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다 바빠


1년 중 제일 바쁜 시기가 1월부터 3월까지다. 일이 많고, 그 일들로 인한 스트레스도 많고, 이래저래 정신없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 그래도 꾸준히 야금야금 책을 읽고 있다. 간간히 글도 써보려고 노력은 하는데, 아직 거기까지는 시간을 못 내고 있다. 운동도 해야 하는데, 늘 퇴근하면 몸이 피곤하다는 핑계로 다음으로 미루고 있다. 이번 주 부터는 운동도 야금야금 조금씩 해야지.


특히 지난 주가 정말 많이 바빴는데, 설 연휴를 앞둔 이번 주는 조금은 여유가 생겼다. 1월 말부터 2월까지는 또 정신없이 바쁠 예정이다. 몇 해전에는 정말 거의 매일 야근이었고, 야근도 그냥 밤 10시 수준이 아니라 아예 밤을 새거나, 새벽 두세시 수준이었다. 재작년에 사고를 당한 이후로는 앞으로 그렇게는 살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하고, 어지간하면 야근까지는 안 하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이렇게 바쁜 시기가 되면 또 어쩔 수 없다. 지난 주엔 평일 5일 중에 저녁에 회의가 잡힌 날이 3일이나 되었다. 작년 말일 기준으로 매장 매니저가 퇴사한 후로 매일 저녁까지 매장을 봐야 하는데, 이것도 거의 내가 맡으려고 하고 있다. 평일 5일 중에 3일이나 4일은 저녁까지 일을 한다는 이야기. 저녁에 회의가 잡히면 모두 매장을 회의 장소로 정해서 회의를 하다가 손님이 오면 응대를 하고 있다. 암튼 평소에는 저녁에 회의를 하고 나면 식사 겸 뒤풀이를 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난 주에는 일을 해야 해서 뒤풀이도 안 가고 간단히 배를 채울 것들(김밥이나 컵라면 등)을 사다놓고 야근에 돌입하곤 했다. 아예 밤을 샌 날이 하루였고, 이틀은 새벽 두세시까지 일했었다. 그러다 목요일 밤에 회의를 마친 후 또 야근을 하려다가 정말 너무나도 피곤해서 머리가 돌아가지 않음을 깨닫고 퇴근했다. 그날 정말 기절하듯이 뻗어서 잠들었고, 금요일 아침에는 늦잠을 잤다. 확실히 나이를 깨닫는 것이 예전에는 삼일이나 사일 정도 밤을 새우고 일을 했어도 낮에 업무를 보는 것에 큰 무리가 없었는데, 요즘은 하루 밤을 샌 것 정도로도 크게 피로를 느낀다. 늙긴 늙었구나 싶다.


한 두 달 가량 운동을 거의 안 하고 살았다. 피곤하다는 핑계가 제일 컸고, 집에 들어가면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씻고 바로 이불 속으로 들어가곤 했다. 그러다가 점점 배가 조금씩 나오는 걸 깨달았다. 다시 운동을 해야겠구나 싶어서 지난 주부터 다시 조금씩 운동을 시작했다. 이렇게 바쁜 와중에 운동까지 시작해서 더 힘들었다. 아주 기분 좋은 근육통을 느끼는 정도까지는 괜찮은데, 전반적인 몸의 피로감은 좀 힘들었다.


내 경우에 운동을 꾸준히 하게 되는 가장 좋은 동기는 바로 운동기구는 사는 일이다. 새 운동기구를 들여놓으면 한동안은 그 재미에 빠져서 거르지 않고 계속 운동을 하게 된다. 지금은 케틀벨을 하나 더 사려고 생각 중이다. 조금 가벼운 케틀벨과 적당한 무게의 케틀벨이 있는데, 최근 본 동영상에서 케틀벨 두 개로 하는 몇 가지 연속동작을 보았다. 아! 이거다! 이거 재밌겠다 싶었는데, 지금 가진 두 케틀벨은 서로 무게가 달라서 그 동작을 할 수 없었다. 조금 가벼운 케틀벨과 같은 제품을 하나 더 사야 가능했다. 그걸 언제 얼마에 샀는지 찾아봐야지 생각만하고 며칠이 지났다. 어차피 지금은 설 연휴라 택배도 안 되니, 연휴 끝나고 며칠 지나서 주문을 해야지. 그럼 1월 말부터는 정말 제대로 운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전까지는 현재 있는 것들로 슬렁슬렁 하면서 적당히 운동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정도로 할 생각이다.

작년 연말에 책을 엄청 샀는데, 그 책들을 고스란히 쌓아두고 또 책 주문을 했다. 지인들이 봤다면 또 잔뜩 잔소리를 늘어놓았겠지만, 다행히도 이렇게 책을 질렀다는 사실을 나 말고는 아무도 모르니 잔소리를 듣지 않아도 된다. 늘 생각하는 자기 합리화는 시간만 나면 다 읽을 거라는 아주 당연한 다짐. 그 시간이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읽기는 읽을거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몰라도.


코로나 이전에도 거의 극장을 가지 않았었다. 영화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혼자서 극장을 찾아가는 일은 좀 귀찮기도 하고, 뭔가 어색하기도 하고 그렇다. 애인이 있는 것도 아니니 극장에서 데이트 할 일도 없고, 친구랑 극장을 가는 일은 또 좀 어색한 일이다. 차라리 혼자 가는 편이 상대적으로 덜 어색할 것 같다. 아주 가끔 아이들과 극장을 가는 일이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같은 걸 상영할 때다. 최근에 작은 아이랑 둘이서 아바타를 봤고, 지난 주말에는 아이들과 슬램덩크를 봤다. 작은 아이랑 볼 때는 시간을 맞추느라 3D가 아닌 2D로 봤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서 후회했다. 처음부터 3D로 봤으면 훨씬 더 좋았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영화를 안 본 큰 아이까지 다같이 3D로 보고 싶어서 주말에 다시 극장에 가자고 제안했는데, 아이들은 아바타가 아닌 슬램덩크를 원했다. 아이들은 슬램덩크의 이야기를 전혀 모를텐데. 물론 극장판이니까 전체 스토리나 인물을 몰라도 한 편의 영화로 즐길수는 있겠지만, 아이들이 슬램덩크라는 농구 만화를 선택한 것은 좀 의외였다. 암튼 그래서 최근에 극장에 두 번이나 다녀왔다. 마지막으로 극장을 가 본 것이 언제였는지는 기억 안 나지만, 아마 3년 아니 4년 이상 안 갔던 것 같은데, 이렇게 짧은 기간에 두 번이나 가게 될 줄은 또 몰랐다. 조금 답답했던 건 영화를 보는 내내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특히 아바타 때는 좀 많이 답답했다. 무려 3시간을 마스크를 벗지 못하고 쓰고 있었으니.


파마


친한 선배가 파마를 해보면 어떠냐는 제안을 했다. 나보다 대략 10살 가까이 많은 여성 선배인데, 파마한 모습이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자꾸만 부추긴다. 살면서 딱 1번 파마를 해봤었다. 뽀글뽀글 아줌마 파마였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였고, 머리를 조금 기르다가 지저분한 그 구간을 참지 못하고 선택한 것이 파마였다. 그런데 대략 낭패였다. 안 어울려도 너무 안 어울렸다. 그냥 머리를 밀어버리고 싶었으나, 어쩔수 없이 그냥 그 뽀글 머리로 살았다. 출판사 영업일을 하던 시절이라 하루에도 몇 군데씩 거래처 서점들을 다니던 때였는데, 그때 단번에 모든 거래처 사람들에게 나를 인식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원래 큰 출판사나 유명한 출판사 혹은 광고를 집행하는 출판사가 아니면 그렇게 대다수의 거래처에서 바로 인식하기가 쉽지 않은데, 나는 어울리지 않는 뽀글 머리 파마 때문에 단번에 유명해졌고, 어딜가나 바로 눈에 띄는 존재가 되었다.


그리고 두어달 이 지났을 무렵 파마 기운이 풀리기 시작하면서, 그리고 머리칼을 한번 자르면서 어울리는 머리 스타일이 되었다. 이때 머리 스타일을 참 좋아했는데, 딱 이쁜 형태는 그리 길게 가지 않았다. 나중에 그 당시 내 머리 스타일이 궁금해서 사진을 찾아봤는데, 당시에 찍은 사진이 거의 없었다. 왜 그때 사진을 그렇게 안 찍었을까? 아쉽다.


평소 출근할 때는 머리카락을 묶고 모자를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휴일에는 머리카락으 묶지 않고 그냥 다닌다. 그 선배가 파마를 권했던 건, 머리카락을 묶지 않은 모습을 보고 한 말이었다. 작년 여름에 단발로 자르고 나서 다시 머리카락 길이가 제법 길어졌다. 당분간은 자를 생각이 없는데, 좀 더 길어서 쇄골 아래까지 내려오면 그때쯤 어떻게 할지 고민을 해봐야겠다. 암튼 파마를 다시 할 생각은 없다. 절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경험을 했으니. 내 인생에 다시는 파마는 없다.


읽어도 읽어도 다 못 읽을 책들















주말에 책 한 권을 찾으려고 책장을 뒤졌다. 아! 정말 사놓고 안 읽은 책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그래놓고 또 책을 잔뜩 하고 있는 나란 인간! 그래서 당분간은 새로 산 책과 과거에 산 책을 번갈아 읽기로 했다. 생계비를 벌기 위해 매일 출근하는 삶을 그만두지 않는 이상, 평생 읽어도 지금 사놓은 책들을 다 못 읽을 확률이 높을 것 같다.


만약 언젠가 내게 죽음이 다가온다면 제일 아쉬운 일은 사놓고 못 읽은 책들을 결국 못 읽고 떠난다는 사실이 되리라. 그런 아쉬움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 지금부터는 좀 더 부지런히 책을 읽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책도 읽고, 운동도 하고, 일도 하고, 친구들도 만나고, 가끔 글도 쓰고 참 바쁜 인생이다. 영화 [어바웃 타임]에서 언제든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주인공의 아버지는 그 시간(능력)을 다 어떻게 썼냐는 주인공의 질문에 책을 읽는데 그 능력을 사용했다고 답했다. 만약 내게 같은 능력이 있다면 죽기 전에 이 책들을 다 읽을 수 있겠지. 그렇지만 능력이 없는 나는 시간을 쪼개어 책을 읽을 수 밖에 없다. 이미 나는 젊지 않음을 고려한다면 더 절실한 마음으로 책을 읽어야겠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시작할 책은 최근에 저자에게 받은 [처음 만나는 협동조합의 역사]와 오래 전에 구해놓고 안 읽었던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로 정했다. 부지런히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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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1-16 21: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기는 읽을거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몰라도..... ㅋㅋ 매일 제가 책탑 쌓아놓은거 보면서 되새기는 말입니다. ㅎㅎ
알고보니 감은빛님 멋쟁이시군요. 머리길러서 묶어다니신다니.... 우와 제 주변에 없는 타입입니다. 파마머리는 자기와 맞는 미용사를 만나면 예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물론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지만요. 바빠도 건강만한건 없으니 열심히 챙기시고요. 곧 설이네요. 새해 복도 듬뿍 받으세요. 저도 최근에 본 영화가 아바타와 슬램덩크입니다. 저는 둘 다 아주 아주 좋았어요. ^^

감은빛 2023-01-20 16:27   좋아요 0 | URL
역시 알라딘 마을에선 다들 책을 열심히 읽지만, 그보다 더 많이 사는 경향이 있군요. ㅎㅎ 늘 책탑을 보면서 한숨을 쉬었는데, 이젠 한숨만 쉬지 말고 부지런히 읽자로 태도를 바꾸려 합니다.

멋쟁이는 아니구요. 오래전부터 머리카락을 기르고 싶었기에 지금 기르고는 있지만 제가 생각한만큼 멋지게 예쁘게 보이지는 않더라구요. 엄청나게 늘어난 흰 머리와 나날이 빠지는 머리카락 때문에 제 예상과는 너무 다르네요. 뭐 어떤 분들은 그 흰 머리 때문에 개성 있다고 봐주기도 해서 그나마 다행입니다.

저도 아바타와 슬램덩크 둘 다 무척 만족스러웠어요. 극장에서 안 봤으면 후회할 뻔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설 명절 즐겁게 편안하게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바람돌이님.
저도 내일 부산 내려갈 예정인데 잠시나마 바람돌이님과 같은 동네에 머물겠네요. ^^

yamoo 2023-01-17 11: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만고불변의 진리...읽기는 읽을거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몰라도...

그렇습니다. 저의 책탑...여기저기 흩어진 책들...분명히 읽겠죠. 그것이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ㅎㅎ

부지런히 읽어야겠어요. 저도!!

감은빛 2023-01-20 16:29   좋아요 0 | URL
역시 만보불변의 진리였군요. ㅎㅎ
저는 일단 죽기 전에는 다 읽자를 목표로 정했는데,
과연 가능할지 모르겠네요. 노력은 해 봐야겠지요.

야무님. 즐겁고 편안한 설 명절 보내시기 바랍니다. ^^

페크pek0501 2023-01-17 1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바쁘신 가운데 아바타와 슬램덩크를 보셨다니 저보다 잘 살고 계십니다.
저는 넷플릭스를 안 다음부턴 뭘 서둘러 봐야 할 생각을 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책을 구매하여 배달되는 날엔 가족 눈치를 보게 되어요. 안 본 책이 많은데 또 샀어?, 라고
할까 봐 말이죠. 그런데 어쩜니까. 안 읽은 책이 많더라도 사고 싶은 책은 사야죠. 하하~~
운동을 하게 만드는 방법 중 하나는 헬스클럽 같은 곳에 등록하는 거예요. 비쌀수록 효과가 있죠.ㅋ
저도 님의 페이퍼에 기운을 받아 올해는 열공하는 걸로, 하겠슴다...^^

감은빛 2023-01-20 16:36   좋아요 0 | URL
아주 오랜만에 아이들과 극장을 다녀와서 좋았어요.
넷플릭스를 보다가 한동안 쉬다가 다시 보기를 반복하고 있어요.
그것도 매달 그냥 돈 내고 있으면 가끔 아깝더라구요.

저도 과거에는 책 사면 당장 아내 눈치를 봤었는데,
이젠 이혼하고 혼자 사니까 그건 편하고 좋아요.
누구 눈치 안 보고 책과 운동기구 등을 살 수 있다는 것. ㅎㅎㅎㅎ

저는 헬스클럽에 가면 운동할 것이 없어요.
고립운동을 위한 각종 머신들을 쓰지 않는 것이 제 운동철학이거든요.
저도 십여년 전에는 헬스클럽에 다니기는 했어요.
그때도 고립운동은 거의 하지 않아서 비싼 돈 내는 것이 아까웠지만,
집에 바벨과 케틀벨 등의 기구가 없었으니까요.
이혼하고 혼자 살면서 하나둘씩 장만한 운동기구들이 이젠 엄청 많아졌어요.
철봉, 바벨, 무게가 다른 원판들, 케틀벨들, 덤벨들, 불가리안 백, 악력기들 등등

페크님, 항상 긴 글 읽어주시고, 댓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설 명절 즐겁고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2023-01-19 02: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집에 책이 있으면 언젠가 읽겠지요 언젠가가 올지 안 올지... 하나씩 보는 게 좋겠네요 영화에서 아버지는 책을 읽다니 멋지네요 사람이 살면서 만나는 책은 그리 많지 않겠습니다 세상엔 책이 아주 많고 아직도 나오는데... 따님하고 슬램덩크 보셨군요 그것도 3D로 보는가 봅니다 함께 영화를 본 시간 좋았겠습니다


희선

감은빛 2023-01-20 16:38   좋아요 1 | URL
그렇죠. 희선님.
그런 날이 올지 안 올지. ㅎㅎㅎㅎ

아, 슬램덩크는 3D가 아니고 2D 상영이었어요.
아바타를 2D로 봤는데, 3D로 봤으면 더 좋았겠다고 후회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설 명절 즐겁게 편안하게 보내세요. 고맙습니다!

희선 2023-01-24 01: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감은빛 님 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설이 지났네요 설연휴는 오늘이 마지막 날이네요 잘 안 갈 것 같았는데 시간이 가는군요 일월도 한주쯤 남았습니다 앞으로 운동 즐겁게 하시고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운동하면 마음도 좋아지겠지요 감은빛 님 남은 연휴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감은빛 2023-01-25 20:53   좋아요 0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희선님.
언제나 고맙습니다!
 

숫자일 뿐


시간이 흐르면 지나가는 날들도, 달들도 그리고 한 해 또 한 해 지나가는 것들 모두 그저 숫자일 뿐이라고 여기려고 한다. 22년 12월 31일과 23년 1월 1일은 그저 다른 날들처럼 그냥 하루가 지나간 것 뿐이다. 세상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고, 나 또한 어제와 다름없이 그저 나일 뿐이다. 그러나 자정을 넘겨 한 해가 지나가버렸음을 딱 깨달았을 때는 어쩔수 없이 어떤 회한이라고 할만한 감정이 들었다. 한 해동안 있었던 여러 사건들이 짧은 순간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몇 해전까지만해도 해마다 연말연시에는 나름 이런저런 감상에 빠지곤 했는데, 작년과 올해는 그렇게 크게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담담하게 지나갔다. 새해라고 딱히 특별한 목표를 세우지 않는 편이라 그냥 특별할 것 없는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된 것일 뿐.


이명박이란 자가 풀려나고 엄청난 벌금도 다 면죄되었다는 소식에 화가 났다. 이 정부가 충분히 그러고다 남을 정부라는 건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매번 이런 일들을 겪을 때마다 이렇게 흔들리고 휘둘리는구나 하고 깨닫는다. 북한의 도발에 무능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또한 일종의 코메디처럼 느껴지는데, 이 정권의 임기가 아직 많이 남아있음을 깨닫고 약간의 절망감이 들었다.


지지난 주 주말 가장 친하게 지내는 몇몇 분들과 조촐한 송년회를 하고 있었는데, 조세희 선생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친한 지인의 기자 친구가 전한 소식이었다. 뭐라 형언하기 어려운 감정이 솟구쳤다. 안타깝게도 실제로 만나뵙지는 못했지만, 글쓰기를 내 삶의 큰 목표로 정한 사람으로서, 이 땅의 수많은 문제들을 드러내고 바로 잡기 위한 삶을 선택한 사람으로서 내게 큰 스승이었던 분이었다.


이 책을 다시 찾아 읽으려 했는데, 거의 몇 달동안 책장과 책상 위에 어지럽게 책을 마구 쌓아놓았기 때문에 바로 책을 찾기가 어려웠다. 책 정리를 먼저 해야했는데, 그럴 여유는 또 없었다. 주말에 책을 찾아야지 했는데, 주말에는 이틀 내내 밖에서 시간을 보낸터라 아직도 책을 찾지 못했다.
















작년 이맘 때 문서를 작성할 때마다 2022라는 숫자가 참 낯설게 느껴졌는데, 어느새 2023이란 숫자를 보며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나를 본다. 작년 연말부터(불과 며칠전인데 벌써 작년!) 일상에 몇 가지 변화가 생겼다. 일단 일이 조금 더 늘어났다. 일이 늘어난만큼 더 바빠졌는데, 그에 비례해 더 일하기가 싫어졌다. 예전에는 새로운 일을 맡으면 그만큼 더 의욕이 생겼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네. 이것도 다 나이가 들어서 이런 건가 싶다.


뭐라도 하자


해가 바뀌기 직전에 누군가의 강요로 어떤 모임에 들어갔다. 아주 오래전 그만둔 어떤 일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한동안은 꽤 좋아했던 일로 어떤 계기가 만들어지면 다시 열심히 해보리라 마음 먹었던 일이었는데, 지금은 그것도 그저 귀찮게만 느껴진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다시 해봐야겠지.


저 앞에서 해가 바뀌었다고 해도 하나도 특별할 것 없는 그저 평범한 하루일 뿐이라고 적었는데, 그 말을 적고 나니 이상하게 자꾸 작년에 마음 먹었다가 하지 못했던 일들이 생각난다. 음, 어차피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시간은 갈 뿐이다. 이왕 시간을 보낼 거라면 마음 먹었던 일들을 해보는 편이 더 좋겠지. 그래. 뭐라도 해보자.


거창한 계획 따위는 세우지 않으련다. 그저 즉흥적으로 생각나는대로 살아갈 뿐.


누구를 원하시나요?


작년 초에 일터에서 제로웨이스트 매장을 열면서 매장 지킴이라는 새로운 일을 일주일에 두세번 가량 맡고 있다. 매장에 손님이 거의 없지만, 가끔 오시는 손님들과 마주치다보면 정말 다양한 상황을 겪는다. 아까 들어오신 50대 가량의 여성 손님은 들어오시며 "또 왔어요." 라고 인사를 건네셨는데, 내가 "어서오세요." 라고 인사를 건네니, 모자와 마스크를 쓴 내 얼굴을 유심히 살피신다. "어, 그 분이 아니시네. 사람이 바뀌었나요?", "아, 여기는 시간대별로 여러 사람들이 매장을 보고 있어요." 그 분이 대번에 얼굴에 실망한 표정을 드러내셔서, 나는 좀 당황했다. 혼잣말로 뭐라고 중얼거리셨는데, 가까이 다가가니 금방 말을 멈췄다. 이런 저런 상품들을 둘러보며 이것저것 질문을 많이 하셨다. 한삼십여분 온갖 상품을 다 건드려보고 질문을 하더니 결국 하나의 상품을 골라 계산대로 가져왔다. 최근 방문 횟수에 따라 도장을 찍어주는 이벤트를 하고 있는데, 매일 방문해서 하나씩 상품을 사고 있다고 했다. 보니까 이미 도장을 6번 찍었고, 오늘이 7번째다. 상품을 안 사고 그냥 구경만 하다 나가도 괜찮고, 더 긴 시간 머물다 가도 괜찮고, 질문을 더 많이해도 아무 상관은 없는데, 이 분의 태도는 조금 마음에 걸렸다. 질문을 해놓고 대답을 하면 제대로 듣지 않는 느낌이었고, 뭔가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아보려는 태도처럼 느껴졌고,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을 깎으려고도 했다. 물론 나는 정해진 금액을 깎아줄 수 있는 권한이 없기 때문에 단호히 그렇게 답했다. 이제 남은 3번의 도장을 더 받기 위해 앞으로 3번 더 방문하실 것이라는 건 쉽게 예측할 수 있고, 이번 주는 내가 저녁에 매장을 보는 날이 대부분이라서 나랑 두 세번 정도 더 마주칠 것이라는 사실 또한 예측할 수 있었다. 막상 10회 도장을 채우면 드리는 선물이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라서 그 분의 반응이 또 살짝 그려지는데, 그때쯤 되면 나도 꽤나 그 분에게 익숙해져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확실히 장사하는 사람은 사람 얼굴을 잘 알아보는 사람이어야 한다. 나는 손님들이 들어올 때마다 마스크 위로 얼굴을 살피는데, 정말 사람 얼굴을 잘 못 알아보는 불치병에 걸린 처지라 마스크를 안 썼어도 아는 사람들과 모르는 사람들을 구분조차 잘 못하겠지만, 마스크를 쓴 상황에서는 더욱 심각했다. 지난 주에는 친한 선배가 매장을 방문했는데, 얼굴을 바로 알아보지 못했다. 그 선배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엄청 낯익은 목소리에 이상하다 싶어서 얼굴을 다시 봤다. 목소리는 분명 아는 사람이 맞는데, 얼굴은 바로 매치가 되지 않았다. 나중에 그 분이 마스크를 고쳐 쓰는 모습을 보고서야 그 사람을 알아볼 수 있었다. 장사는 한 번만 봐도 쉽게 얼굴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해야 좋을 것 같다. 나는 같은 사람이 자주 와도 아마 계속 알아보지 못할 확률이 높다. 같은 이유로 나는 정치인으로서도 0점이다. 길에서 마주친 딸을 못 알아보다는 전유성 씨의 일화를 종종 떠올린다. 나는 과연 화장한 우리 딸들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을까? 이미 동생과 엄마의 화장한 모습을 못 알아봤던 적이 있어서 더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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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3-01-02 22: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아 저희 아빠도 제 얼굴을 못 알아보십니다. ㅋㅋㅋ 아빠가 옆을 지나가길래 ˝아빠!!˝ 하고 불렀더니 아빠가 엇! 하며 놀라서 저를 보시네요 ㅋㅋㅋ 그런 때도 있고 가끔 알아볼 때도 있고 그런거죠 뭐. 아마 얼굴 인식하는 뇌의 부위가 조금 덜 발달했을 수도 있구요. 저는 오른쪽 왼쪽이 헷갈려요. 뭘 떨어트렸는데 사람들이 ˝오른쪽에 있어˝ 라고 하면 저는 저도 모르게 왼쪽을 찾고 있거든요. 운동할 때도 바깥발, 오른손, 왼손, 도는 방향 헷갈려서 이상한데로 돌고 그래요. 좀 불편하긴 해도 그러려니 합니다. 웃으시면서 어서 오세요~ 하실 때 누구에게나 알아본 걸까? 싶은 뉘앙스로 하시면 좀 낫지 않으려나요?

조세희 님 별세 소식은 저도 충격이었어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정말 누구나 다 아는 책이었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저도 해가 바뀌는 건 그냥 편하려고 자른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뜨는 해 보자고 하면 어제 뜬 해나 오늘 뜬 해나 내일 뜰 해나 똑같은데 뭐 그러거든요. ㅋㅋㅋ 근데 상반기에 제가 바쁘다보니 해가 바뀌는 게 너무 싫습니다!!! 벌써 상반기에요!! ㅠㅠㅠㅠ

이명박은 역사에 오점으로 남을 거예요!! 우리는 민주사회로 이행한 역사가 짧아서 여전히 해결해야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해요. 어쩌면 이 일은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죠. 전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절망했는데, 탄핵이 되더라구요. 오히려 갸가 되는 바람에 이렇게 된 거니까요. 조금씩이나마 좋은 방향으로 가는 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러니 힘 내요 우리!! 아무리 그래도 5년이 끝이잖아요...

감은빛 2023-01-06 19:42   좋아요 1 | URL
아, 가족 얼굴도 잘 못 알아보는 사람이 생각보다는 많은가봐요.
오래전에 여동생 화장한 얼굴을 못 알아보았다가 엄청 구박 받았거든요.
저는 사실 얼굴 잘 못알아보는 증상이 좀 중증이예요.
여러번 같이 회의했던 사람도 잘 못알아보는 등 사연이 너무나도 많아서 ㅠㅠ

정치권 뉴스는 이제 정말 보기 싫어요. 그렇다고 안 볼수도 없고.
어쩌다 이런 세상을 살고 있나 하는 생각이 자주 들어요.
제가 사회를 바꾸는 삶을 살아가려고 마음먹고 있어서 더 그런 것 같아요.

언제나 댓글 달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올해는 운동 소식이나 이런저런 이야기들 더 많이 소통하면 좋겠습니다.

희선 2023-01-03 00: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라디오 방송에서 들으니 조세희 님은 저 책을 더는 읽지 않기를 바란다는 말씀하셨다고 하더군요 예전 일이 담겼다 해도 저 일은 지금도 일어나는 거겠습니다 예전에 한번 보고 거의 잊어버렸지만...

장사한다고 다 얼굴을 잘 알아보는 건 아닐지도 모르죠 잘 알아보는 사람도 있고 그저 그런 사람도 있는 듯해요 거기 가는 사람은 자기 얼굴을 알아봐주는 게 좋을지... 어느 때는 괜찮기도 하고 어느 때는 별로기도 한...

감은빛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늘 건강하게 지내세요


희선

감은빛 2023-01-06 19:44   좋아요 0 | URL
희선님, 언제나 말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글에도 썼지만, 제가 얼굴을 잘 못알아보는 증상이 좀 중증이라서
평소에도 제 반응 때문에 서운해했던 분들이 꽤 많거든요.
매번 뒤늦게 깨달을 때면 정말 미안한데, 어떻게 나아지지가 않아서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2023-01-03 13: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06 19: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10 18: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16 19: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느새 12월


또 12월이 왔다. 작년 12월이 엊그제 같은데, 시간이 왜 이렇게 휙 지나가 버린건지 참 놀랍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뇌과학에 따르면 나이가 들수록 점점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끼는 것이 정상이라고 하는데, 나는 그런 과학적인 기준보다 더 빨리 간다고 느끼는 경우가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1년 중에 제일 바쁜 시기가 12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인데, 벌써 그 시기가 시작되어버렸다. 그렇다고 11월까지 덜 바빴던 건도 아니고 계속 바빴는데, 이제 더 바빠지는 때를 맞이한 것이다. 요즘은 바쁘다고 책도 덜 읽고 운동도 덜하고 있다. 운동을 열심히 하려고 몇 가지 운동기구를 샀었는데, 걔들을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추운 겨울을 맞이했다. 아무래도 기온이 떨어지면 운동을 하기가 싫어진다. 겨울에는 몸이 굳어 있어서 부상 우려도 크고, 몸을 움직이는 것 자체가 귀찮다. 이 시기에는 덜 먹어서 몸매 관리를 할 수 밖에 없는데, 요즘은 자꾸 과식과 폭식을 해서 몸매 관리가 쉽지 않다.


최근에는 코로나의 영향으로 사람들을 덜 만나고 살고 있다. 야외 마스크 착용이 풀리고 분위기가 많이 바뀌어 가고 있지만, 한동안 못 보거나 혹은 안 보던 사람들을 일부러 만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아니 적어도 내 경우에 그렇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연말이 되었는데도 예전에 비해 이런저런 모임들이 적게 생기는 것 같다. 이런 조용한 연말 나쁘지 않다. 조용해도 좋으니 큰 사고 없이 연말연시를 보내면 좋겠다.


벽돌책


오늘 페이스북에서 이 책 인증샷을 여럿 보았다. 계간 황해문화 전성원 편집장의 책이다. 과거 알라디너였고, 대학에서 강의도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분이 낸 책 [누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가]와 [길 위의 독서]를 재미있게 읽었었다. 이 책의 인증샷을 올린 지인들은 예스24에서 북펀딩에 참여해 받았다고 했다. 누군가 올린 후원자 인증샷 사진을 보니 내가 아는 이름이 몇 보이더라. 음, 만약 알라딘에서 북펀딩을 했다면 참여했을 확률이 높을 것 같은데, 예스는 아예 접속도 안 한지 몇 년이 넘어서 이젠 아이디랑 비번도 기억이 안 난다. 암튼 펀딩에서 이 책을 놓친 건 아쉽지만, 뭐 후원자 명단에 이름이 없는 것 정도니 그냥 넘어갈만하다. 얼른 이 벽돌책을 사서 읽어야지 하는 생각을 하며 내용을 보니, 제목처럼 하루에 한 꼭지씩 교양을 쌓을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한다. 하루에 한 꼭지씩이라. 이거 참 좋네. 한 번에 읽지 않고 매일 조금씩만 시간을 내면 된다는 이야기. 물론 건너뛰는 날들이 당연히 생길 수 밖에 없을 것이고 그러다보면 며칠 휙 지나가버릴 수도 있겠지만, 그럼 뭐 일주일 치나 보름 치를 휙 읽어버리면 될 일이다. 암튼 올해 이 책을 사서 내년 12월까지 다 읽는 걸 목표로 삼아도 재미있겠다.
















오늘은 이 책의 출간 소식도 접했다. 한겨레 남종영 기자의 책이다. 이 분은 [잘 있어, 생선은 고마웠어]라는 책으로 처음 접했는데, 제주 남방큰돌고래 야생 방사 프로젝트에 대한 책이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책을 제대로 읽지 않았다는 것부터 떠올라서 이 신간을 사기 전에 그 책부터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매년 겨울이 되면 인간도 겨울잠을 자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따뜻한 이불 속에서 기어 나와야 하는 아침이면 특히 더 그렇다. 올해는 겨울잠 말고 책 읽는 시간을 좀 원없이 가져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안 읽고 쌓아놓았던 책 탑이 벌써 여러번 무너졌고, 그 옆에 새 책탑들이 다시 쌓였다. 지금처럼 야금야금 간간히 읽어가는 속도로는 절대 사는 속도를 읽는 속도가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다.


뭐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사고 싶은 책은 어쩔 수 없이 살 수 밖에 없는 법. 이 집에서 이사 나가야 할 시기가 되면 또 책을 처분하느라 고민하고 고생하겠지만, 그때까지는 맘껏 책을 사모으는 기쁨을 누리리라.


브라질 전이 새벽 4시라고 하던데, 아무래도 잠들었다가 그때 일어날 자신이 없다. 그렇다고 안 자고 기다리기에는 또 너무 먼 시간인데. 출근도 걱정이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 일단 퇴근해서 저녁부터 먹으면서 고민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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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22-12-05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구두님 책인가요? 정말 알라딘에서 펀딩했다면 참여했을지도...
암튼 축구땜에 잠자는 시간 고민인분들 엄청 많네요 ^^;;

감은빛 2022-12-09 18:33   좋아요 0 | URL
치카님 오랜만입니다.
바람구두님 오랜만에 신간 내셨네요.
알라딘에서 펀딩을 했다면 당연히 참여했을 것 같아요.

결국 일찍 잠들었다가 딱 축구 시작 직전에 겨우 눈을 떴어요. ^^

기억의집 2022-12-05 2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람구두님, 저는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최근에 뵜어요. 게스트로 몇 번 나오셨습니다. 전혀 친분은 없지만.. 그래도 예전에 알라디너이신 분이라 반갑더군요. 예스에서도 펀딩 하는군요. 저도 예스는 쿠폰이 있어 전자책 사러 들어가는 것 이외에는 둘러보질 않아서.. 저도 책 사 들이는 것에 스트레스 안 받으려고요. 유일한 소비가 책인데..
이것마저 없으면 사는 재미가 없어요. 옷도 가전제품도 딱히 사 들이는 게 없는데 책이나 맘에 들면 사자 주의이긴 해요. 안 읽는 책들이 늘어서 문제이지만요!!

감은빛 2022-12-09 18:35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기억의집님.
예전에는 가끔 예스24에 들어가기도 했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귀찮아서 아예 안 들어갔고, 그게 벌써 몇 년 전인지 기억도 안 나네요.

그쵸? 책 사는 것이 거의 유일한 낙인데. 이거라도 하고 살아야죠. ^^

꼬마요정 2022-12-05 23: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겨울잠을 자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답니다. 그래놓고는 또 이불 속에서 귤 까먹으면서 책 읽고 싶기도 하고요. 갑자기 추워져서 운동하기가 너무 힘이 듭니다. 말씀처럼 부상 위험도 많고, 또 괜히 많이 먹게 되네요. 뭐, 봄이 오면 빠지겠죠 ㅎㅎㅎ 추운 겨울 또 힘들지만 봄을 기다리며 소소한 즐거움 찾아보아요^^

책 정말 알라딘에서 펀딩 했으면 참여했을 것 같아요. 벽돌책... 늘 고민입니다. ㅎㅎ

감은빛 2022-12-09 18:36   좋아요 1 | URL
꼬마요정님. 안녕하세요.
매년 겨울마다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이 얼마나 부러운지 몰라요. ㅎㅎ
겨울에는 조금 쪄도 괜찮지 않을까요?
봄이 되면 금방 또 뺄 수 있잖아요? ^^

얄라알라 2022-12-06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성원 편집장님께서 과거 알라디너이셨다(는 사실도 훤히 알고 계시니), 감은빛님께서는 북플(?) 알라딘 많이 선배이신가봅니다^^ 알라디너의 계보(?)를 따라가보는 공부도 즐거울 것 같습니다. 궁금하고요^^

감은빛 2022-12-09 18:38   좋아요 1 | URL
얄라알라님. 안녕하세요.
알라딘을 오래 하긴 했지만, 예전에는 그리 활발하게 활동하지 않았었어요.
알라딘에는 오래 활동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 것 같아요.
제가 예스24는 블로그로 활용하지 않아서 그쪽은 잘 모르지만요. ^^

바람돌이 2022-12-06 17: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람구두님 오랫만에 책 내셨네요. 저도 이번달 주문으로 장바구니에 넣습니다. 저는 이 분 책 다 있어요. ㅎㅎ 심지어 제 이름으로 사인 받은 사인본도 있다는..... ^^
날이 갑자기 막 추워지면서 운동나가기 진짜 귀찮아지네요. 힘내서 으샤 으샤 열심히 운동도 하고 책도 보고 일도하고 해요. 일이 제일 나중이에요. ㅎㅎ

감은빛 2022-12-09 18:39   좋아요 1 | URL
바람돌이님. 안녕하세요.
저도 바람구두님 책 거의 다 있는 것 같은데요.
제대로 찾아보지 않아서 자신은 없네요.
사인본도 받으셨군요. ^^

날이 엄청 춥지만,
그래도 일도 열심히 하고 아주 가끔 운동도 하고 지내야지요. ㅎㅎ

바람구두 2022-12-12 14: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감은빛님~ 바람구두입니다. 오랜만에 책이 나왔지만, 이제는 알라딘을 떠난지 오래되어서 더이상 과거의 저를 기억해주는 사람은 없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페이퍼를 보게 되어 반가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은빛 2022-12-12 18:55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페이스북에 자주 들어가지는 않는 편인데, 접속할 때마다 소식 접하고 있습니다.
여기 알라딘에서도 뵈니 더 좋네요.
임시로 다시 열었더라도 열어놓는 동안 글 올려주세요.

yamoo 2022-12-14 09:26   좋아요 1 | URL
바람두구 님이 전성원 님이었다는 거에 충격을!!
누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가...너무 인상깊게 읽었거든요!!
알라딘으로 다시 돌아와주세요~~~~

벽돌 신간...냉큼 사야겠습니다!!ㅎ

yamoo 2022-12-14 09: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누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가]...이거 인상깊게 읽었는데, 작가가 전성원 님이군요!
알라디너였다구요?! 저는 금시초문이었습니다~~

근데, 그게 바람구두님이었다니, 기절초풍할 노릇입니다! 우와~~

2022-12-14 1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김장 이야기


매일 아침 북플이 알려주는 과거의 오늘 쓴 글들을 읽는다. 어떤 날에는 없기도 하고, 어떤 날엔 대여섯개나 있는 경우도 있다. 최근 과거의 오늘 쓴 글들을 읽다보니 김장 이야기가 하나씩 섞여 있더라. 그리고 오늘 확인해보니 4개의 글 중에 2개가 김장 이야기를 써놓았더라.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300포기 김장이 그 중 하나였다. 안 그래도 지난 주 금요일에 또 동네 채식식당 김장을 하러 가서, 그 300포기 김장 이야기를 무용담처럼 나눴다. 아마 매년 잊지않고 그렇게 자랑삼아 말할 것 같다. 아, 내가 자랑한다는 뜻이 아니라 당시에 300포기 김장을 함께 했던 분들 중 한 분이 늘 그런다는 이야기다.


이혼을 하기 전에는 해마다 김장을 했다. 아내가 채식을 하기 때문에 채식김치를 담궜다. 아주 소량만 젖갈을 넣어 담그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개는 그냥 채식김치만 만들고 말았다. 이혼하고 나서는 김장할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녹색당 당원 텃밭에서 함께 기른 배추와 무로 김장을 하기도 했고, 녹색당 당원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로컬푸드 식당에서 해마다 김장을 했다. 그 로컬푸드 식당이 이젠 채식식당이 되어 채식김치를 담궜다. 이 식당의 공동주인인 조합원들은 대개 비혼이거나 미혼인 경우가 많아서 김장 경험이 많은 이가 별로 없었다. 그래서 매년 김장을 했던 내가 그래도 조금 익숙한 편에 속해서 일을 많이 했었다. 그러다 재작년과 작년 이렇게 2년 동안 김장 날에 못 갔다. 올해 오랜만에 갔더니 새로운 분들이 몇 분 계셨는데, 김장에 익숙한 분들이 많아졌다. 함께 웃고 떠들며 하는 노동은 즐겁다. 저녁에 회의가 있어서 딱 3시간만 일 하다가 가야 할 상황이었는데, 그 3시간 동안 거의 김장을 다 끝낸 셈이었다. 회의를 1시간 만에 빠르게 마치고 돌아와보니, 모인 사람들끼리 김장김치와 메밀전병 등을 놓고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다. 채식식당이라 아마도 수육 등의 육식은 준비하지 않은 것 같다.


과거 해마다 그 식당에서 김장했을 때마다 정말 긴 시간 강도 높은 노동을 했었는데, 이번에는 뭐 일한 것 같은 느낌도 없을 정도로 수월했다. 역시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다르긴 다르구나 싶었다. 자, 오늘도 김장 이야기를 썼으니, 내년 11월 28일에 확인하게 될 과거의 오늘 쓴 글에는 김장 이야기가 3개가 되겠네.


어떤 인터뷰


어느 프랑스 학자가 한국 협동조합 사례를 연구하는데, 우리 조합 사례를 알아보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과거 협동조합 운영에 관한 강의를 요청드렸던 어느 선생님께 연락을 받았다. 그 선생님은 뭐랄까 조금 대하기 어려운 분인데, 흔히 까칠하다는 표현으로 적당할 것 같은 그런 분이시다. 암튼 연락을 받고 당연히 좋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속으로는 조금 부담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인터뷰 당일 그 선생님과 키가 크고 덩치가 큰 프랑스인 사내가 들어왔다. 인사를 나누고 두 사람이 내게 선물을 주셨다. 프랑스인 교수는 자기 학교 이름이 들어간 셔츠, 장바구니, 수첩, 볼펜이 포장된 꾸러미를 주셨고, 그 선생님은 최근에 낸 본인의 책을 주셨다. 감사한 마음으로 받고 보니 나는 따로 선물로 드릴 것이 없었다. 뭐라 인사를 드려야 할 지 몰라 그냥 "고맙습니다!"만 여러차례 말씀드리며 머리를 숙였다.


인터뷰를 시작하자 교수님이 프랑스어로 질문을 했고, 그 선생님이 수첩에 메모하며 대화를 나눴고, 이어서 나에게 질문을 전달했다. 나는 그에 대해 답을 했고, 그 선생님은 다시 수첩에 메모하며 내 설명에 대해 추가 질문을 하기도 하다가 이어서 그 교수님께 프랑스어로 전달했다. 그 선생님이 교수님의 질문을 듣고 내게 전달할 때에는 거의 막힘이 없었는데, 내 대답을 다시 프랑스어로 전달할 때에는 조금 머뭇거리거나 단어를 바로 떠올리지 못해 답답해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사실 그 선생님은 학자이지 통역사가 아니라서 당연한 것 같았다. 그리고 그 프랑스인 교수와도 친한 사이인 것 같았다. 내게 질문할 때 '이 친구'라고 표현했고, 둘이 대화를 나눌 때에도 격식없는 모습으로 느껴졌다. 나는 두 사람의 프랑스어 대화를 들으며 조금이라도 알아들어 보려고 애썼지만, 당연하게도 거의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아주 가끔 아는 단어 몇 개를 듣고 그저 반가울 뿐이었다.


평소 언론 인터뷰나 다른 대학원생들의 인터뷰 등도 많이 해봤지만, 이번처럼 외국인이 요청한 인터뷰는 처음이어서 이 중간의 통역 과정이 조금 신기하게 느껴졌다. 아주 오래전에 몽골에 사막화 방지 행사를 갔을 때 한국, 일본, 몽골 공동 행사에서 발언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내가 한 마디를 하면, 통역을 해 주시던 선배가 일본어로 전달했고, 그 일본어를 들은 일본어-몽골어 통역사가 몽골어로 전달했었다. 그래서 내 말들이 일본어로 바뀌고, 몽골어로 바뀌는 신기한 일을 겪은 적이 있었다. 뭐 별 대단한 말을 한 것도 아니었는데, 그때 기억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암튼 평소 인터뷰를 하면 내가 쉴 틈없이 말을 많이 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중간에서 말을 옮겨주시는 그 선생님이 무척 바쁘신 상황이었다. 인터뷰를 하면서 이렇게 편하고 여유가 있었던 적은 처음이라 그것도 재밌다고 여겼다. 그 선생님이 빠르게 수첩에 프랑스어를 받아 적으며 말을 옮기는 것을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두 사람의 태도가 변했다. 내게 뭔가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는데, 나로서는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내용이었다. 질문을 받고 조금 당황했다. 그때부터 인터뷰가 끝날 때까지 나는 당황한 상태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땀이 자꾸 흘러서 나도 모르게 손이 목덜미와 이마를 훔치고 있었다. 수없이 많은 인터뷰를 해봤지만, 이렇게 예상치 못한 질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도 처음이었다. 하긴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그 두 사람은 학문적으로 협동조합을 연구하는 사람들이고, 나는 현실에서 협동조합에 근무하는 활동가라서 처한 상황과 바라보는 방향이 완전히 달랐다. 그들의 말은 그들의 입장에서는 타당하고 합리적이었고, 내 말은 내 입장에서는 당연했다. 다만 그 두 입장이 어떻게 왜 다른지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저 안쪽 사무실에서 인터뷰 내용을 듣고 있던 후배 활동가가 본인도 엄청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만약 본인이 질문을 받았다면 아무 말도 못 했을 거라고 했다. 살다보면 참 많은 일을 겪게 되는데, 이런 일도 겪는구나 싶었다. 무언가 서로의 입장 차이에 대해 자주 생각하고 그 차이의 본질이 무엇인지 고민해보는 시간을 자주 가져야 할 것 같다. 인터뷰를 마치고도 꽤 오래 곱씹었다. 내 대답이 과연 적절했을까? 그들은 실제로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이미 지난 일이고 고민해보아야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었지만, 만약 다시 그런 일이 생기면 조금 더 정확한 표현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웠다.


비 오는 저녁


낮부터 비가 내리고 있다. 전라남도 쪽은 가뭄으로 인해 제한 급수가 되고 있다는데, 이 비가 그 동네에 좀 내렸으면 좋겠다. 일기예보에서 중부지방에 비가 온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비구름을 전라도 옮겨갈 수 있는 초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쓸데 없는 생각을 하면서 손님 없는 가게 카운터를 지키며 이 글을 두드린다. 오늘은 월드컵 가나전 축구경기가 있는 날이다. 지난 우루과이 전은 집에서 봤다. 티비는 없지만, 평소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태블릿으로 축구를 봤다. 큰 티비를 가진 후배가 자기 집에서 같이 볼 거냐고 물었었는데, 나가기가 너무 귀찮고 싫어서 그냥 집에 있겠다고 답했었다. 오늘은 그 후배 집으로 축구를 보러 가겠다고 미리 전했다.


비가 오는 날엔 재즈가 잘 어울린다. 재즈 음악을 틀어놓고 이 글을 두드린다. 방금 손님이 들어왔다가 몇 가지 상품을 조금 둘러본 뒤에 아무것도 사지 않고 나갔다. 나는 손님의 뒤통수에 대고 "고맙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라고 인사하며 고개를 숙였다. 내 말은 그의 귀에 가 닿겠지만, 내 행동은 그의 눈길에 가 닿지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인사를 할 때 고개를 숙이는 행동은 자동으로 나온다. 마치 전화에 대고 고개 숙여 인사하는 것처럼.















페이스북을 둘러보다가 이 책의 표지를 발견했다. 서명숙 님은 내가 재밌게 읽고 서평을 썼던 [제주 올레 여행]의 저자이자 제주 올레길을 만든 사람이고, 현재 제주올레 이사장으로 알고 있다. 제목만 봐서는 어떤 종류의 책일지 가늠이 잘 안 되지만, 일단 서명숙 님의 글이니 무척 재미있을 것 같다. 책을 알라딘에 검색해보니 제목과 저자가 같은 다른 표지의 다른 출판사 책이 하나 더 있다. 아, 개정판이구나. 목차를 살펴보니 담배를 키워드로 본인의 이야기를 펼쳐놓은 것 같다. 일단 찜해둔다.


이제 슬슬 매장 정리를 하고 축구보러 갈 준비를 해야지. 아, 우선 나도 담배 한 대 피우고 와야겠다. 거의 안 피우던 담배를 요즘 일 스트레스 때문에 또 조금씩 피우고 있다. 이러다 또 거의 안 피우는 생활로 돌아갔다가 다시 조금씩 피우는 날들로 회귀하겠지. 이 책을 보니 김형경의 소설 [담배 피우는 여자]를 다시 읽고 싶어졌다. 지금 우리 집에는 아마 없을 것이고, 부산 집에 있을 것 같은데. 엄마에게 택배로 보내달라고 할까? 아니면 새 책을 하나 살까? 모르겠다. 일단 담배 먼저 피우고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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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2-11-29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김장 300 포기요? 굉장합니다. 허리가 나가도 수십번은 나갈 것만 같아요ㅠㅠ 채식김치는 양념에 굴이나 젓갈 등이 안 들어가고 고춧가루랑 파랑 뭐 이렇게만 들어가는 건가요? 저도 결혼 전에는 엄마 많이 도와드렸는데 오히려 결혼 하고 나서는 김장을 안 하네요. 시어머니 돌아가시기 전에 다들 추억 쌓는다고 마지막으로 김장 한 번 하고는 끝이네요. 막 김장 하고 먹는 쌀밥은 진짜 꿀맛이긴 한데 너무 너무 큰 노력이 필요합니다ㅠㅠ

이론과 실재는 뭐라 할까요. 너무 가까운 것 같은데 너무 떨어져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멋지십니다. 아마 흐트러짐 없이 말씀하셨을 것 같아요!!!!

감은빛 2022-11-29 19:51   좋아요 1 | URL
네, 꼬마요정님. 채식김치니까 굴이랑 젓갈은 안 들어가고 다른 채식 재료들로 맛을 내는데, 그게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재료비가 많이 든다고 하네요. 식당에서 낼 김치라서 더 신경쓰는 거겠죠. 예전에 애들엄마는 딱히 재료를 많이 넣지 않고 담백한 김치를 담그곤 했어요.

저 인터뷰 완전 망했어요. 지금까지 꽤 인터뷰를 많이 했는데, 저렇게 망한 적은 없었거든요. 다만 사고의 틀을 바꿔주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고 여기고 스스로를 위안하고 있습니다.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
 

사람을 대하는 태도


지금까지 살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좋은 사람들도 많았고, 존경할만한 훌륭한 사람들도 제법 있었다. 닮고 싶은 면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면 부러워했고, 내가 결코 가질 수 없는 면을 가진 사람을 보면 질투를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 중에 그렇게 좋은 사람은 사실 소수다. 다수는 그닥 상대하고 싶지 않은, 다른 말로 표현하면 엮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었고, 그 외에 정말 싫은 사람들도 제법 많았다. 그중 제일 싫은 사람은 남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이다. 아무리 다른 측면에서 훌륭한 사람이라고 해도, 다른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장면을 목격하거나,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나면 좋게 생각하기 어렵다.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태도야말로 기본 중에 기본이 아닐까 생각한다. 가끔 다른 사람을 충분히 존중한다는 것이 그리 쉽게 드러나는 태도가 아닐 경우도 있다. 눈에 띄지 않지만 항상 타인을 존중하는 태도를 잘 갖추는 것이야말로 가장 훌륭한 태도가 아닐까 싶다.


최근에 겪은 두어가지 사건이 사람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믿었던 사람 아니 믿고 싶었던 사람에게 충격적인 표현을 들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생각에 빠질 수 밖에 없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쉽게 알기 어려우니까. 자기 생각만으로 잣대를 만들어 살아가야 한다. 그 잣대가 남들과 많이 다르면 어렵고 힘든 삶이 될 확률이 높다. 그런데 자기 잣대와 남들의 잣대가 다르다고 해서 어느 한 쪽이 무조건 옳거나 틀린 것은 아니다. 그저 다를 뿐이다. 경우와 상황에 따라서는 어느 한 사람의 잣대가 더 적절해 보일 수 있다. 그럼에도 일방적으로 그 잣대만 맞다고 볼 수는 없다. 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가? 아, 이렇게 말해놓고 나 역시 이해하지 못하는 혹은 이해하려는 시도 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모르겠다. 나는 나고 너는 너일 뿐. 사람은 영원히 다른 사람을 완벽히 이해하기 어렵다.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부모 자식이라도.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 속에서 사람들을 점점 지워가게 된다. 최근에 몇몇 사건들을 겪으며 또 몇 명의 사람들을 지웠다. 좋은 사람에서 왠만해서는 엮이지 말아야 할 사람으로 마음 속에서 분류를 바꿨다. 어쩌면 나 역시 그럴지도 모르겠다.


육체노동을 하고 싶다.


교통사고를 당한 지 2년 4개월이 지났다. 사고 이후 긴 시간 제대로 먹지 못해 위가 줄어들어서 저절로 다이어트가 되었던 기간이 지났다. 스트레스를 이유로 과식과 폭식을 이어간 덕분에 다시 예전처럼 위가 늘어났다. 먹는 양이 줄어들어 있을 때에는 억지로 애쓰지 않아도 배가 부르면 뭘 더 먹을 수가 없었으니 몸매 관리에 딱히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어서 편했다. 그런데 이젠 아무 생각없이 먹다보면 끝없이 먹게 되어 배가 나온다. 그럼 또 한동안 식사 조절을 해서 다시 배를 넣고 몸매 관리에 들어간다. 익숙한 일이라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는다. 조금만 참고 조금만 노력하면 된다. 그런데 점점 더 어려워 진다는 걸 느낀다. 그 참고 노력하는 일.


머리가 아픈 일들이 많다. 다 그만두고 그냥 몸을 움직이는 일을 하고 싶다. 아무 생각없이 힘을 쓰기만 하면 되는 일이 생계를 위한 직업이었으면 좋겠다. 답이 안 나오는 일을 갖고 고민하는 것 너무 피곤한 일이다.


차별 없는 삶


한 2주 간격으로 두 번에 걸쳐 이 책을 다 읽었다. 학교 선생님이라는 저자의 직업이 부러웠고, 저자의 유연한 태도와 사고가 부러웠다. 나는 대학시절 여성학 강의를 들으며 처음 여성주의를 접했다. 남성을 적대시하는 것처럼 느껴졌더너 강사의 태도 때문에 나도 모르게 여성주의에 대한 반감이 생겼다. 머리로는 당연히 모든 내용에 동의한다고 생각했지만, 내 감정은 자꾸만 삐뚤어졌다. 특히 학년대표였기 때문에 늘 그 강사의 뒤치닥거리를 도맡았던 나를 유난히 괴롭히는 듯한 태도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나중에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 그 강사 역시 인간이기 때문에 나를 포함한 남학생들을 대하는 태도가 그리 성숙되지 못한 사람이었던 거라고 이해해보려는 생각을 해봤다. 그 후로 다시 마주친 적이 없기 때문에 물어볼 수는 없었다. 이제는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다.


여성주의라고 부르건, 페미니즘이라고 부러건 용어가 중요한 건 아니겠지만, 암튼 성별로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 차별이 없어져야 한다는 생각은 평생에 걸쳐 몸에 체득해야 할 태도다. 맨 처음에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태도가 기본 중에 기본이라고 적었는데, 성별로 인한 차별이 없어져야 한다는 건 그 기본에 포함되는 내용이다. 당연히 꼭 지켜야 할 하나의 도덕이자 규범이라 여기고 살았다. 물론 일상에서 그것을 잘 지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지만, 큰 아이가 태어난 지 얼마되지 않아서 육아휴직을 신청했을 때, 남자가 무슨 육아휴직이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사회를 바꾸겠다는 활동가들에게도 그런 말을 듣곤 했다. 하루종일 아기와 집에 있는 날들이 답답하면 아기를 안고 집에서 가장 가까운 백화점에 가서 사람 구경을 하곤 했다. 분유를 먹이거나 기저귀를 갈기 위한 공간들이 백화점에는 잘 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거기서도 나는 눈총과 수근거림의 대상이 되곤 했다. 나를 제외하면 모두 엄마들이었기 때문에. 음, 쓰다보니 또 자꾸 옛 기억에 빠져들게 되네.
















책을 다 읽고 한 가지 고민은 과연 우리 인간이 자신의 삶 안에서 명확하게 차별 없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사회적인 태도로는 모든 차별에 반대한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개인의 취향을 고려한다면 그렇게 답하기 어렵다. 어떤 태도나 어떤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거부 반응이 들기도 하니까. 내가 싫은 것과 사회적 차별은 다른 문제라서 아무리 싫은 어떤 취향의 사람이라도 그가 차별받는다면 그를 위해 싸울 수는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계속 그를 아니 그의 취향을 싫어하는 상태로 살아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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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이후로 또 한동안 마음이 힘들어 일상생활을 버티기가 어려웠다. 세월호 사건 당시에 매일매일 괴로웠던 시절이 다시 떠올랐다. 그리고 정부의 대응을 보며 답답해 죽을 것만 같다. 민주당 정부가 뭐 잘한 거 하나도 없지만, 박근혜나 윤석열은 어떻게 이렇게 예상을 벗어나지를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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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아이들과 여행을 다녀왔다. 즉흥적으로 아이들에게 놀러가자고 말을 꺼낸 후에 어디로 갈지를 정하지 못하고 며칠을 보냈다. 멀리 가려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차도 많이 막힐 것이고 힘드니 비교적 가까운 곳을 가며 좋겠다 생각하다가 충청도 지역으로는 제대로 여행을 가 본 적이 없을을 깨달았다. 충청도 출신 후배들에게 어디 좋은 데 없냐고 물어보고 서너군데 추천을 받았다. 거의 여행 전날까지 고민하다가 단양으로 목적지를 정했다. 1박2일동안 단양8경을 돌아보고 오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애들엄마가 미리 말을 해주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일주일 해외 출장 일정을 알리며, 아이들과 함께 지내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여행은 그 일정의 거의 가운데 위치했다. 어쨌거나 아이들과 재밌게 잘 놀고 돌아왔다. 첫째날은 늦게 출발해서 숙소에 들어와 저녁 먹고 노는 것으로 끝났고, 둘째날 아침부터 저녁 나절까지 단양8경을 모두 보는 강행군을 거쳤다. 사실 두번째 중선암은 먼 발치에서 보고 돌아섰고, 세번째 상선암도 스쳐지나듯 보기만 했다. 그리고 맨 마지막 석문의 경우 아이들은 올라오지 않고 나 혼자 빠른 속도로 올라와서 보고 내려갔다. 어쨌거나 목표는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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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11-25 23: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일 싫은 사람은 남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에 동의해요. 저도 그렇거든요. 근데 보통 그런 사람이 처음에 괜찮았던 적도 없는거 같아요. 저건 기본적인 심성에 관한거 같아서요.
여러가지 일들로 늘 마음은 싱숭생숭하고 어지럽지만 그래도 시간은 흘러가고 또 그속에서 의미있는 시간들도 있으니까 그렇게 살아지는듯 합니다. ^^

감은빛 2022-11-28 18:05   좋아요 0 | URL
바람돌이님. 시간이 이렇게 흘러가는 것이 참 속상하기도 하고 또 이상하기도 합니다.
매일 보내는 일상에서 의미를 찾는 것이 참 어렵네요.
어느새 11월도 휙 지나가버리고 12월이 다가오네요.
금방 또 23년이 다가오겠지요.

지나가버리는 날들이 아까워 뭔가 기록을 남기고 싶은데,
늘 시간에 쫓기는 삶을 살다보니 그것도 쉽지 않네요. ㅎㅎ

하루종일 비가 내려서 더 기분이 쳐지네요.
이따 축구보면서 기분 전환을 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습니다.

페크pek0501 2022-11-28 10: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남을 함부로 대하는 것을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어요. 자신이 오만해서일 수 있고 자신이 무지해서일 수 있고... 오만한 쪽이 더 싫지요. 그리고 남을 무시함으로써 자기의 위치가 올라가는 걸로 착각하는 사람도 더러 있을 거예요. 그런 이를 싫어하는 이들이 많다는 걸 안다면 안 그럴 것 같은데 말이죠.

글을 길게 쓸 수 있는 것, 부럽네요. 저는 요즘 무슨 글을 써야 할지 모른다는...

감은빛 2022-11-28 18:08   좋아요 1 | URL
네, 페크님. 저는 오만한 사람이 무지한 걸로 보이기도 하더라구요.
그 두 가지를 다 가진 것으로 보여요.
분명 똑똑한 사람이고, 어떤 분야에서는 잘 나가는 사람이지만,
사람과의 관계를 잘 모르는 무지한 사람이기도 한 거겠지요.

페크님께서 제게 부럽다고 하시니, 제가 민망하네요.
제 글은 그저 생각이 흐르는대로 막 쓰는 거라 내용이 부실하지요.
페크님의 글은 정갈하고 멋져요. ^^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