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녹색 바람 네코마루 선배 시리즈
구라치 준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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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 'The Secret Society' 중에서.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게임 'The Secret Society' 중에서.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저는 숨은그림찾기를 좋아해요. 그래서 몇 년 전, 한동안 G5의 모바일 게임 'The Secret Society'를 했었어요. 아이패드로요. 제가 하고 있으면, 그때 유치원생이던 조카가 와서 보더라고요. 숨은그림찾기는 어린 조카도 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함께 했었지요. 제가 조카에게 이 숨은그림찾기 게임의 선배였어요. 그런데, 추리 소설에도 선배물이 있다고 하네요. 후배의 부끄러운 얼굴까지 알고 있는 선배. 저에게 조카는 후배이기도 했어요. 조카의 그 부끄러운 얼굴을 하나하나 다 알고 있거든요. , 추리 소설에는 일상 미스터리가 있다고 해요. 보통의 일상에서 뜻밖의 참된 얼굴을 찾는 미스터리라고 해요. 숨은그림찾기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보통의 그림 안에 숨은 뜻밖의 얼굴들을 찾는 놀이가 숨은그림찾기잖아요. 지금, 여기, 선배물이면서 일상 미스터리인 소설이 있어요. 제가 조카와 숨은그림찾기를 하는 느낌을 다시 찾아오게 하네요.

     

 '신이시여, 신이시여, 부탁드립니다.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지켜주세요. (......) 

 그리고, 그리고 그 사람을 지켜주세요.' -120.

      

 집안의 웃어른인 호조 효마. 부자인 그는 심령술에 깊이 들어갔어요. 죽은 아내, 하쓰에에 대한 죄책감으로 사과하고 싶어 하거든요. 영혼에게요. 그런데, 큰딸인 다키에는요. 그 영능력자에게 홀린 아버지를 말리려고, 초심리학 연구자를 불렀어요. 그래서 영매와 연구원이 맞서게 되지요. 그 소식을 들은 큰딸의 아들인 세이치가 본가에 오게 되고요. 세이치는 10년 전, 할아버지와 다투고 집을 나간 상태였거든요. 그런데, 세이치의 할아버지. 효마가 죽음을 맞이해요. 밀실에서요. 사건은 풀리지 않은 채, 효마가 죽기 전에 원했던 강령회를 열기로 해요. 그런데, 사건은 이어져요. 세이치의 사촌 여동생인 사에코에게 날카로운 발톱이 다가오는 거예요. 어릴 적, 사고로 부모를 잃고 몸이 불편한 사에코에게요. 그래서 세이치는 대학교 선배인 네코마루1를 부르지요. 이름 그대로 새끼 고양이를 쏙 빼닮은 동그란 눈을 가진 그를요. 도움을 받기 위해서요. 그렇게 평범한 일상이 비범한 일상이 되었지요. 그 안에서 새로운 희생자가 생기고요.

  

 '방약무인하고 신출귀몰하며 속 편한 남자. 한심하게도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리는 영원한 뜨내기. 깐깐한 시어머니처럼 성가시게 굴지만 동글동글한 그 얼굴을 보면 도무지 미워할 수가 없다. 그게 바로 네코마루 선배다.' -다쓰미 마사아키(巽昌章. 미스터리 비평가, 변호사)의 작품 해설 중에서2.

  

 세이치와 그의 사촌 여동생인 사에코의 눈길로 '지나가는 녹색 바람'의 이야기가 그려져요. 수수께끼 풀이는 세이치의 선배인 네코마루가 했어요. '선배를 탐정으로 삼는 본질적인 요소를 한마디로 말하자면, 선배만은 알고 있는 민망한 기억이다. 네코마루 선배야말로 그런 난감한 존재의 대명사다(다쓰미 마사아키'의 작품 해설 중에서)라고 해요. 세이치의 부끄러운 얼굴을 아는 선배 네코마루. 보통의 일상에서 뜻밖의 참된 얼굴을 찾아내요. 일상 미스터리는 '얼핏 보기에 평범하고 사소한 일상 풍경에서 의표를 찌르는 진상을 밝혀내는 것이 특징이다(다쓰미 마사아키의 작품 해설 중에서)'라고 하네요. , '일상이라는 것의 불안정함과 불확실함을 되풀이해 이야기하고 있다(다쓰미 마사아키의 작품 해설 중에서)고 하고요. 이 이야기는 그에 완전히 부합해요. 불교에서 '제행무상(諸行無常)3'이라고 하듯이 일상은 늘 돌고 변하여 한 모양으로 머물러 있지 않지요. 그렇기에 불안정하고, 불확실해요. 그래서 일상의 묶음인 인생은 보통의 그림 안에 숨은 뜻밖의 얼굴들을 찾는 놀이인 숨은그림찾기 같아요. 부끄러운 얼굴을 아는 선배 같은 이들과 함께 하는 숨은그림찾기지요. 그렇게 살며, 온몸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기도 하고요.

   

 '"인내와 너그러운 용서예요." 

 (......) 

 바람이 불고. 

 그리고 바람은 물든다. 

 지나가는 녹색 바람은 나와 그 사람의 새로운 색으로 물들어간다 

 잠시 이렇게 바람에 몸을 맡기고 있자. 그게 어떤 색깔인지는 모르지만.' -509.

     

 선배 같은 이들과 함께 숨은그림찾기 같은 인생을 살면서요. 거기에 지나가는 바람을 새로운 색으로 물들게 하는 사랑도 하겠지요. 연인과요. 사랑의 여행에서 인내와 너그러운 용서도 하면서요. 인생은 그런 거예요.

     

 

 덧붙이는 말.

 

 작가인 구라치 준은 등장한 지 20여 년이 훌쩍 넘은 중견작가이지만 작품 수는 열 편 남짓, 과작인 편이라고 해요.

 '지나가는 녹색 바람'은 일본에서 1995년에 나온 작품이라고 하네요. '네코마루 선배 이야기'의 첫 장편소설이고요.

 

 


 

  1. 일본어로 네코는 고양이, 마루는 동그라미라는 뜻이라고 해요.
  2. http://blog.naver.com/sigongbook/221146634888
  3. <불교> 우주의 모든 사물은 늘 돌고 변하여 한 모양으로 머물러 있지 아니한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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