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습관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 - 죽어야 고치는 습관, 살아서 바꾸자!
사사키 후미오 지음, 드로잉메리 그림, 정지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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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교에서 들은 강의가 어렴풋이 생각났다. 1학년 교양 과목으로 기억한다. 노(老)교수님은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열심히 설명하시고 계셨다. 지난 시간에 이어 말씀하시는데, 도대체 무슨 뜻인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머릿속이 하얀 세상이 되는 경험이었다. 수강하던 많은 학생들이 나와 같은 경험을 하고 있었는지 강의실은 가라앉고 있었다. 그 사실을 직감하신 노(老)교수님. 칸트의 일화(逸話)를 구원 투수처럼 등판시키셨다. 칸트의 산책 이야기였다. 칸트는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길로 산책을 했다고 한다. 정확한 칸트.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칸트를 보고 시계의 시간을 맞췄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자기 관리의 화신인 칸트가 산책을 안 한 날이 있다고 한다.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찾아보니, 단 두 번1. 한 번은 루소의 '에밀'을 읽다가. 다른 한 번은 프랑스 혁명을 실은 신문 때문에. 다행히 이 칸트의 산책 이야기가 많은 학생들의 머릿속 하얀 세상을 다시 알록달록한 세상으로 채워 주었다. 칸트의 생활 규칙 습관화에 놀라며. 이 사건을 떠오르게 한 책이 있다. 습관에 관한 책이다.


  '《습관의 힘》의 저자 찰스 두히그에 따르면 습관은 다음 3가지 요소로 성립된다. 첫 번째는 신호다. (……) 두 번째는 반복행동이다. (……) 세 번째는 보상이다.' -68~69쪽.  


 새해가 되면, 많은 이들이 다짐을 한다. 나도 그렇고. 그런데, 대부분 작심삼일이다. 아무래도 습관화가 문제이리라. 어떻게 습관화를 해야 할까. 습관의 3요소가 있다고 한다. 신호, 반복행동, 보상. 이 세 가지 요소로 좋은 습관을 성립시켜야 하겠다.


 '덧셈의 재능과 곱셈의 재능이 있다. 같은 경험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덧셈만으로 쌓아 올리는 사람이 있고, 곱셈으로 재빨리 결과에 도달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이 차이가 ‘센스’다. 내가 생각하는 센스와 재능의 차이는 다음과 같다.
 • 센스 : 습득하는 속도
 • 재능 : 지속해서 습득한 기술과 능력
 가령 어학을 바로 습득하는 사람에게는 센스가 있다고 말한다. 센스가 있으면 들인 노력에 비해 성장하는 속도가 빠르다. 그러나 센스가 없어도 포기하지 않고 지속해가면 덧셈으로도 언젠가 같은 기술과 능력, 즉 재능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277~278쪽.


 이 글을 본 순간, 이솝 우화인 '토끼와 거북이'이야기가 생각났다.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서 잠을 잔 토끼는 지고, 꾸준한 거북이가 이긴 이야기. 덧셈의 재능을 가진 거북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이야기. 이 책과 일맥상통한다.  


 "중요한 것은 재능이 아니라 지속이다." -9쪽.


 지은이가 '시작하며'에서 작가 사카구치 교헤이가 한 말이라고 한다. 이 책의 중심 생각이기도 하다.


 '• '재능'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노력'을 거듭한 끝에 만들어지는 것이다.

 • '노력'은 '습관'이 생기면 지속할 수 있다.

 • '습관'을 만드는 방법은 배울 수 있다.' -10쪽.  


 지은이가 '시작하며'에서 이 책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이 책은 이 세 가지 줄기에 달린 가지로 이루어져 있고. 지은이가 좋지 않은 습관을 버리고 좋은 습관을 만든 50가지 기술도 하나의 가지다.

 

 영화 '사랑의 블랙홀'.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사랑의 블랙홀(Groundhog Day, 1993)'이라는 영화가 있다. 반복되는 하루에 갇힌 남자. 그 남자가 피아노를 훌륭히 연주하게 된다. 피아노 연주의 기초도 모르던 이 남자. 라흐마니노프의 곡을 연주하는 것이다.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 제18변주'라는 어려운 곡을2. 최소 10년은 배워야 한다고 하는 그 곡을. 반복되는 시간 안에서 배웠다. 습관이 되어. 놀라웠다.

 우리 속담에도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하지 않던가.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반복적으로 행하는 것에 따라 판명되는 존재다. 탁월함은 단일행동이 아니라 바로 습관에서 온다'고 했고, 파스칼은 '습관은 제2의 천성으로 제1의 천성을 파괴한다'고 했다. 서경에는 '습여성성(習與性成)'이라는 성어가 실려 있다. '습관이 오래되면 마침내 천성이 된다'는 뜻이다. 또, 논어에는 성상근야 습상원야(性相近也 習相遠也)라는 말이 있다. 즉, '사람의 본성은 서로 비슷하나 습관에 의해 멀어진다'라는 말이다. 모두 습관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나도 좋지 않은 습관은 버리고, 좋은 습관은 길러야겠다. 우선, 운동, 독서, 언어. 이 세 가지에서 좋은 습관을 들이고 싶다. 칸트처럼 꾸준한 산책. 김득신처럼 꾸준한 독서3. 아나운서처럼 꾸준한 바른 언어 생활. 거기에 미루는 습관은 버리고 싶다. 그리고 좋은 습관을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아야 하겠다. 그렇게 확인 행위의 습관화까지. 좋은 생활 규칙을 습관화해야겠다.
 지은이는 미니멀리스트라 한다. 전작인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에서 미니멀리즘을 설파했다고 한다. 나는 책을 모으는 사람이기에 책에 관해서는 절대 미니멀리스트가 될 수는 없으리라. 그래도 그의 생각에는 고개를 끄덕인다. 책과의 헤어짐이 적어도 그 정리의 필요성은 알기에. 이 책에서 자신의 행위에 반성을 하고, 고치며, 좋은 습관을 만들라는 지은이. 그 얼굴에서 자신의 물건을 정리하고, 간소화하는 미니멀리즘의 얼굴도 겹쳐 보였다. 그렇게 간소한 생활과 좋은 습관화된 생활은 서로 닮았나 보다.   





 덧붙이는 말.


 초판 1쇄 기준으로 오타가 있다. 78쪽의 '육제적인'을 '육체적인'으로, 203쪽의 '그의'를 '그는'으로 고쳐야 한다. 또 띄어쓰기 오류가 있다. 299쪽의 '인류는그'를 '인류는 그'로 고쳐야 한다.  

 

 

      


 

  1. 나무위키의 '이마누엘 칸트' 항목 참조. ( https://namu.wiki/w/%EC%9D%B4%EB%A7%88%EB%88%84%EC%97%98%20%EC%B9%B8%ED%8A%B8 )
  2. 나무위키의 '사랑의 블랙홀' 항목 참조. ( https://namu.wiki/w/%EC%82%AC%EB%9E%91%EC%9D%98%20%EB%B8%94%EB%9E%99%ED%99%80 )
  3. 이기환, [이기환의 흔적의 역사]‘세종이냐 김득신이냐’ 조선 최고의 독서왕 대결', 경향신문, 2018. 09. 06.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90609390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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