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북반구에 서식하는 알바트로스는 거대한 양 날개로 높은 창공을 유유히 배회하는 새로도 유명합니다. 알바트로스가 나는 모습은 여느 작은 새들과는 달리 참으로 위풍당당한 그런 모습입니다. 하지만 이 새가 착륙하거나 이륙하는 것을 직접 목격한 사람들은 웃음을 참지 못한다고 합니다. 알바트로스는 날개가 너무 커서 이륙할 때 몹시 뒤뚱거리는 몸짓에 날개를 거세게 푸드덕거리며 우스꽝스러운 동작을 연출하기 때문입니다. 창공으로 높이 솟아오르기 위해서는 알바트로스는 상대적으로 작은 발로 아주 엄청난 거리를 뒤뚱거리며 뛰어야만 합니다. 바로 이런 모습에 사람들은 웃음을 참지 못합니다. 착륙할 때 역시 요란스럽고 우스꽝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작은 참새처럼 살포시 착지하는 것이 아니라, 과장된 동작으로 거의 떼구르르 구르다시피 해서 간신히 착륙하기 때문입니다. "

 

시인 유하와 보드리야르는 논하는 4장에서 옮겨온 구절.

아무래도 나는 그동안 시인 유하를 평가절하했지 싶다. 물질문명에 대한 가볍고 경박한 비판을 드러내는 혹은 자본주의에 부흥하고 의탁하는 시인쯤으로 판단내려버린 .. 그런데, 유하에 대한 재조명 하게 한다. 거대한 몸짓 때문에 선원들로부터 비웃음을 사는 알바트로스에 감정이입한 보들레르에 감정이입한 유하. 그런 유하를 이야기하는 강신주.

 

모든 시인이 그렇듯 유하도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려는' 시인, 더구나 자본주의의 유혹과 인간의 욕망을 사유하려 했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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