치도 않았다.. 어른들의 문제로도 머리가 아프고, 집을 이사하는게 우선이니..

나도 앞으로 아이들의 이사문제에 민감하게 생각되어 얼른 집을 사서 터를 잡아야겠단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읽어서 그런지.. 그 아이의 가슴아픔이 절실히 느껴졌다..

우리집 보다 더 큰 학교를 나 혼자 다 옮겼다는 그말이..정말 너무 나를 가슴아프게했다..

작고 어린 아이도.. 이렇게 느끼고 있는데 단지 말을 안하고 있었을 생각을 하니 안쓰러웠다..

 

곽해룡 시인의 말처럼.. 무슨 감정인지 모르고 살아가지 않게.. 어른의 표현만 강요하지 않고 아이의 생각을 잘 들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 시였다..

 

 

 

 

 

 

 

 

 

 

아이와 시를 읽으며 아이에게 가장 좋았던 시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니

"급소" 라고 했다.

 

급소라는 말이 웃기고 또 용돈이 필요할땐 아빠가 급소.. 울고싶을땐 엄마가 급소라는 말이..너무 좋았다고 했다.

좋았다는표현이 아마 자기도 공감한다는거겠지?

정말 너무 급소라는 제목만으론 내용을 가늠하기도 어려운데..

나도 엄마가 급소 이부분에선 뭔가 울컥했다..

다 큰 나도..엄마라는 이름을 떠올리면 울컥거리고 울고싶은 마음이 들기때문이다

 

 어린아이지만... 다 느끼고 있었다.

단지 표현을 제대로 못할뿐... 그러니 이렇게 시를 읽으면서 자신의 감정을 한번 되짚어 보는 것도 참 좋은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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