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쉬기를 바래


올해 지역에서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중 휴식이 꼭 필요한 활동가 5명을 선정해 휴가비를 주는 이벤트가 있었다. 제목이 "제발 쉬기를 바래" 였다. 작년에는 2명을 선정했었다. 나와 친한 선배 두 명이 선정되어 제주도를 다녀왔던 것이 기억난다. 올해는 규모가 더 커졌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여기고 있었다. 지역 활동가들 사이에서 추천해달라는 요청을 여러차례 받았지만, 추천에 참여하지도 않았다. 다른 사람을 추천하기가 어려웠다. 다들 바쁘고 힘들게 활동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고, 그 중 누구 한 명을 선택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고, 또 왠지 나를 추천하고 싶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체면상 내가 나를 추천할 수는 없었다. 그냥 참여도 하지 않고, 신경도 쓰지 않고 잊어버렸다.


그런데 비염이 심해 꼭 참석했어야 할 컨퍼런스 폐막식에 못가고 뻗어있었던 날, 그 5명 중 한 명에 선정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사전 추천을 받은 활동가들을 소개하고, 다시 현장 투표를 통해 다수를 얻은 5명을 뽑는 방식으로 선정했단다. 누가 나를 추천했으며, 누가 내게 표를 줬을까 궁금했다. 나중에 들으니 평소 가장 친했고, 이것저것 많이 챙겨주는 선배 2명이 적극적으로 나를 추천하고, 홍보도 열심히 했다고 했다. 고마운 마음과 함께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과연 내가 저걸 받아도 될까? 물론 내가 열심히 활동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다들 그렇게 바쁘게 어렵게 힘들게 활동하지 않나?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평소 야근도 많이 하고, 늘 피곤한 모습을 보이고, 바쁜 척 돌아다닌 덕분에 표를 많이 받았던 걸까? 소식을 전해들은 이들로 부터 축하 인사를 계속 듣고 있는데, 기뻐야 할 일인데 계속 뭔가 마음이 불편하다.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고 있는 느낌이랄까.


이미 7월 말에서 8월초까지 여름휴가를 다녀왔는데, 휴가비를 받아서 무슨 소용인가? 이사장님은 올해 연말까지 다시 휴가 일정을 정해보라고 하시는데, (지금까지도 계속 바빴지만) 이제 정말 바쁜 하반기 일정을 두고 과연 휴가를 또 쓸 수 있을까 싶다. 지금 드는 생각은 긴 추석 연휴 동안 저 휴가비로 부모님과 짧은 여행을 다녀오는 것이다. 한편으론 혼자 훌쩍 여행을 가고 싶기도 하고, 또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기도 한데, 며칠 전 어머니께서 전화해서 추석 연휴에 우리 셋(부모님과 나) 어디 놀러 갔다 오면 어떠냐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사실상 마음을 정했다.


아이들은 이번 추석에는 애들엄마와 처가에 머물 예정이다. 1년에 돌아오는 명절 둘 중에 설은 우리 집(그러니까 고향집)에서, 추석은 처가에서 보내기로 약속했었다.


지난 주 토요일에 행사가 있었는데, 일이 많아서 전날 금요일부터 밤새 일을 했다. 토요일 아침 같은 사무실을 쓰는 이웃 기업 사람들이 출근했는데, 내 모양새를 보더니 밤을 샜음을 짐작하면서 어떻게 그렇게 일을 하냐고 한 마디씩 했다. 특히 한 친구는 "제발 쉬라고 휴가비도 받으셨는데, 이렇게 주말까지 밤새 일을 하시고, 잠도 못 주무시고 또 곧바로 행사 진행하러 나가시면 어쩌냐?" 라고 말했다. 그러게 "쉬기를 바란다"고 말하며 휴가비를 줄 게 아니라 실제로 일을 줄여줘야 쉴 수 있을거 아닌가? 쉬라고 해놓고 계속 일을 몰아주면 어떻게 쉬란 말인가?


요란했던 여름 휴가


여름 휴가를 다녀온 직후(그러니까 8월 초)부터 휴가 이야기를 쓰고 싶었는데, 계속 짬을 내기 어려웠다. 가끔 시간이 날 때가 없지 않았지만, 그럴 때는 또 글을 쓰기가 싫었다. 그때 바로 썼다면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길게 썼겠지만, 이제 한 달이 훌쩍 지난 시점에서 주저리 주저리 늘어놓으려니 별로 흥이 나지 않는다. 간단히 생각나는 것들만 적어보자.


** 대중교통으로 여행하기 어려워 **


늘 여름휴가는 아이들을 데리고 곧바로 부산으로 내려갔지만, 올해는 다른 곳에서 이삼일 놀다가 부산으로 갈 생각이었다. 어디를 갈지를 두고 계속 고민하다가 삼척으로 정하고 고속버스를 예약한 것이 휴가 떠나기 이삼일쯤 전이었다. 


점심때쯤 아이들을 데리고 강변 고속터미널에 도착했다. 배가 고팠다. 애들은 아침을 늦게 먹어 배가 고프지 않다고 음료수를 사달라고 했다. 애들에게 쥬스를 하나씩 사주고, 난 포장마차에서 콩국수를 빨리 먹었다. 국수를 먹는 중에 큰 아이가 자꾸 자기 아이스티가 맛이 이상하다고 못 먹겠다고 투덜거렸다. 내가 먹어보니 맛과 향이 독특했다. 시간이 없었지만, 아이가 하루종일 짜증내는 걸 보기 싫어서, 주문한 아이스티를 그냥 버리는 것이 아까워서 가게로 가서 따졌다. 직원이 자기 매장은 일반적인 아이스티 맛과 다르다고 답했다. 몇 가지 이유를 들어 따지다가 시간이 없어서 그냥 다른 음료수를 다시 주문하고, 그 맛없는 아이스티는 내가 마시기로 마음 먹었다.


아이들에게 빨리 화장실을 다녀오라고 재촉하고, 삼척행 버스를 탈 승강장을 찾았는데, 보이지 않았다. 화장실을 나온 아이들 손을 양손에 붙잡고 빠른 걸음으로 승강장을 찾아다녔다. 승강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뒤져도 없었다. 뭔가 이상했다. 이제 버스 출발 시간이 몇 분 남지도 않았다. 마침 직원이 보이길래 표를 보여주며 물었더니, 여기가 아니라 건너편이라고 했다. 다급한 마음에 건너편이라는 게 어디를 말하는 건지, 어떻게 가라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직원에게그대로 물었는데, 매우 불친절한 태도로 계속 건너편이라는 답만 반복했다. 나 역시 어떻게 가는 거냐는 질문만 반복했다. 결국 옆에서 보다못한 다른 직원이 2층으로 올라간 후 건너가서 다시 내려가라고 답했다. 시간은 이제 3분 남짓 남아있었다. 미칠 것 같았다! 다시 양손에 아이들의 손을 꼭 쥐고 빠르게 길을 찾기 시작했다. 에스컬레이터를 올라탔는데, 몇 칸을 걸어오르니 하필 어르신 두 분이 길을 막고 서있었다. 답답한 마음에 머리 끝까지 열이 올랐다. 어르신들은 에스컬레이터가 끝까지 올라간 후에도 느릿느릿 천천히 발길을 옮겼다. 빨리 비켜주면 좋을텐데, 여전히 길을 막고 있었다. 하마터면 욕이 나올 뻔 했으나, 간신히 참았다. 어르신들이 완전히 비켜서기까지 몇 초가 몇 시간인 것 처럼 길게 느껴졌다.


길이 열리자마자 애들 손을 잡고 뛰기 시작했다. 통로를 빠른 속도로 뛰었다. 내려가는 계단에서는 애들이 뒤처지길래, 빨리 쫓아 오라고 소리를 지르고는 혼자 뛰어내려갔다. 막판에 이번에는 할머니 한 분이 손수레에 짐을 잔뜩 실고,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 분이 비켜주기를 기다리면 무조건 차를 놓칠 것 같았다. 빠르게 눈을 돌려 시계를 보니 이미 출발 시간이 살짝 지나있었다. 포기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일단 뛰어보기로 했다. 다행히 할머니가 무거운 수레를 끄느라 낮은 자세로 힘을 쓰고 계신 동안, 뛰어 내려온 탄력으로 훌쩍 뛰어넘었다. 착지한 순간 등과 양쪽 어깨에 맨 무거운 짐들이 휘청거렸지만, 곧바로 균형을 잡고 뛰었다. 전력질주. 저쪽에서 삼척행 고속버스 문이 닫히려는 걸 발견했다. 마침 내가 뛰어오는 걸 본 직원이 닫히고 있는 버스 문을 두들겨 기사님께 차를 세우라고 했다. 딱 우리 세 명 자리가 비어서 잠시 기다리다 포기하고 출발하려던 모양이다. 


직원에게 표를 보여주고, 바코드를 찍는 동안, 아이들도 숨을 헐떡이며 뛰어왔다. 아까 만났던 직원은 정말 불친절했지만(여유가 있었다면 그 예의없는 태도를 꼬집어줬을 것이다.) 이 직원은 또 엄청 친절했다. 늦어서 죄송하다가고, 숨을 헐떡이며 표를 처리하는 동안, 괜찮다고 천천히 하시라고 말해줬다. 버스에 오르니 일제히 시선이 느껴졌다. 우리 때문에 거의 5분쯤 출발이 늦어졌을 것이다. 기사님과 승객들에게 큰 소리로 "죄송합니다! 고맙습니다!"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이 버스를 놓쳤다면 일정이 엄청 꼬였을 것이다. 휴가 첫날 출발부터 땀을 엄청 흘렸다.


삼척에 도착해서도 자주 오지 않는 대중교통으로 움직이기가 정말 어려웠다. 무거운 짐을 들고 잘 알지도 못하는 버스 정류장을 찾아다녀야 했고, 버스 도착 시간을 알지 못해 1시간 이상을 땡볕에서 기다리기도 했다. 버스를 잘 못 타서 30분 이상을 걸어가야 하는 일도 있었다.


** 택시 잡기, 방 구하기 **


사람이 많지 않은 한적한 해변에서 아이들은 즐겁게 해수욕을 즐기고, 나는 아이들이 잘 보이는 의자에 앉아서 맥주를 마시며 책을 읽었다. 가끔 애들과 물에서 놀다가 나오기도 했다. 이때가 가장 즐겁고 평화로운 순간이었다. 기억을 떠올려보니 결혼 후엔 휴가 중 책을 제대로 읽은 적이 없었다. 늘 아이들과 아내를 위해 뭔가를 챙겨야 했고, 맘 편히 책을 읽을 여유 따위는 없었다. 휴가는 쉼이 아니라 가사 노동과 육아의 연장이었다. 비록 한 나절이었지만, 그 해변의 독서가 정말 좋았다.


예약해 둔 레일바이크를 타러가려고 여유있게 짐을 챙겨 해변을 떠났다. 대중교통으로 이동이 불가능한 곳이라 택시를 탈 생각이었다. 적절한 곳에서 택시를 기다렸는데, 단 한 대도 보이지 않았다. 불안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급하게 콜택시를 검색해서 전화했는데, 전화를 받은 직원은 기다리라는 말만 하고 한참 시간이 지나도록 연락이 없었다. 지나가는 택시도 없고, 콜택시 회사에서도 답이 없이 시간만 계속 흘렀다. 급한 마음에 다른 콜택시 회사를 검색해서 전화했는데, 아까 전화받았던 여직원이 다시 받았다. 번호는 달라도 다 같은 곳이란다. 계속 기다리란다. 


길에서 20분 이상을 보내고, 이제 택시를 타도 시간 맞춰 도착하기 어려울 시점이 되었을 때, 포기할 수 밖에 없겠다 생각이 들었다. 레일바이크를 못 타더라도 이 해변을 벗어나야 하니, 아이들을 데리고 교통 통제하는 분에게 다가갔다. 택시를 잡으려면 어떻게 하는지 물어보았다. 아저씨가 콜택시를 부르라고 하길래, 전화했는데, 20분 넘게 답이 없다고 말했다. 그 분은 진작 자기에게 말하지 그랬냐고, 택시를 연결해주겠다고 했다. 그러더니 진짜 5분 후에 택시가 도착했다.


기사님께 상황을 설명했다. 검색 결과 그 해변에서 레일바이크 승강장까지 30분 정도 걸리는 걸로 나왔는데, 남은 시간은 17분 정도였다. 기사님은 잠시 고민하시더니, 어쩌면 시간 맞춰 도착할 수 도 있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를 만나서 다행이라고 했다. 본인이 집이 남쪽이라 이 길을 매일 오가기 때문에 다른 누구보다 빨리 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더니 정말 엄청난 속도로 차를 몰기 시작했다. 신호에 걸리면 이런저런 편법과 불법을 저질렀다. 가장 차량이 많은 구간을 지나면서 기사님이 웃으며 말했다. 이제 마음 놓으라고, 무조건 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다고 했다. 결국 기사님은 3분 가량 남겨두고 우리를 내려줬다. 뛰어 들어가 개찰구 앞에서 시간을 보니 정확하게 출발시간이었다.


레일바이크 구간은 길었다. 내리막 길이 많아서 그리 힘들지 않았다. 저녁 시간이라 바람이 선선했고, 바다를 끼고 달리는 풍경은 멋있었다. 다만 앞에 줄줄이 늘어선 바이크들이 속도를 내지 못해 좀 답답했다.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8시 조금 넘어 도착할 줄 알았는데, 9시가 다 되어서야 도착했다. 일정이 어떻게 될 지 몰라 숙소 예약을 하지 않았었다. 원래는 버스를 타고 남쪽으로 더 내려가서 숙소를 정할 생각이었으나, 도착이 늦어져 이미 버스가 끊긴 시간이었다.


방을 구하기 위해 펜션을 돌아다녔는데, 계속 빈 방이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몇 번을 돌아서고 나니 작은 아이가 걱정하기 시작했다. 말로는 분명 빈 방이 있을거라고 아이를 안심시켰지만, 나 역시 속으로는 이러다 방을 못 구하는 거 아닌가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음 펜션에서 엄청나게 넓은 방을 구했다. 30평짜리 방을 예약한 팀이 갑자기 취소해서 비어있다고 했다. 어차피 주인장은 위약금을 받았으니, 그냥 작은 방 가격에 주기로 했다. 들어가보니, 방이 2개, 화장실이 2개에 거실이 엄청나게 넓었다. 축구해도 되겠다 싶었다.


** 휴대폰 분실 **


삼척에서 지낸 3일은 계속 시간에 쫓겼다. 삼척 마지막 날 부산 가는 버스를 타러 터미널로 가는 길에 큰 아이가 갑자기 발에서 피가 난다고 했다. 모기 물린 곳을 긁어서 상처가 났는데, 맨발에 신발을 신고 다니다가 피가 터진 모양이었다. 갑자기 피를 줄줄 흘리는 모습을 보고 좀 당황해서 얼른 가방을 열어 휴지와 약과 대일밴드를 꺼냈다. 그 와중에 아이가 자기 휴대폰을 나에게 건넸다. 큰 아이는 평소에도 그렇고, 이번 여행에도 주머니가 없는 옷을 입은 채, 폰을 계속 손에 들고 다녔다. 가방에 넣으라고 해도, 말을 듣지 않았다. 이번에도 폰을 둘 곳이 없으니 나에게 맡겼는데, 나는 아이 발의 피를 닦고 약을 바르느라 건네받은 폰을 공중전화 부스에 올려두고, 신경도 쓰지 못했다. 대일밴드까지 붙이고 아이 손을 잡고 출발하면서 폰을 놔둔 사실은 깨닫지 못했다.


부산행 버스 표를 끊고, 시간에 쫓겨 급하게 짜장면을 먹고 버스 시간에 맞춰 버스를 탔는데, 아이가 폰을 달라고 했다. 아이의 폰을 어디 뒀는지 잠시 생각하다가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급하게 공중전화 부스를 향해 뛰었다. 아까 폰을 놔둔 후로 약 20분 가량 지났는데, 폰은 그 자리에 없었다. 평소라면 그렇게 어이없게 잃어버리지 않았을텐데, 여러 이유로 너무 정신이 없었다. 곧바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누가 가져갔는지 몰라도 안 받았다. 그 근처를 돌면서 계속 전화를 걸었지만, 신호만 울릴 뿐 받지 않았다. 대여섯번 가량 전화를 걸다가 결국 버스 시간에 맞춰 버스에 올랐다.


부산으로 가면서 큰 아이는 울었다. 나중에는 울다가 지쳐 잠들었다. 나는 계속 아이 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누군가 폰을 주웠다면 부산집으로 택배로 보내달라고 부탁할 생각이었다. 대신 사례를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폰을 습득한 이는 전화를 받을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몇 십번을 걸었는지 모른다. 아무리 걸어도 소용없었다. 결국 절반쯤 갔을 때, 포기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가끔 한번씩 전화를 걸긴 했지만, 이젠 기대를 접었다.


** 문 부수기 **


큰 아이는 부산에 온 첫날은 잃어버런 휴대폰 때문에 계속 기분이 안 좋았지만, 다음날 사촌동생들과 만난 후에는 다시 재밌게 놀았다. 그렇게 3일을 잘 놀고 서울로 돌아가는 날 큰 거 한 건을 터뜨린다.


전날부터 아이들에게 여러차례 미리 짐을 잘 챙겨놓고 나갈 준비를 다 해놓으라고 말했는데, 두 꼬마 녀석들은 준비도 하나도 안 하고 티비만 보고 있었다. 내가 분주하게 짐을 챙기고 준비하는 동안, 그렇게 티비만 보는 녀석들에게 아버지가 참고 참다가 한 마디 했다. 미리 다 챙겨놓고 티비 보라고. 하지만 티비에 푹 빠진 녀석들에게 그 말이 들릴 리가 없다. 결국 한참 후에 아버지가 화를 내셨고, 나도 한 마디 거들수 밖에 없었다. 


그럼 죄송하다고 한 마디하고 씻고 준비하면 될 것을 한창 사춘기에 돌입한 큰 아이가 화를 내며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부산집은 아주 아주 오래된 아파트다. 문틀이 다 내려앉아서 문이 제대로 안 닫히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화장실 문이 잘 안 닫히고, 잘 안 열린다. 명절에 우리 식구와 동생네 식구까지 모이면 10명 이상이 그 화장실 하나만 바라보고 있어야 하는데, 잘 안 닫히고 잘 안 열리는 화장실은 치명적이다.


잠시 얘기가 화장실 문으로 샜는데, 암튼 작은 방 문 역시 아귀가 안 맞아서 안 닫힌다. 이 문은 잘 안 닫히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안 닫히는 상태였다. 그런데 큰 아이가 화가 난다고 문을 쾅 닫고 들어가버렸다. 엄청 큰 소리가 났고. 문이 닫혔다. 나는 짐을 싸다가 큰 소리에 화가 나서 달려가 당장 문을 열라고 소리를 쳤다. 그랬더니 큰 아이는 문 안 잠갔다고 소리를 높여 대들었다. 나는 문이 안 열리니 빨리 열라고 했고, 안에 같이 들어가있던 작은 아이가 손잡이를 돌려보더니 안 열린다고 했다. 한참 실랑이를 벌인 끝에 안에서도 밖에서도 안 열리는 상태, 즉 문 손잡이가 완전 망가져서 고장난 상태임을 깨달았다. 


점점 기차 타러 출발해야 할 시간은 다가오는데, 준비를 거의 안 한 아이 둘이 방 안에 갇혀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었다. 게다가 큰 아이의 반항 때문에 아버지와 나는 화가 날대로 난 상태였다. 즉, 차분하게 다른 생각을 할 상태가 아니었다. 아버지와 나는 번갈아가며 신경질적으로 문 손잡이를 돌려 보다가 달리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잠시 후 아버지는 나에게 문을 부수라고 말했다. 나는 어깨로 문을 들이 받기 시작했다. 두꺼운 나무문은 여러차례 들이받고 나서 조금씩 갈라지기 시작했다. 어깨로 치고, 발로 차고, 손바닥으로 내려 치는 등 십여차례 온 힘을 다한 결과 문의 위쪽 부분이 조금 갈라져서 방 안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작 잠금쇠가 잠긴 손잡이 부분은 아무 변화가 없었다. 그때 아버지가 장도리를 가져오셨다. 나는 망치 부분으로 손잡이를 내려치고, 뾰족한 부분으로는 손잡이 이음새에 걸고 당기며 손잡이를 해체하려고 힘을 썼다. 저 손잡이만 어떻게 뽑아내면 문이 열릴것 같았다. 몇 분 후 손잡이를 부셔서 뽑아냈다. 하지만 문은 여전히 단단히 잠겨 있었다. 


손잡이를 뽑은 자리에 동그랗게 구멍이 나서 안에 갇힌 아이들 모습이 보였다. 아이들은 그렇게 문 손잡이가 뽑히고, 구멍으로 밖이 보이는 모습이 우스웠나 보다. 까르르 웃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안 그래도 화가 난 상태에서 간신히 화를 참고 계셨는데, 아이들이 웃으니 버럭 화를 내셨다.


결국 다시 문을 부수기 시작했다. 두꺼운 나무 문을 절반 이상 쪼개어 뜯어내고 나서야 비로소 문을 열 수 있었다. (그 와중에 손을 조금 다쳤다.) 아이들에게 빨리 준비하라고 시키고, 절반 가량 뜯겨나가서 마치 폐가에 와있는 듯한 문짝을 우울한 기분으로 쳐다보았다.


나와 아이들은 이제 기차타고 서울로 올라가지만, 남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저 문을 계속 보고 있으면 얼마나 기분이 나쁘실지 짐작하기 어려웠다. 문틀에 박혀있는 나사못이 눈에 들어왔다. 차라리 나사못을 따 뽑아서 문짝을 떼어내고 지내는 게 낫겠다 싶었다. 시간이 좀 있었으면 내가 떼어냈을텐데, 이젠 빨리 준비해 출발해야 했다.


큰 아이는 그 난리가 났는데도 그닥 뉘우치지 않는 모양이었다. 결국 부산역에서 한바탕 야단치고, 혼자 반성하고 있으라고 내버려두고 작은 아이를 데리고 기차에서 먹을 간식거리를 사러 갔다. 기차를 타기 직전까지 한참 혼자 있던 아이는 막판에 내게 와서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아이에게 할아버지께 사과해야 한다고 설명했고, 아이는 내키지 않았지만, 마지못해 사과를 해야했다.


서울로 돌아오고 하루쯤 지나서 어머니께서 연락하셔서 그때 문을 부수지 말고, 119에 신고했어야 했다고, 왜 아무도 그 생각을 못 했냐고 말씀하셨다. 사실 몰랐다. 살면서 단 한번도 119를 불러 본 적이 없으니, 아예 생각나지 않았다. 게다가 불이 난 것도 아닌데 불러도 되는줄 몰랐다.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읽고 싶은 책 읽기


한동안 아니 꽤 오랫동안 읽고 싶었던 책보다, 일과 관련한 책들 그러니까 읽어야 하는 책들 중심으로만 읽었다. 읽고 싶은 책을 읽을만큼의 여유는 없었으니까. 최근에는 읽어야 하는 책들을 안 읽고 일부러 읽고 싶은 책들, 소설들을 찾아 읽었다.


지난 몇 달간 정유정의 책들을 찾아 읽고, 요 네스뵈와 스티븐 킹 등도 읽었다. 문제는 신작이나 안 읽었던 책을 읽어야 하는데, 그러기 전에 내가 왜 이 작가를 선택했는지 깨닫기 위해 이미 읽고 좋았던 책들을 먼저 다시 읽어야 다른 작품에 손이 갔다. 그래서 정유정은 가장 먼저 읽었고, 가장 좋았던 [28]을 세 번이나 읽고 나서야 [7년의 밤]과 [종의 기원]을 읽을 수 있었고, 요 네스뵈 역시 가장 먼저 읽었던 [아들]을 다시 읽고 나서 [스노우 맨]과 [레드 브레스트]를 읽었다. [제노사이드]를 읽고 꼭 다른 작품들도 읽어야지 맘 먹었던 다카노 가즈아키도 마찬가지였다. 곧바로 [13계단]이나 [KN의 비극]을 시작하려니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아서 [제노사이드]를 다시 읽었다. 이제 둘 중 하나를 시작해야 할텐데, 역시 먼저 썼던 [13계단]부터 손을 댈지, 아니면 나중에 쓴 [KN의 비극]을 먼저 읽을지 고민이다.


그 중간에 아마 8월 중후반쯤 아이들과 알라딘 중고서점에 갔다가 레미제라블1권이 눈에 들어왔다. 이제 슬슬 시도해볼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 쭉 살펴보니 3권을 제외하고 다 있었다. 왜 3권만 없을까 궁금했지만 일단 나머지 4개의 책을 사고, 디킨즈의 [두 도시 이야기]도 샀다. 레미제라블은 3권까지 다 구해놓고 읽으려고 아직 시작은 못하고 있다. 지난 주 다시 알라딘 중고서점에 갔더니 여전히 3권은 없었다. 이번에도 3권을 제외한 나머지 1,2,4,5권은 다 있었다. 왜 계속 3권만 없을까? 그것만 특별히 재밌어서 다들 안 파는 건가? 그것만 특별히 적게 찍어서 유통량이 적은가? 그것만 특별히 불량이 많아서 중고 판매가 잘 안 이뤄지나?


암튼 급할 건 없다. 일단 다카노 가즈아키의 책 2권을 먼저 읽을 생각이니까. 그동안 레미제라블 3권을 구해봐야지. 중고로 못 구하면 새 책으로 구하지 뭐.















최근 정부 기관에서 일하는 분에게 에너지 강의를 들어볼 일이 있었다. 늘 탈핵 진영 선수들의 강의만 듣다가 처음으로 정부쪽 선수의 강의를 들은 건데, 무척 신선한 경험이었다. 들으면서 계속 비교할 수 밖에 없었다. 누구라면 이렇게 접근했을텐데, 나라면 이렇게 설명했을텐데, 저 사람은 저렇게 얘기하는 구나. 신기하다! 이러면서 푹 빠져들어서 들었다.


하나 부러운 것은 이분 과학쪽 기초 지식을 잘 알고 계셔서 물리학과 화학 관련 내용이 나왔을 때 막힘없이, 비교적 쉽게 설명했다. 나는 전혀 모르는 분야이고, 매우 취약한 분야이다. 그래도 환경운동하면서 생물학 쪽은 조금 배웠는데, 물리와 화학 쪽은 정말 모른다. 그나마 에너지 영역에서 일하면서 조금 아는 분야가 지구과학이었다. 암튼 뒤늦게 과학 공부를 새로 하려니 힘들다. 조금씩 천천히 배워가다 보면 재미를 붙일 수 있으려나? 암튼 [지구를 소개합니다] 이 책은 일과 관련해서 특히 원고 작업과 강의 등을 할 때 기초 소양을 튼튼하게 다지기 위해서 꼭 필요한 책인 듯 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대로 이행하지 않고 한 발 뒤로 후퇴한, 신고리5,6호기 공론화 문제로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다. 안 그래도 바쁜데, 이것 때문에 진짜 두배, 세배는 더 바쁘게 됐다. 상황이 정말 어렵다!


짧게 간단하게 쓰려던 글이 엄청 길어졌다. 이 바쁜 와중에 몇 시간을 쏟아부은 건지. 아휴! 이제 다시 정신차리고 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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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북사랑 2017-09-15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좋은 서재가 있었군요.
막연하게 관심 갖던 주제인데 님의 서재에 좋은 책과 정보가 많아서 친구신청하고 갑니다.

감은빛 2017-09-26 00:39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인연을 맺어 무척 반갑습니다!

cyrus 2017-09-15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스펙터클한 부산 여행이었군요. 출발하기 전에 꼼꼼하게 준비를 하고, 여행 일정을 짜도,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생기면 여행이 완전 꼬여 버립니다. 단체 여행이 늘 이런 식이죠.. ㅎㅎㅎ

감은빛 2017-09-26 00:41   좋아요 0 | URL
저는 정말 아무 계획도 없으 그냥 출발하는 여행을 좋아해요.
젊은 시절에는 자주 그랬죠.
요즘도 가끔 그냥 기분 내키는대로 돌아다니는 걸 좋아해요.

미리 숙소 예약하고, 어디갈지 다 정해놓고
이런 건 여행인 것 같지 않아서 별로 안 좋아해요. ㅎㅎ
 

인터뷰


조합 활동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강의 요청과 언론 인터뷰 요청이 많아졌다. 초기에는 인터넷 블로그 기자(광역자치단체, 기초자치단체, 에너지 단체 등) 수준에서 연락이 많이 왔고, RPS 정책 비판 및 FIT 재도입 요구 기자회견 이후로는 에너지 관련 언론에서도 가끔 연락이 왔다. 그러다 몇몇 케이블 방송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블로그 뉴스 수준과 달리 방송 인터뷰는 처음에 좀 떨리던데, 특히 특정 멘트를 실수 없이 차분하게 카메라 앞에서 읽는거 생각보다 어렵더라. 읽는게 아니라 내가 말을 해야 하는건데, 그러려니 자꾸 특정 단어에서 실수하는 일이 많더라.


처음 응했던 방송은 담당 피디가 카메라 하나 메고 와서는 빠르게 원하는 장면만 찍고 갔다. 나중에 실제 방송 영상을 보내줬는데, 무척 짧게 나왔고, 딱 찍은 만큼 활용을 잘 했더라. 두번째 응했던 방송은 담당피디, 카메라 기자, 보조 기자, 조명 기사까지 네명이 왔다. 조명 세팅하는데만 거의 삼사십분 걸렸다. 의외로 촬영은 그 절반도 안 걸려 끝났다. 카메라를 무척 가까이 들이대기도 했고, 이러저래 요구사항이 많았다. 이때 처음 알았다. 말을 할 때 내가 얼마나 산만하게 행동하는지를. 나는 계속 손을 움직였고, 가끔 얼굴이나 몸을 조금씩 움직였는데, 그럴때마다 카메라 기자님이 최대한 움직이지 말아달라고 하셔서, 그 다음부터는 몸이 경직되어 버렸다.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고 의식하는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암튼 제일 고생하면서 찍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다. 방송이 나간 건지, 어떤지 말이라도 해주면 좋을텐데, 한참 후에 생각나서 물어보니, 영상이 완성되면 보내주겠다고 해놓고는 그 후로도 소식이 없다. 아마도 방송 자체가 취소된 경우일 듯.


이후 방송 인터뷰가 두 건 더 있었다. 하나는 케이비에스의 유명한 프로그램이었다. 담당 피디의 연락을 받고, 바쁜 시기였음에도 억지로 시간을 내서 왠만한 요구사항은 다 들어주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거의 하루를 통으로 빼서 취재에 응했다. 이사 중 한 분께 부탁드려 댁에서 미니태양광을 설치한 모습도 촬영하고, 인터뷰도 따로 했다. 나는 우리 조합 발전소 앞에서 더운 날씨에 땡볕에서 한참을 요구대로 움직였다. 이렇게 걸으라고 하면 걷고, 저렇게 움직이라면 움직이고, 웃으라면 웃고, 대화하는 척 하라고 하면 대화했다. 그리고 막판에는 억지로 조합원들 불러모아서 회의하는 장면을 연출해서 찍었다. 이후로 상임이사님 인터뷰도 또 찍었다.


그리고 3주쯤 후였던가 방송하는 날, 나는 집에 티비도 없거니와 다른 일정이 있어서 방송을 보지 못하고, 같이 일하는 활동가에게 방송 어떻게 나왔는지 물었더니, 아주 짧게 상임이사님 인터뷰 나오고, 발전소 드론 촬영장면만 나왔다고 했다. 앞서 이사님 집에서 서너시간 촬영했던 장면이나, 발전소 앞에서 두어시간 내가 촬영했던 장면은 단 한 장면도 안 실렸다. 담당 피디가 방송 디비디를 보내주겠다고 연락했을 때, 무척 미안해하며 분량이 너무 적어서 죄송하다고 했다. 며칠 후 디비디를 받았는데, 컴퓨터와 노트북 모두 디비디 롬이 없어서 볼 수가 없었다. 친한 후배에게 말했더니, 그 친구가 동영상 파일을 구해줘서 그제서야 방송을 봤다.


조합원 모임 장면 아주 짧게 살짝 나가고, 상임이사님 인터뷰 나가고, 드론으로 찍은 발전소 영상 나가고 끝이더라. 배신감이 느껴졌다. 사실 찍을 때부터 내 인터뷰는 안나갈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다. 나는 방송에 안 나와도 (아주 조금 섭섭하긴 하지만)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미니태양광 설치한 조합원 가정에서 찍고 싶다는 담당 피디의 요청에 바쁘신 이사님 일정을 간신히 맞춰 섭외해서 서너시간이나 촬영했는데, 그걸 단 한 장면도 안 쓰다니! 이건 너무 예의가 없는 거 아닌가? 그 이사님도 바쁜 시간 쪼개셨지만, 가족들도 불편을 겪었다. 손자가 아직 어린 아기인데, 방송 촬영 때문에 집이 시끄러우면 아기가 잠을 못 잘 것 같다고 촬영팀이 오기 전에 며느리가 아기를 데리고 피해있었다. 그 더운 날씨에 편안한 집 놔두고 어린 아기 데리고 고생했을 생각하면 정말 미안한 일이다. 내가 피디였다면 억지로라도 한 장면이라도 넣었을 것 같다.


한가지 신기한 일은 녹색당 당원 한 사람이 그 방송에서 내 목소리를 들었다고 축하한다고 전하더라. 내 목소리가 나왔던가? 동영상을 여러차례 돌려봐도 나는 안 들리던데. 내 모습은 회의하는 장면을 위에서 찍은 장면 빠르게 지나갈 때, 윗모습으로 스쳐 지나갔다. 방송으로 본 사람들은 아무도 못 알아봤겠지만, 나는 동영상을 멈춰놓고 당시 참석한 사람들 하나하나 다 알아봤다. 근데 내 목소리는 아무리 반복해봐도 안 들리던데. 혹 내가 본 동영상과 방송 영상이 또 달랐던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 다음은 케이블 방송이었는데, 인터뷰 와서는 아무것도 안 찍고, 내용 취재만 해갔다. 대신 조합에서 제공한 홍보용 사진들을 엮어서 방송 영상을 만들었다. 우리가 제공한 사진이고, 우리가 하고 싶은 내용으로 구성했기 때문에 가장 만족스러웠다. 여기 제공한 십여장의 사진 중 절반 이상에 내 모습이 들어가있다. 초기부터 열심히 참여하는 조합원이었고, 중간에 활동가로 일을 시작했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내 모습이 가장 많이 나온 방송 영상이 되었다.


방송 영상이나 신문(잡지) 지면에 내가 나오고 안 나오고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내용을 잘 전달하는가이다. 그런 지점에서 보면 대부분 아쉬움이 있다. 적은 지면과 짧은 분량 때문에 어쩔수 없을거라고 이해하지만, 아쉬움이 있는 건 사실이다.


이번에는 주간지 기자가 인터뷰를 왔다. 전화통화로는 짧은 내용 취재 정도로 이해했고, 아무 준비도 없이 일하다가 기자를 만났는데, 곧 사진기자가 와서 사진을 찍을거라고 했다. 헉! 아침에 급하게 나오느라 면도도 못하고 나왔는데, 옷도 구겨진 셔츠 차림인데. 미리 얘기해줬으면 정장을 갖춰입진 못하더라도 예쁜 자켓이라도 걸치고 나왔을텐데.


이 기자는 일단 취재하는 자세부터 마음에 안 들었다. 사전 지식이 전혀 없다고 해서 관련이 있을만한 자료는 미리 메일로 보내줬고, 질문에 답할 때에도 되도록 알아듣기 쉽게 배경부터 설명하고, 본론으로 들어갔는데, 내가 아직 결론을 말하기도 전에 말을 끊고 다른 질문을 던진다. 자기가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이 충분히 나오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지금까지 십수차례 이런저런 언론사와 인터뷰를 했지만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었다. 완전히 페이스에 말려 충분히 내용을 설명하지 못하고 인터뷰를 마쳤다. 인터뷰 중간에 사진 기자가 도착했고, 그는 분주하게 우리가 대화하는 장면을 찍더라. 간혹 부담스럽게 가까운 거리에 렌즈를 들이밀고 찍을 때마다, 아침에 면도를 안 하고 나온 걸 후회했다.


인터뷰 후 같이 발전소를 찍으러 갔다. 자연스럽게 몇 컷 찍고 끝날 줄 알았는데 갑자기 표지용 사진을 찍어야 한다며 몇 가지 포즈를 요구했다. 팔짱 끼고 똥폼 잡는 포즈부터, 급기야 양 팔을 하늘을 향해 벌리고 선 포즈까지. 이때 입고 있는 셔츠가 짧아서 배꼽이 보일까봐 걱정이 되었다. 게다가 카메라는 밑에서 올려찍고 있었다. 근데 잠깐! 표지용 사진이라고? 그럼 내 사진을 주간지 표지에 쓴다고? 아니 아무리 보는 사람이 별로 없는 주간지라고 해도 표지라니!


사진 기자님은 자꾸 웃으라고 하는데, 카메라를 빤히 쳐다보고 웃는 일이 정말 쉽지 않더라. 자꾸만 표정은 굳어지고, 해는 뜨겁고, 땀은 등줄기를 줄줄 타고 흐르고, 몸은 힘들었다. 속으로 생각했다. 이래놓고 정작 표지로 쓸 리는 없을거라고. 지금까지 십수차례 겪어봤듯이 이번에도 안 쓸거라고. 마지막에 기자도 그렇게 말했다. 만약을 위해서 찍는 거라고. 실제로 안 쓸지도 모른다고 했다. 억지로 시간빼서 고생해가며 찍은 입장에서 할 말은 아니지만, 제발 표지 사진으로는 안 썼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그냥 본문에 작게 들어가는 참고용 사진으로만 쓰시길.


초기 몇 차례 인터넷 블로그 기자들의 기사에서 아쉬움을 많이 느꼈다. 글 자체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중간에 팩트와 다른 내용들이 들어가 있기도 했다. 분명 나는 저렇게 말한 적이 없는데, 기자가 잘 못 이해하고 그대로 쓴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번에도 그렇게 될 것 같아서 조금 걱정이 된다.


참, 이 활동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 같다. 재작년 여름에는 시청에서 주최하는 '쿨비즈 패션쇼' 모델로 워킹을 했고, 이번에는 무슨 광고 찍는 모델처럼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내가 이런 일을 할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 못 해봤다. 


몇 년전 지방의회 후보로 선거에 나갔던 후배를 옆에서 지켜보니, 사진 찍는 일이 진짜 힘들더라. 카메라 앞에서 웃는 일이 정말 보통 일이 아니란 것을 처음 알았다. 웃는 것마저 이렇게 힘들다니!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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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때, 음악을 켜놓고 책을 읽거나, 뮤직비디오나 영화 음악 등을 찾아서 볼 때가 많다. 한동안은 인도영화의 흔히 맛살라 장면이라 말하는 춤추고 노래하는 장면만 찾아서 보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날 유튜브 자동재생 덕분에 영화 [피치 퍼펙트2]의 Riff off 장면을 우연히 함께 봤는데, 아이들이 엄청 좋아했다. 몇 번을 다시 보고, 나중엔 영화도 찾아서 봤다. 이 장면을 보기 전에 [피치 퍼펙트]를 먼저 보았던 나는 그 1편의 Riff off 장면도 보여줬다. 이 장면도 영화로 봤을 때는 제법 재밌었고, [like a virgin]을 포함해 유명한 노래들이 (짧게) 많이 나오는데, 아무래도 등장인물의 다양한 구성과 편집 등을 보면 2편이 훨씬 더 재밌게 느껴지긴 한다. 


그렇게 몇 번씩 이 장면을 보고 난 아이들은 나중에 혼자서 여기 나왔던 노래 중 일부를 흥얼거리기도 했다. 팝송이라곤 전혀 알지 못하는 (아니 내가 틀어놓은 노래들 중 다수가 팝송이니, 아예 모르는 건 아니고 조금 들어본 이라 표현하느게 맞겠지만) 작은 아이가 특히 그랬다. 큰 아이의 말에 따르면, 작은 아이가 집에서 그 노래들을 흥얼거리며, 그 장면에서 나왔던 몸짓까지도 따라했다는 것이다.


예를들면 세번째 미션 첫 곡으로 '다스 사운드 머신'이 부른 곡이 바넷사 칼튼의 [A thousand miles] 인데, 이 곡의 도입부를 부르며 다스 사운드 머신 멤버들이 로보트 처럼 팔다리를 움직이는 춤을 추는데, 그 동작을 그대로 따라하며, 그 노래를 흥얼거린다는 것이다. 작은 아이가 그렇게 따라하는 장면을 상상해보니 놀라우면서도, 그럴만 하다 싶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나도 그 나이때쯤 가사를 알지도 못하는 팝송을 따라 부르고, 티비에 나오는 춤을 따라 추기도 했으니 말이다.
















암튼 이 밤에 잠이 안와서 별 짓 다 해보다가 결국 글이나 써야 겠다 생각한 건 바로 저 Riff off 장면의 세 번째 미션 때문이다. 주제는 'i dated John Mayer' 였다. 처음 이 영상을 봤을 때부터 영화를 본 후에도 이 주제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해서 그냥 '존 메이어라는 가수와 관계있는 노래' 정도로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니까 dated 라는 단어의 뜻을 알면서도 제대로 해석하지 않았던 것. 그래서 '톤 행어스'가 티나 터너의 [what's love got to do with it] 을 부르고 탈락하는 장면을 보고 작은 아이가 왜 그런 거냐고 물었을 때,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나중에 아이들이 돌아가고나서 찾아보니 그 주제는 말 그대로 존 메이어와 사귀었던 가수들의 노래를 부르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그 사람이랑 사귄 사람이 얼마나 많길래, 그게 미션 주제로 나와? 보통 미션 주제는 '90년대 힙합(2편)' 이라거나 '80년대 여성 가수(1편)' 처럼 시대와 성별 혹은 시대와 장르로 넓게 정한다. 혹은 '엉덩이에 대한 노래(2편)' 나 '섹스에 대한 노래(1편)' 처럼 '엉덩이' 나 '섹스' 처럼 자극적인 소재의 특정 단어가 들어간 노래로 정하기도 한다. 이처럼 넓은 범위를 정해줘야 참가자들이 즉흥적으로 노래를 떠올리고 부를 수 있을텐데, 존 메이어와 데이트 한 여성이 얼마나 많길래, 하나의 주제가 된 단 말인가? 


그래서 찾아봤더니 정말 많았다. 게다가 놀랍게도 대부분 내가 이름을 아는 사람들이었다.(즉, 유명한 사람들이란 얘기) 검색을 통해 찾은 'Did John Mayer Really Date Tina Turner? 'Pitch Perfect 2' Raises An Important Question' 이란 제목의 한 미국 인터넷 언론(아마도) 기사는 친절하게도 연도별로 존 메이어가 사귀었던 연예인들의 명단과 사진을 알려줬다. 2001년 제니퍼 러브 휴잇 부터 언급한 대부분 사람들과 교재기간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바넷사 칼튼은 2002년부터 몇 년간 사귄 것으로 추정했다. 제시카 심슨, 민카 켈리(이 분은 누군지 모르겠네), 제니퍼 애니스톤, 테일러 스위프트, 킴 카다시안, 케이티 페리가 그 명단이었다. 와! 많이도 사귀었구나. 게다가 이들 중 1명만 빼고 다 알만큼 유면한 사람들이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곡을 부른 가수가 5명이나 있다.


여기까지 확인하고 나니, 저 문장이 얼마나 흥미로운 미션이었는지 깨달았다. 영화에선 바넷사 칼튼의 [A thousand miles]과 테일러 스위프트의 [we are never ever getting back together] 가 나오고 앞서 말했듯 톤 행어스가 티나 터너의 노래를 불러서 탈락하면서 끝났다. 이왕이면 제니퍼 러브 휴잇의 [love will show you everything] 이나 [take my heart back] 도 나왔으면 좋겠다 싶은데, 다시 생각해보니 둘 다 느린 곡이라 분위기상 안 맞을 수 있겠다 싶다. 그럼 제시카 심슨의 [Irresistible] 은 템포와 분위기가 다 적당한 것 같은데, 또 [I Wanna Love You Forever] 는 살짝 느리긴 하지만 분위기는 충분히 맞출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안 나왔을까? 테일러 스위프트의 곡은 하나 나왔지만, 노래가 아쉽다. 그보다 더 좋은 곡도 많은데. 게다가 케이티 페리 역시 어울릴만한 곡이 많은데 하나도 안 나왔다.


물론 이야기의 흐름 때문에 한 주제에 많은 곡을 담을 수는 없을 것이다. 작가는 어쩌면 많은 고려 끝에 바네사 칼튼과 테일러 스위프트를 한 곡씩 담았을 지 모른다. 하지만 또 궁금한 건 왜 하필 탈락곡을 티나 터너로 정했을까? 게다가 영화에서 존 메이어의 개인 비서였다는 톤 행어스의 멤버가 티나 터너를 부른 후, 탈락시켜야 한다는 목소리에 '진짜'라고 답했다. 정말 대선배 티나 터너와 젊은 신예 존 메이어 사이에 뭔가 있다는 암시인가? 저 위에 언급한 기사에서는 존 메이어가 티나 터너를 만났을 지도 모르지만, 지금까지 여러 연예인들과 만나온 시기를 살펴보면 그럴만한 시간이 없었을 거라고 썼다. 이 장면에서 작가는 아마 전혀 있을 수 없을 경우의 수를 떠올리려 고심하지 않았을까?


암튼 이 영화 덕분에 2000년대 초반 내가 한창 좋아했던 바넷사 칼튼의 [A thousand miles]을 멋진 아카펠라 버전으로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물론 아주 짧아서 아쉬웠지만, 맨 처음 이 장면을 보면서 '어! 이 너무나도 익숙한 노래는 뭐지?' 하면서 바로 떠올리지 못했다가, 나중에 폰에 저장된 음악을 듣다가 바넷사 칼튼 본인의 목소리로 이 노래를 듣고 깨달았을 때 무척 신기했다.


또 하나 이 장면의 묘미는 영화의 중심을 이루는 다스 사운드 머신과 바든 벨라스의 경쟁 외에 '톤 행어스', '그린 베이 패커스'의 개성 넘치는 인물들과 그들이 들려주는 멋진 화음의 아카펠라다. 모두 짧아서 아쉽지만 정말 인물의 개성이 딱 드러나는 멋진 장면이다.


피치 퍼펙트 3편이 만들어질 거라는 소식은 벌써 들었는데 언제쯤 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 3편에도 Riff off 장면이 있겠지? 이번에는 어떤 주제들로 어떤 곡들을 담았을지 궁금하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3편이 나오면 좀 더 비중있는 역을 맡았으면 하는 배우가 있다. 1편의 Riff off 장면에서 리한나의 [S&M] 에 맞춰 섹시하게 춤추고, 보이즈 투 맨의 [I'll make love to you] 를 섹시하게 불렀고, 위에서 소개한 2편 Riff off 에선 첫 미션 '엉덩이에 대한 노래' 에서 플로 라이다의 [low] 를 멋지게 부른 알렉시스 냅이 좀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시리즈의 주인공 베카 역의 안나 켄드릭이나 2편의 주인공 격인 헤일리 스테인펠드 보다 이 사람이 훨씬 더 눈에 띈다. 키가 크고 늘씬한 몸매 덕분에 춤을 추면 자연스레 시선이 간다. 본인이 부른 [low]의 가사처럼 그가 춤을 추면 클럽 안의 모든 이가 그를 쳐다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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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다. 바쁘다 하고 살다보니 주위 사람들이 이제 내가 바쁜 건 아주 당연한 걸로 받아들인다. 잦은 회의와 이어지는 야근. 자꾸만 쏟아지는 일들. 그런 일들에 치이고 파묻혀 지내면서도, 그럭저럭 살 수 있는 건 술과 담배와 운동과 하소연을 들어주는 몇몇 지인들 덕분이다. 아, 강의도 있다.


강의를 하는 건 내게 무척 즐거운 일이다. 무척 에너지 소모가 큰 일이고, 준비 단계에서부터 시간도 많이 투여해야 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내가 알고 있는 지식과 내가 확신하는 신념을 전달하는 것은 기쁨과 보람을 함께 느끼는 일이다.


올해는 작년보다 강의 요청이 더 많아졌다. 학교 강의도 더 많아졌고, 에너지자립마을을 비롯해서 성인 대상 강의도 많아졌다. 둘 다 나름대로 재미있다. 다만 사전에 잘 준비하지 않으면 대상에 맞는 강의를 하기 어렵다. 역시 준비가 핵심이다.


작년에도 강의했던 동네 학교 2곳의 강의 요청이 이번에도 들어왔다. 지역을 대표한다고 표현할 만한 여고 2곳이다. 작년보다 더 잘해야지 하는 마음에 준비를 했는데, 한 학교는 작년에 내 강의를 들었던 아이들이 서너명 포함되어 있었다. 아마 동아리 차원에서 강의를 들어서 그런가보다. 물론 확 업그레이드 시킨 강의를 준비했기에 그리 신경쓰이지 않았다. 또 한 학교는 한 반이 함께 왔는데, 이 친구들 강의를 듣는 태도도 좋았고, 강의 후 이어진 팀별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강사로서 무척 만족한 시간이었다.


이후 남고생 거의 40여명 강의가 있었는데, 진짜 힘들더라. 2시간 강의 후 목이 완전히 가버렸다. 계속 떠들고, 딴 짓하는 아이들 때문에 자꾸 목청을 높이다 보니 목이 쉴 수 밖에.


하루는 작은 아이가 다니고 있는 공동육아방과후협동조합에서 초등 저학년과 부모를 위한 에너지 강의를 했다. 하필 다른 일로 바쁜 시기라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고, 초등학생 대상 강의는 정말 오랜만이라 조금 어려우리라 예상했다. 확실히 오랜만에 초등 강의를 하다보니 감이 많이 떨어졌다는 걸 스스로 느꼈다. 너무 욕심을 많이 부렸다. 하긴 어디 초등 강의 뿐이겠는가. 지금껏 내 강의를 돌아보면 난 늘 욕심을 과하게 부려왔다. 하나라도 더 설명하려고 빠른 말투로 급하게 말을 하다보니 강의 후반부로 갈수록 전달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늘 있었다. 고치려고 마음 먹어도 쉽지 않더라.


암튼 이번 방과후협동조합 강의에서 좋았던 건 아이들의 반응이 아니라 부모들의 반응이었다. 처음엔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차근차근 쉽게 시작했던 강의가 점점 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전문적인 내용으로 바뀌어 갔다. 스스로 깨닫고 있었지만, 점점 집중력을 잃어가는 초등생들을 다시 끌고가기가 너무 어렵다고 판단하고, 차라리 부모들이라도 제대로 잡자고 생각했다. 부모들의 반응은 확실히 좋았다. 여러 명이 다시 한번 어른 대상으로 좀 더 자세한 내용으로 강의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막연하고 어려운 얘기라고 생각했는데, 내 설명을 듣고 나니 이해가 되고, 작지만 실천을 해야 겠다는 마음도 들었다고 한다. 이런 반응 덕분에 강의를 하면 나도 즐겁고 기쁘다.


어느 중학교 교사 직무연수 프로그램을 가서도 반응이 무척 좋았다. 이 강의는 교사 대상이어서 특히 더 준비도 많이 했고, 신경도 많이 썼다. 기대한 만큼 좋은 반응이 나와서 나도 무척 좋았다.


오늘은 대중교통으로 거의 3시간을 이동해서 강의를 하고 왔다. 강의가 오전 10시 였는데, 7시 이전에 출발해야 했다. 평소 출근 시간이 늦은 편이라 그 시간에 움직여 본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어제 밤 늦게까지 강의 자료를 손보고, 또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오히려 잠을 거의 못 잤다. 무척 피곤했지만, 초행 길이라 졸지도 못했다. 창 밖 풍경을 살피며 안내 방송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어야 했다.


약 20명이 참여했는데, 확실히 그린리더 과정을 자발적으로 선택해서 듣는 분들이라 강의 집중도가 남달랐다. 나는 사람들이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더 열정적으로 강의를 하게 되는 편인데, 오늘 그 상한치를 찍은 것 같다. 다만 시간에 쫓겨서 후반부로 갈수록 완급 조절을 하지 못하고, 빠른 말투와 급한 진행을 또 반복했다. 강의를 마치고 진행자가 "원래 그렇게 말투가 빠르시냐고?" 물었다. 머리를 긁적이며 "그렇지는 않은데, 시간에 쫓겨서 그랬다." 답했다. 


다음에는 좀 더 시간을 충분히 갖고 부르겠다는 말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으로는 편도 3시간, 왕복 6시간의 먼 거리가 마음에 걸리기는 했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강의는 완전 만족스러웠다. 이런 날엔 목이 좀 아파도, 에너지를 확 쏟아서 좀 피곤해도 괜찮다. 기분이 좋으니까.


또 어디서 어떤 사람들을 만나 교감하게 될까? 벌써 또 다음 강의가 기대된다. 근데 다음 강의는 초등학교다. 당장 초등학생 눈높이의 강의자료를 보강해야 한다. 그래도 강의자료를 만드는 일은 다른 일보다 즐겁다. 아이들과 소통할 그 시간이 기다려진다.


※ 반면 원고 작업은 언제나 어렵고 힘들다. 아니 대다수의 문서작업이 그렇다. 오늘도 벌써 마감을 2주나 넘긴 원고 하나를 붙들고 씨름하느라 얼마나 시간을 보냈는지 모른다. 이미 보낸 원고가 어느 정도 완성도를 달성했다고 판단했는데, 분량을 확 줄여달라고 했다. 내가 제일 못 하는 일 중에 하나가 분량 줄이기다. 기본적으로 무슨 글을 쓰더라도 길게 쓰는 버릇이 있다. 편집 일을 해봐서 남의 글 줄이기는 익숙한데, 내 글은 도무지 못 줄이겠다. 아! 내 자신이 완전히 소진되어 버린 느낌이 든다. 빨리 가서 술이나 한 잔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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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5 07: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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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참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아래 링크를 누르고 이름 적고, 동의 버튼만 눌러주시면 됩니다.



fax.nocablecar2015.org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가 다시 부결시켜야 합니다. 
문화재청에 청원팩스 보내기 함께 동참해주세요!

작년 12월에 문화재위원회의 결정으로 사실상 무산되었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다시 추진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문화재위원회의 결정은 부당하다’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행정심판결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너무도 이례적이고 비상식적인 결정이었습니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행정심판의 후속조치로 문화재청에 재량껏 처리할 수 있도록 권고를 한 상황입니다. 이제 문화재청이 전문성과 권위가 있는 문화재위원회에서 다시 설악산 케이블카 사안을 심의하고, 재차 부결시키면 될 일입니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모호한 태도로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공문을 보내 결정을 미루는 등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해 하고 있습니다. 공문을 보내며 ‘문화재위원회가 재심의를 할 수 있는지, 재심의 없이 사업을 통과시킬 수 있는지’등의 질문을 하는 등 비상식적인 행정을 일삼고 있습니다. 이는 문화재 관리 행정부처의 권위와 권한을 자기 스스로 내팽겨 친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에 문화재청에 아래와 같이 요청해주기시 바랍니다.
- 문화재청은 문화재위원회에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에 대한 문화재현상변경심의를 재개하고 즉각 부결처리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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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4 15: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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