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육아의 사회학 - 스스로 ‘정상, 평균, 보통’이라 여기는 대한민국 부모에게 던지는 불편한 메시지
오찬호 지음 / 휴머니스트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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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주 전, 아버지 지인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아버지와 함께. 그런데, 신랑, 신부는 지각 결혼을 하는 듯했다. 그런 늦은 결혼을 하는 사연이야 구구절절하리라. 비혼(非婚)을 생각하는 사람도 많은 요즘. 결혼은 예전보다 더욱 큰 결심이 있어야 했을 것이리라. 우리 부모님의 소원 가운데 하나도 나의 결혼이다. 몇 달 전에 하늘로 가신 작은 외할아버지께서 나에게 남기신 유언도 결혼이니. 나도 결혼하고 싶다. 그런데, 지금.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이 없다. 또, 내가 다가가도 반기지 않는다. 며칠 전, 어렵게 용기를 내어 한 고백도 대답은 거절이었으니. 결혼하는 이가 부럽다. 내가 어쩌다가 이렇게 됐는지. 그들은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기에 이렇게 됐는지. 그것이 알고 싶어, 한 권의 책을 손에 든다. 그 책에 담긴 시선을 바라보기 위해.


 '첫째, 존재를 미약하게 만드는 경제적 사정이고 둘째, 면역이 없기에 버티기가 힘들다고 판단한 인간관계의 문제, 마지막은 지금껏 배운 것이 너무나도 무용함을 인정해야 하는 빌어먹을 성 불평등의 세상이다. 이를 감수할 각오가 있어야 기혼자가 된다.' -28쪽.


 '일루즈는 이처럼 "시장에서 남성과 여성은 신분, 소유, 교양, 특히 미모와 매력 따위의 다양한 차원에서 무한 경쟁을" 벌이기에 "만성적 불안"이 사라지지 않음을 경고했다.' -46쪽.


 공감한다. 철저히 공감한다. 이제는 많은 이에게 결혼이 공포로 다가오기도 하는 세상이다. 나도 무한 경쟁에서 만성적 불안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이런 경쟁에서 낙오자였는지.


 그리고 육아도 이야기 한다. 몇 가지를 보면, '가장 악질적으로 '남용'되는 말, 모성'을 말하고, '소비하는 부모의 탄생'을 이야기한다. 또, '모든 책임은 부모에게 있다는 육아서'의 잘못을 이야기하고, '유용한 사교육의 유해성'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자녀보호와 자녀소유'의 다름도 이야기한다.


 나는 솔직히 육아는 잘 모른다. 여동생의 첫째 딸이자 나의 첫째 조카를 어머니께서 돌봐 주셔서, 곁에서 잠깐 봤을 뿐이다. 그것도 초등학교 1학년 때까지. 그래도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였다.


 '나부터가 문제인데 그럼에도 글을 쓰는 이유는 나처럼 많은 사람이 '육아조차 경쟁하는' 걸 가능케 하는 이 부모라는 갑옷에 답답함을 느낄 거라는 확신 때문이다. (......) 문제는 옳은 방향임을 자임하는 사람들의 훈계가 너무 많아서 헷갈린다는 거다. 이때 고정관념을 깨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학은 큰 도움이 된다. 사회학이 제공하는 비판적 시선은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는 '원래 그런 것'이 일으키는 부작용을 발견하게 한다. 어떤 방향이 틀렸는지 알아낸다면 우리는 옳은 방향을 찾을 가능성을 조금씩 높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는 이런저런 비법이란 게 등장하지 않는다. 자연스러운 일상의 문제점을 짚어내는 것도 분명 시민의 의무이고, 이는 곧 부모로서의 성장 아니겠는가.' -11~12쪽.


 열한 살 딸과 여섯 살 아들의 아빠라는 지은이. 사회학자라고 한다. 비판적 시선을 가진 자라고. 그의 날카롭고 바른 시선을 나도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리고 덕분에 나름 바른 눈으로 결혼과 육아를 바라보게 되었다고 자임한다.

 

드라마 '백일의 낭군님' 기획 의도 중에서. (사진 출처: 백일의 낭군님 홈페이지)


 우연히, 며칠 전, TV를 보다가 드라마 '백일의 낭군님'의 재방송을 잠깐 보게 되었다. 사극이었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이런 기획 의도도 보게 되었고. 원녀와 광부라. 나도 그 가운데 하나인가. 아무튼 참신했다. 백일이라도 부부가 되는 게 부부가 안 된 나보다 낫다고 여겨지기도 했고. 게다가 요즘 '구운몽'을 읽고 있는데, 양소유는 부귀영화뿐만 아니라 여기저기에 여덟 인연이나 있고. 아, 나의 인연은 어디에 있나. 옛 중국의 사마상여가 탁문군에게 봉구황을 들려주었듯이, 나의 뜻도 들려주어야 하는데. 나의 인연은 보이지를 않네. 월하노인은 도대체 무얼 하고 계신지. 어서 월하노인께서 실을 이으셔야 나중에 삼신할머니도 찾아오실 텐데. 그리고 결혼도, 육아도 경쟁인 이 세상. 날카롭고, 바른 시선을 가진 이 이야기를 함께 할 텐데. 눈을 맞추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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