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사 크리스티 완전 공략
시모쓰키 아오이 지음, 김은모 옮김 / 한겨레출판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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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국 할머니는요. 추리소설의 여왕님이세요. 그 여왕님의 성함은 '애거사 크리스티'시지요. 영국 할머니시지만, 여름에 한옥 대청에서 시원한 수박을 주실 것 같은 할머니. 그리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실 것 같은 할머니. 손주 같은 저에게 따뜻한 눈길과 손길을 주실 것 같은 할머니시지요. 애거사 크리스티 할머니의 이야기들! 하나하나 떠올려 보네요.  

 그런데, 제가 만난 크리스티 할머니의 이야기는 부끄럽게도 많지 않네요. 기억해 보니,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ABC 살인 사건', '오리엔트 특급 살인',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열세 가지 수수께끼' 정도예요. 물론, 이 이야기들만으로도 추리소설 여왕님의 힘을 알 수 있지만요. 그야말로, 크리스티 할머니 이야기의 수많은 별들 가운데 한쪽이에요.


 '고전 추리소설의 거장으로 크리스티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엘러리 퀸이나 존 딕슨 카와 달리 크리스티를 계승하는 작가가 별로 눈에 띄지 않는 까닭은 '크리스티류 추리소설 작법'을 간단히 설명할 수가 없는 탓이리라. 『백주의 악마』와 『다섯 마리 아기 돼지』 등에서 볼 수 있는, 트릭이라는 이름으로 추출하면 별것 아닌 장치를 정밀하고 교묘한 미스디렉션의 그물과 인간관계 속에 배치함으로써 독자를 속여 넘기는 크리스티의 독자적인 방식 말이다.' -애거사 크리스티 완전 공략, '열세 가지 수수께끼' 중에서. (289쪽)


 크리스티 할머니 이야기의 모든 별을 본 사람이 있네요. 일본의 추리소설 평론가인 시모쓰키 아오이가 크리스티 할머니의 이야기를 안내하는 글들을 썼어요. 크리스티 할머니 이야기의 모든 별은 장편, 단편, 희곡, 자서전, 설정노트 등 무려 99권이나 됐다고 하네요. 대단해요. 저는 제가 읽었던 '열세 가지 수수께기'를 그는 어떻게 읽었는지 궁금했어요. 우선, 별이 세 개네요. 다섯 개 중에서요. 읽어서 손해는 없다는 뜻이래요. 그런데, 후반부 일곱 작품은 훌륭하다고 해요. 크리스티다움이 뚜렷한 작품이라고 말하네요. 즉, '트릭이라는 이름으로 추출하면 별것 아닌 장치를 정밀하고 교묘한 미스디렉션의 그물과 인간관계 속에 배치함으로써 독자를 속여 넘기는 크리스티의 독자적인 방식'이 녹아 있다고 해요.

 

 

 "난 인간의 본성을 알아요. 시골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살다 보면 인간의 본성을 모르려야 모를 수 없지요."

-애거사 크리스티의 '열세 가지 수수께끼' 중에서


 인간의 본성을 알고, 그것을 풍부하게 이야기 안에 담았던 크리스티 할머니. 이 책은 그런 추리소설의 여왕님이신 크리스티 할머니께로 다가가는 길라잡이예요. 크리스티 할머니 이야기의 별들을 잘 그리고 있어요. 각 작품에 별점과 짧게 줄거리를 담고 있고요. 또, 시모쓰키 아오이의 평이 깔끔하게 있어요. 물론, 줄거리가 짧게 언급되기에 아직 읽지 않은 작품은 그의 평을 제대로 알기 어려울 수도 있겠네요. 그렇지만, 이 책의 빛이 크리스티 할머니의 별빛으로 눈부시게 이어진다는 걸 누구나 느낄 수 있지요. 또, 저처럼 크리스티 할머니를 여왕님으로 모시고 있는 사람들! 그들에게는 더욱 더 이 책의 한 글자, 한 글자가 매우 소중할 거예요. 크리스티 할머니께서 손주 같은 우리에게 보내는 따스한 눈길과 손길을 함께 이야기할 수 있으니까요.

 우리에게 추리소설의 여왕님께 가는 길을 안내하며, 길벗들과 함께 이야기 할 수도 있는 책! 그렇게 크리스티 할머니께 감탄하며, 여왕님께 경배하게 하는 책이에요. 

 

 

덧붙이는 말.

 

 애거사 크리스티 할머니의 '오리엔트 특급 살인'이 영화화되었던 '오리엔트 특급 살인(Murder on the Orient Express, 1974)이 있어요. 그런데요. 올해 '오리엔트 특급 살인(Murder on the Orient Express, 2017)이 다시 만들어진다고 해요.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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