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심으러 몽골에 간다고요? 웃는돌고래 그림책 1
김단비 글, 김영수 그림, 푸른아시아 감수 / 웃는돌고래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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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심으러 몽골에 가보자!

 

2000년 여름 몽골을 방문했다. <한국 휴먼네트워크>와 <일본 요코하마시립대학 NGO>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몽골생태투어였다. 당시 나는 어느 학회의 회장을 맡고 있었다. 학회 지도교수님의 소개와 지원 덕분에 우리 학회에서 4명이 생태투어에 참여했다. 생태투어에 앞서 우리는 다양한 방법으로 사막화방지운동에 참여했다. 학교 내에서 사막화에 대한 세미나를 진행하고, 허브를 판매하여 수익금을 몽골 식수기금으로 보태는 등의 활동을 펼쳤다.

 

한편 생태투어에서 나는 단순 참가자가 아닌 전체 행사 중에 하나를 진행하는 역할을 맡았다. 일본 요코하마시립대학 NGO에서 활동하는 학생들과 소통하며 생태투어 중간쯤에 한·일·몽 문화교류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해야 했다. 일본어를 전혀 모르고, 영어도 서툴렀지만 뭔가 해보려는 열정으로 부딪쳐야했다. 게다가 생태투어에 참여하는 후배 3명만으로 행사를 준비하기가 무척 힘들었다. 후배들과의 일을 나누고 조율하는 역할을 잘 해내지 못했고, 덕분에 대부분의 일을 혼자 처리했고, 그래서 더욱 후배들과 거리가 생겼다. 몽골에 도착해서도 문화교류행사의 밤을 치루기까지 무척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때 그나마 기분이 풀어지게 된 것은 몽골 청년들과의 만남이었다.

 

문화교류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한인교회에 다니는 몽골 청년의 도움을 받았다. 키가 크고 체격이 좋았지만, 전체적으로 마른 느낌이었다. 선한 눈동자에 웃는 얼굴이 참 좋았다. 그가 떠듬떠듬 우리말을 조금 했지만, 말이 잘 통하지는 않았다. 뭔가 급하게 물어볼 때, 서로 말이 통하지 않으면 좀 답답했지만, 손짓 발짓 해가면서 어떻게든 준비를 해나갔다. 둘이서 물건을 사러 울란바토르 시내를 돌아다녔던 햇살이 유난히 따갑던 몽골의 여름 오후가 마치 흑백영화의 필름처럼 머릿속에서 돌아간다. 그에게 고맙다는 말을 충분히 했던가? 내 스트레스 때문에 좀 더 친절하게 잘 대해주지 못한 것 같은 맘이 들어 살짝 후회가 된다.

 

또 한명의 인연은 좀 별나게 만났다. 우리가 묵었던 외국인 전용 숙소의 야간 경비를 서는 경찰이었다. 문화교류행사를 무사히 마치고 숙소에서 선, 후배들과 술을 한잔 하다가 혼자 담배를 물고 건물 밖을 나와서 서성였다. 경비사무실에 근무하던 경찰(경비원이 아닌 진짜 경찰이었다.)이 내게 다가왔다. 처음에는 “밤늦게 돌아다니지 마라”는 말이라고 혼자 짐작을 했다. 담배를 끄고 방으로 돌아갔다가 나중에 다시 나왔는데, 이번에도 그 경찰이 다가왔다. 뭐라고 말을 하는데, 당연히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계속 듣다보니 같은 말을 반복했고, 나중에는 내가 물고 있던 담배를 가리켰다. 아! 담배를 달라는 뜻이었구나! 흔쾌히 한 개비를 꺼내주고, 불을 붙여줬다. 한 모금 깊이 빨아들인 후에 그는 웃는 얼굴로 바뀌었다. 그렇게 그와 담배를 나눠 피우고, 간식꺼리를 나눠주기도 하면서 12시 즈음부터 새벽 4시쯤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사실 둘이 말이 통하지 않으니,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은 별로 없었다. 그냥 손짓 발짓, 억양과 말투 등으로 판단했고, 나중에는 흙바닥에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그렇게 어렵게 나눈 대화를 통해 그가 나와 같은 나이이고(훨씬 더 많아 보였다!) 결혼을 했고, 아이도 있다는 사실 등을 알게 되었다. 참 독특한 경험이었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 책은 몽골에 나무를 심으러 간 힘찬이가 몽골의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또 몽골 친구를 사귀고 돌아오는 내용을 짧은 분량에 잘 담고 있다. 이 책을 감수한 단체는 <푸른아시아>로 힘찬이는 바로 <푸른아시아>가 주최하는 에코투어에 다녀온 것이다. 앞서 언급한 <한국 휴먼네트워크>는 이후 이름을 두 번 바꾸었는데, 현재의 이름이 바로 <푸른아시아>이다. 즉 나는 힘찬이보다 십여 년 전에 같은 단체에서 주관하는 같은 프로그램에 다녀온 것이다.(물론 그 동안 프로그램이 훨씬 더 많이 좋아졌을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몽골의 경험들이 하나둘 다시 떠올랐다. 말을 타고 달릴 때의 짜릿한 느낌. 양고기 특유의 냄새 때문에 힘겨웠던 식사시간. 시큼한 마유주의 맛. 드넓은 초원과 황량한 사막. 4인용 게르에서 혼자 춥고 외롭게 보낸 밤. 위에서 언급한 친구들 외에도 몽골에서 만난 선한 사람들. 이 책을 읽고 몽골에 나무 심으러 한번 가보시길 권한다. 단순히 나무만 심고 오는 행사가 아니라 몽골의 문화를 겪어보고, 나무도 심어서 사막화를 막고, 기후변화를 극복하는 의미 있는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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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정치 혐오

돌이켜보면 나는 정치에 대한 지독한 혐오감을 갖고 있었다. 아니 정치인에 대한 혐오감이라고 해야 더 정확할 수도 있겠다. 아버지가 노동운동을 하셨고, 80년대에 민주화운동에 뛰어들면서 정치인이 되었다. 아버지는 가난한 집안 살림도 제대로 살피지 않고, 몸을 바쳐 정치를 하셨다. 그러나 그때 아버지가 모셨던(이건 아버지의 표현이다.) 분은 아버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을 헌신짝 버리듯이 버렸다.(그때 함께 버려진 사람이 노무현이다.) 3당 합당이 기정사실이 되면서 아버지는 당을 나오셨다. 그리고 다시는 정치판으로 돌아가지 않으셨다. 내가 아는 아버지는 돈을 버는 재주는 정말 없었지만, 운동과 정치판에서는 무척 유능한 분이셨다. 학생때는 학생회장. 노조에서는 노동조합장. 정당에서는 사무국장. 어디에서나 눈에 띄는 존재였다. 아버지가 당을 떠난 후에도 선거철이 되면 유능했던 아버지를 찾는 전화가 종종 왔던 것을 기억한다. 그러나 아버지는 다시 돌아가지 않으셨다.

내가 정치라는 것에 대해 그리고 정치인이라는 존재에 대해 혐오감을 갖게 된건 아마 아버지의 영향일까? 아니면 고등학교 때 사회에 대한 눈이 띄인 이후로 늘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 이면을 봐왔던 덕분에 더러운 정치의(그리고 정치인의) 이면을 자주 봐왔기 때문일까? 아마도 둘 다의 영향이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나와 뜻을 같이하는 진보정당 조차도 지지는 할 수 있지만, 그 판에 끼어들고 싶지는 않았다. 존경하는 교수님이 그닥 정의롭지도, 진보적이지도 않은 노무현 정권에서 정치를 시작했을 때에도 내색은 하지 못했지만, 속으로는 무척 실망했다. 노무현 정권의 마지막 무렵 한미FTA를 두고 정부와 치열하게 싸우고 있을 때, 당시 청와대 시민사회 수석이던 그 교수님은 나의 안부전화를 받지 않으셨다.(아마 단순히 바빠서 못받으셨을 수도 있다.) 범국본에 관여하고 있었던 제자와 청와대에 있었던 스승은 그 이후로 다시는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물론 그 뒤로 연락을 하지 못한 나의 잘못이다.)

운동의 한계, 정치의 필요성

정치에 대한 혐오는 갖고 있었지만, 진보정당처럼 우리의 뜻을 대변해줄 정당과 정치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정치 논리로 만들어진 새만금과 고속철도 때문에 우리는 얼마나 많은 땀과 눈물을 흘렸던가! 예전에 다른 글에도 쓴 적이 있지만, 새만금 개발과 경부고속철도 건설은 모두 정치 논리로 만들어진 거대한 국책사업이었다. 다른 이유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정치인의 말 한마디 때문에 벌어진 끔찍한 환경파괴 사업이었고, 온갖 비리로 얼룩진 더러운 사업이었으며, 국민의 혈세를 국토를 파괴하기 위해 낭비한 사업이었다.

공교롭게도 국토의 파괴와 경제성장 따위는 전혀 관계없이 말 한마디 뱉은 노씨로부터 시간이 많이 지나 많은 국민들이 지금도 눈물을 흘리며 추앙하는 노씨 대통령 재임시절에 나는 새만금 방조제 공사장과 경부고속철도 공사 예정지역에서 땀과 눈물을 쏟으며 깨달았다. 환경운동만으로는 안된다! 이 땅의 억압받는 노동자들을 대변할 진보정치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자연과 생명을 파괴하는그릇된 정치 논리에 맞서 올바른 정치를 펼쳐나갈 녹색 정치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 시절 독일의 저명한 언론인이자 생태운동가인 프란츠 알트씨를 만났다.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그 분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인간적으로 그 분을 존경하게 되었다. 그 분께 독일 녹색당의 얘기를 많이 들었다. 한국에도 꼭 녹색당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여러번 해주셨다.

실패와 성공

시간이 조금 더 지나서 초록정치연대의 존재를 알게되었다. 그들은 내가 원했던 바로 그 녹색 정치를 이 땅에서 시도하고 있었다. 안타깝지만 그때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나는 그때는 몇가지 이유 때문에 힘을 보태지 못했다. 그리고 다시 시간이 조금 더 흘렀다. 이번에는 상황이 좀 달랐다. 무엇보다 이명박의 오랜 삽질과 후쿠시마의 핵폭발사고 등으로 인해 이 땅에 녹색 정치가 좀 더 간절해졌다. 처음에는 나도 조금 고민을 했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괜히 실패의 횟수를 한번 더 늘리고 마는 건 아닐까? 그런데 어느 순간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는지 합리적인 이유를 대기 어렵지만, 녹색당 창당에 뛰어들어 열심히 활동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녹색당이 창당하고, 지금 첫번째 선거를 앞두고 있다. 앞서도 말했지만 나는 지독한 정치 혐오자였다. 정치가 처음이고 낯선만큼, 선거운동이란 것도 처음이고 낯설다. 하지만 하루종일 수시 때때로 나는 선거에 대해 고민하고, 뭔가를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선거운동이 뭐 그리 대단해야 할 이유는 없다. 그저 생활속에서 사소한 것부터 고민하다보면 뭐든 다 선거운동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요즘 즐겁게 깨닫는다.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행복한 모임

녹색당 동료들과 이런저런 고민을 나누며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돌아오면서, 한편으로 피곤하고 힘들고 지치는 상황에 대해 생각하고, 또 한편으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겁고, 지금까지 그 어느 때보다 열성적으로 활동하는 내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곰곰히 그 이유를 따져봤다. 합리적인 이유는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생각해보면 그저 사람들이 좋았다.

우리지역 녹색당원들의 첫 모임에서 어느 분이 말씀하셨다. “지금까지 늘 혼자이거나 소수였는데, 내가 생각하기에는 너무나 당연한 주장을 해도 아무도 귀기울여 주지 않았는데, 오늘 우리 동네에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다니 하고 깨닫게 되어서 너무 행복하다!”(기억의 왜곡으로 인해 실제 그 분의 말씀이 조금 각색되었을 수도 있음!) 그말을 듣고 나서 나도 새삼 깨닫는다. 녹색당이 꼭 필요한 이유! 녹색당이 좋은 이유! 녹색당에 자발적으로 열심히 참여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모두 사람때문이다.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았던 사람들. 소위 진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난 늘 소수였는데, 여기서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을 이렇게 많이 만나다니! 반갑고 또 행복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즐겁고 행복한 모임이 이 나라의 요상하고 해괴한 선거법 때문에 창당하자마자 다시 사라지게 놔둘 수는 없다. 이제 막 돋아난 새싹인 녹색당이 무럭무럭 자라나 화려한 꽃을 피우고, 탐스러운 과실을 맺게 해주고 싶다. 내가 아는 모든 분들, 그리고 나를 아는 모든 분들께 간곡하게 부탁드린다. 4월 11일에는 꼭 투표장으로 가셔서, 녹색인 정당투표용지에 11번 녹색당을 찍어주시기를! 나와 당신과 우리 모두를 위한 단 하나의 선택!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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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08 1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09 16: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차트랑 2012-04-08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양은 청구서를 보내지 않는다...

녹색당을 적극 지지합니다~!!!
(선거법에 위반되는 발언이라면 지적해주십시요~)

오해는 하시지 마시고 들어주세요~
감은빛님 사랑합니다~!!!^^

감은빛 2012-04-09 16:23   좋아요 0 | URL
선거법 위반 아닙니다!
늘 관심 가져주셔서 고맙습니다!

매번 제 글에 1등으로 댓글 달아주시는데,
저는 통 찾아뵙지도 못해 죄송합니다.
선거가 끝나면 종종 찾아뵙겠습니다.

차트랑 2012-04-10 01:22   좋아요 0 | URL
선거에서 뜻하시는 바를 꼭 이루어 주시기 바랍니다.
녹색당, 적극 지지합니다!!

글의 추천수가 아주 많습니다.
힘내십시요!!!

굿바이 2012-04-08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짝짝짝짝짝!!!! ^^

감은빛 2012-04-09 16:24   좋아요 0 | URL
굿바이님 고맙습니다!^^

카스피 2012-04-11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늦었지만 이번 선거에서 녹색당이 선전하길 기원합니당^^

감은빛 2012-04-13 01:07   좋아요 0 | URL
카스피님 고맙습니다!
비록 결과가 좋지 않아 선거법상 정당등록이 취소되지만,
녹색당은 다른 이름으로 다시 활동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이 땅의 미래를 위해 더 열심히 분발하겠습니다.
 
다윈의 동물원 - 국어 선생님의 논리로 읽고 상상으로 풀어 쓴 유쾌한 과학 지식의 놀이터 1
김보일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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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일 선생님은 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지만, 과학책을 아주 열심히 읽는 분이시다. 『국어 선생님의 과학으로 세상읽기』라는 책도 내셨는데, 거기엔 또 어떤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셨을지 궁금하다. 마침 『다윈의 동물원』을 끝냈으니, 이번에는 그 책으로 넘어가봐야겠다. 『다윈의 동물원』은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생물과 진화에 대한 이야기가 잔뜩 실려 있다. 표지에 실린 작은 그림들이 무척 인상적인데, 그림을 모두 김보일 쌤이 직접 그렸다. 예전에 페이스북에서 김보일 쌤의 그림을 본 적이 있는데, 역시 보통 실력이 아니었다! 국어를 가르치고 과학책을 읽고 다시 책을 쓰고, 마라톤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과연 선생님은 못하는 일이 있을까 싶은 생각에 살짝 질투심이 생긴다.

 

아는 이 중에 ‘오리너구리’라는 별명을 쓰는 친구가 있다. 처음 ‘오리너구리’라고 소개받았을 때 조금 놀랐다. 귀여운 여성이 굳이 저 독특한 동물을 자기 별명으로 쓰는 것이 신기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오리너구리가 무척 독특한 동물이기 때문에 예전부터 좋아했다고 한다. 포유류로서 젖먹이 동물이지만 알에서 태어난다. 넓적한 주둥이는 마치 오리를 연상시키지만, 짧고 땅딸막한 몸통은 너구리를 연상시킨다. 게다가 이 특이한 동물은 발끝에 물갈퀴도 달려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동부해안과 남동쪽에 위치한 섬 태즈메이니아에만 살고 있다. 얘기를 듣고 보니 흥미를 가질만하다. 그렇다고 별명으로 쓰는 이유까지 이해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뭐 별명이 굳이 그럴듯한 이유를 가질 필요는 없다. 게다가 그도 오리너구리도 둘 다 귀엽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멸종위기 보호종인 오리너구리처럼 그도 사람의 보호본능을 자극한다. 갑자기 오리너구리 이야기를 꺼내는 건 이 책이 주로 독특하게 진화한 동물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앞부분을 읽으면서 문득 오리너구리와 그 별명을 쓰는 친구가 떠올랐다. 이 책에 혹시 오리너구리가 나오는지를 궁금해 하면서 읽었다.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오리너구리는 왜 저렇게 독특하게 진화했을지 무척 궁금했고, 김보일 쌤이 그 궁금증을 풀어주기를 내심 기대하면서 읽었는데, 내 기대를 저버리셨다.

 

그래서 홀로 백과사전을 검색해가며 가설을 세워보았다. 1) 포유류이지만 알을 낳는 것은 체구가 작기 때문일 것이다. 작은 체구는 새끼가 충분히 클 때까지 뱃속에 품고 있기가 불편했고, 그래서 알 속에서 충분히 자라서 나오는 것은 아닐까. 2) 넓적한 주둥이는 진흙 속에서 갑각류와 연체동물 등을 쉽게 찾아내어 먹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3) 물갈퀴는 주로 냇가와 호수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헤엄을 잘 쳐야하는 생존조건 때문일 것이다. 2번하고 3번은 그럴듯한데 1번은 조금 애매한 것 같다. 뭐 오리너구리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자.

 

앞서 짧게 말했듯이 이 책은 온갖 독특한 생물들과 인간의 특성에 대해 다루고 있다. 어두운 동굴에서 100년 동안 살아가는 ‘올름’이나, 스타쉽트루퍼스라는 영화에 나오는 항문으로 대포 같은 것을 쏘는 벌레의 원 모델인 ‘폭격수 딱정벌레’ 등 신기한 생물들이 잔뜩 나온다. 36억 년 전 ‘시아노 박테리아’ 때문에 지구에 산소가 많이 만들어졌고, 그래서 이 모든 역사를 시아노 박테리아의 탓으로 돌리는 글은 제법 재밌다. ‘코르티솔’ 이라는 호르몬에 대한 얘기를 읽으며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고, 몸은 타자를 염두에 두고 설계되었다는 말에도 역시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주위에 채식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가축산업과 인간의 입맛에 대한 글도 관심을 갖고 읽었고, 공룡이 벌레들에게 멸종당했다는 설과 인간이 털 없는 원숭이가 된 것에 대한 가설 등도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의 독특한 특징 하나는 가끔 등장하는 몇몇 인물들과 김보일 쌤과의 대화이다. 이 분들은 책 제일 뒤에 있는 작가의 말 아래쪽에 소개되어 있다. 모두 페이스북에서 김보일 쌤과 친구를 맺고 있는 분들이다. 김보일 쌤이 예전에 가끔 단상처럼 어떤 동물에 대한 이야기나 진화에 대한 이야기를 페이스북에 던지곤 했는데, 여기에 달렸던 수많은 답글들 중에서 의미 있는 대화들을 추려서 책에 실어놓았다. 그때 그렇게 하나씩 던졌던 이야기들이 이 책으로 엮여 나왔을 줄이야! 게다가 당시에 열심히 읽어보곤 했던 대화들을 다시 책에서 만나니 재밌다. 즐기는 사람이 상상력의 눈을 뜬다는 김보일 쌤의 마지막 말씀을 되새기며 뭐든 즐기는 마음으로 살아가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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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랑 2012-04-06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어선생님들은 정말 대단한 분들입니다.
모든 영역을 통섭하는 독서력을 지닌 분들이 아닌가 싶어서죠.
수능의 지문에는 철학, 예술, 역사, 과학, 생명 등등...
거의 모든 분야를 두루 망라하는 비문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걸 다 가르치시려면
세상의 모든 것을 모두 알고 계셔야 할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곤하죠.
그래서 제일 무서운 분들은 철학이나, 과학, 역사 전공자분들이 아니라
국어선생님들입니다 ㅠ.ㅠ
그분들은 동양의 고전에서도 해박하시더군요.
4서는 물론 '시경'까지 줄줄 꿰시는 국어 선생님께...
제가 졌더랬습니다.

국어 선생님들의 가늠기 힘든 파워입니다 ㅠ.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김은빛님~

감은빛 2012-04-08 02:46   좋아요 0 | URL
늘 이렇게 댓글을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늘 뒤늦게 답을 남겨서 죄송하구요!

차트랑공님의 말씀을 읽고나니,
확실히 그렇군요.
국어선생님들 무서운 분들이셨군요.
불행히도 제가 학창시절에 만난 분들은 그렇지 않았던 듯 합니다.
앞으로 국어선생님들과 좀 친해져서 가르침을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
 
산처럼 생각하라 - 지구와 공존하는 방법
아르네 네스.존 시드 외 지음, 이한중 옮김, 데일런 퓨 삽화 / 소동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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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19일 새벽 5시 30분 평화활동가들이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J화약 정문 앞에 차량과 함께 인간 띠를 이어서 해군과 삼성물산이 구럼비 발파를 위해 사용하는 화약의 이동을 막았다. 이들의 인간 띠는 비폭력 평화행동으로 서로의 손을 마주 잡고, 손과 손을 등산용 끈(자일)로 묶었으며, 팔과 팔 사이에 PVC 관을 끼웠다. 밖에서는 물리력으로 인간 띠를 함부로 해체하기 어렵다. 함부로 PVC 관을 깨려고 들었다가는 사람이 크게 다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귀포 경찰은 9시 30분부터 강제연행에 들어갔다. 인간 띠를 물리력으로 풀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은 서귀포경찰서 경비교통과장은 망치질로 PVC 관을 깨기 시작했다. 그래도 양심이 있었던지 망치질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도록 전경들을 불러 시야를 완전히 차단했으며, 기자들의 출입을 원천적으로 막았다. 완장과 기자증을 착용한 기자들의 멱살을 잡고, 현장에서 쫓아낸 것이다. 또한 인권감시를 위해 현장에 있던 민변 변호사의 접근 역시 막았다. 경찰의 망치질에 여성 활동가들은 고통을 호소하는 비명을 질렀다. 대다수의 활동가들이 손에 상처를 입었다. PVC 관을 깨뜨린 경찰은 가위로 손을 묶은 끈(자일)을 잘랐다. 경찰이 연행을 위해 사용한 도구들, 망치와 가위가 얼마나 위험한 흉기인지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결국 경찰은 활동가들을 모두 연행하고, 차량을 모두 견인했으며, 화약을 옮겼다. 그리고 그날도 구럼비 발파는 강행되었다.

 

그 자리에 녹색당 당원들도 여럿 있었다. 특히 녹색정치에 대한 열정으로 눈을 반짝이며 함께 대화를 나누곤 했던 한 여성 당원이 있었다. 그이의 연행 소식에 무척 마음이 아팠다. 혹시 망치질에 다친 것은 아닌지. 망치와 가위를 휘두른 경찰에 대한 분노와 함께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과 제발 다치지 않았기를 바라는 염려 등 복잡한 마음으로 강정마을 소식을 찾아보았다. 언론 사진을 통해 연행되기 전, 그이의 결의에 찬 눈빛을 보았다. 그 눈빛 덕분에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그래, 그런 각오였다면 잘 버티고 있겠구나. 부디 몸도 마음도 다치지 않았기를 바랐다.

 

1970년 8월 26일 노르웨이에서는 댐 건설과 폭포 파괴에 반대하기 위해 마르달스폭포 정면 바위에 무려 300여명을 몸을 묶어 시위를 벌였다. 여기에는 심층생태학의 창시자라는 아르네 네스(Arne naess)라는 사람도 직접 참여했다. 이 사람은 우리에게는 비교적 낯선 사람이지만, 여러모로 무척 흥미로운 위인이다. 제2차 세계대전 때는 레지스탕스로 활동하였으며, 27세에 오슬로 대학에서 최연소 철학교수가 되었고 스피노자 연구자로 이름을 알렸지만, 심각한 생태적 위기를 깨달은 후 교수직을 그만두고 직접 환경운동에 뛰어들었다. 후에 노르웨이 고산지대의 작은 오두막에서 평생을 보냈다.

 

최근 데이비드 로텐버그가 아르네 네스와의 대화를 엮은 『생각하는 것이 왜 고통스러운가요?』를 살펴보다가 어려워서 손을 놓고 있었는데, 또 다른 아르네 네스의 책을 만났다. 『산처럼 생각하라』는 아르네 네스, 존 시드, 조애나 메이시, 팻 플래밍 4명의 글과 데일런 퓨의 독특한 삽화를 엮은 책이다. 책을 딱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눈이 간 것은 제목이나 부제인 ‘지구와 공존하는 방법’보다 ‘산처럼 생각하고 인디언처럼 노래하라’는 문구였다. 조금 길더라도 이 문장을 제목으로 정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단순히 ‘산처럼 생각하라’는 말은 조금 어려운 느낌으로 남지만, 뒤에 ‘인디언처럼 노래하라’는 다소 서정적인 표현이 붙어줌으로써 훨씬 더 편안한 느낌으로 자리 잡으며, ‘인디언’이란 단어 덕분에 무엇을 말하려하는지도 더 쉽게 와 닿는다.

 

이 책은 말한다. 이 지구상의 만물은 모두 다 나름의 역사를 갖고 살아있으며, 모두 그 자체로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그러므로 인간은 무엇 하나 마음대로 파괴하면 안 된다. 이 책의 3장에서는 만물협의회라는 행사를 진행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25명이 야생의 땅(아마도 숲이나 들판 같은 자연 상태라는 의미겠지)에서 인간이 생명의 그물에 속해있다는(번역에는 ‘묻혀있다’고 되어 있었으나 좀 더 자연스러운 단어로 바꿈) 사실을 깊이 의식하기 위한 연습들을 보여주는데, 이 과정이 무척 흥미롭다. 이들은 산이 되어 수백, 수천 년의 세월을 느껴보기도 하고, 들풀이 되었다가, 초록비둘기가 되었다가, 얼룩소가 되었다가 기러기가 되었다가 민달팽이가 되었다가, 이어서 캥거루, 이끼, 멧돼지, 병코돌고래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들은 차례로 인간에게 충고와 경고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열대우림은 자신이 1억3천만 살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신문지와 판자와 가구 때문에 나무들을 쓰러뜨리고, 도로를 뚫는 인간을 꾸짖는다. 그리고 주머니쥐와 병코돌고래와 이끼와 콘도르 등의 고통과 분노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리고 인간이 나서서 잘못을 인정한 후로는 갑자기 분위기가 바뀐다. 민달팽이가 인간에게 느리게 살기를 권하고, 물은 끈기와 유연한 태도를 권하고, 콘도르는 예민한 시력을 강조하고, 이끼는 아주 긴 시간에 걸친 인내심을 선사하겠다고 하고, 열대우림은 균형과 조화를 창조하는 힘을 주겠다고, 낙엽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서 해방시켜주겠다고 하는 등 인간을 위한 권유와 선물 공세가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만물이 인간에게 주는 축복을 받으며 만물협의회는 막을 내린다.

 

인간은 이 지구를 마음대로 휘두르는 지배자가 아니다. 인간은 강과 산과 바다와 새와 동물과 곤충과 풀과 나무와 함께 살아가는 자연의 일원이다. 인간이 오만함에서 벗어나 만물의 생명과 가치를 깨닫고 느끼는 순간, 발파로 괴로워하는 구럼비 바위의 비명소리를 듣게 되고, 4대강 개발로 파헤쳐진 강가 모래알의 외침을 듣게 되며, 골프장 공사 덕분에 사라진 야생화의 아름다운 얼굴을 보게 되고, 송전탑 공사로 베어진 나무의 아픈 상처를 쓰다듬어 줄 수 있게 된다. 제발 인간들아, 산처럼 생각하고 인디언처럼 노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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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랑 2012-03-31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 깊이 새겨두어야 할 좋은 말씀들이 많습니다.
그 중 "인간은 무엇 하나 마음대로 파괴하면 안 된다"
라는 말씀은 정말 학교에서 가르쳐야 하는 말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제 마음속에도 깊이 새겨둘 것입니다.

인권을 그처럼 외쳐대는 사람들도
물권을 위해 애쓰려하지 않습니다.
인권과 물권은 언제나 공존해왔고 앞으로도 그래야 합니다.

절대로 지구를 마음대로 휘둘러서는 안됩니다~!!!

감은빛 2012-04-08 02:49   좋아요 0 | URL
원래 이런 건 학교 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그리고 마을에서 어른들이 행동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이 자본주의의 물질만능 시대에는
어른들의 행동에서 배울 점이 별로 없어 보입니다.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이 사회가 문제인 것이죠.

나와 내 새끼들 입에 풀칠하기 위해,
당장 제주도로 달려가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이런 나라 물려줘서 정말 미안해 - 2013 생활민주주의 시대를 여는 F세대 자성론
함영훈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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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세대의 패자부활전

 

대학을 다닐 때였다. 한창 ‘오렌지 족’이나 ‘X세대’, ‘신세대’라는 말들이 유행하고 있었다. ‘배꼽티’라는 것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 그걸 입은 여학생들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어느 교수님이 재밌는 과제를 냈다. 요즘 젊은 세대를 흔히 X세대라고 표현하는데, X세대의 정의를 내려 보라. 그리고 자신이 X세대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를 답하고 그 이유를 증명하라는 과제였다. 그때 처음으로 알았다. 무슨 세대라고 말들이 그렇게 많다는 것을. 세대를 분류하는 기준은 주로 나이였다. 하지만 정작 더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주로 언급하는 그 세대의 주요 특징이 있고, 그 특징에 얼마만큼 해당하느냐에 따라 그 세대로 분류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었다. 당시 나는 과제를 하기 위해 X세대의 주요 특징을 기술하면서, 나는 그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X세대가 아니라고 판단을 내렸던 것 같다. 지금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당시 주요 특징으로 기술했던 것들을 몇 가지 떠올려본다면 다음과 같은 단어들이었다. 서태지, 배꼽티, 락카페, 찢어진 청바지, 삐삐(pager) 등등.

 

지방대학이었기 때문에 그랬는지 몰라도, 당시 주위에는 그렇게 젊음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문화들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어느 동기는 영어가 크게 적힌 티셔츠를 입고 강의실에 들어왔다가 혼이 나서 쫓겨났고, 어느 여자선배는 배꼽티에 미니스커트를 입고 왔다가 주변의 시선 때문에 함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학과방에 갇혀있었다. 락카페를 한번이라도 가본 사람이 거의 없었고, 찢어진 청바지는 아예 보지 못했다. 오히려 우리는 80년대 말 학번들과 어울려 소주방에서 밤새 정치얘기와 NL이니 PD니 하는 정파에 대한 논쟁을 벌였다. 낮에는 또 학교 뒷산에 올라 막걸리를 마시며 또다시 정치와 학생운동에 대한 논쟁을 이어갔다. 이렇게 밤낮없이 술만 마시는 우리에게 어느 교수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지금 너희가 이렇게 술만 마시고 공부를 멀리하는 것은 너희가 술을 좋아하기 때문은 아니다. 이 사회가 너희에게 아무런 희망과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너희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이 사회가 잘못된 것이다.” 조금 충격을 받았다. 맨날 술만 마신다고 꾸중하실 줄 알았는데, 오히려 우리 잘못이 아니라고 하시니 말이다. 그때부터 사회와 개인의 관계에 대해 고민을 시작하게 되었다. 사회현상과 개인의 역할 및 책임 등에 대해 질문을 품고 신문을 읽거나, 뉴스를 보기 시작했다.

 

『이런 나라 물려줘서 정말 미안해』 이 책의 부제는 ‘2013 생활민주주의 시대를 여는 F세대 자성론’이다. F세대라는 말은 현재 40세 전후의 연령층을 지칭하는 말로 Forgotten 세대라고 한다. 50세를 전후한 베이비붐 세대에 대한 비교로서 ‘잊혀진 세대’ 라는 표현을 쓴 것으로 해석된다. 베이비붐 세대에 비해 IMF와 개인주의 등으로 젊은 시절에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사회적으로 잊혀진 세대. 하지만 그들이 지금 인생의 허리라고 할 수 있는 40대를 맞아, 인구대비로도 베이비붐세대를 추월하여 사회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면서 다시 링 위에 올랐다. 이른바 패자부활전이라고 부를만하다. 책을 읽다보니 저절로 X세대에 대한 과제와 술만 마시던 우리에게 던진 교수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F세대 안에 포함된 X세대를 바라본 당시의 느낌이 궁금해졌기 때문이고, 총선과 대선이 있는 정권말기의 사회현상과 맞물려서 지금 이 사회의 중심에 있는 40대 전후의 사람들의 특징을 갖고 사회적 맥락에서 세대론 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그때 교수님 말씀과 닮았기 때문이다.

 

서태지에 열광했던 X세대, IMF로 인한 청년실업의 원조, 8비트 컴퓨터에서 PC통신, 인터넷 카페와 미니홈피,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거치면서 네트워크 파워를 익혀온 세대, 나이 마흔에도 게임이나 SNS 등에 빠져있는 철들지 않는 중년. 이 책을 통해 살펴본 F세대의 주요 특징이다. 이들이 살아온 궤적과 현재 차지하고 있는 위치에 대해 살펴볼 수 있는 다양한 통계자료와 분석, 개인의 증언 등이 흥미롭다. 특히 <헤럴드 경제>와 케이엠조사연구소가 공동으로 실시한 세대별 의식 여론조사를 통해 여러 가지 사회현상에 대한 국민의 생각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책을 쓴 여러 필자들의 의도처럼 의미 있는 시기에 사회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잊혀진 세대가 많은 역할을 함으로써 진정한 생활민주주의를 열어 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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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랑 2012-03-22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잊혀진 세대에게
생활 민주주의가 피어오르는 시대가 오기를...

사회가 향하고 있는 곳이 어느 곳이냐는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사고 자체가 사회이고 사회가 곧 사고이니
좋은 나라, 좋은 사회를 물려주는 것이
당대의 사회가 노력해야 할
방향이고 과제인 것을요...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의 일원이 되고 싶습니다~
좋은 책,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은빛 2012-03-28 18:08   좋아요 0 | URL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된다면 참 좋겠지요?
저 역시 그런 사회를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좋은 글이라고 해주시니 부끄럽습니다.
고맙습니다!

순오기 2012-03-22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면 정말 이런 세상을 물려주게 돼서 정말 미안하지요.ㅜㅜ
하지만 좀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들어가려 노력하는 이들이 있기에 희망은 있다고 봅니다.
일단 가까운 날에 있을 선거부터 확실하게!!^^

순오기 2012-03-22 15:43   좋아요 0 | URL
아이들 키울때는 정말 극장가기 어려워요.
저도 10년 세월을 극장과 단절하고 살아서, 이제 그 세월을 보상받는 거랍니다.^^
감은빛님도 아이들이 더 자라면 같이 영화관 나들이도 할 수 있어요, 아자아자!!

감은빛 2012-03-28 18:09   좋아요 0 | URL
그럼요! 선거부터 확실하게! ^^

요즘은 극장가고 싶단 욕심도 아예 사라졌습니다.
영화는 저에게 사치라는 생각이 드네요.

응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마녀고양이 2012-03-25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바로 F세대군요, 그리고 확실하게 X세대입니다... 조건을 보니.. ^^

그리고 현 40대가 10-20대에게 미안해하고, 사회에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도 합니다. 그것은 젊은이들이 견디어야 할 몫이야 하기에는, 너무 미안한 일들이 많은거죠. 그런데 삶이 점점 팍팍해지니, 큰일입니다.... 좋은 페이퍼 감사합니다.

감은빛 2012-03-28 18:11   좋아요 0 | URL
확실하게 X세대일 것 같아요! ^^

이 사회가 더 망가지기 전에 정치부터 바로 잡고 싶단 심정으로,
녹색당에서 뛰고 있지만,
그 덕분에 제 삶은 더 빨리 망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가끔 듭니다.
이 무슨 아이러니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