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일기'는 가장 내밀하고 자신을 그대로 드러내는 글이라 감추고 싶고, 누군가는 읽고 싶은 글도 된다. 그런데 시인 스스로 드러낸 일기였느니, 가감승제가 들어간 글이라 본다. 시인일기와 몇권의 책을 뒤적이며 점점 무거워지는 피곤에 몸을 가누기 힘들어 시간만 나면 누웠다. 하나님은 사랑하는 자에게 잠을 주신다는데도, 한밤에 몇번씩 잠을 깨서 잠자리를 옮겨가며 몸을 누였다. 낮에는 일에 몰두하니 몸과 머리가 늘 깨어 있는 거 같다. 가끔씩 사라진 '명사'를 되찾기 위해 몇번씩 머리를 굴리고 문장으로 설명을 해 봐야 하는 현상이 요즘 일어나고 있다. 정확하게 표현하고 싶은데, 정확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으니 피곤할 수 밖에. 

그간 심리검사를 통한 학생이해라는 주제로 샘들과 이야기했다. 동일한 그림에서 전경과 배경의 차이로 다르게 인식하는 부분.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상황을 선택하여 아는 만큼 해석하는 태도등등을 이야기했다. 여전히 돌아서면 똑같은 오해를 할거다. 누가 누구를 이해한다는 게 가능키나 한건가. 그래도 측은지심으로라도... 방금 읽은 시인도 열과 분을 참느라 고생하고 계시던데. 그럼 그들이 나를 이해시켜 줘야할까. 그들이 나를 위해 이해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하는가... 모르겠다. 그래서 점점 누구를 만나는 게 힘들 수도 있다.

그리고 아프신 후 보고 싶어하는 아버지를 만나러 갔다. 언제나 오십대로 내맘을 차지하고 계셨는데 팔십오세의 할아버지였다. 얼굴을 마주하고 맛있는 거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세월을 막아 세우고 싶었다. 시골의 밤하늘에는 별이 보인다. 달과 별을 따다 줄 아버지였는데...  

무더위가 넘쳐 몰려오니 1994년 6월이 생각난다. 그 달에 아이가 태어났다. 더위가 갈때까지 울었다. 아울러 쌍벽을 이루는 추위는 1991년 2월이다. 엄청난 추위로 온갖 탈것이 모두 얼어서 눈과 빙판길을 돌아돌아 새파란 얼굴의 하객들로 가득했던 어느 결혼일이었다. 그래서 나에게 추위와 더위는 이보다 더 나쁠 수 없기에 견딜만 하다. 

벌써 7월이다. 앞으로 7월을 몇번이나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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