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오늘


페이스북 과거의 오늘 있었던 일들을 보니 지인의 아이가 아파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피가 많이 부족하다고 하여 지정 헌혈을 했던 일이 있었다. 기억 못하고 있었는데, 페이스북이 알려줘서 잠시 그때의 기억을 떠올려본다. 헌혈 요청은 내 혈액형을 알고 있는 당시 아내로부터 들었다. 헌혈 요청일보다 한 삼사일 전이었다. 그 삼사일 동안 술, 담배를 끊고 건강한 혈액을 아이에게 전해달라고 했다. 그 당시는 정말 거의 매일 술을 마시던 시절이어서 그렇게 미리 알려주지 않았다면 아이에게 건강하지 못한 피를 전할 뻔했다. 나는 그 요청을 받자마자 헌혈을 하는 날까지 술과 담배를 끊었고, 건강에 좋은 음식들을 챙겨먹으며 얌전히 지냈다. 헌혈은 자주 했기 때문에 오히려 별 일 아니었다. 지정 헌혈을 마치고 나중에 지인으로부터 감사 인사를 받았다. 그리고 며칠 후에는 그 지인과 잘 알고 지내는 동네 선배들 몇 명에게 칭찬도 받았다. 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당연히 해야할 일이었기에 그 칭찬들은 오히려 민망했다.


그 지인이 나중에 페이스북에 자신의 아이의 몸 속에 여러 고마운 분들의 피가 돌고 있다며, 나를 포함해 지정 헌혈에 참여해 준 여러 사람들을 나열했다. 그 글을 읽고 나니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어서 내가 다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아이는 지금 건강히 잘 자라고 있겠지? 최근 그 지인과 소통할 기회가 없어서 물어보지 못했네. 다음에 연락할 기회가 생기면 물어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가, 아니, 내가 일부러 물어보면 그 지인에게 또 미안함과 고마움을 상기시키는 일이 될테니 그냥 궁금해도 물어보지 말아야겠다 싶다. 뭐 아이가 다시 아픈 일이 생기면 그 소식이 내게도 전해지겠지.


최근 친하게 지내는 선배가 암 진단을 받고 큰 수술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또 친하지는 않지만, 한때 여러 번 같이 활동한 적이 있던 후배 활동가 한 명이 교통사고로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소식도 들었다. 아마 제일 가슴 아프고 슬픈 소식은 누군가가 크게 다치거나 아픈 소식일 것이다. 이런 슬픈 소식이 연달아 들려오니 나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 다행히 암 진단을 받았던 선배는 수술을 잘 마쳤고, 무사히 퇴원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듣고 안심했다. 사고로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후배 소식은 그 후로는 듣지 못했다. 만약 상황이 더 나빠져 생을 달리하게 된다면 아마 내게도 소식이 전해지겠지. 지금은 궁금해하지 말자. 그저 무소식이 희소식이라 여기고 그가 잘 회복하기를 바라자.


저녁 운동과 밤 운동


어제는 아침부터 발목이 아팠다. 잊을만 하면 찾아오는 관절 통증. 여기 저기 온 몸의 관절들을 돌아다니며 언제 어디가 아플지 예측할 수 없는 통증. 벌써 몇 년째인지 기억하기도 어려운 지긋지긋한 통증이었다. 그렇게 하루나 이틀 아프다가 또 금방 사라지는 통증이었다. 관절 통증 자체는 익숙하지만, 문제는 당장 당일은 움직이기가 어렵고 불편하다는 점이다. 하필이면 일주일에 한 번 달리기 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내가 그 모임을 이끄는 역할인데, 내가 달리기를 못하는 경우를 상상하기 어려웠다. 아침부터 이런 저런 방법을 동원해 발목 마사지를 하고 주위 근육을 풀어줬다. 낮에 좀 걸어야 할 일이 생겼는데, 무리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저녁이 되어 다시 상태를 냉정하게 살펴보니 어쩌면 달리기를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무리하지 않고 조금 천천히 달리는 것 정도는 괜찮을 것 같았다. 발목 보호대의 힘을 빌리거나 테이핑을 하면 될 것 같았다. 후배 활동가에게 매장을 부탁하고 집에 가서 발목 보호대를 차고 왔다. 그리고 저녁 8시가 되어 매장 문을 닫고 달리기 모임 장소로 이동했다.


발목 보호대를 꽉 조이고, 신발 끈도 꽉 조여 매고 참가자들과 준비운동을 했다. 이번에는 하체 힘을 기르는 간단한 맨몸 운동 두어가지를 알려주고 가볍게 몇 회씩 함께 했다. 다들 입으로는 신음소리를 내며 달리기 하기 전에 벌써 힘들다며 투덜거렸지만, 잘 따라했다. 그리고 달리기를 했다. 참가자들 중 가장 연장자인 60대 언니는 처음 몇 초는 잘 달렸지만, 금방 지쳐서 속도가 떨어졌다. 다른 참가자들은 다들 자세도 괜찮았고, 복식호흡도 잘 하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처음에는 발목이 신경쓰여 제대로 뛰지 못했다. 휴식 시간에 좀 쉬고 두 번째로 달리기를 할 때부터는 달리면서 발목이 괜찮은 것 같았다. 만약 계속 통증이 있었다면 그렇게 달리지 못했겠지. 그때부터 나는 마치 아프지 않은 날처럼 그러니까 평소처럼 달리기를 했다. 속도도 내보고 남들보다 두 배 정도 더 긴 거리를 달렸다. 괜찮았다. 꽉 조여놓은 보호대 때문에 좀 답답하기는 했지만, 무리했다는 느낌은 없었다. 다시 휴식을 취하고 세 번째 달리기를 했다. 이번에도 달리면서 다시 발목의 상태를 체크했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세 번째 달리기까지 마치고 신발을 벗고, 보호대도 벗고 발목의 상태를 살폈다. 신기하게도 통증이 많이 가라앉아 있었다. 아침에 느낀 통증이 100이었다면 달리기를 마친 상태에서 느껴지는 통증은 10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그렇게 한 시간이 조금 넘게 달리기를 마치고 다들 헤어졌다. 나는 한 가지 더 중요한 일정이 남아있었다. 바로 당근 거래였다. 당근을 깔고 세가지 키워드 알람 등록을 했었다. '덤벨', '케틀벨', '불가리안 백' 이렇게 세 개였다. 케틀벨과 불가리안 백은 알림이 거의 안 왔는데, 덤벨은 알림이 자주 왔다. 그 중 3가지 무게의 덤벨 한 쌍씩 세 쌍과 덤벨 거치대까지 한번에 판매하는 사람이 잇었다. 딱 보자마자 욕심이 났다. 물론 그 덤벨들은 3kg, 5kg, 6kg 이렇게 낮은 무게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내게는 불피요한 것들이었다. 우리 집엔 이미 원판을 끼우는 덤벨 바가 있어서 무게를 늘리기 위한 원판들이 더 필요할 뿐이었다.


다른 물건에는 욕심이 없는데, 책과 운동기구 욕심은 왜 이렇게 강한 걸까? 나는 그 덤벨세트와 거치대를 누군가에게 선물하거나 아니면 사무실에라도 두려고 마음 먹고 구매하겠다고 말을 걸었다. 그래서 어제 밤 10시에 만나기로 했다. 마침 그가 지정한 장소는 내가 덤벨을 선물할까 생각했던 후배 집과 가까웠다. 그런데 그 후배는 최근 5kg 덤벨 한 쌍을 이미 샀다고 자신은 필요 없다고 답이 왔다. 그럼 사무실에 갖다 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약속 장소에서 사무실까지는 걸어서 약 15분 거리였다. 무게를 한 번 계산해봤다. 3*2=6, 5*2=10, 6*2=12, 6+10+12=28 일단 덤벨 무게만 28kg 이었다. 거치대는 무게를 알 수 없지만, 쇠덩어리로 되어 있으니 가볍지는 않을 것이다. 한 3~4kg쯤 되지 않을까? 그럼 31~32kg 정도 되리라. 그 정도면 걸어서 옮기기에는 좀 무거운 무게였다. 그 사람이 어디 가방이나 상자에 담아 줄 리도 없어서 들고 옮기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아까 그 후배가 최근에 차를 구매했고, 그 후배가 부탁해서 운전할 때 옆에 타고 조언을 해 준 적도 있었다. 후배에게 차를 빌려달라고 했더니, 본인이 운전해서 사무실까지 실어 주겠다고 했다. 아! 드디어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


밤 10시 약속이었는데, 55분쯤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내가 아주 잠시 기다리니 반대쪽에서 바퀴달린 손수레를 끌고 한 여성이 나타났다. 그 수레에 덤벨 3쌍이 걸린 거치대를 담고 있었다. 어떻게 가져가실거냐고 약간은 걱정 섞인 듯한 채팅을 주고 받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물건을 받고 값을 치루고 나니 그 분은 다시 차는 어디 있냐고 어떻게 옮기실 거냐고 묻는다. 친구가 차로 옮겨줄 거라고 저 길 건너편으로 가져가서 기다리면 된다고 말했더니, 건너펀까지 어떻게 옮길 것인지를 다시 걱정했다. 나는 씩 웃으며 걱정 마시라고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실제로 들어보기 전까지 나는 자신만만했다. 겨우 30 남짓 정도 되는 무게 밖에 안 되는 걸! 그러나 손잡이도 없고 마땅히 잡을 공간이 없는 거치대를 이리 저리 들어보려다가 이거 생각보다 쉽지 않네 싶었다. 바닥 쪽에 가로대가 하나 있길래 거기를 오른손으로 잡고, 제일 위쪽을 왼손으 받치고 들어올렸다. 음, 이렇게 하면 되네. 그러고 걷기 시작했다. 자세가 거치대를 살짝 눕혀서 걸을 수 밖에 없었는데, 몇 걸음 걷지 않아서 덤벨들이 아래로 쏠리면서 자꾸만 쏟아지려고 했다. 걸으면서 쏠리지 않게 바로 잡으려고 해보다가 도리어 팔로 덤벨을 건드렸더니 한쪽이 툭 빠져버렸다. 결국 바닥에 내려놓고 덤벨을 제대로 끼우고 잠시 쉬었다. 음, 몇 걸음 안 걸었는데, 엄청 힘들었다. 생각보다 무겁구나.


이번에는 아예 바닥 양쪽 끝 다리를 들고 올렸다. 나도 모르게 입에서 신음이 흘렀다. 가까운 교차로 횡단보도까지 거리가 유난히 멀게만 느껴졌다. 지하철 역에서 나오는 사람들이 나를 스쳐지나가며 흘끔 흘끔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부지런히 다리를 놀려 겨우 횡단보다 앞 까지 가서 다시 바닥에 내려놓았다.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호흡을 가다듬었다. 이제 거의 다 왔다. 도로를 건너고 조금만 더 가면 후배네 주차장이었다. 아! 전화! 나는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는 동안 후배에게 전화를 걸어 내려오라고 전했다. 드디어 신호가 바뀌고 다시 덤벨 거치대의 양쪽 다리를 들어올렸다. 아까 자신있게 출발했던 때와는 달리 엄청 무겁게 느껴졌다. 횡단보도를 빠르게 건너는데, 건너편에서 다가오는 여러 사람들의 눈길이 모두 내게로 쏠렸다. 그 중 내 바로 옆을 스쳐 지나간 젊은 여성 두 분의 대화가 들렸다. "저 사람 좀 봐. 엄청 무거울 것 같은데, 저런 걸 저렇게 들고 가네." 낯선 여성의 관심 덕분에 순간적으로 다시 힘이 났다. 팔에 힘을 주어 자세를 고쳐 잡고 다시 열심히 걸었다. 




나중에 지도 앱으로 거리를 재보니 약 170 미터 정도를 걸었더라. 약 32 킬로그램을 들고 170 미터를 걸었을 뿐인데 상의가 완전히 땀으로 젖었다. 이미 아까 달리기를 하면서 젖었다가 다시 말랐던 옷인데 또 젖은 것이다. 주차장 바닥에 조심스레 물건을 내려놓고 후배가 내려오기를 기다리며 심호흡을 했다. 


차에 싣기 전에 혼자 한 번 들어보려던 후배는 놀란 표정으로 이걸 어떻게 들고 왔냐고 물었다. 나는 씩 웃으며 이 정도는 별거 아니지 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솔직하게 죽는 줄 알았다고 답했다.


드디어 사무실에 덤벨이 생겼다. 이제 일하다 졸리거나 스트레스가 쌓이면 담배 피우러 나가지 말고 운동을 해야겠다. 다만 좁디 좁은 사무실에 제대로 된 운동 공간이 없는 건 문제다. 어디서 운동을 해야 할지는 좀 고민해봐야겠다.


오늘도 저녁에 달리기를 하기로 했다. 달리기 하러 가기 전에 덤벨 운동을 간단히 하고 가야지. 운동 다 마치고 집에 가서는 케틀벨과 바벨을 들며 놀아야지. 내일은 샌드백과 불가리안 백하고도 좀 놀아줘야겠지. 아, 철봉하고도 놀아줘야겠네. 바쁘구나 바빠.


글을 마치려다가 다시 깨달았다. 나 당근마켓에서 덤벨 세트를 하나 더 구매하기로 했었다. 이번에는 우리 집에 있는 것과 같이 바에 원판을 끼우는 형태의 덤벨이고 원판이 총 20개에 바는 6개인데 가격은 정말 저렴했다. 물론 원판들이 다 무게가 낮아서 조금 아쉽기는 했다. 여기는 일단 거리가 제법 멀고 부피가 커서 무조건 차로 옮겨야 한다. 또 차를 빌려야겠구나. 아! 운동기구 욕심은 정말 끝이 없구나. 이제 당근마켓을 지워버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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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23-05-20 08: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상은 만성이 되지 않도록 조심하셔야 해요. 저도 늘 어딘가 아픈 곳이 있어서 항상 신경을 씁니다. 특히 특정한 부위가 아픈 상태에서 운동을 하거나 움직이게 되면 그 아픈 곳을 대신해서 힘을 주는 곳이 생겨서 자세가 틀어지거나 다른 부상으로 갈 수 있어서 항상 신경을 씁니다. 32kg이 무게도 그렇지만 들기 어렵게 생긴 물건이면 몸 전체를 쓰지 못하고 팔이나 어깨 힘만으로 들고 버티며 움직이셨을 테니 엄청 힘이 드렸을 겁니다. ㅎㅎ 그래서 들고 걷고 당기고 밀고 하면 운동은 다 한 것처럼 말하나 봅니다.ㅎㅎㅎ

감은빛 2023-05-26 20:10   좋아요 0 | URL
운동하는 사람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것이 근손실이고, 두 번째가 부상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저도 인대나 관절 쪽에 자주 부상을 입었어요. 조심 또 조심해도 쉽지가 않네요.

정말 말씀처럼 들기가 어렵게 생겨서 훨씬 더 무겁게 느껴졌어요. 사실 덤벨들 무게가 다 낮아서 저에게는 그닥 유용하지 않은데, 사무실 후배에게 가끔씩 운동 동작들 알려주고 있어요. ㅎㅎ

꼬마요정 2023-05-21 00: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깨랑 날개랑 팔뚝이랑 등등 괜찮으신가요? 근육통이 장난 아닐 것 같습니다. 낯선 여인의 관심이 힘을 나게 했네요 ㅎㅎ

운동 사랑은 좋은 것 같아요. 이제 담배 피우러 안 가시고 덤벨 드실 거잖아요^^ 부상 조심하면서 오래도록 즐겁게 운동해요, 우리 ㅎㅎㅎ 저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은빛 2023-05-26 20:12   좋아요 0 | URL
꼬마용정님. 저 근육통 안 생겼어요. 평소에도 그 정도 운동은 늘 하는 편이니까요. ㅎㅎ

일하다 스트레스 받으니 덤벨은 눈에 안 들어오고 계속 담배 생각만 나네요. 그래도 요즘 달리기 하느라 담배를 많이 줄이긴 했어요. ㅎㅎ

꼬마요정님도 열심히 운동하시니 서로 좋은 운동 친구가 되었네요. 고맙습니다! ^^

페크pek0501 2023-05-21 14: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럽습니다. 저는 팔에 테니스엘보가 있어서 무거운 것을 들 수가 없어요. 어느 날 철봉을 하다가 악화가 되어서 그다음부턴 팔에 신경을 많이 써서 무리하지 않으려고 한답니다. 팔이 심하게 아픈 날엔
냉장고 문을 열기도 부담스럽답니다. 테니스 선수들이 잘 걸려서 병명이 그렇다는군요.
아무쪼록 조심하시면서 운동을 즐기시길 바랍니다. 운동 마니아 멋있습니다!!!

감은빛 2023-05-26 20:18   좋아요 0 | URL
어휴, 팔굼치 통증이군요. 엄청 불편하고 힘드시겠어요.
저도 며칠 전에 갑자기 팔굼치가 아팠어요.
한 몇 시간 아프다가 다시 말끔하게 나았지만요.

관절이 아프고 불편할때는 주위 근육과 인대를 튼튼하게 만들어줘야 해요.
재활운동이 그런 역할을 해 주는데, 한 번 찾아보세요.
꼭 괜찮아지시길 바랍니다.
 

518


아침에 북플에서 지난 오늘 쓴 글을 찾아보니 518 광주 이야기를 짧게 쓴 글이 있었다. 그래. 아주 오래 전이었지만, 망월동 묘역을 다녀왔던 기억을 떠올리며, 광주 학살 당시 상무대 영창이 있던 곳에 만들어진 518 자유공원을 꼼꼼히 둘러봤던 기억도 떠올리면서 잠시 묵념을 하고 하루를 시작했다.


학살자 전두환은 죽고 없지만, 그 손자인 전우원 씨는 사죄를 위해 광주로 향했다. 전우원씨가 어떤 사람인지 아직 잘은 모르겠지만, 전직 대통령의 손자로서 온갖 부와 특권을 누리다가 저렇게 행동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하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학생운동이나 사회운동을 시작하게 계기는 대부분 광주 민주화 투쟁일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도 북한군 침투설 같은 헛소리를 지껄이는 정치인들이 고개 들고 다닐 수 있는 나라라는 것은 참 아이러니다. 하긴 민주당이라는 이름을 쓰는 이들이 몇 번이나 정권을 잡고서도 국가보안법 하나 손대지 못한 나라이니까. 그 민주당이라는 집단의 정치인들 역시도 사실은 한때 누리 어쩌고 당이었다가 지금 국민 어쩌고 당으로 바뀐 그 당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광주에서 목숨을 바쳐 민주화를 외쳤던 시민들을 생각하면 참 한숨 밖에 나오지 않는 현실이다.


도리도리 검색 차단


페이스북을 보다가 누군가 네이버에서 '도리도리' 이미지 검색이 안 된다는 소식을 올린 것을 보았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네이버에 접속해서 도리도리 라는 단어를 입력하고 이미지 탭을 눌렀다. 오! 놀랍게도 아래와 같은 문구 안내가 뜨면서 검색 결과를 보여주지 않았다. "'도리도리' 키워드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검색결과를 볼 수 없습니다. 명예훼손, 저작권침해, 개인정보 유출 등 권리 침해 신고된 키워드. 불법정보 및 청소년 유해정보가 노출될 우려가 있는 키워드" 와! 정말 윤석열 정권과 네이버 참 대단하다! 이런 짓까지 할 줄이야. 참 신기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고 새삼 깨닫는다.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를 오염수라 부르지 못하고


언론사 기사를 보다가 우리나라 정부가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를 이제 '오염 처리수'라고 부르기로 했다고 그게 정확한 명칭이라고 발표했다는 소식을 읽었다. 역시 무엇을 상상하던 그 이상을 보여주는 것이 정치인들이라는 집단이다. 친일 혹은 숭일이라고 부를만한 정권과 대통령 덕분에 별의 별 꼴을 다 보는구나.


달리기의 효능


다시 꾸준히 달리기를 한 지 1달 반 정도 지났다. 달리기 모임도 잘 운영되고 있다. 개인 사정으로 종종 빠지는 분들이 계시지만, 사전 신청했던 멤버는 아니지만, 한 번 달려보고 싶어서 객원멤버로 오시는 분들이 매번 계셔서 모임 참가자는 계속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참가자들의 달리기 실력도 조금씩 늘고 있다. 물론 눈에 띄게 실력이 증가했다고 할 수준은 아니다. 당연히 노력하는 만큼 실력도 좋아지는 것인데, 매주 1회 이상 달리기라고 원칙을 정했지만, 주 2회는 달려야 그래도 다리에 힘도 붙고, 폐활량도 좋아진다고 여러 차례 말하곤 하는데도 대부분 바쁘신 관계로 실천하지 못하고 계시다. 지켜보는 나로서는 조금은 답답한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지금은 잘 하고 계시다고, 많이 좋아졌다고 폭풍 칭찬을 해줘야 할 시기라 어떻게든 칭찬할 거리를 찾고 있다.


나는 거의 매일 하루에 2~3킬로미터 이상 달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저 1달 반 동안 주 4~5회 이상 달렸다. 좀 많이 달린 날에는 5킬로미터 정도까지 달렸다. 꾸준한 달리기 덕분에 다시 운동에 재미가 붙었다. 꽤 오래 의무 방어전 수준의 가벼운 운동만 하다가 다시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한 지 1달 정도 되었다. 달리기와 함께 중량 운동을 하니 시너지 효과가 생겨 빠른 속도로 근육이 붙었고, 몸이 좋아졌다. 며칠 전에는 샤워를 하다가 이 정도면 다시 예전처럼 내 몸이 참 예쁘다고 느낄 수준이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제 조금만 더 하다보면 교통사고 이전까지는 안 되더라도 뭐 나쁘지 않네 정도의 몸매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꾸준한 달리기의 확실한 효과 하나는 힙업이다. 거울을 보다가 엉덩이 근육이 눈에 확 띈다는 점을 깨달았다. 확실히 빨리 달리기 위해서는 허벅지나 종아리 보다는 엉덩이 근육이 더 많이 일해야 한다. 별도의 하체 운동을 거의 하지 않아도 달리기만으로도 이렇게 엉덩이 근육이 발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군살 특히 뱃살이 서서히 깎여가고 있다. 식단 조절을 전혀 하지 않는데도 말이다. 재작년 정도까지는 먹는 양이 확 줄어서 운동을 굳이 하지 않아도 뱃살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는데, 스트레스를 이유로 자꾸만 폭식을 하다보니 어느새 다시 뱃살이 나왔다. 물론 어떻게든 뱃살을 집어넣어 보려고 노력해서 짧은 기간 날씬한 허리를 유지하다가도 또 금방 몸매가 망가지곤 했다. 내 의지가 아무리 강해도 먹는 것을 좋아하는 나를 이기지는 못한다. 그래서 운동이 필요한 것이다. 달리기와 중량 운동을 함께 해나가는 덕분에 빠른 속도로 뱃살이 줄어들었다.


유산소와 무산소


흔히 보디빌딩이라고 부르는 헬스클럽의 기구들을 갖고 고립운동을 주로 하는 사람들에게 운동의 종류를 말하라고 한다면 상체, 하체, 코어 이렇게 분류할 것이다. 더 전문적으로 나누는 사람들은 등, 어깨, 가슴, 허벅지, 엉덩이 등으로 나누겠지. 뭐 이것도 편견이거나 선입견 일 수 있겠지만. 여전히 분할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많더라. 꼭 구분짓기를 하려는 의도는 아니지만, 나는 운동의 종류라고 떠올리는 순간 곧바로 유산소와 무산소 이렇게 두 종류만 떠오른다. 그리고 흔히 알려진 것처럼 달리기나 자전거는 유산소이고, 대다수의 중량 운동은 무산소라고 구분 짓지는 않는다. 달리기도 단거리는 무산소 운동이다. 100미터 선수들은 결승점에 도달하기까지 호흡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자전거도 피치를 올리기 위해 빠르게 패달을 밟으면 무산소 운동이 된다. 나는 달리기를 하면서 대개는 내 호흡이 감당할 수 있는 일정한 속도로 달리지만, 도중에 10~20초 가량은 내가 낼 수 있는 최대 속력으로 달린다. 전력질주를 하는 순간은 저절로 호흡이 가빠지는데, 일부러 숨을 참고 최대 속력을 내보기도 한다. 반면에 중량 운동을 낮은 중량으로 천천히 운동하면 그건 유산소 운동이 된다. 저중량 고반복을 하는 사람들에게 해당될 수 있는 이야기다. 내가 좋아하는 케틀벨 스윙 같은 운동이 그 좋은 예가 되겠다. 낮은 무게의 케틀벨로 50회나 100회씩 스윙을 하면 그건 유산소 운동이지만, 높은 무게로 10회 미만으로 하면 그건 무산소 운동이 된다.


지금 내 달리기는 80%는 유산소 운동이고 나머지 20% 정도는 무산소 운동이다. 그리고 나머지 운동들 그러니까 케틀벨, 바벨, 덤벨, 불가리안 백 등의 운동들은 대부분 무산소 운동으로 한다. 앞서 언급한 케틀벨 스윙 정도만 유산소에 가깝게 하고 있다. 달리기를 하지 않고 중량 운동만 하던 시절에는 느끼지 못했던 시너지 효과를 요즘 느끼고 있어서, 이 유산소와 무산소 운동의 조화가 운동 효과가 좋구나 하는 걸 처음으로 깨닫는다.


이래서 삶은 그래도 살아볼 만 하구나 생각해본다. 이 나이에도 처음으로 느끼고 깨닫게 되는 것들이 생기니 말이다. 아직도 내가 모르는 어떤 재미난 것들이 많이 있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그런 것들을 알아가는 것만으로도 이 재미없고 지겨운 세상을 버텨낼 원동력이 되어 줄지도 모른다.



활동가 인터뷰집















오늘 이 책을 받았다. 아는 선배가 운영하는 출판사에서 낸 책인데, 북펀딩 소식을 보고 참여했었다. 책을 받고 보니 표지가 참 예쁘게 잘 나왔다. 아직 내용은 읽어보지 않았지만, 재미있을 것 같다. 책 날개에 있는 인터뷰이들을 보니 내가 직접 아는 활동가가 없는 점은 좀 아쉬웠다. 다행히 인맥을 통해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사람은 2명 있었다. 재작년이었던가 내가 인터뷰이로 참여했던 활동가 인터뷰집도 단행본으로 나왔었는데, 그때는 인터뷰어가 활동 경력이 긴 사람이기도 했고, 주 활동 분야가 달라서 이 책과는 구성이 완전히 다르다. 암튼 재밌게 읽고 나중에 소개 글도 따로 써야겠다.


활동가라는 직업에 대해 할 말이 좀 많은데, 오늘은 이만 줄이고 그 내용은 나중에 책 소개할 때 버무려 넣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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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5-19 09: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다락방이 좋아합니다. ㅎㅎ

감은빛 2023-05-19 19:29   좋아요 0 | URL
늘 운동에 대한 글을 좋아해주시니 더 자주 올려야겠어요. ㅎㅎ
방금도 좋아하실만한 글을 하나 썼습니다.

transient-guest 2023-05-20 08: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명박근혜때 그렇게 많은 유사전문가들 어용학자들 폴리페서들이 설쳤었는데 조금 잠잠해지더니 명분도 실리도 도덕도 실력도 없는 정권이 행정부를 장악하니 다시 가짜들이 돈을 받고 명분을 팔러 다니네요.

감은빛 2023-05-26 20:06   좋아요 0 | URL
정말 그렇네요. 뉴스 보기가 너무 싫어요!!

페크pek0501 2023-05-21 14: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신 건강을 위해 취미로 하는 ‘독서‘와 몸 건강을 위한 ‘운동‘- 독서와 운동을 꾸준히 한다면
저로선 잘 사는 삶 같습니다. 파이팅!!!

감은빛 2023-05-26 20:07   좋아요 0 | URL
오! 페크님의 말씀을 보니 저는 몸과 정신의 건강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군요.
고맙습니다! ^^
 
저주토끼 - 개정판
정보라 지음 / 래빗홀 / 2023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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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갑고 서늘하고 섬뜩한 10개의 단편. 부커상 수상작이라는 수식이 없었어도 제목 때문에 궁금해서 펼쳐봤을 것 같다. 맨 뒤 작가의 말을 보면 이 책은 부커상을 받은 후에 다시 낸 개정판이다. [저주토끼]는 2017년 출간되었다가 와우북페스티벌을 통해 만난 안톤 허 라는 번역가에 의해 번역되어 해외 출판되었고, 그 덕분에 해외에서 큰 상을 받게 되었다고 했다.

10편의 단편은 모두 인상적이었지만, 역시 표제작인 [저주토끼]가 가장 좋았다. 그 다음은 [흉터]인데, 이 책에 실인 단편들 중 가장 분량이 많다. 단편의 미덕은 짧은 이야기 속에 실린 깊은 주제의식이거나 반전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단편의 단점은 짧은 이야기로 인한 정보 부족이나 결말의 아쉬움이다. 단편이라는 형식 자체가 장점이자 단점인 것. [흉터]는 다른 이야기들에 비해 분량이 많아서 이야기의 완성도가 좀 더 높았던 것이 아닐까. 다른 이야기들은 그 나름으로 괜찮지만, 상대적으로 조금 아쉬운 측면도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아무리 뛰어난 단편이나 중편을 읽어도 그 자체의 완성도를 인정하더라도 늘 아쉬움을 느끼는 편인 듯하다.

작가의 말에도 등장하는 환상호러 라는 장르에 대해 잠깐 생각해본다. 환상이라는 단어는 여러 느낌을 주는데, 내게는 엉뚱한 상상이나 기상천외한 이야기 같은 느낌으로 연결된다. 그리고 호러는 당연히 무서운 이야기. 그게 피 튀기는 무서움이면, 살짝 거부감이 들고 유령이나 미스터리 같은 쪽으로 가면 좀 더 끌리기는 한다. 어쨌거나 추리물이나 SF 뿐 아니라 환상호러 라는 장르에도 확 끌리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정보라 라는 작가를 앞으로 잘 기억해두고 더 많이 읽어야겠다.

아래는 각 단편들에 대한 개인적인 단상들이다.

저주토끼: 악행, 인과응보, 안개, 보이지 않는 두려움, 스산함, 불특정 다수를 향한 공격, 불행, 저주가 우연히 목표를 잘 찾아가서 다행

머리: 불쾌감, 섬뜩함, 생리, 여성, 기괴함, 일단 변기라는 물건 때문에 읽는 내내 계속 불쾌한 기분을 느낄 수 밖에 없었음, 결말은 조금 뻔한 느낌

차가운 손가락: 신선함, 답답함, 기억상실, 시각 차이, 입장 차이, 재미있었는데 조금 더 정보를 주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

몸하다: 미지에 대한 공포, 막연함, 사랑과 집착, 허무함

안녕 내사랑: 많이 봤을 법한 이야기, 집착, 동기화, 짧은 이야기의 한계

덫: 잔인함, 인과응보, 피, 친족 강간, 돈에 눈이 멀어버린 인간, 어쩌면 현대인 대다수는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흉터: 시작 부분은 마치 무협지를 읽는 느낌이었음, 그것에 대한 정보를 마지막까지 통제한 것은 좋았으나 끝까지 시원하게 밝히지 않은 정보들은 아쉬움, 결말 아쉬움, 방황하고 복수하는 내용까지는 정말 좋았음, 앞의 작품들과 다른 결과 느낌, 그러니까 이게 호러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음, 피가 낭자해서 호러인가?

즐거운 나의 집: 왜 꼭 무능한 남편들은 돈 사고에 바람까지 피우는 걸까? 현실고증인가? 확증편향인가? 요즘 말로 고구마 백 개 먹은 기분, 작품 내에서는 (역시 요즘 말로)사이다 결말인데, 정작 나는 별로 사이다 라는 느낌이 안 들었음, 초반 부터 아이의 존재를 좀 더 부각시키며, 묘한 공포심을 줄 수 있었다면 훨씬 더 좋지 않았을까?

바람과 모래의 지배자: 개인적으로 집중을 잘 못했음, 분량도 짧고, 뭘 말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음. 배신에 대한 이야기일까?

재회: 앞 날개로 돌아가서 저자가 폴란드 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음을 확인함, 2차 세계대전, 유령, 수용소, 트라우마, 어려서 학대받은 사실과 묶이는 걸 원하는 성향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못 하는 것처럼 여겨졌음, 왜냐하면 앞에서는 계속 할아버지 이야기를 하다가 뒤에 가서야 엄마 이야기가 나오는데 너무 뒤에서 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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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05-18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저주토끼에서 무서움이 느껴져야 하는데 그리고 그런 건 내가 질색인데
그렇지 않아서 좋았어요. 뭐랄까... 메시지는 고스란히 전해지면서도 독자가 차분해지는... 인과응보여서 그랬을까요...

감은빛 2023-05-18 16:36   좋아요 1 | URL
그렇죠? 저도 환상호러 라는 장르에서 호러는 별로 느끼지 못하고 환상은 많이 느꼈어요. 물론 어떤 섬뜩함이나 서늘함 같은 느낌은 들긴 했지만, 그게 공포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어요.
 


코치 데뷔


지난 주에 첫번째 달리기 모임을 가졌다. 지난 글에 썼듯이 몇 명 되지 않는 참가자 대부분이 나보다 나이가 많은 여성 분들이신데, 달리기 경험도 거의 없는 상황이었다. 처음 시작할 때 자세와 주의할 점들을 잘 알려드리려고 마음 먹었다. 특히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 달리다가 관절 통증을 겪으면 곤란하니 제대로 잘 가르쳐 드리려고 준비를 좀 많이 했다. 나 자신이 긴 시간 달리기를 하면서 배우고 느꼈던 것들을 중심으로 최신 자료들을 찾아보면서 검증하는 시간을 가졌다. 내가 관절 통증도 갖고 있고, 달리기를 하다가 말다가 그랬기 때문에 그 분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들, 그 분들이 원하는 정보들을 많이 갖진 편이었다.


나를 포함해 총 6명이 신청했는데, 지난 주에는 선약이 있는 2명이 빠지고 4명이 모였다. 내가 매장을 8시까지 봐야해서 8시에 매장에서 만났다. 먼저 매장 안에서 서로 인사를 나누고, 달리기 기본 자세와 호흡방법, 달리면서 주의할 점들 등을 설명했다. 그리고 서로 컨디션과 속도가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함께 달리기를 할 것인지를 설명했다. 이 부분이 내가 제일 고민했던 내용이었다. 처음이거나 달리기에 익숙지 않아서 천천히 달리는 사람과 나처럼 빨리 달리는 사람들이 어떻게 함께 달릴 수 있을까? 먼저 달리기 모임을 하고 있는 선배에게 물어봤는데, 다른 원칙 없이 그냥 각자 알아서 달린다고 답을 들었다.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나는 5분씩 끊어서 달리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5분 달린 후에는 각자의 컨디션에 따라 가운데 지점으로 모인다는 원칙을 정했다. 가장 빨리 멀리까지 달린 사람은 본인이 선두라는 걸 알테니, 다시 달려서 뒤로 돌아오고, 가장 늦게 달린 사람은 본인 뒤에 사람이 없음을 알테니, 걸을 수 있으면 걸어서 앞으로 가고, 도저히 못 움직이겠으면 그냥 그 자리에서 쉬는 것으로. 그리고 나머지 가운데 있는 사람들은 각자의 상황에 맞게 움직이는 것으로 설명했다.


긴 설명을 마치고 드디어 달리기를 할 천변 공간으로 이동했다. 주욱 늘어서서 준비운동을 했다. 스트레칭을 잘 해줘야 달리다가 부상을 입을 확률을 줄인다. 스트레칭을 마치고 아까 설명한 원칙에 따라 5분 달리기를 시작했다. 마치면 각자의 컨디션에 따라 걷거나 뛰어서 돌아오거나 앞으로 이동하도록 설명하고 다 모이면 잠시 함께 쉬면서 몸 상태와 느낌 등을 나누기로 했다. 나는 처음이라서 다른 참가자들의 속도에 맞춰 뛰면서 설명해드린 자세로 잘 달리고 계신지를 살피며 칭찬과 조언을 해드렸다. 나를 제외한 3분은 모두 여성 분들이었는데 속도 차이가 컸다. 가장 나이가 많은 60대 언니가 제일 느렸다. 달리다가 자세 교정을 해드렸는데, 팔이 자꾸 앞뒤로 흔들리지 않고 옆으로 돌았다. 그래도 잘 하고 계시다고 폭풍 칭찬을 해드리며 조금씩 속도를 낼 수 있도록 독려했다. 그리고 다른 참가자 2분은 각자의 보폭과 폐활량에 맞게 잘 달리고 계셔서 크게 조언할 부분은 없었다. 다만 일정한 속도로 달리기 보다는 빨리 달리다가 천천히 달리다가를 주기적으로 반복하라는 주문에는 쉽게 따라오지 못했다. 최고 속도를 한 번 내보라는 제안에도 겁을 먹는 것 같았다.


암튼 그렇게 5분 달리고 모여서 쉬기를 반복했다. 임의로 반환점으로 염두에 두었던 지점까지 금방 왔다. 우리는 반환점에서 좀 길게 쉬고 다시 출발지점을 향해 달렸다. 돌아올 때 뒤에서 뛰면서 상황을 보니 모든 참가자들의 자세가 더 안정적으로 변했고, 속도도 잘 내는 모습이었다. 이제 옆에서 따라 뛰면서 조언과 칭찬은 그만해도 되겠다 싶어서 나도 내 속도로 달렸다.


달리기를 마치고 짧게 소감을 나눴는데, 복식호흡법을 가르쳐줘서 고맙다는 얘기와 5분 달리기라는 방법이 너무 좋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리고 자세부터 부상 방지 요령까지 차근차근 가르쳐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도. 그 중 한 분이 내게 뭔가 가르치는 일을 참 잘 하신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런 칭찬들을 들어서 무척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는 나 역시도 내 최대 속도로 전력질주를 해볼 수 있어서 달리기의 쾌감을 느꼈기에 좋았다.


그날 이후로 참가자 분들이 나를 코치님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몇 가지 맨몸 운동이나 덤벨, 케틀벨 등은 이용한 다양한 운동들은 누구든 잘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정작 배우려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사실 별로 잘 하지도 못하는 달리기 영역에서 코치님 이라는 호칭을 듣다니! 암튼 도움이 되어서 기분은 좋았다.


이 모임 참가자들이 달리기의 즐거움을 몸에 익혀서 앞으로도 꾸준히 부상 없이 달리기를 할 수 있기를 바라며, 앞으로도 주1회 함께 달리기를 잘 준비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운동을 통한 즐거움


사람의 몸을 앞과 뒤로 나누면 더 큰 근육들이 위치한 곳은 몸의 후면이다. 등과 엉덩이와 허벅지 뒷면에 우리 몸에서 제일 큰 근육들이 있다. 그래서 운동을 할 때 전면부를 주로 쓰는 운동 보다는 후면부를 주로 쓰는 운동을 더 잘하면 근육량을 늘리기에 좋다.


최근에 햄스트링 강화 훈련인 '노르딕 햄스트링 컬' 이란 운동을 새로 접했다. 한 몇 주 동안 이렇게 저렇게 흉내를 내 보려고 했는데, 쉽지 않았다. 전혀 단련이 되지 않았던 부위라서 힘을 쓰지 못했다. 그렇게 몇 주간 흉내를 내다가 지난 주에야 드디어 동작이 제대로 모양을 갖춰가기 시작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직 제대로 자세를 갖추지도 못했고, 간신히 비슷하게 따라하는 수준에 머물렀는데도 다음날 허벅지 뒤쪽 자극이 엄청 컸다. 게다가 앞서 말한 함께 달리기 날 조금 무리를 했던 탓에 종아리에도 근육통이 찾아왔다. 사실 상체에 비해 하체 단련에는 소홀한 편이라 무리해서 스쿼트를 하는 날을 제외하면 종아리나 허벅지에 근육통을 느낀 경우는 별로 없었다. 그만큼 내가 운동을 열심히 했다는 이야기라서 기분이 좋았다.


요즘은 내가 가진 여러 도구들을 이용해 같은 운동을 조금씩 바꿔가며 해보는 재미를 느끼고 있다. 예를 들면 '로우' 동작을 여러 도구를 이용해 다른 조건에서 해보는 것이다. 일단 기본은 덤벨 로우가 있다. 한 팔 덤벨 로우는 많이 하는 대중적인 동작이다. 여기서 상체를 앞으로 최대한 기울이고 두 팔 덤벨 로우를 하는 것은 내가 즐기는 일종의 변주다. 다음은 케틀벨. 무게가 같은 한 쌍의 케틀벨을 양 손에 들고 로우 동작을 해준다. 그 다음은 링 로우. 작년에 구매한 링을 철봉에 매달아 놓고 이런저런 운동들을 시도해봤는데, 실내 철봉의 한계, 철봉 높이의 한계 등으로 제대로 된 링 운동을 하기가 어려웠다. 그나마 가장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운동이 이 링 로우였다. 덤벨 로우와는 또 완전히 다른 자극과 느낌이었다.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불가리안백. 불가리안백은 모양 자체가 딱 로우 동작을 위해 최적화 된 도구다. 이렇게 여러 도구로 조금씩 다른 무게와 상황으로 운동을 하면 재미도 있고 효과도 크다.


데드리프트도 마찬가지다. 가장 기본은 바벨 데드리프트. 그리고 케틀벨, 덤벨 등으로 가능하다. 다만 케틀벨과 덤벨은 무게가 가벼워서 워밍업 수준으로 하고 본 운동은 바벨로 해야 한다. 요즘은 케틀벨 클린의 재미에 빠졌다. 최근에 하나 더 구매한 케틀벨 무게가 한 손으로 운동하기에 딱 좋지만, 양손에 동시에 들고 운동하기에는 조금 무리라는 것을 깨달았었는데, 며칠동안 이리저리 하다보니 조금은 익숙해졌다. 그래서 양 손에 하나씩 들고 동시에 클린을 하고 있다. 이거 잘 안 되다가 한 번 성공하고 나니 그 쾌감이 생각보다 컸다. 이젠 조금씩 횟수를 늘려가고 있다. 더 익숙해지면 여기에 저크를 더하고, 클린과 저크의 반복 순서 등에 변화를 주면 훨씬 더 재미있을 것 같다.


달리기를 다시 시작하고, 본격적으로 중량 운동을 다시 시작하면서 이제 조금씩 몸이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 다시 사고 이전으로 돌리기에는 아직 멀었겠지만, 조금씩 근육을 회복해가다 보면 언젠가는 예전처럼 중량도 늘리고 좋아했던 난이도가 높은 운동들도 다시 도전할 수 있으리라. 


아, 마지막으로 악력기 이야기. 무지개 악력기를 하나씩 사서 지금 3개를 모았다. 가장 낮은 단계 3개. 언젠가는 가장 높은 7단계까지 도전해보고 싶은데, 과연 가능할지 모르겠다. 아직 4개의 단계는 시도조차 못 해보는 수준이니까. 예전에는 왼손 악력이 부족해도 그냥 오른손 중심으로 운동하고 왼손은 가능한 수준에서만 하고 끝냈는데, 요즘은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왼손 악력을 더 끌어올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앉아서 영화를 보면서도 악력기를 쥐었다가 좀 쉬었다가 다시 쥐기를 반복한다. 나이가 들면서 더 많이 노력해야 겨우 현상 유지라도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더욱 더 많이 해야 겨우 조금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뿐이다.


8시가 넘었으니, 이제 매장을 정리하고 닫아야지. 저녁을 먹기 전에 한바탕 달리기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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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3-05-01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네만 가깝다면 꼭 가서 감은빛 님 수업 듣고 싶네요^^

감은빛 2023-05-18 16:33   좋아요 1 | URL
얄라알라님. 영광입니다.
수업을 듣는다기 보다는 같이 서로 배워가는 사이가 되면 좋겠습니다. ^^

페크pek0501 2023-05-01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 1회라면 할 수 있는데, 가깝다면 저도 참가하고 싶군요!!!
계속 하신다면 단골 멤버가 생기겠어요. 멤버들이 어떻게 발전해 나가는지 궁금해요.
그런 글도 앞으로 올려 주세요.

감은빛 2023-05-18 16:35   좋아요 0 | URL
페크님. 주 1회 이상이어서 1회만 달려도 되지만, 가능하면 적어도 2회는 달리길 권장하고 있어요. 물론 서로 다 바쁜 처지에 시간 내서 운동을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요.

안그래도 오늘 참가자들의 이후 상황을 써볼까 하고 알라딘 들어왔어요.
사실 일 하다가 열 받는 상황이 벌어져서 너무너무 일 하기가 싫어졌어요. ㅎㅎ
 

달리기


어려서부터 뛰어다니는 걸 좋아했다. 운동회에서 달리기 시합을 하면 늘 1등을 하지는 못했지만, 대개 2등 정도는 했었다. 그러니까 달리기를 잘 하는 건 아니지만 좋아했다는 이야기다. 어른이 되고 달리기를 할 일이 없어서 한동안 잊고 살다가 문득 깨달았던 순간이 있었다. 작은 아이가 항상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면서였다. 큰 아이는 어렸을 때에도 조용한 편이었고, 별로 뛰어다니지 않았지만, 작은 아이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늘 뛰어다녔다. 그때 떠올랐다. 나 역시 어렸을 때 늘 뛰어다니는 아이였음을. 그때 내 몸은 이미 배가 뽈록 나온 아저씨 몸이었다. 젊은 시절에 운동했던 흔적이 살짝 남아있긴 하지만, 볼품 없는 몸이었다.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고립운동은 피하고, 전신운동 중심으로 운동을 하면서 되도록이면 달리기를 꾸준히 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다가 무릎이나 발목 등 관절 부상을 당하는 일이 종종 벌어졌다. 골반을 다쳐서 한 달 이상을 제대로 걸음을 걷지 못하기도 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관절염이 생겼다. 정형외과와 한의원을 여기저기 다녀봐도 원인을 찾지 못한, 이제는 고질병이 되어버린 관절염. 한동안 달리기를 즐겼건만, 관절염이 생긴 이후에는 거의 달리지를 못했다. 그리고 교통사고를 당했다. 큰 부상을 입었고, 거의 8달 가까이 전혀 운동을 하지 못했다. 몇 년간 운동을 열심히 해서 만들어 놓은 근육들이 다시 줄어들었다. 근육이 잘 발달한 몸은 아니었지만, 나름 예쁜 몸이라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그 만족감이 그래도 이 고달픈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었는데, 근육이 확 줄어들고 나니 허무한 느낌이 컸다. 몸이 다 회복되고 다시 운동을 시작해서 처음 한 동안은 근육이 다시 성장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없어진 근육들을 다시 회복해야 예전에 좋아했던 운동들을 할 수 있으니 그때는 정말 열심히 운동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정체기가 왔다. 운동을 하면 조금씩 나아지는 느낌이 들어야 재미가 있는데, 계속 제자리 걸음처럼 느껴져서 흥미를 잃었다. 아마도 나이 탓이겠지. 그럴수록 더 열심히 해야 하는데, 한번 흥미를 잃고 나니 바쁘다는 핑계로, 피곤하다는 핑계로 운동을 게을리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내가 속한 의료협동조합에서 해마다 실시하는 건강실천단 활동에 참여해달라는 요청이 왔다. 매일 꾸준히 운동하고 그 성과를 참여자들과 공유하는 프로그램으로 매일 각자 원하는 운동을 하겠다는 약속이 핵심이고, 참가자들끼리 그 운동의 성과를 공유하다는 것도 재미있고 참신한 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주위 친한 사람들에게 자주 운동을 해야 한다고 어렵지 않으면서도 효과가 큰 운동을 소개하곤 했다. 매일 짧은 시간만 투자해도 몸에 큰 도움이 된다는 식으로 설득하곤 했는데, 다들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운동에 흥미를 느끼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이번 기회에 주위 사람들에게 내가 주로 하는 운동들을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참가하기로 결정했다. 한편으로 나는 주위 사람들에게 달리기를 널리 전파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달리기 모임을 제안했다. 매일 각자 원하는 운동을 하되, 주 1회 이상은 모여서 함께 달리는 모임을 만들어 참가자를 모집했다.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달리기를 못해도 본인의 컨디션에 맞춰 천천히 가볍게 달려도 된다고 했다. 그래서 몇 분들이 참가하고 싶다고 연락을 해왔는데, 대부분이 60대 여성분들이었다. 달리기 경험이 있는지 여쭤보았더니 없다고 하셨다. 음, 일단 기본 자세부터 알려드려야 할 상황이다. 


어쨌든 달리기 모임을 이끌어야 하니 나부터 먼저 준비를 좀 해야할 것 같아서 며칠 전부터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다. 오랜만에 달렸더니 폐활량이 엄청 딸리는 것을 느꼈다. 얼마 달리지도 않았는데 죽을 것처럼 숨이 찼다. 일단 담배부터 끊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거의 끊은 것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평소에는 안 피웠는데, 업무 스트레스가 늘어나면서 다시 담배도 늘었다. 일하다가 뭔가 막히면 나도 모르게 담배부터 생각났다. 당연히 완전히 끊지는 못하겠지만, 일단 담배를 줄여야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그리고 매일 조금씩 거리와 시간을 늘려가며 달렸더니 확실히 폐활량이 늘어나는 것을 느꼈다. 다시 달릴 수 있는 몸이 되었다는 것이 정말 기뻤다. 간혹 무릎이나 발목의 통증이 생기는 날도 있었다. 예전에는 이렇게 관절 통증이 있는 날에는 달리기를 포기했었는데, 요즘은 매일 달려야 한다는 생각에 아파도 달리기를 했다. 최대한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달렸다. 통증이 있는 몸에 적응하면서 관절 통증이 있어도 달릴 수 있는 몸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평소에 늘 운동화를 신고 다니는데, 한 2년 신던 운동화 앞 부분 접히는 부위가 찢어졌다. 달리기를 계속 해야 하니 새 운동화를 사려고 매장을 찾아갔다. 런닝화를 주욱 살펴보다가 평소라면 가격 때문에 눈길도 안 줬던 나이키 매대를 그냥 구경만이라도 하려고 가봤다. 그러다 할인이 붙어서 저렴한 운동화를 하나 발견했다. 디자인도 딱 내 취향이었다. 바로 직원을 불러 사이즈를 찾아달라고 했다. 신어보니 지금까지 내가 주로 신었던 저렴한 운동화들과는 착용감이 완전 달랐다. 엄청 가볍고 푹신한 느낌었다. 난생 처음으로 나이키 신발을 신고 달려보았더니 완전 신세계처럼 느껴졌다. 정말 신발이 중요하구나! 달리기를 제대로 하려면 좋은 신발을 신어야 하구나! 하고 깨달았다. 신발을 바꾸고 나니 관절통증이 있어도 달릴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역시 뭐든 제대로 하려면 장비를 갖춰야 해!
















건강실천단 활동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덕분에 다시 운동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동안 몸매 유지를 위해 가벼운 맨몸 운동만 가끔 생각날 때마다 했었다. 바벨, 덤벨, 케틀벨, 불가리안백에 쌓인 먼지를 닦고 다시 조금씩 중량 운동을 시작했다. 악력기들의 먼지도 닦아내고 빨래 걸이로 전락했던 철봉에도 오랜만에 매달렸다. 운동이 주는 쾌감을 아주 오랜만에 느끼며 왜 한동안 내가 운동을 안 했을까 하며 후회했다. 지금이라도, 지금부터라도 다시 운동이 주는 재미를 느끼며 살아야지. 이 재미없고 고단한 삶에 뭐하나 작은 기쁨이라도 느끼며 살아야지.


매일 잊지 않고 운동하기 위해 운동을 기록할 앱을 찾아봤다. 그간 이런저런 방법으로 시도를 많이 했었다. 검색해보면 광고가 붙은 앱들이 여럿 있었는데, 기능의 차이가 제법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헬스장에서 기구를 사용하는 운동을 중심으로 기록하도록 되어 있었다. 나처럼 프리웨이트 운동만 하는 사람에게는 전혀 쓸모없는 앱들이었다. 이런저런 앱들을 깔았다가 지우면서 결국은 그냥 메모장 앱에 그날 그날 내가 알아볼 수 있는 방식으로 기록을 했지만, 불편했다. 이번에 다시 검색을 하다가 괜찮은 앱을 하나 발견했다. 물론 이 앱도 대부분은 헬스장의 기구들을 이용한 운동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소수이지만 프리웨이트 운동들이 있었다. 그리고 기존에 없는 운동들을 내가 새로 등록해서 기록하는 것도 가능했다. 이게 정말 마음에 들었다. 나는 자주 새로운 동작들을 시도해보는데, 딱히 이름을 정하기 어려운 다양한 동작들을 해보다가 뭐 하나에 꽂히기도 한다. 이런 것들도 기록할 수 있어서 좋았다.


바쁘고 피곤한 일상 속에서도 운동이라는 작은 기쁨을 챙길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늙고 여기저기 관절이 아픈 몸이 되어버려 서글픈 삶이지만, 그래도 내가 좋아하고 원하는 운동을 할 수 있는 몸이라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동안 운동을 하고 싶어도 못했던, 달리고 싶어도 달릴 수 없었던 시절을 겪었기에, 지금 중량 운동을 할 수 있고, 달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잘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주위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하고 싶어도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데, 나도 매일 운동 시간을 내는 것이 쉽지는 않다. 특히 요즘처럼 거의 매일 저녁에 회의나 토론회 등 행사가 잡히면 밤늦게 집에 도착하니 피곤해서 씻고 뻗어버려서 운동을 못할 확률이 높다. 그래서 틈틈히 운동을 해야 한다. 일단 출근할 때와 퇴근할 때 달리고, 점심 시간에 식당을 가는 길에 달린다. 일하다가 잠시 쉬는 시간에 가볍게 맨몸 운동과 스트레칭을 하고 외부 회의를 갈 때 또 달린다. 아무리 밤 늦게 귀가하더라도 씻기 전에 무조건 한 가지 운동이라도 꼭 하려고 노력한다. 짧은 시간이라도 낼 수 있으면 몸을 움직이려고 노력한다. 특히 뭔가를 먹기 전에는 꼭 어떤 방식이라도 몸을 움직이려고 노력한다. 이런 노력을 하고 안 하고의 차이가 결국에는 건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한다.


아, 어제 조금 여유가 있어서 이 글을 두드리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다시 바빠져서 글을 완성하지 못하고 퇴근했고, 오늘은 엄청 바쁜 날인데도 이 글을 마저 두드려야 다시 일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이러고 있다. 언제나 바쁜 날일수록 더욱 딴 짓을 하고 싶어지는 이유가 뭘까? 하! 다시 일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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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4-19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설치한 앱이 어떤 건지 공유좀 부탁드립니다. 또한, 언제나 그렇듯이, 감은빛 님의 운동을, 이번에는 특히 달리기를 응원합니다!! 달리기 하는 사람 멋져요! >.<

감은빛 2023-04-20 11:22   좋아요 0 | URL
언제나 다락방님의 응원 덕분에 힘이 납니다. 고맙습니다! 앱은 바디 캘린더 입니다.

yamoo 2023-04-20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설치한 앱이 뭔지 매우 궁금해하던 차에, 락방님이 시원하게 말해주셨네요...ㅎㅎ 저도 공유좀 부탁드려욤~~^^

감은빛 2023-04-20 11:23   좋아요 0 | URL
바디 캘린더 라는 앱입니다. 저는 정말 미음에 들었는데, 다른 분들께는 어떨지 모르겠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