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평가단 10기 활동을 마무리합니다.
















알라딘 10기 신간평가단 - 소설분야로 활동하면서 그동안 총 12권의 책을 읽었다.

개인적으로는 활동을 하면서 그동안 거의 읽지 않았던 추리소설에 새롭게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 전까지는 국내소설에 거의 집중적이었달까. 

6개월동안 평가단 선정도서 12권을 굳이 나눠봤더니 일본소설과 추리/미스터리 장르가 가장 많았던 것 같다. 



- 국내소설 셋(신에게는 손자가 없다, 흑산, 웃는 동안).

- 일본소설(새벽거리에서, 변호측 증인, 고구레빌라 연애소동, 달리의 고치, 공항의 품격)

- 영미소설(활자잔혹극,로보포칼립스)

- 북유럽소설(노르웨이-스노우맨, 스웨덴-옆무덤의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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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집(신에게는 손자가 없다, 웃는 동안)

- 역사(흑산)

- 추리/미스터리(새벽거리에서, 변호측 증인, 달리의 고치, 활자잔혹극, 스노우맨)

- SF(로보포칼립스)

- 사랑/연애/청춘(고구레빌라 연애소동, 옆무덤의 남자, 공항의 품격)



1) 10기 신간평가단 도서 중 가장 좋았던 책


스노우맨(4월 도서)

http://blog.aladin.co.kr/hwanyou/5621178



 

http://www.hwanyou.net/884


이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책은 가장 마지막에 봤던 <스노우맨>이다. 책을 받아들고 놀랬을 만큼 두께가 엄청났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던, 근래에 읽은 추리소설 중엔 단연 최고였던 것 같다. 




2) 10기 신간평가단 도서 중 내맘대로 베스트 5! (스노우맨을 제외하고 나머지 4권을 골랐다.)


활자 잔혹극(1월 도서)


http://blog.aladin.co.kr/hwanyou/5384503

http://www.hwanyou.net/808

기대하지 않았던 작품이었는데, 홈런을 때린 기분이었달까.



고구레빌라 연애소동(1월 도서)


http://blog.aladin.co.kr/hwanyou/5377767

http://www.hwanyou.net/804

유쾌하게 킥킥댔던 시간들.




달리의 고치(3월 도서)


http://blog.aladin.co.kr/hwanyou/5566311

http://www.hwanyou.net/862

제목부터 안 끌렸는데, 왠걸. 재미 보장!




신에게는 손자가 없다.(10월 도서)


http://blog.aladin.co.kr/hwanyou/5208181

http://www.hwanyou.net/744

변호측 증인과 마지막까지 경합하다 선정. 10개의 단편들과 함께 하는 하드보일드의 세계로의 여행.




 
 
알라딘신간평가단 2012-05-21 22:54   댓글달기 | URL
으와... 분석력!! ㅎㅎ
10기에 취향이 다양한 분들이 많으셨죠!

즐겨주셨다니 그저 고맙습니다~고생 많으셨어요~
 
[스노우맨]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스노우맨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2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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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당신도 눈이 오는 날이면 으레 눈사람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쯤은 해보지 않았을까. 크게 굴려 만든 눈덩이 위에 그보다 조금 작게 만든 눈덩이랄 하나 올리고, 나뭇가지를 꺾어 몸통 양 옆에 꽂아주고 말이다. 센스가 있다면 코는 컬러풀한 당근이 좋겠다. 눈사람이 혹시라도 추울까, 아니다 눈사람은 원래 추운 애니까 패셔너블하게 목도리도 둘러주자. 아마도 우리가 비슷하게 떠올리는 눈사람의 이미지가 다들 이렇게 비슷하지 않을까. 사진이나 영화 속 장면을 통해 눈이 많이 오는 북유럽 동네의 아이들이 만드는 눈사람은 역시 우리와는 사이즈부터가 다르다는 걸 알았지만 말이다. 어쨌든 사이즈를 떠나 우리에게 마냥 친근한 존재이기만 하던 눈사람이 무시무시한 공포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요 네스뵈 작가의 소설 <스노우맨>이야기다.



평범한 가정의 여성들이 실종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다. 여느 날과 다르지 않았지만, 한 가지 달랐다면 공교롭게도 실종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눈사람이 발견되었다는 사실 뿐. 해리 홀레 반장은 자신에게 도착한 한 통의 편지 -눈사람에 대해 언급했던- 를 기억하며 여성들의 실종이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눈사람'이라는 요상한 정체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감지하고 대대적인 연쇄살인사건을 염두하며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일단 추리소설인 만큼 줄거리에 대한 설명은 이 정도가 적당하겠다.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요 네스뵈가 <스노우맨> 전체에 깔아놓은 대단한 플롯에 대해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추리 소설의 특성상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범인, 즉 스노우맨일 가능성이 있었다. 한 두번 읽는 추리소설도 아니니 너무 쉽게 용의자로 좁혀지는 인물은 결코 범인이 아닐 확률이 더 크다는 사실도 이미 잘 알고 있다. 이야기 속에는 대략 따져봐도 스무 명이 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각각의 인물들이 차지하는 비중이야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워낙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있어서 낯선 이름들을 기억하는 것 조차 쉽지 않다. 

책장을 덮기 전까지는 반전의 반전의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내용이 이어진다. 유력한 용의자가 잡히고 사건이 마무리 되는 것 같이 느껴질 즈음, 해리 반장의 눈빛이 다시 번뜩인다. 뭔가 놓치면 안 되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다시 사건으로 뛰어들게 되는 건 해리 뿐만 아니다. 맞다. 울며 겨자먹기로 외치는 것이다. '사건은 다시 원점으로!' 어느새 독자들도 이 지리한 싸움의 끝을 내고 싶어 안달이 나게 되는 재미있는 경험을 하게 된다. 쉽게 말해 우리가 '몰입'이라고 부르는 것 말이다. 600페이지가 넘는 굉장한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스피드있게 전개되는 수사 과정은 흥미진진하다. 해리 반장이 느끼는 좌절, 무력감, 허탈을 함께 맛보다 보면 어느새 수사 종결 시점에 와 있는 것이다.



전 세계 40여개국으로 번역되어 출간되고 각종 문학상에 노미네이트 될 만큼 <스노우맨>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다. 그리고 그 화려한 이력들이 과장이 아니라고 느껴질 만큼 재미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스노우맨>을 전격적으로 영화화 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도 반갑다. 소설 속에서 사건을 이끌어 가는 해리 홀레 반장의 캐릭터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안티 히어로다.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190센티미터가 넘는 키에 민첩하고 깡마른 몸, 수사에 있어서는 천재적이지만 권위주의 따위는 가볍게 무시해버리는 반항적 언행으로 종종 상관들의 골칫거리가 되는 해리 홀레 반장은 악과 싸우다 악에 물든 매력적인 반영웅 캐릭터다.' 

이 책의 역자 노진선 씨는 이런 매력적인 캐릭터 해리 홀레 반장에 어울리는 배우로 셜록 홈즈로도 유명한 베네딕트 컴버배치를  이야기했다. 실제로도 영국에 셜록 홈즈가 있다면, 노르웨이에는 해리 홀레가 있다고 할 정도로 해리 홀레는 노르웨이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캐릭터라고. 몇 가지 더 이야기 하자면, 해리 홀레 시리즈가 있는데 그동안 총 아홉 권이 출간되었고, <스노우맨>은 일곱 번째 작품이란다. 전작들과의 연결 고리가 적어 해리 홀레 시리즈를 시작하기에는 <스노우맨>이 괜찮은 출발점이라 하니 관심있는 사람들이라면 해리 홀레 시리즈를 챙겨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어쨌든 다시 해리 홀레 캐릭터 이야기로 넘어와서, 나는 베네딕트 컴버배치 보다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캐스팅 되었다고 하는데,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2010년 영화 '셔터 아일랜드' 속의 테디를 연기했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생각하니 조금 더 그 이미지가 확실해졌다.  워커홀릭에 알콜홀릭인, 신경질적이긴 하나 수사에 있어서는 천재적인, 디카프리오에게 이러한 표현은 조금 미안하긴 하다만 베네딕트 컴버배치보다 조금은 진중('중후'에 가까운)한 듯한 이미지가 역시 딱인 듯 하다. 아무튼 영화화되기를 학수 고대하며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이 책을 읽게 될 독자들도 나름대로 가상 캐스팅을 하면서 읽는다면 재미가 더 할 듯 하다.


밀레니엄 시리즈에서도 봤지만 추리 소설에서 사회적 이슈가 하나의 주제가 되는 것이 낯설지 않다. 여기서도 앞부분에 등장하는 라디오 동물 프로그램에서 흘러나오던 멘트가 있다. 뜬금없는 것 같으면서도, 읽다보니 소설 전반에 흐르는 주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리고 이 작품은 시간적 구성도 꽤 독특하다. 1980년 11월 5일의 이야기로 시작되다가, 2004년 11월 2일 사건 수사가 시작이 되고, 중간에 1992년 11월의 이야기가 잠시 실린다. 그 내용이 끝나면 다시 2004년 11월 2일에 시작된 사건 수사과정이 이어지다가 처음에 나왔던 1980년 11월 5일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그리고 마지막은 2004년 11월 사건이 종결되는 12월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이야기 구성을 이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야 나중에 밝혀지긴 한다. 시간구성이나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 같지만 전체적인 큰 그림으로 보면 꽤 치밀하다는 걸 알게 된다. 이 큰 그림을 그리면서 요 네스뵈는 얼마나 흥분되었었을까!!!! 아무튼 강추하는 작품이다. 등골이 서늘할 만큼 짜릿하기도!



"우리 사회는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일부일처제가 아닙니다. 한 번도 그랬던 적이 없죠. 최근 스웨덴의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세상에 태어나는 아이들의 15퍼센트에서 20퍼센트 정도가 자신이 아버지라고 믿거나 짐작하는 사람이 친부가 아니라고 합니다. 무려 20퍼센트나요! 다섯 명 중 한 명꼴이죠! 거짓된 삶을 사는 겁니다. 한편으로는 생물학적 다양성을 추구하는 일이기도 하고요." - 22p.




 
 
 
 전출처 : 환유 > <엄마를 부탁해> 낭독 콘서트 후기



알라딘 덕분에 <엄마를 부탁해> 낭독 콘서트 잘 다녀왔습니다.

늘 그랬듯 이번에도 후기를 썼는데요.

개인 블로그에도 썼고, 알라딘 블로그에도 올렸는데

낭독 콘서트에서 나누었던 대화들 녹취를 풀다보니까

좋은 이야기들이 많아서 다 담다보니 내용이 많이 길어졌네요.


그래서 제 알라딘 블로그를 링크 해둡니다.

빨간색으로 표시된 글만 읽으셔도 좋고요.

그 날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으신 분은 현장에 있다고 생각하시고 읽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환유씨의 알라딘 서재 : http://blog.aladin.co.kr/hwanyou/5611746

환유씨 개인 블로그 : http://www.hwanyou.net/878



 
 
 


<엄마를 부탁해>가 200만부 돌파라는 위엄을 달성했단다. 2011년 맨 아시아 문학상 수상을 비롯해 무려 31개국에 판권이 팔리는 듯 해외에서도 연일 호평 소식이 들려온다. 200만부라는게 어느 정도인지 실감 조차 할 수 없을만큼 대단한 수치임엔 틀림없다. 지난 주 늦은 오후, 홍대의 한 공연장에서 <엄마를 부탁해> 200만부 돌파기념 낭독 콘서트가 열렸다. 특별히 이 자리엔 소설 원작 동명의 연극에 출연한 손숙 님과 허수경 님이 함께 자리를 빛내주셨다. 어반자카파와 이아립씨의 음악도 들을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 자리에 초대해주신 알라딘에 감사드리고. 아마도 북콘서트 방송을 통해 볼 수도 있겠지만, 낭독 콘서트 때 나누었던 좋은 이야기들을 여기 옮겨볼까 한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유쾌했었던 자리였다. 



김부긍 : 북 콘서트 가족 분들께 다시 한 번 인사부탁드립니다.

손  숙 : 안녕하십니까. 연극배우 손숙입니다. 반갑습니다.

허수경 : 안녕하세요. 저는 허수경이구요. 배우로 소개되는게 정말 낯설고 어색합니다. 연극 딱 두 번 해봤구요. 두 작품 중에 역작이라고 할 수 있는 <엄마를 부탁해>를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인 방송인 허수경입니다. 

김부긍 : 반갑습니다. 연극에서 어떤 역할을 맡으셨는지 다시 한 번 직접 소개를 듣고 싶은데요.

손  숙 : 네. 뭐 보나마나 저는 엄마구요. 우리 허수경씨는 큰 딸. 화자죠. 그러니까 여기서. 

허수경 : 말하자면 엄마 잃어버린. 바보같은 딸이구요. 애처로운 딸.

김부긍 : 연극은 또 소설과는 다른 맛이 있잖아요. 연극을 다시 한 번 소개해주세요.

손  숙 : 장르가 다르니까 아무래도 다르죠. 근데 책으로 읽으신 분들은 모두 상상을 했던 장면들이나 인물이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유명한 작품일 수록 작품을 연극화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더라구요. 하지만 또 장르가 다르니까 연극과 소설은 다르지만 같은 거. 그런게 아닐까. 

김부긍 : 손숙 선생님 같은 경우는 EBS 라디오 드라마에서도 엄마 역할, 해설. 그렇게 1인 2역을 맡으신 적도 있으시잖아요. 정말 수없이 많은 엄마 역할을 맡으셨는데 매체에 따라서 느낌이 다르실 것 같아요. 어떠신가요?

손  숙 : 저도 지금 라디오를 하고 있고 허수경씨도 하고 있지만은, 라디오 매체 특색 중 하나가 저는 라디오 드라마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라디오 드라마가 완전히 없어져 버렸거든요. EBS에서 그런 낭송 프로를 만든다고 해서 저는 굉장히 반가웠고, 첫 작품으로 <엄마를 부탁해>를 한다고 해서 참여를 했었는데, 장르마다 다르니까 뭐가 더 낫다 이렇게는 말할 수 없고요. 제가 해설도 하고 엄마 역할도 했는데 굉장히 즐거운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 낭송 프로가 좀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김부긍 : <엄마를 부탁해> 이 책은 사실 연극, 뮤지컬로도 다양한 장르를 통해서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잖아요. 이렇게 사랑받는 이유 있잖아요.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허수경 : 어머니 이야기가 처음 신선하고 새롭게 나온 건 아니잖아요. 누구나 다 알고 있고, 직접이든 간접이든 누구나 경험했던 바고. 사실 흔한 이야기 일 수 있는데, 이게 왜 이렇게 폭발적이고 감동을 불러일으켰는지를 생각해보면, 첫째는 어머니라는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어떤 정서가 있잖아요. 그 정서를 그동안은 잘 정리되지 않은 채 마음 속에 가지고 있었다면 그것을 정리된 형태로 마주볼 수 있었기 때문에 부지불식 간에 아지랑이 같은 거야, 라고 생각했다가 선명하게 보는 느낌. 그게 참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보고요. 저는 참 이 <엄마를 부탁해>라는 책이 하나의 박물관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쩌면 세월이 조금 더 지나면 이런 어머니는 박물관에 가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아마 간직하고 싶은 향수같은, 곧 정말로 잃어버릴 것 같은 우리 어머니 상을 손으로 잡은 듯한 느낌. 그래서 아마 많은 분들이 감동을 하셨고. 저는 연극하고 전혀 상관이 없었을 때, 처음 책으로 먼저 봤었거든요. 그때는 글자 하나를 다 읽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못 읽겠더라구요. 특히 '너'라고 했기 때문에 누가 자꾸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너'하고 짚는 것 같아서 그때는 그냥 이런 내용이야, 라고 알았다가 연극을 하게 되면서 외면하지 못하고 다시 아주 정확하게 한 문장 한 문장 읽었는데, 그렇게 들키고 볼 수 밖에 없는. 그런 자식의 입장에서 보다 그동안에 가졌던 어머니에 대한 느낌이 뭉클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김부긍 : 정말 허수경씨 말씀에 많은 공감을 하게 되는데요. 허수경씨, <엄마를 부탁해> 연극에 출연하게 된 게 손숙 선생님의 권유가 있으셨다면서요?

허수경 : 사실은 요. 저희가 모녀지간이거든요. 그런데 이 얘기를 몇 번 했더니, 저희 어머니가 진짜로 손숙 선생님인 줄 아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제가 수양 딸이에요. 어머니에게 수양 딸이 여럿 있는데 제가 둘째 쯤 되는데요. 근데 저는 진짜 엄마한테도 소설 속의 장녀와 거의 유사하고요. 어느 순간 느꼈어요. 아, 내가 우리 엄마 뿐만 아니라, 우리 숙이 엄마도 어쩌면 잃어버릴 지 모르겠다. 제가 딸 노릇 잘 못하거든요. 아쉬울 때만 찾고. 그래서 우리 숙이 엄마가 우리가 그런 관계이기도 하니까 같이 해보면 어떨까, 이렇게 권유를 해주셨어요. 그런데 많이 망설였고요. 나중에는 덥석할 게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됬죠. 



김부긍 : 책으로도 읽으시고 연극으로 장녀 역할을 맡으시면서 많은 부분, 공감을 하셨을 거 같아요.

허수경 : 그럼요. 전 연기가 아니었다니까요. 

손  숙 : 장면 마다 울어대 가지고요. 굉장히 힘들었어요 사실은. 관객도 울고, 엄마도 울고, 딸도 울고 그래서. 가능하면 울지 말자, 이런 얘기까지 할 정도로. 가슴에 확 와닿는 그런 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200만부가 나갔겠죠. 대단하지 않습니까. 깜짝놀랐어요. 저는.

허수경 : 저희 진짜 연습할 때 너무 울어서 이렇게 계속 울다가는 무슨 울리기 위한 최루성 연극을 만든 것 같아서. 오히려 담담하게... 나머지 눈물은 관객이 흘릴 수 있도록 하자. 이렇게 합의를 했을 정도로요.

김부긍 : 참으시느라 정말 힘드셨을 거 같아요.

허수경 : 저는 중간에 특히 엄마하고 막 말다툼 하는 장면이 있어요. 상황만 약간 다를 뿐이지 말하는 어조나 엄마랑 대립되는게 진짜 똑같거든요. 그리고 딸들은 엄마한테 진짜 말을 못되게 하잖아요. 너무 사랑이 넘치고 안타까운 마음에.

손  숙 : 사랑이 넘치는 게 아니라 못되게 하죠. 돌아서서 늘 후회하고. 또 맞닥뜨리면 또 못되게 하고. 그런게 모녀지간 인 거 같아요.

김부긍 : 특히 역할을 하고 난 다음에 실제로 엄마와 장녀와의 관계에서 변화같은게 혹시 있으셨어요?

허수경 : 매일 변해야겠다고 생각하죠. 그런데 어떤 날은 똑같이 아침에 엄마와 전화통화하고 무대에 또 할 때도 있어요. 그게 왜 이런 거 있잖아요. 엄마가 남은 여생을 과거처럼 보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이 더 간절해졌어요. 오히려 엄마한테 더 나긋나긋 해야지, 더 잘해드려야지, 감싸드려야지, 안아드려야지 하는 생각이 가득했다가도 '엄마, 그렇게 사시면 엄마가 어느순간 다 잊어버릴 수 있고, 어느 순간 내 눈앞에서 사라져버릴 수도 있으니까 그러시면 안되요.' 자꾸 이제...음..

손  숙 : 지적질.

허수경 : 네. 잘 안 고쳐져요.



김부긍 : 아마 여기 있는 분들은 다 공감하실거에요. 따님들은. 그렇죠? 혹시 나이가 좀 더 들어서 손숙 선생님처럼 배우로서 연륜이 더 쌓인 다음에 엄마의 역할이 들어온다면 그때는 어떻게 하시겠어요?

허수경 : 그 연륜이 쌓일지는 모르겠습니다. 근데 손숙 선생님은 정말 그  <엄마를 부탁해>에 나오는 어머니의 정서를 지니신 분이잖아요. 그 시대를 사셨고. 근데 참 제 세대만 해도 아이들에게 그런 엄마가 아닌 경우가 많거든요. 실제로 관객 중에 아이들을 데리고 왔을 경우, 아이 엄마는 자신의 엄마를 떠올리지만 아이는 "저 할머니 왜 저래?" 이러는 경우도 있었거든요. 만약 제가 어머니 역할을 한다면, 그것을 정말 마음 속에서 내 것으로 끄집어 내서 할 수 있을까 하는.. 조금 자신감은 없어요. 그게 나이만 먹어서 어머니 역할을 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김부긍  : 엄마 역할을 참 많이 하셨는데, 엄마를 부탁해 작품 속의 엄마가 다른 엄마들과는 조금 다른 면이 있었을 것 같아요. 
손  숙  : 그렇죠. 딸을 공부시켜야 겠다는 결심? 우리 어머니하고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저는 이 작품에서 논란이 있었어요. 엄마한테 가끔 그리워하는 남자가 있죠. 그게 이제 무대 위에서 어떻게 나타나느냐. 그게 정말 이상하지 않게. 엄마도 여잔데. 저는 무대 위에서 엄마로서 정말 힘들고 어려웠지만, 딱 그 장면. 마지막에 그 장면이 되면 숨통이 트여지는 것 같았어요. 저 자신이. 나도 내가 그리워할 사람이 있다는 거,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이 있다는게 너무 감사했어요. 어떤 분들은 엄마한테 좀 그런게 있다는 게 이상하다는 사람도 있었는데, 저는 그건 정말 이기적인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것들이 저는 좋았다고 생각해요. .



김부긍 : 인사말씀 부탁드립니다.

신경숙 : 안녕하세요. 

김부긍 : <모르는 여인들> 출간한 이후로 국내 독자들과는 오랜만에 만나시는 것 같아요.

신경숙 : <모르는 여인들> 나온 줄을 잘 모른만큼 계속 엄마 이야기를 했던 것 같아요. 작가로서 계속 이래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을 했었구요. 농담이구요. 이 책은 제가 2007년에서 2008년 그 사이에 1년 동안 썼고 세월이 거의 4년 가까이 흐른 것 같은데 어제 쓴 책 같은 느낌이 들어요. 이 책과 함께 한 시간이 많았구요. 

김부긍 : 미국에 다녀오셨잖아요.

신경숙 : 네. 4월 8일에 미국에 갔다가 사나흘 전에 돌아왔는데요.  <엄마를 부탁해>가 하드커버가 나왔었는데 그 사이에 다시 페이퍼북으로 출간이 되어서 출간기념 낭독회, 사인회, 작가와의 대화 이런 걸 LA, 뉴욕, 워싱턴에서 마치고 다른 일들도 좀 보고 돌아왔습니다. 

김부긍 : 페이퍼북이라는게 하드커버에 대한 반응이 좀 좋으면 나오는 거잖아요?

신경숙 : 자세히는 저도 미국출판 관행이 어떤지 잘 모르기 때문에 잘 모르겠는데, 원래 출판관행이 하드 커버로 먼저 나오고 1년 쯤 지나서 그 책의 반응을 보고 페이퍼북으로 출간이 되고 그런 시스템인 것 같아요.

김부긍 : 페이퍼북에 대한 반응은 어떤가요?

신경숙 : 책 나온지가 딱 한 달인가요. 독립서점들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라와 있다는 소식 들었고. 제가 갔을 때는 대부분 하드커버를 읽었던 분들이 하드커버 책들을 가지고 낭독하는 장소에 찾아와서 사인도 받고 그랬어요. 저도 내 나라에서 일어나는 게 아니고.. 실질적으로 깊이 느끼지 못하겠어요. 

김부긍 : <엄마를 부탁해>가 200만부를 돌파했잖아요. 이런 자리도 마련된거고. 다시 한 번 축하드리구요. 믿겨지세요? 국내에서 일어난 일인데.

신경숙 :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요. 100만부 기념 하드커버를 냈을 때 썼던 말인데 마음 속에 있던 엄마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서 행복했었구요. 무엇보다도 이 작품을 쓰는 기간 동안에 저 자신도 나라는 사람과 나를 있게 한 엄마라는 존재를 가장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구요. 뭐라 그럴까. 그걸 이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니까 가끔 집에서 슈퍼 갈 때 약간 제 신발을 챙겨본다거나 거울을 들여다보게 된다거나 그런 변화들이 있죠. ^^

김부긍 : 얼마 전에 아주 큰 경사도 있었습니다. 우리 한국문학으로서도 굉장히 큰 경사였구요. 한국 최초, 여성 최초로 맨 아시아 문학상을 수상하셨잖아요. 홍콩도 다녀오셨구요. 맨 아시아 문학상이라면 아시아 최고문학에 주어지는 상이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다시 한 번 축하를 드려야 할 것 같아요. 

신경숙 : 맨 아시아 문학상은 저도 사실 받을 줄 모르고.. 그냥 저는 박수를 쳐주려고 갔었죠. 

김부긍 : 전혀 예상을 못하셨었어요?

신경숙 : 인도작가, 중국작가들이 굉장히 경쟁력이 센 분들이었고 특히 인도작가는 부커상에 계속 후보로 오르고 있어서 저는 그 분이 받을 줄 알았죠. 그런데 제 이름이 불려져서 저도 굉장히 놀랐고요. 몰랐기 때문에 솔직히 말하면 굉장히 기뻤던 것 같아요. 즐거웠었고.



김부긍 : 국민들에게도 큰 기쁨을 안겨준 수상이 아니었나 해봅니다. 미국에서  <엄마를 부탁해>가 큰 사랑을 받는 이유랄까요? 왜 그렇다고 생각이 되세요?

신경숙 : 일단 번역이 되었기 때문에. 사실 한국 문학작품은 아직 소개가 되어있지 않을 뿐 조명을 얼마든지 크게 받아도 좋은 작품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런데 번역이라는 난관에 처해서 한국 안에 갇혀있는 작품들이 많죠. 이런 이야기를 제가 한다는 게 쑥쓰러워요 늘. 지금 우리가 현대인이 되는 동안에 우리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만 순간순간에 적응하고, 뭔가 미래를 향해서 나가는 것에 뒤를 돌아볼 틈 없이 앞으로 나가는 것에 자기 삶을 맞추면서 살아오다보니까 자기가 모르는 사이에 잃어버린 인간적인 감동들 그런 것들이 이작품 속에 들어있지 않았을까. 엄마라는 말 이라는 상징 속에 담겨있지 않았을까. 한국어로 썼지만 한국 독자들만 느끼는 것만이 아니라..우리가 느끼고 있는 상실감, 우울이나 고독, 불행, 행복도 마찬가지고. 재발견, 삶을 성찰하는 문제들이 동시에 우리가 느끼는 것들. 세계인들도 다 느끼고 있다고 생각해요. 현대인이 되는 동안 잃어버린 가장 인간적인 감정들이 작품 안에 들어있었던 건 아닐까 생각하고요. 무엇보다 엄마도 그렇지만 소중한 걸 잃어버리고 방황하는 가족들 모습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 때문이 아닐까. 질문을 많이 받기 때문에 깊이 생각해 본 결과가 이렇습니다. 



김부긍 : 그런 본질적인 정서, 그런 것들이 국경을 넘어서 다 공감을 깊게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보는데, 한국적인 독특한 문화, 생각들 그런 부분에 대해서 외국 독자들이 더 궁금해 하거나 이건 좀 낯선데 하는 반응들이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어떠셨어요?

신경숙 : 우리는 '문학작품을 읽는다'라는 것은 이미 나하고 다른 무엇, 차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마음이 함께 동반하는 거라고 저는 생각해요. 이렇게 한국적인 것을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이해하느냐 하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제가 독서를 할 때도 그렇고 사람을 만날 때도 그렇고 저하고 같은 사람보다 나하고 다른 사람을 더 눈여겨 보게 되고, 내가 겪어서 알고 있는 일 보다 모르는 어떤 것에 대한 관심, 이런 것들이 더 크지 않나 이렇게 생각하고요. 문화라는 것은 뭐가 열등하고 이런 문제가 아니라 다른 것일 뿐이죠. 차이. 그래서 오히려 더 어떤 면에서 반가움을 느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서 제 소설 속에는 번역 될 때 거의 한국적인 것이 사라진 게 아니라 더 강하게 들어있습니다. 제가 한국어로 쓸 때, J시, Y대라고 쓴 걸, 모두 다 정읍, 연세대학교 이런 식으로 구체적으로 지명을 다 넣었고, 음식에 있어서도 막걸리라든가, 김치라든가, 송편이런게 그대로 번역이 되었어요. 우리가 세계문학을 읽을 때도 예를 들자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같은 걸 읽는다고 쳐요. 거기에 '마들렌' 이라고 나오죠. 그게 계속 거기에 출연한단 말예요. 그럼 호기심이 생기죠. 이게 뭐지, 이게 뭐길래 주인공과 함께 있는걸까 생각하게 되고 찾아보게 되고 알게 되는 거죠. 그렇게 다른 문화가 저변에 흐르고 있는 책을 한 권 다 읽는 다는 것은, 특히 그게 국경을 넘어간다는 것은 그 나라. 국경을 넘어온 어떤 사람과 깊은 대화를 하는 것. 그래서 더 풍성하고 넓어지는 것. 그렇게 받아들여진 건 아니었을까. 좀 놀란 것은 이제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제 작품 속에 나오는 한국적인 것을 다 이해해요. 음식이라든지, 특히 심지어는 작품에 인물 사이사이에 흐르고 있는. 번역되지 않는 우리 민족, 우리 동시대의 사람들만 이해할 수 있는, 말 중에 '정'이라는 말도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고요.

김부긍 : 번역에도 많은 정성을 쏟으셨을 것 같아요. 

신경숙 : 손맛 같은 것도 뭔지 아는 독자들이 많았어요. 굉장히 저도 신기했고. 이미 알고 있는 경우도 많았고, 우리 문화가 그렇게 이제는 아주 낯설고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런 건 아마 외국에 나가서 살고 있는 한국 사람들이 굉장히 많아졌고, 그들이 일궈낸 저력같은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부긍 : 외국에 나가서도 이런 자리, 독자들과의 자리가 굉장히 많으셨잖아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인터뷰하다가 울어버린 기자도 있다던데. 

신경숙 : 여러 분들도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이 엄마는 실종이 되지만, 역설적으로 읽는 분들은 자기 자신의 엄마가 살아서 마음 속으로 걸어오는 듯한 그런 느낌을 받을 거에요. 그런 것처럼 아마 저한테 질문하다가 갑자기 울어버린 기자는 제 작품 속에 나오는 박소녀 엄마 때문이 아니라 자기 엄마 때문에 울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눈물을 닦아줬어요. 엄마하고 사이가 안 좋았던 기자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순간적으로 많은 감정이 올라왔을 것이고. 제가 가장 인상깊게 남아있던 분은 노르웨이에서 만난, 제 작품을 번역한 분이었는데. 몰랐는데 가서 보니까 다섯 살 때 입양되어 간 분이더라구요. 거기서 성장해서 한국말을 대학에 들어와서 배워서 가끔 한국에 부모를 찾을 수 있을까 하던 분이었어요. 그 분 하고 엄마 이야기를 하려니까 굉장히 제가 뭔가 나쁜 사람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미안하고 그랬어요. 오히려 저한테 자기는 한국에서 낳아준 부모는 낳아준 부모고 소설 속에 나오는 엄마같은 엄마는 노르웨이에서 자신을 성장시켜준 엄마라고 생각한다면서 오히려 미안해 하는 저를 위로해주더라구요. 다섯 살 때 입양되어서 어렵게 배운 한국말에 의해서 내가 그 쪽에 설명되어지는 거잖아요. 그런 생각을 할 때 묘한 생각이 들었구요.


또 하나 재미난 것은 미국 미네소타라고 기억이 되는데. 나이가 굉장히 많으신 할아버지 한 분이 책을 정말. 스물 일곱권이라고 저는 기억해요. 그 책을 사가지고 오셔서 사인을 해달라고 해서 제가 어떻게 이렇게 많은 책을 사인해 갈 생각을 하셨나고 물었더니 아내가 먼저 읽기 시작했대요. 그런데 어느 순간 읽다가 '여기 당신하고 똑같은 사람이 있다.' 그래서 '뭐가 같은데?' 하고 물으니까 '여기 나보다 항상 앞서 걷는 사람이 나오네.' 그래서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서 그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래요. 그래서 자기 북클럽 친구들에게 선물해주려고 가지고 왔다고 해요. 자동차를 9시간을 운전해서 왔다고. 그 분이 굉장히 인상에 남아요. 사인 다 해주고 나서 책 다 읽고 나서 걸음은 비슷하게 걸으시냐고 물었더니, 음, 잘 안된대요. 잘 될리가 없죠. 평생을 그렇게 살았는데. 바로 그런 거 라고 생각해요. 책을 읽었다고 해서 갑자기 자기가 어떻게 변화되는 건 아니죠. 그러나 책을 읽고 난 어떤 마음이 쌓여 있으면, 나중에 자기 인생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 때, 의식 중에서 그 어떤 걸 읽고 영향을 받고 받아들인 것이 그 순간 작용을 할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김부긍 : 두 분 다시 한 번 모셔서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손  숙  : 난 살짝 기분이 나쁘네. 왜 메릴 스트립이야. 
신경숙  : 미국 배우를 말하라고 해서.
손  숙  : 농담했어요.
김부긍  : 두 분이 낭독 해주셨잖아요. 어떻게 들으셨어요?
신경숙  : 그 부분을 낭독한 이유를 저는 알겠어요. 또 잘 들었어요. 제가 쓸 때하고 낭독할 때하고 조금 다른 느낌이어서 눈을 감고 들었죠. 손숙 선생님이 마지막에 낭독했던, '엄마는 알고 있었을까. 나에게도 오랫동안 엄마가 필요했었다는 것을' 그 말을 사실. 제가 2007년과 2008년 사이에 작품을 쓰는 동안에 완성된 문장이 아니라 제 마음 속에서는 10여년 전에 이미 완성되어있던 부분이었어요. 그 문장이 어디로 가서 자리를 잡을까 작품을 쓰는 도중에 굉장히 궁금했었는데, 그 엄마 입장에서 마지막 부분에 자리를 잡는 걸 보면서 굉장히 안심을 했었던 부분을 낭독해주셔서 굉장히 새롭게 들었구요. 그 말을 다른 사람이 아니라 엄마로서의 일생을 다 산 사람, 그 말을 한다는 것. 그러니까 나만 그런게 아니고 엄마도 엄마가 필요한 사람이라는 그런 생각을 직접적으로 하진 않았지만 어느 순간 그것을 느끼게 된다면 이 작품을 쓴 작가로서 일정부분 닿을 수 있는 데까지는 가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했구요. 그릇 깨는 것도 '엄마는 부엌이 좋아?' 이 문장을 쓸 때 연상했던 목소리하고 똑같아서 깜짝 놀랐었어요. 그릇 깨는 거는 정말 제가 상상해내서 쓴 장면이에요. 그런 게 필요하다고 저는 생각해요. 일상이라는 것이 우리에게는 정말 소중한 것이지만 그 일상을 매일 반복할 때 생기는 깊은 좌절감도 있는 거거든요. 그런 것에 한 번 깨지는 소리, 파열음을 한 번 내는 거. 멈춰서 그 소리 듣고 다시 나가고 하는 거, 그런게 엄마 한테 뿐만 아니라 요즘은 남자들도 설거지를 많이 하잖아요. 일상을 함께 하는 사람들, 누구한테나 필요한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손숙 선생님은 사투리를 언제 그렇게?
손  숙 : 이 작품을 하면서 저는 굉장히 힘들었어요. 저는 경상도 고향이라 전라도 사투리를 배우는 게 굉장히 힘들었는데 옛날부터 제가 전라도 사투리 굉장히 좋아해요. 왜냐하면 믿음이 있어요. 좋아하고 듣는 것도 좋아해서 많이 노력은 했는데, 아직은 많이 모자란 거 같아요.
신경숙 : 아니에요. 완벽했어요.
손  숙  : 아아. 참말로 고맙당께. 전 한가지 궁금한 게 있어요. 신경숙 씨 어머니는 이 작품을 알고 계세요?
신경숙 : 알고 계시죠.
손  숙 : 연극을 한 번 꼭 보셨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신경숙 : 근데 연극은 저도 못 봐서.
손  숙 : 그래서 저희가 너무 섭섭했어요. 저희가 공연하기 직전에 미국에 가셔서 1년을 계시다 오는 바람에, 저희는 잠깐이라도 오셔서 보고 가시라고 말씀드렸는데, 워낙 바쁘다 보니까. 우리 연극을 못 보셨어요.
허수경 : 아예 안 계셨기 때문에.
손  숙 : 굉장히 섭섭했는데. 올해 연말에도 하니까.
신경숙 : 그럼 다시 그때 어디 좀 다녀오겠습니다. ^^



손  숙 : 저는 아까 아버지 이야기를 하셨는데 제가 이제 연극을 하면서 대사에 그런 게 있어요. 당신이 나 보다 3년 먼저 나이를 먹었으니까 3년 먼저 가라고. 그게 싫으면 사흘이라도 먼저 가라고. 먼저 가라는 이야기를 해요. 마누라 없는 남자는 너무 불쌍하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 아버지를 그 사람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굉장히 안타까웠어요.
신경숙 : 아버지 안에는 한국의 어떤 역사가 들어있잖아요. 그런 거 까지 알기에는 역시 문화의 차이가 있을 것 같구요. 저는 참 제가 이상한 사람인가, 저는 아버지가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왜 그럴까요. 그래서 처음 연극을 봤을 때(두 분이 출연하신 거 말고), 아버지가 너무 나쁘게 나와서 약간 뭐라고 할까. 근데 제가 그렇게 썼더라구요,.
손  숙 : 여자 데리고 오고. 초반에. 그런데 뭐 일반적인 그 시절의 아버지들의 모습인데. 저는 마지막에 술 한 잔 잡수고 딸하고 이야기하는 장면 있죠. 나는 그냥 알아주겠거니 하고 살았다고 하잖아요. 없어진 엄마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겠거니 하고 살았는데 이제 와 생각하니까 모든게 다 후회다. 라고 딸하고 이야기 하는게 너무 아프더라구요. 아버지가. 
신경숙 : 사실 아버지는 아버지 현실에 있는 지금 시간에 있는 아버지가 진짜 아버지거든요. 아버지의 내면이 그 엄마가 진짜로 가지고 있는 것들을 알아볼 수 있는 아버지라는 거. 그리고 이거는 엄마에 대한 소설만은 아니라고 저는 생각해요. 그러니까 가족 이야기 뿐만 아니라 인간, 여성, 남성, 나이가 든 사람, 젊은 세대, 전통과 현대, 이런 문제들이 개입되어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계속 뭘 하게 되면 아버지 역성 드느라고 시간을 보낼 때가 많아요.
손  숙 : 정말 정서를 모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더라구요. 안타까웠어요.
신경숙 : 그래서 지금 아버지 챕터를 다시 읽어볼 때가 많거든요. 그런데 제가 나쁘게 쓰긴 쓴 거 같아요. ^^

허수경 : 그런데 제가 실은 요. 엄마랑 아버지가 두 분 다 아프세요. 그런데 제가 지금 제주도에서 살고 있는데요. 엄마, 아버지 집하고 멀어졌어요. 제가 서울에 자주 왔다갔다 하고 해야 하니까. 부모님은 서귀포에 사시고, 저는 공항 근처에 가까이 살아서. 거리가 너무 멀기 때문에. 제주도가 의외로 크거든요. 그래서 제가 서울에서 일을 하는 동안에 엄마가 와서 아이를 돌봐주고 계세요. 그런데 두 분이 떨어져 있는 시간이 한 3일 정도씩 되요. 그 사이에 아버지도 아프고 엄마도 아프신 거예요. 저희 엄마는 이제 제가 돌아가 있는 시간 동안에는 아버지한테 돌아가 계셨는데, 당신이 너무 아프니까 그 며칠 전에 아버지가 먼저 수술을 하시고 아픈 바람에 죽도 끓여드리고 그랬는데 안 가겠다고 하시더라구요. 내가 더 아프다. 내가 지금 이렇게 아픈데 가서 죽 끓여 줄 힘이 없다. 그리고 나 아플 때 정말 아프냐고 한 번도 따뜻하게 다정하게 안아준 적이 없다. 고만 좀 아파라 그랬지. 그래서 안 가시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중간에서 나는 어느 곳에 가서 위로를 해드려야 되고 죽을 끓여드려야 하나. 그런데 역시 저도 발걸음이 안 움직여졌어요. 

실은 아까 그 마지막에 나도 엄마가 있었으면 했다는 대목이 제가 엄마하고 둘이서 여행을 참 많이 다녔어요. 제 인생에 가장 친한 친구가 엄마거든요. 진짜 베스트 프렌드인데요. 엄마랑 둘이 여행을 무척 많이 다녔어요. 그런데 한 번 엄마가 여행하다 다치셨어요. 손바닥이 아파서 맨 손으로 김치를 담그다가 열이 올라서 손도 못 쓰고 여행지에서 해변에서 조개껍질을 밟아서 발도 못 쓰게 되고. 그 여행 기간 내내 모든 걸 다 해드려야 하는 거에요. 머리 감겨 드리고 씻겨 드리고 뭐 발라드리고. 그런데 엄마가 어느 순간 머리를 막 감겨드리고 있는데 '엄마~' 그러는 거예요. 근데 그 때 갑자기 목이 탁 메이면서 '아, 우리 엄마도 엄마가 참 그립겠구나' 그때 여행에서 돌아와서 엄마와 엄마의 엄마가 찍은 사진을 크게 만들어서 엄마 방에 걸어드렸어요. 그때 엄마의 나이가 여행을 떠났을 제 나이더라구요. 저도 장녀기 때문에 항상 양쪽을 오가면서 아버지를 이해하실 수 있도록, 그래야 엄마 마음이 편해져서 안 아프실 테니까 그런 역할을 참 많이 했는데. 뭐랄까. 그런 마음으로 쓰신 건 아닐테고, 그런데도 아버지가 자꾸 궁지에 몰리는 느낌이 들고. 두 사람 중에 달려가서 먼저 죽 끓여주고 싶은 사람은 엄마가 되는 거. 어쩔 수 없나봐요. 딸이라서 그럴까요.

신경숙 : 전 안 그래요. ^^ 이건 어떤 죄책감이나 누가 잘못했나 잘했나 그런 거로 절대 쓴 게 아니고 더군다나 부모와 자식간의 문제는 지금 해결할 문제가 아니에요. 그건 자연의 변화같은 거예요.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여름이 가면 가을이 오는 것 처럼 절대적으로 한 인간은 여자든 남자든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성장할 수 없고, 어떤 한 인간이 인간으로서 존립하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정말 작품 속에 나오는 박소녀 엄마 역할을 해야 하는 거에요. 그리고 죽 문제는... 이 아버지가 너무 안쓰러운게. 누가 끓여주지 않으면 못 먹어요. 그게 사실 더 나쁘죠. 엄마는 안 끓여 드려도 몸을 추스려서 드시겠지만 아버지는 끓여드리지 않으면 어떻게.. 그런 생각이 매 순간마다 들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저도 성장할 때 매번 들었던 소리가 너는 왜 맨날 아버지 편이냐. 우리 엄마도 농담이었겠지만, 순간순간적으로 그렇게 섭섭한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저희 아버지는 소설 속 아버지와 굉장히 다르고 몸이 약하셨어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저희 아버지는 약하신 분이셨어요. 그래서 엄마가 점점 더 강해지신 거예요. 남자 형제들도 많고 그렇기 때문에. 아버지는 항상 어린 나도 보호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많았던 거예요. 저절로 엄마는 엄마 혼자 할 수 있으니까, 엄마는 강하니까. 그렇게 아버지 편을 들었던 거예요. 성장해서 생각해 보니까 엄마가 강하려고 그랬던 게 아니고, 그렇게 상대적으로 강해지신 분이라는 거. 지금은 두 분을 동등하게 바라봐요. 뭔가 약한 쪽, 옳고 그름을 떠나서 그런 쪽으로 마음이 가는 거 같아요. 문학은 그 자리에 있다고 저는 생각해요.
손  숙 : 그러니까 자식 한테도 너무 강하게 보이면 안 될 거 같애. 우리 애들도 그래요. 저는 늘 강한 엄마로 기억해요. 뭐든지 씩씩하고. 저희 아빠한테는 쩔쩔 매고. 
신경숙 :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또 지금이 없었을 거잖아요. 이게 변화 시킬 수 없다니까요. 변명하려고 말이 길어졌네요. 이 책을 너무 오해하거나 혹은 부모에게 잘해라 이런 소설로 읽는 거 같아서 굉장히 난감할 때가 많았어요. 저는 그런게 아니고, 과외로 그런게 얻어지는 거까지야 제가 어떻게 막겠어요. 그런데 그 안에 있는, 엄마를 잃어버리고 나서 당황해 하는 가족들 사이사이에 스며있는 인생의 순간들, 인생의 결들, 서로 배려의 문제, 그리고 어떻게 우리가 현대인이 되어 있는지, 이 자리에 올 때까지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그런 것들을 생각하는 소설로 읽혔으면. 그리고 무엇보다 아름답게 읽히기를 바랬는데 슬프게만 읽는 것 같아서 그런 것을 변명하려고 길어진 것 같습니다. 

김부긍 : 제가 질문을 많이 준비를 해왔는데, 나누시는 이야기 속에 이미 다 들어가 있었어요. 200만부 특별판에 특별한 멘트가 사인으로 들어가 있잖아요. 이 작품의 첫 문장이 '엄마를 찾은 지 일주일 째다로 바뀌길 바랍니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사회는 개인에게, 개인은 사회에게, 서로 엄마 역할을 하게 되길.' 이렇게 쓰셨습니다. 엄마 역할이라는 게 어떤 걸까요?  
신경숙 : 처음에 편집자가 저희 집에 오셔서 사인을 해야 한다고 해서, 제 방에 혼자 앉혀놓고 쓴 문장이라 제 진심이 가장 깊게 담겨있는 문장인 거 같아요. 그런 거 같아요. 어딘가에서도 이야기를 했는데, 박소녀라는 엄마를 찾느냐 못 찾느냐는 소설 안에서는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고 봐요. 읽는 사람들 마음 속에 어떤 파문을 그리고 남는게 무엇인지가 결정할 거라고, 그리고 그 엄마가 이 소설 속에 있는 상태로 그대로 돌아와서 우리들에게 엄마의 반복이 되기를 바래서는 절대 그 엄마를 못 찾죠. 그렇다고 봅니다. 지금 사회는 서로가 서로에게 엄마 역할을 해주는 그런 관계로 우리가 서로를 전환시켜야 하는 때에 살고 있지 않나 생각해요. 역으로 봐서 아들이 엄마에게 엄마가 되어줄 수도 있고, 아주 어린 아이가 엄마 역할을 할 수도 있는 거예요. 자기가 가지고 있는 어떤 것들에 의해서 교사는 학생에게, 학생은 마찬가지로 교사에게. 통째로 말해서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이렇게 되겠죠. 더 나아가서는 사회자체도 제도라든지 이런 것들이 모성을 띄어서 어떤 개인이 사회로부터 좌절감을 느끼고 쓰러졌을 때, 쓰러지게 한 것도 사회이지만 그 사람을 다시 일으킨 것도 사회라는 거. 땅에 넘어진 사람이 다시 땅을 짚고 일어나듯이, 그렇게 동그랗게 서로 어깨를 걸고 있는 그런 관계가 되어야 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엄마 역할을 해주는 관계는 그런 모형을 가지고 쓴 거에요. 개인도 마찬가지죠. 사회를 향해서 어떤 모성을 가진 시선으로 볼 수 있고, 사회 자체도 개인에게 그런 엄마 역할을 해주는. 그런게 가장 이상적인 거라고 생각해요. 그럴 때 진짜 돌아오는 거 아닐까. 찾게 되는 거 아닐까. 그런 마음으로 쓴 문장입니다.



낭독 콘서트의 처음을 열어준 어반자카파와 마지막으로 닫아준 이아립씨의 무대도 인상적이었다. 이아립씨의 노래는 얼마전 본 영화 <어머니>에서도 만난 적이 있던 터라 반가웠었고. 궁금하신 분들은 '하와이'의 '티켓 두 장 주세요'에 실린 <엄마>라는 노래를 들어보시도록. 



사족. 낭독 콘서트가 끝나고 사인을 받으려고 꽤 길게 늘어선 줄. <엄마를 부탁해> 말고도 다른 책들에도 사인을 받아가는 사람들 덕분에 더 오래 기다렸는데, 드디어 내 차례. 

'환유'라고 쓴 메모를 보고 작가님이 놀라서 물으셨다. "'환'씨도 있어요?" 뭐, 이런 반응이 이제는 익숙하다. "아, 닉네임이에요." 라고 말씀드리니, "환씨가 있나 하고 놀랐어요."라고 하신다. "즐겁게 놀다, 라는 뜻..." "맞아요..."라시며 사인을 해주신다. 그리고나서 책을 건네시면서 "정말 즐겁게 잘 놀거 같은데요? 노는 거...그거 말고도..음.. 인생도 즐겁게..."라고. 아, 그 말. 굉장히 기분 좋았던 한 마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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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평가단 10기 활동에 이어 11기로도 활동하게 되었다. 분야는 동일하게 소설 분야. 매달 주목할 만한 신간 소설들 페이퍼를 작성하게 되면서 소설을 고르는 분야도 다양해졌다. 소설을 주로 읽으면서도 추리소설에는 거의 손을 대지 않았었지만, 신간평가단 도서로 추리소설이 자주 선정되기도 하면서 이래저래 읽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11기로서 첫 미션인 5월에 주목할 만한 신간 소설들 페이퍼를 작성하면서 최대한 다양한 책들을 골라보려고 노력했다. 추천도서 권 수는 제한이 없지만, 개인적으로 그 동안 다섯 권 정도씩 정리를 해왔는데, 이번에는 일본소설 둘, 한국소설과 독일소설, 영국 소설이 각각 한 권씩이다. 장르도 다양하게 꼽아봤다.  



달의 뒷면


온다 리쿠│권영주 옮김│비채│2012-04-06

내가 미미여사의 소설이 조금 싫증 난다 하였더니 그렇다면 온다 리쿠의 소설을 읽어보라는 지인의 추천이 한 몫했다. 무려 미스터리, 판타지, SF, 호러 등 다양한 장르의 크로스 오버라니. 온다리쿠의 새 장편 <달의 뒷면>에 대한 이야기다. 거기에 작가의 특기 '노스탤지어'가 접목되었다고. 앞서 이야기했지만 나는 일본소설, 그것도 미스터리 소설에는 늦게 관심을 가지게 된 터라 온다 리쿠의 소설 역시 처음이다. 작가가 '노스탤지어'의 세계를 어떻게 표현하길래 작가의 특기라고 말하는 지도 궁금해 하고 있는 중이다. 후쿠오카의 유명한 물의 도시 야나쿠라를 배경으로 발생한 연쇄 실종 사건. 그런데 실종됐던 사람들이 당시의 기억을 잃은 채 다시 돌아온다? 어쨌든 나는 온다 리쿠의 세계에 빠질 준비가 되어 있다. 흣. 

★ 누구에게 추천할까? 
미스터리, 판타지, SF, 호러. 한 작품에서 다 만나보고 싶다면.


위풍당당


성석제│문학동네│2012-04-09

5월에 주목할 만한 신간소설들 중 유일하게 내 추천 리스트에 올라있는 한국 소설 <위풍당당>이다. 9년 만에 출간된 작가의 장편소설이고, 성석제 스타일의 '해학'의 맛을 아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기대가 될 지도 모르겠다. 외진 마을에 사는 주민들과 우연히 부딪히게 된 조폭들과의 싸움에 대한 소동극이 얼마만큼의 능청스러운 웃음을 담아내고 있을까. 단순한 웃음 이상을 넘어서 풍자까지도 시원하고 알싸하게 그려내니 챙겨보자. 




 ★ 누구에게 추천할까? 
성석제 식의 입담이 그리웠던 사람이라면, 혹은 그게 뭔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달려라 얏상


하라 코이치│윤성원 옮김 │북로드│2012-04-17

밝은 소설을 찾다 보니 눈에 띄었다. 대략의 줄거리를 읽으니 일본소설의 느낌이 물씬 난다. 요리와 요리인들의 삶을 주제로 한 소설이라는데, 작가가 요리를 통해 그려내는 삶의 다양한 모습들을 들여다 보자. 주인공 얏상은 노숙자란다. 그런데 소설 속 얏상의 모습은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노숙자의 이미지와는 좀 다른 듯 하다. 자세한 건 책을 더 들여다 봐야 알겠지만, 뭔가 독특한 자신만의 철학을 가진 노숙자인듯하다. 긴자에 가면 '얏상'을 찾아주세요, 라는데 정말 긴자에 가면 '얏상'을 만날 수 있는 건가요?  




★ 누구에게 추천할까? 

오쿠다 히데오 못지 않게 하라 코이치 작가 역시 재미난 문체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모양. 유쾌함을 통해 만나는 리얼한 현실의 모습을 들여다 보고 싶다면.


당신의 과거를 지워드립니다.


비프케 로렌츠│서유리 옮김 │레드박스│2012-04-18

씨네21을 보다가 이 책 광고를 보고 읽어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출간된 후 무려 10여년 동안 독자들의 입소문만으로 스테디셀러에 올랐다고 해서 더욱 기대가 되는 작품이다. "지금과는 다른 내가 되고 싶어!"라는 생각은 누구나 한 번씩 해보지 않을까. 내가 선택한 길 말고 다른 길을 걸었다면 지금쯤 나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실패한 인생으로 힘겨워 하는 여자가 과거를 지우고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룬 소설이라는데, 이렇게나마 대리만족으로 새로운 인생을 한 번 꿈꿔볼까. 




★ 누구에게 추천할까? 

자신의 인생이 완벽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reset 버튼으로 인생을 되돌리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 


끌림


세라 워터스│최용준 옮김│열린책들│2012-04-20

세라 워터스라는 작가는 내게 좀 낯설지만, 그녀의 팬이라면 이번 소설이 꽤 반가울 듯 하다. <벨벳 애무하기>와 <핑거스미스>에 이어 '빅토리아 시대 3부작' 중 하나라는 <끌림>이 나왔다. 미스터리 역사 로맨스라고 이 책의 장르를 소개하고 있던데, 작가가 레즈비언과 게이 역사 소설을 주제로 박사 논문을 썼단다. 그 과정에서 빅토리아 시대의 풍속과 생활상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 또 하나 발견한 사실은 2008년에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이 되었었다고. 소설의 배경은 1970년대 여성 교도소와 영매의 세계란다. 빅토리아 시대 여성들의 단면을 볼 수 있다고 해서 기대 된다. 관계와 사랑, 욕망과 배신 정도가 이 책의 키워드가 될 것 같다. 



★ 누구에게 추천할까? 
레즈비언 소설의 지평이 한 차원 더 넓어졌다면 워터스가 그 기수에 서 있을 것이라는 뉴욕 타임스의 추천글이 확 와닿는 사람이라면.