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를 부탁해>가 200만부 돌파라는 위엄을 달성했단다. 2011년 맨 아시아 문학상 수상을 비롯해 무려 31개국에 판권이 팔리는 듯 해외에서도 연일 호평 소식이 들려온다. 200만부라는게 어느 정도인지 실감 조차 할 수 없을만큼 대단한 수치임엔 틀림없다. 지난 주 늦은 오후, 홍대의 한 공연장에서 <엄마를 부탁해> 200만부 돌파기념 낭독 콘서트가 열렸다. 특별히 이 자리엔 소설 원작 동명의 연극에 출연한 손숙 님과 허수경 님이 함께 자리를 빛내주셨다. 어반자카파와 이아립씨의 음악도 들을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 자리에 초대해주신 알라딘에 감사드리고. 아마도 북콘서트 방송을 통해 볼 수도 있겠지만, 낭독 콘서트 때 나누었던 좋은 이야기들을 여기 옮겨볼까 한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유쾌했었던 자리였다.

김부긍 : 북 콘서트 가족 분들께 다시 한 번 인사부탁드립니다.
손 숙 : 안녕하십니까. 연극배우 손숙입니다. 반갑습니다.
허수경 : 안녕하세요. 저는 허수경이구요. 배우로 소개되는게 정말 낯설고 어색합니다. 연극 딱 두 번 해봤구요. 두 작품 중에 역작이라고 할 수 있는 <엄마를 부탁해>를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인 방송인 허수경입니다.
김부긍 : 반갑습니다. 연극에서 어떤 역할을 맡으셨는지 다시 한 번 직접 소개를 듣고 싶은데요.
손 숙 : 네. 뭐 보나마나 저는 엄마구요. 우리 허수경씨는 큰 딸. 화자죠. 그러니까 여기서.
허수경 : 말하자면 엄마 잃어버린. 바보같은 딸이구요. 애처로운 딸.
김부긍 : 연극은 또 소설과는 다른 맛이 있잖아요. 연극을 다시 한 번 소개해주세요.
손 숙 : 장르가 다르니까 아무래도 다르죠. 근데 책으로 읽으신 분들은 모두 상상을 했던 장면들이나 인물이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유명한 작품일 수록 작품을 연극화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더라구요. 하지만 또 장르가 다르니까 연극과 소설은 다르지만 같은 거. 그런게 아닐까.
김부긍 : 손숙 선생님 같은 경우는 EBS 라디오 드라마에서도 엄마 역할, 해설. 그렇게 1인 2역을 맡으신 적도 있으시잖아요. 정말 수없이 많은 엄마 역할을 맡으셨는데 매체에 따라서 느낌이 다르실 것 같아요. 어떠신가요?
손 숙 : 저도 지금 라디오를 하고 있고 허수경씨도 하고 있지만은, 라디오 매체 특색 중 하나가 저는 라디오 드라마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라디오 드라마가 완전히 없어져 버렸거든요. EBS에서 그런 낭송 프로를 만든다고 해서 저는 굉장히 반가웠고, 첫 작품으로 <엄마를 부탁해>를 한다고 해서 참여를 했었는데, 장르마다 다르니까 뭐가 더 낫다 이렇게는 말할 수 없고요. 제가 해설도 하고 엄마 역할도 했는데 굉장히 즐거운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 낭송 프로가 좀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김부긍 : <엄마를 부탁해> 이 책은 사실 연극, 뮤지컬로도 다양한 장르를 통해서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잖아요. 이렇게 사랑받는 이유 있잖아요.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허수경 : 어머니 이야기가 처음 신선하고 새롭게 나온 건 아니잖아요. 누구나 다 알고 있고, 직접이든 간접이든 누구나 경험했던 바고. 사실 흔한 이야기 일 수 있는데, 이게 왜 이렇게 폭발적이고 감동을 불러일으켰는지를 생각해보면, 첫째는 어머니라는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어떤 정서가 있잖아요. 그 정서를 그동안은 잘 정리되지 않은 채 마음 속에 가지고 있었다면 그것을 정리된 형태로 마주볼 수 있었기 때문에 부지불식 간에 아지랑이 같은 거야, 라고 생각했다가 선명하게 보는 느낌. 그게 참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보고요. 저는 참 이 <엄마를 부탁해>라는 책이 하나의 박물관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쩌면 세월이 조금 더 지나면 이런 어머니는 박물관에 가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아마 간직하고 싶은 향수같은, 곧 정말로 잃어버릴 것 같은 우리 어머니 상을 손으로 잡은 듯한 느낌. 그래서 아마 많은 분들이 감동을 하셨고. 저는 연극하고 전혀 상관이 없었을 때, 처음 책으로 먼저 봤었거든요. 그때는 글자 하나를 다 읽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못 읽겠더라구요. 특히 '너'라고 했기 때문에 누가 자꾸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너'하고 짚는 것 같아서 그때는 그냥 이런 내용이야, 라고 알았다가 연극을 하게 되면서 외면하지 못하고 다시 아주 정확하게 한 문장 한 문장 읽었는데, 그렇게 들키고 볼 수 밖에 없는. 그런 자식의 입장에서 보다 그동안에 가졌던 어머니에 대한 느낌이 뭉클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김부긍 : 정말 허수경씨 말씀에 많은 공감을 하게 되는데요. 허수경씨, <엄마를 부탁해> 연극에 출연하게 된 게 손숙 선생님의 권유가 있으셨다면서요?
허수경 : 사실은 요. 저희가 모녀지간이거든요. 그런데 이 얘기를 몇 번 했더니, 저희 어머니가 진짜로 손숙 선생님인 줄 아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제가 수양 딸이에요. 어머니에게 수양 딸이 여럿 있는데 제가 둘째 쯤 되는데요. 근데 저는 진짜 엄마한테도 소설 속의 장녀와 거의 유사하고요. 어느 순간 느꼈어요. 아, 내가 우리 엄마 뿐만 아니라, 우리 숙이 엄마도 어쩌면 잃어버릴 지 모르겠다. 제가 딸 노릇 잘 못하거든요. 아쉬울 때만 찾고. 그래서 우리 숙이 엄마가 우리가 그런 관계이기도 하니까 같이 해보면 어떨까, 이렇게 권유를 해주셨어요. 그런데 많이 망설였고요. 나중에는 덥석할 게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됬죠.

김부긍 : 책으로도 읽으시고 연극으로 장녀 역할을 맡으시면서 많은 부분, 공감을 하셨을 거 같아요.
허수경 : 그럼요. 전 연기가 아니었다니까요.
손 숙 : 장면 마다 울어대 가지고요. 굉장히 힘들었어요 사실은. 관객도 울고, 엄마도 울고, 딸도 울고 그래서. 가능하면 울지 말자, 이런 얘기까지 할 정도로. 가슴에 확 와닿는 그런 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200만부가 나갔겠죠. 대단하지 않습니까. 깜짝놀랐어요. 저는.
허수경 : 저희 진짜 연습할 때 너무 울어서 이렇게 계속 울다가는 무슨 울리기 위한 최루성 연극을 만든 것 같아서. 오히려 담담하게... 나머지 눈물은 관객이 흘릴 수 있도록 하자. 이렇게 합의를 했을 정도로요.
김부긍 : 참으시느라 정말 힘드셨을 거 같아요.
허수경 : 저는 중간에 특히 엄마하고 막 말다툼 하는 장면이 있어요. 상황만 약간 다를 뿐이지 말하는 어조나 엄마랑 대립되는게 진짜 똑같거든요. 그리고 딸들은 엄마한테 진짜 말을 못되게 하잖아요. 너무 사랑이 넘치고 안타까운 마음에.
손 숙 : 사랑이 넘치는 게 아니라 못되게 하죠. 돌아서서 늘 후회하고. 또 맞닥뜨리면 또 못되게 하고. 그런게 모녀지간 인 거 같아요.
김부긍 : 특히 역할을 하고 난 다음에 실제로 엄마와 장녀와의 관계에서 변화같은게 혹시 있으셨어요?
허수경 : 매일 변해야겠다고 생각하죠. 그런데 어떤 날은 똑같이 아침에 엄마와 전화통화하고 무대에 또 할 때도 있어요. 그게 왜 이런 거 있잖아요. 엄마가 남은 여생을 과거처럼 보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이 더 간절해졌어요. 오히려 엄마한테 더 나긋나긋 해야지, 더 잘해드려야지, 감싸드려야지, 안아드려야지 하는 생각이 가득했다가도 '엄마, 그렇게 사시면 엄마가 어느순간 다 잊어버릴 수 있고, 어느 순간 내 눈앞에서 사라져버릴 수도 있으니까 그러시면 안되요.' 자꾸 이제...음..
손 숙 : 지적질.
허수경 : 네. 잘 안 고쳐져요.

김부긍 : 아마 여기 있는 분들은 다 공감하실거에요. 따님들은. 그렇죠? 혹시 나이가 좀 더 들어서 손숙 선생님처럼 배우로서 연륜이 더 쌓인 다음에 엄마의 역할이 들어온다면 그때는 어떻게 하시겠어요?
허수경 : 그 연륜이 쌓일지는 모르겠습니다. 근데 손숙 선생님은 정말 그 <엄마를 부탁해>에 나오는 어머니의 정서를 지니신 분이잖아요. 그 시대를 사셨고. 근데 참 제 세대만 해도 아이들에게 그런 엄마가 아닌 경우가 많거든요. 실제로 관객 중에 아이들을 데리고 왔을 경우, 아이 엄마는 자신의 엄마를 떠올리지만 아이는 "저 할머니 왜 저래?" 이러는 경우도 있었거든요. 만약 제가 어머니 역할을 한다면, 그것을 정말 마음 속에서 내 것으로 끄집어 내서 할 수 있을까 하는.. 조금 자신감은 없어요. 그게 나이만 먹어서 어머니 역할을 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김부긍 : 엄마 역할을 참 많이 하셨는데, 엄마를 부탁해 작품 속의 엄마가 다른 엄마들과는 조금 다른 면이 있었을 것 같아요.
손 숙 : 그렇죠. 딸을 공부시켜야 겠다는 결심? 우리 어머니하고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저는 이 작품에서 논란이 있었어요. 엄마한테 가끔 그리워하는 남자가 있죠. 그게 이제 무대 위에서 어떻게 나타나느냐. 그게 정말 이상하지 않게. 엄마도 여잔데.
저는 무대 위에서 엄마로서 정말 힘들고 어려웠지만, 딱 그 장면. 마지막에 그 장면이 되면 숨통이 트여지는 것 같았어요. 저 자신이. 나도 내가 그리워할 사람이 있다는 거,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이 있다는게 너무 감사했어요. 어떤 분들은 엄마한테 좀 그런게 있다는 게 이상하다는 사람도 있었는데, 저는 그건 정말 이기적인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것들이 저는 좋았다고 생각해요. .

김부긍 : 인사말씀 부탁드립니다.
신경숙 : 안녕하세요.
김부긍 : <모르는 여인들> 출간한 이후로 국내 독자들과는 오랜만에 만나시는 것 같아요.
신경숙 : <모르는 여인들> 나온 줄을 잘 모른만큼 계속 엄마 이야기를 했던 것 같아요. 작가로서 계속 이래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을 했었구요. 농담이구요. 이 책은 제가 2007년에서 2008년 그 사이에 1년 동안 썼고 세월이 거의 4년 가까이 흐른 것 같은데 어제 쓴 책 같은 느낌이 들어요. 이 책과 함께 한 시간이 많았구요.
김부긍 : 미국에 다녀오셨잖아요.
신경숙 : 네. 4월 8일에 미국에 갔다가 사나흘 전에 돌아왔는데요. <엄마를 부탁해>가 하드커버가 나왔었는데 그 사이에 다시 페이퍼북으로 출간이 되어서 출간기념 낭독회, 사인회, 작가와의 대화 이런 걸 LA, 뉴욕, 워싱턴에서 마치고 다른 일들도 좀 보고 돌아왔습니다.
김부긍 : 페이퍼북이라는게 하드커버에 대한 반응이 좀 좋으면 나오는 거잖아요?
신경숙 : 자세히는 저도 미국출판 관행이 어떤지 잘 모르기 때문에 잘 모르겠는데, 원래 출판관행이 하드 커버로 먼저 나오고 1년 쯤 지나서 그 책의 반응을 보고 페이퍼북으로 출간이 되고 그런 시스템인 것 같아요.
김부긍 : 페이퍼북에 대한 반응은 어떤가요?
신경숙 : 책 나온지가 딱 한 달인가요. 독립서점들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라와 있다는 소식 들었고. 제가 갔을 때는 대부분 하드커버를 읽었던 분들이 하드커버 책들을 가지고 낭독하는 장소에 찾아와서 사인도 받고 그랬어요. 저도 내 나라에서 일어나는 게 아니고.. 실질적으로 깊이 느끼지 못하겠어요.
김부긍 : <엄마를 부탁해>가 200만부를 돌파했잖아요. 이런 자리도 마련된거고. 다시 한 번 축하드리구요. 믿겨지세요? 국내에서 일어난 일인데.
신경숙 :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요. 100만부 기념 하드커버를 냈을 때 썼던 말인데 마음 속에 있던 엄마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서 행복했었구요. 무엇보다도 이 작품을 쓰는 기간 동안에 저 자신도 나라는 사람과 나를 있게 한 엄마라는 존재를 가장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구요. 뭐라 그럴까. 그걸 이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니까 가끔 집에서 슈퍼 갈 때 약간 제 신발을 챙겨본다거나 거울을 들여다보게 된다거나 그런 변화들이 있죠. ^^
김부긍 : 얼마 전에 아주 큰 경사도 있었습니다. 우리 한국문학으로서도 굉장히 큰 경사였구요. 한국 최초, 여성 최초로 맨 아시아 문학상을 수상하셨잖아요. 홍콩도 다녀오셨구요. 맨 아시아 문학상이라면 아시아 최고문학에 주어지는 상이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다시 한 번 축하를 드려야 할 것 같아요.
신경숙 : 맨 아시아 문학상은 저도 사실 받을 줄 모르고.. 그냥 저는 박수를 쳐주려고 갔었죠.
김부긍 : 전혀 예상을 못하셨었어요?
신경숙 : 인도작가, 중국작가들이 굉장히 경쟁력이 센 분들이었고 특히 인도작가는 부커상에 계속 후보로 오르고 있어서 저는 그 분이 받을 줄 알았죠. 그런데 제 이름이 불려져서 저도 굉장히 놀랐고요. 몰랐기 때문에 솔직히 말하면 굉장히 기뻤던 것 같아요. 즐거웠었고.

김부긍 : 국민들에게도 큰 기쁨을 안겨준 수상이 아니었나 해봅니다. 미국에서 <엄마를 부탁해>가 큰 사랑을 받는 이유랄까요? 왜 그렇다고 생각이 되세요?
신경숙 : 일단 번역이 되었기 때문에. 사실 한국 문학작품은 아직 소개가 되어있지 않을 뿐 조명을 얼마든지 크게 받아도 좋은 작품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런데 번역이라는 난관에 처해서 한국 안에 갇혀있는 작품들이 많죠. 이런 이야기를 제가 한다는 게 쑥쓰러워요 늘. 지금 우리가 현대인이 되는 동안에 우리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만 순간순간에 적응하고, 뭔가 미래를 향해서 나가는 것에 뒤를 돌아볼 틈 없이 앞으로 나가는 것에 자기 삶을 맞추면서 살아오다보니까 자기가 모르는 사이에 잃어버린 인간적인 감동들 그런 것들이 이작품 속에 들어있지 않았을까. 엄마라는 말 이라는 상징 속에 담겨있지 않았을까. 한국어로 썼지만 한국 독자들만 느끼는 것만이 아니라..우리가 느끼고 있는 상실감, 우울이나 고독, 불행, 행복도 마찬가지고. 재발견, 삶을 성찰하는 문제들이 동시에 우리가 느끼는 것들. 세계인들도 다 느끼고 있다고 생각해요. 현대인이 되는 동안 잃어버린 가장 인간적인 감정들이 작품 안에 들어있었던 건 아닐까 생각하고요. 무엇보다 엄마도 그렇지만 소중한 걸 잃어버리고 방황하는 가족들 모습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 때문이 아닐까. 질문을 많이 받기 때문에 깊이 생각해 본 결과가 이렇습니다.

김부긍 : 그런 본질적인 정서, 그런 것들이 국경을 넘어서 다 공감을 깊게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보는데, 한국적인 독특한 문화, 생각들 그런 부분에 대해서 외국 독자들이 더 궁금해 하거나 이건 좀 낯선데 하는 반응들이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어떠셨어요?
신경숙 : 우리는 '문학작품을 읽는다'라는 것은 이미 나하고 다른 무엇, 차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마음이 함께 동반하는 거라고 저는 생각해요. 이렇게 한국적인 것을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이해하느냐 하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제가 독서를 할 때도 그렇고 사람을 만날 때도 그렇고 저하고 같은 사람보다 나하고 다른 사람을 더 눈여겨 보게 되고, 내가 겪어서 알고 있는 일 보다 모르는 어떤 것에 대한 관심, 이런 것들이 더 크지 않나 이렇게 생각하고요. 문화라는 것은 뭐가 열등하고 이런 문제가 아니라 다른 것일 뿐이죠. 차이. 그래서 오히려 더 어떤 면에서 반가움을 느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서 제 소설 속에는 번역 될 때 거의 한국적인 것이 사라진 게 아니라 더 강하게 들어있습니다. 제가 한국어로 쓸 때, J시, Y대라고 쓴 걸, 모두 다 정읍, 연세대학교 이런 식으로 구체적으로 지명을 다 넣었고, 음식에 있어서도 막걸리라든가, 김치라든가, 송편이런게 그대로 번역이 되었어요. 우리가 세계문학을 읽을 때도 예를 들자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같은 걸 읽는다고 쳐요. 거기에 '마들렌' 이라고 나오죠. 그게 계속 거기에 출연한단 말예요. 그럼 호기심이 생기죠. 이게 뭐지, 이게 뭐길래 주인공과 함께 있는걸까 생각하게 되고 찾아보게 되고 알게 되는 거죠. 그렇게 다른 문화가 저변에 흐르고 있는 책을 한 권 다 읽는 다는 것은, 특히 그게 국경을 넘어간다는 것은 그 나라. 국경을 넘어온 어떤 사람과 깊은 대화를 하는 것. 그래서 더 풍성하고 넓어지는 것. 그렇게 받아들여진 건 아니었을까. 좀 놀란 것은 이제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제 작품 속에 나오는 한국적인 것을 다 이해해요. 음식이라든지, 특히 심지어는 작품에 인물 사이사이에 흐르고 있는. 번역되지 않는 우리 민족, 우리 동시대의 사람들만 이해할 수 있는, 말 중에 '정'이라는 말도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고요.
김부긍 : 번역에도 많은 정성을 쏟으셨을 것 같아요.
신경숙 : 손맛 같은 것도 뭔지 아는 독자들이 많았어요. 굉장히 저도 신기했고. 이미 알고 있는 경우도 많았고, 우리 문화가 그렇게 이제는 아주 낯설고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런 건 아마 외국에 나가서 살고 있는 한국 사람들이 굉장히 많아졌고, 그들이 일궈낸 저력같은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부긍 : 외국에 나가서도 이런 자리, 독자들과의 자리가 굉장히 많으셨잖아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인터뷰하다가 울어버린 기자도 있다던데.
신경숙 : 여러 분들도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이 엄마는 실종이 되지만, 역설적으로 읽는 분들은 자기 자신의 엄마가 살아서 마음 속으로 걸어오는 듯한 그런 느낌을 받을 거에요. 그런 것처럼 아마 저한테 질문하다가 갑자기 울어버린 기자는 제 작품 속에 나오는 박소녀 엄마 때문이 아니라 자기 엄마 때문에 울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눈물을 닦아줬어요. 엄마하고 사이가 안 좋았던 기자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순간적으로 많은 감정이 올라왔을 것이고. 제가 가장 인상깊게 남아있던 분은 노르웨이에서 만난, 제 작품을 번역한 분이었는데. 몰랐는데 가서 보니까 다섯 살 때 입양되어 간 분이더라구요. 거기서 성장해서 한국말을 대학에 들어와서 배워서 가끔 한국에 부모를 찾을 수 있을까 하던 분이었어요. 그 분 하고 엄마 이야기를 하려니까 굉장히 제가 뭔가 나쁜 사람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미안하고 그랬어요. 오히려 저한테 자기는 한국에서 낳아준 부모는 낳아준 부모고 소설 속에 나오는 엄마같은 엄마는 노르웨이에서 자신을 성장시켜준 엄마라고 생각한다면서 오히려 미안해 하는 저를 위로해주더라구요. 다섯 살 때 입양되어서 어렵게 배운 한국말에 의해서 내가 그 쪽에 설명되어지는 거잖아요. 그런 생각을 할 때 묘한 생각이 들었구요.
또 하나 재미난 것은 미국 미네소타라고 기억이 되는데. 나이가 굉장히 많으신 할아버지 한 분이 책을 정말. 스물 일곱권이라고 저는 기억해요. 그 책을 사가지고 오셔서 사인을 해달라고 해서 제가 어떻게 이렇게 많은 책을 사인해 갈 생각을 하셨나고 물었더니 아내가 먼저 읽기 시작했대요. 그런데 어느 순간 읽다가 '여기 당신하고 똑같은 사람이 있다.' 그래서 '뭐가 같은데?' 하고 물으니까 '여기 나보다 항상 앞서 걷는 사람이 나오네.' 그래서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서 그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래요. 그래서 자기 북클럽 친구들에게 선물해주려고 가지고 왔다고 해요. 자동차를 9시간을 운전해서 왔다고. 그 분이 굉장히 인상에 남아요. 사인 다 해주고 나서 책 다 읽고 나서 걸음은 비슷하게 걸으시냐고 물었더니, 음, 잘 안된대요. 잘 될리가 없죠. 평생을 그렇게 살았는데. 바로 그런 거 라고 생각해요. 책을 읽었다고 해서 갑자기 자기가 어떻게 변화되는 건 아니죠. 그러나 책을 읽고 난 어떤 마음이 쌓여 있으면, 나중에 자기 인생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 때, 의식 중에서 그 어떤 걸 읽고 영향을 받고 받아들인 것이 그 순간 작용을 할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김부긍 : 두 분 다시 한 번 모셔서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손 숙 : 난 살짝 기분이 나쁘네. 왜 메릴 스트립이야.
신경숙 : 미국 배우를 말하라고 해서.
손 숙 : 농담했어요.
김부긍 : 두 분이 낭독 해주셨잖아요. 어떻게 들으셨어요?
신경숙 : 그 부분을 낭독한 이유를 저는 알겠어요. 또 잘 들었어요. 제가 쓸 때하고 낭독할 때하고 조금 다른 느낌이어서 눈을 감고 들었죠. 손숙 선생님이 마지막에 낭독했던, '엄마는 알고 있었을까. 나에게도 오랫동안 엄마가 필요했었다는 것을' 그 말을 사실. 제가 2007년과 2008년 사이에 작품을 쓰는 동안에 완성된 문장이 아니라 제 마음 속에서는 10여년 전에 이미 완성되어있던 부분이었어요. 그 문장이 어디로 가서 자리를 잡을까 작품을 쓰는 도중에 굉장히 궁금했었는데, 그 엄마 입장에서 마지막 부분에 자리를 잡는 걸 보면서 굉장히 안심을 했었던 부분을 낭독해주셔서 굉장히 새롭게 들었구요. 그 말을 다른 사람이 아니라 엄마로서의 일생을 다 산 사람, 그 말을 한다는 것. 그러니까 나만 그런게 아니고 엄마도 엄마가 필요한 사람이라는 그런 생각을 직접적으로 하진 않았지만 어느 순간 그것을 느끼게 된다면 이 작품을 쓴 작가로서 일정부분 닿을 수 있는 데까지는 가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했구요. 그릇 깨는 것도 '엄마는 부엌이 좋아?' 이 문장을 쓸 때 연상했던 목소리하고 똑같아서 깜짝 놀랐었어요. 그릇 깨는 거는 정말 제가 상상해내서 쓴 장면이에요. 그런 게 필요하다고 저는 생각해요. 일상이라는 것이 우리에게는 정말 소중한 것이지만 그 일상을 매일 반복할 때 생기는 깊은 좌절감도 있는 거거든요. 그런 것에 한 번 깨지는 소리, 파열음을 한 번 내는 거. 멈춰서 그 소리 듣고 다시 나가고 하는 거, 그런게 엄마 한테 뿐만 아니라 요즘은 남자들도 설거지를 많이 하잖아요. 일상을 함께 하는 사람들, 누구한테나 필요한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손숙 선생님은 사투리를 언제 그렇게?
손 숙 : 이 작품을 하면서 저는 굉장히 힘들었어요. 저는 경상도 고향이라 전라도 사투리를 배우는 게 굉장히 힘들었는데 옛날부터 제가 전라도 사투리 굉장히 좋아해요. 왜냐하면 믿음이 있어요. 좋아하고 듣는 것도 좋아해서 많이 노력은 했는데, 아직은 많이 모자란 거 같아요.
신경숙 : 아니에요. 완벽했어요.
손 숙 : 아아. 참말로 고맙당께. 전 한가지 궁금한 게 있어요. 신경숙 씨 어머니는 이 작품을 알고 계세요?
신경숙 : 알고 계시죠.
손 숙 : 연극을 한 번 꼭 보셨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신경숙 : 근데 연극은 저도 못 봐서.
손 숙 : 그래서 저희가 너무 섭섭했어요. 저희가 공연하기 직전에 미국에 가셔서 1년을 계시다 오는 바람에, 저희는 잠깐이라도 오셔서 보고 가시라고 말씀드렸는데, 워낙 바쁘다 보니까. 우리 연극을 못 보셨어요.
허수경 : 아예 안 계셨기 때문에.
손 숙 : 굉장히 섭섭했는데. 올해 연말에도 하니까.
신경숙 : 그럼 다시 그때 어디 좀 다녀오겠습니다. ^^

손 숙 : 저는 아까 아버지 이야기를 하셨는데 제가 이제 연극을 하면서 대사에 그런 게 있어요. 당신이 나 보다 3년 먼저 나이를 먹었으니까 3년 먼저 가라고. 그게 싫으면 사흘이라도 먼저 가라고. 먼저 가라는 이야기를 해요. 마누라 없는 남자는 너무 불쌍하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 아버지를 그 사람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굉장히 안타까웠어요.
신경숙 : 아버지 안에는 한국의 어떤 역사가 들어있잖아요. 그런 거 까지 알기에는 역시 문화의 차이가 있을 것 같구요. 저는 참 제가 이상한 사람인가, 저는 아버지가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왜 그럴까요. 그래서 처음 연극을 봤을 때(두 분이 출연하신 거 말고), 아버지가 너무 나쁘게 나와서 약간 뭐라고 할까. 근데 제가 그렇게 썼더라구요,.
손 숙 : 여자 데리고 오고. 초반에. 그런데 뭐 일반적인 그 시절의 아버지들의 모습인데. 저는 마지막에 술 한 잔 잡수고 딸하고 이야기하는 장면 있죠. 나는 그냥 알아주겠거니 하고 살았다고 하잖아요. 없어진 엄마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겠거니 하고 살았는데 이제 와 생각하니까 모든게 다 후회다. 라고 딸하고 이야기 하는게 너무 아프더라구요. 아버지가.
신경숙 : 사실 아버지는 아버지 현실에 있는 지금 시간에 있는 아버지가 진짜 아버지거든요. 아버지의 내면이 그 엄마가 진짜로 가지고 있는 것들을 알아볼 수 있는 아버지라는 거. 그리고 이거는 엄마에 대한 소설만은 아니라고 저는 생각해요. 그러니까 가족 이야기 뿐만 아니라 인간, 여성, 남성, 나이가 든 사람, 젊은 세대, 전통과 현대, 이런 문제들이 개입되어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계속 뭘 하게 되면 아버지 역성 드느라고 시간을 보낼 때가 많아요.
손 숙 : 정말 정서를 모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더라구요. 안타까웠어요.
신경숙 : 그래서 지금 아버지 챕터를 다시 읽어볼 때가 많거든요. 그런데 제가 나쁘게 쓰긴 쓴 거 같아요. ^^
허수경 : 그런데 제가 실은 요. 엄마랑 아버지가 두 분 다 아프세요. 그런데 제가 지금 제주도에서 살고 있는데요. 엄마, 아버지 집하고 멀어졌어요. 제가 서울에 자주 왔다갔다 하고 해야 하니까. 부모님은 서귀포에 사시고, 저는 공항 근처에 가까이 살아서. 거리가 너무 멀기 때문에. 제주도가 의외로 크거든요. 그래서 제가 서울에서 일을 하는 동안에 엄마가 와서 아이를 돌봐주고 계세요. 그런데 두 분이 떨어져 있는 시간이 한 3일 정도씩 되요. 그 사이에 아버지도 아프고 엄마도 아프신 거예요. 저희 엄마는 이제 제가 돌아가 있는 시간 동안에는 아버지한테 돌아가 계셨는데, 당신이 너무 아프니까 그 며칠 전에 아버지가 먼저 수술을 하시고 아픈 바람에 죽도 끓여드리고 그랬는데 안 가겠다고 하시더라구요. 내가 더 아프다. 내가 지금 이렇게 아픈데 가서 죽 끓여 줄 힘이 없다. 그리고 나 아플 때 정말 아프냐고 한 번도 따뜻하게 다정하게 안아준 적이 없다. 고만 좀 아파라 그랬지. 그래서 안 가시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중간에서 나는 어느 곳에 가서 위로를 해드려야 되고 죽을 끓여드려야 하나. 그런데 역시 저도 발걸음이 안 움직여졌어요.
실은 아까 그 마지막에 나도 엄마가 있었으면 했다는 대목이 제가 엄마하고 둘이서 여행을 참 많이 다녔어요. 제 인생에 가장 친한 친구가 엄마거든요. 진짜 베스트 프렌드인데요. 엄마랑 둘이 여행을 무척 많이 다녔어요. 그런데 한 번 엄마가 여행하다 다치셨어요. 손바닥이 아파서 맨 손으로 김치를 담그다가 열이 올라서 손도 못 쓰고 여행지에서 해변에서 조개껍질을 밟아서 발도 못 쓰게 되고. 그 여행 기간 내내 모든 걸 다 해드려야 하는 거에요. 머리 감겨 드리고 씻겨 드리고 뭐 발라드리고. 그런데 엄마가 어느 순간 머리를 막 감겨드리고 있는데 '엄마~' 그러는 거예요. 근데 그 때 갑자기 목이 탁 메이면서 '아, 우리 엄마도 엄마가 참 그립겠구나' 그때 여행에서 돌아와서 엄마와 엄마의 엄마가 찍은 사진을 크게 만들어서 엄마 방에 걸어드렸어요. 그때 엄마의 나이가 여행을 떠났을 제 나이더라구요. 저도 장녀기 때문에 항상 양쪽을 오가면서 아버지를 이해하실 수 있도록, 그래야 엄마 마음이 편해져서 안 아프실 테니까 그런 역할을 참 많이 했는데. 뭐랄까. 그런 마음으로 쓰신 건 아닐테고, 그런데도 아버지가 자꾸 궁지에 몰리는 느낌이 들고. 두 사람 중에 달려가서 먼저 죽 끓여주고 싶은 사람은 엄마가 되는 거. 어쩔 수 없나봐요. 딸이라서 그럴까요.
신경숙 : 전 안 그래요. ^^ 이건 어떤 죄책감이나 누가 잘못했나 잘했나 그런 거로 절대 쓴 게 아니고 더군다나 부모와 자식간의 문제는 지금 해결할 문제가 아니에요. 그건 자연의 변화같은 거예요.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여름이 가면 가을이 오는 것 처럼 절대적으로 한 인간은 여자든 남자든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성장할 수 없고, 어떤 한 인간이 인간으로서 존립하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정말 작품 속에 나오는 박소녀 엄마 역할을 해야 하는 거에요. 그리고 죽 문제는... 이 아버지가 너무 안쓰러운게. 누가 끓여주지 않으면 못 먹어요. 그게 사실 더 나쁘죠. 엄마는 안 끓여 드려도 몸을 추스려서 드시겠지만 아버지는 끓여드리지 않으면 어떻게.. 그런 생각이 매 순간마다 들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저도 성장할 때 매번 들었던 소리가 너는 왜 맨날 아버지 편이냐. 우리 엄마도 농담이었겠지만, 순간순간적으로 그렇게 섭섭한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저희 아버지는 소설 속 아버지와 굉장히 다르고 몸이 약하셨어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저희 아버지는 약하신 분이셨어요. 그래서 엄마가 점점 더 강해지신 거예요. 남자 형제들도 많고 그렇기 때문에. 아버지는 항상 어린 나도 보호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많았던 거예요. 저절로 엄마는 엄마 혼자 할 수 있으니까, 엄마는 강하니까. 그렇게 아버지 편을 들었던 거예요. 성장해서 생각해 보니까 엄마가 강하려고 그랬던 게 아니고, 그렇게 상대적으로 강해지신 분이라는 거. 지금은 두 분을 동등하게 바라봐요. 뭔가 약한 쪽, 옳고 그름을 떠나서 그런 쪽으로 마음이 가는 거 같아요. 문학은 그 자리에 있다고 저는 생각해요.
손 숙 : 그러니까 자식 한테도 너무 강하게 보이면 안 될 거 같애. 우리 애들도 그래요. 저는 늘 강한 엄마로 기억해요. 뭐든지 씩씩하고. 저희 아빠한테는 쩔쩔 매고.
신경숙 :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또 지금이 없었을 거잖아요. 이게 변화 시킬 수 없다니까요. 변명하려고 말이 길어졌네요. 이 책을 너무 오해하거나 혹은 부모에게 잘해라 이런 소설로 읽는 거 같아서 굉장히 난감할 때가 많았어요. 저는 그런게 아니고, 과외로 그런게 얻어지는 거까지야 제가 어떻게 막겠어요. 그런데 그 안에 있는, 엄마를 잃어버리고 나서 당황해 하는 가족들 사이사이에 스며있는 인생의 순간들, 인생의 결들, 서로 배려의 문제, 그리고 어떻게 우리가 현대인이 되어 있는지, 이 자리에 올 때까지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그런 것들을 생각하는 소설로 읽혔으면. 그리고 무엇보다 아름답게 읽히기를 바랬는데 슬프게만 읽는 것 같아서 그런 것을 변명하려고 길어진 것 같습니다.
김부긍 : 제가 질문을 많이 준비를 해왔는데, 나누시는 이야기 속에 이미 다 들어가 있었어요. 200만부 특별판에 특별한 멘트가 사인으로 들어가 있잖아요. 이 작품의 첫 문장이 '엄마를 찾은 지 일주일 째다로 바뀌길 바랍니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사회는 개인에게, 개인은 사회에게, 서로 엄마 역할을 하게 되길.' 이렇게 쓰셨습니다. 엄마 역할이라는 게 어떤 걸까요?
신경숙 : 처음에 편집자가 저희 집에 오셔서 사인을 해야 한다고 해서, 제 방에 혼자 앉혀놓고 쓴 문장이라 제 진심이 가장 깊게 담겨있는 문장인 거 같아요. 그런 거 같아요. 어딘가에서도 이야기를 했는데, 박소녀라는 엄마를 찾느냐 못 찾느냐는 소설 안에서는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고 봐요. 읽는 사람들 마음 속에 어떤 파문을 그리고 남는게 무엇인지가 결정할 거라고, 그리고 그 엄마가 이 소설 속에 있는 상태로 그대로 돌아와서 우리들에게 엄마의 반복이 되기를 바래서는 절대 그 엄마를 못 찾죠. 그렇다고 봅니다. 지금 사회는 서로가 서로에게 엄마 역할을 해주는 그런 관계로 우리가 서로를 전환시켜야 하는 때에 살고 있지 않나 생각해요. 역으로 봐서 아들이 엄마에게 엄마가 되어줄 수도 있고, 아주 어린 아이가 엄마 역할을 할 수도 있는 거예요. 자기가 가지고 있는 어떤 것들에 의해서 교사는 학생에게, 학생은 마찬가지로 교사에게. 통째로 말해서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이렇게 되겠죠. 더 나아가서는 사회자체도 제도라든지 이런 것들이 모성을 띄어서 어떤 개인이 사회로부터 좌절감을 느끼고 쓰러졌을 때, 쓰러지게 한 것도 사회이지만 그 사람을 다시 일으킨 것도 사회라는 거. 땅에 넘어진 사람이 다시 땅을 짚고 일어나듯이, 그렇게 동그랗게 서로 어깨를 걸고 있는 그런 관계가 되어야 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엄마 역할을 해주는 관계는 그런 모형을 가지고 쓴 거에요. 개인도 마찬가지죠. 사회를 향해서 어떤 모성을 가진 시선으로 볼 수 있고, 사회 자체도 개인에게 그런 엄마 역할을 해주는. 그런게 가장 이상적인 거라고 생각해요. 그럴 때 진짜 돌아오는 거 아닐까. 찾게 되는 거 아닐까. 그런 마음으로 쓴 문장입니다.


낭독 콘서트의 처음을 열어준 어반자카파와 마지막으로 닫아준 이아립씨의 무대도 인상적이었다. 이아립씨의 노래는 얼마전 본 영화 <어머니>에서도 만난 적이 있던 터라 반가웠었고. 궁금하신 분들은 '하와이'의 '티켓 두 장 주세요'에 실린 <엄마>라는 노래를 들어보시도록.

사족. 낭독 콘서트가 끝나고 사인을 받으려고 꽤 길게 늘어선 줄. <엄마를 부탁해> 말고도 다른 책들에도 사인을 받아가는 사람들 덕분에 더 오래 기다렸는데, 드디어 내 차례.
'환유'라고 쓴 메모를 보고 작가님이 놀라서 물으셨다. "'환'씨도 있어요?" 뭐, 이런 반응이 이제는 익숙하다. "아, 닉네임이에요." 라고 말씀드리니, "환씨가 있나 하고 놀랐어요."라고 하신다. "즐겁게 놀다, 라는 뜻..." "맞아요..."라시며 사인을 해주신다. 그리고나서 책을 건네시면서 "정말 즐겁게 잘 놀거 같은데요? 노는 거...그거 말고도..음.. 인생도 즐겁게..."라고. 아, 그 말. 굉장히 기분 좋았던 한 마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