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연습


살면서 가끔 정상인으로서 바로 걸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가를 깨달을 때가 있다. 군대에 있을 때 무릎 인대가 완전히 나가서 거의 두세달을 제대로 걷지 못하고 불편하게 지냈을 때, 제대하고도 가끔 무릎에 무리가 가서 며칠 혹은 한 달 동안 잘 걷지 못했을 때, 한 십여년 전에는 허리 통증으로 고통을 받았고, 또 7년쯤 전에는 골반 통증으로 또 세달 가량을 절뚝거리며 걸어야 했고, 이번에 또 무릎 인대가 늘어나서 한 달 가량 불편을 겪고 있다. 


평지를 걷는 건 조금 절뚝거리긴 하지만 큰 불편은 없고, 계단을 오르거나 오르막길도 그럭저럭 걸을만한데, 계단을 내려가는 일과 내리막길은 정말 힘들고 어렵고 또 무섭다. 지하철을 타고 회의하러 가야 하는데, 기나긴 계단 앞에서 막막한 기분이 들 때가 있었다. 그때 이동이 자유롭지 않은 장애인들이 떠오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일시적으로 늘어난 인대가 회복될때까지만 약간의 이동 장애를 가질 예정인 나에 비해 그 분들은 평생을 자유롭게 이동하지 못하고 사셨고 또 살아가실텐데, 그 감정이 어떨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어제 6호선의 기나긴 계단을 내려가며 생각했다. 난 이제 걸음마를 배우는 아기다. 최대한 관절과 몸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러운 자세를 익혀야한다. 정상인처럼 걸을 수 없으니, 무릎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최대한 효과적으로 걸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 걷기 연습을 해야 했다.


7년 전쯤 골반 통증이 장기화 되어 두어달째 걷기가 힘들었을 때, [그 남자의 몸 만들기] 라는 책을 읽다가 운동과 생활 전반에 대한 저자의 생각 등을 읽으며 느낀 점이 많았고, 특히 걷는 것도 단순히 걸음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단전이 이동한다고 생각하라는 저자의 말에 그렇게 움직여보니 정말 걸음이 달라졌다. 이후 꾸준한 스트레칭 등으로 골반 통증이 많이 나아졌다. 한때 '대퇴골두무혈성 괴사'가 아닌가 걱정까지 했었는데, 병원에선 엑스레이 사진만으로는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다고 무조건 MRI 부터 찍자고 했고, 다행히 지인 중 해당 질병을 어려서 부터 앓았던 분이 내 엑스레이 사진을 보시더니 무조건 괜찮다고, 내 대퇴골두가 아주 깨끗해서 절대 무혈성괴사 일리 없다고 확인 해준 덕분에 돈 낭비를 막을 수 있었다.


그리고 말한 것처럼 걸음을 걷는 태도가 변했다. 단순히 한 발 움직여 앞으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발가락 끝부터 척추를 거쳐 머리에 이르기까지 내 몸의 뼈마디 하나가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느끼며 걷기 시작했다. 핵심은 위에도 언급한 책의 문구처럼 내 몸의 중심인 단전이 어떻게 움직이는 가를 느끼며 걷는 것이었다. 


이번에 무릎이 다 나으면 어쩌면 다시 제대로 걷는 법을 또 배우고 익혀야 할지 모르겠다. 어쨌든 지금 소망은 빨리 무릎 인대를 회복하고 비틀거리나거 절뚝거리지 않고 잘 걷고 싶다는 것이다. 남들에겐 아무렇지도 않을 걸음이 누군가에겐 소망이 될 수 도 있다.


과학은 어려워


돌이켜보면 학창시절 가장 어렵고 싫어했던 과목은 수학과 과학이었다. 수학은 이미 초등학교 때 포기했고, 중고등학교 무렵엔 거의 바닥을 헤매었다. 전교 등수로 따지면 국어는 거의 항상 전교 1등, 영어는 대개 상위권 이었지만, 수학은 전교 꼴찌 수준이었다. 과학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땐 미처 몰랐다. 나중에 내 인생에서 과학이 중요한 순간이 오리라는 사실을. 학교를 졸업하면 평생 수학과 과학 따위 마주칠일은 없을 줄 알았다. 한 10여년 전부터 일 때문에 늘 과학책을 읽어야 했다. 교양 과학에 머무는 간단한 지식도 내겐 어려웠다. 기초가 전혀 없었기에 그랬다.


근데 신기하게도 어려서 그렇게 어려워했던 과학이 나이 들어서 공부하니 재밌었다. 뭔지 잘 모르지만 그 모르는 걸 하나씩 찾아내서 알아가는 게 더 재밌었다. 요즘은 책과 몇몇 유튜브 채널을 통해 관심분야를 조금씩 넓혀가는 중이다.


이 땅에 과학 지식을 쉽고 재밌게 잘 전달하는 선생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그래도 몇몇 믿고 보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 분들 중 한 분의 책이 새로 나왔다. 페이스북을 통해 이 책을 낸 출판사 대표의 재밌는 홍보글을 보았다. 요건 꼭 사야해! 여름 휴가 때 지출이 커서 당분간 긴축재정에 들어가야겠다고 마음 먹어놓고도 계속 실천을 못 했는데, 알라딘에 들어와보니 또 사고 싶은 책이 잔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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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08-22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은빛님 병원은 다녀오신건가요? 정형외과나 한의원에 다녀와야 하는 거 아닐까요?

감은빛 2018-08-22 19:57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한의원 다녀왔습니다. 침도 맞고, 약도 먹었고, 일정 기간동안 물리치료도 받았습니다.

덕분에 인대 부상 치고는 회복이 빠른 것 같아요. 이제 무릎을 (완전히는 못 하지만) 어느 정도 굽힐 수 있고, 걸음도 많이 자연스러워졌어요. (초기에 비해서)

염려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