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도킨스 자서전 2 - 나의 과학 인생 리처드 도킨스 자서전 2
리처드 도킨스 지음, 김명남 옮김 / 김영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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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의 일을 물으신다면 중에서 발췌

 

나는 권했다. " 좋아하는 질문의 주제에 대해서 자신이 세계적 귄위자라고 가정하세요. 그렇다면 자기가 아는 내용의 아주 일부(한 시간 동안 에세이를 써 내야 하는 평가를 치른다고 가정할 때)만을 쓸 수 있겠죠" 나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에게 동의하여, 학생들에게 '빙산의 일각만 드러내기' 수법을 권했다. 빙산의 10분에 9는 물에 잠겨 있다. 만일 당신이 어떤 주제에 관한 세계적 권위자라면, 세상이 끝날 때까지라도 그 주제에 대해서 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에게 주어진 시간은 남들과 마찬가지로 딱 한 시간이다. 그러니 빙산의 꼭대기만 교묘하게 드러냄으로써 평가자가 물밑에 잠긴 거대한 부피를 짐작하도록 하는게 좋다.  이를테면, "브라운과 메켈리스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라고 씀으로써, 당신이 시간만 더 있었다면 브라운과 매캘리스터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꼬치꼬치 쓸 수 있었다는 걸 채점자에게 넌지시 암시하는 것이다. ..반드시 덧붙여 말해둬야 할 점은, 빙산의 일각만 드러내는 수법은 채점자가 많이 안다는 가정하에서만 통한다는 것이다. 그와 반대로 글쓴이는 전달하려는 내용에 대해서 많이 알지만 독자는 모르는 상황일 때, 가령 설명서 따위를 쓸 때 이 수법은 형편없는 전략이 된다. 스티븐 핑거는 <문체의 감각>이라는 근사한 책에서 '지식의 저주'라는 표현으로 이 논점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당신보다 조금 아는사람에게 무언가를 설명할 때, 빙산의 일각만 드러내는수법은 당신이 취해야 할 전략과 정확히 반대되는 전략이다.  

 

밀림의 가르침 중에서 발췌

 

나는 훗날 세번째 책 <눈먼 시계공>에서 그 기분을 설명했다. 책에 적었듯이, 나는 어려서 아프리카에 살 때 사자나 악어보다 아프리카산 군대개미를 더 무서워했다. 군대개미 군락은 위협적인 대상이라기보다 오묘하고 경이로운 기분을 일으키는 대상이며, 비록 포유류의 진화와는 다르지만 우리 세상에서 구현될 수 있는 또 다른 진화의 한 장점이라고 적었다.

 

나는 여왕 개미를 일별도 하지 못했지만 들끓는 덩어리 속 어딘가에는 분명 어딘가 여왕 개미가 있었다. 중앙 데이터뱅크이자 군락 전체의 원본 디엔에이를 저장한 존재가 있었다. 입을 딱 벌린 병정개미들을 여왕을 위해 죽을 준비가 되어 있었는데, 그것은 그들이 어머니를 사랑해서가 아니었고, 충성의 이상을 주입받은 탓도 아니었고, 그저 그들의 뇌와 턱은 여왕이 지닌 기본 주형에서 찍혀 나온 유전자에 의해 만들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용감한 병정들처럼 행동핳는 것은, 그들처럼 용감했던 엣 병정들 덕분에 제 목숨과 유전자를 보전한 선조 여왕이 대대로 물려준 유전자를 그들이 이어받았기 때문이다. 내가 보는 병정 개미들이 현재 여왕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와 같았다. 내 병정개미들이 지키는 것은 사실 자신들로 하여금 경호를 서게끔 만드는 지침서의 원본이었다. 그들이 지키는것은 선조들의 지혜, 계약의 궤였다....

그리고 유감스럽지만 나는 특정한 목적을 품고 정량적 관찰도 건성으로 시도해보았으나, 이렇다 할 결과는 없었다.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 그리고 유감스럽지만 나는 특정한 목적을 품고 그에 맞게 연구를 계획하는 데는 그다지 소질이 없다. 흥미가 이끄는 대로 나비처럼 이리저리 옮겨다니면서 '시험 실험'을 해볼 순 있겠지만, 진정한 연구를 하려면 프로젝트의 일정을 미리짠 뒤 그것을 엄격하게 고수해야 하는 법이다. 그러지 않으면 자신이 원하는 결과가 나왔을 때 당장 연구를 그만두기 쉽다. 그것은 비록 고의적인 속임수는 아닐지언정 과학 역사에서 심각한 오류를 낳는 잘못된 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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