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을 먹는 나무
프랜시스 하딩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사진 출처: 알에이치코리아)

 

 책의 이름을 소곤거렸어요. '거짓말을 먹는 나무'라고요. 그랬더니, 세 개의 이름이 저를 스쳤어요. 우선, 피노키오였지요. 거짓말을 하면, 코가 자라는 피노키오. 그리고 거짓의 반대 진실. 그 진실의 거울이 생각났어요.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라는 말을 자주 듣는 거울.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에서 왕비가 갖고 있는 거울이지요. 마지막으로 나무 숭배였어요. 특별한 힘을 가진 나무. 그런 나무를 숭배하는 사람들. 이 세 개의 이름이 저에게 먼저 다가왔지요. 그 세 이름도 소곤거리며, 책과 대화를 시작했어요.


 '그 나무는 덩굴식물처럼 생겼지만, 아주 놀라운 특성을 지닌 감귤류 같은 열매가 맺힌다고 했다. 그 나무는 어두운 곳이나 빛을 가린 곳에서 잘 자라며, 거짓말을 먹일 때만 꽃이 피거나 열매가 맺힌다고 했다.
 나는 그 이야기를 순전히 허구라고 생각하고 묵살했지만 헥터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서 놀랐다. 내가 어떻게 식물에게 거짓말을 ‘먹일 수’ 있냐고 묻자 그는 나무에 대고 거짓말을 속삭이고 나서 그 거짓말을 널리 퍼뜨리면 된다고 했다. 그 거짓말의 중요성이 클수록, 그 거짓말을 믿는 사람들이 더 많을수록, 큰 열매가 맺힌다고 했다.
 그 열매를 먹는 사람은 가장 비밀스러운 지식, 그 사람이 가장 알고 싶어 하는 지식을 알게 된다고 했다.' -223~224쪽.


 19세기 영국의 빅토리아 시대. 페이스 선더리라는 14세 소녀가 있어요. 아버지를 존경해요. 소녀의 아버지, 에라스무스 선더리과학자이자 목사지요. 다윈의 '종의 기원'이 세상에 나와 혼란스러운 때, 네피림(구약성서에 등장하는 거인 종족) 화석을 보이며 이름을 널리 알려요. 그렇지만, 조작으로 밝혀지고, 가족들과 도피하지요. 베일이라는 섬으로요. 그곳에서 냉대를 받아요. 그런데, 에라스무스 선더리가 죽음을 맞이해요. 이해할 수 없는 죽음을요. 자살이라고 하지만, 페이스는 아니라고 생각하지요.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히려는 페이스. 아버지의 유품을 살펴보다가 어느 기록을 찾아요. 그것은 거짓말 나무에 대한 기록이에요. 그리고 14세 소녀, 페이스는 거짓말 나무를 만나지요.  


 '"잘 들어, 페이스. 여자는 남자처럼 용감하거나, 똑똑하거나, 숙련된 기술을 가질 수 없어. 그러니 착하지 않으면 아무 짝에도 쓸모없단 말이다. 내 말 이해하겠니?"' -145쪽.


'"여긴 전쟁터야, 페이스! 남자들만 전쟁에 나가는 것이 아니라 여자도 마찬가지야. 세상은 우리에게 무기도 주지 않고 싸우는 모습을 보여서도 안 된다고 하지. 하지만 우리는 싸우지 않으면 이대로 죽게 될 거야."'-434쪽.


 당시는 종교의 시대였고, 남성의 시대였어요. 물론, 과학과 여성이 서서히 눈을 뜨는 시대였고요. 네피림 화석이라는 거짓말로 종교의 진실을 알고 싶었던 과학자이자 목사가 있었지요. 종교의 시대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에라스무스였지요. 그리고 소녀의 아버지, 에라스무스는 그 시대 남성의 말을 소녀에게 고요. 소녀의 어머니, 머틀은 다가올 시대 여성의 말을 소녀에게 요. 시대를 뛰어넘어 말하지요. 그리고 소녀, 페이스는 말하고, 들으며, 자라고요. 한 여성으로 훌륭히 자라게 되지요.  


 '거짓말 나무'와 대화를 마치며, 다시 세 개의 이름을 소곤거려요. 피노키오, 진실의 거울, 나무 숭배. 거짓말을 하면 코가 자라는 피노키오. 이렇게 거짓말은 놀라게 하지요. 결국에는 용감함과 진실함을 나타내고 소년이 돼요. '거짓말을 먹는 나무'에서 페이스도 거짓말로 혼란을 일으키지만, 용감함과 진실함을 나타내고 훌륭한 여성이 되지요.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에서 진실의 거울. 진실을 말해서 왕비의 질투를 받게 되고, 어려움에 처하지요. 때로는 진실이 아픔이 되기도 해요. 진실은 다루기 어려운 거예요. '거짓말을 먹는 나무'의 페이스도 진실이 아픔이 되기 하지요. 역시, 거짓말로 받은 진실은 더 다루기 어려워요. 그리고 나무 숭배. 우리에게도 단군 신화의 신단수가 있지요. 하늘과 땅을 잇는 나무. 하늘의 뜻을 이어주는 나무지요. '거짓말을 먹는 나무'도 진실을 알려주는 나무예요. 비록 거짓말을 먹어야 하지만요. 이 세 이름. 피노키오, 진실의 거울, 나무 숭배가 '거짓말을 먹는 나무'에 담겨 있어요. 하나를 위해서지요. 바로, 여성이에요.


"수많은 젊은 여성들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안겨줄 희대의 걸작!" -코스타상 심사평


 역사, 미스터리, 판타지. 이 '거짓말을 먹는 나무'가 가진 또 다른 세 이름이에요. 그 이름들 역시 하나의 이름으로 모아져요. 그 이름은 여성이지요. 여성을 위한 이 소설. 여러 상을 받았다고 해요. 가장 큰 상은 '코스타상'이라고 하고요. 정말 이런 큰 상을 받을 만큼 좋아요. 부정적인 시대에 긍정적인 힘을 줄 여성 이야기! 정말 걸작이에요. 수많은 찬사를 받을 자격이 있지요. 글체, 글의 흐름, 글의 뜻. 모두 좋아요. 이제, '거짓말을 먹는 나무'를 기억하며, 또 소곤거리려고 해요. 하나의 이름을요. '여성'이라는 이름을 작지만, 힘차게 소곤거려요. 그렇게 오래 기억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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