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게 (양장) - 기시미 이치로의 다시 살아갈 용기에 대하여
기시미 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10월
평점 :
품절


 

 꺾인 상병, 꺾인 병장이라는 말이 있다. 군대 은어다. 군 장병들이 통상 특정 계급 복무기간의 절반을 넘겼을 때 꺾인다는 말을 쓴다. 그런데, 인생에서 꺾이는 때는 언제일까. 지금 우리나라의 평균 수명이 80세 남짓이니, 마흔을 그때로 볼 수 있으리라. 중년의 시작이라 볼 수 있는 마흔. 공자께서 불혹이라 하신 마흔. 그 마흔에게 부드럽고, 따뜻한 말을 건네는 이가 있다. 그는 기시미 이치로다.


 '젊었을 때와 달리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없게 되는 현실을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오스트리아의 정신의학자 알프레드 아들러는 말합니다.

 "무엇이 주어졌느냐가 아니라 주어진 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 -'한국어판 서문' 중에서. (8쪽)


 '일본의 철학자인 미키 기요시는 『인생론 노트』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행복은 존재와 관련되어 있지만 성공은 과정과 관련돼 있다." -'한국어판 서문' 중에서. (7쪽)


 '"자신에 대한 가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지금, 여기' 있는 나를 좋아한다." -'8장 내가 가치 있다고 생각할 때' 중에서. (190쪽)  


 십이 년 전 새벽 네 시경, 기시미 이치로는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갔다고 한다. 당시 그는 오십이었다고. 심근경색. 열 명에 두 명은 죽게 되는 병이라고 들었던 그. 큰 수술과 재활로 건강을 되찾은 그. 이제, 다시 살아갈 용기를 말한다. 이어서, 어머니를 간병하며, 아버지를 간병하며, 얻은 깨달음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자신은 한국어 공부와 여러 책을 낸 그. 병상에서 독일어를 공부하시고 싶다던 어머니. 인지증을 앓으신 아버지. 자신과 부모님 두 분으로부터 '있는 그대로', '지금, 여기'를 배운 그. 인생은 마라톤이 아니라 춤이라 말하는 그. 이제, 주어진 것을 어떻게 활용할지 아는 그.

 

 해인사 법보전.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원각도량하처(圓覺道場何處) 현금생사즉시(現今生死卽是)


 해인사 장경각의 법보전에는 이런 주련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원각도량하처, 원각도량이 어느 곳인가, 원만하게 깨달은 부처님이 계신 도량이 어딘가 하는 물음이라고 한다. 다른 하나는 현금생사즉시, 오늘 이 자리가 바로 그 자리라는 뜻이라고 한다. 삶과 죽음이 있는 오늘 이 자리.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 떠오른다. 이 현금생사즉시는 기시미 이치로가 말하는 '지금, 여기'와 일맥상통이다. '있는 그대로'는 '본래성불(本來成佛)'과 일맥상통이고. 밖의 크고 작음, 많고 적음, 길고 짧음, 높고 낮음에서 벗어나 안의 '있는 그대로'를 밝게 보아야 한다. 또, '본래성불'이지만, '있는 그대로'이지만 가려진 그것을 드러내기 위해 '지금, 여기'를 힘차게 살아야 하는 것이다. '지금, 여기'를 오롯이 살면서 닦아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날마다 온전히 새로워지며 빛을 내게 되고.


 '이 책이 젊은 사람에게는 나이 드는 것에 대한 기대를, 지금 노년을 보내는 사람에게는 젊을 때와는 다른 기쁨을 느끼며 사는 용기를 줄 수 있다면 기쁘겠습니다.' -'작가 후기'중에서. (254쪽)


 이 책의 작은 이름은 '기시미 이치로의 다시 살아갈 용기에 대하여'다. 노년의 바로 아래, 중년. 중년의 위기라는 위기가 찾아오기 쉬운 때다. 게다가 노년에 대한 두려움. 가장 크리라. 그런데, 이 책은 그 두려움을 멀리하게 하고, 기대를 준다. 거기에 더해 다시 살아갈 용기를 준다. 저자는 이 책이 '젊은 사람에게 기대를', '노년을 보내는 사람에게는 용기를' 줄 수 있으리라고 말한다. 그런데, 중년에게는 기대와 용기를 함께 줄 수 있게 하는 책이다. 인생에서 꺾이는 때인 마흔. 중년의 시작. 그 마흔에게 알맞은 부드럽고, 따뜻한 손길을 준다. '있는 그대로', '지금, 여기'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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