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도 안 읽고 아무것도 안 하면서 바쁘다고 떠들어대는 나날.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 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애써 몇 자를 적으려고 한다. 그게 책도 안 읽으면서 서재를 닫지도 않고 근근히 유지하는 명분이다.
생각하면 보면, 책도 못 읽고 지내는 요즘의 내가 이곳에 대체 뭘 쓸 수 있겠는가?
그래서 왜 요즘 마음이 힘든 것이지, 그 어디에서도 안도감을 찾지 못하는 것인지 그 연유를 따라가 보는 거라도 끄적거릴까 한다. 여기에다가.
15년만에 이사를 했다. 2002년 9월 20일부터 살기 시작했던 집에서 2017년 2월 7일에 이사를 나왔다. 15년 동안 집안 곳곳에서 숨쉬거나 혹은 죽어지내던 사물들, 책들, 먼지들... 정리하고 버렸다고 생각했는데도 여전히 정리를 해야 할 것들이 남아서 이사온 집에 와서도 계속 버리기를 하고 있다. 참으로 가볍지 않은 인생이다.
살던 집이 매매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사를 나왔는데, 이것도 여간 골치가 아니다. 빈집이라 넓어 보여서 어필할 수 있으려나 했던 심산은 계산 착오였나? 내 뜻과 의지대로 되는 일이 아니라고 여기고, 평소 고민거리, 생각거리들에서 밀쳐 두고 있지만, 꿈자리에서는 따라와 괴롭힌다.
회사에 오면 또 다른 전쟁터가 펼쳐진다. 직장 생활 햇수로 얼마인데, 아직도 적응을 못하는가? 회사에서 힘든 것까지는 그러려니 하는데, 집에까지 그 피곤함을 묻혀서 온다는 사실이 살짝 분개스럽다. 또한 점점 2~3년 전까지처럼 아이들에게 신경을 쓰는 삶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인식이 들면서 특히 둘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사실 전혀 아무것도 안 읽고 사는 것은 아니고, 꽤나 두꺼운 책을 가방에 끌이고 다닌다.
가난은 경제의 산물이 아니라 정치가 낳은 현상이라는 것, 정치 권력의 싸움에서 지고서는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다. 라고,
" 소수의 특권층이 부와 권력을 독식하고, 사회로부터 소외된 많은 사람들이 빈곤과 고난에 허덕이는 사회는 건전하지도 정의롭지도 않다. 경제적 양극화와 함께 공정함이라는 상식은 짓밟히고, 사횢거 연대감은 서서히 희석되며, 기회 균등의 원칙은 기반이 약회된다. 이것이 우리가 진정으로 바라는 사회일까? 가난이 심각한 문제인 진짜 이유는 가난이 풀기 어려운 경제적 문제들을 양산할 뿐 아니라, 답하기 어려운 윤리적 질문까지 촉발하기 때문이다. 가난은 '그들'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다. 그리고 개인이 아닌 집단이 새로운 권력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
책 좋아하는 동네 친구이자, 둘째 친구의 엄마되는 사람하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 친구가 그런다. 요즘에는 무슨 책을 읽느냐고! 평소 같았으면 읽고 있는 책에 대한 핵심들을 한 두 문장으로 말할 수 있었을 텐데 이 책은 그게 안 되었다. 무겁기만 한 책을 싸짊어지고 다니면서 3분의 1가량 읽었는데, 이 책이 어떤 책이예요 라고 말할 수 없다니,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꼭 끝까지 읽어야 하는 책으로 판단을 했기에 이러고 다닌다는 것이다. ㅎㅎ
여담이지만, 이 동네 친구는 작가 편혜영에 빠졌다고 한다. 전작주의를 하고 있다고 한다. 작가 한강의 소년이 온다, 도 읽었다고 한다. 전두환이 제대로된 심판을 받지 않고, 여즉 살아 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 라는 말을 나눌 수 있는 유일한 동네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