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D-1

이사할 때마다 제일 큰 짐은 항상 책이다. 약 2년전 애들엄마와 함께 살던 집에서 나올 때 책장 3개와 그 책장들을 꽉 채우고도 훨씬 많이 남는 책들을 갖고 나왔고, 당시 이사를 도와주던 후배는 책들 좀 버리라며 엄청 힘들어했다.

그 집에서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옮길때엔, 수십여권의 책을 버리거나 팔아서 겨우 책장 한 칸 빈 공간을 만들었다. 그러나 책은 또 늘어났고, 이번 이사를 앞두고 한 사십여권 팔거나 버렸으나, 책은 별로 줄어들지 않았다. 이번에는 차를 빌릴 곳도 없고, 짐도 더 많이 늘었고, 도와줄 후배도 한 명 밖에 없어서 이사짐센터에 전화해 1톤 트럭을 구했다. 책이 좀 많다고 하니, 아저씨는 보지도 않고 한숨부터 내쉰다. 짐을 미리 다 싸둬야한다고 신신당부를 하길래, 주말동안 미리 책을 싸두고 오늘 밤 나머지 짐을 싸려고 했다. 혼자서 다 해낼 자신이 없어서 친구를 불렀다. 그 친구도 이번 주말 이사할 예정인데, 본인 짐을 먼저 어느정도 싸놓고, 일요일 오후 우리집으로 왔다.

친구와 함깨 책을 싸려고 하니, 방이 좁아서 먼저 실내철봉을 분리해야 했다. 난 철봉을 분리하고, 친구는 책을 싸기 시작했다. 책장엔 내 나름의 분류대로 책이 꽂혀있었는데, 책을 싸려면 크기별로 맞춰야 하니, 분류를 무시하고 그냥 싸라고 했다. 친구의 속도는 빨랐다. 나 혼자였다면 아마 책을 싸다가 오랜만에 손에 드는 책들을 만날 때마다 추억에 빠지거나, 책장을 들춰 읽곤 했을 것이고, 그러다 훌쩍 시간을 보내고, 하루가 다 지나도록 반도 못 끝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녁이 될 무렵 책을 거의 싸놓은 건 순전히 친구의 공이었다. 도중에 박스가 모자라 근처 큰 슈퍼와 작은 마트와 편의점들을 돌았는데, 대부분 폐지 모으는 할아버지와 계약이 되어있다며, 박스 구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간신히 몇 개를 구해서 대부분의 책을 포장해서 쌓아놓았다.

이제 겨우 책만 싸놓았을 뿐이지만, 다른 큰 짐이 별로 없는 내 입장에선 이사짐을 다 싼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고생한 친구에게 고맙다고 회를 샀다. 회를 먹다보니 술을 마셨고, 술이 한 잔 들어가니 또 술이 술을 불러서 원래 의도와 달리 좀 많이 마셨다. 이제 하루 남았다. 오늘 조금 일찍 퇴근해서 나머지 짐을 싸고, 내일 아침 에 짐을 실으면 이제 이 집은 영영 안녕이다. 지긋지긋한 반지하! 다시는 반지하에 살지 않으리라. 집을 나오면서부터 세번째 이사다. 앞으로 또 얼마나 자주 이사를 하려나. 앞으로 얼마나 많이 책을 싸고 또 풀어야 하려나.

또 책 욕심

전철에서 이런저런 정보를 훓어보는데, 앞에선 아저씨 뒤편으로 등산 가방 하나가 위아래로 오르락 내리락 한다. 자세히보니 한 중년 여성이 기마자세처럼 반쯤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고 있다. 스퀏 운동을 하는 모양이다. 등산복에 등산 가방을 멘 걸 보면 산을 오르려고 이동하는 듯한데, 준비운동으로 전철 안에서 스퀏을 하는 건가? 어차피 등산을 할 거라면 산 아래에서 스트레칭을 가볍게 하는 정도로 몸풀기는 충분할텐데, 왜 굳이 사람 많은 출근길 전철 안에서 스퀏을 하면서 주위 사람들을 불편하게 할까 궁금했다. 게다가 에어스퀏이라고 부르는 맨몸 스퀏 자세도 틀렸다. 엉거주춤 기마자세에서 멈췄다 다시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엉덩이와 발 뒷굼치가 닿을만큼 완전히 쪼그려 않았다 다시 일어나는 것이 바른 자세다. 어쨌거나 그는 한동안 더 오르내리능 과정에서 자꾸 주위 사람들과 몸이 닿아 불편하게 만들었다. 저 분 과연 혼잡한 전철 아안에서 스퀏을 할만큼 운동이 절박했을지 모르겠다.

그러는 와중에 이 책을 발견했다. 몇 시간동안 책을 싸면서 진짜 책이 많구나. 난 언제 이 책을 다 읽을 수 있을까 생각했고, 앞으로 책을 좀 적게 사야지 생각했건만, 또 책을 보관함에 담고 있는ㅍ내 모습을 본다. 이사한 집에선 여기서보다는 책을 더 많이 읽어야지. 이 다짐을 기록으로 남겨두기 위해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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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30 1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겨울호랑이 2018-04-30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은빛님 큰 일 치루시는군요. 이사 잘 하시길 바랍니다^^:)
 

갈증

몇 년간 혼자 일하다가 작년 봄부터 일터에 신입 활동가가 한 분 들어왔다. 여성이고, 나이는 나보다 살짝 어리며, 문화영역 활동 경험이 많은 분이다. 혼자 많은 일을 해오다가 한 사람이 늘어서 무척 든든했다. 무엇보다 이전까지 일을 하다가 뭔가 막히면 의논할 상대가 없었는데, 일터에서 누군가 대화 상대가 생겼다는 점이 좋았다. 외부 일정 때문에 밖에 있을때 급한 요청이 오면, 사무실에서 도와줄 사람이 생겨서 좋았다.

하지만 사람이 늘었어도 내 일은 거의 줄지 않았다. 그 분이 가져간 양보다 오히려 더 많은 일이 생겼다. 이건 뭐 일이 많은 건 평생 바뀌지 않는 팔자려니 하고 살아야 하나보다.

암튼 1년간 마음 든든하게 함께해 준 활동가가 당분간 병가로 자리를 비운다. 다시 혼자가 되고보니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다. 우선 대화 상대가 없어진 점이 제일 아쉽다.

혼자 살고, 혼자 일하니 업무 때문에 사람을 만나거나, 회의에 참석하는 일 외에 누군가와 맘 편히 이야기 나눌 기회가 적다.

물론 내가 일하는 곳은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들과 협동조합들을 비롯한 사회적경제 단위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용 사무실이기 때문에 오가며 가볍게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은 꽤 있다. 간혹 야근하는 날엔 옆 사무실 선배와 즉흥적인 술자리를 만들어 스트레스를 풀기고 한다. 가끔 연락하고 만나는 친구나 후배들도 제법 있다.

그러니 이 아쉬움은 좀 더 친밀한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갈증이 아닐까 싶다. 사실 하루종일 아무도 안 만났던 날보다, 애들이 왔다가 돌아간 날이나, 적당히 친한 선후배와 한 잔하고 헤어진 순간이 훨씬 더 외롭고 견디기 힘들다.

이 갈증은 쉽게 해결할 수 없으리라 본다. 현재 내 생활영역과 활동영역에서는 이 갈증을 풀어줄 가능성이 없다. 뭔가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기에 지금의 나는 너무 일이 많고, 여유가 없고, 지쳐있다. 그래도 언젠가는 해갈의 순간이 오리라 믿는다.

책정리

급하게 이사를 하게 되었다. 이 집에 들어온지 얼마 안 된 시기부터 늘 하루라도 빨리 나가고 싶었는데, 갑자기 기회가 찾아왔다. 이사갈 집도 아주 맘에 드는 좋은 집은 아니지만, 적어도 반지하가 아니라는 이유로 결정했다. 지금 기회를 놓치면 또 언제 기회가 올지 알 수 없으니 무조건 잡아야했다.

이 집에 와서 짐이 많이 늘었다. 친한 선배가 세탁기도 사줬고, 내 키만한 냉장고도 샀다. 이런저런 자잘한 짐들이 말할 수 없이 늘었다. 게다가 책도 제법 많이 늘었다.

오늘은 다시 읽을 일이 없을 듯한 책들을 삼십여권 챙겨서 알라딘 중고서점에 갔다. 두꺼운 책들도 좀 있었고, 나름 흔치 않은 책들도 있었고, 몇 년간 한번도 손대지 않은 만화책도 한 질 넣어갔는데, 완전 실망하고 돌아왔다. 만화책은 상태를 확인하지 않고 그냥 가져갔더니, 습기로 인한 손상 등으로 3권을 매입불가 통보 받았고, 두꺼운 책도 상태가 최상임에도 가격이 예상보다 훨씬 낮게 나왔으며, 두껍지 않은 책들은 대부분 균일가로 표시되어 1천원씩 값이 매겨졌다. 재고수량 초과로 판매하지 못한 책들도 몇 권 있었다.

나름 고르고 골라서 가져갔는데, 결과가 이래서 좀 힘이 빠졌다. 게다가 그 와중에 큰 아이와 서로 좀 오해가 있어서 말다툼을 벌이기도 했기에 더 기분이 엉망이다.

또 갈증

지금은 애들엄마 집에서 곧 돌아올 예정인 애들엄마를 기다리며 이 글을 쓴다. 읽고 싶은 책도 많고, 쓰고픈 글도 많은데, 나는 늘 여유가 없다며, 시간이 없다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또 다른 갈증이다. 책과 글에 대한 갈증 역시 점점 더 심해지는 듯하다.


이렇게 기분이 우울한 날엔 술을 홀짝거리며, 정말 재밌는 SF소설을 읽고 싶다. 마침 애들엄마의 책상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재미있을 것 같다. 당장은 한 권이라도 책을 늘리는게 부담스러우니, 이사가면 사서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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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십여년 전부터 한 가지 일만 해본적이 없다. 정기적으로 돈(급여)을 받고 하는 일은 늘 하나였지만, 그 외에도 늘 한두가지 일을 돈 안 받고(무급으로) 더 했고, 가끔은 부정기적으로 돈 되는 일을 조금 더 하기도 했다. 거기에 가사노동과 육아도 당연히 언제나 일정부분 해왔다. 거의 3job, 4job에 가까운 삶을 계속 살았지만, 항상 최저임금이 안 되거나, 딱 그만큼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했다.

작년 여름부터 조합 일 외에 전국단위 연대 조직 사무국 역할을 맡아왔다. 일을 막 많이 했던 건 아니지만, 별로 티나지 않는데, 시간을 잡아먹는 자잘한 일들이 계속 내 몫으로 떨어졌다. 게다가 서울지역 연대조직도 실무자가 없는 상태에서 무슨 일이 생길때마다 나에게 연락이 왔고, 그때마다 일을 넘길 사람이 없어 내가 해결해야 했다. 급기야 올해 1월부터는 공식적으로 서울 연대조직 사무국도 맡았다. 1월부터 어제까지 우리 조합 일과 서울 조직, 전국조직 실무가 전부 내 몫이었다. 공식적인 3job이었지만, 돈은 우리 조합에서만 받았다. 나머지 2개 조직 일을 하느라 잦은 야근에 총회 준비 때문에 밤을 새는 일도 잦았지만, 1원 한 푼 받을수 없었다.

정말이지 너무 바빴다. 낮엔 여기저기 회의를 다니느라 책상 앞에 앉아 있을 시간이 없었고, 저녁이 되어서야 사무실로 돌아와 이런저런 잡다한 일들을 처리했고, 밤이 되어서야 비로소 내가 맡은 주 업무들에 집중할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애들을 맡지 않은 날엔 늘 야근이었다.

어제 공식적으로 전국조직 사무국을 다른 조합 활동가에게 넘겼다. 이제 책임을 맡은 곳이 3개 조직에서 2개 조직으로 줄었다. 상황이 유동적이긴 하지만, 어쩌면 서울조직 사무국도 한 두 달안에 다른 사람에게 넘길 가능성도 있다. 물론 그래도 옆에서 도움을 주는 역할은 계속 남겠지만.

서류 일체를 전달하고 나오니 절로 한 숨이 나왔다. 어쨌거나 어제는 한 결 부담감을 덜은 마음으로, 좀 가벼워진 어깨로 아주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랑 술을 마셨다. 그간의 스트레스를 술과 수다로 풀었다.

한 가지 일을 덜어낸 걸 어떻게 알고 녹색당 동료가 연락해왔다. 지방선구 기초의회 후보 선본에 결합해서 도움을 달라는 거였다. 4년전 지방선거를 직접 뛰어본 사람이 꼭 필요할테니 선본 결합은 당연히 생각하고 있었던 부분이었다. 승낙하고 나니 또 일이 하나 더 늘었다. 당장 오늘부터 회의에 결합해달라 요청했는데, 오늘 저녁과 주말엔 일정이 꽉 찼다. 저녁엔 이미 회의가 있고, 내일은 오전에 강의가 있고, 오후엔 녹색당 전국대의원 대회가 있다. 전면 추첨식 대의원 첫 해에 대의원이 된 후로 몇 년만에 다시 뽑힌건지 모르겠다. 토요일 저녁부터 일요일까지는 아이들과 보내야 한다. 많이 바빠진 후로 내겐 아주 중요한 시간이다. 내 말을 들은 그는 ˝그럼 여유가 생긴게 아니네.˝ 라고 했다. 나는 답했다. ˝그게 여유가 생긴거예요. 적어도 야근이나 밤샘을 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이제 비로소 다른 일에 눈을 돌릴 여유가 생기거예요˝

신해철 책이 나왔다. 책 읽을 여유도 만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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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8-03-30 14: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제 비로서 다른 일에 눈을 돌릴 여유가 생겨서 다행이네요
비폭력과 평화의 힘을 통해 세상을 바꿔나가길 바라는 녹색당이 아름답고 강하게 성장해나가길 바랍니다

감은빛 2018-03-31 13:11   좋아요 0 | URL
나와같다면님 고맙습니다! 녹색당이 계속 성장하려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어느정도 성과를 거둬야 하는데,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4인 선거구를 다 쪼개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어서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저희 지역구 시의원들도 말로는 선거국획정위원회 결정을 존중한다고 해놓고 막상 표결할 때는 참석도 안 하기도 했고, 오히려 3,4인 선거구를 지키려고 농성하던 바른당 의원을 끌어내더군요.

여야를 막론하고 기존 정치의 한계를 느낄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네요!

cyrus 2018-03-30 16: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번 달 초에 대구 녹색당이 주최한 강연에 참석했어요. 주제가 ‘차별에 맞서는 퀴어의 정치’였어요. 그 날 제주퀴어축제 조직위원장이자 제주 녹색당원 김기홍 님이 오셨어요. 강연 끝나고 녹색당원들과 함께 식사를 했어요. 그분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감은빛님을 언급하려다가 참았어요. 요즘 대구 녹색당도 많이 바쁜 것 같습니다.

감은빛 2018-03-31 17:45   좋아요 0 | URL
시루스님, 안녕하세요. 대구녹색당 초기 활동하셨던 분들은 좀 아는 편이었는데, 제가 최근에는 지역활동에만 참여하고, 전국단위 활동에는 못 나가서 아마 말씀하셨어도 모르셨을거예요.

소식 전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미세먼지, 가성비, 포퓰리즘


1월 14일부터 18일까지 최악의 미세먼지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을 덮쳤다. 그 기간에 서울시가 3일간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 요금을 부담하면서 자율적 승용차 2부제를 시행했다. 하루에 약 50억 가량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정책인데, 비용 대비 성과에 대해 말이 많다. 특히 아무런 대책이나 입장이 없는 경기도와 인천시가 그나마 대책을 실행 중인 서울시에 대해 비판하고 나섰다. 여기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까지 나서서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했다고 하는데, 좀 어이가 없다.


오늘 바쁜 와중에도 미세먼지와 관련한 일련의 글들을 좀 읽었다. 나도 작년 봄에 지역 언론에 미세먼지에 대한 글을 청탁 받고 공부를 좀 했는데, 여러모로 답답한 측면이 많다.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대책은 거의 없고, 뭔가 하려고 해도 제도적으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그나마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노후 석탄화력 발전소를 일부(조건부) 정지시키는 정책을 펼치긴 했지만, 작년 연말에 나온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큰 용량의 신규 석탄화력발전소가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 작년에 박원순 시장이 발표한 미세먼지에 대한 대책도 아무것도 안 하는 것 보다는 낫지만, 많이 부족한데, 사실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기 때문에 어느정도 이해할 수 밖에 없었다. 이번에 서울시와 경기도와 인천시가 공동 대책 마련을 위한 논의를 했지만, 경기도와 인천시가 대책 마련에 대한 의지 없이 나왔고, 오히려 서울시의 대중교통 요금 정책에 대해 사전 협의 없이 추진한 점을 지적하며 불쾌하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미세먼지에 대한 얘길 쓰려면 사실 끝도 없는데, 중요한 건 현재 서울시의 대책도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오늘 읽은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의 글에서는 약 1만 2천명 가량 사망한 1952년 최악의 런던 스모그 사태를 예로 들었던데, 우리라고 다를 거라는 보장이 없다. 더 늦기 전에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그리고 역시 이정모 관장의 글에서 지적했듯이 미세먼지나 황사 얘기가 나오면 언제나 중국 탓만 하는 것도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작년 겨울 어딘가 토론회에 토론자로 나갔는데, 그때도 몇몇 사람들이 중국 탓만 하는 걸 목격했다. 분명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인데도 그랬다. 중국과 관계없이 우리가 만들어내는 미세먼지를 줄이려는 근본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그나마 시민들의 건강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서울시를 가성비가 좋지 않다고 비판하거나, 포퓰리즘이라고 비난 하는 것은 정말 문제다. 그들은 지금껏 시민들의 건강을 위해 스스로 뭘 했는지를 먼저 돌아봐야 할 일이다.


강추위


이번주에 추워진다고 얘길 듣긴 했지만, 설마 이정도일 줄이야! 어제 아침 작은 아이와 대화하면서 방과후교실에 데려다 주느라 한 10분 가량 헤드폰을 쓰지 않고 걸었는데, 정말 귀가 떨어져나가는 줄 알았다. 나중에는 귀와 얼굴 전체가 감각이 없을 정도였다. 해마다 겨울이면 서울 추위가 정말 무섭고 싫었는데, 어제와 오늘은 새삼 놀랄 정도로 추웠다.


도시가스 요금이 무서워 겨울에도 애들이 오는 날이 아니면 어지간해서는 보일러를 켜지 않고, 두꺼운 옷을 껴입고, 이불 속에 쏙 들어가서 나오지 않는 방식으로 지낸다. 가끔 화장실을 가려고 이불 밖으로 나오면 마치 얼음 위를 걷는 것처럼 방 바닥이 차가워 깜짝 놀란다. 그러면 잠시라도 방을 데우고 싶은데, 참고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해결한다. 이번 겨울은 무조건 체온으로 견디는 것이 목표다. 뜨끈한 바닥에서 자는 건 애들 오는 날로 만족해야 한다.


어제는 일 때문에 여기 저기 많이 돌아다녀야 했는데, 버스 기다리는 시간과 신호 대기하는 시간 등 가만히 서 있어야 하는 시간을 견디기가 무척 힘들었다. 그나마 헤드폰을 쓰고 다니면 귀가 따뜻해서 견딜만한데, 밖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얼굴이 얼어버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미세먼지도 이 강추위도 사실은 모두 에너지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보다 조금 먼저 미국은 영하 40도 가량의 한파가 닥쳤었다. 비슷한 시기 남반부의 호주는 50도 가량의 폭염으로 인해 큰 일을 겪었다. 이게 다 기후변화 때문이다. 우리가 평소 에너지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못하고, 이런 기후 현상을 그저 지나쳐 버리면 해마다 조금씩 더 상황은 나빠질 것이고, 언젠가는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맞게 될 것이다.


요즘 학교나 마을공동체 강의에서 늘 하는 말이다. 대부분 그 자리에서는 수긍한 듯 고개를 끄덕이는데, 실제 일상에서 얼마나 실천으로 이어질 지는 알 수 없다.


절망


새해부터 계속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 작년부터 속을 썩였던 햇빛발전소는 올해 또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하나 둘 생기면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고 있고, 신규로 추진할 햇빛발전소 두 건이 겹치면서 업무양이 엄청나게 늘었다. 게다가 대여섯개가 넘는 연대활동에서는 자꾸 일이 생겨서 안그래도 바빠서 정신 없는 나를 미치게 만들고 있다.


오늘 낮에는 일이 안 풀려도 너무 안 풀린다 싶어서 다 때려치우고 확 어디 섬에 들어가서 평생 안 나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나 보고 어쩌라는 건지. 뭐 하나 실마리라도 생겨야 그거라도 붙들고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할텐데, 이건 끝도 없이 한계까지 몰아치는 상황이라 그냥 다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다.


하필 이 기간에 애들 엄마는 출장을 가서 삼일 동안 집을 비운다. 오래 전에 예고했던 터라, 뭐라 불평할 수는 없다. 나는 야근도 못하고 꼼짝없이 저녁마다 애들과 지내야 한다. 평소라면 애들을 더 자주 볼 수 있어서, 행복하다 여겼겠지만, 지금은 스트레스 때문에 전혀 그런 기분을 낼 수 없다. 일이 조금만 더 잘 풀렸으면, 추위가 조금만 더 누그러들었으면, 내 업무 능력이 좀 더 좋아져 밀린 일들을 확 처리해버릴 수 있으면, 그래서 절망스러운 이 기분이 조금 나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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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8-01-26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번에 비양도 다녀오셨지요?
저 내일 제주도 가요..
아마도 협재해변에서 비양도를 바라보고 있을거예요..
 

머리 속을 맴도는 노래


나도 모르게 계속 머리 속에서 무한 반복 자동 재생되는 노래들이 있다. 어느 특정한 시기마다 그런 노래들이 생겼다가 없어졌다가 또 다른 곡으로 바뀌기도 한다. 잘 아는 노래일 때도 있고, 아예 모르는 노래인데 특정 소절만 반복되기도 한다. 어디서 들었는지, 제목은 뭔지, 누구 노래인지도 알지 못하는데, 어떤 소절만 계속 반복된다면 궁금해 어쩔 줄 모르게 된다. 


출판사에 다니던 시기였고, 매일 헬스클럽에서 운동하던 시절이었으니 아마 4년쯤 전이었던 것 같은데, 그때 그런 노래가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알지도 못하는 노래가 자꾸 머리 속에서 무한 반복되어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나중에 이래 저래 검색을 통해 알아보니 당시 나는 알지도 못했던 어느 걸그룹의 노래였고, 헬스클럽에서 운동할 때 매일 저 노래를 여러번 듣다보니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고 계속 맴돌았던 것으로 추정했다.


작년에도 그런 노래가 있었는데, 이 곡은 심지어 가사는 하나도 기억이 안나고 단지 "우우~ 우우우우~ 우우" 하는 부분만 기억이 났다. 검색으로 곡을 찾을 수 없었다. 계속 궁금해했는데, 어느날 유튜브 자동재생 덕분에 그 곡을 알아냈다. Camila Cabello 의 [Havana] 였다. 그 노래는 꽤 오랫동안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고 계속 맴돌았다.


최근에는 어느 중국 걸그룹의 노래가 또 무한 반복되고 있다. 역시 일하면서 틀어놓은 유튜브 자동재생 덕에 알게 된 노래였다. 다행히 이 곡은 두어번 들은 후 곡이 좋아서 제목과 그룹 이름을 기억해두었다. SING女團 이란 그룹의 [123木頭人] 란 곡이다. 노래가 끝나갈 무렵 한 명이 작은 목소리로 "321 무토우량 무토우량" 을 반복하는 구절이 계속 머리에서 떠나지 않고 반복되고 있다. 가사가 궁금해서 앞 부분만 구글 번역을 돌려보았는데, 제목의 무토우량(목두인)은 마치 나무인형처럼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고 무뚜뚝한 사람(남자)를 뜻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이 곡을 비롯해서 같은 걸그룹의 노래들을 여럿 들어봤는데, 대체로 노래가 좋았다. [청춘의 고백]이란 곡도 좋아서 몇 번 들었는데, 앞서 언급한 저 구절만큼의 중독성 있는 구절이 없는지, 내 머리는 계속 저 부분만 반복 재생하고 있다.



스트레스 이빠이!


1월 초부터 3월 초까지 약 2개월 10일 가량이 제일 힘들고 바쁜 시기이다. 예전에 친구들과 자주 쓰던 말투로 하면 그야말로 스트레스 이빠이 받는 시기다. 작년 사업 평가와 결산 그리고 올해 사업 계획과 예산을 세워야 한다. 작년 2월 말까지는 혼자 일했기 때문에 이 모든 일을 혼자 해내야 했다. 이사회에서 함께 검토하고, 수정 의견을 내서 보완을 하긴 했지만, 모든 실무는 혼자 했다. 작년에 한 명의 활동가가 들어왔지만, 아직 경험 부족으로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이사회에서나 외부에서 나에게 거는 기대가 커진다는 걸 느낀다. 눈 높이가 자꾸 높아진다고 해야 할까.


언제부턴가 계속 느끼는 건데, 요즘의 나는 업무 능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에서 쉽게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이런저런 연대 단위 회의에서 가끔 마주치는 한 활동가를 보면서 더욱 확실하게 깨달았다. 그 활동가는 나이에 비해 무척 빨리 능력을 인정받은 경우인데, 조직 내부 뿐 아니라 외부에서도 그의 업무 능력을 의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럴 수 밖에 없는게, 정말 일을 꼼꼼하게 잘 한다. 잘 알고 있었던 사실이었지만, 최근 함께 회의를 하면서 지켜본 그는 쉴 새 없이 요점을 정리해서 기록하고, 자신이 발언할 시점에선 놓치지 않고, 근거 사례와 함께 일목요연하게 주장을 펼쳤다. 그리고 해야할 일을 명확하게 정리해서 언제까지 완료할 것을 약속했다.


나도 언젠가 일에 빠져있던 시기에는 우리 조직 뿐 아니라 외부에서도 인정을 받기도 했다. 그 시절에 나는 정말 일 밖에 몰랐다. 아침에 눈뜨자 마자 할일을 머리속에 그리며 화장실에 들어갔고, 밤에 잠들기 직전까지도 지나온 일들과 해야할 일들을 정리했다. 일 외에 다른 관심사는 내 머릿속에 아예 없었다. 그땐 당연히 성과를 많이 냈던 시기였다. 일에 있어서 누구보다 자신감을 많이 갖게 된 시기이기도 했다.


요즘의 나는 책상 앞에 앉아서조차 일에 잘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연말부터 총회까지 꼼짝없이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며 끝도 없이 문서 작업을 해야 하는 시기에는 자주 생각이 끊기고 그저 '일하기 싫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는 듯 하다. 물론 이러다가 결국 시간에 쫓겨 급하게 일을 자판을 두드려 문서 작업을 하는데, 중요한 문서를 이렇게 급하게 하면 꼭 완성도가 떨어지고 실수가 나오기 마련이다.


얼마 전에는 워크숍 자료를 급하게 작성해서 워크숍을 갔는데, 여기저기 지적을 많이 받았다. 확실히 느낀 건 나에 대한 기대가 높다는 것. 지적의 대부분이 이런 식이었다. "편집자 출신이 이렇게 밖에 정리를 못 하나?", "글 잘 쓰는 사람이 왜 이렇게 정리가 안 된 글을 썼나?" 그 자료는 특히 다뤄야 할 내용이 많고, 분량도 많아서 긴 시간 꼼짝도 못하고 거북이 자세로 자판을 두드렸는데, 그러다보니 당연히 집중력이 떨어졌고, 시간에 쫓기다보니 다시 검토할 여유는 없어서 결국 함량 미달의 내용이 있었던 것이다. 


조금 억울한 것은 그 방대한 내용을 처음부터 완벽하게 작성해서 가져오라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예전 같으면 첫 검토에서는 이런저런 오류나 수정사항들을 서로 확인하고, 이를 반영해서 두번째 검토 때 좀 더 완성도가 높은 자료를 제출하곤 했는데, 이번엔 첫 검토였음에도 이렇게 일방적으로 내용의 지적을 받으니 조금은 억울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당연히 나도 이런저런 지적 받기 싫으니, 처음부터 완벽한 자료를 제출하고 싶다. 다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감안을 해줘야 하는데, 정말 해가 갈수록 그런 배려나 격려 보다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우려를 더 많이 듣다보니 힘이 빠진다. 그러면 나는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 보다는 스트레스 때문에 더 일하기가 싫어지고, 점점 더 집중력이 떨어진다. 이건 확실히 악순환의 반복이다.


게다가 내가 편집자 출신이어도 내 글을 잘 쓰는 것과 남의 글을 고치는 건 분명 다른 영역의 일이고, 내 글에 실수가 있을 수도 아니 있을 수 밖에 없는 거다. 또 글 잘쓴다는 평가는 고맙지만, 내가 글 공부를 한 건 이런 보고서나 자료를 잘 만들기 위한 건 아니었다. 내가 쓰길 좋아하고 또 조금은 재주를 익힌 문학적 글쓰기 영역과는 엄연히 글쓰기 방법이 다르고, 이런 류의 글을 쓰길 좋아하는 사람을 아직 보지 못했다.


아, 한때 그러니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일에 푹 빠져 살았던 시기에는 나 혼자 모든 사업 영역을 돌아보고, 정리하고, 평가해 보는 것이 재미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신기하지만 어떤 때의 나는 그렇게 혼자서 정리하고 종합해보는 일을 좋아할 때도 있다. 이 바쁜 시기에 그런 기분이 들어 집중해서 일을 빠르고 완벽하게 정리해내면 좋겠지만, 이젠 그런 기분이 잘 들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피곤하고 힘들다!


게다가 이 바쁜 시기에도 외부 회의나 강의는 끊임없이 계속 생긴다. 이번주에도 이틀 남겨두고 갑자기 강의가 두 개나 잡혔다. 다행히 두 건의 강의 모두 많이 해본 주제여서, 잘 정리해 둔 강의 자료가 있어서 다행이지만, 혹시라도 새로 준비해야 할 강의였다면 맡을 수 없었을 것이다. 강의 자료는 자신 있는데, 의외로 걱정되는 건 목 상태다. 계속되는 미세먼지로 목이 칼칼하고 아픈데다가 만성 피로로 인해 목소리 자체가 잘 나오지 않는다. 하필이면 오늘 오전과 오후에 하나씩 강의를 해야 하는데, 오전 강의에서 목 관리를 잘 하지 않으면 오후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 많이 마시면서 완급 조절을 잘 해야겠다.


다행인 건 강의를 하고 나면 분위기에 따라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니, 어쩌면 계속 다운된 기분을 전환할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풀 수 있는 강의가 되길 바란다.


언제 다 읽으려나?


작년 가을부터 연말까지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책을 샀다. 어쩌면 일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책을 구매하는 행위로 풀었던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당연히 바쁘다는 핑계로 책을 많이 읽지는 못했다. 예전 같았으면 그래도 산 책은 훑어보기라도 하고 책장에 꽂았을텐데, 이번에는 사놓은 책을 단 한 번 펼쳐보지도 않고, 박스 채로 놔두었다. 물론 책장에 빈 공간이 없어서 꺼내도 어차피 바닥에 쌓아놓을 거라, 차라리 박스를 나중에 풀자는 핑계가 없지는 않았지만, 저렇게 열어보지도 않을 책을 왜 샀을까 싶은 자괴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알라딘만 들어오면 또 자꾸 사고 싶은 책이 눈에 보인다. 저 쌓아 놓은 박스라도 풀어놓고 새 책을 사야겠지. 언제 그 책들을 다 읽으려나? 과연 다 읽을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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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7 0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공개 2018-01-17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기에, 독감에, 미세먼지에, 안 아픈 사람이 없는 것같은 요즘이예요.
감은빛님, 바쁜 일정중에서도 특히 건강에 유의하시길 바래요 ^^

2018-01-17 1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8-01-17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가 구입한 책들을 과연 다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1인입니다.
오늘처럼 미세먼지 심한 날은 물을 마시면 좋다고 합니다. 물을 많이 마시세요. 따뜻한 물로요.
물 마시는 건 안구건조증에도 좋다고 합니다.(나도 지금 마셔야지 ㅋ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