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리랜드 5 - 셉템버와 심장을 향한 경주
캐서린 M. 밸런트 지음, 아나 후안 그림, 김승욱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영화 '불의 전차(Chariots Of Fire, 1981)'의 시작하는 장면. (동영상 출처: 유튜브)


 경주(競走). 도시 경주가 아닌, 달려 빠르기를 겨루는 경주. 그 경주라는 낱말에서 한 영화가 다가온다. 영화 '불의 전차(Chariots Of Fire, 1981)'가 다가와 품에 안긴다. 이 영화의 시작은 달리기다. 바닷가에서 달리는 젊은 남자들. 경주를 하기 위해 달린다. 그 안에 즐거워 보이는 이들이 있다. 열정의 달리기. 우정의 함께 달리기. 그리고, 갈등과 나약함을 넘어서는 감동의 달리기. 희망의 날개가 그들을 이런 즐거운 달리기로 안내한다. 보는 이들도 맑은 가락과 어울려, 즐거운 달리기에 하나가 된다. 그렇게 즐거운 달리기는 경주 안에서 빛나게 된다. 그리고 지금, 경주 안의 빛을 또 만나게 됐다.


 '"미안하지만, 셉템버, 넌 경주에 참가해야 해.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았나? 네가 참가하지 않으면 경주가 이루어지지 않을 거다. 넌 양위할 수 없다는 것 기억하지? 우리가 너한테서 페어리랜드를 빼앗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야. 넌 여왕이고, 왕관을 갖고 있다. 말은 경주지만, 사실 절반만 경주야. 나머지 절반은 사냥이지. 그리고 결국은 경주가 결투로 마감될 것 같군. 결투가 없는 경주는 거의 없으니까 말이야. 우리는 서로를 상대로 경주를 벌이는 거다. 페어리랜드의 심장을 찾아서. 그리고 가장 강한 자를 판가름할 결투를 할 거야. 우리의 사냥감은 너다. 너는 여우고, 우린 사냥개야."' -94쪽.


 '선수들은 온갖 종류의 탈것을 타고 어디든 질주할 수 있다. (……) 가장 빠른 자가 언제나 이기는 경주에 흥미를 잃었다. 그래서 이제 경주의 우승자는 누구보다 영리하고, 누구보다 운이 좋고, 누구보다 무모하고, 누구보다 변덕스러운 사람이다.' -111~112쪽.


 셉템버. 지금 페어리랜드의 왕관을 가진 여왕인 셉템버. 경주를 하게 됐다. 페어리랜드의 왕좌를 걸고. 페어리랜드의 심장을 찾아서. 험난한 경주를. 물론 벗도 있고, 적도 있다. 왕관의 선택으로 여왕이 됐지만, 도도새의 알 마법으로 옛 왕과 여왕이 부활하여 결국에는 그들과 경주를 하게 된 셉템버. 바다 요정 새터데이와 책을 좋아하는 비룡 엘, 깨물기가 특기인 전투 웜뱃 나팔총이 셉템버의 지음(知音)이다. 그들과 페어리랜드의 심장을 찾는 여행길에서 함께 빛나는 발자국을 남긴다. '위대한 대도서관'에서. '바다 밑'에서. '웜의 나라'에서. 빛나는 경주를 한다. 열정의 달리기를. 우정의 함께 달리기를. 갈등과 나약함을 넘어서는 감동의 달리기를. 과연 셉템버는 왕좌를 지킬 수 있을지.

 

 영화 '마스크(The Mask, 1994) 중에서.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심장 : (……) 생물의 몸에서 감정을 느끼고, 두려워하고, 뭔가를 원하고, 용기로 부풀어 오르는 부분. 중요한 것을 ‘문제의 핵심(heart)’이라고 한다. (……)" -151쪽.


 그런데, 이 경주의 결승선인 심장. 무엇일까. 또, 어디에 있을까. 영화 '마스크(The Mask, 1994)'에서 마스크를 쓴 남자가 아름다운 여인을 보고 깊이 간직한 힘찬 심장을 보여준다. 사랑을 느낀 남자가 용기로 고백하며 보이는 소중한 심장. 힘차게 움직인다. 이렇게 심장은 깊은 곳에서 우리를 힘차게 움직이게 하는 그 무엇이다. 책곰에게 물린 이후로 기억을 전부 잃어버린 세터데이. 쓰러진 새터데이를 셉템버는 일으키려 한다. 그리고 심장을 알게 된다.


 '"페어리랜드의 심장은 이야기야." (……) "자꾸만 자꾸만, 수없이 다른 방식으로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 이 이야기가 우리 모두를 계속 움직이게 해. 몸속을 도는 피처럼. 경주처럼. 사냥처럼. 심술궂은 더비처럼. 우리가 항상 심장을 만들고 있었던 거야. 바다 밑에서, 웜의 나라에셔, 위대한 대도서관에서. (……)"' -398쪽.


 영화 '마스크'에서 보이는 심장도 이야기다. 앞으로 나눌 사랑 이야기. 사랑을 위해 힘차게 움직이게 하는 이야기. 날마다 새롭고, 영원히 새로운 사랑 이야기. 날마다, 영원히 사랑을 향해 움직이게 한다. 영화 '불의 전차'에서도 '끝까지 달리게 하는 힘은 마음에 있다'고 한다. 이렇게 심장(마음)은 끝까지 달리게 하기도 한다. 셉템버도 심장을 향한 경주에서 끝까지 달리게 한 것은 결국 심장이다. 이야기인 심장.


 "'당신이 세상을 지배하는 게 아니에요. 당신이 지배하는 건 당신 자신뿐이에요. (……)"' -33쪽.


 심장을 향한 셉템버의 경주. 마침내, 빛나는 경주 안에서 벗들과 함께 심장을 찾은 셉템버. 이제 페어리랜드를 어떻게 새로워지게 할지 사뭇 궁금하다. 높다고 생각해 누르려는 사람에게 이런 말을 했던 셉템버. 세상을 지배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지배하는 것뿐이라는 말. 벗과 심장(이야기)의 소중함을 아는 셉템버는 힘을 함부로 쓰지 않으리라. 높지만 낮아질 줄도 아는 셉템버는 열정과 우정, 그리고 감동을 지닌 이야기를 이어 나가리라. 나는 그렇게 믿는다.


 어릴 적, 외할머니께서 들려 주시는 이야기를 좋아했다. 시골에서 듣는 외할머니의 구수한 이야기. 된장찌개를 먹으며. 툇마루에 앉아 바람을 맞으며. 따스하게 빛나는 이야기를 들었다. 몇 년 전, 외할머니께서는 하늘로 가셨지만, 그 이야기가 나를 지금까지 움직이게 하고 있다. 끊임없이. 새롭게. 이것이 이야기의 힘인 것 같다. 나도 이제 이야기를 들려 주고 싶다. 부모님께. 연인에게. 아이에게. 그렇게 이어진 인연들에게 영원히 새롭게 움직이게 하고 싶다.

  

 페어리랜드의 빛나는 이야기를. 그것도 마지막인 5권을 먼저 만났다. 솔직히 걱정이 앞섰다. 전 이야기를 읽지 않아도 괜찮을까 하는 걱정이. 그런데, 기우(杞憂)였다. 페어리랜드로 가는 상상의 날개를 나도 달 수 있었다. 찬란한 아침의 그 날개를. 셉템버와 그 친구들의 빛이 스며든 경주에 힘찬 응원을 할 수 있었다. 5권 안에서도 여러 얼굴들이 재미가 가득하고, 뜻깊게 그려지고 있기에 그럴 수 있었다. 그렇게 Never Ending Stroy가 되어 간다. 결코 끝나지 않는 이야기. 영원히 힘차게 살아 있는 이야기. 이제 나를 생기 있게 움직이게 하는 하나의 이야기다. 그리고 내가 곧 다른 이들을 움직이게 할 이야기다.   



 덧붙이는 말.


 2009 앙드레 노튼 상 수상, 2011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2011 퍼블리셔스 위클리 선정 최고의 어린이 소설, 2012 타임 매거진 선정 최고의 소설, 2012 미국 도서관협회 선정 도서, 2012 로커스 상 수상했다고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