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감은빛 > 내 새끼 입으로 들어가는 먹거리 문제

북플에 예전 오늘 날짜에 쓴 글을 알려주는 기능이 있었네. 이건 아마도 페이스북 따라하기인 것 같다.

8년 전 잡지에 실었던 서평을 그대로 알라딘 서재에 올린 글이다. 그러고보면 예전엔 청탁 받고 쓰거나 짧게 연재하며 서평을 의무적으로 썼는데, 최근 몇 년 간은 책을 읽어도 서평을 쓰지 않는다. 서평을 쓰는 건 책을 읽는 것과는 별개로 또 다른 노력이 필요한 작업이다.

당시 잡지에 실린 내 서평이 좋았다는 칭찬을 많이 받았다. 환경단체 활동가로 일했던 내 경험을 살린 글이라 아마 가장 잘 쓸 수 있는 영역이어서 그럴 것이다.

마음 아픈 건, 그때 이후로 GMO, 식용색소, 합성착향료 등 다양한 식품첨가물 문제는 훨씬 더 나빠졌다. 이 글에 아이들이 매일 컵라면과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걸 보고 충격받은 얘길 썼는데, 요즘 사람들은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운다. 게다가 혼자 살면서 가끔 나조차도 편의점 도시락과 컵라면을 먹는다.

최근 작은 아이의 입을 통해 애들엄마가 내게 불만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가끔 외식을 제외하면 대부분 생협 먹거리로 식사를 준비하는 애들엄마와 달리 나는 애들과 식당에서 사먹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가끔 집에서 먹어도 가공식품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건 순전히 혼자 살면서 게을러진 내 잘못이긴한데, 요즘 혼자 쉽게 먹을 수 있는 온갖 가공식품들이 많다. 사실 그런 것들을 생협 재료로 만들어 먹으려면 훨씬 더 돈이 많이 들 것이다. 물론 그래도 그래야 한다는 건 안다. 아이들을 생각하면 당연히. 그저 귀찮음이 문제이고, 정신없이 바쁜 삶이 문제다.

그래서 최근에는 나도 주말동안 애들에게 제대로 된 음식을 만들어주려고 노력중이다. 새삼 예전의 내가 음식 만드는 걸 좋아했고, 잘 만들었음을 깨닫는다. 그래도 애들이 다녀가고 혼자 남으면 다시 귀찮아진다. 내 뱃속을 채우려고 음식을 만들기에 내 삶은 너무나도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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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6 14: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19-01-16 19:00   좋아요 0 | URL
황대권 선생이었던가?
녹색연합에서 만드는 월간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 실은 글에
도시 아이들이 싸는 똥으로는 제대로 된 퇴비도 못 만든다고 했어요.
워낙 불량한 먹거리만 먹어서 그렇다고.
그게 그냥 한 말인지,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말인지는 모르겠네요.

저야 매일같이 술을 마시는 몸이니,
뭐 그깟 불량한 음식들 좀 먹어도 상관없겠지만,
아이들을 생각하면 참 답답하죠.

cyrus 2019-01-16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강식품도 몸을 망가지게 하는 주범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혼자 사는 사람들은 건강관리를 꼼꼼하게 하지 않을 거고, 비타민제 같은 약을 많이 먹으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사람들은 하루에 비타민제를 두 개 이상 챙겨 먹어요. 건강 방송 프로그램에 수입산 건강식품이 많이 소개됩니다. 말이야 건강 예능 프로그램이지 건강식품 홍보 방송이죠.

감은빛 2019-01-16 19:07   좋아요 0 | URL
주위에서 저보고 이제 나이가 있으니 비타민 챙겨먹어야 한다고 하던데,
저는 꼭 필요한 식사와 술 외에는 다른 건 거의 안 먹습니다.

제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 방송에 연예인들이 나와서 음식 먹는 거예요.
왜 그런 걸 찍고, 왜 그런 걸 보는지 모르겠어요.
남들 먹는 걸 보는 게 그렇게 좋은가요?
다행히 집에 티비가 없어서 그런 방송을 지나가면서라도 안 볼 수 있어요.

근데 영화에서 나오는 먹는 장면은 피해가기가 어렵더라구요.
새벽에 혼자 [내부자들] 보다가 이병헌이 라면에 소주 먹는 장면 보고
당장 소주와 라면을 사러 나가고 싶어 미치는 줄 알았어요.
다행히 집이 엄청난 언덕 위라, 언덕 아래 편의점까지
멀고 험난한 길을 다녀올 용기가 없어서 참을 수 있었어요.

syo 2019-01-16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금 다른 맥락이지만, 치킨을 너무 사랑하여 지구에 죄송스럽습니다.... 뻑하면 조류독감을 발생시키는 지도관 양계환경이나 분뇨, 사료로 낭비되는 곡물들, 무자비한 살처분까지..... 이게 다 나같은 치킨환자들이 많아서 벌어지는 일인 것을 알면서도....ㅠㅠ

감은빛 2019-01-16 19:09   좋아요 1 | URL
쇼님 글에 댓글로 달았듯이,
저는 먹고 싶을 때는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매일 3끼를 꼬박 먹는 것도 아니잖아요.
다만 말씀처럼 많은 이들이 자주 먹는 현상 자체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한데,
그것도 그들이 잘못이 아니라
산업구조와 사회구조의 문제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