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차이가 크다. 공사 재개 59.5%, 중단은 40.5%. 좀 어이가 없는 건 이 결정과 동시에 원전 축소는 53.2%, 확대는 9.7% 라는 의견을 냈다는 점이다. 과연 공론화 위원회가 제대로 이 사안에 대해 검토했는지 의문이 드는 결과다.


아니, 이 정부 들어서 총 5기의 핵발전소가 늘어나고, 그에 따라 발전 비중도 더 늘어나며, 이번에 짓는 핵발전소는 수명도 60년이나 되는데, 원전을 축소하겠다고? 아니 축소라는 단어 뜻을 모르나? 더 늘어나도록 결정을 내려놓고 축소하라는 권고는 대체 무슨 뜻인가?


지금도 매일 24잔씩 마시고 있는 술을 앞으로 60년 동안 5잔 더 늘려서 29잔씩 마시라고 말해놓고, 그렇지만 술을 줄였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건가? 지금 매일 24개비씩 피우는 담배를 5개비 더 늘려서 매일 29개비씩 피우라고 말하고는, 그렇지만 담배를 줄였으면 좋겠다고 권하는 건가? 


축소를 원한다면 신고리5,6호기도 취소하고, 현재 약 90% 가량 지은 신고리4호기와 신울진1,2호기 까지 모두 취소하는 것이 맞다. 발전소를 다 지었다고 무조건 가동해야 하는 건 아니다. 핵발전소는 한 번이라도 가동하는 순간 방사능에 오염되기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영향을 미친다. 비록 90% 가량 지었지만, 이제라도 중단하고 방사능에 오염되지 않은 발전소를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도 있다. 해외에는 다 지은 핵발전소도 가동하지 않고, 박물관처럼 사용한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아침부터 허탈한 마음을 추스리기 힘들다. 내가 이정도인데, 밀양 어르신들의 마음은 어떨지 생각만해도 한숨만 나온다.



공약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하나도 보여주지 않고, 준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론화라는 말만 툭 던져놓고, 자신은 쏙 빠져버린 사람. 민주적 공론화가 아닌 핵마피아 집단의 의견만 유통되는 편파적인 판을 방조해놓고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사람. 겨우 이런 사람이 온 국민이 좋아하는 대통령이란 사실이 참 슬프다. 노무현때도 계속 느꼈던 감정이지만, 이명박과 박근혜를 지나 촛불을 겪은 우리가 문재인 정권에서 다시 이런 상황을 겪어야 하다니 정말 서글픈 마음이다. 아니 오히려 그 시절보다 더 후퇴한 느낌이다. 문재인은 뭐랄까 노무현보다 더 교묘한 모습이다. 더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일단 오늘은 참는다.


설악산 케이블카와 4대강 복원과 흑산도 신공항 등의 환경 문제에 대해서도 결국 같은 결과가 나오는 건 아닐까 불안하다. 노무현 정권 당시에도 설마설마 했지만, 새만금과 고속철도와 핵폐기장을 밀어붙였었다. 당시 전국적으로 골프장 싸움도 어마어마했다. 계속 데자뷰가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일까?
















축하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제 아주 독특한 타이틀을 달 예정이다! 


탈핵을 선언하고도 핵발전소를 5개나 더 늘린 대통령

탈핵을 선언하고도 핵발전 의존도가 더 높아진 정권

탈핵을 선언하고도 탈핵 시점을 60~70년 뒤로 미뤄버린 사람


술을 끊겠다고 선언해놓고, 5잔씩 더 많이 마시는 것과 뭐가 다른가?

담배 끊겠다고 선언해놓고, 담배를 더 많이 피는 것과 뭐가 다른가?

술을 끊겠다고 선언해놓고, 60~70년 뒤에 끊겠다는 것과 뭐가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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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lia 2017-10-20 18: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한민국은 이익집단·사익집단 농간에 놀아나는 국가 수준도 안 되는 국가 아닌 국가라고 봅니다. 문재인 정권의 실패는 거의 예정된 것 같습니다. 정권 교체 뒤로 지금까지 보여준 지리멸렬함이 계속된다면, 실패는 확정적이라고 봅니다. 지난날 쓰라린 실패에서 전혀 교훈을 찾아내지 못하는 우리 한국/한국인/한민족입니다. 지리멸렬함을 떨쳐내지 못하고 그대로 반복하고 있습니다. 실패는 필연이라고 봅니다.

나와같다면 2017-11-15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항 5.4 지진‘ 재난 긴급 문자를 받고

0.1초, 거의 본능적으로 원전이 떠오르더라구요..
도대체 어쩌려고 그러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